274. 저 달(4)
- 오늘부터 내 차애는 임지웅이다
지웅아ㅠㅠㅠㅠ누가 우리 지웅이 울렸냐ㅠㅠㅠ
ㄴ 진짴ㅋㅋ미친 거 아니냐…. 나 지웅이 얼빡샷에서 코피 흘렸잖아. 세상에. 사연 3545132124개 품고 있는 눈 아니냐고ㅠㅠㅠㅠ
ㄴ 누가 지웅이 울렸냐222 죽창 들고 가자 안 되겠다 우리 애 지켜 ㅠㅠ
ㄴ 하지만 지웅이는 15년 전…에.
ㄴ 안대ㅠㅠㅠ 그만해ㅠㅠㅠㅠ이 쟈니난 뷰어야ㅠㅠㅠ
- 별도시 진심 전개 미친 거 아니냐?
지금 상혁이가 과거 파헤칠수록 드라마 장르가 바뀌고 있어 ㄷㄷ
근데 그 와중에 제일 무서운 건 우리 지웅이 무게감임. 애초에 상혁이가 기억 날아간 것도 지웅이랑 연관 있어 보이고 사실상 제대로 우리 지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 누가 봐도 사건의 핵심이 또 지웅이야. 이젠 이 드라마 장르가 왜 스릴러가 아닌지 모르겠음.
ㄴ 얘가 우리애 부캐라니ㅠㅠㅠ
(환하게 웃으며 팬들에게 양팔 벌리는 지환 사진)
(흠뻑 비에 젖은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 응시하는 지환 사진)
이게 동일 인물이라는 게 말이 되냐?ㅠㅠㅠㅠㅠ
ㄴ 현장 에피소드 올라온 거 보면 진성 님이 우리 작은환 엄청 귀여워하시더라 ㅠㅠㅠㅠ
ㄴ 작은환은 어디 가도 사랑받을 상이지ㅠ 애가 오죽 싹싹해야지
ㄴ 난 다른 것보다 이거 멤버들이랑 같이 봤는지가 제일 궁금해ㅋㅋㅋㅋㅋㅋㅋ
ㄴ 아 맞앜ㅋㅋ나도! 우리애들 작은환 엄청 놀렸겠지?ㅋㅋㅋ
- 나.왠지 새벽이랑 여진우한테 진 것 같아….
여러분 모두 별도시 보세요!
우리 애가, 우리 애가…!
#별이_잠든_도시 #지웅아_사랑해 #언래블 #별도시 #솜뭉치
위에건 새벽 공계가ㅋㅋ드라마 끝나자마자 올린 건데ㅋㅋ주접이 예사 주접이 아님.
아래는 여진우 꺼ㅋㅋㅋㅋ
우리 지환 배우님 기다려요.
곧 싸인 받으러 갈게요♡
#별이_잠든_도시 #지웅아_사랑해 #언래블 #별도시 #솜뭉치
새벽이랑 여진우 해시태그 같은 거로 봐서는 짠 거 같지?ㅋㅋㅋㅋ
아 자기들끼리 알지 말고 우리도 좀 알려줬음 좋겠다ㅠㅠ
ㄴ 222 우리 작은환 뭐라고 했을지 너무 궁금하고요ㅠㅠ
ㄴ 진짜롴ㅋㅋㅋ저거 알자마자 전화해서 놀리지 말라고 우는 거 아니냐?ㅋㅋ
ㄴ ㄴㄴ. 작은환은 울기보다 앞으로 5미터 이내 접근금지요^^ 이랬을 거 같아ㅋ
ㄴ 가능성 있다ㅋㅋ 그냥 메시지로 형들 차단 ㄱㅅ 이렇게 보낸 거 아닐까?ㅋㅋㅋ
그렇게 많은 솜뭉치들이 ‘별이 잠든 도시’라는 드라마와 지환의 캐릭터인 임지웅에게 흠뻑 빠져 있던 그때.
지환은 팬들의 예상대로 멤버들에게 끝없는 우쭈쭈를 받다 자기 방으로 도망가버렸다.
촬영장에서는 잘 몰랐던, 화면으로 보는 자신의 연기가 낯설고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는 듯했다.
그동안 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이 보낸 축하 메시지도 부끄러움의 이유 중 하나였다.
드라마를 모니터링했던 회사 사람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에 몹시 흡족해했다.
드라마 자체도 호의적인 기사가 계속 나올 만큼 인기 있었고, 처음에는 지환에게 부정적이었던 여론도 오늘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생각보다 모든 것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현 팀장은 회사 식구들 앞에서야 당연히 잘 될 줄 알았다며 담담한 얼굴을 했지만,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지환이 많이 부담스러워했기에 망해도 그만이라고 했지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얘는 시키면 시킬수록 더 잘한단 말이지.’
늘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키면 난색을 보이며 한 발짝 물러섰지만, 정작 시작하면 무섭게 몰두해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아주 보물단지야, 기특한 놈.’
한껏 입꼬리가 올라간 소현은 속으로 어떤 상을 주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계속 연기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싫다고 하면 더는 강요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음악에 몰두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지환은 자신의 몫을 다 해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소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환이 연기를 아예 거부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미연 선생님과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하면서 소현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모든 게 흡족할 만큼 잘 돌아가고 있었다.
* * *
연희는 피곤한 눈두덩을 꾹꾹 눌렀다.
얼마 전 지환이 연희를 보고 눈치챌 정도로 최근에는 피곤한 일들이 가득했다.
회사 일이야 원래도 늘 피곤했지만, 최근에는 일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일만 많으면 어떻게든 버텨냈을 테지만, 그 안에 정치질이 들어가니 사직서를 쓸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동안 뜸하다 했더니 다시 큰집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사촌들이 돌아가면서 연락을 해대는 통에 짜증 지수는 끝없이 높아져 갔다.
그냥 징징거리는 거면 무시했을 텐데, 친가 식구 중 유일하게 연희와 지환을 챙겨주신 작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모두가 악귀 같았지만, 작은어머니는 달랐다.
작은아버지에게도 비밀로 하고 연희를 찾아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일러주고 몰래 반찬을 챙겨주셨었다.
그마저도 연희가 자리를 잡는 듯하자, 다른 식구들에게 들키면 연희가 곤란할 거라며 연락을 끊으라고 하셨다.
덕분에 부모님의 유산과 지환이를 잘 지킬 수 있었다.
그런 분이 아파서 수술해야 한다고 하니 마음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병원이라도 찾아가 보고 싶은데 그러자면 이들에게 연락해야 했다.
지환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이들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질척대는 이유가 지환이인데, 생긴 것과 다르게 마음 약한 애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으니까.
가뜩이나 자신과도 최근에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동생이었다.
긴 시간 서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도 지환이 집과 연희에 낯을 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지환의 행동을 연희가 모를 수 없었다.
그러나 지환이 먼저 찾아오고 연락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선 너무 큰 발전이라 모두 묻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었든지, 연희가 알아야 한다면 지환이 언젠가는 이야기해 줄 것이라 믿었으니까.
연희는 모든 것을 자신의 선에서 잘라낼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야 조금 빛을 보고 있는 동생에게 흙탕물을 묻힐 수는 없었다.
이번에 지환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다 마음을 굳혔다.
잠시 망설이던 가는 손가락이 톡톡 키패드를 두드렸다.
[병원 주소랑 병실 호수 알려주세요.]
큰아버지 [잘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핏줄은 어떻게 안 되는 거야. 언제 갈 거냐, 같이 가야지. 지환이도 오냐]
[그냥 병원 주소랑 호수 알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텍스트를 타고 욕심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지긋지긋한 인간들.
어떻게 해보려는 의도가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애써 욕을 삼킨 연희는 이를 악물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고.
* * *
“JC 엔터에서 준비한 이번 프로그램은 프로젝트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야. 프로그램 진행을 골든 아워와 멜트가 진행하는 거고.”
“JC 대표 아이돌을 두 팀 다 투입할 정도면 꽤 크게 할 예정인가 봐요.”
“자사 연습생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시작 전에 다른 지망생들 지원도 받았다더라. 작정했어.”
특정 엔터 주최로 오디션을 여는 건 흔한 일이었지만,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건 그렇게 많다고 보기 어렵다.
솔직히 TV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연습 과정은 실제 과정의 1/3도 안 되니까.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지켜주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했고,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날카로움도 조절해야 했다.
연습 영상이라고 올리는 대부분의 영상은 실제 평소의 연습 영상이 아니니까.
그걸 보는 사람들도 감안하고 보는 걸 테지만.
“근데 그런 프로에 저희가 왜….”
멤버들의 의문을 준이 형이 대신 질문했다.
우리 같은 신인이 알려줄 수 있는 거라면 골든 아워와 멜트도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일 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바라보는 멤버들 모습에 소현 팀장님이 피식 웃었다.
“신인이니까. 연습생에 가장 가깝잖아. 그러니 좀 친근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거지.”
타사 아이돌을 불러 조금이라도 더 공정성 있는 척, 포용력 있는 척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셨다.
가뜩이나 유명한 몇 엔터가 나눠 먹기 한다고 말이 많은 시장이라 우리를 액받이로 내세우는 건가 싶었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좋은 기회였다.
유명 아이돌과 친하다는 소문이 날수록 신인은 그 이름값 덕을 볼 수 있게 된다.
단, 신인이 먼저 나서서 들러붙는 그런 그림이 되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했다.
우리 애가 고생해서 일궈낸 자리에 엄한 놈이 빨대 꽂는 걸 누가 좋아할까.
“회사에서는 DCL이랑 우리를 두고 저울질하던 중이었던 것 같은데, 골든 아워가 너희를 추천했대. 같이 하고 싶다고.”
“형님들한테 감사 인사 잘할게요.”
“그래, 그런 거야 뭐. 내가 말 안 해도 너희가 오죽 알아서 잘하니.”
처음에는 소현 팀장님도 또래 그룹보다 선배 그룹과 더 잘 어울리는 우리를 신기해했었다.
물론, 선배가 아닌 그룹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시기였지만, 그걸 감안해도 우리가 유독 좋아하고 따르는 대부분이 형님들이었으니까.
회의 내내 이야기를 얌전히 듣고 있던 찬이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힘찬아, 왜?”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환이 계속 연기해요?”
“응? 왜, 힘찬이도 하고 싶어?”
“아뇨, 전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고요. 그냥 물어봤어요.”
평소에 늘 씩씩하게 말하던 찬이가 우물쭈물하는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입을 꾹 닫아버려서 더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자, 그럼 일단 오늘 전달 사항은 여기까지. 오늘도 수고하렴, 병아리들아.”
활기차게 이야기를 마친 팀장님은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렇게 연습실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나는 찬이 모습이 평소랑 다른 것 같아 걱정이 차올랐다.
혹시 또 무슨 고민에 빠진 건 아닌지 물어볼까 하던 그때, 준이 형이 먼저 입을 뗐다.
“찬아, 환이가 연기하는 거 싫어?”
“응? 아니, 싫은 건 아니고….”
무언가 찬이에게 심란한 것이 있다는 걸 눈치챈 멤버들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찬이가 보다 편하게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연습실인 게 나을 것 같았다.
숙소 가서 이야기하자고 미루면, 찬이는 분명 아무것도 아니라고 또 얼버무릴 테니 말이 나왔을 때 해치워야 했다.
“제영 쌤 오려면 30분 남았으니까 그사이 이야기 좀 하자.”
시간을 살핀 영빈 형이 말을 꺼냈고 우리는 찬이를 둘러싸고 후다닥 연습실로 향했다.
가운데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찬이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뭐든 간에 속에 담고만 있어서는 해결되는 건 없었다.
그렇게 단체 연습실에 도착한 우리는 문을 잘 닫고 한쪽 구석에 모여 앉았다.
“아니, 진짜 별거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 별거 아닌 거 한 번 이야기해 보자.”
“맞아. 우리끼리 숨기기 없다 했잖아요.”
경환 형과 세빈이가 찬이를 닦달했고, 준이 형과 영빈 형이 싱긋 웃으며 응원했다.
입만 벙긋거리다 내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낸 찬이.
“너무 다그치면 부담스러워서 더 말하기 힘들 수 있으니까 기다려줍시다.”
경환 형과 세빈이를 말리는 척 어깨를 토닥여주자 찬이 눈이 울망울망 해졌다.
이렇게 잘 속는 내 새끼를 어쩌면 좋누….
경환 형과 세빈이는 찬이가 말을 돌리고 회피할까 봐 압박하는 역할이었다.
둘에게 둘러싸여 앞이 캄캄해졌을 때, 동아줄이 내려오면 누구라도 그걸 잡고 싶어질 터.
내가 그 동아줄의 역할이었다.
찬이 상태를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던 우리는, 찬이 상태와 그에 따른 대처를 꽤 많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아마 나에 대한 대처도 멤버들끼리 고민했을 게 뻔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찬아, 미안해. 준이 형이 이렇게 하자고 했어.
찬이 손을 꼭 잡은 내가 다정하게 웃으며 찬이에게 닿지 않을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드디어 찬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