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꽃길을 위해 (135)화 (135/456)

135. 외전- To Ma Dear(happy birthday to 힘찬)

‘!!’

뭔가 늦잠 자는 날은 그 특유의 기분이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잘 자다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는 그 느낌.

갑자기 그런 느낌이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안을 휙휙 둘러봤더니, 하준 형이 없었다.

“어?”

밖은 평소랑 달리 환했고 목소리는 잠기다 못해 갈라지고 있었다.

형이나 지환이가 안 깨울 리가 없는 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자꾸 꾸물대던 자신에게 성질을 부리던 지환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진짜로 삐져서 그냥 간 건 아니겠지…?

얌전히 정리된 이불은 하준 형을 닮아 단정하기 그지없었다. 힘찬은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멤버들이 늘 러그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각자 할 것을 하는 터라 거실이 비어있는 날은 없었는데, 오늘따라 거실에도 아무도 없었다.

다른 멤버들의 방문을 열어봐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다 문득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 난 진짜 바본가….”

너무 덜렁거려서 물건은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중요한 약속도 깜박하는 날이 많아서 늘 친구들에게 타박을 듣곤 했다.

그나마 멤버들과 항상 함께 생활하다 보니 놓치는 것들도 멤버들이 챙겨줘서 최근에는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눈뜨자마자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누구라도 꼭 한 명씩은 함께 있다가 갑자기 아무도 보이질 않으니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단체 채팅방에 멤버들의 메시지가 보였다.

우리리다 [찬이 너무 곤히 자서 그냥 안 깨웠다.]

내친구 [찬아, 일어나면 연락해.]

쪼매니 [찬이 형 해지고 일어나는 거 아니지?]

내친구 [지도 인간이면 그만치는 안 잘 것이야….]

쪼매니 [ㅎㅎ…. 할 말은 많지만 참아볼게요.]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은 체력 좀 보충하라고 팀장님이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 외에 연락 온 것들을 확인했더니,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낸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였다.

“아, 그러네. 생일이네.”

연습생 한다고 매달리기 전에는 생일마다 친구들이랑 떠들썩하게 놀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도 굉장히 오래전의 일 같았다.

놀 시간에 한 동작이라도 더 익히고 한 소절이라도 더 불러야 살아남으니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사라진 기념일이었다.

그래도 연습생 생활 때부터 다들 서로를 챙겼던 터라, 외롭지는 않았다.

슬쩍 호기심이 동해서 SNS나 공카에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자기 전의 기쁨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데뷔하고 언래블이라는 이름을 받은 후 솜뭉치들과 함께하는 생일은 멤버들 중에 자신이 처음이었기에 심장이 조금 쿵쾅거렸다.

그러고 보니 우진 형이 뭔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 일어남 ㅇㅇ 어디야? 회사야?]

쪼매니 [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네]

[내가 너냐?]

쪼매니 [반사여]

내친구 [둘이 뭐 하냐….]

멤버들 말투가 워낙 귀에 박혀서 메시지를 보는데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괜히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와 키패드를 누르는 손이 바빠졌다.

[나 배고파. 어디로 가야 됨?]

몇 달 만에 주어진 자유 시간인데 혼자 있으니 할 게 없었다.

내친구 [나랑 영빈 형, 준이 형은 오늘 볼일 있어서 나왔고 세빈이랑 경환 형은 게임 하고 싶다고 겜방 간댔어.]

쪼매니 [오실?]

[ㅇㅇ 저번에 간 데야?]

쪼매니 [응 모자랑 마스크 빼먹지 말고]

[ㅇㅇ 금방 감]

곰탱 [인간적으로 세수는 하고 와라]

오랜만에 겜방에서 컵라면… 먹고 싶은데 둘이 비밀을 지켜줄지가 미지수였다.

* * *

카트에 기대서 흐물거리는 영빈 형의 얼굴이 조금 퀭했다.

“형, 잘 못 잤어요?”

“아,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정리하다 보니까 아침이더라.”

“어휴. 가서 형은 좀 누워있어요. 재료 준비는 나랑 준이 형이 하면 되니까.”

준이 형이 빈이 형 어깨를 토닥여주더니 다시 등을 슬쩍 밀었다.

한자리에서 꿈지럭대지 말고 빨리 카트를 끌고 따라오라는 것 같았다.

저렇게 당근과 채찍을 같이 휘두르네….

이미 카트 가득 담긴 재료들을 질린 눈으로 바라본 영빈 형은 휘적거리는 걸음으로 준이 형을 따라갔다.

오늘은 힘찬이 생일을 기념해 색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망둥이 새끼의 난입 이후로 많이 불안해 보이는 힘찬이와 멤버들의 마음도 달래고 싶었다.

거기다 언래블 데뷔 후 첫 생일 파티니 멤버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팀장님에게 이야기했더니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공유 주방이라고 해서, 음식을 직접 조리해 나눠 먹을 수 있는 잘 꾸며진 공간을 대여해 주는 곳들이 제법 있다고.

분리된 공간이니 사생활도 보호되고 기분을 내기도 괜찮을 것 같다면서 추천해 주셨다.

곧바로 하준 형과 영빈 형에게 연락해 멤버들과 찬이 생일 축하 겸 리프레시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말과 팀장님의 아이디어를 전했더니 바로 동참해 주었다.

준이 형이 오랜만에 기특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는 내 모습이 좋았다.

경환 형과 세빈이에게도 내용을 전했고, 우리는 찬이를 속이기 위해 인원을 나눴다.

음식을 하는 우리 셋이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이전에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아직 꽤 남아있었기에 내가 비용을 내겠다고 했지만, 하준 형이 반대했다.

비율을 다르게 하더라도 멤버들도 모두 참여하는 게 더 뜻깊을 거라는 이유였다.

숙소의 주방이 전에 비하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혼자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공유 주방이라는 곳에 더 큰 흥미가 돋았다.

오늘을 위해 위캠에서 수많은 요리 영상을 섭렵했다.

왠지 마음은 이미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이왕이면 멋있어 보이고 비교적 하기 쉬운 음식을 찾다 보니, 결국은 고기였다.

그렇게 정해진 메뉴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내가 스테이크를 굽고, 영빈 형이 파스타를 하고, 하준 형이 보조해 주는 걸로.

“와, 진짜 내가 살다가 직접 스테이크를 굽는 날이 생길 줄이야….”

“환이는 나중에 형이랑 살자. 밥만 해줘라, 청소는 형이 할게.”

활기찬 마트 안을 헤집고 다니면서 온갖 재료들을 고르니 신나게 먹을 생각에 흐물거리던 영빈 형도 점점 살아났다.

우진 형이 질 좋은 고기를 파는 곳을 안다며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구해다 줬고, 우리 이동까지 챙겨줬다.

언제 한번 우진 형이랑 팀장님한테도 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팀장님이 대신 예약해 준 공유 주방은 단정한 외부 모습과 달리 안쪽의 룸은 굉장히 포근한 느낌이었다.

바닥에는 푹신한 느낌의 러그가 깔려있었고, 그 뒤에는 기다란 소파가 놓여있었다.

“영빈 형, 저기서 한숨 자. 재료 손질 끝나면 깨울게.”

“너 혼자 어떻게 다하냐.”

“야, 난 없는 사람 취급이냐?”

“아, 준이 너 있었지.”

잠시 맏형 둘이 세상 유치하게 투닥거리더니 결국 영빈 형은 소파에 누웠다.

길쭉한 다리가 소파 밖으로 삐져나오는 게 괜히 짠해서 한번 측은하게 바라봐 줬다.

그리고 이때를 대비해 막둥이가 챙겨준 앞치마를 준이 형에게 내밀었다.

“…이거 꼭 해야 되냐.”

“네.”

“그래….”

그렇게 하준 형과 나의 대 환장 시간이 시작됐다.

익숙지 않은 주방이라 도구를 찾아 헤매고, 하준 형과 동선이 겹쳐서 서로 멈칫하기를 여러 번.

제일 환장이었던 건 매쉬드 포테이토를 한다고 까불어서 뜨거운 감자를 까야 했던 일이었다.

“이걸! 내가! 왜! 한다고 까불어서!”

“환아, 정신 차려!”

가루로 된 걸 사서 그냥 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릴걸.

굳이 해 먹는 게 맛있다고 감자 사서 삶고 껍질 벗기고, 으깨고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 거지?

옆에서는 준이 형이 단호박과 씨름하고 있었고, 이어폰을 꽂은 우리 영빈 형은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그래, 형이라도 잘 자서 다행이다….

그나마 멤버들이 먹는 것들로 가니시를 준비하느라 사람마다 재료가 조금씩 달랐다.

채소를 아무거나 잘 먹으면 소 포장된 당근이나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같은 게 들어있는 팩을 샀을 텐데,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채소랑 안 친했다.

덕분에 한껏 마트에서 신났던 나는 미니 새송이버섯과 양파, 브로콜리, 방울토마토를 집었고, 지금의 내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었다.

수프도 그냥 크림수프 사다가 끓여 먹으면 되지 단호박 수프는 얼어 죽을.

애들이 오면 면을 삶고 고기를 굽기 시작할 테지만,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움직였다.

만약 미리 와서 준비하지 않았다면 주린 배를 움켜잡은 멤버들의 원망을 받을 뻔했다.

“형, 슬슬 애들 오라고 해야 하지 않아요?”

“우진 형한테 연락할게. 빈이도 깨워야겠다.”

수프가 눌어붙지 않게 젓고 있던 나 대신 준이 형이 우진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에 장난기가 가득 담긴 하준 형의 모습은 또 오랜만이라 곧 이어질 우리만의 시간이 나도 조금은 기대되기 시작했다.

* * *

게임하다 형들이 부른다는 말에 접고 일어났는데 우진 형이 처음 보는 곳으로 데려왔다.

“여기 어디야?”

“오늘 여기서 밥 먹자던데?”

“야이씨, 그럼 미리 말을 해줘야지!”

낯선 곳에 도착하니 츄리닝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나온 내 모습에 창피해져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분명히 둘 다 알면서도 말 안 해준 게 틀림없었다.

어쩐지 겜방에 도착한 날 보고 묘하게 웃더니만….

“왔어?”

“거봐, 쟤 그냥 츄리닝 입고 나올 거라고 했잖아.”

“어쩔 수 없지 뭐.”

“이게 다 뭐야?”

생일이라고 깜짝 파티 같은 걸 하려나 싶었는데 아예 다른 곳을 빌릴 줄은 몰랐던 터라 조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아늑해 보이는 공간에 온통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고, 환이랑 두 형님들은 앞치마까지 하고 있었다.

“자자, 너희 손 씻고 앉아. 다 됐으니까.”

“시간 진짜 잘 맞췄다. 그치?”

한쪽에 놓인 기다란 테이블에는 내가 좋아하는, 딸기가 올라간 초코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씨, 생일이라고 막 이렇게 안 해줘도 되는데.”

“뭐래. 그냥 겸사겸사거든?”

“우리 화니, 그래쪄요?”

“야야, 오늘은 환이한테 까불면 안 돼. 너만 고기 못 먹는다?”

스테이크 특유의 고기 향과 버터 향에 넋이 나가 있던 나는 사납게 올라가는 환이 눈을 보고 냉큼 자리에 앉았다.

적어도 밥 줄 때만큼은 환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먼저 내준 단호박 수프는 부드럽고 단맛이 돌아서 앞으로 나올 메인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끝도 없이 올라갔고, 영빈 형이 들고 온 파스타는 내가 좋아하는 로제 파스타와 오일 파스타였다.

“새우!!”

“그래, 새우 많이 먹어라.”

“누가 보면 굶긴 줄 알겠다.”

“오늘은 굶긴 했지.”

“말이나 못 하면….”

곧이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스테이크가 큼직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나도 스테이크 구워본 건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 그냥 먹읍시다.”

“에이, 우리 환이면 당연히 맛있겠지.”

“아, 몰라. 그냥 먹자.”

괜히 퉁명스럽게 삐죽거리는 게 쑥스러워서 저런다는 걸 알면서도 한결같이 놀리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자신 없다는 둥, 대충 먹으라는 둥 투덜거린 모습에 반해 매쉬드 포테이토부터 가니시까지 일일이 멤버들을 따로 챙겨서 준비한 게 티 나는 데, 지환이는 늘 저렇게 쑥스러워했다.

“사진 다 찍었지?”

“당연하죠! 나중에 솜뭉치들한테 자랑할 거야!”

“단체 사진도 찍자.”

“맞아, 남는 건 사진뿐 이랬다.”

스테이크는 내가 여태 먹어본 것들 중에 가장 맛있었고, 그건 멤버들 모두 동일했는지 우리 접시는 채소 한 조각 남지 않고 깔끔하게 비어 있었다.

“와, 진짜 배부르다. 여기가 천국인가.”

“케이크까진 먹어야지.”

“자, 노래 불러줘요. 기다릴 테니까.”

“아무튼 저거 어지간히 뻔뻔해.”

이렇게 뻔뻔하게 굴어야 가뜩이나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멤버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걸 알기에 난 언제든지 뻔뻔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식사 시간 내내 우리는 들떠있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서 서로를 축하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못내 감사했다.

“진짜 우리 멤버들 밖에 없네.”

“이걸로 이번 생일 선물은 퉁친다?”

“차고 넘치지!”

분위기는 나른했고, 그동안의 팽팽했던 신경줄이 물먹은 종이처럼 흐물흐물해졌다.

그날부터 매일같이 쫓기는 꿈을 꾸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내색할 수 없었기에 정신이 점점 한계에 몰리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이렇게 확 풀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멤버들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툭 진심을 뱉어버렸다.

“우리가 이렇게 여섯 명이라 진짜 다행이야.”

“응?”

“여섯이라 먹이는 나는 힘들다….”

늘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게 힘들었던 탓에, 삐뚤게밖에 말하지 못하는 나를 멤버들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내가 들떠있어도, 가라앉아있어도 누구도 캐묻지 않았고, 그저 옆에 같이 앉아있어 주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조절되지 않는 스스로가 못 견디게 힘들었던 나는 그냥 늘 웃는 걸 택했다.

과장되게 행동하고 장난치고 떠들면 그게 익숙해진 사람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기분이 되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편했다.

늘 가슴속 한구석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마음이 웅크리고 있었고, 그걸 풀어낼 수 있는 건 춤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지 않아? 다 어디 한구석이 모자란데 우리는 겹치게 모자라진 않잖아.”

“와, 또 그렇게 우리를 모자란 아이들로 만들고….”

“저게 사실이라 더 아프고.”

회사 사람들도 카메라도 없고, 신경 쓸 사람들도 없어서 다들 풀어진 탓인지 늘 말할 때 조심하는 준이 형도 농담 같은 진담을 던졌다.

“이런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좋다.”

“여러분, 매번 이렇게 먹는 건 무립니다.”

“우리끼리 있으면 엥겔지수가 너무 높아질 것 같긴 해.”

“오늘 먹은 스테이크 한우야.”

“헐, 어쩐지 엄청 맛있더라….”

이렇게 여섯 명이 우리 멤버들이라 나는 일생의 행운을 여기에 다 밀어 넣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도, 감정 컨트롤에 실패해서 이유 없이 틱틱거려도 늘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멤버들은 알까?

늘 휘청거리는 내가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준이 형.

감정에 잡아먹혀 허우적댈 때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안아주는 영빈 형.

먼 미래에도 우리가 함께일 거라는 확신을 만들어준 경환 형.

항상 내가 선을 넘지 않도록, 마음 상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겨주는 내 친구, 환이.

내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을 때 가벼울 수 있게 해주는 막둥이 세빈이.

“와, 진짜 역대급 쩌는 생일이다!”

“이제 찬이가 우리 생일 때 어떻게 해주는지 지켜본다.”

“내가 밥해줄까?”

“아서라. 또 불내려고?”

다행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언래블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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