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꽃길을 위해 (134)화 (134/456)

134.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3)

- 나 이거 보고 눈물 나서 같이 울어줄 사람 구함….

우래기ㅠㅠㅠㅠㅠㅠ

https://ltt.com/Unravel/status/20170610201708?s=20

#for_솜뭉치

작은 환이 솜뭉치들에게 보내는 선물

▶ 환 - 이별 By lulu (COVER)

ㄴ기다려바 나 휴지 새로 꺼내와야 하니까ㅜㅜㅜㅜㅜㅜ

ㄴ이게 무슨 일이야… 누가 우리 애 울렸냐 ㅠㅠㅠㅠ

ㄴ미쳤다… 이게 어떻게 18살 노래야ㅠㅠㅠㅠ 동네 사람들!! 우리애 노래좀 들어봐요ㅕㅠㅠㅠ

- 나 작은 환 노래 듣고 기억 조작된 것 같아…. 이건 마치 동네 소꿉친구였던 첫사랑이랑 10년 알콩달콩 사랑하다 갑자기 불치병 판정받고 먼저 떠나보낸 기분이야… 내 맘 뭔지 알지?ㅠㅠㅠㅠㅠㅠㅠㅠ

ㄴ난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환생해서 만났는데 집안 차이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어서 헤어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ㅠㅠㅠ

ㄴ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울 엄마 생각나서 통곡하고 옴…. 아 진짜 ㅠㅠㅠ

- 아니 진짜, 이게 18살 감성 맞냐…? 나 지금 너무 심장 울렁거려서 어지러워

ㄴ나 이 곡 원곡 원래 좋아하는데 원곡이랑 너무 느낌이 달라 근데 진짜 리얼로 팬심 빼고 들어도 작은 환 커버 미친 듯

ㄴ작은 환 모르는 사람이 이거 들었으면 진짜 애인이랑 헤어져서 울면서 부르는 줄 알겠어 ㅠㅠㅠㅠ

ㄴ근데 작은 환은 실제로 울지 않고 부르는 게 더 충격….

ㄴㅇㅇ 애기 우는 거 같았는데 안 울고 있어서 더 뭔가 울컥했어ㅠㅠㅠㅠㅠ

-타돌 팬인 실친한테 노래만 들려줬더니 제목 물어봐서 제목 알려줬는데 왜 여자 곡만 나오냐고 묻는다 ㅋㅋㅋㅋㅋㅋ커버라고 알려줬더니 나한테 욕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솜뭉치가 또 늘어나나요

커뮤니티는 커뮤니티대로 지환의 노래 영상을 듣고 울었다는 사람이 속출했고, 공식 SNS에 올린 글에는 수많은 솜뭉치들이 댓글을 달고 있었다.

공통된 의견은, 정말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것 같은 절절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

그로 인해 조심스럽게 그들 사이에서 나온 말은 지환의 가정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친한 지인들과만 먼저 떠난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부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뻐했다.

우리 애 노래가 정말 많이 늘었다는 점도 팬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지만, 팬들을 위해 준비한 마음이 너무 예뻐서 기뻐했다.

더불어 한창 싹이 자라고 있는 해외 팬들을 위한 자막 버전을 재빠르게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다.

해외 팬들은 솜뭉치라는 단어의 생김새가 귀엽다고 좋아했지만, 실제 발음과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워했다.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fluffy’였다.

솜뭉치와 뜻이 가장 비슷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왔고, 어감이 귀여워 기존의 팬클럽 이름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리고 ON 엔터에서는 이런 흐름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후 예정되어 있는 팬클럽의 창단을 위해 해외 팬들에 대한 부분들도 고려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고 있던 참이었다.

더불어 한참 뮤직비디오 촬영에 힘을 쏟고 있는 멤버들은 모르는 사이, 지환의 영상 공개 다음 날 또 다른 영상이 SNS에 업로드되었다.

복도를 비추던 카메라가 노이즈가 낀 것처럼 몇 번 깜박이더니 화면에 두 명의 소년이 연습실 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리문 너머인지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둘은 진지하게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동그란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적기도 하고 손짓까지 섞어가며 열심이었다.

부스스한 뒤통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화면에 소년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났다.

힘찬이었다.

이어 바닥에 앉아있던 조금 더 작은 소년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박자를 세듯 바닥을 두드렸다.

단정한 진한 갈색 머리칼이 소년의 고갯짓에 따라 찰랑거렸다.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소년의 눈망울이 유난히 초롱초롱했고, 굳게 앙다문 입술이 붉었다.

언래블의 막내이자 현재는 팀의 실질적인 실세라는 세빈이었다.

세빈이가 박자를 세는 동안 찬이는 몸을 움직였다.

헐렁한 반팔 티가 힘찬의 움직임에 따라 ‘팡!’하는 소리가 날 것처럼 강하게 출렁였고, 손목과 팔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자로 잰 듯 절도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빈이가 고개를 흔들자, 이번엔 조금 더 힘을 뺀 듯 동작이 부드럽게 흘러갔다.

둘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번엔 힘찬이가 앉고 세빈이가 일어섰다.

똑같은 동작이었지만, 둘의 움직임은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힘찬이가 움직이던 모습이 태풍에 일어난 거대한 풍랑이라면, 세빈이의 움직임은 그 파도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 마리의 새였다.

새로운 안무에 대한 고민인 듯 끊임없이 무언가 의견을 나누고 메모하고 잘 풀리지 않는지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면서 동작을 다듬고 있었다.

움직임의 동선에 대해 고민하는 듯 둘은 서로 위치를 바꾸기도 하면서 방금 전 고민하던 몇 가지 동작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밖의 카메라가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자 발딱 자리에서 일어난 힘찬이가 쪼르르 문 쪽으로 다가왔다.

그사이 얼마나 움직인 건지 날카로워진 턱선 밑에는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대충 손으로 문질러 닦은 힘찬이가 외쳤다.

“형이다!”

“어? 왜 카메라?”

“솜뭉치들한테 인사하자, 얘들아.”

“으악! 아직 완성 안 된 건데!”

카메라를 든 게 매니저였는지 멤버들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부끄러웠는지 투덜거리는 두 소년에게 말하는 직원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솜뭉치들, 오늘 본 거 비밀! 진짜로 멋지게 완성해서 조만간 보여줄게요.”

“기대해 줘요!”

힘찬이가 윙크하며 카메라에 손을 흔들었고, 뺨이 붉게 물든 세빈이가 그런 찬이 옆에서 파이팅하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화면이 까맣게 물들고 화면에는 ‘Who's next?’라는 단어가 느릿하게 깜박이다 사라졌다.

끝이 아니라 이어질 다음 멤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문구에 솜뭉치들은 열광했다.

확실히 한껏 기량에 물이 오른 듯한 환이의 노래와 팀에서 춤을 맡고 있는 힘찬, 세빈이의 연습 영상은 새로운 앨범이 정말 머지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언제쯤 다음 영상이 올라올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휩싸인 솜뭉치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자정, 위캠의 언래블 공식 채널에는 하나의 영상이 더 업로드되었다.

새까만 화면이 몇 초간 보이다 점점 흐릿한 무언가가 형체를 갖춰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바다의 한 장면이었다.

짙고 푸르다 못해 검푸른색의 바다였다.

구름이 잔뜩 몰려들어 달마저 희미한 하늘, 그리고 정적으로 휩싸인 바다.

몇 초간 고요하던 바다가 점점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칠게 부는 바람에 무섭게 출렁였다.

그렇게 사방을 덮어버릴 것처럼 거칠게 춤추던 파도 사이에 작은 배 한 척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파도에 휩쓸려 저 어둡고 깊은 물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배는 조금씩이지만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배 앞에 짙은 안개로 휩싸인 하나의 섬이 있었다.

우뚝 솟은 산의 끝자락이 안개 너머로 보일 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섬을 향해 그렇게 배는 조금씩 나아가며 영상은 끝났다.

그렇게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Act II’.

언래블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원래 상담 내용은 발설하지 않는다.

그것이 상담사로서의 기본 철칙이었다.

그러나 계약 당시 회사는 성인 멤버들의 동의서와 함께, 미성년자 멤버의 보호자들에게서 상담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서류를 제시했다.

내담자의 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단 한 명, ON 엔터의 김소현 팀장에게만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공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팀장 또한 내담자의 직계 보호자 중 내담자가 지정한 1인에게만 내담자의 상태를 공유한다는 내용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비밀 유지 서약서의 개념이었다.

노찬영은 사실 내키지 않았다.

당사자가 동의했다고 하나 회사에 매여있는 사람들이 이 내용을 이야기했을 때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반감도 있었다.

다만, 대표로 먼저 인사를 나눴던 하준이라는 내담자와의 대화 후 심사숙고 끝에 상담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라포, 즉 내담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모든 아이들과 한 번의 상담을 마친 노찬영은 상담 내용에 대해 복기했다.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힘찬이라는 18세 소년이었다.

평소 성격은 활달한 편이라고 했고, 상담이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에서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최대한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구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대방에게 대화의 주제를 고정시켜 자신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가장 어렸던 세빈이라는 소년은 냉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솔직한 편이었다.

팀의 멤버들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게 짧은 시간 안에 보일 만큼, 상담 중 몇 번 멤버들의 이름을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웃곤 했다.

자신의 이야기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경환은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 대답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상담을 겪어본 적 있는 것 같았지만, 그 결과가 본인에게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았다.

최근 있었던 일 이외에 다른 어떤 고민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영빈은 굉장히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상담을 처음 받아보는 거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상담이 어떤 방향으로 자신에게 도움 될 수 있는지를 되묻기도 했다.

일상적인 주변 상황의 이야기나 날씨, 관심사 이야기를 할 때는 느리지만 확실한 어조로 답을 했다.

다만, 자신이 아닌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굉장히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장 처음 마주했고 상담을 결심하게 한 하준은 자신에게 ‘그 사건’이 정신적인 충격을 주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라포 형성 중 갑자기 자세를 곧게 바로 세우더니 시선을 맞춰왔다.

버릇인 듯 보이는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최근 깊게 잠들지 못한다고 말하며, 이런 것들도 당시 사건의 영향일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물어오기도 했다.

반면 가장 흥미로웠던 건 마지막에 상담한 지환이라는 내담자였다.

찬영은 최대한 상담실과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소파 배치를 회사에 부탁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상담이기에, 처음 의자를 고를 때의 모습에서도 많은 정보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환은 처음부터 상담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해한 인간인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더불어 준비된 장소에 들어오면서 빠르게 내부 환경을 확인하더니, 상담했던 소년들 중 유일하게 직접 소파를 이동시켜 자신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거리를 만들어냈다.

여러 주제로 대화를 시도했을 때도 가장 평범한 것들을 일부러 골라 대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작 한 번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것들만으로 내담자에 대해 확정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노찬영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이들 중 가장 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힘찬과 지환이라는 두 소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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