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꽃길을 위해 (56)화 (56/456)

56. 어떻게 생각해?(2)

“우리 솜뭉치! 잘 있었어요?”

“찬아! 혼자 가면 어떡해!”

“아, 맞다. 솜뭉치들 잠깐만요!”

지금 나랑 힘찬이가 뭘 하고 있냐면… 회사에서 퇴근 중이다.

왜 찬이랑 나 이렇게 둘이 있냐 하면.

“네? 왜 저희 둘만 있냐구요? 하하, 나머지 멤버들은 숙소 치우러 갔죠!”

그래, 저 이유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있어도 도움이 전혀 안 되는 힘찬이와 그런 힘찬이가 사고 치지 않도록 컨트롤할 수 있는 내가 회사에 남았다.

아, 포잉도 내 옆에서 카메라 들고 폴짝거리는 힘찬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저 인간은 늘 이해가 안 됨.’

‘괜찮아, 나도 이해가 안 되니까.’

“지환아, 지환아.”

“응? 아, 솜뭉치들 잘 있었어요? 제가 지금 찬이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미안해요.”

“우리 솜뭉치들이 너 왜 또 부처님 미소 짓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망나니 같은 널 데리고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한 웃음이라고 전해줄래?”

“네! 그렇대요. 하하, 내가 왜 망나니냐, 애늙은이야!”

둘이 있는데도 오디오가 안 빈다.

물론 그 오디오의 70%가 찬이 몫이라 나에겐 참 다행이긴 한데.

“찬아, 그쪽으로 가면 안 되지. 가만있어 봐.”

“어어? 아. 응.”

오늘따라 더 하이 텐션이긴 한데, 이해할만한 상황이라 그저 자꾸 이상한 쪽으로 가는 힘찬의 목덜미를 잡아다 방향만 틀어줬다.

“여러분, 길 다닐 때는 꼭 앞을 보고 다녀야 해요. 핸드폰 보고 다니다가 큰일 나요. 제가 경험했잖아요?”

“와, 되게 우리 엄마 같았다….”

“어머님이 나보다 더 속 썩으셨겠지. 어휴….”

“아니, 순식간에 날 이렇게 불효자를 만들어? 솜뭉치들 봤죠? 지환이가 맨날 저 이렇게 괴롭혀요!”

걸으면서 핸드폰 보다가 교통사고 나서 양쪽 세계 지환이가 둘 다 이승 떠난 내 경험담을 풀어줄 수도 없고 나 참.

슬쩍 본 채팅창에는 힘찬이 귀엽다는 메시지와 나에게 고생이 많다는 메시지가 번갈아 가며 올라가고 있었다.

솜뭉치들이 어떤 얼굴로 이 영상을 보고 있을지 익히 짐작돼서 슬쩍 웃으며 카메라 렌즈를 향해 작게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줬다.

“어? 지환아 그게 뭐야?”

“응? 하트.”

아, 이것도 아직 유행 전인가?

혹시나 해서 포잉을 바라봤더니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날 외면해버렸다.

“오, 솜뭉치들이 그거 귀엽대. 나도!”

그러면서 자기 얼굴에 대고 손가락 하트를 하는 모습이 제법 귀여워서 웃었다.

“저희 찬이 귀엽죠? 얘가 입만 덜 열면 참 귀엽고 괜찮은 앤데….”

“언제는 내가 있어서 재밌다며.”

“것도 그렇지.”

회사와 숙소는 멀지 않았지만 걸어갈 수는 없었다.

길거리의 모습과 간판 하나하나가 사생팬들에게 정보가 될 테니까.

매니저 형이 모는 차에 타서도 우리 만담은 끝나지 않았다.

손가락 하트를 솜뭉치들이 생각보다 좋아했다. 간간이 외국어도 보였다.

“해외 솜뭉치 분들도 계신가 봐요. 와…. 어떻게 알았지? 고마워요! thank you!”

“ありがとう. 谢谢.”

대다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번역기를 통해서 올리는 어색한 한국어도, 눈이 하트로 가득 찬 이모티콘도 모두 너무 귀여워서 웃으며 고맙다는 말에 마음을 담아 전했다.

“아, 저희가 수다 떠는 동안 도착했네요.”

“찬아, 잠깐만. 솜뭉치들 잠시만요.”

차에서 내리기 전 검은 종이를 가져다 카메라 렌즈를 가렸다.

“보안을 위해서 잠시 화면을 가렸어요. 미안해요.”

“답답해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먼저 올라간 우진 형이 멤버들에게 언질을 해두었는지 문이 빼꼼 열려있었다.

“자아, 하나, 둘, 셋!”

“솜뭉치들, 안녀엉!”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서 와요, 솜뭉치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우리가 솜뭉치들에게 다시 인사를 하는 동안 우진 형이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았다.

“우리 집에 놀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빈이가 부끄러워하면서도 형들이 시킨 멘트를 잘 해냈고 영빈 형은 평소보다 조금 붉어진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와, 저랑 지환이만 있을 때보다 메시지가 엄청 빨리 올라가요! 솜뭉치들이 날 별로 안 좋아하나 봐.”

“6명 다 있으니까 더 좋아하는 건 당연하지. 왜 서운해하고 그래.”

가끔 힘찬이가 천연으로 치는 저런 멘트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지금도 힘찬이가 한 말 때문에 채팅창에는 그게 아니라는 말들과 힘찬이를 사랑한다는 솜뭉치들의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가고 있었다.

육체 나이는 동갑이래도 정신적인 나이가 같을 수 없어, 힘찬이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말썽꾸러기 동생이 생긴 기분이었다.

“엇, 머리 헝클지 마, 이놈아. 솜뭉치들! 지환이는 자꾸 지가 형처럼 굴어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쟤가 착하지 않다니까요!”

“이 중에서 네가 제일 정신연령 어리긴 하지.”

“가끔 저한테도 찬이 형은 동생 같기도 해요.”

하지만 멤버들 중에 힘찬이 편은 없었다.

경환 형과 세빈이가 한마디씩 보태자 툴툴거리던 힘찬이 결국 세빈의 옆구리를 공략하기 시작했고, 간지럼에 약한 세빈이는 작은 비명과 함께 바닥에 철퍼덕 누워버렸다.

“자, 쟤들은 버리고 저희 집 구경시켜드릴게요.”

그런 모습이 하루 이틀이 아닌지라 자연스럽게 카메라 앵글에서 빼버린 나는 우리 옆방 문 손잡이를 잡았다.

“사실 여기가 원래 좀…. 네, 그랬어요. 네? 그 뒷말이 궁금하다고요? 에이, 다들 아시면서.”

웃음으로 얼버무린 나는 하준 형에게 눈빛을 보냈고 열어도 괜찮다고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 문을 열었다.

“짠, 여기가 준이 형이랑 C.I 형, 찬이가 쓰는 방이에요. 방주인들이 소개하는 게 낫겠죠?”

“네, 방주인 하준입니다. 솜뭉치들한테 보여주려니 부끄럽네요.”

최대한 열심히 정리한 흔적이 보였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을 남기기 위해 다 치우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 결과 빈 침대 위에는 꽤 많은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하준 형은 저 물건이 모두 찬이 거라는 말을 남기자 채팅창에는 왜인지 수긍한 솜뭉치들의 말들이 올라왔다.

“왜죠? 여러분 왜 수긍해요!”

“네 평소 행실을 탓해라.”

“저 나름 깔끔해요! 정리를 잘 못해서 그렇지….”

슬슬 친밀도가 쌓인 건지 솜뭉치들도 ’찬아, 우린 다 이해해!’,’미안해, 찬아! 준이 말에 바로 수긍이 가서 ㅋㅋㅋㅋㅋㅋㅋ’ 등의 편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간단하게 옆방을 보여주고 내가 쓰는 방을 보여줬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잘 정돈된 모습과 깔끔한 빈 침대를 보면서 솜뭉치들은 역시 생각했던 대로라는 반응이었다.

그 모습에 찬이가 카메라 너머에서 억울해했지만 우리 모두 못 본척해 줬다.

“아, 주방은 거의 환이 영역이에요.”

“어쩌다 보니 제가….”

“아침에 과일 주스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가끔 밥도 해줘요.”

“네, 여러분 제가 이렇게 식모로 잡혀있습니다. 살려주세요.”

하준 형과 경환 형이 한마디씩 던지고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솜뭉치들에게 불쌍한 척을 하자 채팅창에 무수한 ’ㅋㅋ’와 함께 결혼하자는 말도 보였다.

“여러분 잊으셨나 본데, 저 미성년자예요. 철컹철컹이요!”

“환이 액면가가 그렇게 안 보이나 보네?”

“와, 솜뭉치들 그런 거였어요? 상처….”

그 후에는 평소 숙소 생활에 대한 질문들이 여럿 올라왔고,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하나씩 대답을 해주었다.

“청소는 다 같이 하는 편인데 보통 지환이랑 영빈이가 많이 해요.”

“쓰레기 내다 놓는 건 C.I 형이랑 찬이 형이 해요.”

“우리 세빈이가 설거지에 자부심이 있어요.”

“빨래요? 빨래는 하준 형이요! 향에 민감해서 섬유 유연제도 꼭 쓰던 것만 써요.”

신나게 떠들던 멤버들이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거실 바닥에 모여서 철퍼덕 퍼지기 시작하자 하준 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얘들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지만 너무 자연인이지 않니?”

“솜뭉치들은 우리 일상이 궁금할 테니까 솔직하게 보여줘야지!”

“평소보단 그래도 봐줄 만하네요.”

평소보다 봐줄 만하다는 세빈이 말에 채팅창에 평소 모습이 궁금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고, 조금 난감한 얼굴을 하던 영빈 형이 한숨을 작게 내쉬며 말했다.

“솜뭉치들, 우리는 여러분 안의 언래블을 지켜주고 싶어요.”

“이미 그런 거 없나 봐요, 히스 형.”

“솜뭉치들 참아줘요….”

하준 형이 평소처럼 벽에 기대서 그렇게 말하는 사이, 이미 힘찬은 슬금슬금 영빈 형의 다리 위에 머리를 올렸고 세빈이는 내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우리 애들 너무 자연인이야. 아, 환장….

“그냥 평소에 이렇게 대충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요. 그날 연습했던 것들, 앞으로 스케줄, 혹은 작곡하는 것들이나… 음, 서로 의견이 필요한 것들도 말하고…. 그냥 일상 얘기가 대부분이에요.”

결국 내 손까지 건너온 셀카봉을 이리저리 잘 조절해서 겨우 멤버들이 다 보이도록 잡고, 평소 숙소에서 무얼 하는지 등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눈 뒤 우진 형을 바라보니, 이제 끝내라는 신호를 주었다.

“솜뭉치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저희 숙소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보여줬는데 어땠어요?”

“저희 이러고 살아요!”

“다음에 또 봐요!”

인사를 하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우리는 방송이 모두 꺼진 줄 알았고, 방심한 힘찬이 우진 형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우진 형, 근데 팬싸 날짜 언제 정해요?”

“어? 지환아! 이거 안 꺼졌어!”

“네? 왜지!”

당황한 내가 황급히 종료 버튼을 연타했고 지켜보던 우진 형이 꺼졌다고 말해주고 나서야 다들 정신을 주워 삼켰지만, 힘찬이 얼굴은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와, 스포했네. 어쩔.”

“…팀장님한테 전화 왔네. 힘찬아, 받을래?”

나와 우진 형의 말에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힘찬이 귀를 막고 안 들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우진 형이 내민 핸드폰 화면에 소현 팀장님이라는 이름이 반짝거렸다.

결국 우진 형이 1차로 전화를 받아서 상황을 설명했고, 2차로 건네받은 힘찬은 소현 팀장님의 잔소리에 어깨가 축 늘어졌다.

다행히 곧 공개할 예정이기도 했고, 힘찬의 말도 일정이 있다는 수준이어서 크게 혼나진 않았다.

다만, 조금 더 조심성을 기르라는 의미에서 한 소리 하셨던 것 같았다.

“내 입이 방정이네….”

“나도 꺼진 줄 알았어. 터치가 안 먹을 줄 몰랐지.”

“그래도 별로 안 혼나서 다행이네. 고생했다, 얘들아.”

“형도 얼른 가서 쉬세요. 고생하셨어요!”

시무룩 해하는 찬이를 달래며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우진 형에게 인사를 하고 나니 기운이 쪽 빠졌다.

“공카랑 커뮤에 얘기 나오겠지?”

“들어가지 마. 그리고 어차피 곧 공지될 텐데 뭐.”

“맞아. 솜뭉치들도 기대하고 더 좋아할 거야.”

회사에서는 여전히 댓글이나 기사를 되도록 보지 말라고 했고, 공식 카페 글들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었다.

슬슬 여기저기에서 언래블에 대해 호기심 어린 시선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글이 올라올지 알 수 없었기에 멤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였다.

“아, 우리 단체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릴까?”

“우진 형한테 물어보자!”

바로 냥톡으로 우진 형에게 얘기하자 흔쾌히 그러라는 말이 돌아왔다.

대표 아이디로 다 같이 사용하는 터라 모여앉아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자 힘찬이 한마디 보탰다.

“아까 환이가 손가락으로 하트 만들었는데 솜뭉치들이 귀엽다고 그랬어. 우리 다 같이 그거 하고 찍을까?”

“어떻게 하는 건데?”

이렇게 또 내 업보가 쌓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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