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꽃길을 위해 (32)화 (32/456)

32. 괜찮아(3)

“얘들아, 모여봐.”

넋이 나간 것 같은 멤버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건지 하준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곧 있으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정신 놓고 있다가는 물어뜯기고 탈탈 털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게 뻔했다.

당장 나만 해도 혼이 자꾸 튀어 나갈 것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방금 포잉이 뒤통수를 세게 때려줘서 그나마 정신줄을 부여잡지 않았던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내가 한 것은 포잉에게 대기 중인 기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무슨 얘기들을 하는지 확인해달라 부탁하는 것이었다.

좀비처럼 어기적거리며 하준의 주변으로 모여든 멤버들을 보자 짠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리 되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 그렇지?”

“네….”

“우리 노력이 모자랐어? 남들보다 못한 것 같아? 난 아닌 것 같아. 너희들이 노력한 거 나는 봐서 알잖아.”

“하준이 형….”

힘찬이 울망울망한 눈으로 하준을 바라봤고, 나는 단호하게 힘찬에게 말했다.

“울지 마. 화장 지워진다. 울 거면 무대 다 하고 울자.”

“매정한 자식.”

“지환이 말이 맞아. 우리 기죽을 것도 없고 울 것도 없어. 연습한 것만큼만 하면 되니까.”

“그렇긴 한데….”

하준이 나서서 멤버들을 다독이자 긴장이 가득했던 눈빛들이 가라앉았다.

리더가 다독인다고 마음 다잡고 결연해지는 그런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흐뭇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준이 형, 지환이가 또 이상하게 웃어.”

“냅둬…. 쟤가 정신 차린 것만 해도 다행이야.”

아까 꿈 어쩌고를 중얼거렸던 게 충격이 컸던지 하준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내버려 두는 것 같았다.

“기자들은 걱정하지 마. 어차피 신인들한테 하는 질문은 뻔해. 전에 팀장님이 주셨던 예비 질문지 있지? 그것만 잘 봤으면 괜찮을 거야.”

몸이 굳지 않도록 안무를 다시 확인하고 목을 풀고 하는 멤버들을 매니저 형도 나서서 다독여주었다.

그 사이 기자들을 염탐하고 온 포잉에게 여러 얘기를 전해 들은 나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ON 엔터에서 신인이 나온다고 홍보를 열심히 해서 오긴 왔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기대가 전혀 없는 양반들이 대다수였다.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다. 그래야 질문의 강도가 조금이라도 낮아질 테니까.

“뮤비 시작됩니다. 언래블 준비해 주세요.”

기자들을 대상으로 뮤비가 재생되고 그 후에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된다.

오늘 쇼케이스가 끝난 이후 앨범이 공개될 예정이라, 어떻게 보면 기자들이 처음으로 타이틀곡을 듣는 사람들이었다.

‘포잉, 기자들 반응 보고 와줘.’

‘날 참 알뜰하게 써먹는 구나….’

약간은 체념을 담은 포잉의 목소리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포잉은 터덜터덜 걸어서 기자들이 대기 중인 장소에 도착했을 때, 처음과 달리 진지한 눈으로 뮤직비디오를 보는 기자들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기자들이 조금씩 진지한 눈으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었다. 포잉은 꽤 의아했지만, 뮤직비디오와 타이틀곡을 떠올리자 납득 못할 것도 아니었다.

포잉이 지환을 위해 수많은 아이돌의 뮤비를 보고 분석하면서 끊임없이 피드백해 주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지환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공했다.

그렇게 나온 뮤비는 찍는 내내 감독과 스태프들도, 멤버들도 꽤 뿌듯한 얼굴을 하게 만들었다.

* * *

환하다 못해 눈이 부신 해변가에서 시원하게 입은 멤버들이 물장난을 치고 모래밭을 뛰어다녔다.

무엇보다 행복한 듯 환하게 웃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신나게 놀다 지친 아이들이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숲의 초입 공터에 둘러앉아 모닥불을 지피고 따뜻한 차를 나눠마시며 조잘조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행복한 모습이 분명하지만, 티저 영상 때처럼 배경으로 깔린 무거운 멜로디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윽고 하늘은 새까맣게 변하자 하나, 둘 졸음을 참지 못한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기대어 졸기 시작했고, 화면도 점차 어두워졌다.

그러다 갑자기 한 명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다급히 주변의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고, 무겁게만 깔려있던 멜로디가 점점 빠르게 변했다. 아이들은 숲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짐승의 울음소리와, 거친 숨소리,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말라버린 나뭇가지와 짓이겨지는 이름 모를 풀들.

그리고 끝내 흩어져 버린 아이들은 서로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높은 곳에서 내리꽂히던 시선이 노이즈 낀 오래된 화면처럼 깜박였다.

이윽고 화면이 암전되면서 휘갈겨 쓴 듯한 로고가 화면 위로 떠 올랐다.

[Unravel - I'm OK]

헤매는 것도, 조금 주저하는 것도 모두 괜찮을 줄 알았어.

약간 낮은 톤의 목소리가 자조하듯 흘러나왔다. 화면 안에서 교복을 입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 아이 두 명이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어둑한 길을 걷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하고 낡은 교복을 입은 하준과 경환이었다.

다들 말했잖아.

어차피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이게 뭐가 대수롭냐고.

화면이 조금 더 클로즈업되자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고 그걸 본 일부 기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들의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상처가 따가운지 얼굴을 찡그리면서 서로의 얼굴에 연고를 발라주는 모습이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갔다.

내가 가진 두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라고,

그렇게 알지도 못하면서 내게 손가락질해.

언래블의 두 래퍼가 서로에게 하소연하듯 힘을 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다시 화면은 고급스러운 내부의 건물 안으로 바뀌었다.

넓은 방 안에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 한 대. 그 앞에 앉은 세빈의 얼굴은 창백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얹을 수 없대, 나도 알아 그런 흔해 빠진 얘기는.

그래서 그 노력은 얼마만큼 해야 되는 건데?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입을 연 세빈의 미성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선이 카메라를 향했다.

마치 화면 밖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듯.

낡은 소파에 앉은 영빈의 탈색한 머리카락이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그는 손에 쥔 편지 한 장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표정 변화 없이 눈물만 투둑하고 떨구는 모습이 흡사 마네킹 같아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쉽게 이별을 고하고,

쉽게 믿는다고 해.

나는 믿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너는 그렇게 쉬웠을까.

미성의 고음과 나지막한 목소리가 듀엣을 이루며 화음이 점점 고조되고, 화면은 또다시 한강에 홀로 앉아있는 힘찬을 비춘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엔 억울함이 가득했고 손에 쥔 책은 구겨지고 뜯겨있었다.

I'm OK. Are you all right?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있었네.

I'm OK. Are you all right?

그래, 괜찮아. 아무것도 아닌 거니까.

묵직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리고 구겨졌던 책은 강물 너머로 사라졌다.

물결처럼 흔들리던 화면은 다시 다른 아이를 비췄다.

위태롭게 난간 위를 걷는 지환의 얼굴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권태로움이 묻어났고 손에는 티켓 한 장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너무 커다란 세상, 너무 커다란 의무.

그 안에 한없이 작은 나.

우리는 숨 쉬는 것도 버거운데 왜 당신만 그걸 모르죠?

화면이 까맣게 점멸했다. 지나쳐온 아이들이 모두 한 장의 티켓을 쥐고 있는 장면으로 바뀌고, 맑게 갠 하늘 아래 선착장에 모인 모든 멤버들이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괜찮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해볼게.

두려워서 눈물이 맺히겠지만 그래도 믿을게.

적어도 우리는 같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다 같이 배를 타는 뒷모습과 함께 화면은 까맣게 암전되고 그 뒤로 6개의 가면이 허공에 떠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드는 가면이 화면 너머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지고, 이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화면에는 [Are you all right?]라는 문구가 흐릿하게 떠오르다 연기처럼 흩어지면서 뮤직비디오가 끝이 났다.

* * *

“어우, 무슨 뮤비를 영화처럼 찍어놨네.”

“ON 엔터가 돈을 쏟아부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진짠가 봐?”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그 사이 행사장 내부가 밝아지면서 멤버들이 질문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이 세팅되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함께 풀어나갈 미래 언래블입니다!”

실수 없이 모두가 한목소리로 힘차게 인사를 건넸고, 짧게 개인별로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다행히도 기자들의 눈에 꽤 다양한 호기심이 묻어 나와 긴장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누가 말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이라고.

대중의 관심을 먹고 자라야 하는 아이돌에게 무관심보다 무서운 건 없었다.

포잉을 통해 사전에 욕하거나 찌라시를 떠들어 댔던 기자들을 모두 잘 외워둔 나는 뮤비가 재생되는 동안 멤버들을 모아 어느 기자들의 질문은 되도록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 해 두었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멤버들에게는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정 질문이 없어 그 기자들의 질문이라도 받아야 한다면 내가 받겠다고.

가지런히 앉은 멤버들은 각자 펜과 노트를 꺼내 놓고 마음을 다잡으며 진행을 맡아준 소속사의 배우님을 바라봤다.

연차가 있고 인지도도 훌륭한 선배님이었기에 적당히 기자들을 거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회사의 선택이었다.

“언래블의 쇼케이스 무대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장기준입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싱그럽게 웃은 선배님이 무난히 진행을 이어갔고, 기자들도 하나, 둘 손을 들어 질문하기 시작했다.

“신정 신문의 이태호 기자입니다. 뮤비가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컨셉에 대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아이돌에 대해 딱히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기자를 잘 골라낸 하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컨셉 회의 때 회사 분들과 저희가 함께 이야기했던 건, 부르는 저희가 공감해야 듣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가장 잘 노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그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데뷔가 코앞인 저희는 무서운 게 많았거든요.”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는 하준의 모습이 가슴 찡한 울림을 주었다.

팀 내에서 리더 역할 한다고 맨날 골골대고 동생들한테 치이던 하준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누구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대답하고 있었다.

지금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언래블의 리더 하준 그 자체였다.

“두려움이란 게 너무 추상적인 감정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멤버들이 각자 표현할 수 있는 두려움을 형상화했고, 마지막에 보신 가면이 그것입니다. 누가 어떤 두려움을 맡고 있는지 찾아보시는 것도 뮤직비디오를 즐기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바로 이어 질문하는 기자에게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간 하준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유롭다고 생각할 만큼 흐트러짐이 없었다.

테이블 아래로 꽉 쥔 주먹은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태양 일보의 최주영 기자입니다. 데뷔 앨범인데 수록곡에 멤버들의 곡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곡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C.I입니다. 제가 작곡한 곡은 ‘점멸’이라는 곡입니다. 어두운 곳에 있을 때 깜박이며 길을 인도해 주는 등을 점멸등이라고 하는 것처럼, 조금 더 편하게 길을 더듬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곡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오늘 자정에 공개되는 앨범을 확인 부탁드립니다.”

기자회견을 공식 홈페이지와 위캠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팬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보다 훨씬 듬직한 모습으로 앉아서 침착한 대응을 하는 경환의 모습은 내가 봐도 새롭기까지 했으니까.

“종합스포츠 김민기 기자입니다. 아이돌 창조라는 프로그램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김우빈 군의 퇴출에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회사에서도 가장 우려했던 질문이 드디어 나왔고, 나는 멤버들에게 눈짓을 준 후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언래블에서 리드 보컬을 맡은 환입니다. 서로의 명예를 위해 자세한 언급은 않는 것이 좋겠다 판단되어, 회사와 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빈 형이 비록 불미스럽게 나가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많이 의지했던 형이기 때문에 저희에게도 큰 충격이었거든요.”

너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은 사전에 준비한 예상 질문 안에 있던 내용이어서 대응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파헤쳐 봤자 결국 김우빈만 털리는 일이고, 우리는 피해자들이었다.

그저 불똥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만 중요한 데뷔 무대를 앞두고 멤버들의 멘탈에 조금이라도 흠이 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에, 독종 스킬을 켜둔 내가 대답한 것뿐이었다.

표정 관리가 잘 되었는지 기자들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는 포잉이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네가 왜 날 기특해하냐….

이어진 질문들도 군데군데 날카로운 것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내가 마이크를 먼저 낚아채서 적당히 잘 돌려보낼 수 있는 선이었다.

꽤 많은 기자들이 노트북에서 손을 떼지 않고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지만, 포잉이 확인한 바로는 크게 문제 될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게 바로 포잉 치트키 효과라는 생각에 싱글싱글 웃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힘찬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와, 너는 어떻게 거기서 하나도 안 떨고 있냐. 난 그 사람들 눈빛이 엄청 무섭던데.”

“얘가 그런 걸로 쫄겠냐? 대표님 있는 데서도 자기 할 말 다 하던 앤데.”

그제야 긴장이 좀 풀린 모양인지 조금씩 웃는 멤버들이 기특해서 하나씩 바라보자 다들 질겁하며 몸을 피했다.

“또또! 저렇게 본다! 저거 꼭 그거 같아. 다 자란 닭을 보는 할머니 표정!”

“그게 뭐야?”

힘찬이 이상한 소리를 외치자 무대의상으로 갈아입던 경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어진 대답을 들은 나는 힘찬을 응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 시골집 가면 할머니가 손주들 오면 잡는다고 토종닭 키우고 그러잖아. 쟤가 할머니고 우리가 그 토종닭이 된 기분이야. 으악! 야! 옷 망가져!”

이 정도 헛소리를 할 상태면 긴장은 다 풀린 듯했고, 그 가상한 마음을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힘찬의 어깨를 힘껏 꽉 꽉 주물러주었다.

의상 망가진다, 아프다 소리를 지르는 힘찬의 모습은 일단 내 알바가 아니었다.

이게 다 힘찬이 너를 위해서란다.

도와달라는 힘찬의 손길을 웃으며 외면한 매니저 형은 우리에게 진짜 시작을 알렸다.

“얘들아, 이제 진짜 팬들 만나러 가야 하니까 준비하자.”

기자회견이 4시, 팬분들 앞에서 하는 무대가 6시부터 시작이었으니 그전에 한 번이라도 더 동선을 맞춰보고 멘트를 확인해야 해서 시간이 빠듯했다.

드디어 우리도 우리만의 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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