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전 세계 스케줄을 모두 처리하고 평양으로 돌아왔다.
“생각 이상으로 엉망진창입니다. 위원장님. 기초 숫자부터 다시 조사해야겠습니다.”
총리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데이터가 사실과 맞는 것이 없어 기본 사실조차 처음부터 다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평양에 있는 숫자를 전산화하고 있는데 문서마다 숫자가 달랐고 또한 실제 숫자도 달랐다.
“생각 이상으로 엉망이군요.”
“기본 작업부터 할 생각입니다. 베이스 숫자가 틀리면 무엇을 해도 다 옳지 않은 결과가 나옵니다.”
“총리님을 믿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나도 내가 맡은 북한군 장비 숫자 상세 점검을 지시했다.
중장비부터 점검.
북한에 있는 모든 탱크를 전수 조사했다. 3,000대쯤 있다고 서류에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2,000대도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1대 생산하고 2대 생산했다고 올렸으니 숫자가 뻥튀기되어 있었다.
1944년도 즉 6·25 전쟁 때 쓰던 것도 폐기하지 않고 서류에 올라 있었고, 실제 확인해 보았더니 버려진 지 30년도 넘어서 완전히 녹슬어 있었다. 버려진 탱크에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1960년도에 만들어진 탱크들도 완전히 녹이 슬었고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40~60년대에 생산된 탱크만 1,500대가 넘었다. 탱크 대부분이 허수였고, 기동이 불가한 것이었다.
1970년대 이후에 천마, 폭풍, 선군호의 신형 전차들이 있었으나 모두 T-62(천마호) 베이스에 부품만 조금 개량한 것이라 현대전 탱크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것도 만성적인 기름 부족으로 훈련을 거의 하지 못해서 선임 전차병이 전차를 몰고 기동한 거리가 총 20km도 되지 않았다.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위원장이 되면서 오래된 전차는 모두 폐기하였고, 그나마 천마호 베이스의 모든 전차는 동류전환 하여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3,000대의 전차가 250대밖에 남지 않았다.
최신 선군호의 능력도 우리나라에서 제법 오래된 K1 전차와 비교해도 처참한 수준이라 폐기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도 한국 전차를 받을 때까지 200대 가량 유지하기로 했다.
평양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평양 탱크 사단이 있었다. 최신형이라 할 수 있는 선군호 30대가 배치된 곳. 오늘은 이곳을 순시하는 스케줄을 잡았다.
“위원장님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아직도 김정일 때의 좋지 못한 유산이 남아 있어 병사들이 도열하여 손을 흔들며 나를 환영했다.
뭐 고맙기는 한데···. 엎드려 절 받기.
병사들의 얼굴은 억지로 끌려 나온 것 절반. 골든보이가 누구인지 궁금한 것 절반이었다.
나는 평양 탱크 부대 사령관에게 확실하게 인상을 쓰며 이런 것을 하지 말라고 했다.
“남쪽에서는 사단장이 왔을 때 도열시키면, 부모가 사단장에게 개 쌍욕을 박는 세상입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에 적응해야 할 겁니다.”
탱크 부대 사령관은 나의 말을 듣고, 사실인지, 농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일단 머리를 숙였다.
북한 사병 군생활은 10년이었는데, 내가 3년으로 줄여 사병에게 나름으로 인기가 있는 편이다. 오래된 사병들부터 빠르게 제대시키고 있었다.
여자들은 모두 제대. 그리고 여자들은 병역을 면제했다. 기형적이고 쓸데없이 긴 군생활은 끝.
대신 부대가 없어져, 그만둬야 하는 장교들의 불만이 많았으나 월급이 크게 올라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장교는 나에게 절대 충성했다.
그리고 제대하는 장교들도 새로 만들어지는 경공업 단지에서 기술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10년쯤 지나면 군대에 남는 것보다 100배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또한 만주행이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부대 회식.
나는 다른 사람의 집에 가는데 빈손으로 가는 사람이 아니다. 돼지를 30마리나 잡아, 탱크 부대 애들에게 먹였더니, 진정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이제서야 마음에 우러나 ‘장군님’을 외칠 것 같은 표정.
나는 사령관에게 말했다.
“탱크나 보러 갑시다.”
사령관은 땀을 흘리며 나를 탱크가 있는 격납고에 데리고 갔다.
“탱크의 숫자가 200대에서 30대까지 줄었으나, 부품 수급도 좋고 연료 보급도 완벽해서 전투력은 올라갔습니다.”
나는 자세히 탱크를 살피다가 물었다.
“몇 톤입니까?”
사령관은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선군호는 무장 전에는 48t, 무장하고는 55t 되겠습니다.”
탱크의 무게는 대략 50t.
나는 품에서 10의 숫자를 만든 공중석을 붙였다. 탱크의 앞부분이 천천히 떠올랐다.
사령관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했다.
“이게··· 이게···”
나는 바닥에 닿아 있는 뒷부분에도 공중석을 붙였다. 그러자 탱크가 완벽하게 공중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공중석 2개는 최소 50t의 부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전화를 들어 경복에게 연락했다.
“공중석 계속 만들고 있냐?”
-그래. 하루마가 고생하고 있다.
하루마의 관사로 녹색 밥통을 가져와 다이아몬드를 넣고 공중석을 만들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를 공중석으로 만드는 시간은 5분~30분 하루마의 컨디션이나 다이아몬드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나 외에 전 황금인 하루마가 아니면 공중석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제 하루마 관사에는 시큐리티 직원 200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통령보다 더한 경호를 받고 있었다.
엘도라도 리사이클을 책임지고, 이제는 공중석까지 만들고 있는 하루마는 그만큼 중요했다. 이번에 인센티브로만 300억을 받았다.
“몇 개나 만들었어?”
-200개 정도?
“훨씬 더 많이 만들어야 해.”
-너 혹시···. 저번에 미국에서 사 온 항공모함을 띄우려고 하냐?
나는 낮게 웃었다.
“오. 눈치가 없지 않네. 바보인 줄 알았는데.”
-진짜 띄운다고? 너··· 완전히 미쳤구나?
나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방금 실험했는데, 공중석 2개에 50t 탱크가 떴다. 항공모함 만재수량이 10만 톤이야. 그렇다면 몇 개가 필요해? 10만 나누기 50 하면 2,000개인데, 2개를 붙였으니 4,000개다. 넉넉잡고 그만큼 만들어야 해.”
-4,000개? 흠···. 하루마 야간 수당 줘야겠다.
하루마가 경복이의 전화를 빼앗아 이야기했다.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시큐리티 고 사장이 사람을 보내서 하루마의 가족을 어렵게 찾았고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화성 관사에서 가족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가족을 찾아서 다행이야. 하루마.”
-골든보이의 기적이고 행운입니다. 부회장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공중석 생산도 너에게 맡기마.”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부회장님.
4,000개의 공중석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시큐리티 고 사장에게 말해서 하루마의 경호는 물론이고 건강에도 신경 쓰라고 했다. 하루마 전용 의사와 영양 담당자를 붙이기로 했다.
어차피 항공모함의 부속품을 떼어내고, 새로운 부품을 붙이는데, 몇 개월은 필요하니 그때까지 공중석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일단 공중석 생산은 하루마에게 맡기면 되었고···.
다음은 식량.
영 어게인 서비스를 통해서 돈을 계속 모았고, 특히 곡물이나 과일 가공 식량이 있으면 차원 저장 자석에 꾸준하게 저장하였다.
최근에는 커피, ,대두, 보리, 녹차, 깨, 분유, 연유, 귀리, 포도, 체리 등을 저장했다.
남는 고춧가루, 후추, 소금, 설탕, 조미료, 라면 스프도 저장했다.
또한 유통기간이 만료되어 폐기할 가공 곡물을 가지고 오면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했더니 많은 양이 모였고 모두 저장할 수 있었다.
매년 이렇게 많은 곡물이 소모되지 못하고 버려지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것을 세상에 풀면 굶는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의 행보를 유심히 살피던 70대의 호주 총리가 호주 대농장을 제시했다. 호주 총리 존 챔플러가 젊어지는 치료를 받고 싶어 연락한 것이었다.
수류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호주 내륙에 황무지를 10만 헥타르 이상을 제공한다고 했다. 호주의 가장 큰 강인 머레이 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준다고 했다.
게다가 대륙 중앙철도가 연결되어 있어 철도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주고, 주변에 프리셀이라는 도시가 있어서 인력을 끌어오기 편하다는 설명도 했다.
일단 총리에게 영 어게인 서비스를 실시했다. 젊었을 적 호색한이라는 소문이 자자해서 끝이 어떻게 될지 예상했지만, 내가 그것까지 걱정할 것은 아니다.
호주 대농장 프로젝트 시작.
호주 황무지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로 몽골에 농장을 만들었던 인력으로 '엘도라도 스마트팜'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바몬드 지역의 약간 지대가 높은 곳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수류석을 배치했다. 그리고 머레이 강과 연결하니 엄청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작은 도시가 들어갈 정도의 엄청난 호수가 생겼다.
그 물이 흘러넘쳐 바둑판 모양으로 만들어진 수로를 타고 10만 헥타르의 지역에 물이 퍼졌다. 시설 담당하는 사람이 바둑판 1칸마다 스프링클러를 배치하여 사방으로 물을 뿌릴 수 있게 만들었다.
농업용 드론이 최소한의 농약과 비료를 줄 수 있도록 드론 베이스까지 만들었고 곧 철도를 타고 온 중장비 300대가 땅을 갈아엎었다.
한달 만에 대부분 갈아엎고, 계속 농장을 확대해 나갔다. 20만 헥타르까지 확장할 계획.
이곳에 심은 것은 밀, 보리, 콩, 옥수수로, 여름이 지나면 엄청난 수확량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통 황무지에 뭔가를 심으면 잘 안 자랄 것으로 생각하지만, 각종 무기물이 많아 수분만 있으면 농작물이 잘 자란다.
오전 9시 농장의 시작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물을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A번 지역부터 물을 주기 시작하는데, 1만헥타르의 농장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며 물을 뿜어내면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졌다.
벌써 농작물이 푸른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잘 자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전에 황무지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에드워드 회장님.”
3달쯤 지났더니 총리의 얼굴이 완전히 젊어져 40대로 보일 정도였다. 역시나 영부인과 이혼했고 젊은 여자와 만나고 있었다. 총리인데 그래도 되나? 서양 애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호주 총리 존 챔플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농산물이 호주 시장에 쏟아지면 농민들의 반발이 강할 것입니다. 그것이 걱정이네요.”
“그래서 이제 와 제 농장을 반대하는 것입니까?”
호주 총리는 놀라며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농민 대표들이 위원장님을 귀찮게 할까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입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장할 것도 부족하다.
“옥수수 한 톨도 호주 시장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모두 엘도라도가 소화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호주 총리는 이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회장님 덕에 낙후되었던 호주 북서부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호주 국민 대신하여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냥 감사하러 오셨을까요?”
“이 근처 좋은 곳에서 골프를 치려고 합니다. 몸을 아끼라고 했는데 어차피 아플 것 확실하게 놀려고요. 함께 가실까요?”
나를 핑계로 놀러 온 것이었다. 딱 봐도 총리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내가 말려 봤자 말을 들을 것 같지 않다.
“몽골로 넘어가는 스케줄이 있으니 다음에 치지요.”
호주 스마트 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몽골로 떠나려는 것.
또한 나 없이 몽골의 연구소가 성과를 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몽골 연구소는 처음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정도로 생각했는데 한국인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어떻게든 성공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엘도라도 몽골 스마트팜 연구소장은 야망이 있는 40대의 여성이었고 추진력이 있었다.
워프 스톤을 통해서 오는 음식물 오수만으로 농작물을 기르고 있었는데, 한계가 확실했다.
넘어오는 물이 적어 많은 양의 농작물을 기를 수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평암호에서 물을 끌어오는 작업을 진행했고, 빗물이나 재생수를 끌어오는 작업도 했다.
그래서 몽골로 넘어오는 물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고, 농장에 물을 주는 빈도가 높아졌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잘 크는 농작물인 보리, 옥수수, 대두, 수수, 조, 감자 등을 심기 시작하여 몇 개월 후에는 엄청난 양의 농작물이 쏟아졌다.
농작물의 줄기는 아주 잘게 잘라서 동물 먹이로 쌓아 놓았다가 저장했다.
나는 몽골 스마트 팜의 책임자인 김여림 박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열정적인 한국인의 표상을 보는 것 같군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김여림 박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보였다.
“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들을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옵니다. 소장님 앞으로 10억의 인센티브를 넣어 놨고 300억의 연구소 운영비도 넣어 놓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진행해 보세요.”
김여림 소장은 갑자기 감정이 울컥 올라왔는지 눈물을 흘릴 것 같았으나 겨우 참으며 냉정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마침 몽골에 가뭄이 들어 곡물을 수입해야 했는데, 내가 스마트 팜에서 생산한 농작물의 10%를 정부에 기증하자, 대통령이 직접 온다고 하였다.
대통령이 골든보이와 이야기하여 농작물을 확보했다는 치적을 꾸미고 싶은 것이겠지.
몽골 대통령은 끈질기게 전화했다. 10%의 곡식을 받은 것을 정치적 치적으로 만들려면 나와 만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공중석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으니 공항에서 보기로 했다.
간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보채는지. 계속해서 전화가 와 받지 않았는데, 전화기를 보니 반즈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에디. 지금 어디 있나?
“왜 무슨 일이 있어?”
-몽골 연구소에 없다고 하더군.
“몽골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중이야. 공항으로 가고 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혹시 미국 서부에 산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큰 산불이 났다는 것을 뉴스로 본 적이 있었지만 일단 모르는 척했다. 정보를 더 들어야 한다.
“그런 일이 있나? 몽골 사막에 처박혀 있어서 전혀 모르고 있었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야. 엄청나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주 방위군까지 투입되어 있을 정도야.
“광인도 해결한 미국이야. 산불 정도를 미국이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왜 죽는소리를 해.”
-정말 고전하고 있다. 강풍 때문에 소방관만 30명이 죽었고, 더욱 악화하여 사방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어. LA와 샌디에이고 쪽으로 불이 확대되어 대도시까지 먹힐 수 있어.
바로 감이 왔다. 불을 꺼 달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일단 한번 튕겨야지. 그래야 뭐가 나온다. 미국에는 무엇을 받아도 모자라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말이야. 미국이라면 잘 극복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네.”
반즈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전화해 보라고 해서 한 것이야. 도와줘 비싸게 굴지 말고.
“비싼 것 알면서 왜 공짜로 쓰려고 해. 그리고 딱 봐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
-호주에 수류석을 쓴 것을 알고 있다.
“수류석으로 산불을 꺼달라는 말인가?”
-원하는 것 있으면 이야기해. 대통령이 보상을 진행할 거야.
전에 황금 십자가를 만들기 위해서 LA 근방을 헬기로 돌아다닐 때, 펼쳐져 있었던 미국의 농장이 생각났다. 끝도 없이 펼쳐진 오렌지, 양배추, 브로콜리, 포도, 벼 등등이 떠올랐다. 그것을 싸게 가질 수 있을까?
“미국에서 50만 헥타르의 농지를 얻고 싶어.”
-50만 헥타르는 얼마만큼이야?
여의도가 대략 1,000헥타르 정도 되니 여의도의 500배. 정말 넓기는 넓다.
“작은 도시가 50개 정도 들어가는 넓이지.”
반즈 주위에 있던 요원이 넓이를 설명하자 매우 놀랐다. 하지만 이미 불덩이가 된 땅만 그 10배였다.
-벌써 은퇴하여 농사라도 지을 곳을 구하나? 너무 빠른 것 아닌가? 그리고 너무 넓은데?”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할 용의도 있네.”
잠깐 생각하던 반즈가 지도를 쭉 살피다가 말했다.
-화마가 집어삼킨 농장만 해도 300여 개가 된다. 아마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그것들을 싸게 살 수 있게 도와주지. 50만 헥타르가 될지는 모르겠다.
“수류석으로 불을 끌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인가?”
-우리가 자네를 연구하고 있다. 그 책임자가 나고, 골든보이라면 가능하다.
“나를 연구한다고?”
-자네가 외계인이라고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있지.
나도 가볍게 웃었다.
“역시 CIA이야. 눈치가 빨라. 그나저나 내가 이미 수류석을 이미 주지 않았나? 그것을 사용하려는 것 아닌가?”
-자네의 손길이 필요하더군. 그 긴 시간 동안 연구하여 황금인이 만져야 가동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어. 멍청한 놈들.
“그래? 그것은 나도 처음 알았다.”
-외계인이던 에이리언이던 빨리 도와줘. 오바바가 헐크로 바뀌기 직전이야. 빌어먹을 산불이 지지율을 다 까먹고 있어.
나는 긴 한숨을 쉬었다.
“보상이 어찌 되었든,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군.”
-이미 몽골 국제 공항에 전용기를 대기 시켜 놓았어. 바로 타고 날라와. 대통령의 목이 빠지기 일보 직전이야.”
전용기를 타고 샌디에이고 공항 근처에 왔을 때 멀리 화마가 마을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산불이 산과 농장, 그리고 외곽 도시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와! 엄청나군.”
하루 정도만 더 다가오면 샌디에이고 도시까지 들어올 것 같았다.
공항에 내리자 태경이가 겁먹은 얼굴로 다가왔다.
“열아! 지옥이 가까이 왔다!”
“야. 별것 아닌 척해. 있는 척하라고.”
태경이는 순간 눈에 힘을 주며 머리를 끄덕이고 시선을 똑바로 잡았다.
“해결 방법은 있는 거지?”
“수류석을 써봐야지. 근처에 호수가 있는지 살폈는데, 몇 곳을 확인했다.”
“강을 만들려고? 그렇다고 쉽게 불길이 잡힐까?”
“공중에서 물을 뿌릴 생각이다. 헬기 아래 수류석을 붙여 볼까 한다. 그럼 하늘에서 비가 내리겠지.”
“두바이에서 보았던 쇼처럼 비를 내리게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바로 그거야.”
태경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을 더 했다.
“내 아이디어를 이야기해도 되나?”
“뭔데 말해봐.”
“워낙 넓은 범위에서 산불이 나고 있으니 저수지가 있다고 해도 금방 바닥 날거다 그러니 아주 큰 호수의 물을 쓰는 것이 어때?”
“큰 호수?”
태경이가 품속에서 미국 지도를 꺼냈고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거대한 호수를 손으로 찍었다.
“오대호. 이정도 사이즈는 되어야지 마음껏 물을 쓸 수 있을 거다.”
나의 시선이 오대호를 향하고 있었다. 전 세계 민물을 1/5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 오대호. 좋다. 물이 나오다가 끊기면 서로 민망하지.”
태경이에게 수류석 2번을 주어 바로 오대호로 보냈다.
미해군 소속의 헬기가 활주로에 착륙했고 내가 말한 대로 사방으로 퍼질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은 쇠바가지를 헬기의 배면에 용접하여 붙였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보내온 초당 뿜어져 나오는 물 에너지를 보았을 때 해군 헬기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반나절이 지나고 태경이에게 전화가 왔다.
-말한 대로 해머 크레인에 수류석을 용접으로 붙였다.
해머 크레인은 쇠사슬에 거대한 쇠구슬을 붙여 건물을 철거하는 괴물 같은 중장비.
미국 정부에서 해머 크레인의 쇠구슬에 강철망을 용접으로 붙이고, 전차 3대를 안전장치로 쇠사슬과 연결해 놓았다
갑자기 수류석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오대호가 텅텅 빌 때까지 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태경이는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물속에 수류석을 넣을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낚시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