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북악산 벙커 앞.
대통령을 중심으로 군병력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광인이 장악하고 있었던 어제와 다르게 북악산 벙커 앞에는 수방사 병력 1500명이 집결했다. 대통령을 모시는 야전 기지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수도 기갑사단까지 도착하여 탱크 30대가 북악 스카이웨이 아래에 집결했다.
더 이상 두려워 할 것이 있을까?
탱크 30대가 도착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골든보이가 만파식적으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할 수 있었으므로 광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으로 파고드는 기생충에 대한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었다.
만파식적을 한번 불면 모든 것이 명확해졌고 옆 사람은 물론이고 나까지 믿을 수 있었다.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군대처럼 무서운 것이 없고, 그렇다면 우리가 자라처럼 북악산 벙커에 움츠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탱크를 앞세우고 우리는 수방사 병력과 함께 청와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모아 만파식적을 불어 감염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미 감염자는 모두 색출해 냈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청와대를 안전구역으로 선포했다.
안전구역이 만들어졌다는 라디오 소리를 듣고 소수의 사람이 청와대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100명쯤 오면 그중에 2~3명은 감염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사살했다. 잔인한 것 같지만, 직접 보면 벌레에게 먹히는 고통에서 해방해주는 일이었다.
수도 근처에 있던 병력이 계속 모여들었다.
청와대에 배치된 병력만 8000명을 넘어섰고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이때 수방사 사령관이 장갑차를 타고 뒤늦게 나타났다.
무엇을 하다 늦었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사태가 정리되자 나타난 것이었다.
보통 구린 구석이 있으면,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오바를 떠는데, 수방사령관은 머리가 똑똑했는지 점잖게 행동하며 주변에 좋은 말만 하고 다녔다. 처세술의 달인.
수방사 사령관이 내 앞에 나타났는데, 나이가 많은 그가 먼저 나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계엄 사령관님. 수도방위 사령관입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나왔다.
“네. 잘 오셨습니다.”
“충실히 계엄 사령관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골든보이는 대통령의 목숨을 구했고 대한민국을 구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골든보이의 동아줄을 잡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의 생각을 읽었지만, 그를 밀어낼 필요가 없었다. 실제 수방사를 지휘할 장군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어느 정도 안돈이 되었으니, 서울을 정리할까 합니다. 헬기 편대를 마련해 주세요. 일단은 용산구부터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방사 사령관은 나의 말에 집중했다.
“가까운 용산부터 정화 작업을 하는군요.”
“그렇습니다. 헬기에서 만파식적을 불고, 그 뒤로 탱크와 장갑차가 따라오면서 뒷정리를 하는 작전입니다.”
수방사령관은 나의 명령에 바로 따랐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단 30분 만에 수리온 헬기 2대가 청와대 앞에 착륙했다. 금방 부대를 장악한 것을 보아 나름 유능한 것 같았다.
우리는 수리온 1번 헬기에 에어 컴프레셔와 만파식적을 고정했다. 안정적으로 만파식적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2번 헬기에는 수방사 특공대가 탔다. 혹시라도 1번 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호위를 해줄 수 있는 병력이었다.
나는 대통령께 용산부터 정리하겠다고 보고를 했다. 옆에 있던 경제부총리가 만파식적을 빼면 청와대를 어쩌냐고 반문했다가 대통령께 크게 혼이 났다.
헬기가 단숨에 날아올랐고 용산구 위를 낮게 날기 시작했다. 바로 아래 아파트의 옥상이 가까이 보일 정도였다.
나는 강하게 손벽을 쳤다.
“자! 시작해 볼까?”
경복이는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효과가 확실히 있겠지?”
나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말했다.
“골든보이가 하는 일이야. 무조건 된다.”
에어 컴프레셔 가동 버튼을 켰다 그러자 에어가 강하게 뿜어졌고 만파식적의 입구에 바람을 집어넣었다.
!!!
그 순간 용산구 전체에서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은 ‘느낌’.
느낌 아니라 진짜 비명이었을까?
곧 용산구의 아파트촌 베란다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는 3백여 명이 보였다.
와장창- 창문을 깨고 망설이지 않고 몸을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용산 아파트촌을 돌아다닐 때마다, 베란다에서 나체의 광인들이 뛰어내렸다. 어떨 때는 20명이 출입문에서 뛰어나와 사방으로 도망쳤다.
탕! 탕! 탕!
총을 받은 시민이 떨어진 광인들을 향해서 사격하는 것이 보였다. 뭔가 해결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총알을 아낌없이 쓰고 있었다.
“용산역으로 이동한다.”
헬기가 용산 지하철역으로 천천히 이동했는데, 갑자기 역에서 백 명에 가까운 나체의 광인들이 뛰어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살충제를 먹은 바퀴벌레처럼 도망쳤으나, 곧 방향감각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도 광인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2번 헬기의 사수는 도망치는 광인의 무리에게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탕-
철도 기지 쪽으로 도망치던 엄청 빠른 광인이 총탄을 맞고 다리가 끊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래도 계속 기어 도망쳤고 다시 한번 기관총을 맞아 온몸이 박살 났다.
그 순간 백화점 옥상문이 깨지며 헬기를 향해서 뛰어내린 광인이 있었는데, 헬기 프로펠러에 맞아 갈려 나갔다.
“2번기 괜찮나?”
-2번 독수리 운항에 이상 없습니다.
“고도를 너무 낮추지 마라. 그리고 혹시 모르니 기지로 돌아가 기체의 이상을 확인하도록.”
-알겠습니다. 2번 독수리. 둥지로 돌아갑니다.
2번 헬기는 크게 이상이 없었으나 혹시 모르니 청와대 쪽으로 후퇴하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광인들이 계속 뛰어나왔고 만파식적의 음파를 피해 한강 쪽으로 뛰어갔다. 우리는 양 때를 모는 것처럼 그들을 따라갔는데 한강변 아파트가 나왔고 그곳에서도 수백명의 광인들이 튀어나와 한강공원 쪽으로 같이 달렸다.
그들은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천명에 가까운 광인들이 한강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찌 보면 마치 수영을 하기 위해서 물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부분 바로 가라앉아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기괴하고 보기 안타까운 일이었다.
얼마 후 탱크와 장갑차를 탄 수방사 병력들이 도착했다.
-지상팀 도착했습니다. 사령관님.
“눈에 보이는 도망치는 광인들을 잡아 주세요. 민간인이 사방에 있으니 사격 시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지상군은 도로로 움직이며 도망치는 광인을 향해서 사격했다. 그리고 죽어가는 광인도 확인 사살했다.
선두의 탱크가 움직이면 뒤를 따르는 장갑차에서 기관총을 발사했고 가장 후미의 화학차에서 사방으로 살충제를 뿌렸다.
-3시 방향 지하도! 광인 다수 발견!
10명의 광인이 지하에서 뛰어나와 장갑차에 달려들었으나 병사들의 일제 사격으로 단번에 제압되었다.
이때 헬기 기장이 모든 부대에 상황을 전파했다.
-한강 입구에 장갑차 발견. 나체의 광인이 기관총을 잡고 있다. 주의 요망.
헬기 기장의 경고대로 한강대교에 입구에 있는 장갑차가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지상팀 선두에 있는 탱크를 향해서 총알이 쏟아졌으나 상처도 나지 않았다.
-사령관님. 아군 장갑차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광인이 된 병사가 기관총을 잡고 계속해서 기계화 부대를 향해서 기관총을 쏘고 있었다.
“전차포 사용을 허가합니다.”
탱크는 나의 명령에 바로 전차포를 준비했고, 나의 명령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령관님. 전차포로 장갑차를 제압합니까?
“바로 제압하세요.”
사실 전차장은 아군을 쏜다는 사실을, 명령받은 것으로 죄의식을 줄이고 싶은 것이었다.
-사격!
전차 포탄이 날아가 장갑차를 단숨에 폭파했다. 장갑차가 폭발과 함께 180도 회전하여 뒤집혀 쓰러졌다.
“잘했습니다. 다시 용산 정화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노력에 용산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군을 죽였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강한 칭찬을 하여 그런 생각이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윗사람의 몫이다.
용산을 3시간 동안 구석구석 돌아다녔는데, 만파식적에 죽은 광인만 해도 3000명은 넘었다. 이곳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제 시민들이 나와 광인이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표시해서 군대를 불렀고 어떤 아파트는 총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아파트 내의 광인들을 사살했다.
광인 사태를 해결하는 최고의 전략무기 만파식적.
만파식적은 이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탐내는 보물이 되었다.
이럴 때는 믿을만한 곳에 보물을 맡기는 것이 좋다.
나는 청와대로 돌아와 만파식적을 국가에 ‘영구 임대’를 했다.
대한민국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게다가 계엄 사령관인 골든보이가 직접 만파식적을 가지고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나라와 군대가 하는 것이 맞다.
나는 없지만, 내가 했던 방식으로 다음 작전이 준비되고 있었다.
수방사 병력은 헬기부대와 기계화 부대가 합동하여 마포구, 중구 그리고 성동구를 차례로 정화할 계획을 세웠다.
나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커피를 마시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서울은 3일에서 일주일 안에 어느 정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빠른가? 다행이군.”
나는 길게 한숨을 쉬며 몸의 긴장을 조금 풀었다.
“만파식적이 지금 우리의 손에 있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복입니다. 정말 나라의 보물 중 보물입니다.”
대통령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골든보이 자네가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행운이야.”
“다만 조금 걱정되는 것은 뼈로 만들어진 만파식적이 파손될까 걱정입니다. 너무 과하게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대통령은 머리를 끄덕였고 청와대 참모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MRI와 3D 프린팅을 접목한 기술로 만파식적을 복사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그리고 광인놈들이 분명 음파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음파를 잘 아는 국내 최고의 연구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네. 이미 그들을 컨보이 하라는 지시를 내렸어. 연구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을 거야.”
나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좋은 생각이군요. 생각하신 결과가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때 CIA의 반즈에게 전화가 왔다.
-에디! 뼈 피리로 한국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 몰래 좋은 것을 가지고 있었군.
뼈다귀가 보물이라고 했으면 믿지 않았을 거면서 그런 말을 한다.
“골든보이가 가지고 있는 보물은 많지.”
-청와대에 안전구역을 확보했다고 들었다.
“1주일 안에 서울과 전방을 청소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반즈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 곳만 더 청소를 해주면 안 되겠나?
“어딘데?”
-평택 주한미군과 연락이 끊겼다. 어제부터 연락이 안 돼. 오바바 대통령께서 걱정하고 있어.
대통령도 우리의 영어 대화를 대충 알아먹고 한마디 했다.
“미군 용산 사령부로 연락했는데, 반응이 없었네. 그리고 팽택 험프리스 기지에 연락을 했는데 더 이상 전화가 되지 않더군. 근처의 경찰에게서 받은 보고에 따르면 기지 안에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고 총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고 하더군.”
나는 대통령께서 한 말을 반즈에게 전달했다.
-위성사진으로 기지 내부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은 확인했다. 기지 내 전화가 왜 먹통인지 모르겠어.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평택 기지에도 일이 터진 것이 확실해. 전화가 안 되는 것은 그곳에도 테러리스트가 있었던 거다.”
-이번 테러 조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군. 나의 상식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들정도야.
이번 테러를 주도한 다양성주의자들의 세력은 정말 엄청나다.
나는 궁금한 듯 물었다.
“지금 미국 본토의 상황은 어때?”
-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넓은 땅에 서로 떨어져 있고 각자 총도 가지고 있으니 나름대로 격리를 하면서 더 악화하는 것은 막고 있지. 왜 우리 조상이 각자 무장할 수 있는 권리에 집착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역시 미국이군.”
-하지만 그 음파 피리 무기를 확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태야.
나는 인상을 썼다. 만파식적은 절대 넘길 수 없는 상황.
“아직 서울도 해결하지 못했어. 언제 만파식적을 지원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일단......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확인해 주면 안 되겠나? 골든보이의 도움을 받고 싶다.
대통령은 나의 설명에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 오후에 평택 기지 위를 1시간 정도 비행하면 해결할 수 있겠군.”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주한 미군이 무사한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날 오후
헬기 7대의 편대를 만들어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로 떠났다.
확인한 미군 기지에서 화재가 맹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기지 안 자치 소방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총소리가 났고 폭발음이 들려왔다.
“기지 가까이서 확인해 봅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험프리스 기지는 잘 꾸며진 계획도시 같았다. 크고 낮은 건물이 있는 북쪽 사무실 구역과 해변 쪽 아파트촌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촌에서 총소리가 계속 들려옵니다.”
아파트촌에서 불이 맹렬하게 일어났고, 그곳에서 총소리가 치열하게 들려왔다.
팅! 팅! 그리고 총알이 헬기의 옆구리를 강하게 때렸다
광인 미군이 쏜 총알이 헬기에 맞은 것이었다.
헬기 조종사가 강하게 말했다.
-사정거리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골든보이는 원래 빠꾸가 없다.
“미군 아파트촌부터 방역합니다.”
에어 컴프레셔로 만파식적을 불면서 빠르게 아파트촌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엄청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백 명이 넘는 미군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거나 입구에서 뛰어나왔다.
베란다에서 뛰어 내려 다친 광인은 꿈틀거리며 죽어갔지만, 절반 정도는 고통을 피해 평택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썰물이었고 광인들은 모두 바닷가의 개펄에 빠져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나의 뒤를 따르는 2,3,4,5,6,7번 헬기가 기관총을 쏘며 뻘에서 허우적 거리는 광인들에게 총탄을 쏟아 넣었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탄을 낭비하지 말고. 기지 안으로 진입합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만파식적을 불면서 기지 안을 돌아다니자 수백명의 광인 미군들이 독수리를 본 암닭처럼 두려워하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광인이 되지 않은 전투복을 입고 있는 미군들이 광인들을 향해서 총을 쏘았다.
우리는 만파식적을 켜고 30분 정도 기지 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더 이상 광인들이 기지 안에서 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나는 기지의 중앙에 있는 비행장 착륙했다. 그리고 관제탑에서 강하게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대령이다. 본인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병사는 비행장으로 집결한다.”
살아남은 미군들이 계속해서 몰려 나왔고 금방 3000명이나 되었다.
그중에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은 겨우 소령이었다. 그것도 아는 얼굴인 진 소령.
“진 소령?”
진 소령은 나에게 거수경례하며 말했다.
“에드워드 대령님! 다시 한번 목숨을 구해 주셨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너무도 기쁩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악수하며 말했다.
“이제 미군을 지휘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진 소령은 쓴 입맛을 다셨다.
“일단···. 접니다. 대령님. 사건 초기에 사령부 건물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는데 그때 고위 지휘관들이 대부분 죽었습니다.”
나도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난감하군요.”
“이제 대령님이 이곳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장교입니다. 이곳의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어쩔 수 없군.”
“에드워드 대령님의 지휘가 꼭 필요합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바로 명확하게 명령했다.
“병사 중에 무장하지 않은 병력이 있어 보이니. 무기고로 이동하여 완벽하게 무장하고 바로 화재를 진압합니다. 그것이 가장 우선으로 보이는군요. 그리고 공중에서 만파식적을 불어 줄 테니 기동대를 만들어 각 건물을 수색하세요.”
“알겠습니다. 에드워드 대령님.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한국사람이 미군에게 명령하면 반발감이 있을 수 있었으나 나는 이미 미군 대령 복장을 구해 입고 있었고 수백의 광인들을 정리하고 병력을 집결시키자 모든 주한 미군은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따랐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미군 중 절반은 골든보이를 알고 있었다. 아프간의 영웅인 것이다.
만파식적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비감염자라는 확신이 생기자 바로 무기고로 이동하여 완전히 무장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기지 안의 화재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동대를 만들어 건물 안으로 진입해 혹시 숨어 있는 광인을 색출하여 사살했다.
평택 험프리스 기지가 단 6시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바로 오바바 대통령이랑 연결하여 지친 얼굴로 말했다.
“오바바 대통령님. 험프리 기지를 정리했습니다. 큰 피해가 있었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기지는 어떤가?
“3845명이 살아 있고, 감염되어 사망한 사람은 대략 18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군. 하지만 골든보이가 있었기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 것이겠지.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서 자네에게 감사를 표하겠네.
“미군 대령이니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모든 건물을 확인하고 기지 내에 광인이 없음을 확인했을 때, 어딘가에 숨어 있던 미군 장군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는 숨어 있던 것이 창피해, 스스로 기지 내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험프리 기지는 완전히 정리되었다.
다시 청와대로 돌아오자, 만파식적을 3D 프린터로 복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하여 복제품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복사판 만파식적은 본판의 10%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광인을 쓰러트릴 수 없었고 괴롭게 만들 정도였다.
그래도 방 안의 감염자와 비감염자 정도는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공업 능력은 어마 무시하다. 인천 남동공단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만파식적을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전국으로 복제품 만파식적을 보내 감염자를 확인하고 군대가 사살했다.
일단 생산된 복제 만파식적을 1000개를 미국으로 보냈고, 계속해서 생산했다. 하루 생산량이 점점 증가했고, 효율이 점점 올라가서 30%까지 증가되었다.
게다가 미리 구충제를 먹는 것도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전 국민이 먹고도 남을 양의 구충제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제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으면 구충제를 먹었다.
벌레가 뇌로 가기 전에 구충제를 먹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인으로 살 수 있었다.
구충제 수억 개를 생산해 원하는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대한민국에 간절히 손을 내밀어 복제 만파식적과 구충제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대한민국은 구충제와 복사판 만파식적으로 광인 사태가 더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며칠 지났을 때, 미국에서 벌레의 알을 식수에 뿌린 테러범이 잡혔다. 미국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문을 가했다. 1시간 안에 아내와 자식도 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강력한 고문.
그를 심문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기묘한 이야기.
흑인 테러범은 피를 흘리며 절박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신을 만났습니다.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도 사람이 많고 그래서 생물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신께서는 사람의 오만함을 심판하고 인간의 수를 줄이려고 하십니다.”
나만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에 알아들었다. 아. 다양성주의자의 사도이구나.
전세계에서 광인의 사태가 일어났다. 그것이 가능할 정도의 많은 수의 다양성주의자 사도가 있었던 것이었다.
같은 꿈을 한달 쯤 꾸고, 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람 3명을 만나면 모두가 다양성주의자 사도가 되었다.
광인 사태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혼란에서 벗어났고, 그 선두에서 골든보이가 만파식적을 불며 황금빛을 밝히고 있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북한의 김정은이 광인이 되어 죽었고 북한은 대혼란 속으로 빠졌다는 소문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