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나 자신에게 붙인 새로운 별명. 탱크 킬러.
만파식적으로 탱크에 타고 있던 광인을 쓰러트리자,
탱크를 살피던 수방사 병사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탱크를 가까이서 살핀 부사관 하나가 크게 외쳤다.
“탱크가 무력화되었습니다.”
한 그룹의 병사들이 전술 보행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접근하여 다시 한번 확인한다.”
20명 정도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는데, 그 중앙에는 중위 하나가 있었다.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명령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어이~”
내가 천천히 탱크 쪽으로 걸어가자 병사들이 나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민간인이 있습니다! 광인은 아닙니다. 어? 골든보이다. 골든보이가 나타났다.”
“진짜 골든보이네.”
중위도 나를 알아보고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멋지게 거수경례하며 밝게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에드워드 대령님. 골댕이 공진명 중위입니다.”
골댕이? 우리 구독자이신가? 골댕이는 골든보이 구독자들을 이르는 애칭.
나는 중위와 웃으며 악수했다.
“이런 순간에 골댕이 분을 만났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골든보이님이 살려주셨습니다”
“광인을 무력화 하는 무기가 있습니다.”
“만파식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방송을 본 병사들에게 들었습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수방사에서 어떤 명령을 받았습니까? 대통령을 호위하라는 명령은 못 받았나요?”
중위는 한숨을 쉬었다.
“수방사 사령부에서 광인이 터지며 모든 것이 마비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단 부대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감이 오는군요.”
중위는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탱크를 몰던 놈들이 갑자기 미쳐, 중령님 타고 있던 지휘차를 날려 버렸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지요.”
전차병이었던 나는 바로 공감했다.
“탱크가 아군일 때는 참으로 든든한데, 적군이 되면 정말 무서운 놈입니다. 제가 탱크를 몰아 봐서 잘 압니다.”
중위는 내 손에 있는 소뼈를 보았다.
“그것이 만파식적입니까? 그것으로 탱크를 무력화 시키다니 정말 엄청난 보물입니다.”
나는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살폈다.
“여기 있는 병력도, 혹시 누가 감염된 지 몰라 곤란하겠군요.”
중위는 격하게 공감했다.
“그렇습니다. 진군 도중에 갑자기 탱크가 적군으로 변하니, 너무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만파식적을 불면 벌레가 발악하며 감염자가 괴로워하게 되니 그것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전 병력을 모아 보세요. 단숨에 구분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조직력부터 확보하고 이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은 방법입니다. 대령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중위가 큰소리로 소리를 질러 병력을 집합시켰다. 골목에서 병사들이 꾸역꾸역 모이더니 금방 50명을 넘어 100명쯤 되는 병력이 모였다.
모두 실전을 처음 경험하는 얼굴로 겁을 먹고 있었다. 상대가 북한군도 아니고 중국군도 아니고 광인이 된 아군 혹은 민간인과 실전을 치르고 있으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 대위 하나가 상처를 입고 나타났다. 왼쪽 팔에 총상을 입은 듯,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병력이 모여 있으면 저격을 받는데, 이렇게 병력을 집합시키면 어떡해? 전술 보행 몰라?”
대위는 권총을 뽑아 들고 거친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때 나와 대위가 눈을 딱 마주쳤는데, 양쪽 눈이 붉어져 있었다. 나는 보는 순간 감염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위. 너 알고 있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대위는 내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알고 있는 표정.
대위는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위를 보며 만파식적을 입으로 불었다.
그러자 대위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소리를 치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안 돼!”
대위는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구르다가 자기 머리에 총을 쏘았지만 잘못 쏘아서 머리끝이 깨졌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워했다.
러시아 용병이 그것을 보더니, 소총을 자동으로 놓고 쏘아 사살했다.
타타타타타탕
고통에서 해방해주는 자비로운 총질.
이때 주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대위를 향해서 만파식적을 불었는데, 부대원 중에 바닥에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부대원이 100명이 되었는데 그중 9명이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들의 각종 구멍에서 벌레들이 쏟아졌다.
“으아아~~~”
병사들이 기겁하며 그들을 피해 도망쳤다.
나는 큰소리로 명령했다.
“발작을 일으킨 놈들에게서 무기를 빼앗아!”
하지만 병사들은 놀라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공포만 가득했다. 이해가 갈 것이 오늘 아침까지 함께였던 동료였던 것이었다.
러시아 용병이 나를 바라보았다.
“사살하겠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좋아. 사살해.”
그러자 수행과 직원과 러시아 용병들이 돌아다니며 괴로워하는 병사들을 사살했다. 어차피 치료할 방법은 없다. 벌레가 죽으면 숙주인 사람도 죽었다.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아군이 사살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지금으로서는 되살릴 방법은 없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만파식적을 불면 감염자가 이렇게 발작을 일으키니, 이제 우리 중에는 감염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옆 사람을 의심할 필요 없다.”
병사들은 아직 완전하게 믿지 못하는 얼굴이지만, 나의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수행실과 러시아 용병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따르고 있었다. 누가 봐도 특수부대 병력이었고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모두 집합한다. 다시 한번 만파식적을 불어 감염자가 있는지 확인하자.”
나는 시체를 그대로 두고 다른 공터에 다시 병력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만파식적을 불었으나 누구도 괴로워하지 않았다.
“좋아. 모두 깨끗하다.”
91명의 병력이 도로 가운데 집합했다.
나는 자동차 위로 올라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골든보이 채널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사고를 예고한 바가 있는 에드워드 미군 대령이다. 만파식적이라는 보물을 손에 넣고 있어, 우리 안에 광인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가까이 오는 광인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손으로 만파식적을 높이 들어 보여주었다.
“지금부터 이 부대의 지휘를 내가 한다. 이유는 북악산 벙커에 계신 대통령께서 구조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일단 대통령님의 지휘부를 구조한다. 나의 명령에 불복종할 사람이 있으면 지금 말해라. 이곳 어딘가 숨어 있으면 된다.”
내 등 뒤에 있는 마틴 대위나 러시아 용병들이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으나, 아군이니 병사들이 보기에 든든했다. 그리고 만파식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눈으로 확인했으니 골든보이와 함께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중위가 앞으로 나섰다.
“에드워드 대령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대통령님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탱크 안에 있던 죽은 광인 시체를 치우고 에프킬라 한통을 다 뿌렸다.
그리고 익숙한 K1A1 탱크의 운전석에 앉았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
“오랜만이군. 친구.”
나는 탱크를 손으로 쓰다듬고 금방 자연스럽게 운전했다.
“출발한다!”
시원한 엔진소리와 함께 탱크가 움직였다. 탱크 주포를 쏘는 포수가 없지만, 전차가 선두에 서자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살았다.
이제 무서운 것이 없었고 앞을 막고 있는 자동차를 단숨에 옆으로 밀어버렸다.
탕! 탕!
이때 상가 건물에서 광인 하나가 소총으로 탱크를 쏘았다.
“11시 방향. 카페 위 베란다!”
모든 병력이 그 광인을 확인하고, 그를 향해 총을 쏘자 벌집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병사들이 사살한 광인을 확인하려고 하자 나는 강하게 말했다.
“확인하지 말고 그냥 출발! 시간이 없다! 그리고 확인하다가 오염될 수 있는 확률이 있다.”
우리는 금방 청와대 앞을 지나 북악산 산책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벙커로 들어가는 숨겨진 도로를 발견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맞지?”
경복이가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인상을 썼다.
“그래 그때 여기서 내렸다. 그런데 아무도 없네. 그때는 경찰이 쫙 깔려 있었는데···.”
보통은 병사들이 밖으로 나와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데 아무도 없었다.
“벙커 쪽으로 내려가자.”
중대가 전술 보행으로 빠르게 벙커 쪽으로 내려갔다. 닫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벙커가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 에드워드 중대는 벙커 입구에 섰다. 벙커 앞은 101경비단이 지키고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열려 있으니 또한 걱정.
깜깜한 벙커 안은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였다. 이미 들어가 본 곳이지만, 그때와 다르게 무섭다.
태경이가 내 뒤에서 말했다.
“전하고 완전히 다른데? 안으로 들어가면 좀비들 수백 명이 있을 것 같아.”
나는 아까부터 서 비서관에게 연락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탱크까지 끌고 왔는데 뭐가 겁나.”
“벙커 안으로 대포 한 방 쏘고 시작할 수 없잖아.”
나의 눈이 커졌다.
“어? 소리가 난다.”
이때 벙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벙커 안에서 온몸이 벌레에 뒤덮인 사람 2명이 튀어나왔다. 한 명은 눈동자가 빠져 있었다.
러시아 용병이 그들을 보자마자 바로 사격하여 제압했다. 그러자 나머지 병력도 사격하여 완전히 박살을 냈다.
경복이가 살짝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이미 놈들의 소굴이 된 것 같은데?”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와 도망갈 수 없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 없잖아. 대통령께서 살았는지 확인해 봐야지.”
태경이가 버스에서 에어 컴프레셔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강하게 말했다.
“벙커 안으로 확실하게 약을 치고 들어가자. 왕창 뿌려야겠어.”
“그래. 확실하게 만파식적을 불고 가자.”
우리는 에어 컴프레셔로 만파식적을 강하게 불었다.
그 순간 벙커 안에서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지옥문이 열려 불지옥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나체를 한 6명의 사람이 벙커 밖으로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왔다. 어떻게 들으면 고통스러운 소리였고 어떻게 들으면 분노에 찬 고함이었다.
이번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놈들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총알이 쏟아졌다. 바닥에 쓰러진 놈들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
수행과 직원이 백색의 살충제 가루를 죽은 사람의 몸에 뿌렸다.
열 번쯤 에어 컴프레셔로 만파식적을 불자 벙커 안에서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나는 은근슬쩍 태경이를 보았다.
“이제 들어가도 될까?”
한참동안 귀를 쫑긋 세웠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없네. 들어가자.”
나는 반탄반지를 손으로 만지며 선두에 섰다.
“내가 선두에 선다. 나머지는 뒤따라 들어와.”
밖에서 보았을 때는 안쪽이 완전히 깜깜했는데, 안으로 들어와 어둠이 눈에 익으니 기지 안쪽에 조명이 있어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 보면 전에 왔을 때보다 밝아져 있었다. 전에는 고장 나 있던 조명이 많았는데, 그사이에 고쳤는지 조명 대부분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6번 구역으로 들어갔을 때, 어둠 속에서 광인 하나가 나오더니 갑자기 권총을 쏘았다.
탕! 탕! 탕!
반탄반지가 있어서 맞았어도 튕겨 냈겠지만, 너무 엉망으로 쏴서 하나도 맞지 않았다.
“조심하세요. 부회장님.”
뒤에 있던 선 대위가 소총으로 놈을 쓰러트렸다.
놈은 나체에 넥타이를 하고 있었으며 양말을 신고 있었다. 건장한 몸으로 보아서 101경비단 아니면, 대통령 경호실 소속의 경호원으로 보였다.
태경이가 에어 컴프레셔로 만파식적을 불면서 말했다.
“세스코에서 왔습니다. 이곳에 벌레들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와 방역하겠습니다.”
6번 구역에서 다시 한번 만파식적을 불자 사방에서 비명과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고통에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광인도 보았다.
다시 길게 만파식적을 불자 머리를 박던 광인이 더 강하게 벽에 머리를 박았고 끝내 머리가 깨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레들이 쏟아졌다.
너무도 끔찍해서 자동으로 인상이 써졌다.
“그냥 지나치자.”
6번 구역에서 15명 이상의 광인이 쓰러진 것을 보았다.
태경이가 나에게 물었다.
“대통령께서는 어디 계신 거야?”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 우리가 갔던 회의실이 50번 대였나? 아직 더 깊게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8번 대 방으로 들어갔을 때, 옷을 다 입은 한 여인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나왔다.
“살려주세요. 총 쏘지 마세요.”
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속을 말하세요.”
“청와대 제1부속실···. 서지원입니다.”
“그 자리에 멈추세요.”
울고 있는 그녀를 멈추게 하고 만파식적을 몇번이나 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염되지 않았다는 증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눈을 자세히 살펴보고 완전히 확신했다.
“깨끗하군요. 이제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녀는 긴장이 풀어지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한 병사가 어디선가 모포를 가지고 와 그녀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강하게 물었다.
“이곳에 대통령께서 계십니다. 어디에 계신가요?”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
“VIP께서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24구역에 있는 지휘통제실로 가면 어디 계신 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지휘통제실이라···. 우리의 1차 목표로 삼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우리를 안내해 줄 수 있습니까?”
여자는 겁먹은 얼굴이었다.
“제가요?”
“우리와 함께 있으면 절대 안전합니다. 일단 지휘통제실까지만 안내해 주세요.”
“알···알았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우리는 한 구역을 지나갈 때마다 만파식적을 불었고 24구역까지 갔다.
그동안에 죽은 광인을 50명 정도 보았고 살아 있는 비서관과 경호원을 13명이나 보았다. 정상적인 경호실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지휘통제실에 도착.
“여기가 지휘통제실입니다.”
긴장하며 통제실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기술직 경호원이 통제실에 앉아 자신 있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카메라 확보합니다.”
기술직 경호원이 마우스를 클릭하여 각 구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거의 30분을 뒤져서 48구역에 대통령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스피커를 켜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통령님. 김 대표입니다. 제 말 들리세요?”
하지만 그쪽 스피커가 고장 났는지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상대가 듣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직원이 한참 더 콘솔을 만지다가 갑자기 통화가 되기 시작했다.
“대통령님! 골든보이 김 대표입니다. 들리십니까?”
대통령이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제서야 카메라를 보았다.
-김 대표가 왔나? 정말로 왔어? 정말 다행이야. 역시 하늘이 무심하지 않군.
“수방사 탱크까지 끌고 왔습니다. 아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곳 벙커도 대충 정리되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이야. 골든보이에게 또 큰 빚을 지게 되었어.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조금 전까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답답했는데, 자네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야.
“그곳에 몇 명이 있습니까?”
-나 외에 7명이 있네.
“바로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지. 아직 광인들이 주변에 있으니 천천히 안전하게 오게.
경호실의 안내와 지휘통제실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통제실을 장악하자 이동할 때마다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한 구역을 이동하고 만파식적을 불었기에 광인들은 대부분 시체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벌레들도 죽어 있었다.
드디어 마른 수건이 산처럼 쌓여 있는 48구역의 방에서 대통령과 만났다.
어쩌다 보니 경호원은 하나도 없고 부속실 사람들과 갇혀 있었다. 절반이 여자였으니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을 못 한 것도 당연했다.
총 한 자루도 없이 광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모든 시체를 밖으로 내놓고 신분만 확인한 후 기름을 부어 바로 화장했다. 그리고 벙커 전체를 돌며 만파식적을 불어 북악산 벙커를 무균실로 만들었다.
“북악산 벙커를 완전히 소독했습니다.”
대통령이 처음 한 일은 방송국과 연결한 일.
KBE 방송국은 아직 살아 있는 대통령과 골든보이가 연결되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바로 전국 생방송을 연결했다.
대통령이 직접 만파식적을 보여주며 이번 광인 사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계엄사령관을 임명했다. 임시 준장으로 임명한 골든보이 에드워드 미군 대령이었다.
이제 에드워드 장군이다.
골든보이는 근엄한 얼굴로 국민에게 말했다.
“가장 빠르게 여러분의 일상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의 위치가 파악되자 낙오되었던 병력이 북악산 벙커 쪽으로 모여들었고 벙커 앞에서 감염자를 색출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모두 세워두고 만파식적을 불면 감염자들이 죽어 나갔고, 이상 없는 사람은 서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조직력이 되살아 났다.
조직력이 살아나자 군대와 경찰들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장군이나 높은 계급의 경찰들이 나타났지만, 계엄사령관인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을 구한 공과 만파식적을 발견한 업적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골든보이뿐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확신하고 있었다.
“일단 서울부터 방역합시다.”
나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