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목사 손에 든 십자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목사는 신을 몸에 강림한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하고 나이 든 중년 남자 신도를 금속 십자가로 내려치고 있었다.
“교회 나오세요. 혼자 기도하면 안 됩니다.”
교회 안에 있던 신도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강남 대형 교회에서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모여 있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교회에 모여 있었던 것이었다.
하나님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목사의 말을 신도들이 믿었기에 일어난 참사였다.
곧 교회의 정문이 부서지며 백 명이 넘는 광인들이 쏟아졌다.
100일 기도를 하는 동안 신도들이 오염된 동우리 생수를 마신 것이었다.
아이를 공격하는 광인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자 우리의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저기 꼬마가 위험하다!”
내가 먼저 달려가 총을 쏘기 시작했고, 경복이와 다른 직원들도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를 공격했던 광인이 쓰러졌고.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챙기더니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놈들이 이쪽을 본다···.”
우리가 총을 쏘자, 나체의 광인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주었고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체의 수백이 달려오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압도적.
“어 씨발. 너무 많다.”
광인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각자 손에 짱돌과 젓가락, 과일칼, 망치 등을 손에 쥐고 활짝 웃으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은 너무도 무서워 나도 모르게 뒷걸음치게 했다.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지금은 후퇴해야 할 때.
“본사로 들어가! 본사로!!!”
우리가 본사로 달려가자, 경비와 수행과 직원들이 문을 열며 소리쳤다.
“빨리빨리! 빨리 들어오세요!”
우리는 전력을 다해 본사 안으로 몸을 던지듯 들어왔다. 마지막 사람까지 들어오자, 본사 경비들이 문을 급하게 닫았다.
“다 들어왔지?”
선 대위가 대답했다.
“15명 다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광인들이 몸을 던지듯 유리 벽에 몸을 부딪쳤다. 좀비와 달리 인간과 같아서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흔들었다.
경비가 쇠사슬로 정문 손잡이를 감기 시작했다. 그러자 광인들이 정문을 흔들어도 덜컹덜컹했을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놈들이 외벽을 내려칩니다.”
나체의 광인들이 회사 강화 유리 벽을 쇠 파이프로 내려치고 짱돌로 벽을 찍었지만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경복이가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
“외벽 유리 깨지지 않겠지?”
나는 건물을 살 때 들었던 설명이 떠올랐다.
“철근 콘크리트보다 훨씬 강하다고 했다. 쇠 파이프 같은 것으로는 어림도 없지.”
광인들이 바위를 들어 찍었으나 자국 하나 없었다. 이제야 모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경비책임자가 한마디 했다.
“오전에 10명 정도 되는 놈들이 회사 로비에 있는 금덩이 노리고 외벽을 대형 해머로 부수려고 했지만 버텼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놀라며 말했다.
“그런 정신 나간 놈들이 있었다고요?”
“광인을 뛰어 넘는 미친놈들이 있죠.”
이때 태경이가 어딘가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야! 강남 교회에서 미친놈들이 쏟아진다!”
강남 교회에서 다시 한번 2백여 명에 가까운 광인들이 튀어나오더니, 이쪽을 보고 달려왔다. 주변에 있던 다른 광인까지 휩쓸리며 무려 300명이 몸을 던지듯 건물의 정문을 밀기 시작했다.
경비가 놀라며 정문을 몸으로 밀었다.
“밀고 들어온다! 막아!”
나도 온몸 던져 정문을 밀었다.
“막아! 밀리면 정문이 터진다.”
그러자 모든 수행과 직원과 경비가 달려와 문을 밀기 시작했다.
광인들이 정문을 밀자 정문이 부서질 듯 휘청거리며 장석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만 힘에 밀리면 정문이 통째로 뜯어질 것 같았다.
유리문 밖으로 광인들은 문을 밀며 끔찍한 미소를 보였다.
“예수. 예수 하느님을 만나세요.”
“세영이는 잘 있어? 왜 연락 안 해?”
“와인바는 세인트. 그런데 비싸.”
“저는 안 먹었지만 맛있어. 맛있다고.”
조금씩 안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힘을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마틴은 교회 광인들을 향해서 총을 쏘고 싶었지만, 구멍이 없었다.
“총을 쏠 구멍이 없습니다.”
선대위가 온 힘을 다해 정문을 밀며 말했다.
“이러다가 정문이 부서질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 먼저 위로 올라가세요!”
회사 정문은 아름답지만 300명이 밀어도 버틸 정도로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았다.
이때 태경이가 후문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잠깐 기다려!”
곧 태경이가 후문에 주차해 놓은 버스를 타더니, 정문 쪽으로 돌아왔다. 버스는 잠깐 망설였지만, 곧 전력을 다해서 정문 앞에 있던 광인들을 단숨에 밀어버렸다.
퍼! 버! 버! 벅!!!
광인들은 마치 볼링핀처럼 날아가 쓰러졌다.
“이 씨발놈들아! 교회 안 다닌다고! 일요일 날 늦잠 잘 거다!”
태경이 다시 후진으로 버스를 빼더니 정문에 있던 광인들을 더 강하게 날려 버렸다. 수십 명의 미친놈이 나가떨어졌다.
쾅! 쾅! 쾅! 쾅!
광인들이 버스를 쇠 파이프나 칼 그리고 돌로 내려치자. 태경이는 더 흥분하며 더 길게 버스를 뺐다가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가 광인들을 밀어 버렸다.
이번에는 속력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콰과과콰쾅
“이 씨발 새끼들아! 이 버스 새것이야! 존나 비싸!”
정문을 밀고 있는 광인 절반이 날아갔다.
평소였다면 버스 운전기사가 완전히 미친 광인이었겠지만, 지금은 영웅이다.
정문에 있던 광인들이 이제는 버스를 따라왔다. 전속력으로 달려와 버스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태경이가 주변 도로를 돌기 시작했고 도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었다.
달리다가 방향을 확 꺾으면 매달렸던 광인들이 바닥에 우르르 떨어졌다.
약간 멀리까지 광인들을 이끌고 갔다가 전속력으로 본사로 돌아왔다.
그렇게 광인들을 떼어놓고 다시 회사 후문에 차를 세웠더니 독한 광인 2명이 끝까지 버스 뒤에 붙어 있었다.
경복이가 그것을 보고 광인을 총으로 쏘아 떨어트렸다.
그러자 태경이가 차에서 내려 후문으로 달려 안으로 들어왔다.
경복이가 감탄하며 안았다.
“와. 미친 새끼 존나 멋있어.”
태경이가 흥분한 얼굴로 어깨에 힘을 주었다.
“쩔었지?”
“완전 미쳤다. 매드맥스 강남을 보는 것 같았어.”
정문 주변에는 이제 광인이 30명도 남지 않아 정문이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경복이가 나를 보며 강하게 말했다.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 이제 소 뼈다귀 챙기러 가자.”
“그래. 내방에 있다. 가자.”
아직 전기가 들어오고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으로 올라왔다.
아 힘들다. 계단을 올라가다 심장 마비가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운동해야지.
끝내 최상층 부회장실로 들어가 구석에 붙박이장 같은 금고 앞에 섰다.
“여기 있다. 확인해 볼까?”
머릿속에 있는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2번이나 틀렸다.
경복이가 생수병에 보리차를 넘겼다.
“무섭게 그러지 마. 마셔.”
“땡큐”
보리차를 마셨는데, 목구멍으로 화끈한 위스키가 훑고 지나갔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뱃속이 뜨겁다. 위스키는 강력한 진정제. 오늘 보았던 끔찍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비밀번호가 정확하게 떠올라, 수백 번 연습했던 번호 콤비네이션을 천천히 눌렀다.
46,35,18,19,44
그리고 안구 스캔과 목소리 인식으로 나의 이름을 말했다.
금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수행과 직원들도 함께 금고 안을 보았는데, 조금은 실망한 얼굴.
활짝 열린 골든보이의 금고 안은 현금도 금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다만 왼편 벽면에 황금 씨앗과 팔뚝만 한 소뼈 하나가 보였다.
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소뼈를 들어 올리고 말했다.
“여기 있다. 만파식적.”
현재의 사태를 끝낼 수 있는 궁극의 무기라고 하면서 소 뼈다귀를 꺼내자, 주변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만파식적’이라고 하면 황금으로 만든 대금이나 피리 같은 악기일 것으로 상상했던 것이었다.
태경이가 만파식적을 보며 말했다.
“이것을 어떻게 쓰지? 효과는 어떨까?”
사용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하나다.
“아래층 내려가서 불어 보면 되지.”
우리는 1층으로 내려가 광인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강화 유리 벽에 붙어 있는 나체의 광인들을 보며 만파식적을 불었다.
역시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만파식적을 강하게 분 순간 벽에 붙어 있던 광인들이 너무도 괴로워하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입에서 벌레를 쏟아냈고 귀에서도 벌레가 나오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에서 갑자기 벌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벌레들은 밖으로 나와 꿈틀거렸지만 금방 죽었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고 펄쩍 뛸 정도로 좋아했다.
“오! 효과 있다. 효과가 있어.”
이때 조금 떨어져 있던 나체의 젊은 광인 여자가 이쪽으로 달려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어디선가 주어 온 돌로 본사 강화 유리를 치기 시작했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나체의 미녀지만 강화 유리를 치는 모습이 너무도 공포스럽다.
인상을 쓰며 강하게 만파식적을 불자 여인은 인상을 쓰며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쓰러졌다. 그리고 피를 토하며 벌레를 쏟아냈다.
“소리는 안 나는데 효과는 확실하다. 벌레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해.”
“또 온다.”
그 순간 다른 중년의 남녀 광인 몇 명이 벽에 달라붙었다.
나는 자신감 있는 얼굴로 말했다.
“멍청한 새끼들. 네 친구 죽는 것 못 봤냐?”
다시 만파식적을 강하게 불어 3명을 쓰러트렸다. 모두 벌레가 들어 있는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경복이가 그것을 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만파식적으로 본사는 확실히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미션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서울을 구하고, 대한민국을 구하지?”
나도 심각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이렇게 입으로 불어서 죽여가면, 열심히 해도 내년 추석에나 마무리할 수 있겠다.”
이때 태경이가 경비원이랑 한참 동안 이야기하더니, 함께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성인 남자 두 명이 들어야 하는 기계를 가지고 왔다.
경복이가 기계를 살피며 물었다.
“이게 뭐야?”
그리고 태경이가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사람이 머리를 써야지. 이것이 바로 ‘에어 컴프레셔’다.”
나는 전혀 뭔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말했다.
“에어 뭐라고?”
“간단하게 바람 부는 기계다.”
태경이가 호스와 연결된 권총을 누르자, 강한 바람이 나왔다. 본사 주변에 떨어진 낙엽이나 모래가 들어왔을 때 강한 바람을 불어 밖으로 털어내는 기계였다.
휴대용 컴프레셔에 충전기를 연결하고 전원을 넣자 모터가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태경이가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강한 피리 소리를 놈들에게 들려줘.”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당연히 실험을 해봐야 했다.
“그래. 밑져봐야 본전이다. 한번 해보자.”
나는 만파식적을 한 손으로 잡고 에어 컴프레셔로 구멍에 바람을 쏘았다.
!!!
주변에 있던 수많은 광인이 온몸을 비틀거리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다들 입에서 피를 토하며 벌레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태경이가 뛸 듯이 기뻐했다.
“효과가 있다! 멀리 있는 놈들도 쓰러지고 있어!”
“그래. 저기 도로에 있는 놈도 쓰러진다.”
멀리 있는 한 사내는 고통을 느끼는 듯 도로를 뛰어다녔는데, 곧 바닥에 쓰러져 덜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골든보이 채널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봤습니까? 이것이 바로 만파식적입니다. 옛날 신라시대 문무왕께서 나라를 평안케 하려고 만든 피리입니다. 드디어 홀딱 벗고 다니는 좀비들을 한 방에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각종 게시글이 올라왔다.
-어떻게 피리 때문에 좀비가 죽나요?
-관리자용 광역 아이템.
-벌써 궁극의 무기가 나왔다.
-세상이 망해 찐따에서 해방된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다행이야.
-골든보이 만세다.
-광인들을 어서 잡아주세요
-좀비 끝났다. 광역 무기 나간다.
-소뼈가 만파식적이라고?
-저거 진짜 맞아? 의심스러운데?
-미친놈아. 골든보이님이 그러면 그런 거야.
-소 뼈다귀 국보로 등극.
······
“이 피리 소리를 들은 동물이나 벌레가 발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광인들 몸속에 벌레들도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는데, 청와대 서 비서관의 전화였다. 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김 대표님. 어디 십니까?
나도 그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표님. 저희가 남산 벙커에 들어왔는데, 완전히 고립되었습니다.
“고립되다니요?”
-벙커에 들어 왔는데, 함께 들어온 수많은 사람이 미쳐서 날뛰고 있습니다. 경호원 중에도 미친 사람이 있어서, 문체부 장관이 총에 맞고 죽었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청와대 사람 중에도 오염된 사람이 있는 것이었다.
“큰일이군요.”
-방금 만파식적 방송을 보았는데, 벙커로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그것이 너무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난번 북악 스카이웨이 쪽 벙커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곳입니다.
나는 미간을 구기며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벙커로 가겠습니다.
서 비서관은 조금 망설였다.
-그··· 만파식적 진짜지요?
“제가 골든보이를 믿냐고 물어봐야 합니까?”
서 비서관은 당황하여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지금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럽니다. 그리고 절실하게 믿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있는데, 나를 부른 것이 이상했다.
“수방사를 왜 부르지 않습니까? 지금 필요한 것이 군대입니다. 그곳에 진압을 요청하세요.”
-수방사도 지금 내부에서 광인이 튀어나와 마비 상태입니다. 이동하다가 튀어나오고, 사격하다가 튀어나와, 현재 내부 단속에만 하는 상태입니다. 경찰 특공대도 같은 상황이고요.
내부에서 광인이 튀어나와 뒤통수를 치면 조직이 마비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해했습니다. 그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우리 수행과 직원들에게 청와대에서 지원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청와대 벙커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복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경호실이랑. 수방사는 뭐하고?”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거기라고 멀쩡하겠냐? 옆에 있는 놈이 갑자기 변하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하네.”
이때 태경이가 자신 있는 얼굴로 컴프레셔 총을 쏘았다.
칙-칙-칙-
“만파식적에 컴프레셔 한번 불면, 바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훈장을 받는다. 이제 무서운 것이 없어. 우리는 사기급 광역 무기가 있다고.”
나도 가벼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 먼저 만파식적으로 대통령님 주변을 정리하고. 두번째로 수방사 처리하고, 세 번째로 경찰 도와주면 대충 서울은 끝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전방 부대 돌면 일이 마무리되겠지.”
경복이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본사에 있으면 뭐 하냐? 북악 스카이웨이 거기 산책로에 있었던 벙커 맞지?”
“맞다. 거기야.”
태경이가 차 키를 꺼내며 말했다.
“가자. 버스 타라.”
본사를 지키는 병력만 남겨 두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탔다. 그리고 북악산 비상 지휘용 벙커로 방향을 잡았다.
버스에 타기 무섭게 태경이가 사방에 에프킬라를 마구 뿌리고 각자의 몸에도 뿌려줬다. 숨쉬기 힘들 정도였지만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몸을 소독하는 느낌.
내가 기침을 몇 번하고 말했다.
“내가 만파식적을 불었는데 우리 직원 중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없잖아. 우리는 깨끗하다는 증거다. 그러니까 에프킬라 그만 뿌려.”
태경이가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손뼉을 쳤다.
“오. 그렇군. 맞는 말이다. 우리끼리는 조금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네.”
“그렇지! 이곳은 완벽한 안전 구역이다.”
버스는 강남을 벗어나 강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한남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한남대교를 막고 있는 30명의 광인이 보였지만 만파식적을 불자 모두 머리를 끌어안고 한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단체 한강 다이빙을 보며 웃었다.
“간단한데?”
우리가 다리를 건너기 직진 도로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기관총이 날아와 버스를 덮쳤다.
타타타타타탕
버스 옆 창문이 깨졌을 때, 태경이가 급하게 운전대를 꺾었다. 그 순간 멀리 보이는 것은 수방사 탱크.
옷을 다 벗고 방탄모만 쓴 병사가 탱크 위의 기관총을 미친듯이 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탱크의 포탑이 회전하며 움직였다. 다행히 이쪽을 보지 못한 듯 계속해서 회전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빌딩을 향해서 포탄을 날렸다.
쾅!!!
상업용 빌딩으로 보이는 중간층에 포탄이 박혔고 바로 엄청난 화재가 일어났다.
나는 놀라 소리쳤다.
“탱크! 탱크!”
경복이도 악을 쓰며 소리쳤다.
“피해! 전차포 맞으면 뼈도 못 추린다.”
우리는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와 진동에 정신이 없었다.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잠깐 세워봐. 이것은 그냥 가면 안 된다.”
경복이가 강하게 말했다.
“뭐 하려고. 네가 람보냐?”
“광역 아이템 쓰면 되잖아.”
“탱크 앞으로 가면 죽어!”
“탱크 앞으로 못 가지. 내가 탱크 몰았던 사람이야.”
“그런데 어딜 가?”
“여기서 써보자. 저 정도 거리에서도 먹혔던 것 같아.”
“그래? 그럼 빨리 써!”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머리만 내밀고 만파식적을 아주 길게 불었다. 그러자 탱크를 타고 있던 수방사 병사가 괴로워했다.
“오! 좋아. 멀리서도 먹힌다.”
나는 포탑이 멈춰 선 것을 보고 에어 컴프레셔로 아주 길게 만파식적을 불었다. 그러자 포탑에 앉아 있던 병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피를 토했다.
“탱크가 멈췄다. 안 움직여!”
탱크가 멈췄어도 우리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탱크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이때 숨어 있던 수방사 병사들이 나왔고, 우리를 확인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골든보이다! 골든보이가 탱크를 처치했어!!!”
이제 내 킬 마크에 탱크도 하나 붙이는 건가?
우리는 자신감 있게 탱크 쪽으로 버스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