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67화 (167/188)

167화

방안에는 반짝반짝 닦아 놓은 소음기와 도트가 달린 M4 소총 20정이 벽에 걸려 있었다.

구석에는 탄약 1만 발이 쌓여 있었는데, 중대 무기고와 비슷한 수준.

탄창이 가득 들어있는 방탄 전술 조끼 옆에 군용단검까지 있었다.

창가에는 M60기관총이 놓여 있었는데 호주 코만도 출신인 마틴 대위가 그것을 들어보고 묵직한 무게를 느끼더니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최근에 몇 번의 총격전이 있었는데, 참전하지 못해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실력을 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미군 군복도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은 입지 않았다.

2주 전부터 모든 직원에게 검은색 무스탕 재킷을 나눠주었다. 무스탕은 상체를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가죽 갑옷의 역할.

활동성 있는 동계 전투 바지를 입었고 신발은 전투화를 신었다. 벌레 따위가 들어올 수 없는 복장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20명이 완전무장하고 그중 15명이 회사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5명이 남아 가족을 지키기로 했다.

“5명이면 충분하겠죠? 아닐 것 같으면 미리 말씀하세요.”

남는 수행과 직원은 소총을 손에 쥐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 정도 무장이면 1개 사단도 막을 수 있습니다.”

“화재를 제외하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지하에 있는 자동차를 나눠타고 본사로 오세요.”

광인이 난동을 부리고 있으니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긴급 문자가 왔고 생수와 식품을 끓여 먹으라는 내용의 안내문자가 연속으로 왔다.

바로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군인들이 휴전선에서 서울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골든보이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은 것이었다.

카메라 on, 골든보이 채널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골든보이 시청자 여러분. 저는 오늘의 사태를 예언한 사람으로서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오늘 저를 호위할 분들은 수행과 직원들과 새롭게 합류한 러시아 직원 여러분입니다. 제 안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글이 연속으로 올라왔다.

-총이다. 총을 가지고 있어.

-어떻게 총이 있죠?

-이러면 골든보이가 무적이지.

-좀비 사냥 시작인가?

-러시아 용병?

-어떻게 군인 무기를 가지고 있지?

······

“무장은 미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알다시피 제가 미군 대령이니까요. 그것보다 우리 골댕이 여러분은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끓이지 않은 물은 마시지 말고요. 모든 음식을 끓여 먹어야 합니다. 그 안에 벌레 유충이 들어있을 수 있으니까요.”

골든보이 방송은 시작하자마자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돌아다닐 용기는 없으나 밖이 너무도 궁금한 것이었다.

별풍선이 연속으로 터지고 있었다.

“우리가 갈 곳은 ㈜엘도라도 본사 건물입니다. 그곳에 광인들을 쓰러트릴 수 있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무슨 아이템?

-좀비집행검?

-골든보이는 앞날을 내다보고 다 준비했군.

-내일 나 면접이 있으니까 빨리 좀비 잡아줘.

-회사 출근하기 싫다. 1주일만 있다가 하자.

-병신. 뇌가 좀비냐?

-윗집에서 가족끼리 싸우고 난리 났음.

···.

“자 갑니다! 모두 행운을 빌어주세요.”

이제 전 세계가 골든보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이제 야생의 땅으로 나갑니다.”

무스탕 가죽 갑옷을 입은 곰 15마리가 문을 열고 전술 대형으로 나왔다. 나름 비장한 각오를 하고 나왔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앞집의 문이 빼꼼 열리더니 한 사내가 낮게 외쳤다.

“골든보이 파이팅!!!”

나는 긴장을 풀며 미소를 보였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선 대위가 시가전 전투 대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강도 높게 시가전 전술을 연습해서 어느 때 보다 자신 있게 움직였다.

목표는 지상에 세워둔 버스. 아파트 베란다에서 원격으로 시동까지 걸어두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다. 이미 계획한 대로 비상계단으로 가고 있었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총구로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비상계단으로 들어섰다.

계단에 누군가가 있었다. 독한 담배 연기.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이 시국에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워?

한 사내가 나체로 담배를 피우며 계속해서 낮게 웃고 있었다.

선 대위가 총구로 놈을 겨누자 바로 뒤따라오던 병사 2명이 같이 총구를 겨눴다.

“이상자 접촉!”

아는 얼굴이었다. 지난번에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집에서 주식과 선물을 하는 개인 트레이더였다. 80억 가지고 돈을 굴려서 200억을 만들면 은퇴하겠다고 이야기했던 사람.

지능은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주식은 잘하는지 200억에 가까이 왔다고 했다.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나체로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같은 말 만했다.

“26층에 사람 있어요. 26층에 사람 있다고요. 26층에···. 26층···. 살려주세요.”

철컥.

총을 장전하자 눈이 마주쳤는데 코에서 벌레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손에 황도캔을 들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매수? 물 타? 매수해?”

나는 그것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격!”

퍽! 퍽! 퍽퍽퍽! 퍽퍽!

놈은 온몸에 총알이 박히고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통과. 통과”

우리는 재빨리 주식 아저씨의 시체를 피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상대를 쓰러트렸어도 절대 손으로 만지면 안 됩니다. 아까도 보았지만, 몸 안에 벌레가 있습니다. 다가간 사람이 그 벌레에 물릴 가능성이 있으니 근처도 가지 마세요.”

-구충제. 구충제 먹자.

-엄마가 먹으라고 했는데··· 왜 안 먹었지?

-동생이 먹으라고 할 때 촌스럽다고 했는데···.

-우하하하. 구충제 발견. 대박.

-구충제 알당 10만원에 삽니다.

······

우리의 옷과 몸에 엄청난 양의 모기 퇴치제를 발라 놓았다. 피부에 좋지 않겠지만 지금 그런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닐 터. 우리의 몸에 벌레가 달라붙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독한 냄새 때문에 벌레가 피할 것이 분명했다.

선봉의 직원이 강하게 소리쳤다.

“이상자 발견. 여성 노인.”

일 층 입구까지 왔는데 할머니가 나체로 유모차를 끌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쏘지 않고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유모차 안에 큰 낫이 들어있었다.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유모차에서 갑자기 낫을 뽑아 들고 인상을 썼다.

“우리 아들 100점. 부럽지? 너희 아들은 몇 점이야?”

내가 소음기 권총을 쏘자, 뒤에서 다른 직원이 총탄을 쏘았다.

퍽! 퍽퍽퍽! 퍽퍽퍽.

모두 소음기를 끼고 있었지만, 영화에서 들었던 음이 아니다. 엄청난 큰 총소리를 조금 줄여주는 정도.

할머니는 바닥에 쓰러졌고 나는 긴 한숨과 함께 돌아섰다.

“버스로 이동!”

검은색 버스가 보였고, 리모컨을 누르자 버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나는 떠나기 전에 버스 안에서 확성기를 꺼내 들었다.

“청계마을 아파트 주민 여러분! 절대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방금 제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옷을 벗고 있는 사람이 바로 ‘광인’입니다. 생수 안에 있는 벌레를 먹고 광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베란다로 나온 한 주민이 크게 소리쳤다.

“방송 보고 있어요! 골든보이 파이팅!”

“고맙습니다. 이웃집에서 소리가 난다고 도와주려 하지 마세요. 그냥 집에 가만히 계셔야 합니다. 다만 불이 나는지 지켜보세요. 화재가 나면 어떻게 피할 것인지 생각하세요.”

버스 쪽으로 거의 갔을 때, 퍽퍽 소리가 났다.

106동을 지키는 수위 할아버지가 옷을 다 벗고, 다른 경비 아저씨를 삽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삽을 세워 내려칠 때마다 피가 터졌다.

나를 볼 때마다 활짝 웃으며 인사하던 착한 아저씨였으나 지금은 완전히 광인이 되어있었다.

경비실에 놓여 있는 동우리 생수 한박스가 생각났다.

“타겟 확인. 실행.”

선 대위가 수위 할아버지 앞까지 다가가 총을 쏘아 쓰러트리고, 다시 한번 머리를 쏘아 확인사살 했다. 그리고 가루 살충제를 몸에 뿌렸다.

경복이가 이쪽으로 다가온 선 대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머리부터 뿌려줬다.

그러자 태경이도 다가와서 양팔을 벌렸다.

“나도. 나도.”

“머리 숙여.”

벌레 기피제를 태경이의 온몸에 페인트칠하듯 뿌렸다.

“나중에 피부 트러블 생기는 거 아니겠지?”

경복이가 와락 인상을 썼다.

“벌레가 얼굴을 뚫고 나와야 그따위 걱정 안 하지.”

“그렇지. 맞아. 빨리 회사 가자.”

태경이가 버스 운전석에 타며 강하게 말했다.

“입구를 트럭이 막고 있는데?”

아파트 입구를 막고 있는 부서진 트럭을 보았다. 아까 도로에서 튕겨 나온 그 차였다.

나는 새 버스 냄새를 맡으며 강하게 말했다.

“밀어 버리자. 큰 버스라 힘 좋다.”

태경이는 아쉬운 얼굴이었다.

“새 버스에 상처가 생기면 어떡해?”

내가 강하게 말했다.

“야! 지금 버스에 상처 나는 것이 문제냐?”

검정 버스 머리에 경찰 사이렌 등을 올려놓았다. 멀리서 보면 마치 경찰특공대 버스같이 느낌. 불법 개조였으나 돈을 많이 주니 자동차 정비소에서 해줬다.

내가 강하게 말했다.

“가자! 오늘 출근은 차가 없어서 막히지 않겠다.”

태경이가 기어를 넣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오케이. 가자.”

단숨에 아파트 입구 앞 쓰러진 포터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도로로 나오자 역시나 차가 한대도 없었다.

조금 올라가니 도로 중앙에 누가 버려 놓은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으로 보아 뭔가 상황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가 BMWX8을 버리고 갔다.”

“그냥 가자. 벌레가 가득 들어있을 수 있어.”

반대편 차선으로 경찰차가 경고등만 반짝이며 이동하고 있었다. 이쪽을 보았지만, 버스 위에 경찰 사이렌 등을 올리고 있어서 그런지 그냥 지나갔다.

버스가 서초구로 들어가는 대로에 갔을 때 논에서 일을 한 것 같은 앙상한 늙은 할아버지 5명이 나체가 되어 각자 농기구를 들고 도로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선 대위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지나갑시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열 수 있는 뒤 창문을 열고 수행과 직원들이 나체의 할아버지를 향해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알이 날아오면 피하는 것이 우선인데 할아버지들은 이쪽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왔다. 총알에 맞아도 쓰러졌다 일어나, 망치와 삽으로 버스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떤 날카로운 인상의 할아버지는 버스의 타이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고 짜증을 내더니 갑자기 뒤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후진했다.

후진으로 할아버지 2명을 날려 버리고 1명은 버스로 깔아버렸다.

나는 태경이에게 강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자!”

우리 버스가 광인을 두고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태경이가 사람을 치었다는 생각에 입으로 계속 씨발 씨발 해서 내가 물었다.

“너도 광인이 되었냐? 왜 자꾸 같은 말만 해?”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 줄 알아?”

나는 운전하고 있는 태경이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말했다.

“잘했어. 너는 아무 잘못 없다. 아주 나이스였어.”

태경이는 이제서야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나이스지?”

“그러니까 빨리 삼성동 본사로 가자. 점점 광인이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야.”

버스는 서초구로 들어가는 진선 터널 쪽으로 길을 잡았다.

경복이가 손가락으로 터널 앞을 가리켰는데, 그 앞에 경찰차가 보였다.

“경찰이 있는데 나체다. 광인이 되었나 봐.”

터널 앞에 경찰차 한 대가 뒤집혀 있었는데 경찰 하나가 모자만 쓰고 나체로 서 있었다. 경찰차 안에는 총에 맞아 죽은 경찰 한 명이 보였다.

나체의 경찰은 양손에 권총을 들고 마치 터널을 지키는 사람처럼 터널의 좌우를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가 우리 버스를 보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탕!

마지막 총알이 버스의 앞 유리에 박히며 금이 가게했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보셨지요? 경찰도 감염되어 있습니다. 권총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경복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처리할게.”

그러자 경복이가 스코프 달린 M4로 정확하게 조준하고 쏘았다.

탕!!!

그러자 경찰이 한 방에 머리가 터지더니 무너지듯 쓰러졌다.

“나이스 샷!”

선 대위가 머리를 돌리더니 강하게 외쳤다.

“230방향. 나체. 사내 5명! 빠르게 다가옵니다.”

산 쪽에서 나뭇가지 정리하는 일꾼 5명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도끼와 정글도 그리고 전기톱까지 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나뭇가지에 쓸렸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총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내가 처리합니다.”

마틴이 버스 문을 열더니, 서서 쏴 자세로 M60을 갈기기 시작했다. 기관총이었으나 거구의 마틴이 쏘자 마치 소총처럼 보였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기관총을 들고 쏘면 반동이 심한데, 마틴의 자세에서는 반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5명의 산림정리 일꾼들은 다리에 힘이 빠진 사람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각각의 대여섯 발의 총탄이 일꾼의 몸을 터트려 버렸다.

-와. 대박.

-나 M60 사수였는데 저렇게 무서웠나?

-서서 쏴 자세로 저것이 가능?

-저 백인 남자는 뭐냐?

-혼자 사냥을 할 수 있겠는데?

-1인 최고 레벨 파티인가?

-탱커가 총사 직업.

“마틴! 들어와. 출발!”

태경이가 다시 마틴을 태우고 출발했다.

터널을 통해서 서초구로 들어오니 더 엉망이었다.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체로 뛰어다니는 사람이 많았고 버려져 있는 시체도 자주 눈에 띄었다.

나는 태경이에게 다가가 강하게 말했다.

“그냥 무시하고 달려.”

“알았어”

보이는 광인들을 총으로 쏘아 쓰러트릴 수 있었으나 총을 쏘면 놈들이 몰려오는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먼저 본사에 있는 ‘만파식적’을 손에 넣는 것이 우선이다.

코너를 돌았을 때, 유니폼을 입은 여자 30명이 건물 밖으로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뛰어나오고 있었다. 나체인 젊은 여자 3명이 튀어나와 가위와 칼 그리고 수석으로 유니폼 입은 여자를 공격하고 있었다.

가위를 들고 있는 여자는 달려가 다른 직원의 등을 찔러 쓰러트린 후, 위에 올라타서 마구 찔렀다.

“왜 나 빼고 먹었어? 왜 나 빼고 먹었냐고?”

수석을 손에 쥐고 있던 광인 여인은, 제대로 뛰지 못하는 여인의 뒤통수를 쳐 쓰러트렸다.

“좋은 땅이 있어서 연락 드렸어요. 제 말 한번 들어보세요.”

그리고 상대의 머리가 터질 때까지 내리쳤다.

태경이가 아무말도 없이 출입문을 열었다.

“이건 그냥 못 가겠다.”

“좋아. 대충 해결하고 가자.”

우리는 빠르게 달려가 나체의 여자를 향해서 총을 쏘았다.

단 1분 만에 나체의 여자 3명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도망치던 여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나는 공중으로 공포탄을 쏘고 말했다.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그쪽이 감염되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아가씨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 아무렇지도 않아요.”

“지금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살려주세요. 집이 가까워요. 태워주세요.”

“태워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품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서 젊은 아가씨에게 던졌다.

“일단 안전한 곳에 숨어 계세요. 아니면 출근할 때 타고 온 차로 탈출하세요.”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자고, 우리가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쾅!!!

멀리 아파트에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엄청난 불길이 솟아오르며 통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서초구 소방서가 있었는데 셔터가 열리더니 소방차가 아파트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소방대원 중에 절반은 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먼저 나를 향해서 거수경례했다.

나도 정식으로 거수경례를 받았다. 역시 소방관은 훌륭하다.

태경이가 기어를 넣으며 말했다.

“출발?”

“가자. 다 왔다.”

본사까지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경찰차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경찰은 완전히 겁먹은 얼굴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보조석의 경찰은 소총을 두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이때 엄청난 경적이 들렸다.

빠아아아아아앙-

언덕에서 10t 덤프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중앙선을 넘어 이쪽으로 달려오다가 경찰차를 들이받아 완전히 박살을 내고 계속해서 속력을 높였다.

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전원 사격! 이쪽으로 온다!”

순간 다가오는 덤프트럭을 향해서 모두 뛰어내려 사격을 개시했다.

타타타타타타탕

마틴의 M60도 불을 뿜었다.

덤프트럭의 앞창문이 와장창 깨지더니, 트럭 방향이 급격하게 틀어졌고 상가를 부수며 깊숙이 박혔다.

나는 트럭이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하고 강하게 말했다.

“다시 탑승! 본사로 간다.”

우리는 박살 난 경찰차를 보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경찰차 안에 있는 사람이 100% 죽었다는 것에 모든 재산을 걸 수 있을 정도.

이제 사람들이 광인에 쫓겨도 그냥 지나쳤다.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다.

텅! 텅! 텅! 텅!

이때 강남의 높은 빌딩 위에 있는 발컨 기지에서 갑자기 발칸포를 쏘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은 건물 위에 대공포가 있는지도 모른다.

발칸포가 갑자기 눈에 보이는 빌딩을 향해서 사방으로 대공포를 쏘기 시작했다.

빌딩의 유리창 건물이 터져나가며 하늘에서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 5곳의 빌딩이 화염에 휩싸였다.

와장창-

발칸포를 쏜 곳에서, 한 5분 동안 시끄러운 총소리가 나더니, 나체가 된 군인 시체들이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졌다. 광인은 진압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 버스는 깨진 유리를 밟고, 화염에 휩싸인 자동차를 밀어내며 본사로 계속 이동했다.

태경이가 버스 운전을 하면서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이게 뭔 세상이냐!!”

“늦으면 망한다. 더 퍼지기 전에 해결해야 해!”

태경이가 더욱 악셀을 밟았다.

강남역 2번 출구를 지나고 있을 때 갑자기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강남 지하철역이 폭발한 것이었다.

쾅!!!

얼마 후에 화염을 뚫고 나체의 사내 몇 명이 강남역 대로를 뛰어다녔다. 온몸이 화염이었지만 악을 쓰며 외쳤다.

“최신폰 공짜! 정말 싸게 드립니다!!!”

그는 몇 마디 소리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엄청난 화염과 함께 연기가 치솟아 올랐으나 소방차는 오지 않았다. 수십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소방인력이 오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살인 충동 벌레에 감염이 되면, 죽이고 싶어 하는 충동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절대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러자 게시판에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한 달간 자체 외출 금지.

-있는 것 아껴 먹어 자체 3달간 외출 금지.

-나는 이제 훌륭한 히키코모리가 될 거야.

-죽일 거면 미친 우리 상무나 죽이지.

-우리나라 좀비가 외국거 보다 훨씬 무섭다.

-뛰어다니고, 총도 쓰는 한국 좀비.

-역시 K-좀비. 대세는 대한민국.

-옛날에는 좀비 걸어다녔는데.

···

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강남사 스님으로 보이는 나체의 사내 몇 명이 목탁을 들고 달려와 우리 버스를 미친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남대로의 아파트에 있던 한 젊은 남자가 M16 소총으로 스님의 머리를 한방에 박살 냈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골든보이 파이팅!!!”

우리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멀리 유선형 물결무늬의 엘도라도 본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 1분 전!”

본사에 8명의 수행과 직원들을 무장 배치하여 든든했다. 하지만 버스가 커서 지하 주차장으로 갈 수 없었고 완전히 닫혀 있었다.

후문으로 가자.

연락했기에 수행과 직원들이 후문에 나와 있었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며 밝게 웃었다.

“모두 괜찮습니까? 수고가 많습니다.”

“부회장님 방송은 보았습니다.”

“회사는 별일 없습니까?”

“불도 다 꺼 놓고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바로 옆 블록에 대형 교회가 있었다.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튀어나왔는데, 옷을 벗은 수십 명의 신도가 쇠꼬챙이나 각목 같은 것을 들고 교회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목사 옷을 반쯤 입은 사내가 금속 십자가를 손으로 들고 사람들을 내려치며 신도들을 죽이고 있었다.

“헌금을 내라고! 월정 헌금! 감사 헌금! 건축 헌금! 십일조 헌금!!!.”

목사는 활짝 웃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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