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66화 (166/188)

166화

골든보이가 생물학 테러가 일어난다고 공언한 날.

바로 25일.

똑딱-똑딱-똑딱- 시간이 흐르고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25일이 다가오자, 모든 공안 인력이 생물학 테러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이 능력이 없어 보여도, 10만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뭐가 나와도 나온다. 불개미 군단이 몰려가면 작은 벌레까지 다 튀어나오는 것이다.

경찰의 목표는 생물학적 테러범 색출.

너무 뜬금없는 명령이었고, 시간도 거의 없어서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24일 단서를 하나 발견했다.

경찰은 식품이나 식수를 통한 테러를 예상했다.

대표적인 식품 테러가 요구르트 독물 주입 사건이 있었다. 요구르트를 마신 어린아이가 청산가리에 중독되어 죽은 사건.

그래서 식품회사나 생수 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들어갔다.

엄청난 머릿수로 쌍끌이 수사를 하다가, 생수 회사 하나가 사우디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정황이 드러났다.

생수와 사우디.

어울리는 것 같으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공안당국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비상시국이니, 금감원과 국정원이 바로 확인을 했는데, 사우디 회사는 유령회사. 뭔가 진한 구린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한 미국 CIA에 해당 내용을 보냈더니 자금이 무척 수상하다고 피드백했다. 테러 자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

바로 대테러 경보가 울리고, 검찰, 경찰, 국정원이 이 사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때가 되었다는 종소리가 울리고. 데드라인이 넘어, 경고한 25일의 아침이 밝았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로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아침이 있었을까?

뜬눈으로 밤을 새운 사람도 많았고 커튼을 치고 문틈 사이로 창밖을 살피는 사람도 많았다.

아파트에 사는 많은 사람은 망원경으로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25일 아침은 목요일.

임시 공유일

도로에 차가 거의 없었다. 너도나도 연차를 쓰자, 회사 재량 휴일에 들어간 곳도 많았다. 그러자 국가가 임시 공유일로 만들었다.

회사를 열 수밖에 없는 곳은 자체 경비시설을 만들었다. 예비군으로 총을 받은 직원은 하루에 300만원의 특별수당을 책정하여 회사에 출근하게 했다.

아침 7시 뉴스 앵커가 준비된 뉴스를 말하려고 하다가 바로 속보가 들어왔다.

동우리 생수 사건.

앵커가 심각한 얼굴로, 동우리 생수에 테러리스트가 알 수 없는 생물학적 물질을 넣었으니 생수를 마시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모든 생수와 식품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곧 동우리 생수 사장이 한강에서 자살했다는 후속 보도도 나왔다.

동우리 생수? 내가 생수를 마셨나?

나는 여동생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우리집 동우리 생수 마시냐?”

“우리집이 언제 생수 마시는 것 봤어?”

나는 힘차게 머리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우리 집에서 생수를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보리차와 결명자차만 마셨다. 물을 사먹는 것이 너무도 아깝다는 어머니의 지론. 게다가 결명자차를 마셔야 눈이 좋아진다는 것을 신의 계시처럼 따르고 있었다. 어머니의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집에 대기하고 있는 수행과 직원들을 모아 놓고 심각하게 물었다.

“동우리 생수 마신 사람?”

역시나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수행과 직원들을 믿는다.

“좋아. 다행이군. 완벽해.”

다들 권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고 한달은 먹을 수 있는 식수와 식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엘도라도 그룹 무제한 유급 휴가.

엘도라도 모든 계열사는 지시가 있기 전까지 모두 유급 휴가. 모든 직원의 집으로 한달 분량의 비상식량을 보냈다.

필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엘도라도 정유 화학 같은 곳에는 총을 가지고 있는 경비 인력을 보내 놓았다.

일단 준비는 완벽하다.

이때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밖에서 나는 소리. 우리는 눈을 번쩍 뜨고 베란다로 달려가 밖을 내려다보았다.

어떤 미친놈이 옷을 홀딱 벗고 도로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오가는 차들이 빨리 달리고 있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끼이이이익- 쾅!

급하게 달려오던 고급 승용차가 그 미친놈을 정면으로 박았고,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이때 뒤따라오던 포터 트럭이 사고 현장을 피하려고 핸들을 확 꺾었다가, 도로에서 벗어나 우리 아파트 정문에 있는 기둥을 박고 뒤집혔다.

집에 같이 머무는 경복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봤어? 봤어? 사람이 완전히 날아갔다.”

나는 망원경으로 그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봤다. 완전 리얼.”

“죽었을까?”

그렇게 정면으로 박았으면 사람이 살 수 없었다.

“100%. 일어나면 터미네이터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나체의 미친놈은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어? 어? 일어났어. 일어났다고.”

미친놈이 꿈틀꿈틀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한발한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세게 박았는데. 어떻게 걸을 수가 있지?”

이때 사고를 피하려다 아파트 정문을 박은 트럭 문이 열리며 운전자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내리자마자 입안에서 피를 뿜어냈다.

미친놈의 시선이 운전자를 향했고 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차에서 빠져 바닥에 떨어진 포터 바퀴를 집어 들더니 트럭 운전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타이어로 그 트럭 운전자를 미친 듯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외쳤다.

“핫도그 튀김 온도는 200도. 핫도그 튀김 온도는 200도가 맛있어요. 바사삭바사삭.”

트럭 운전자는 머리가 터져 죽었는지 몸이 완전히 늘어졌다.

태경이는 그 모습을 보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것이었다. 아파트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그것을 보던 추리닝을 입은 3층의 사내가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설마? 정의의 화신인가? 위험한데?

그는 천천히 걸어가다, 갑자기 추리닝을 다 벗었다. 그리고 그도 완전한 나체가 되었다. 그의 손에는 아령이 하나 있었는데, 그도 같이 트럭 운전자의 시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강하게 쳤는지 트럭 운전자의 가슴뼈가 함몰될 정도였다.

“회원님 탈의실은 왼쪽! 탈의실은 왼쪽입니다. 카드키 챙기세요. 분실 시 2만원입니다.”

아령으로 내려칠 때마다, 얼굴과 몸에 피가 튀었으나, 사내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총을 겨눴을 때, 놈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말한 광인이 바로 저거야?”

나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겨우 머리를 끄덕였다. 이미 꿈에서 본 장면이지만,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 꿈에서 본 것이 바로 저거다.”

태경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씨발 상상한 것보다 몇 배는 무섭다.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 전체가 그렇단 말이야?”

나는 베란다에서 멀리까지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거야. 점점 심해지겠지. 그리고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럴 수 있다.”

“존나 무서워. 완전 숨어 있어야겠다.”

이때 동영상 사이트에 각종 ‘광인’에 대한 동영상 정보가 올라왔다.

경복이가 핸드폰으로 웹 서핑을 하다가 놀라며 나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여기봤어?’ 사이트에 들어가 봐. 광인 동영상이 계속 올라온다.”

“‘여기봤어?’에 뭐가 올라왔는데?”

“직접 봐봐. 미쳤다. 완전히 미쳤어.”

‘여기봤어?’ 사이트는 필터 없이 동영상이 올라오는 곳으로 불법에 가까운 사이트.

나는 ‘혐’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누를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 플레이.

셀프 주유소에 자동차가 섰는데, 운전자석에서 나체의 한 사내가 내렸다. 그리고 휘발유를 자동차에 겉에 뿌리고 자기 머리에도 뿌렸다. 그리고 주유소에도 뿌렸다.

“세차는 깨끗이. 세차는 깨끗이. 자동 세차는 3,000원 버블 세차는 6,000원.”

그것을 본 주유소 주인이 달려와 미친 사람을 주유소 밖으로 밀어냈을 때 갑자기 담배를 입에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순간 화염이 치솟으며, 사람과 주유소가 불바다로 변했다. 불덩이가 된 사람이 사방으로 뛰며 사라졌다.

우리는 동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오 씨발···”

태경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 미친놈은 뭐야?”

다른 동영상은 병원이었다. 한 젊은 여자 간호사가 옷을 다 벗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손에는 드라이버가 들려 있었는데 한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 죽어가는 환자를 찌르기 시작했다.

너무도 행복한 모습으로 웃으면서 환자들의 목과 심장을 찔렀다.

“선배님. 저 잘했죠? 선배님 저 잘하죠? 오늘 휴가 취소했어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덩치 좋은 남자 간호원 5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녀를 제압했지만 다른 병자가 옷을 벗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때 여자 간호사가 입에서 피를 토했는데, 피 안에서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남자 간호사의 팔과 다리로 그 벌레가 파고드는 장면이 나왔다.

“으아아아아악.”

다음 동영상은 대형 덤프트럭이 강변북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일방통행인 도로에서 후진으로 돌아서더니 전속력으로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트럭에 받힌 차량이 종이처럼 좌우로 날아갔다.

이제는 이쪽으로 오는 차들과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벽에 박혀 있는 차들을 한강으로 밀어 떨어트렸다. 그럴 때마다 해맑게 웃었다.

“엔진 오일은 5천 킬로. 엔진 오일은 5천 킬로. 타이어는 2만 킬로. 브레이크 오일은 5만 킬로. 으헤헤헤”

경찰차가 왔지만, 그것도 정면으로 부딪쳐 한강으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가장 크게 웃었다. 그러다가 트럭도 경찰차와 함께 한강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음 동영상은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일어나, 할아버지를 칼로 마구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끔찍이 아끼는 아들에게 덤벼 찌르려 하고 있었다.

아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왜 그래! 정신 차려!”

할머니는 계속해서 칼로 아들을 찌르려고 하며 말했다.

“밥은 먹었니? 밥 먹자. 우리 상식이 계란말이 좋아하지?”

“엄마! 정신 차려!”

이때 손자가 방에서 나왔는데, 할머니가 손자를 칼로 찌려고 했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광인 된 엄마를 8층에서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치매 할머니는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칼을 집어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아들. 밥은 먹었니? 손자 고기반찬 해줄까?”

아들은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가족 모두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다음 동영상은 어떤 아주머니가 나체로 서 있었다. 밭일한 할머니가 육교를 건너가려고 하고 있었는데 나체인 여인을 보고 흠칫 놀라며 한발 물러섰다.

“뭐여?”

그러자 여인이 웃으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착한 어린이는 육교를 이용합니다. 도로는 위험해요. 안전 보행을 생활화합시다.”

그리고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와 할머니를 들어 육교 밖으로 던져버렸다.

퍽!

할머니는 도로에서 떨어져 꿈틀거리며 살려달라고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외쳤다.

이때 남자 초등학생이 할머니를 구하려고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놈들도 광인. 샤프로 할머니를 찔러 죽였다.

그 순간 트레일러가 그들을 모두 뭉개버리고 지나갔다.

다음 동영상은 총을 맞은 사내가 베란다에 숨어 있는 모습이었다.

친구끼리 모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 친구가 다가와 어깨에 입은 총상을 살폈다.

“병원에 가야 해.”

“씨발! 경찰도 안 오고, 119도 안 온다.”

“미친놈이 사방에 있어.”

총을 맞은 사내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 개새끼부터 죽여.”

친구가 비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보여? 어디 있어?”

탕! 탕!

완전 나체인 한 사내가 베란다에 상체를 드러내고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총으로 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친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상체가 드러났다.”

그러자 베란다에 숨어 있던 총을 든 친구는 M16에 총알 한 발을 넣더니 아주 신중하게 겨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격발했다.

탕!!!

그러자 옆에 있는 친구가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맞았다. 맞았어. 대박! 굿샷!”

이때 넘어갔던 사내가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이쪽으로 총을 쏘았다.

“엎드려! 안 뒤졌다!”

그리고 동영상이 꺼졌다.

경복이가 동영상을 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미쳤다. 세상이 완전히 미쳤어.”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심각하게 말했다.

“우리야 무장하고 있으니 놈들이 무서운 것은 아닌데. 아파트 아래층에서 집안에 불을 질러 화재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이때 갑자기 여자 경호원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부회장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심각해졌다. 얼굴색이 검게 변해 있었다.

“괜찮습니까? 혈색이 좋지 않습니다.”

수행과 여직원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제가 동우리 생수를 마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녀의 눈을 보았는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선 대위가 다급하게 수갑을 꺼내며 물었다.

“수갑으로 자네를 구속하는 것을 동의하나?”

그녀는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선 대위는 수갑을 채우고 여자 경호원의 입에 재갈까지 물렸다.

여자는 공포에 질려 작은방의 목욕탕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샤워대에 수갑을 고정했을 때 갑자기 여자 경호원이 악을 쓰며 말했다.

“135기 이옥빈입니다. 135기는 최강입니다. 난 여자가 아니야. 아니라고!”

그녀는 갑자기 이빨로 주변 동료를 공격하려 했다.

다른 직원들이 여동생처럼 아꼈던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진정해! 금방 병원으로 데리고 갈 거야!”

하지만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을 발로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이 점점 붉어졌다.

선 대위도 자기 부하라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옥빈! 정신 차려!”

이때 내가 앞으로 나섰다.

“비켜!”

나는 소음기 달린 권총을 뽑아 들고 그녀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

퍽! 퍽! 퍽!

바로 머리에 구멍 3개가 나며 몸을 늘어트렸다.

“옥빈아!”

그러자 수행과 직원들이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내가 소리를 질렀다.

“같이 오염되고 싶어? 너도 내 총에 맞고 싶은 건가?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거야! 모두 벌레 먹이가 되려는 것인가? 그런 정신으로 앞으로 어쩌자는 거야?”

수행과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회장님. 옥빈이는···.”

나는 더 강하게 소리쳤다.

“이미 오염되었어. 정신 차려! 너희들도 같이 오염될 수 있단 말이다! 뒤로 물러서!”

이때 구멍이 뚫린 그녀의 머리에서 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고 직원들이 한발 물러섰다.

나와 경복이가 급하게 D레벨 방어복을 입고 그녀를 욕조에 넣고 물과 함께 락스 한 통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체가 떠올라 아령을 가슴에 눌러 놓았다. 그녀의 상처와 눈과 코에서 벌레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는데, 락스물 속에서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다가 죽었다.

나는 여직원을 쏘고 너무도 괴로웠지만, 무너지는 다리를 강하게 세웠다.

“힘들겠지만, 냉정해야 해! 감정에 휩쓸리면 다 죽을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나는 강한 눈빛으로 수행과 직원들을 노려보았다.

“또 동우리 생수를 마신 사람이 있나?”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TV에서 동우리 생수 소모량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남자 앵커가 갑자기 눈이 빨개지더니 송곳니를 드러냈다.

“존나 맛있어. 존나 맛있어. 씨발년! 존나 맛있다고!”

남자 앵커가 의자를 들어 옆에 있는 여자 앵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방송국 관계자가 그를 막았지만, 입에서 피와 함께 벌레들이 쏟아지는 것을 모두 보고 있었다.

관계자가 자기 몸에 닿은 벌레를 털어내며 기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명은 피부로 벌레가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절대 시체를 만지면 안 된다. 저렇게 벌레에 오염되면 끝이야!”

이때 D레벨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출동하더니 앵커를 총으로 쏘아 사살하고 가루 살충제를 앵커의 몸에 뿌린 후 바디 백에 밀봉했다.

그리고 남자 앵커를 잡았던 사람들을 회의실로 끌고 가 격리했다.

나는 그것을 보며 말했다.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처리다.”

이때 눈앞에 미션이 떴다.

<<미션 골든보이는 환란의 땅의 선지자가 되어라>>

<<광인들을 죽이고 대한민국을 평온한 대지로 만들라>>

<<만파식적으로 나라를 평온케 하라>>

<<미션 성공 시 황금 나침반을 충전합니다.>>

미션을 받고 깜짝 놀랐다. 갑자기 ‘만파식적’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만파식적으로 어떻게 나라를 평온케 한다는 말인가?

이때 아파트 위층에서 여인의 강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왜 그래? 자기야!!! 정신 차려!”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여인의 절망적인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여자 하나가 베란다에서 떨어진다. 곧 남자아이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기야. 생일 축하해. 우리 제주도 가자!!!”

그리고 나체의 중년 사내도 9층 베란다에서 뛰어 내렸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양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으나 바닥을 기면서 도로 쪽으로 기어나갔다.

태경이의 입에서 자동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아. 씨발!!!”

나는 내 양 뺨을 강하게 때리고 말했다.

“우리 당장. 삼성동 본사로 가자.”

그러자 경복이가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딜 간다고?”

“삼성동 본사.”

경복이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저었다.

“방금 못 봤어? 미친놈이 판치고 있는 이 시국에 출근한다고?”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션 떴다. 가야 해.”

태경이가 바로 한마디 했다.

“미션? 이 시국에? 시스템한데 분위기 파악하라고 해.”

경복이가 비상 송출로 바꾼 TV를 끄고 놀라며 말했다.

“무슨 미션인데? 뭔데?”

“광인을 ‘만파식적’으로 해결하라는 미션이다.”

만파식적은 진도 근처의 한 섬에서 만난 뼈였다. 도저히 보물이라 믿을 수 없는 물건. 신라시대에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무기였지만 전투마를 쓰지 않는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건이다.

“만파식적? 그 소뼈다귀?”

“그래. 그것을 사용하여 광인을 몰아내라는 미션이 떴다.”

경복이가 진도에 발견한 만파식적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것으로 광인을 어떻게 잡아?”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만파식적을 불었을 때를 떠올렸다.

“만파식적을 불었더니, 개랑 염소랑 그 소리를 듣고 미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봤지? 벌레도 그 소리를 들으면 미치지 않을까?”

태경이가 한참 생각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봤자 아무런 의미 없다. 직접 사용해 보는 길밖에 없겠지.”

나도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혹시 보상이 있어?”

“황금 나침반 충전.”

황금 나침반 충전이라는 이야기에 경복이가 두말하지 않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무조건해야겠네.”

“그렇지 무조건 해야지.”

경복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지금 만파식적은 어디 있지?”

“본사 회사 금고에 넣어 놓았다. 그래서 내가 삼성동 본사로 가자고 하는 거야.”

태경이가 길게 한숨 쉬었다.

“나가기 싫으니, 퀵으로 부르고 싶다. 따따불도 줄 수 있는데···.”

나는 조금은 자신 있는 표정이 되었다.

“우리가 가야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장비도 준비해 두었잖아.”

아이만 이시라프의 현상금 500만 달러를 포기하고, 내 집 안에 무기고를 만들어 달라고 러셀 장관에게 부탁했다.

그랬더니 반즈가 일주일 전에 찾아와 2층 서재를 무기고로 바꿔 놓았다. 주한미군 무기고를 털어 왔다고 했다.

2층 서재로 올라가 문 앞에 섰다. 그리고 11자리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1,2,3,4,5,6,7,8,9,1,0 띠링~ 무기고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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