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몽골 울란바토르 국제 공항.
미국 특별 전세기가 도착해 있었다,
전세기에 밀봉해진 수십 구의 테러리스트 시체를 실었다.
작전에 참여한 모든 요원은 오염 검사를 받았고, 강제로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다들 인상을 썼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에 군말 없이 방호복을 입었다.
자신은 오염되지 않았기를 바라는 표정.
우리는 울란바토르 주몽골 미국 대사관으로 갔다. 그리고 게스트 룸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지시가 내려왔는지, 대사관 한 구역에 격리되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방호복을 입은 미 해병이 앞을 막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지시를 따랐다.
전 아프간 사령관, 이제는 국방부 장관이 된 러셀이 전화를 했다.
-몸은 괜찮은가? 에드워드.
“안녕하십니까? 러셀 장관님. 컨디션은 아주 좋습니다.”
-아이만 이시라프를 잡다니 정말 큰 전공이야. 우리 행정부의 큰 선물이 되었어.
나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이만 이시라프와 함께 가는 시체는 최악의 생물학적 오염 물질입니다. 저 시체를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 테러리스트가 원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도착하면 격리시설로 들어가야 할 겁니다.”
-알고 있네. 그래서 철저히 격리하라고 명령했어. 화학무기 오염 유출 수준으로 조사할 거야.
“아니요. 약합니다. 시체뿐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든 사람을 격리시설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CDC(질병 관리통제본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세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이 미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골든보이가 말하면 그대로 해야지. 비행기에서 내린 모든 사람을 오염자로 생각하고 격리하겠네.
“꼭 연구하세요. 그리고 그 결과를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셔야 합니다.”
-자네는 괜찮은가?
나는 반탄 반지가 있어 너무도 깨끗하다.
“저는 생물학적으로 깨끗합니다. 그것은 골든보이가 보장합니다.”
-자네도 일단 대사관에 격리하라고 지시했어.
“알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일단 감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 한국에 돌아가는 것은 늦추지 않을 겁니다.
-그것까지야 나도 막을 수 없지.
“엄청난 큰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네. 앞을 막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거야.
“믿습니다. 장관님.”
-어쨌든 공을 세웠으니 현상금을 보내야겠지? 아이만 이시라프의 현상금은 500만 달러야. 미국 계좌로 넣겠네.”
나는 이제 500만 달러를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돈을 받는 것보다는 미국에 빚을 쌓아 놓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필요 없습니다. 다른 것을 원합니다.”
러셀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다른 것이라···. 그렇게 말하니까 더 무섭군. 무엇을 원하나?
“아직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지난번에는 인공위성을 달라고 했으니, 이번에는 항공모함이라도 달라고 할 생각인가?
“달라고 하면 주실 건가요?”
-골든보이의 이유를 일단 들어봐야지.
저녁은 대사관 식당에서 배달 온 감자샐러드와 소고기 그리고 빵.
식어서 맛이 없지만 그래도 한입에 털어 넣었다.
피로했기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가볍게 와인을 한잔 마셨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피로가 몰려오며 땅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할 일을 해야지. 이번 작전에 참여한 우리 쪽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입금했다.
그러자 러시아 용병들은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인센티브가 넉넉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바로 입금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체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의 돈.
그리고 러시아 용병의 방으로 포도주 몇 병을 보냈다. 승리의 기분을 만끽할 자격이 있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자볼까?
몽골 땅에서 미국 대사관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
게다가 내일 오전 11시에 대사관 헬기를 타고 공항까지 가기로 했으니 아무 걱정할 것 없이 푹 자면 된다.
창문 밖을 보니 경비 타워를 지키고 있던 미 해병이 근무 교대하고 있었다.
따듯한 스팀 기운이 쏟아지니 몸이 노곤하여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잠을 잤을까?
잠깐 스팀이 꺼지자 한기가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쌀쌀한 기운에 이불을 끌어 올리며 몸을 뒤척였는데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아이유가 침대 위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깜짝이야.”
아이유가 양반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
“아이만 이시라프는 칭기즈칸의 시체를 뉴욕에 던지려고 했다.”
나는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칭기즈칸은 내가 존경하는 주군이었다.
“대칸께서 검은 도자기 안의 물을 마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인이 되었습니다.”
아이유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위인이라 불리는 인물도 생명에 대한 애착은 버릴 수 없는 모양이구나.”
“대칸은 대단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아이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양성주의자의 종이었어. 그 힘을 등에 입지 않았다면 천하는커녕 몽골족도 통일하지 못했을 거다.”
끼이이이이익--- 쾅!!!
이때 갑자기 자동차와 자동차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화염이 대사관 밖에서 치솟아 올랐다.
마치 마왕의 불길이 대사관의 담 안쪽을 넘겨다 보는 것 같았다.
곧 대사관 사람들의 낮은 비명과 함께 다급하게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이렌은 없고 붉은색 빛이 회전하며 돌고 있었다.
“뭐···뭐야?”
대사관에서 무음 경고장치를 울린 것이었다.
어떤 미군 초병이 방탄모만 쓰고 홀딱 벗은 상태로 마구 총을 쏘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총을 갈겼다.
하지만 총알은 금방 떨어졌다. 맨몸이라 예비 탄창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총을 몽둥이처럼 집고 도망치던 여자 직원을 쫓아가서 뒤통수를 내려쳤다. 그리고 머리가 깨질 때까지 계속해서 내리찍었다.
“하하하하. 근무중 이상무.”
알몸의 미군 병사 얼굴에서 공포와 환희가 동시에 보였다.
“뭐···뭐야?”
나는 침대 밑에 숨겨둔 권총을 찾으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두드렸는데, 지금은 문이 부서질 정도로 뭔가로 내려치고 있었다.
문이 조금 깨졌을 때 문틈 사이로 희번득 치켜뜬 붉은 눈이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곧 나와 눈을 마주치자 그놈은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손도끼로 미친 듯이 문을 깨기 시작했다.
“골든보이. 골든보이. 골든보이. 놀자···.”
갑자기 아이유가 침대에서 일어나 나에게 말했다.
“25일이야.”
나는 놀라 겁먹은 얼굴로 외쳤다.
“네? 그것이 무슨 소리세요?”
“25일이라고!!! 기억해! 25일이야.”
이 순간 문이 깨지듯 열렸다.
“우아아아아아-”
옷을 벗은 기술자가 손도끼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나의 머리를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헉!!!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이유가 나온 것을 알았으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상황이 너무도 리얼했다.
나는 설마 하며 창밖을 조심스럽게 살폈으나 역시나 조용했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살피니, 빛이 들어왔고, 같은 방에서 자고 있었던 경복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침은 먹지 말고 자자.”
그래 25일! 갑자기 아이유가 말한 25일이 떠올랐다.
“오늘이 며칠이야? 25일까지 얼마나 남았지?”
경복이가 스마트 폰을 살피며 말했다.
“오늘이 10일이니까 한 2주 남았다. 그런데 25일은 무슨 날이야?”
“꿈에서 아이유 만났다.”
경복이가 순간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유? 황금신인가? 그럼 뭐라고 이야기해 줬겠네.”
나는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태경이 깨워라. 예지몽에서 나온 꿈 이야기를 해야겠다.”
태경이는 겨우 눈을 떴다.
“아침부터 뭔데?”
나는 아이유가 한 말과 꿈꿨던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둘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태경이 잠을 깬 얼굴로 말했다.
“25일 한국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이거 진짜 믿어야 하냐?”
“일단 너희 둘이라도 믿어야 한다.”
다음날 대한민국 서울.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청와대로 향했다.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늦은 밤. 청와대.
나는 바디캠에 찍혀 있는 칭기즈칸의 동영상을 대통령과 함께 보고 있었다.
미라같이 생긴 칭기즈칸이 갑자기 CIA 고고학 요원을 돌로 내려치는 장면. 사방에 피가 뿜어졌고 벽에 있던 미라 머리가 입을 오물오물 움직였다. 누가 봐도 저예산 공포영화처럼 보였다.
대통령과 몇몇 참모들은 공포에 질려서, 혹은 가짜인지 의심을 하며 동영상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중간에 밖으로 나간 비서관도 있을 정도.
“모두 잘 보셨습니까?”
“······”
골든보이가 아니었다면 사기꾼으로 몰리기 딱 좋은 동영상.
21세기에 좀비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동일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을 보여주는 이유가 뭔가?”
“한국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자기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이와 같은 일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단어를 쓰기가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만, 벌레에 감염된 미친 사람이 한국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나는 골든보이를 믿어···. 하지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해봐.”
칭기즈칸과 아이만 이시라프와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가볍게 설명했다. 그리고 화면에 있는 칭기즈칸의 깨진 머리를 정지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머릿속에서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찍혀 있기 때문이었다.
“저 벌레가 사람 몸속에 들어오면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분노하게 되며, 눈에 보이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게 됩니다. 그 감염병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안색이 검게 변했다.
“골든보이를 믿는다고 했는데···. 점점 난도가 올라가는군.”
나는 선지자처럼 강한 눈빛으로 대통령과 보좌관들을 쭉 바라보았다.
“골든보이를 절대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벌써 날짜가 있어? 얼마나 남은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달 25일입니다.”
대통령은 길게 한숨을 쉬고 수행비서에게 강하게 말했다.
“술 가지고 와. 혈압 같은 이야기 하지 말고.”
수행비서가 사라지자 대통령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골든보이를 믿는다고 다짐하지만, 이것은 정말···.”
“이해합니다. 대통령님. 저 같아도 믿기 어려웠을 겁니다.”
“한순간에 바보가 되어 영원히 병신으로 박제될 수 있다.”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겨우 바보가 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일이 터지면 국민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지요. 북핵 사건을 생각해 보세요. 대통령님의 체면과 국민의 생명 중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대통령은 순간 입을 벌렸다가 씁쓸한 입맛만 다셨다.
“내가 멍청한 이야기를 했군. 내가 뭘 해야 하나? 계엄령을 선포해야 하는 것인가?”
“계엄령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 날짜에 군대와 경찰들은 무장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훈련 준비하여 전군을 무장대기 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합니다.”
나는 마른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예비군 소총으로 치장된 무기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일입니다.”
“민간인에게 무기를 주자고?”
“그렇습니다. 가장이 군필이고, 가족 수가 많은 집안에 총과 실탄을 나눠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은 혀로 마른 입술을 적셨다.
“괴물이 출몰할 것이니 총을 나눠줘야 한다고 내가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욕을 먹는 것은 제가 할 겁니다. 그리고 서서히 판을 키워보겠습니다. 대통령님이 그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뭐를 어떻게 하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믿게 하려고, 골든보이를 믿냐고 몇번이나 물어본 것입니다.”
“흠···. 국민이 믿을까?”
“해 봐야지요. 제가 열심히 떠들면 총을 나눠줘야 한다는 여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일단 분위기를 만들었다. 방송국을 움직여 좀비 영화와 드라마를 계속해서 방송했다.
TV에서 골든보이 엘도라도 광산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져 방영되었다. ‘시베리아의 대한민국 금광 엘도라도’라는 제목이었다.
땅을 조금 파서 걸러보면 금이 쏟아지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 돌이나 잡고 흔들어도 바로 몇백만 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돈에 목마른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댕겼다. 당장 시베리아로 가겠다는 사람들로 우글거렸다.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을 때 ‘골든보이 특별방송’을 준비했고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시베리아 10만 개척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이었다. 엘도라도 그룹에서 10만명의 젊은이를 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골든보이 특별방송을 IH 호텔에서 기자 회견 방식으로 준비했는데, 놀랍게도 19금.
들어온 기자들에게 바로 방송을 틀었다.
시작하자마자 칭기즈칸 미라가 갑자기 CIA 고고학 연구원의 머리를 돌로 내려치는 장면부터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작스러운 스너프 필름.
무려 2분이나 되었는데 내가 가까이 다가가 권총으로 괴물의 머리를 쏘아 죽이고 깨진 머리 안에 벌레가 꿈틀거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갑작스러운 끔찍한 동영상에 사람들은 놀라 아무말도 못 하고 있었다. 몇 명은 토하러 튀어 나갔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저런 광인들이 25일 서울 시내를 활보할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번 달 돌아오는 25일에 저런 미친놈들이 한국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수많은 기자가 있었지만 너무 놀라서 질문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
웃기려고 그러나? 그런 것 아닌 거 같은데···. 몰카인가? 기자들끼리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여자 기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25일 좀비가 돌아다닌다고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나는 정색하고 대답을 했다.
“좀비와 다릅니다. 이 광인들은 사람과 똑같이 칼과 총 같은 무기를 씁니다. 하지만 이상 행동을 하니 일반인과 구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여자 기자는 순간 진지해졌다. 지금까지 골든보이가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상 행동이 뭐가 있지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나체로 뛰어다니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냥 딱 봐도 일반 사람과 하는 행동이 다르니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기자들은 이제서야 내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25일 살인귀가 뛰어다닐 것이라 이야기했다면 미친놈이라고 하며 철수했겠지만 상대는 골든보이였다.
일본의 쓰나미와 동아시아 대지진 등등의 엄청난 예언을 한 사람이었다. 그냥 미친놈이 떠드는 것이라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25일 출근하다가 기자도 광인에게 칼에 맞고 죽을 수 있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골든보이의 예언은 너무도 자극적이어서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클릭 수는 돈이다. 골든보이, 좀비, 광인, 이번 달 25일.
뉴스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나는 미국의 정보를 더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어제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총기에 대한 세금을 완전 면제했습니다. 그리고 신분증 제시에 대한 부분도 한시적으로 철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총기 협회의 로비라고 알고 있지만, 미국 정부도 뭔가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오바바 대통령이 나의 말을 믿은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부드럽게 풀어나가고 있었다.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몇몇 기자들이 나의 말을 확인했는데 정말로 사실이었다.
나는 25일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머물고,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만나면 도망치라는 말을 했다.
골든보이 게시판에 각종 게시글이 올라갔다.
-현실증강 좀비 게임 25일 오픈.
-파티 모집. 대마법사. 여자 경험 없음.
-진짜 좀비가 나온다고?
-회사 나가기 싫다. 고맙다.
-23일이 월급날이니 괜찮네.
-장이라도 왕창 봐야겠다.
-아버지가 경찰서에서 사냥총을 받아왔다.
-아 부럽. 벌써 유료템을 챙기다니.
-좀비도 뛰어다니고 총칼을 쓴다는데?
-씨발. 난이도 처음부터 너무 헬 아니냐?
-쿠펑으로 라면과 생수를 시켰지.
-대걸레 자루와 칼을 테이프로 감아서 창 만듦.
-설마 좀비세상이 오는 것을 믿는 흑우 없제?
-위에 놈 좀비 먹이 예약.
......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는데. 세 명 중 한 명 정도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믿는 사람들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왕창 구매하니,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설마설마하면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미친놈 소리를 들었던 종말론주의자들이 길거리와 지하철에 나와 하느님을 믿으라고 악을 썼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북한에서 핵폭탄을 터트려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인데, 말도 안 되는 좀비 이야기에 식량과 식수를 쟁여 놓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유투뷰에서 창 만들기, 방패 만들기, 간편한 갑옷 만들기, 좀비 막는 법,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 같은 콘텐츠가 새로 만들어졌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끝까지 골든보이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미국에서 25일 테러 위험 경보를 전국에 알리고 경찰과 주 방위군을 전부 소집했다. 해외에 있는 미군의 1/3을 본토로 불러들였다.
생물학적 테러라는 이야기만 발표되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진짜 좀비인가?
전 세계는 미국의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모든 관공서와 학교, 관광지 등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곳을 문닫게 했다.
완전무장하고 집 앞에 ‘좀비 환영’이라는 플래카드를 붙인 곳도 있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오바바 대통령과 비공식 통화를 했다.
정동일 대통령이 오바바 대통령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미국은 정말 좀비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 겁니까?”
-미국은 골든보이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아···. 생물학적 테러 증거가 있습니까?”
오바바 대통령은 보좌관에게 동영상을 몇 개 보내라고 했다.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체가 있다는 것만 알고 계세요.
미국에서 청와대로 일급 비밀 동영상 몇 개를 보내주었다. 연구원이 미친 듯이 강화유리를 깨려는 모습과 그의 몸에서 벌레 몇 마리가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골든보이가 보여주었던 동영상보다 훨씬 깔끔했고 더 무서웠다.
“오 신이시여.”
정동일 대통령은 그 동영상을 보자마자 국방부 장관을 불러 당장 소총을 나눠 주라고 했다.
군필이고, 가족 수가 많은 가정에 소총과 총알 50발.
K2, M16, 카빈총까지 가지고 있는 총을 모두 분출하라고 했다. 한달 뒤에 반드시 반납하는 조건.
총까지 분출하자 국민이 정말 겁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가지고 있던 물자를 전부 방출했기에 쌀은 부족하지 않았다.
생수가 부족했지만, 수돗물을 끓여 먹어도 충분히 안전한 나라였다.
25일. 드디어 운명의 그 날이 밝아왔다.
그리고 그날 새벽. 테러리스트와 연관된 한 사업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