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알타이산맥 위를 헬기가 날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헬기가 가끔씩 부들부들 떨었다. 해발 2,500m 정도로 올라가면 흡입되는 공기 압력과 산소 농도가 희박해져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출력이 부족하다는 의미.
더 이상 올라가면 사람도 산소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
반즈가 헬기의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헬기 상태가 좀 불안한데?”
나는 반즈를 보며 장난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골든보이가 미국의 전략 무기이니, 나는 이제라도 돌아갈까?”
반즈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건가? 그래도 갈 거잖아.”
“흐흐흐. 그렇지 빠질 수 없지.”
반즈는 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 넓은 산에서 칭기즈칸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골든보이밖에 없어. 그러니 이번 작전에서 빠질 수 없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멀리서 어드바이져 역할을 해. 총을 들고 뛰어들 생각을 하지 말고. 몸으로 뛰는 것은 러시아 애들을 믿어보자고.”
나는 혀를 차며 머리를 흔들었다.
“장난감 자동차에 있던 C4 확인했지? 자다가 몽땅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양이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나보고 멀리서 지켜보라고? 강가에 애들을 보내 놓은 느낌이야.”
“우리 요원들을 애 취급하지 마라. 그리고 골든보이는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가 지원팀으로 움직이도록 해.”
“이번 작전은 입만 움직이면 되겠군. 나야 힘들 것 없지.”
이때 헤드폰으로 오퍼레이터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어왔다.
-전 요원들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놈들이 착륙했습니다. D34#85지점. 모두 위치를 확인하세요.
“지도 정보를 보내줘 태블릿으로 확인하겠다.”
-실시간으로 연결합니다.
적외선 카메라로 찍힌 놈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들어왔다. 10분 동안 지켜보고 생각난 것은 이놈들도 칭기즈칸의 보물이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잖아.”
반즈도 머리를 끄덕였다.
“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네.”
나는 정색한 얼굴로 다시 한번 반즈에게 이야기했다.
“다 죽이고. 우리끼리 천천히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지. 나는 그것을 권장하고 싶다.”
반즈는 조금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안돼. 워싱턴은 보물을 확보하고 싶어 해. 나 같은 월급쟁이에게 워싱턴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이때 그놈들의 무전을 도청하던 글로벌 호크 무인기가 이쪽으로 연락을 줬다.
-놈들이 ‘길을 찾았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놈들이 모여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놈들이 어디로 가고 있나?”
-330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병력은 28명으로 확인. 모두 무장. 민간인일 가능성 전무합니다.
나는 심각하게 무전에 이야기했다.
“워싱턴! 찾는 물건이 위험물질로 예상되니 그 물건을 확보하는 것 보다, 그 물건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공격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워싱턴은 대답이 없었다.
“내가 발견하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일단 미국에 넘길 테니, 일단 테러리스트를 잡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워싱턴은 역시나 대답이 없어 나는 살짝 짜증을 냈다.
“워싱턴. 듣고 있나?”
-여기는 워싱턴. 제안을 허락한다. 구체적 방법은 CIA 책임자와 상의 바란다.
워싱턴이 허락했지만, 반즈의 표정이 편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공격하자는 말이지? 그런데 뭐로?”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로? 그게 CIA 책임자의 입에서 나올 말이야?”
“공격은 네가 이야기했잖아.”
“무인기 글로벌 호크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거기서 미사일을 쏘는 것은 어때?”
반즈를 혀를 차며 말했다.
“다른 것과 헷갈린 것 같은데···. 글로벌 호크는 순수 정찰기야. 무장 같은 것은 없어.”
“영화에서 보면 미사일 쏘고 그러던데.”
“그것은 무인공격기 ‘리퍼’라고, 글로벌 호크와 다른 거다.”
나는 1분쯤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그럼 몽골 공군을 이용하자. 테러리스트를 잡는 것에 설마 협조 안 하려고? 정밀 폭격 한 방이면 된다. 지금 당장 몽골 공군에 좌표 보내자.”
반즈가 한숨을 쉬었다.
“몽골에는 전투기가 한 대도 없다. 헬기와 수송기 몇 대 있을 뿐이야.”
“몽골에 전투기가 없어? 그게 말이 돼?”
“가난한 나라 중에 공군이 없는 곳이 많아. 몽골이 그중 한곳이고.”
“몽골이 그렇게 가난한 나라였어?”
“내륙국가들이 대부분 그래.”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럼 어떻게 하지? 아··· 답답하군.”
반즈는 시계를 보며 아쉬워했다.
“무장 헬기가 내일쯤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네.”
경복이가 자동 유탄발사기와 예비 탄창을 보여주며 말했다.
“수류탄 폭격 정도는 해줄 수 있다. 대략 50발 정도 가지고 있어. 다 쏟아부으면 절반 정도는 끝낼 수 있다.”
나는 반색하면서도 조금 걱정되는 얼굴이었다.
“쓰려면 총의 사정거리 안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위험하지 않아?”
“이 깜깜한 밤에 우리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옆으로 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상승해서 위에서 떨어트리듯 쏠 거야. 그럼 사정거리 밖에서 안전하게 사격할 수 있다. 빗맞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반즈가 한참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놈들이 어디 있는지 모두 확인하고 있으니, 최대한 적을 죽여보고 그다음 착륙하여 소탕하지.”
가볍게 이야기 했지만, 공군의 폭격이 없다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었다.
경복이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적이 예상보다 너무 많다. 그에 비해 아군의 숫자가 너무 적어.”
반즈가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쯤 도착하는 병력이 꽤 되는데···.”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내일이면 빈 라덴 후계자라는 놈이 칭기즈칸의 핵폭탄을 찾아 뉴욕으로 달려갈 거다.”
“그래. 우리끼리 하는 수밖에 없겠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일을 처리하는 미국 스타일을 쓰지 못하다니. 아쉽군.”
경복이는 자신감 있는 얼굴이 되었다.
“B-29 폭격기보다 확실하게 폭탄을 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내 실력을 믿어봐.”
반즈가 머리를 끄덕이고 워싱턴에 이야기했다.
“워싱턴. 작전을 시작한다.”
우리 헬기가 빠르게 놈들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악셀을 밟아 최대한 상승을 했다.
오퍼레이터가 조금은 다급하게 말했다.
-놈들이 우리가 나타난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테러리스트 놈들이 헬기 소리를 듣고 몸을 숨기면서 좌우를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헬기는 최대 높이까지 올라왔고, 경복이가 가늠좌를 맞춰서 유탄을 연속으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응?
유탄이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사정거리 밖에서 쏴서 오조준이 틀린 것이었다.
“새끼야! 똑바로 못 쏴?”
“오케이 오케이. 이제 감 잡았어. 기다려봐!”
예비 탄창으로 다시 한번 사격을 시작했다.
한번 터질 때마다 조금씩 조준을 바꿔서 이제 적들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고 마지막 폭발은 놈들 한가운데서 터졌다.
나는 그것을 보고 흥분하여 말했다.
“효력사! 계속 쏴! 지금이야.”
“오케이.”
다시 한번 예비 탄창이 넘겨졌고, 다시 사격을 시작하니 테러리스트의 머리에서 연속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쾅!쾅!쾅!쾅!쾅!
경복이가 정확한 위치에서 폭발하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 정도면 오바바가 직접 주는 대통령 훈장 아니면 안 받는다.”
화려한 불꽃 쇼와 함께 테러리스트 놈들이 죽어 나갔다.
놈들이 몸을 숨겼으나 우리는 야시경으로 대낮처럼 보고 있었다.
더 이상 예비 탄창이 없었는데 수행과 직원들이 예비 탄창에 고폭탄을 끼워 준비하고 있었다.
폭격이 멈추자 도망치지 않고 총을 이쪽으로 쏘기 시작했다. 어림짐작으로 쏘고 있어 한발도 이쪽을 맞추지 못했다.
한발도 맞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닥 방탄판에 총알 하나가 맞아 튕겼다.
텅!
반즈는 강하게 말했다.
“총알에 맞았다. 좀 더 고도 높여!”
-고도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회피 기동을 시행하겠습니다.
파일럿이 총에 맞은 것 때문에 속력을 내며 회피 기동을 하였을 때, 오른쪽 바위틈에서 이글라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조종사가 악을 지르며 소리쳤다.
“미사일! 미사일!”
이글라 대공 미사일이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며 이쪽으로 날아왔다.
-채프,채프,채프! 플레어,플레어,플레어!
헬기는 긴급 회피 기동을 하며, 금속 조각 수천 개를 사방에 뿌려졌고, 30여 발의 화염덩이를 천사의 날개처럼 사방에 던졌다.
쾅!!!
이글라 미사일이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폭발에서 날아온 파편이 헬기의 기동축에 제법 큰 상처를 줬고, 동력장치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드카가 제압사격을 실시하겠다.
대공 미사일을 쏜 곳으로 러시아 용병들이 유탄을 연속으로 날렸다. 헬기가 빠르게 기동하면서도 유탄의 정확도가 상당했다. 역시 1급 용병은 달랐다.
이때 다시 한번 경고음이 울렸다.
띠띠띠띠-
-대공 미사일 레이더 감지!!!
헬기가 미사일을 피하고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확 꺾으며 다시 한번 채프와 플레어를 뿌렸다.
대공 미사일은 아슬아슬하게 헬기를 스치고 지나가, 엉뚱한 곳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옆바람이 강하게 불자 헬기가 안정성을 잃고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강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기동축에 문제가 있어 상승력이 크게 떨어지자, 헬기는 크게 휘청거리며 양력을 잃고 오른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기장이 악을 쓰며 말했다.
-엘도라도 11 히트! 기동에 문제 발생. 양력이 떨어지고 있다. 비상 착륙하겠다.
기동축에서 강한 연기와 함께 화염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헬기는 마지막 힘을 짜내는 것처럼 프로펠러를 돌렸다.
-엘도라도 11. 추력 상실. 추력 상실.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조종사가 악을 쓰며 말했다.
“충격에 대비하라!”
헬기 프로펠러가 회전하고 있었으나, 마치 자유낙하 하듯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 속력이라면 큰 부상은 물론 사망자가 나올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역시 골든보이는 행운의 대명사.
갑자기 강한 상승 바람이 불어왔다.
추락하기 직전에 오른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며 헬기를 살짝 공중으로 띄우며 양력을 보조했다. 그러자 헬기가 추락하는 속력을 확 낮출 수 있었다.
순간 살짝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헬기는 평평한 땅에 착륙하지 못하고 35도쯤 경사진 면에 어렵게 바퀴를 붙였다.
-이탈! 이탈!
헬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밖으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기에 조금 높은 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헬기 안에 있으면 무조건 죽는다.
재수 없는 직원은 퍽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도 죽은 사람은 없다. 직원들은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일어나 헬기에서 멀어지고자 달렸다.
헬기가 추락하여 떨어졌을 때 사람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헬기 파일럿까지 뛰어내렸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오토파일럿으로 제법 오래 버티던 헬기가 강한 바람에 한 번 흔들리더니 프로펠러가 땅에 닿았고 순간 뒤집히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헬기 부품이 날아갔다.
우리는 바위에 몸을 숨기고 있어 그것에 맞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헬기가 계속해서 미끄러지며 내려갔고 끝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한참 후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콰콰쾅-
선 대위가 주변 사람들의 숫자를 살피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부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아요.”
선 대위는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머릿수는 맞다. 다친 사람 있나?”
다들 서로의 얼굴을 보았으나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다쳤어도 119구급차를 부를 수도 없고, 적이 코앞에 있으니 싸우는 길뿐.
이때 반즈가 나를 보더니 살짝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헬기 사고가 나면 반드시 죽는다고 했는데 살아남다니, 이것이 골든보이의 행운인가?”
나는 머릿속으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나랑 있으면 최소 죽지는 않는 모양이다.”
수행과 직원이 갑자기 악을 쓰며 머리를 숙였다.
“모두 엎드려!”
탕! 탕! 타타타탕! 탕!
이때 우리 머리 위로 총알이 어지럽게 날아와 주변의 바위를 깨며 돌먼지를 뿌렸다.
우리가 감시하던 테러리스트의 공격이었다.
“저놈들도 야시경을 쓰고 있다!”
놈들도 야시경을 쓰고 있어, 사방으로 녹색 레이저가 춤추듯 움직였다.
수행과 직원들은 본능적으로 총알이 날아온 곳을 향해서 반격했다. 야간 조준경이 있어서 정확하게 사격할 수 있었다.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예광탄 때문에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릿수에서 밀려 화력이 부족. 우리는 머리를 들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아래에 있어서 위치가 너무도 불리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자동 유탄발사기였는데 헬기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졌다.
다른 헬기가 공중에서 지원사격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들 지원사격 해줘야지 어디 있는 거야?”
나도 머리를 숨기고 총을 쏘다가 순간 의문이 들었다.
반탄 반지를 차고 있는 내가 왜 숨어 있지?
난 총알로 죽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돌격.
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절벽 위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위쪽으로 달리자, 테러리스트의 모든 총알이 나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총알이 튀며 불꽃만 번쩍번쩍 날 뿐, 나의 발걸음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테러리스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엉덩방아를 찌며 넘어졌다.
밝은 곳이었으면 서로의 눈동자 색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
내 손에 있는 것은 K2. 너무도 익숙한 소총. 군시절에 한 번도 쏴 보지 못한 자동으로 놓고 K2 소총을 시원하게 갈겼다.
“개새끼들아! 골든보이 네버 다이다!!!”
타타타탕!!
겨울 잠바를 입은 테러리스트들이 어지럽게 팔을 휘두르며 피를 흘리고 죽었다.
좌우에서 놈들의 튀어나와 총을 쏘았지만 내 주변에서 불꽃만 일어날 뿐,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이때 선 대위를 필두로 수행과 직원들이 올라와 테러리스트들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몸을 숨기고 단발로 정확하게 한 명씩 쓰러트리자 1분 사이에 20여 명의 테러리스트가 쓰러졌다.
놈들의 코앞까지 걸어와 자동으로 갈기는 나에게 모든 어그로가 몰려, 자신들이 포위 공격받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모든 탄창을 쓰고 바닥에 떨어진 AK를 들어 단발로 놓고 적을 향해 쏘았다. 확실히 반동이 강하고 총소리도 크고 파괴력도 컸다.
내 총에 맞은 테러리스트는 피를 뿜으며 죽었다.
타타타탕-
어딘가에서 총탄이 알아 와 내 앞에서 튕겨 나갔다.
상대를 쓰러트리고 그 총을 주워 나에게 총을 쏜 놈에게 달려가 코앞에서 사격했다.
“나에게 총을 쏴?”
이제 테러리스트는 나를 보고 완전히 겁먹었다. ‘악마다!’ 하면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나같이 착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악마야? 총을 먼저 쏜 것은 바로 너희들이잖아!
놈들이 뒷걸음질 치며 하나둘씩 도망쳤고 곧 공포에 빠져 모두 뒤돌아 달렸다.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경복이와 태경이가 놈들을 향해서 총을 몇 번 쏘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터미네이터’ 하는 거 뒤에서 다 봤다. 괜찮냐?”
나는 낮게 웃었다.
“이제 이 형님 별명은 터미네이터다.”
이때 키 큰 사내가 어둠 속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바로 아이만 이시라프. 그놈은 이쪽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신이여. 적에게 죽음을.”
아! 씨발 새끼!!!
나는 몸을 던져 수류탄을 품에 안았다. 반탄 반지의 힘을 완전히 믿어 나온 행동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태경이와 경복이도 있다.
쾅!!!
몸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팔다리가 따로따로 떨어지는 느낌. 그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세상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평온했다.
고요하다. 여기는 어디인가?
꿈이다. 그리고 동굴 안.
귀가 아파왔다. 예지몽의 전조.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얼굴 바로 칭기즈칸.
“바얀.”
바얀은 몽골의 총사령관이다. 사천 지방의 중국인이었으나 누구보다 몽골인이었으며 칭기즈칸의 심복 중 심복이다.
“예. 대칸.”
“이제 산에서 내려가라. 그대와 대업을 이뤘다는 것은 잊지 않겠다.”
80대의 늙은 바얀이 피곤한 얼굴로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제발 뜻을 거둬 주십시오. 조상신께서 내린 약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대가 먹겠나?”
바얀은 눈을 크게 떴다가 머리를 저었다.
“어찌 저 같은 노복이 칸의 보물을 탐낼 수 있단 말입니까?”
칭기즈칸 앞에 검은색 도자기가 있었고 그 안에 액체가 들어 있었다.
“짧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참으로 많은 부덕을 쌓았다. 너무도 많은 피를 보았어.”
바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대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대업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칭기즈칸의 눈빛이 매서웠다.
“내 자식들이 중원을 통일할 것이다. 누구를 밀겠느냐?”
바얀은 눈을 감고 짧은 미소를 지었다.
“대칸께서 없다면, 저는 낙향하겠습니다. 나이가 많아 이제 걸리적거릴 뿐입니다”
칸의 긴 한숨만 터져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은 피가 대지를 적시겠구나.”
“조상신께서 보내신 진액을 드시고 다시 대업을 이끄세요.”
“조상신은 아니야. 말투부터 달라. 뭔가 다른 존재다.”
“어찌 되었든 칸을 도왔지 않습니까?”
“지금 생각해 보니 지옥의 악마가 아닐까 싶다. 놈들의 요구에 따라 수많은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바얀은 검은색 도자기를 앞으로 밀었다.
“무적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약입니다. 중원의 통일을 대칸의 손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칭기즈칸은 검은색 도자기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이것을 마시면 중원 사람들을 다 죽여야 한다.”
“죽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다. 중원 전체가 양을 먹일 초원으로 변할 겁니다.”
칭기즈칸은 피곤한 얼굴로 머리를 저었다.
“밖으로 나가라. 바얀. 이곳은 왕의 땅. 너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다. 천수 이상 누렸다. 이 정도면 되었어.”
바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래로 내려가면 모든 일꾼을 죽이고, 이곳에 사는 모든 산악 부족을 습격하여 입을 봉인하겠습니다.”
칭기즈칸은 눈을 천천히 감으며 말했다.
“나의 영원한 안식처에서 길고 긴 잠을 잘 것이다. 하지만 다시 깨어난다면 마왕으로 태어날 것이니 나의 잠을 깨우지 마라.”
그리고 칭기즈칸이 갑자기 나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나를 깨우지 마라!!!”
나는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태경이가 달려와 말했다.
“미친 새끼야!!! 괜찮냐? 숨은 쉬어져?”
나는 태경이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아 씨발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