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알타이. 우리나라의 말이 알타이어 계열이라는 사실로 많이 익숙한 단어다.
몽골 서쪽에는 알타이산맥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온 어원이라 할 수 있다.
CIA 오퍼레이터가 차분하게 말했다.
“계속해서 알타이산맥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칭기즈칸 무덤 지도 조각에 숨겨둔 위치추적기가 스크린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움직이는 속력이나 지형에 구애 받지 않는 것으로 보아 헬기로 확인.
“10분 뒤면 알타이시 북쪽을 통과합니다.”
오퍼레이터 목소리는 차분했다. 위성으로 해당 지역을 지켜보고 있었고, 글로벌 호크까지 투입되어 2중 3중의 감시망을 만들고 있었다.
골든보이가 위성을 사용한다고 하자, 워싱턴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CIA에서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대통령까지 시선을 주었다.
원래 시선을 주기에 너무도 증거가 부족했으나, 골든보이가 주장하면 절반은 믿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알타이산맥에서 좀 떨어진 초원에 놈들의 헬기가 멈춰 섰다.
위성과 글로벌 호크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헬기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움직이는 인원은 대략 40~50명으로 대부분 무장한 것으로 추정.
나는 확신에 찬 얼굴로 반즈를 바라보았다.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놈이다. 지금 공격해 죽이는 것도 괜찮지 않나?”
반즈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칭기즈칸의 무덤이 어딘지 모르잖아.”
지금 보물이 중요해? 테러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지.
“보물보다 큰일이 터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일단 확인하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반즈의 표정을 보니 뭔가 다른 생각이 있었다. 나는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설마. 워싱턴에서 칭기즈칸의 무덤 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하나?”
반즈는 순순히 워싱턴의 생각을 말했다.
“수류석이나 원소 분리석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이 나오니 관심을 안 가질 수 있나. 반드시 확인하라는 명령이야.”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다 주는데, 왜 그렇게 욕심을 내? 안 준 것은 뭐가 있어? 줘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 없어서 문제지.”
“원래 워싱턴이 무능력하면서, 욕심만 많아.”
두두두두두두두두-
이때 헬기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고 엘도라도 시큐리티에서 보낸 헬기 2대가 도착했다. 수행과 직원을 이쪽으로 급파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러시아에 있을 경복이가 헬기에서 선글라스를 벗으며 내렸다.
“열이. 이 형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나는 다급하게 달려가 경복이를 안으며 말했다.
“오! 브라더~ 고생했어. 어떻게 알고 왔어?”
“이 형님이 병풍 해주려고 멀리 러시아부터 날아왔다.”
뒤에 서 있는 선 대위가 부하들과 함께 나에게 거수경례하였다.
“잘 계셨습니까?”
“고생했어요. 선 실장님.”
“실장으로 승진 시켜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수행과는 시큐리티 산하로 들어가지 않고, 대표 직속의 수행실로 조직이 확대되었다.
조직의 목적은 대표인 나와 가족들을 가까이서 보호하는 역할.
수행 실장으로는 여전히 선 대위였다.
경복이도 비서실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나도 전무이사가 되었더만.”
“전무이사 타이틀이 뭐가 중요하냐? 골든보이 친구면 끝이지.”
“전무이사라···. 아직 몸으로 뛰고 있는 현역이라, 느낌이 안 온다.”
나는 경복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러시아에서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느냐 고생했다. 대충 보고는 들었어.”
경복이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샤픈, 솔도바, 미첼, 각 부대장은 주인이 바뀐 것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
나는 낮게 웃었다.
“월급을 거의 2배로 올렸으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무장과 장비도 새것으로 받고 신형 드론이나 장갑차 그리고 고기동 자동차가 도착하자 다들 구경하기 바빴다.”
“월급도 올려주고, 장비도 줬으니 최대한 굴려 먹으면 되나?”
경복이가 자신의 M4 자동소총을 툭툭 치고 말했다.
“조지고 싶은 애들 있으면 말만 해. 살벌한 애들 500명이 달려온다.”
“바로 작전에 투입될 거야. 준비되었을까?”
“용병들이 선물로 받은 금화를 보며 묻더라, 작전을 뛰면 인센티브를 받냐고? 그래서 시베리아 작전을 마무리한 직원은 300만 불을 받았다고 했지.”
그 말을 끝났을 때, 키 190에 100kg은 넘어 보이는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러시아 용병들이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정식으로 거수경례했고 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경복이가 든든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성적이 뛰어난 놈 중에 영어를 하는 놈들만 데리고 왔어. 수행과 연봉을 보여줬더니 목숨을 던진다고 하더군.”
수행과 연봉은 1급 용병들과 비슷할 정도로 페이가 센 편이었다. 용병에게 돈은 전부이자 자신을 평가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었다. 페이가 기존보다 5배 이상 올라갔으니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실력은 믿을만하고?”
“실전에서 다들 킬마크를 얻은 전사들이야.”
나는 먼저 러시아 용병대 9명에게 걸어가 손을 내밀어 악수하기 시작했다.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다들 부동자세를 취하며 한 명씩 악수했다.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회장님.”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작전에 들어간다.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준비는 되었겠지? 아마 쉽지 않을 거야.”
나와 악수하는 러시아 용병이 힘있게 외쳤다.
“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아 마음에 들어.”
러시아 용병대는 타격대로 강력한 화력을 쏟아부을 때 쓰는 중화기를 제법 많이 가지고 왔다.
나는 출발 전에 작전 비용으로 1만 달러씩을 나눠주었다. 일이 끝나면 인센티브로 큰돈을 받는다고 확인을 받으니 행동이 매우 적극적이다.
-남쪽에서 아군 자동차 접근 중.
곧 CIA 요원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멈춰 섰다. 제각기 다른 옷을 입은 남녀가 차에서 내렸다. 몇 명은 몽골계 동양인으로 이곳의 현지인 같이 보였다.
그들은 내리자마자 반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그들과 이야기하고 나온 반즈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쫓는 놈 중에 엄청난 이름이 나왔다.”
“엄청난 이름? 누군데?”
내가 이곳에 테러리스트가 있을 것이라 이야기를 하자 CIA가 정보력을 이곳으로 집중했는데 놀랍게도 엄청난 이름이 튀어나왔다.
아이만 이시라프.
빈 라덴의 후계자라 불리던 놈.
갑자기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가 나타나자 판이 엄청나게 커져, 미국 국방성의 모든 사람이 이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흑백사진을 확인하며 말했다.
“빈 라덴의 후계자라···. 상당한 거물인데?”
반즈는 이놈과 관련되었던 작전들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끔찍한 기억들.
“10년 전에 이놈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무려 한달이나 비상근무를 했다. 프랑스 아디부 해변에서 자동차 테러로 무려 200명이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지. 게다가 로마 교황청 테러도 계획한 놈이야. 작년에는 뉴욕 맨해튼 신년 행사에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놈의 배후이기도 하다.”
“아주 흉악한 놈이군.”
반즈는 욕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만 이시라프를 내 손으로 잡으면, 이런 시골구석에 있지 않고, 랭글리 본부 안에 사무실을 얻고 여자친구와 저녁 약속도 마음대로 잡을 수 있겠다.”
“일도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선물에만 관심이 있군.”
“골든보이가 옆에 있으니 이번에도 분명 행운이 있겠지?”
“······”
반즈가 덮어놓고 낙관론을 펼치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숙소로 왔을 때 경복이와 태경이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먹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경복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김치에 돼지고기를 먹더니 입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아 살 것 같다. 오기로 러시아 새끼들이랑 매일 똑같은 것을 먹었더니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태경이가 파란색 소주를 한잔 따라주었다.
“술로 다 죽였냐?”
“보드카를 유조차로 하나 마신 것 같아. 마지막에는 물처럼 들어가더라.”
태경이와 경복이는 러시아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너는 뭐 하는데, 아까부터 무게 잡아?”
경복이가 살짝 내 옆구리를 찔렀다.
“눈 뜨고 자냐?”
나는 번쩍 눈을 뜨더니 경복이와 태경에게 시선을 주고 한마디 했다.
“내 이야기 심각하게 잘 들어. 생 다큐니까 구라로 생각하면 안 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지난번에 아이유가 꿈에 나왔다고 했지? 이번에도 또 나왔다.”
경복이의 표정이 가벼웠다.
“지금 자랑하는 거야? 이번에도 그냥 보냈냐? 내 꿈에 나타나면 내가 먼저 결혼할 거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심각하게 들어. 이번 작전하고 관련된 일이야. 꿈에서 본 아이유가 칭기즈칸의 무덤과 테러 이야기를 해줬어. 예지몽 같은 거야.”
경복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기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이유에 예지몽. 그리고 칭기즈칸과 테러리스트. 좀 알아듣게 설명해봐. 믿을 만한 구석이라고 단 한 줄도 없는 내레이션 아니냐?”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아이유라는 단어부터 믿기 힘들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그렇다. 하지만 이제부터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으니 잘 들어. 아이유 님이 그랬어. 본인이 황금신이고 내가 유일한 사도라고.”
다행히 경복이와 태경이는 눈을 크게 뜨고 나의 말에 집중했고 나는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른 신들이 있다고 했지. 이름이 이상하지만 ‘다양성주의자’라는 신이 있다고 했어. 그들은 인간이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너무도 많이 파괴해 인류에게 테러를 가하려 한다고 했다. 인간 자체를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지.”
태경이가 소주를 한잔 마시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가 다양성을 해치는 벌레라는 것인가?”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놈들이 뭔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인간이야. 존엄한 생명체이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고 다양성이 있는 거다.”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가 우리를 존엄하게 생각해야지, 상대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양성주의자의 시선에서는 인간이 기타 동물들과 같은 레벨인 건가?”
“말하자면 그렇지.”
나는 강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양성주의자의 사도가 칭기즈칸의 무덤을 찾아왔다고 하니, 일단 그놈들부터 때려잡자.”
“그놈들이 왜 칭기즈칸의 무덤을 찾아? 거기에 뭐가 있는데?”
“아마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무시무시한 뭔가 있겠지. 그렇게밖에 이야기가 안 된다. 아이유 님께서도 그것을 확인해 보라고 이야기하셨다.”
태경이가 한마디 했다.
“다양성주의자 사도가 그 빈 라덴 후계자라는 말인가? 돌아가는 것이 점점 무서워지는데? 칭기즈칸의 무덤 안에 뭐가 있는 거야?”
“우리가 그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때 반즈가 들어와서 이야기한다.
“정보가 확실해졌어. 아이만 이시라프가 중국의 시안 공항에서 가짜 여권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그놈이 여기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크게 한판 벌어질 모양이군.”
“역대급 주연 배우들이 무대에 모였으니, 크게 판이 벌어지겠지.”
나는 아이만 이시라프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젊고 자신 있는 얼굴.
“빈 라덴의 후계자라···. 다양성주의자의 사도로 쓰기에 적당한 놈이군.”
“다양성주의자의 사도? 그게 뭐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반즈는 술병을 옆으로 치우고, 방안의 조명을 취침 모드로 바꾸면서 말했다.
“오늘 밤 당장 움직일 수 있으니. 시간이 있을 때 쉬어 둬. 술은 마시지 말고. 러시아 용병들도 알코올 없이 몸만 풀고 있다.”
“알았다. 이제 잘 거야.”
반즈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위험한 장소에 골든보이를 투입하고 싶지 않지만, 보물을 찾는데 골든보이만큼 확실한 수단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투입하고 있는 거야. 항상 몸 보호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해.”
내 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행과도 있고 반탄 반지도 있다.
“내가 알아서 하지.”
이제 자야 할 시간.
아침에는 그렇게 피곤하더니, 자려고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점심에는 카페인을 마셔도 잠이 쏟아지더만 밤이 되니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카페인이 밤에만 효과가 있나?
잠이 오지 않아도 눈을 감고 있으면 잠잔 것 50%의 효율을 낸다. 눈에 들어오는 자극만 사라져도 잠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은 잠자기 힘들겠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 잠이 들었다.
그리고 퍼뜩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에 놀라서 깬 거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꽤 잤군.
경복이도 태경이도 곤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쌀쌀한 기분이 들어서 이불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곳은 알타이산맥에서 내려오는 길에 서 있는 모텔로 트레킹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
이때 내 눈에 들어오는 반짝이는 황금빛.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순간 아프간 평화 방패 부대에 있었을 때 일어났던 야간 기습이 떠올랐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테이블에 있는 TRS 송신키를 전체망으로 누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북쪽에서 도로를 따라 최소 10개~20개의 점이 다가오고 있다. 통제실 확인 요망.”
통제실은 갑자기 울린 전체망 경고를 듣고 놀라고 있었다.
-서북쪽 도로를 따라 미인가 물체가 접근 확인 중 보고. 저격수 놈들이 보이나?
저격수는 한참 동안 바라보았으나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다.
곧 반즈가 내 방으로 뛰어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뭐가 와? 확실해?”
“금이 움직이고 있어. 아프간에 있을 때는 박격포가 날아왔지.”
반즈가 인상을 쓰며 말하고 있었다.
“우리 저격수가 옥상에서 살피고 있는데 보이는 것이 없다고 했다.”
“들었다. 하지만 저격수가 확인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야.”
모든 건물에서 조용하게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경거망동하여 불을 켜거나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바지만 입고 무장만 챙겨서 밖으로 튀어 나가는 사람도 있다.
-드론을 띄웁니다.
이때 옥상에서 저격수가 자폭용 드론을 날렸다. 그리고 내가 말한 북쪽을 살피고 있었다.
-발견! 무장 인원 20여 명 이상이 접근 중.
바로 움직이는 사람 20명을 확인했다. 모두 무장하고 천천히 포위하듯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자폭 드론이 공중에서 놈들을 살피고 있을 때, 어떤 사내가 등짐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리모컨으로 조종하여 서서히 모텔 쪽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그것을 통제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있던 요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자폭용 자동차야! C4! C4!!!”
자폭 드론을 조종하던 저격수는 드론에 매달려 있던 수류탄 4개를 자동차를 조종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떨어트렸다.
콰콰콰쾅!!
폭발로 조종사가 죽자. C4를 붙이고 있었던 자동차가 이동하다가 멈췄다. 그리고 1분 후에 장난감 자동차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음파가 내 가슴을 강하게 치고 갈 정도.
이 순간 CIA 기동 타격대 헬기가 공중에 떠올랐다. 야간 투시경으로 확인하며 적을 향해서 기관총을 마구 쏘았다.
통제실 오퍼레이터의 강한 명령이 들어왔다.
“놈들이 도망칩니다. 조직적 반격은 보이지 않습니다. 추격하세요.”
저격수가 옥상에서 총을 쏘고 있었고, 헬기는 하늘에서 총알을 쏟아내고 있었다.
자동차 몇 개가 그쪽으로 움직여 총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놈이나 항복한 놈을 묶어서 끌고 왔다.
금방 베이스캠프는 병동이자 포로수용소가 되었다.
반즈가 장난감 자동차 바퀴 하나를 주워서 나에게 가지고 왔다.
“골든보이가 아니었다면, 잠자다가 비명횡사할 뻔했군.”
“벌써 죽으면 안 돼. 반즈. 자네 이름이 박힌 본사 사무실은 구경해야지.”
자동차에 실려 온 놈 중에 몇 명이 방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미국은 정의의 나라로 고문 같은 것은 안 한다고 들었는데···.”
“미국은 절대 고문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고문 기술은 미국이 최고다. 우리 애들 손에 걸리면 할머니 첫사랑의 눈동자 색깔까지 알아낼 수 있어.”
“선빵을 날렸다는 것은,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아닐까?”
반즈가 생각하더니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확인해야겠군.”
이때 오퍼레이터가 살짝 다급하게 말했다.
-본부 긴급 송신입니다. 놈들 기지에 있는 헬기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다.
“역시나 그렇군. 칭기즈칸이 무엇을 가지고 무덤에 들어갔는지 가서 확인해 보자고.”
건물의 모든 곳에 불이 들어오고, 헬기의 포장을 벗기며 사람들을 급속히 완전무장을 했다.
러시아 용병들은 거의 옷을 입고 자서, 완전무장을 끝내고 초코바와 에너지 음료까지 마시고 있었다.
나는 수행과 식구들과 헬기에 올라탔다.
이때 반즈는 CIA와 함께 타지 않고 이쪽으로 달려와 몸을 던졌다.
“왜 여기로 와?”
“행운이 있는 골든보이 옆이 가장 안전하다.”
CIA(1), CIA(2), 수행팀, 용병대 헬기 4대가 동시에 날아올랐다.
반즈가 태블릿으로 적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어?”
“완전히 알타이산맥으로 들어가고 있다.”
나는 야시경으로 눈에 덮인 알타이 산의 장엄함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칭기즈칸의 무덤으로 부족하지 않은 곳이다.”
반즈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곳에 테러리스트의 피를 뿌려야 할 거다.”
나도 웃었다.
“칭기즈칸이라면 피냄새를 좋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