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동아시아 대지진.
골든보이를 믿은 쪽과 믿지 않은 쪽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2백만 명이 사망, 실종되었고, 5백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복구할 수 없는 기간 산업의 피해를 보았다. 아무리 살펴도 도쿄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수도를 옮기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제주도 남쪽에 제법 큰 피해를 보았으나, 인명 피해는 부상자 53명 밖에 없었다.
시설물 피해도 중요한 곳은 컨테이너 방파제로 막았고, 옮길 수 있는 것들은 다 내륙으로 옮겨 물질적 피해도 최소한으로 막았다.
왜 골든보이의 말을 믿지 않았나?
일본 국민이 수상과 내각에 던진 말이었다.
그들은 국민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말한 총리와 내각 의원들은 가족들을 미국으로 대피시켰고, 본인들은 지진이 터지자마자 준비해 놓았던 헬기를 타고 공중으로 대피한 것이었다.
더 이상 내각이 유지될 수 없었다. 그들은 총사퇴하고 새로운 비상 내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교토를 임시 수도로 선포했다.
일본의 새로운 내각이 처음 한 일은 골든보이에게 어떻게 지진을 예보할 수 있었는지 질의하는 것이었다.
내가 할 말은 단 한 가지. ‘골든보이를 믿어라.’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새로운 총리가 전화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또 지진이 있습니까?”
나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수상이 나에게 원하는 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총리님.”
일본 총리는 전화하면서 나에게 머리를 숙여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큰 지진이 없을 것이라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래야 사람들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을 안심시켜 달라는 말이었군. 나는 총리에게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제 출연료는 상당히 비쌉니다.”
-무엇을 원하시든지 간에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까요?”
나는 일본 방송에 나가 아주 당당한 얼굴로 궁고 항구 쓰나미와 동아시아 대지진을 자기장의 움직임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지몽보다 자기장의 움직임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해야 좀 더 과학적으로 보일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지진은 없습니다. 혹시 있어도 반드시 미리 경고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지진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말하여 일본 국민이 오늘이라도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면 거짓말을 백번도 할 수 있었다.
혹시 다시 예지몽을 꾸면 그때 가서 다시 경고해주면 되는 일.
이번 방송으로 일본에서 받은 출연료는 상당히 괜찮았다.
7광구에 있는 나의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완벽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게다가 앞으로 개발하는 7광구의 유전과 가스전도 50:50으로 공동 소유로 하기로 했다.
일본 주변의 유전과 가스전도 개발하면 같은 권리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매년 1억 달러의 지진 예고 비용을 받았다. 미국에서 받은 1억 달러와 같은 금액.
뭐 준다면 받아야지.
이 대지진으로 일본과 한국의 국력이 역전되었다.
일본 산업의 대탈출.
대통령은 일본인들에게 기술 기반 시설 이전 대출을 진행했다.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의 기술 기반 산업이 옮겨오면 대출을 해준다는 프로젝트.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의 쓸만한 기업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모두 연락했고 미끼를 물기만을 기다렸다.
30조를 추경하여 지진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손짓하자 많은 일본 기업이 신청했다. 일본 정부에 뭔가를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일본 기업들은 너도나도 신청했다.
새만금 단지에 금방 일본 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업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기반 시설이 파괴된 본토에서 뭔가를 기대할 것이 없었다.
엔화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본은 어떻게든 달러를 끌어와야 했다. 그래서 우리 IMF 때처럼 기업을 팔 수밖에 없었다.
일본 기업이 새만금으로 오면 30년 동안 일본에 세금을 내기로 하자 일본은 적극적으로 물건의 반출을 허락했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조건이 가장 좋았기 때문.
우리는 배와 트럭, 비행기를 보내 장비와 인력을 모셔오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기업의 직원들은 영주권을 줄 정도.
5년 안에 새만금에 거대한 일본 공업단지가 생길 것이라 예상했다. 새만금 거리는 일본인 도시로 느껴질 정도가 될 것이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일본의 재앙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국의 관심은 전혀 다른 것에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영토 ‘금도’을 보고 있었다.
경기도 절반의 크기에 금도를 행정적으로 금북도, 금남도로 나누었다.
그리고 500개로 지역을 나눠 각각 탐사대를 보내 상세하게 조사를 시작했다.
금도는 대한민국의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지형이었다. 북쪽으로 높게 솟아 있는 산에는 개미굴처럼 수만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래서 쉽게 탐사 완료가 되지 않고 있었다. 안에 바닷물이 가득 차 있었고 바닷물고기가 갇혀 있는 지형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동굴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3일이나 갇혀 있었던 조사팀도 나왔다.
남쪽에 어느 정도 평지가 있는데 이곳에 항구와 연구소, 군사기지, 리조트를 만든 계획이 세워졌다.
금도 남동쪽에 있는 가스전을 개발하는 계획도 바로 진행되었다. 동해 3번 가스전의 가스를 모두 뽑아 쓰고 그곳에 탄소를 넣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사업은 백지화하고, 그 가스 플랜트를 움직여 금도 가스전을 개발하기로 하였다.
2번 시도할 것도 없었다. 단 한 번의 시추로 대한민국 가스 사용량의 5%를 향후 15년간 생산할 수 있는 엄청난 천연가스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엘도라도 오일&가스는 그렇게 생산된 가스의 51% 지분을 확보했다. 원래 80%까지 확보할 수 있었으나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미국 회사를 하나 넣었다.
한국 가스 공사 19%.
미국 캐로샌드 오일 30%.
엘도라도 오일&가스 51%.
미국 회사를 넣은 이유는 분명했다.
중국이 금도에 대해서 욕심내기 때문이었다. 금도는 중국의 대륙붕과 닿아 있어서 중국의 영토라는 개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예상했다.
미군의 링컨 항공모함이 제주도의 이재민에게 위문 물자를 풀고, 금도에 방문했다.
미국 오바바 대통령이 미 공군기를 타고 일본에 잠시 들렀다가, 금도 앞 링컨 항공모함에 내렸다.
그리고 한국 정동일 대통령이 있는 독도함으로 넘어왔다.
두 대통령은 금도 남쪽에서 10km 떨어져 있는 작은 무인도를 미군이 발견했다며 그곳을 미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조약을 했다. 그리고 금도 남쪽의 해변의 10%를 미군에 영구 임대하는 계약도 했다.
금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했는데,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하는지 너무도 명확했다. 힘도 세고, 돈도 많은 집에 줄을 서야 콩고물이 더 떨어진다.
중국이 금도를 향해서 외교적 공세를 취하자, 미국이 바로 움직였다.
중국에 대한 공세에는 늘 진심인 나라.
각종 수출품에 대해 관세 폭탄을 먹였고, 유학생을 추방했으며, 몇몇 기업가를 스파이로 고발했다. 그리고 각종 투자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콕 집어 중국의 반도체 회사를 집중 규제 폭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도 쉽게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 자기 목 아래, 미국의 새로운 칼이 생기자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희토류 수출 중단.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물질의 수출 중단은 한국 가전제품의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또한 각종 폐기물 쓰레기 수입도 중단되어, 각 폐기물 집하장에 쓰레기가 넘치고 있었다. 아파트 분리수거함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받아 가지 않겠다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경기가 침체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는데, 동아시아 도쿄 대지진으로 강력한 경제 쇼크가 와 각종 원자재 값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었다.
원유값이 1배럴에 55달러 선까지 내려가 있었다.
엘도라도 사장단이 모여 심각한 회의를 했는데, 나는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적자만 안 보면 되지요.”
자본주의 사회에 역행하는 맨트. 어떻게든 주식의 값어치를 올리라고 사장단을 쪼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내가 혹은 회사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고 원유값이 오르고, 자원 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적자 나면 7광구를 더 뒤져서 원유 유전 하나 더 파던가. 아니면 호주나 러시아 가서 광산 몇 개 더 파면 되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마세요. 월급 받은 만큼만 합시다.”
부회장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자 회사는 흔들림 없이 더욱 단단해졌다.
오랜만에 서울집으로 들어갔는데, 경비실 아저씨가 당황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재활용품이 너무도 많이 쌓여 있는데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비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지하창고에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놓을 수 있으니, 창고에 있는 박스를 치워줄 수 있냐고 물었다.
박스? 금시초문이었다.
“박스요? 무슨 박스요?”
경비 아저씨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몇 달 전에 사장님 댁으로 큰 소포가 도착했는데, 사모님께서 그런 사람이 없다고 받지 않은 큰 소포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누구인데, 그런 사람이 없나요?”
“영어 이름입니다. 에드워드인가. 그런 이름이더군요.”
우리 집에서 내가 에드워드인 것을 아는 사람은 아버지 빼고 없다.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엄마가 모르는 사람의 것이라며 전화로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도착한 날짜를 확인해 보니 북한 핵잠수함 사건을 해결한 직후.
그렇다면 미션 보상인 ‘원소 분리석’ 그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션에 성공했는데 아무런 보상이 없어서 하늘에 몇 번 욕을 했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꿈에서 보았던 아이유가 왜 보낸 선물을 받지 않았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었다.
“제가 당장 내려가 보겠습니다.”
지하창고에는 잡동사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쯤에 소형 자동차 크기의 박스가 있었다.
경비아저씨가 나에게 문서 사인을 받고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확인해주시고 잘 치워주세요. 제힘으로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지하창고로 내려가 나무 상자를 확인했다. 우리집 주소와 내 영어 이름만 있고 그 외의 어떤 것도 없었다.
나무 박스를 보며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살짝 만졌는데 갑자기 나무 박스가 큰 타일로 만든 것처럼 우르르 쏟아지며 부서졌다. 그래서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아 깜짝이야!”
약간의 먼지가 일어났고 곧 박스 안의 내용물이 보였다.
대형 훌라후프.
타조알 크기의 돌 30개.
이게 뭐야? 나는 그것을 한참 바라보았으나 무엇인지 조금도 예상되지 않았다.
이리 저리에서 살펴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조금도 감이 오지 않았다.
이럴 때는 미션이 떠서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기도 하는데, 미션도 없었다.
나는 일단 조심스럽게 훌라후프를 만졌더니 갑자기 훌라후프에 불이 한 칸 들어오며 훌라후프가 살짝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야! 씨발.”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잠깐 떠올랐던 훌라후프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깐 멍하니 있던 나는 다시 훌라후프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그러자 다시 훌라후프에 불이 한 칸 들어오며 훌라후프가 다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 멋있는데?
공중으로 떠오르는 훌라후프.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그럴듯했다.
그런데 어떻게 쓰는 거지?
이번에는 제법 오래 쥐고 있었더니 불이 2칸으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훌라후프가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계속 떠올라 있었다.
이제 눈에 들어온 것은 타조알.
바닥에 있는 타조알 하나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졌다. 금속의 감촉인데 촉촉하고 말랑하기도 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촉.
이때 발바닥에 이상한 감촉이 나서 확인했더니 신발 바닥에 못 하나가 박혀 있었다. 조금만 깊게 박혔으면 발바닥에 구멍이 뚫릴 뻔한 상황.
나는 짜증 나서 못을 쥐고 바닥에다 강하게 던졌는데, 못이 바닥을 튕기더니 훌라후프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못이 사라졌다.
“응? 어디 갔어?”
나는 내가 잘못 봤나 생각하고 주변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금속 타조알 하나가 파란색으로 바뀌고 있었고 스크린처럼 각종 언어로 뭔가를 계속 표시하다가 갑자기 한글로 ‘철’이라는 글자가 찍혔다.
그리고 파란 알이 쌀 알갱이 같은 것을 주변에 뿌렸다. 나는 그 알갱이를 확인했는데 작은 쇳조각이었다.
나는 쇠 알갱이를 들고 생각했다.
뭐지?
훌라후프에 못을 집어넣었더니 쇠 알갱이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파쇄기인가?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알루미늄 캔 수백 개가 가마니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중에 하나를 꺼내 훌라후프 안에 던졌다. 그랬더니 알루미늄 캔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금속 알이 파랗게 바뀌며 ‘알루미늄’이라는 글자가 쓰였고 곧 작은 알루미늄 알갱이가 근처로 뿌려졌다.
오호라. 이렇게 쓰는 것이군.
나는 가마니 안에 있는 음료수 캔을 꺼내 마구 훌라후프 안으로 던졌더니 알루미늄 알갱이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다시 주변을 살피다가 버려진 잡지를 보고 훌라후프 안에 넣으려고 했는데, 한 칸 있던 불이 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서 잡지는 그냥 바닥에 떨어졌다.
오. 감 잡았어!!!
나는 태경이에게 전화하여 당장 지하창고로 내려오라고 소리 질렀다. 그동안 나는 훌라후프를 손으로 꽉 쥐었다. 그랬더니 다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세 칸 정도 불이 들어왔을 때, 태경이가 쓰레기봉투를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인데 나오라고 해?”
나는 잡고 있던 훌라후프를 놓았다. 그러자 훌라후프가 공중으로 살짝 떴다.
그것을 보고 태경이가 깜짝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흥미를 느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느낌.
“이건 뭐야? UFO?”
나는 책을 들고 서서 책을 훌라후프 안에 던졌다. 그랬더니 금속 알 하나에 ‘종이’라는 글씨가 쓰이더니 알에서 압축 종이 알갱이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더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거 뭐야? 마술인가?”
나는 다른 책 하나를 다시 집어넣었다.
“책을 넣었더니 갈려서 종이 펄프가 뿌려지고 있다.”
“그게 가능해?”
나는 훌라후프를 만지며 말했다.
“눈으로 보고 있잖아. 아마 ‘원소 분리석’이라 불리는 것이야. 미션 보상이지.”
태경이는 놀란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쌀 알갱이의 펄프를 만지며 말했다.
“세상에 그런 것이 있다고?”
“북한 핵잠수함 미션을 끝내면 ‘원소 분리석’을 준다고 했는데 이제 확인했다. 보상을 지하창고에 처박아 놓았더라고.”
나는 알루미늄 캔과 책 몇 권을 더 넣었는데 사방으로 알갱이가 날아갔다.
태경이가 갑자기 버러진 꼬마 자전거를 집더니, 안으로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러자 철, 알루미늄 알에서 금속 알갱이가 튀어나왔고,
새로운 알에 파란 불이 들어오며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라는 글씨가 새겨졌고, 사방으로 알갱이가 튀겼다.
“이런 것도 되나?”
태경이가 갑자기 자신이 들고나왔던 쓰레기봉투를 던졌는데, 비닐, 흙, 목재, 유리, 유기물 등이 등록되었고 알갱이를 뿜어냈다.
우리는 욕심을 내면서 훌라후프 안에 오토바이를 넣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작았다.
“작다 작아.”
“아쉬운데?”
“늘어나지 않을까?”
내가 살짝 늘려봤는데 놀랍게도 쭉 늘어났다.
“야 당겨봐.”
태경이도같이 조심스럽게 당겼는데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오! 늘어난다!”
나와 태경이가 훌라후프를 조금씩 당기자 원이 점점 커졌고 다시 안으로 밀자 점점 줄어들었다.
태경이는 거침없이 누가 버린 PC를 집어서 훌라후프 안에 던졌다.
그러자 금, 은, 팔라듐, 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 등이 새로운 돌에 등록되었고 작은 알갱이들이 떨어졌다.
그것을 보는 순간 사업적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나는 밖으로 나가면서 경비아저씨에게 300만원을 줬다.
“지하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죄송합니다. 맛있는 거 사드세요.”
다음 날.
서 상무님을 닦달하여 화성 근처의 분양이 실패한 공단을 향했다. 고속도로와 멀지 않았고 땅도 넓었지만, 최근 너무도 많은 공장 대지가 나왔고 좀 외졌으며 주변이 모두 논밭이라 확장의 가능성이 작았기 때문에 분양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핵심적인 원인은 분양가가 높았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나는 분양 관계자를 불러서 이곳에 있는 모든 필지를 구매했다.
서 상무가 놀라며 뭔가를 이야기하려다가 나와 태경이의 얼굴에 흐르는 자신감을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단숨에 ‘엘도라도 리사이클’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졌다.
내가 한 시간 정도 손으로 잡고 있으면 ‘리사이클 링’이라 부르는 훌라후프가 완전히 충전되었다. 그러면 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알을 각각의 넓은 창고 천장에 매달아 두었다.
리사이클 링을 입구의 가장 큰 공장에 놓고 쓰레기차 몇 대를 불렀다. 그리고 생활 쓰레기를 이곳에 쏟아부으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돈을 받았으니 하긴 하지만 께름칙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돈을 더 주었더니 군말 없이 쓰레기를 부었다.
구덩이에 떨어진 쓰레기는 귀신처럼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각 창고의 알에서 분리된 알갱이가 쏟아졌다.
금, 은, 망간, 코발트 등등은 종일 있어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금과 은 사흘에 반 알 정도 나올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플라스틱, 비닐, 유기물, 종이, 섬유, 목재, 흙, 돌 등등이 나왔다. 반나절 만에 창고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며칠 시험 가동을 하고 리사이클 시스템을 확신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주변 정리를 한 후 대통령과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를 불렀다. 중요한 일이라고 하자, 궁금해하며 화성 엘도라도 리사이클을 찾아왔다.
대통령은 골든보이를 믿었고,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이 가는 자리기에 때문에 군말 없이 따랐다.
나는 바로 핵심을 공개하는 스타일.
경기도에서 부른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리사이클 링에 붓고 쓰레기가 각종 자원으로 분리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보여주자 점점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중앙통제실에서 계속해서 확인하니 의심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헛웃음을 짓다가 물었다.
“이게 가능한가?”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골든보이를 믿어야지. 나는 이제 의심하지 않아. 하지만 정말 신기하군.”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믿기 힘들 것 같아서 공장을 미리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도 신기하니까요.”
대통령은 긴 신음을 흘렸다.
“과학적으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보면서도 당황스럽군.”
“그것이 이제부터 확인해야 지요. 미국 과학수사대를 불렀으니 뭐라도 발견할 겁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구석에서 CIA 반즈가 다른 요원들과 동영상을 찍고 각종 장비로 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디서 확보한 물건인가?”
나는 있는 그대로 말한다.
“소포가 왔는데, 어디서 보낸 지 모르겠습니다. 지하실에서 1달을 있다가 보름 전에 발견되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것이군.”
나도 누구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
“그렇습니다. 저도 알았으면 좋겠네요.”
일단 당장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최근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가 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싸우고 있었다. 인천시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이 오자 서울시와 경기도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래서 서울시장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서울시 쓰레기를 이곳에 소화하면 어떨까요?”
“일단 2% 정도부터 시작해 볼까요? 차 한 대에 6만 원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소화할 수 있으면 비율을 올려보지요.”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도 강하게 말했다.
“6만 원이라면 우리도 이곳에서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대통령을 보면서 말했다.
“6만 원 중 2만원을 국세로 내겠습니다. 대신 이 근처의 토지를 마음껏 수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논의해 주세요.”
“자네가 원하는 대로 먼저 마음껏 진행해. 뒤처리는 내가 최대한 노력해보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네.”
동시에 50대의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내릴 수 있는 집하장이 있고 그곳에 컨베이어 벨트가 있어서 바로 리사이클 링으로 쓰레기가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창고에서 엄청나게 쌓이는 플라스틱, 비닐, 섬유, 펄프 알갱이를 가마니에 쌓아 재활용하는 업체로 보냈다.
내가 매일 리사이클 링을 한 시간이나 만지는 것이 참으로 번잡스러운 일이었는데, 하루마가 만졌을 때도 좀 느리지만 충전이 되었다.
오. 전직 황금인도 충전이 가능하군.
하루마는 이제 그룹에서 아주 중요한 인재가 되었다.
그래서 전 황금인 하루마는 엘도라도 리사이클 사장으로 취임했다.
“너 때문에 내가 살았다. 다시 기동성을 얻었어.”
하루마의 연봉으로 15억을 책정하자 그는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엘도라도 리사이클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