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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54화 (154/188)

154화

군천-3 지역에서 대한민국 최대 가스전 발견.

연간 110만t. 하루 3000t을 생산하여, 대한민국 하루 가스 사용량의 3~4%를 감당할 수 있는 가스전이 발견된 것이었다.

매출은 대략 25억 달러(3조). 예상 이익은 5억 달러(6000억 원)를 예상.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가스전의 발견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과 같았다.

그래서 신문에 나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내가 그동안 이뤄낸 공적에 대해서 대하 서사시처럼 4면 기사로 나왔다.

러시아와 호주 금광, 아프간과 호주 구리 광산을 발굴한 이야기가 과장되게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제갈 사장님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처럼 보였는데, 엘도라도 그룹의 매력적인 젊은 회장을 만들려는 의도가 보였다.

동시에 제갈 사장은 바로 ‘엘도라도 오일&가스’를 제대로 조직하기 시작했다.

군천-3 지역 가스전이라는 든든한 매출을 두고 시작하는 회사라, 기존의 에너지 회사에서 쓸만한 사람들을 거침없이 뽑아왔다. 연봉을 더 주는데 넘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찌 보면 모두 신규 직원이니 엘도라도 오일은 성장할 기회가 있는 땅이었다.

군천 가스전의 개발은 엄청난 일이었지만, 이것은 탐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아직 7광구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쪽으로 가스 플랜트 2기와 석유 플랜트 2기를 불렀다. 더 뭔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

이제 본격적으로 다른 가스전 탐사를 시작.

헬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노란색 빛만 보면 끝이다.

새로운 가스전 탐사를 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는, 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군천 가스 플랜트.

이곳에서 헬기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상업성이 있는 가스전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쉽게 가스전이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빌린 것이 3000t급 해양 경비함 발해2호. 우리는 경비함을 타고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발해2호가 멈춘 곳은 거의 7광구의 경계선 부분.

그곳에서 새로운 옐로우 스트림 다수를 발견했다.

총 10개의 가스 광구. 그중 상업성이 있는 곳은 2곳.

토림 8구역과 토림 14구역.

그중 토림 14 지역이 울산 앞바다 가스전보다 3배는 크다. 확실한 상업성을 가지고 있었다.

“토림 14구역으로 가스전 플랜트 보내세요.”

이제 누구도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즉시 보내겠습니다.

2번째 부유형 액화가스 플랜트를 불러왔고 바로 드릴을 돌렸다. 하지만 드릴 엔진에 작은 문제가 있어서 긴급 수리에 들어갔다.

곽 사장이 얼굴이 벌게지며 사과했고, 3번째 가스 플랜트를 바로 투입했다.

대타는 말썽 없이 시원하게 드릴을 돌렸고, 파이프는 점점 깊숙이 들어갔다.

오퍼레이터가 살짝 흥분하여 말했다.

“가스가 있습니다. 압력이 올라갑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샴페인 뚜껑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란색이 저렇게 진한데 가스가 없을 수가 없다.

나만 여유롭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나 혼자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어 마음이 편한 기분.

“가스 압력이 더 올라갑니다. 액화 탱크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곽 사장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분 확인해봐.”

오퍼레이터는 콘솔에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고 말했다.

“메탄 함유량 아주 좋습니다. 바로 시민들에게 공급해도 될 정도의 농도입니다.”

“액화 시설을 가동해 보세요.”

메탄가스가 올라왔고, 액화 시설이 가스를 냉각하여 액체 상태로 바꿔 저장 탱크에 저장하고 있었다.

오퍼레이터가 모든 수치를 확인하고 말했다.

“정상 가동하고 있습니다.”

곽 사장이 크게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또 나옵니다. 회장님. 가스전이 다시 한 번 터졌습니다.”

펑!!!

샴페인 뚜껑이 날아가며 샴페인 거품을 사방으로 뿜었다.

나는 샴페인을 거침없이 입으로 마셨다.

“브라보! 2번째 가스전이군.”

곽 사장이 밝게 웃었다.

“축하합니다. 회장님.”

토림은 군천보다 풍부한 가스전으로, 1년 이익으로 7000억을 추정했다. 가스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더 많은 이익금이 날 가능성도 있었다.

가장 신난 사람은 조선의 곽성태 사장.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늘을 향해서 알 수 없는 고함을 질렀다.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울분을 뿜어내는 사자후.

가스 플랜트가 금융비용만 잡아먹는 괴물이자 골칫덩이였는데, 단숨에 복덩어리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기쁨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달려와 나를 안고 뽀뽀하고 싶다고 했다.

곽 사장은 속만 썩인 가스와 석유 플랜트 모두 계약을 취소했다. 그랬더니 그를 괴롭혔던 위염과 편두통이 단숨에 사라졌다.

이번 개발로 조선사가 가지고 있던 엄청난 짐을 단숨에 벗어 던질 수 있었다.

토림 가스전 주변으로 일본 순시선이 지나갔다. 우리 경비정도 보았지만 서로 모르는 척했다. 아직 7광구가 아니니 일본에서 뭐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실험 탐사도 없이 뽑아 올린 가스전.

석유와 가스를 탐사했던 수많은 자원개발자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수많은 실험 탐사를 하고 파이프를 꼽아도 성공할 확률이 3% 미만.

그런데 골든보이는 딱 한방에 바로 가스전을 짚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탐사를 미리 해 놓고 가스관을 꼽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잔챙이들이 뭐라고 떠들든지 간에 기관차는 달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속력을 내고 고속철도로 들어서려 하고 있었다.

드디어 3000t급 경비함 발해2호를 타고 7광구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경비함 뒤에 실려 있는 헬기를 타고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7광구 탐색의 시작.

헬기를 타고 무려 사흘이나 투자하여 탐색했다.

7광구의 이름값이 있으니, 나름 기대했지만, 실망이 컸다. 20곳의 가스전을 발견했지만 단 한 곳만 빼고 대부분 상업성이 없어 보였다.

그나마 상업성이 있어 보이는 유일한 곳. 용대 29구역.

울산 앞 가스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겨우 손해는 나지 않는 수준. 그래도 가스 플랜트를 놀리느니 가스를 뽑는 것이 이득이다.

나는 용대 구역으로 가스 플랜트 드릴을 박았다. 지난번 고장 났던 드릴을 곽 사장이 직접 매달려 손을 보아서 그런지, 이번에는 거침없이 암반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본 것은 노란색 스트림. 하지만 뿜어져 나온 것은 검은 물줄기.

!!!!!!!!!!

놀랍게도 뿜어 올라오는 것은 석유였다. 원유가 있는 상층에 가스가 있었던 것이었다.

가스전이랑 비교하면 석유가 있는 곳은 가스의 흐름이 더 느렸다.

사람들은 놀람과 기쁨의 고함을 질렀다. 버섯을 캐러 왔다가 산삼을 발견한 상황.

곽 사장은 만세를 부르며 외쳤다.

“석유가 나온다!!!”

나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유전이군.”

곽 사장은 가스 플랜트를 빼고 석유 플랜트를 불러 시험 채굴하기 시작했다. 두바이유와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품질이 좋은 석유가 쏟아지고 있었다.

용대 해상 유전에서 생산된 석유저장 탱크는 빠르게 찼고, 우리나라에 있는 각종 석유화학 회사들이 다급히 오퍼를 넣었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오는 석유의 양과 비교해 봐도 생산량이 많았고 운임이 거의 없었으니 이익은 더 컸다.

용대 해상 유전의 일 년 매출은 대략 40억 달러(5조). 예상 이익은 7억 달러(8,000억)로 예상.

엘도라도 그룹은 원유 개발 회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다음 가스전도 확인해 봅시다.”

다음 지역은 전해 48 지역. 상업성의 마지노선에 있는 가스전이었다. 다른 가스전에 비해 노란색 흐름이 약하다.

전해 지역에 가스 액화 플랜트의 드릴을 박아 넣었고 1시간도 되지 않아, 단숨에 가스가 나왔다.

하지만 석유가 나오다, 가스가 나오다, 한참을 뒤섞여 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원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오는 법.

“또 석유가 터졌다!!!”

석유량을 확인했는데, 전해 플랜트는 용대보다 2배 매장량이 많았다.

일 년 매출은 대략 60억 달러(7조). 예상 이익은 13억 달러(1조6000억)로 예상.

‘대한민국 산유국으로 등극’

대한민국이 산유국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자극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하지만 7광구에서 생산하는 것이니 일본과 갈등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전해 석유 플랜트 귀빈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종대왕함이 전해 석유 플랜트를 순찰하듯 천천히 지나쳤다. 해군이 지켜야 할 중요지역이 되었다.

어제 일본 외교부에서 한국의 일방적인 7광구 개발에 대해서 강한 유감의 표시를 했다.

7광구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으로 불린다.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개발을 거부하면 개발을 할 수 없게 조약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골든보이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드릴을 박았고, 석유를 뽑아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예고되었다.

그 상황에 골든보이가 7광구 안에서 마청-99 가스전 하나를 더 개발했다.

그래서 이번에 7광구에서 개발한 것만 해상 유전 2곳에 가스전 1곳이 개발되었다.

이제 엘도라도 오일&가스의 1년 총 이익금이 3조는 충분히 넘어 보였다.

일본의 순시선이 다가와 일본말로 뭐라고 하다가 한국말로 바꿔서 불법 개발을 하고 있으니 퇴거하라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일본은 마치 잘 되었다는 듯이 외교적, 정치적 압박을 해왔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오래된 경제침체로 지지율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고맙게도 한국이 링 위로 오른 것이었다.

그 경기가 한일전이니 자민당은 아주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어왔다. 외교적으로 풀어갈 마음 따위는 없었고 선거까지 갈등 국면을 이어가려고 했다. 한국과 갈등이 생기면 선거는 자민당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미 지지율이 바닥 중 바닥. 28.3%

여기서 일본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날 위험이 있었다.

내가 청와대에 전화하여 일본 쪽에 다른 석유 가스전을 개발해주는 방법을 제시해 보라고 했으나 무릎을 조금이라도 굽히면 일본은 칼을 날릴 기세라고 했다.

지금은 협상할 때가 아니었다.

내가 붙인 싸움이지만, 이럴 때는 한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일이었다.

본사로 들어오니 엘도라도 그룹을 만드는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올라오는 서류에 기계처럼 사인했다. 제갈 총괄 사장님과 서 상무님이 이미 사인했으면 고민할 필요 없었다.

일단 인화 자원개발과 엘도라도의 합병이 거의 마무리 되어 있었다. 모든 회사의 최대 주주가 모두 나였기에 작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실. 지난주에 가스전 3개와 유전 2개를 발굴했으면 좀 놀아도 되잖아?

“인화 부회장님께서 본사를 방문하셨습니다.”

“고모가?”

고모가 삼성동 본사를 약속도 없이 찾아왔다. 특별하게 할 일도 없는데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로비에서 고모님을 만나 예의 있게 머리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고모님.”

고모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엘도라도 회장님이 이렇게 가볍게 머리를 숙여도 되나?”

나는 가볍게 고모의 말을 정정했다.

“회장님 호칭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우리 ‘아버지’셨습니다.”

“그럼 김 대표는 뭐야?”

“그룹 부회장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냥 김 대표로 부르세요. 일단 들어가시지요.”

사실 고모는 본사의 엄청난 위용에 압력을 받고 있었다. 회사 로비에 달린 500억짜리 금덩이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50평도 넘는 넓은 내방으로 안내했는데, 고모가 놀라 웃었다.

“이것은 회장님 방보다 더 화려하네.”

“사실 이 방을 아버지께 드리려고 했는데 끝까지 안 쓰신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회장님 방 맞습니다.”

고모가 손님 좌석에 앉으면서 말했다.

“최근 엘도라도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이 주시하고 있지. 그것의 중심에 네가 있으니 이 정도 방을 가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모님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렇게 립서비스가 좋으실까요?”

고모는 정색하며 칭찬했다. 웃으면서 하는 칭찬은 아첨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야.”

“편하게 말씀하세요. 고모님 집에서 먹은 간장 게장이랑 동치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고모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화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회장이 되겠다고 쓸데없는 곳에 자금을 집행했다가 자금 동맥 경화가 온 것이었다. 순간 잘못하면 심장마비가 와 회사가 부도로 파산할 수 있었다.

특히 얼마 전 대형 쇼핑몰의 오픈과 분양을 했는데 처참한 실패를 하여 자금이 말라붙어 있었다.

“돌려서 말하지 않겠어. 지금 자금난에 빠져 있다. 그래서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해.”

나의 곳간에는 쌀이 넘친다. 그래서 나는 관대하다.

“얼마나 필요하신가요?”

“2,000억.”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너무 많아서 놀란 것이 아니라. 너무 적게 불러서 놀랐습니다. 지금 돌아오는 어음이 얼마인 줄 아시나요? 제갈 사장님이 최소 5,000억은 돌려야 겨우 불을 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갈 집사가 그렇게 말했어?”

제갈 집사의 계산이라면 우리 집안 내에서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하다.

“그분이라면 집안에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있으니, 계산이 틀리지 않을 겁니다.”

고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5,000억을 빌릴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조카에서 사업가의 얼굴로 바뀌었다.

“고모님 그룹 회장이 되려는 꿈을 버리세요. 그러면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야?”

“인화 석유화학을 저에게 매각하세요. 1조 5천억을 드리겠습니다. 가족 프리미엄을 넣은 금액입니다. 그 돈만 있으면 고모님이 가지고 있었던 백화점과 유통을 확실히 살릴 수 있어요.”

“인화 석유화학을 매각하라는 말인가?”

“이곳에 올 때 이미 석유화학의 매각을 생각하셨잖아요. 솔직히 석유화학 빼고는 쇼당이 붙을 것이 없죠. 그래서 제가 미리 가격까지 시원하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게다가 예상한 것보다 매각 금액이 많아서 놀랐을 겁니다. 진짜 많이 불렀습니다.”

고모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이제 도사가 다 되었네. 회장님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겠어.”

“저같이 돈 많은 착한 조카를 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요. 나쁜 놈들은 조금이라도 빨아 먹으려고 난리를 피웠을 겁니다.”

고모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깔끔하게 인정하지. 예상 이상의 가격이었어.”

나는 갑자기 큰아버지가 떠올랐다.

“타격이 덜한 유통 쪽에 자금난이 있다면, 큰아버지 쪽은 더 자금난이 있을 텐데 아직 조용하네요.”

“거기는 어렵지 않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어.”

“어렵지 않게요?”

“LD와 함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하는데, 엄청나게 투자를 많이 받았고 주가도 많이 올랐지. 그래서 힘들지 않아.”

나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고모님 혹시 거기 주식을 사 놓은 것 있으시죠?”

고모는 살짝 눈치를 보았다.

“...있어.”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다 파세요. 지금 당장. 가지고 있으면 주식이 종이 쓰레기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무슨 소리야? 태양광 사업에 문제가 있어?”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기에 폭탄을 심어 놓았거든요. 제가 누르기만 하면 터집니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태양광이 터지면 인화 주식 전체가 흔들릴 겁니다.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유통 쪽 주식 말고, 나머지는 다 현금화하세요. 엄청난 파도가 인화를 몰아칠 겁니다.”

잠깐 생각하던 고모라 나를 강하게 바라보았다.

“주식을 팔라는 말이지?”

“골든보이. 아니 조카를 믿으세요. 정말 선의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핸드폰으로 LD&IH 태양광 발전 회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거의 5조에 가까운 투자.

LD&IH 태양광 실적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이미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나에게 훔쳐 간 아이템으로 승승장구. 최종적으로 38%의 효율을 가지는 태양광 셀을 만들었다.

‘압도적인 기술력.’

이 캐치프레이즈로 에너지 시장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로 탈석유, 자연 친화 미래 가치로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나는 시원하게 웃었다.

드디어 과일이 크고 달콤하게 익고 있는 것이었다.

도둑질했으면 참교육해야지. 복수는 크고 진하게 해야 제맛이다.

나는 잠자기 전까지 가끔씩 큰소리로 웃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깊은 꿈에 빠져들었다.

무한히 펼쳐지는 공간. 그 끝을 알 수 없는 곳.

사실 장소가 중요하지 않았다. 내 꿈에 아이유 님이 왕림해주셨기 때문이었다.

테이블이 하나 있었고 그곳에 아이유 님이 다리를 꼬고 건방진 자세로 앉아 있었다.

건방진 자세도 너무 좋다.

아이유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황금 왕자가 드디어 탄생했군.”

“네?”

갑자기 테이블 앞에 의자가 바로 생겼다.

“앉아.”

“네.”

나는 다급하게 뛰어가 의자 앞에 앉았다.

“커피?”

그녀가 입을 연 순간 테이블에 바로 커피 한잔이 놓였다. 아이유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술이 좋나?”

따듯한 커피잔이 차가운 물방울이 흐르는 양주잔으로 바뀌었다. 향긋한 오크통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앞에 앉은 사람은 아이유지만 아이유가 아님을 깨닫고 있었다.

아이유가 강하게 물었다.

“네가 왜 황금인이 되었는지 알아?”

평소에도 생각했지만, 이유는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때가 오고 있어. 준비를 잘해야 할 거야.”

“무슨 준비요?”

“백성들을 잘 이끌 준비가 되어 있어? 야만의 시대가 다가온다.”

“야만의 시대요?”

“내 목소리를 기억해. 그리고 집으로 선물을 보냈는데 왜 안 받았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물이요? 언제요.”

아이유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 목소리만 믿어. 다른 목소리를 믿으면 안 돼.”

나는 잠에서 번쩍 일어났다.

어?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부회장의 방이었다. 내가 언제 출근했지?

이때 빅터의 유산 확인 작업을 끝낸 태경이가 러시아에서 돌아와 내 방으로 들어왔다. 고급옷을 입어서 그런지 외모에서 제법 경영진 티가 났다.

“형님 왔다.”

나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

태경이가 나를 보더니 인상을 썼다.

“개미 눈물만큼이라도 반가운척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꿈에서 아이유를 만났다.”

태경이가 깜짝 놀라며 한발 다가왔다.

“미친! 로또 맞았네.”

“아이유랑 이야기했어.”

태경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

“미친새끼! 꿈에서 아이유를 만났는데 대화만 했어? 시간도 짧은데 바로 본편으로 들어가야지.”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눈을 번쩍 떴다.

“뒤질려고 어디서 아이유 님께 감히 그따위 망언을 하다니!”

“씨발놈아. 꿈이라며?”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티슈 몇 개를 집어 태경이에게 던졌다.

“부정 탄다. 너는 말도 꺼내지 마.”

나는 꿈에서 아이유 님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야만의 시대라. 그것이 뭘까?

이때 유 비서가 들어와 나에게 물었다.

“사흘 뒤에 LD&IH 신형 태양광 발표회 스케줄은 어떻게 할까요? 참가를 취소할까요?”

드디어 엘도라도 태양광의 진짜 기술을 보여줄 때가 왔다.

나는 활짝 웃었다.

“무슨 소리. 세상에 남의 잔치 뒤집는 거 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지.”

나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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