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51화 (151/188)

151화

퍼틴 대통령에게 약을 팔러 가는 길.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하여, 대형헬기를 타고 퍼틴 대통령이 있다는 외곽 별장으로 날아갔다.

이 별장은 퍼틴이 소유한 20마리의 말을 기르고 있는 곳으로,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퍼틴이 승마를 하러 찾아온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군부대가 있었고 경계가 삼엄하다.

나는 동방예의지국 신사답게 선물을 준비했다. 골든보이의 선물은 당연히 ‘금’.

대형헬기에는 거대한 금덩이 2개가 그물망 안에 매달려 있었다.

황금 투하! 두 개의 금덩이가 목장 중앙에 '쿵'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엘도라도 광산에서 발굴한 '골든 불스'와

시베리아에 첫날에 묻어 놓은 황금 씨앗으로 만든 황금 금덩이는 유선형으로 잘 빠진 ‘황금 스포츠카’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황금 폭격. 당하는 사람은 기분이 아주 좋다.

거대한 황금덩이를 확보한 퍼틴의 경호원들은 너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고민하는 얼굴.

헬기가 착륙하고, 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글라스를 벗으며 여유 있게 내렸다. 그러자 내 뒤로 경복이와 태경이 그리고 선 대위만 따라 내렸다.

나는 강하게 말했다.

“야 쫄지마. 우리는 돈 준 사람이야. 맞짱 까도 된다.”

태경이가 낮게 말했다.

“너무 자신감 넘치는 것 아니냐? 퍼틴 대통령인데?”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좆까. 미션도 끝났어. 나 지금 무적 모드다.”

이때 깔끔하게 정리된 백마를 타고 있던 퍼틴 대통령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백마 탄 왕자처럼 멋지게 다가왔지만, 금을 보고 금방 무너졌다. 그는 엄청난 금덩이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드워드. 이것은 뭔가? 이게 다 진짜 금인가?”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 방문하면 보통 선물을 준비하지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선물을 받아 본 적 없다.”

나는 선글라스를 접어 넣으며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나면 엘도라도 광산에 가보세요. 이런 금덩어리가 널려 있습니다.”

퍼틴 대통령은 내가 핸드폰으로 보여주는 엘도라도 금광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표정이 구겨질 정도로 웃었다.

“우하하하. 정말 엄청나군. 마음에 들어. 꼭 시간을 내서 가봐야겠어.”

나는 허벅지에 차고 있던 채굴용 망치를 꺼내 골든 불스를 몇 번 쳤다. 그러자 묵직한 금조각이 떨어졌는데 안쪽도 거의 40%가 금으로 꽉 차 있었다. 그것을 퍼틴에게 내주며 말했다.

“최근에 발견한 놈 중에 가장 괜찮은 물건입니다.”

“정말 엄청나군.”

나는 채굴용 망치를 러시아 경호원에게 넘기며 말했다.

“그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고, 점심도 굶었더니 너무 배가 고프군요. 그때 먹었던 게 요리가 자주 생각납니다.”

퍼틴은 아직도 황금 조각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 정도 선물이라면 황금으로 만든 게 요리를 내놓아야겠는데?”

나는 질색하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금은 질렸습니다. 그냥 싱싱하고 살과 내장이 꽉 찬 통통한 게를 주시면 됩니다.”

퍼틴은 나를 보며 크게 웃었다.

“황금이 질리다니, 역시 골든보이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퍼틴과의 저녁 만찬은 아주 즐거웠다. 엘도라도 광산 이야기만으로도 할 말이 많았는데, 방금 들어온 보고에는 그곳에 250~300조 정도의 금 매장량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제공할 수 있는 황금 함유량 지도를 이야기하며, 개발 비용은 1/5로 낮출 수 있다고 하니, 퍼틴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대단하군. 대단해. 역시 골든보이야.”

게다가 시베리아에서 금을 찾는 도중에, 확인한 구리 광산과 다른 황금 광산 등을 이야기하자 퍼틴의 웃음소리는 더욱 끊이지 않았다. 나를 황금 만드는 요정으로 바라보는 눈빛.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퍼틴이 직접 게 껍데기를 까서 게살수프를 만들어 주었고, 칼을 들어 사과 껍질을 벗겨 넘겨주었다.

내 입에서 즉흥적으로 '시베리아 내륙 개발 계획'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는데, 퍼틴은 아주 흥미로워했다.

시베리아 철도를 따라 광물을 확인하며 개발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

그 광물 중 많은 퍼센트는 시베리아 철도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별장 2층으로 올라가, 퍼틴 대통령이 준비한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내 입맛에도 드라이와 스위트의 조합이 완벽한 고급 와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몇 병 없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에게 3병이나 나눠주었다.

하지만 나는 선물로 받은 와인을 아꼈다가 마시는 스타일이 아니다. 바로 와인을 따서 쭉쭉 마셨다. 앞에 게살수프가 앞에 있으니, 30병이 있어도 못 마실 것은 아니다.

말술이라는 퍼틴도 거나하게 취했을 때 나는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제 '약'을 팔 시간.

그리고 빅터와 있었던 일을 확인하리라.

나와 퍼틴은 지하에 있는 와인창고로 내려갔다. 이제 둘만이 있는 조용한 시간.

나는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퍼틴은 나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머리를 끄덕였다. 엄청난 황금을 찾았고 더 많은 황금을 찾을 사내였다.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믿지. 골든보이지 않나.”

나는 퍼틴의 얼굴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최근 들어 혈색이 크게 나빠졌습니다. 걱정이군요.”

사실 마지막에 보았을 때와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잠수함에서 본 그의 수술 자료에는 심각한 췌장암에 걸려 있었다. 이 암은 절대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퍼틴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렇게 보이나?”

“제가 동양의 의술을 배웠는데, 최근 사이에 상당히 나빠진 얼굴입니다.”

퍼틴은 억지로 얼굴을 밝게 하면서 말했다.

“내 몸은 주치의가 잘 살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죄송합니다만, 심각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치의를 의심해 보세요.”

“......”

나의 말에 퍼틴은 생각이 많은 얼굴이 되었다. 골든보이가 자기 몸을 뚫어 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쑈부다!!!

나는 퍼틴을 똑바로 바라보며 승부수를 던졌다.

“빅터가 준 약에 의존하고 계시는군요.”

나의 말에 퍼틴이 매우 놀라며 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인상을 썼다. 그의 입이 열릴까 말까 상당히 망설였는데, 끝내 열렸다.

“빅터가 그 이야기를 했나?”

“자기 약을 대통령께 양보했다고 했습니다.”

퍼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던 사내를 러시아에서 손꼽는 거부로 만들어줬다. 약값은 충분했지.”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빅터는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인물이 되었으니까요.”

퍼틴은 정색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를 알고 있는 눈빛.

“빅터는 어디 있나? 연락이 되지 않아.”

나는 잠시 퍼틴과 눈을 맞추다가, 빅터의 반지를 보여주며 정색했다.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제 빅터는 세상에 없습니다.”

퍼틴은 나의 말에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불사신 빅터가 정말 죽었어? 정말? 그것이 가능한가?”

나는 한발 다가가 퍼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받은 이상의 수명 이상을 다 쓰고,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장수와 젊음을 모두 누렸으니 후회는 없을 겁니다.”

나는 핸드폰에 있는 빅터의 시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퍼틴이 나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그의 시체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 하나님. 빅터는 죽지 않는 사내야. 무적이라고.”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럴 수가···.”

퍼틴 대통령은 본인이 죽은 날짜를 받은 사람처럼 사색이 되었다. 약을 빅터에게서 공급받는데 그것이 끊긴 것이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며 더욱 자신감 있는 얼굴이 되었다. 내가 약을 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망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빅터 대신 '약'을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효과는 확실할 것입니다.”

퍼틴의 눈이 번쩍 커졌다.

“자네가 약을 가지고 있다고?”

“약효는 저희 할아버지를 통해서 확인하셨을 겁니다. 아니면 이미 몸으로 경험하고 계시고 있거나···.”

퍼틴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약은 어디 있나?”

나는 핸드폰의 사진을 몇 장 더 넘겨, 환약을 확대한 사진과 내가 그것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원하시는 것이 이것 아닙니까?”

퍼틴 대통령은 그 사진을 보더니 미친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것이 맞아. 자네가 이것을 어떻게 가지고 있나?”

나는 퍼틴의 허락도 받지 않고 벽에서 포도주 한 병을 꺼내 병뚜껑을 딴 후 입을 대고 마셨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분위기는 나에게 넘어왔다. 이제 짚고 넘어갈 것을 확인하자.

“빅터가 유럽 절반을 죽일 수 있는 ‘병균’을 찾고 있었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퍼틴은 살짝 놀랐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이야기도 알고 있군.”

나는 똑바로 퍼틴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퍼틴 대통령님. 저는 인류에게 큰 위험이 되는 인물을 살리고 싶지 않습니다.”

퍼틴은 눈을 크게 뜨고 억울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야. 그것은 내 뜻이 아닐세.”

나는 내가 마시던 포도주를 퍼틴 대통령에게 내밀었다.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까요?”

퍼틴 대통령은 포도주를 받아 단숨에 마시고 긴 숨을 쉬었다.

“빅터는 위대한 러시아를 만들 방법이 있다고 말했지. 스탈린의 유산을 통해서 말이야.”

“그것이 병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까?”

“......”

퍼틴은 다시 포도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독감 같은 병이 전 세계에 퍼졌을 때, 우리만 백신을 소유할 수 있다고 말했지. 그것으로 우리 러시아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고 했다. 모든 나라가 러시아를 향해서 애타게 손을 내밀 것이라고 했어. 미국 또한 무릎을 꿇을 것이라 했네.”

나는 쪽지를 꺼내서 읽었다.

'전염력이 강화된 탄저균.'

'파리를 통해서 전염되는 말라리아.'

'치료제 없는 신종 감기.'

'4계절 출혈열.'

'전파력이 100배 증가한 흑사병.'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급성 광견병.'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이 저주받을 것으로 위대한 러시아가 되려고 했습니까?”

퍼틴은 완전 당황하고 있었다.

“그. 그것이···. 스탈린의 유산인가? 나도 정확한 내용은 몰라.”

“2차 세계대전 때. 모스크바가 독일군에게 점령되면 쓰려고 준비했던 생물학 무기지요. 빅터는 정말 미친놈입니다.”

넋 나간 표정으로 퍼틴은 머리를 흔들었다.

“발트해 3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에 병균을 뿌리고 나토를 몰아내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이야기했다. 백신을 쥐고 있으면 큰 혼란 없이 다시 러시아 연방을 만들 수 있다고 했어.”

“백신 따위는 없었습니다.”

“나는 정말 몰랐어.”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서 병력을 서부 전선에 배치했군요. 병균을 뿌리고 동유럽으로 진격하려고 말이지요.”

“모든 것은 빅터가 계획한 것이야. 그놈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더 이상 약은 없다고 했어.”

나는 퍼틴에게 포도주를 받아 입으로 마시며 반지를 보였다.

“제가 빅터의 유산을 받았습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겠습니까?”

퍼틴은 순간 머리를 굴리고 말했다.

“러시아 가스 그룹이 자네 손에 넘어갈 수 있도록 확인하겠어. 걸리적거리는 놈이 있으면 그것도 내가 해결하겠다.”

퍼틴은 간이랑 쓸게도 내어 줄 것 같은 얼굴.

퍼틴 대통령이 나서면 빅터가 사라진 틈을 이용하여 러시아 가스를 노리는 놈들이 꼬리를 내릴 것이 분명했다.

“좋습니다. 한국으로 약을 받으러 오세요.”

퍼틴은 간절한 얼굴이었다.

“지금은 없나?”

물론 지금 품속에 있다. 그렇다면 퍼틴이 나를 공격하여 빼앗으려 할 수 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번 흔들어 놓자.

“한국으로 오실 때 선물을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선물?”

“남의 집에 초대받아 오면서, 빈손으로 오시려 했습니까?”

퍼틴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원하는 것을 말하게.”

“러시아 가스 그룹이 내 손에 완벽하게 넘어와야 합니다. 빅터가 남긴 유산 모두.”

“그것은 내가 확실하게 처리하지.”

나는 입을 꽉 깨물었다가 말했다.

“스탈린의 유산은 비밀로 하지요. 대신 우크라이나, 발트해 삼국에 배치해 놓은 병력을 빼세요. 알다시피 제가 미국을 뒤에 달고 있어서 할 일은 해야 합니다.”

등에 강한 친구가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렸다.

퍼틴은 살짝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 건강상 비밀은 지켜지겠나?”

나는 머리를 저었다.

“CIA는 이미 대통령께서 췌장암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그것을 안다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렇지···.”

나는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가 말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을 모두 완료하면, 약은 물론이고. 제가 시베리아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겠습니다. 자원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공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대한 시베리아에 러시아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피를 흘릴 이유가 없습니다.”

퍼틴의 눈에서 욕심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진생 심향환이 가장 궁금했다.

“어쨌든 가지고 있는 물건의 약효는 확실하겠지?”

“우리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보셨지 않습니까? 심정지 상태까지 가신 분이었습니다.”

퍼틴은 러시아 대사관의 보고서를 생각하며 말했다.

“그렇게 최악의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야. 함께 한국으로 넘어갈까?”

어디서 은근슬쩍 넘어오려고 해.

“제가 말씀드린 숙제를 빨리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약도 받아 가고 시베리아 개발 사업에 대한 도장도 찍는 것이 좋겠습니다. 러시아 지분 51%, 엘도라도 지분 45%, 대한민국 지분 4%입니다.”

퍼틴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 받아드리지.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넘어가겠다.”

“한국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퍼틴의 별장에서 나와 헬기를 타고 대통령급 에스코트를 받으며 모스크바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한국으로 넘어왔다.

며칠 후 키르핀에게 러시아 가스 승계작업이 차질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몇몇 이사가 반발했지만, KGB의 손에 제거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내 뒤에 퍼틴 대통령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엄청난 금광을 개발하여 상납했기에 퍼틴이 나를 비호하고 있다는 이야기.

설득력은 충분했으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러시아의 가스와 황금을 휘어잡은 새로운 러시아 신흥재벌이 탄생했다는 뉴스가 조용하게 퍼져나갔다.

한국으로 돌아와 사흘 정도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침 일찍 할아버지가 계신 인화 물산 본사로 들어갔다.

회장실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직 정정했다. 진생 심향환의 약효가 정말 탁월해서 주치의가 볼 때마다 놀랄 정도.

“더 정정해 보이시는군요. 할아버지.”

“언제 오나 했다.”

“러시아의 일이 좀 피곤해서 푹 쉬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웃었다.

“DW 조선과 해운을 기어이 먹어 삼켰구나. 정말 호랑이가 되었어.”

나는 러시아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진짜 피를 보았습니다. 저 자신이 뭔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의 깊어진 눈을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서 눈빛이 무거워졌구나. 이제 이쪽 판에서 몇십 년 구른 사람의 눈같이 되었어.”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눈길은 여전히 따듯합니다.”

“이제 이 할아비의 산을 노리고 왔느냐?”

어제 서 상무가 인화자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리포트를 보내주었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받았으니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웃었다.

“한번 죽어본 사람은 깨닫는 것이 있다. 쓸데없는 욕심이 없어져. 그리고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고.”

나는 할아버지와 눈을 맞추고 낮게 웃었다.

“저는 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점점 욕심이 많아집니다.”

이때 제갈 집사님이 쌍화차를 직접 보온병에 담아왔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한방찻집에서 손수 사 온 것이었다.

“막내 도련님이 오셨군요. 러시아에서 큰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골든보이가 금을 발견한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요.”

“엘도라도 금광의 금 매장량 보고서의 단위 수를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비서실에 단위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라고 2번이나 돌려보냈습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한동안 먹지 않아도, 배를 두드릴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사장단도 대화하기 겁난다는 제갈 그룹 비서실장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손자가 커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죽어가는 제갈 비서를 그가 살렸으니 조금도 겁이 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왜 찾아왔느냐? 이제 와 욕심나는 것이 있다면, 하나 정도는 군말 없이 줄 수 있다.”

나는 살짝 놀란 눈이 되었다.

“제 마음을 읽으셨군요. 욕심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거침없이 말해봐.”

나는 강한 눈빛으로 제갈 집사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제갈 그룹 비서실장님을 주세요.”

회장의 눈빛도 제갈 집사를 향했다.

“제갈 집사를?”

제갈 집사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몇 장으로 정리된 문서를 할아버지에게 넘겼다.

“엘도라도 그룹을 만들 겁니다. 지분 관계를 효과적으로 만들 설계자가 필요합니다. 해본 사람이 잘하겠지요.”

“엘도라도 그룹을 만든다고?”

“그룹 총괄 사장이 필요합니다. 노련하게 조직을 구축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할아버지는 크게 웃으면서 내가 준 문서를 내려놓았다.

“이제 늙은이의 말벗까지 빼앗아 가려는 것이냐?”

나는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대신 제가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할아버지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제갈 집사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말년에 고생해야겠군.”

“원하신다면 회장님 곁에 있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지금 자네 눈에 욕심이 가득해. 아직 대업을 하고 싶은 얼굴이야.”

나는 확실하게 제갈 집사에게 말했다.

“엘도라도 그룹, 초대 총괄 사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합니다. 회장이 그릇이 작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라서, 총괄 사장은 그룹의 거의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할 겁니다.”

제갈 집사는 잠깐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는데, 그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색한 얼굴로 몸에 힘을 주고 부동자세를 취한 후 나에게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은 도련님. 아니. 실례했습니다. 회장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새로운 제갈 총괄 사장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총괄 사장님.”

이때 러시아 키르핀에게 문자도 도착했다.

‘러시아 가스 그룹 법적 승계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러시아 법무팀에서도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 어떤 때보다 비약적 성장이 이뤄진 날.

“내일부터 그룹 계열사를 돌아볼까요?”

제갈 총괄 사장은 머리를 숙였다.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빅터에게 받은 ‘가스를 보는 눈’을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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