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50화 (150/188)

150화

가스맨 빅터의 최후.

그것은 너무도 초라했다.

나는 완전히 쪼그라든 빅터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빅터는 마지막까지 눈빛만은 살아 이쪽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저주를 던졌다.

<<가스를 보는 눈을 받으시겠습니까?>>

나는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능력의 이전. 이런 것이 가능한가?

가스맨의 능력을 받을 수 있지만, 5%의 사망확률이 있었다.

죽을 확률 5%? 우하하하. 장난해?

골든보이는 행운의 상징.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YES!!! YES!!! YES!!!

순간 나의 눈에서 엄청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능력이 강해졌거나 새로운 능력을 생겼을 때마다 보였던 모습.

그것을 보고 숨을 몰아쉬던 빅터가 실망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쉽군.”

“마지막까지 퍼주는구나. 고맙다 빅터.”

빅터는 인상을 쓰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재수가 없기를 기대했는데···.”

“성공 확률이 5%였어도, 똑같은 결과였다.”

빅터는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창조주가··· 너를 부를 것이다.”

유언이었지만,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듣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이상한 미션을 준 창조주, 그 새끼 보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 좆 같은 소리 할 거면 오지도 말라고 하고.”

빅터가 힘들게 웃었다.

“미친놈···.”

“저승에 가면 미친 창조주에게 왜 그따위 미션을 줬냐고 따져라. 그리고 미친 새끼라고 욕을 한 바가지 해줘.”

빅터가 힘겹게 손에서 반지를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없어서 빼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 내가 해줄게.”

내가 그에게 다가가 반지를 뽑아줬다.

그러자 빅터가 힘겹게 이야기했다.

“내가 너에게 주는 유산이다···.”

나는 반지를 살피며 말했다.

“독극물인가?”

“러시아 가스 그룹 회장실로 찾아가 그 반지를 보여라···. 그러면···.”

빅터의 숨이 아주 빨라졌다.

“빅터?”

빅터는 힘겹게 숨을 크게 쉬고 인생의 마지막 말을 던졌다.

“창조주를···. 왕이 돼라···.”

창조주와 왕이라···. 21세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빅터의 눈동자에서 급격하게 생명이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더욱 쪼그라들고 있었다. 마치 2만 년 전에 매장되었던 미라를 보는 느낌.

나는 옷을 벗어 빅터를 덮어 주었다. 미션 실패 때문에 이렇게 끔찍한 최후를 맞은 것인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창조주’는 과연 누굴까?

나의 시선이 경복이를 향했다.

“혹시 너희 동네 창조주 아저씨 아니냐?”

경복이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사랑, 박애, 희생 그런 정신으로 영생을 살아오신 분이다. 길을 막고 물어봐라. 저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야.”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나도 ‘창조주’가 그분이 아니리라 생각했다.”

“너 같이 모자란 놈도 사랑하시는 분이 ‘우리 쪽 창조주’님 이시다. 감사해야 해.”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나를 사랑해달라고 안 했는데?”

“사랑해줘도 투덜거리는 너 같은 놈을 사랑하는, 우리 하나님은 정말 완벽한 성인聖人이다.”

태경이가 이쪽으로 다가와 웃으면서 말했다.

“아까 눈에서 황금빛이 나오던데, 황금을 보는 능력이 더 강해진 건가?”

나는 죽은 빅터에게 시선을 주었다.

“빅터가 가지고 있던 능력인 ‘가스를 보는 눈’을 이전받았어.”

태경이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가스를 보는 눈? 이제 천연가스도 보는 건가?”

아직은 확인해 보지 못했으나,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어깨에 힘을 주며 가슴을 폈다.

“한겨울에 보일러 30도로 놓고, 24시간 돌려보자.”

태경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나쁜 새끼. 멋있어.”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평생 가스 누출 사고로 뒤지는 일이 없겠다.”

이때 수행과 직원들이 주변을 모두 수색하고, 빅터 경호원들의 시체를 살폈다. 살아 있는 놈은 아무도 없다.

선 대위가 이쪽으로 다가와 퇴각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가볼까요?”

나의 표정과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것이 승자의 여유일까?

버려진 생화학 연구소에서 다시 한번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이쪽으로 날아온 흙이 머리 위로 후두두 쏟아질 정도였다.

이때 날아온 머리통만 한 바위 돌에 의해서 우리가 타고 온 MI-8 헬기의 로터가 살짝 찌그러졌다.

조종사가 그것을 살피더니 극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운항하는 것은 무리.

하지만 우리에게 헬기 한 대가 더 있었다.

빅터가 타고 온 VIP 헬기.

사실 우리 헬기는 빌어먹을 스탈린 연구소를 태우려고 너무 많은 연료를 뽑아 써서 운항하기가 처음부터 아슬아슬했다.

빅터 땡큐- 우리는 그가 가져온 최고급 대형헬기를 타고 가볍게 날아올랐다.

태경이가 푹신한 좌석에 만족하며 말했다.

“아주 좋은데? 지금까지 타본 것 중에 단연 최고다.”

경복이가 헬기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샴페인 하나를 꺼내 들고 단숨에 마셨다.

“음료수도 공짜다.”

나도 경복이에게 샴페인을 받아 마셨다.

“임자 없는 물건이니 마음껏 마셔. 아니지. 아니지. 내가 이겼으니까 내 전리품이다. 다 마셔.”

축하할 때는 역시 샴페인이지. 시원하고 상큼한 고급 샴페인의 맛을 느끼며 나는 빅터가 준 반지를 보았다. 이놈은 무엇을 남겨 주었을까?

모르는 친척이 갑자기 죽어 유산을 받은 느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 본인이 아닌 사람이 유산을 열려고 하면 폭탄이 터지는 장치를 준비했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있어도 집중해서 보면 복잡한 구리선 정도는 눈으로 볼 수 있으니 함정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가스 그룹의 주인인 빅터의 유산을 모두 챙길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부자가 될 수 있다.

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골초보 공항에 내렸다.

그러자 수십대의 차량이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많은 수의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이쪽을 포위하고 있었다.

뭐야? 함정인가?

갑자기 백여 명의 사내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모두 품속에 권총을 차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코트 안에 우지 기관단총 끝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왕을 맞는 것처럼 늘어서 있었다.

아!!! 빅터의 헬기니···. 빅터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것인가?

태경이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씨발. 이 마피아 같은 놈들은 뭐지? 함정에 빠진 거야?”

나도 순간 쫄았지만, 나는 반탄 반지를 만졌다. 그리고 어깨를 펴며 뒤에 있는 수행과 직원들에게 말했다.

“모두 나오지 말고 있다가, 내가 혹시라도 공격당하면 그때 반격하세요. 내가 지금 무적 상태인 것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태경이가 몸을 숨기며 말했다.

“위험해. 이곳에서 기다리면서 러시아 경찰 부르자.”

“저 정도 병력이라면 로켓 런처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 숨어있다가 헬기가 우리 관짝이 될 수 있어.”

“아 존나 많아. 좆됐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총구는 머리 옆에 더 가까이 와있다. 하지만 이 형님을 믿어. 내 주먹이 제일 세다.”

“어쩌려고?”

“새로운 왕이 왔음을 만방에 알려야지.”

나는 권총 2개를 허리 뒤쪽에 숨겼다.

“이야기가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시작부터 다 죽여야지. 걱정하지 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무조건 정당방위로 간다.”

태경이도 권총을 품속에 넣으며 숨을 뱉었다.

“아 씨발.”

경복이가 내 어깨를 만졌다.

“개새끼. 멋있다.”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턱을 올리며 천천히 당당하게 헬기에서 내렸다.

그야말로 왕이 전용기에서 내리는 느낌.

내가 헬기에서 내리자 검은 양복들은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시선을 뒤로 던졌는데 빅터가 뒤에서 따라 내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멈춰서 큰소리로 외쳤다.

“Victor is dead! (빅터는 죽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빅터의 반지를 보여주었다.

“And! I received his inheritance (그리고 그의 유산을 내가 받았다.)”

그러자 모든 검은 양복들이 숨을 멈췄다. 나는 더 크게 말했다.

“유산의 집행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서라.”

이곳의 책임자인 러시아 가스의 상임 고문, 키르핀은 나의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자신이 20대에 만난 빅터는 30~40대의 장년이었으나, 40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빅터와 자신이 함께 서면 자신이 회장으로 보일 정도로 외모가 역전되었다.

그의 젊음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저주이자 축복으로 영원히 살 것이라 그가 자신했다.

그런 빅터가 죽었다고, 한 동양인 남자가 그의 반지를 끼고 선언한 것이었다.

키르핀 러시아 가스 상임 고문은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내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단숨에 알아보았다.

골든보이 에드워드.

얼마 전, 빅터가 자신 있는 얼굴로 골든보이 에드워드를 죽이고 그의 능력을 이전받을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거꾸로 본인이 죽은 것이었다.

골든보이의 당당한 미소에서 누가 승리하여 살아남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총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백발의 노인 키르핀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정중하게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골든보이 에드워드 씨 맞습니까?”

골든보이는 키르핀을 눈 밑으로 바라보며 일부러 건방지게 말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아르헨 키르핀. 러시아 가스 상임 고문이고, 빅터와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식구 같은 사람입니다.”

“식구라···. 유산집행에 이의를 말하러 나왔나?”

키르핀은 머리를 신중하게 저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빅터의 일은 유감이다. 더 이상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하고 자연사했다. 식구라고 했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을 것이다.”

“자연사라···.”

“믿기지 않나?”

“회장님께서는 자연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요.”

나는 거침없이 키르핀에게 다가갔다.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 하는 자리였지. 모든 것을 걸고, 내가 살아남았다.”

“어떤 최후였습니까?.”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면 끝이 좋지 않다.”

나는 핸드폰에 있는 쪼그라든 빅터의 시체 사진을 보여주었다.

키르핀은 갑자기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빅터의 시체 사진을 보고 긴 탄식을 흘렸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닥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아···.”

나는 어깨를 펴고 말했다.

“가족이라 하니··· 슬픈 일이겠지만, 나는 빅터에게 반지를 받았고 그의 유산을 집행 받으려 한다. 내 앞을 막겠나?”

빅터는 자신의 후계자가 본인의 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선택받은 자’라는 조건까지 완벽.

골든보이 에드워드라면 유산을 받을 자격이 된다.

하지만 40년을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을 죽인 사람이 앞에 나타났으니,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르핀이 나를 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는 낮게 웃었다.

“자네가 복수 할 수 있겠나?”

나는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키르핀에게 주었다.

“복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키르핀은 나에게 권총을 받았지만 차마 겨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키르핀의 권총을 빼앗아 손에 들었다.

“나는 무적이다. 키르핀.”

나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자살하듯 총을 쏘았다.

탕!

그랬더니 반탄 반지에 의해서 총알이 튕겨 날아갔다.

그러자 아래 있는 100여 명의 사내들이 권총과 기관단총을 뽑아 들었다.

키르핀은 손을 들어 그들이 행동하는 것을 막았다.

“멈춰!”

나는 낮지만 광포하게 웃으면서 권총의 손잡이 쪽을 키르핀에게 내밀었다.

“자네가 해보겠나?”

키르핀 상임 고문은 놀란 얼굴로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빅터가 말하기를 ‘언젠가 총으로 죽일 수 없는, 영원히 사는 사람이 세상이 주인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빅터가 자신에게 3번이나 한 이야기.

‘너는 ‘종’이니 반지 주인의 뜻에 따라라.’

키르핀은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키르핀은 ‘선택받은 자’의 종입니다. 전용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회장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회장인가? 주인인가?”

“빅터 회장님의 유언입니다. 반지의 소유자가 후계자라고 하셨습니다. 에드워드 님은 러시아 가스의 회장이자 저의 주인입니다.”

나는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군.”

“‘선택받은 사람’ 중 본인의 반지를 소유한 사람이 후계자라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말했다.

“이름은 무엇인가?”

“키르핀 아르헨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가스 상임 고문입니다.”

“좋아. 키르핀. 일단 퍼틴 대통령을 만나러 모스크바 크렘린으로 갈 것이니, 내 뒤에 서라.”

키르핀은 손으로 80인승 비행기를 가리켰다.

“전용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타시지요. 이제부터 에드워드 회장님의 것입니다.”

꼬리 날개에 엔진이 붙은 자가용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백 명은 탈 수 있어 보이는 비행기는 백색의 성녀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거침없이 비행기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헬기에서 수행과 직원들과 친구들이 나왔다.

태경이가 나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풀린 거냐?”

“일단 나를 후계자로 인정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있는 척해.”

“와~ 이제 회장님인가? 축하한다.”

“야. 웃지 말고 인상 쓰면서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어.”

“아. 쏘리. 그래야지. 맞아.”

태경이와 경복이도 갑자기 인상을 쓰며 어깨에 힘을 주고 내 뒤를 따랐다.

이때 키르핀이 큰소리로 병사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새로운 러시아 가스 그룹의 회장님이시다!”

나는 빅터의 친위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들은 빅터가 만든 민간군사기업(PMC)의 병력이었다. 모두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들로 높은 연봉을 받는 최고의 전사들.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머리를 돌려 이쪽으로 경례를 했다.

나는 손을 가볍게 들어 경례를 받았다.

마음속으로 조금은 떨렸지만, 정당한 새로운 주인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있다.

남자끼리 만나면 서열이 정리될 때까지 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빅터의 전용기에 타기 무섭게 키르핀이 007가방을 가지고 왔다 가방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철박스가 들어 있었다. 철박스의 끝에 뭔가를 스캔하는 장치가 보였다.

“반지의 보석을 스캔하는 곳에 올리세요.”

키르핀이 버튼 하나를 누르자 스캔하는 곳에서 푸른색의 어지러운 빛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반지의 보석으로 스캐너를 찍었다.

그러자 털컥! 소리와 함께 철상자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서류 10장만 들어 있었다. 사인을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양도한다는 법적 증서.

키르핀은 나에게 서류를 읽어보라고 하고 가장 맨 끝에 이름을 쓰라고 했다. 나는 서류를 읽지도 않고 가장 마지막 장에 서명했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읽어보고 사인을 해야지. 미쳤어?”

“러시아어라 읽을 수가 없어.”

모르겠으니 설명해 달라고 하는 것은 가오가 빠진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우리가 한국말로 하고 있으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키르핀은 우리 둘이 한국말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대충 감을 잡고 말했다.

“에드워드 님이 러시아 가스 그룹의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법적 작업을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걱정 같은 것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키르핀이 넘겨준 만년필로 탁자를 두드리다가 물었다.

“빅터가 테러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았나?”

키르핀의 표정이 조금은 어두워졌다.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알았습니다.”

“빅터가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을 그대는 보고만 있었나?”

“칼은 주인이 보는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칼 혼자 의지를 가질 수 없습니다.”

나는 조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공범이군. 빅터는 테러리스트처럼 엄청난 사람을 죽이려고 했어. 유럽 사람의 절반을 죽이려 했단 말이다.”

키르핀은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새로운 주인님은 지혜롭고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도 빅터 회장님을 따르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나는 키르핀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대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현재의 지위인가?”

“이번에 제가 마무리한 일로 평가하여 주십시오. 회장님.”

나는 자연스럽게 멀리 서 있는 스튜어디스를 손으로 불렀다. 그러자 그녀가 샴페인을 잔에 가득 따랐다.

나는 진정한 이곳의 주인처럼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 일부러 키르핀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다.

“시간을 길게 줄 수 없다. 할 수 있나?”

“1주일 안에 모든 것을 완료하겠습니다.”

“대통령의 허락은 내가 확보하지.”

그때 서야 나는 내가 마시던 샴페인 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키르핀이 단숨에 나의 잔을 비웠다.

“구체적으로 내가 손에 쥐는 것을 설명해봐.”

“러시아 가스 그룹이 가지고 있는 89개 가스 광구 모두와 러시아에 있는 모든 가스관 그리고 유럽으로 연결된 가스관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90억 달러(12조)의 예금과 각종 부동산. 그리고 전용 비행기를 소유합니다.”

나는 PMC 병력에 시선을 주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 말고 심층적인 것을 이야기해.”

“3곳의 PMC와 연결된 800명 정도의 특수부대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무장형 헬기 8대와 장갑차 20대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은?”

“빅터 회장님이 돈으로 지원한 러시아 정치인 리스트가 있습니다.”

“퍼틴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떤가?”

“빅터 회장님이 원하는 대로 많이 흘러왔습니다. 약점을 잡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나는 가장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약점은 무엇인가?”

키르핀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미 정답은 머릿속에 있으므로 길게 질문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내가 짐작 가는 바가 있다. 퍼틴 대통령을 만나보면 확실히 알겠지.”

나는 날카롭게 키르핀을 바라보았다.

“나의 검은 완벽하게 정의롭지 않아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명심하겠습니다. 주인님.”

“퍼틴을 만나러 가자.”

키르핀에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모스크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드디어 퍼틴에게 약을 팔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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