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쇼부 타임!!!
빅터의 DW ‘주식’과 나의 엘도라도 금광 ‘지분’의 거래.
과연 맞교환이 될 수 있을까?
보통 멋지게 양복을 빼 입고, 고급 테이블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값어치를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 바로 협상.
하지만 괴산 사람들은 협상가 체질이 아니다. 성격이 급하고 감정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딱 이야기해서 ‘되면 되고, 아니면 아닌 것’ 아닌가?
당장 쇼부다! 빅터.
나는 위성전화를 뽑아 들어 저장되어 있는 빅터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협상의 자세를 마음 속으로 가다듬는다. 끈질기고 냉정하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바로 신호음이 울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똥줄이 타는데, 이 새끼가 일부러 안 받나? 바로 인상이 구겨졌다.
전화를 받지 않을 때, 어떻게 할지 생각한 것은 없는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무려 20번이나 전화 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화를 내며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에게도 20번은 전화한 적이 없다. 자존심 상해 하지마라. 너는 프로 협상가다. 너는 냉정하다.
하지만 화가 순간 치밀어 올라 으르렁거렸다.
“빅터! 이 씨발 새끼. 왜 전화를 안 쳐 받고 지랄이야? 손 모가지가 부러졌어?”
애인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100번쯤 전화 했다는 의부증 환자가 갑자기 이해가 갔다.
이때 띠링~ 띠링~ 문자가 왔다는 신호음. 바로 확인했는데, 빅터에게서 온 문자였다.
‘엘도라도 금광 찾은 것을 축하한다. 골든보이. 그렇다고 ‘스탈린의 유산’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이런 니미럴~ 협상은 없다는 거절문자.
금은 관심 없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문자를 경복이에게 보여줬는데, 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스탈린의 유산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 말이네.”
태경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도대체 스탈린의 유산이 뭔데, 매년 몇 천억씩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깔 수 있는거야?”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빅터와 거래가 안된다면···.”
태경이가 강하게 말했다.
“그럼 퍼틴 대통령과 거래를 해야지.”
나의 표정은 어느때 보다 심각했다.
“그래. 퍼틴 대통령이 빅터에게 압력을 넣게 하는 방법 뿐이 없겠어.”
“대통령과 지금 쇼부 볼 거야?”
가능은 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이고 싶었다.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만나서 일을 진행해 봐야 겠다. 반드시 협상에 성공해야 해.”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일. 엘도라도 광산의 지분이 얼마나 대단한 지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엘도라도 광산의 지분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무리 입을 떠들어봐야 쉽게 느낄 수 없다.
엘도라도 광산에 왔다면 쉽게 협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 엘도라도 광산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황금 씨앗!!!
첫날 심은 황금 씨앗을 캐서 가자. 나의 말대로 황금 거인이 되어 있을까?
크렘린 궁의 정원을 금으로 폭격하면서 협상을 시작하자.
쿵! 택배 왔습니다. 황금 주는 강한 임펙트는, 그의 얼굴에 죽빵으로 한대 치고 시작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나는 손으로 헬기에 실려 있는 골든 불스를 만졌다.
거래가 완료되면 황금거인과 황금 황소를 1+1로 준다고 해볼까?
1+1이면 무조건 땡기겠지. 필요 없는 물건도 산다.
어떻게 쇼부가 날지 모르는 이 순간. 아낄 것이 뭐가 있냐?
품속에 있는 진생 심향환을 확인했다.
퍼틴 대통령이 아프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 할아버지가 정정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알아 봤을까?
그렇다면 이 약으로도 ‘쇼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퍼틴 형님 아파? 나 약 있으니까, 빅터 한대 까고, 약 먹자.’
한가지 걱정은 퍼틴이 양아치라, 나를 까고 약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인데···.
일단 미국 CIA 병풍을 빌려서 가야 겠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사의 힘도 빌리고, 복장은 아랍에미리트 왕족 복장으로 가야지.
쉽게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를 진하게 하는 것이다.
쇼부를 보기 전에 너무 걱정을 많이 하나?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일단 정면으로 부딪쳐보자. 그것이 괴산 스타일 아닌가?
이때 갑자기 귀걸이를 한 귀가 아파왔다.
잠도 자고 있지 않은데, 귀가 아프다는 것은 뭔가 들려주려 한다는 것.
뭔가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대화인가? 라디오 볼륨을 작은 크기에서 아주 천천히 크게 틀고 있는 것 같았다.
점점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복합적으로 들려왔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보스톤 TD1358.
-운항 시스템 out 운항 시스템 out
-기체가 컨트롤 되지 않는다.
-여기는 RBD 컨트롤. 위치가 어딘가?
-여기는 미사이바 지역으로 추정된다.
-엔진 가동 off. 다시 긴급 가동합니다.
-작동되지 않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꺄아아아아아아
-비상 가동장치 절차를 다시 해봐!!
-시스템이 완전이 나갔습니다.
-완전히 먹통이라고요!
-기수를 최대한 올려!
-아. 씨발.
-으아아아아. 엄마~! 하느님 제발
-꽉 잡아 아가. 엄마가 옆에 있어.
-어허허허허헝
나는 인상을 쓰면서 귀를 만지다가 눈을 번쩍 떴다.
뭐지?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메이데이? 비행기가 추락할 때 기장이 하는 소리 아닌가?
이때 눈앞에 미션창이 확 떠올랐다.
<<황금인의 선택은 무엇인가?>>
<<황금인은 생명의 무게를 결정하세요>>
<<비행기가 추락한 곳으로 이동하여 생존자를 구하세요.>>
<<미션 실패 패널티는 없습니다>>
<<성공 시: 황금 나침반을 충전합니다.>>
경복이가 나의 인상 쓴 표정을 보고 강하게 말했다.
“왜? 머리 아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비행기가 추락했다.”
“뭐라고?”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경복이가 놀란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추락? 지금? 어디? ”
나는 아직도 아픈 귀를 만지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추락한 것은 확실해.”
경복이는 내가 귀를 만지는 것을 보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알아? 예지몽이냐?”
“그렇다고 봐야지.”
몇번이나 확인했기 때문에 경복이는 나의 말을 믿었다.
“비행기가 추락했으면 사람이 죽었겠지?”
“아무래도···.”
이때 태경이가 강하게 한마디 했다.
“비행기 추락한 곳이 어딘데? 단서가 없어?”
나는 방금 들었던 말 중 한단어를 떠올렸다.
“분명 ‘미사이바’ 지역이라고 했어. 거기에 추락했다.”
나는 헬기 기장에게 강하게 물었다.
“미사이바 지역이 어딘지 아십니까? 지리 데이터를 확인해주세요.”
헬기 기장은 내가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명령에 즉각 따랐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기장이 콘솔을 몇번 두드리다가, 금방 찾았는지 바로 대답했다.
-이곳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대략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태경이가 의미 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갈건가? 말건가? 남은 시간은 겨우 이틀.
퍼틴을 만나서 거래를 하고, 빅터의 주식을 받아내는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얼굴.
“어떻게 할거야?”
처음부터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리 괴산 패밀리가 죽어가는 사람 두고 도망치는 것이 말이 되냐?”
태경이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런 것은 상상할 수도 없지.”
나는 갑자기 한국에 와 있는 전前황금인 하루마가 떠 올랐다. 황금인의 능력을 잃고 한동안 괴로워했지만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지금은 돈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상황.
혹시 이들을 버리고 황금인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을까?
내 성격에 불가능하겠지. 사람이 제일이다. 그 어떠한 보물도 생명보다 우선일 수 없다.
사실 실질적인 이유도 있었다.
미션 보상으로 받는 황금나침반 충전.
황금 나침반이 스탈린의 유산으로 바로 안내할 수 있었다.
황금신이여 도와주세요~
나는 헬기 기장에게 강하게 말했다.
헬기를 바꿔서 헬기 조종사가 대위로 바뀌어 있었다.
“당장 미사이바 지역으로 이동합시다.”
헬기 기장이 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통령께서 기다리고 계시다고, 골초보 공항으로 급속 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사이바에서 비행기 추락사고가 일어 났습니다. 어서 가서 사람들을 구출해야 합니다.
-추락이요? 저···저는 그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개인 채널로 들어왔습니다. 30분 정도 늦어도 상관 없으니, 미사이바 지역에 갔다가 갑시다. 군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전속력으로! 어서! 대위.”
-알겠습니다. 대령님.
헬기가 바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사이바 지역은 한국의 어느 동네 만한 크기는 아닐 것이었다. 시베리아의 한 지역이니 아마도 엄청 넓겠지.
그래도 비행기가 추락했으니, 부품 중에 구리가 섞여 있을 것이고, 집중하면 분명 빛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기장에게 강하게 말했다.
“추락한 곳을 확인해야 하니, 최대한 높이 비행해 주세요.”
헬기가 제법 높은 고도로 올라왔다.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가 점처럼 보였고, 끝도 없는 침엽수림은 마치 초록색 카펫처럼 보였다.
이렇게 엄청나게 넓은 땅에서 추락한 비행기를 찾을 수 있을까?
미사이바 지역에 도착할 때 까지 비행기를 찾지 못할까 크게 걱정했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금속을 보는 눈 조차 필요 없었다.
멀리 산 사이로 검은색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 연기가 올라옵니다.”
헬기 기장도 그 연기를 보더니 방향을 꺾어 속력을 높이며 날아갔다.
화생방 훈련때 가장 처음 배우는 것. ‘가스! 가스! 가스!’ 상황의 전파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전파’.
나는 기장을 보며 강하게 말했다.
“러시아 군사령부에 추락한 비행기 기체를 발견했다고 보고하세요.”
기장은 나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정말 추락한 비행기 기체가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바로 사령부에 연락하겠습니다.”
나도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주지사와 골초보 공항 관제실에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했다는 급보를 보냈다. 게다가 퍼틴 대통령의 비서실에도 연락했다.
기장이 강하게 소리쳤다.
“사고 장소 위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금방 사고 현장의 상공 위를 나르고 있었다.
비행기의 동체가 3조각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날개 하나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떨어진 엔진은 아직도 회전하면서 화염을 뿜어 내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으로 보였으나 완전히 폭파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저 정도 상태라면 생존자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 더 최악의 사고 현장에서도 생존자가 나왔던 것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헬기가 비행기 주변을 날았는데 비행기 밖으로 튕겨져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살았다고 해도 시베리아의 추운 날씨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어도, 이 정도의 시베리아 날씨라면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어서 헬기를 착륙하여 저체온증으로 죽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일단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착륙을 해야 하는데, 착륙할 곳이 없었다. 마음만 급하게 희미하게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몸짓이 보인다.
“일단 레펠로 가면 됩니다.”
선 대위가 각자 짐을 챙긴 후 로프를 몸에 걸고 있었다.
“대표님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천천히 오십시오.”
선 대위와 UDT 대원들은 헬기 레펠을 통해서 먼저 내려갔다.
“우리도 크레인으로 내려가자.”
경복이와 부조종사가 오더니 나를 크레인에 안전고리를 걸어서 조심스럽게 육지로 내렸다. 태경이도 크레인으로 내려왔고, 경복이는 레펠로 내려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착륙 장소를 확보하는 일.
이미 전차병이었던 나는 전차가 기동할 때, 나무가 걸리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여러가지 배운 것이 있었다.
나는 헬기 기장에 헤드폰으로 말했다.
“짐칸에 있는 세열수류탄 2박스 내려요.”
-알겠습니다. 대령님.
곧 크레인으로 상자 2개가 내려왔고 30개의 세열 수류탄을 확보했다.
나는 주변을 보며 헬기가 착륙할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가장 나무 밀도가 작고 나무의 굵기가 얇은 곳. 그리고 바닥이 평평한 곳.
멀지 않은 곳에 나무 4그루 정도만 자르면 착륙할 수 있는 자갈밭이 보였다.
“저기 좋다.”
나는 착륙을 방해하는 나무 밑둥에 수류탄 5개를 감고 안전핀을 줄로 이은 후 사정거리 밖 바위 뒤에서 확 당겼다.
“폭파한다!!!”
콰콰쾅쾅!
수류탄이 연속으로 터지며 바로 나무 밑둥이 터져 잘렸다.
폭탄소리를 듣고 수행과 직원 몇명이 왔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나무를 끌어서 헬기가 착륙할 곳을 확보했다.
그렇게 수류탄을 모두 사용했고 나무는 모두 잘려 나갔다. 그리고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나무 하나가 엉뚱하게 잘못 쓰러져서 좀 난감했지만 장정 10명이 당기니 큰 나무도 쉽게 움직여 외각으로 굴려 보낼 수 있었다.
착륙할 공간은 사실 그렇게 넓지 않았다. 겨우 착륙할 수 있을 정도.
랜딩! 랜딩! 랜딩!
하지만 헬기 조종사는 군말한번 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걸며 묘기처럼 헬기를 착륙시켰다. 헬기 안에 각종 물건이 있고 그것이 이곳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선 대위가 몇몇 대원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죽은 사람에게 노란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있었다. 죽은 사람을 두번 확인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이때 경복이가 강하게 소리치며 말했다.
“화재 발생! 엔진이 떨어진 곳에서 불이 붙고 있어!”
비행기에서 떨어진 엔진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기름이 같이 있는지, 주변을 엄청난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대로 두면 강한 바람에 동체가 있는 곳으로 불이 번질 것 같았다.
경복이가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이대로 두면 큰일이다!”
태경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소화기! 소화기!”
헬기에 실려 있던 소화기로 엔진에 난 불을 끄려 했지만 바람에 날려 소화기 용액이 절반쯤 날아가버렸다. 주춤하던 불은 점점 커졌다.
태경이가 악을 쓰며 말했다.
“이 불을 어떻게 끄지?”
나도 소리를 지으며 말했다.
“바람에 날려서 용액이 잘 안 닿는다.”
경복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남은 소화기를 더 찾아 봐야 겠어.”
태경이도 머리를 끄덕이고 같이 헬기 동체칸을 뒤지기 시작했다.
소화기는 답이 아닌데···.
이때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품 속에 있는 수류석을 잡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는데 다행히 얼어 있는 연못 하나가 있었다.
하나 남은 세열 수류탄을 얼음에 올려 폭파시켰다.
쾅!!!
예상과 달리 얼음이 깨지지 않았다.
나는 헬기 안에서 소방용 도끼를 챙긴 후. 연못 위에서 강하게 도끼질을 하며 얼음을 부수기 시작했다.
얼음이 쩍쩍 갈라질 때 마다 안에 있던 기포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물이 안에 있었다. 이제 도끼 뒷머리로 얼음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얼음 한쪽이 깨지며 무너졌다.
그리고 추운 줄도 모르고 깨져 있는 곳의 얼음을 손으로 걷어냈다. 겨우 조그만 얼음 낚시 구멍이 생겼다.
이때 경복이와 태경이가 소화기를 가지고 달려왔다. 둘은 바로 불타고 있는 엔진을 향해서 쏘았는데, 하나는 아무리 눌러도 소화액이 나오지 않았고, 하나는 가스가 떨어졌는지 소화액이 땅 바닥으로 질질 흘러 내렸다.
나는 강하게 둘을 불렀다.
“야! 빨리 이쪽으로 와!”
경복이는 어떻게든 소화기를 쏘아 보려고 노력했고 태경이만 달려왔다.
“왜?”
“수류석으로 불 끈다.”
태경이가 눈이 커졌다.
“아! 우리 수류석 있지?”
나는 태경이에게 수류석 하나를 주며 말했다.
“내가 얼음물 속에 넣으라고 말하면 이 구멍에다가 넣어!”
태경이는 자신있게 말했다.
“오케이. 알았어!”
나는 급하게 달려가 불타고 있는 비행기 엔진 앞에 섰다. 그리고 강하게 외쳤다.
“집어 넣어!!”
순간 손이 깨질 것 같은 차가운 물이 수류석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전성기 박찬호처럼 불이 뿜어져 나오는 엔진을 향해서 수류석을 던졌다.
150km/h 강속구. 그리고 단숨에 골인.
엔진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지다가 갑자기 팟!!! 소리와 함께 물이 엔진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구멍이 있던 곳에서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불은 점점 약해지더니 끝내 검은 연기를 남기며 불이 꺼졌다.
“꺼졌다. 불이 꺼졌어!”
연못의 물이 떨어졌는지 갑자기 쏟아지는 물이 멈춰졌다.
조금씩 흐르던 물이 고드름이 되려고 할 때. 나의 가슴을 토끼가 박차고 오르는 충격을 느꼈다. 속주머니를 만졌더니, 수류석이 돌아와 있었다. 원래 물이 떨어지면 돌아온다.
“됐다! 됐어!”
나는 잠깐 친구들과 좋아하다가 겨우 주변을 바라보았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을 수행과 사람들이 살피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쓰러져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나는 페인트가 칠해져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았고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황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 단 1초도 낭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