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시베리아 ‘황금의 땅’.
드디어 황금의 바다가 골든보이와 운명적으로 만나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이렇게 엄청난 금맥이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너무 많은 황금을 보면,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고 미친다.’
영화 ‘호빗’에서 참나무방패 영웅 소린이 드래곤을 죽였으나, 레어에 남겨둔 엄청난 황금을 보고 천천히 미치는 것을 보면서, 황금은 정말 강력한 힘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영웅도 정신이 흔들리는데, 일반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나는 사람들이 황금 앞에 정신줄 놓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교적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하던 선 대위까지 눈동자가 살짝 풀려 있었다.
발걸음까지 풀린 경복이가 순금에 가까운 금덩이를 찾아와 나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
“야! 완전 순금. 20억. 죽이지? 완전 대박이다.”
골든보이 앞에서 금을 자랑하는 거야? 그것은 변강쇠 앞에서 물건 자랑하는 것이랑 똑같다.
“엘도라도 이사진이 그 정도 금덩이에 정신 놓으면 되냐? 그 ‘찌지’ 버려. 너무 작아.”
경복이는 금덩이를 품 안에 안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작다니? 왜 우리 애를 버려? 찌지? 미쳤어?”
태경이는 이미 천국에 온 얼굴로 다가왔다. 손에는 경복이 것 보다 2배나 더 큰 황금 덩어리가 놓여져 있었다.
“으하하. 20억짜리 가지고 어디서 징징거려? 우리 애 볼래? 40억. 40억이야. 어때? 우리 아기 진짜 예쁘지?”
나는 태경이의 금덩이를 받아서 살피다가, 바닥에 내려놓고 대형 해머로 강하게 내려쳤다.
퍽!!!
그러자 안에는 돌이 2/3이었다. 한마디로 겉만 황금에 가까웠다.
나는 전당포 수전노처럼 딱 잘라 이야기했다.
“10억 언더. 그 이상은 안 돼.”
태경이가 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우리 아기!!! 네가 우리 아기를 죽였어.”
“미친 지랄할 시간 있으면, 새로운 참한 애기(?)로 얼른 가지고 와. 시간이 많지 않아.”
태경이는 반으로 갈라진 금덩이를 울 것 같은 얼굴로 보고 있었다.
“개새끼야. 10억은 돈도 아니냐?”
“엘도라도까지 왔는데. 지금 10억이 돈이냐? 가서 더 큰 걸로 집어와!!!”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묵직한 돌덩이를 잡아 작은 망치로 탕탕탕 10번쯤 내려지자. 곁에 있던 돌조각이 떨어지면서 금덩이만 남았다.
15억 정도의 금덩이를 태경이에게 넘기며 말했다.
“자! 이런 거 가져오라고.”
태경이는 금덩이를 받더니 황홀한 표정이 되어 웃었다.
“우리 아기!!! 하하하.”
경복이가 조금은 정신 차리며 말했다.
“너는 왜 안 골라?”
“골든보이가 황금을 챙겨야 해?”
“미친 새끼. 한국가서 자다가 이불킥 하지 말고 어서 챙겨.”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기념품 정도는 있어야겠지?
“그럼 예의상 왕건이로 하나 골라볼까?”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황소 크기의 바위를 앞에 섰다. 금 함량은 50% 정도인데, 모양이 황소와 같다. 특히 뿔이 황금으로 되어 보기에 매우 멋졌다. 예술품으로 값어치가 있어 보였다.
마이클 조던이 있었던 사카고 불스 보다, 더 강력한 ‘골든 불스’.
모든 주식쟁이들이 원하는 ‘불 마켓’의 황소보다 더 강력한 ‘골든 불스’.
태경이가 돌을 깨다 말고 내 황소를 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와~ 크고, 아름답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애 이름은 ‘골든 불스’다.”
“와~완전 공룡인데?”
“예술품이야. 예술품.”
사실 나는 이것을 들고 어딘가로 갈 마음이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생산된 금은 지분만큼 나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생산될 금을 계산하면 1주일에 하나씩 이런 황금 덩이가 내 몫으로 떨어질 예정.
태경이와 경복이도 엘도라도의 지분이 있으니, 금을 챙기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려 하다가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 확실했다.
주변을 보면 헬기 기장도, 수행과 직원들도 금을 챙기느라 눈이 돌아가 있었다.
엄청난 양의 금을 양껏 손에 넣어, 움직일 수도 없으면, 광란의 골든 파티가 멈춰지리라.
나는 그들을 보며 ㈜엘도라도 상무 이준석 교수님께 전화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지금 어디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한국에 언제 돌아와? 아픈 곳은 없고? 밥은 먹고 다니냐? 서울로 언제 와? 조직 보강 때문에 상의할 것이 많아.”
“러시아에 있습니다.”
-러시아? 거기에 왜 있어?
“최대한 빨리 모스크바 지사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모스크바 지사? 설마 거기서도 뭔가 발견했어?
나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시베리아 쪽에서 엄청난 금광을 발견했습니다.”
이 상무님의 목소리는 조금 흥분하고 있었다.
-금맥이 얼마나 되는데? 호주보다 커?”
“우리 ㈜엘도라도의 지분이 41% 정도 되는데, 대략 매년 1조원 정도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1···1조라고? 정말인가?”
“골든보이는 금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골든보이의 말이니 믿으면서도··· 믿기지 않는군.
나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지난번에 호주에서 금광을 발견하고 우리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이 무엇입니까?”
이 상무님은 머리가 좋아 바로 대답이 나왔다.
-감사팀을 보냈지.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러시아 놈들을 믿을 수 없지요.”
-직접 감사팀을 만들어서, 바로 모스크바로 떠나겠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와서 연락하세요.”
나는 몇 가지 당부를 한 후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황금의 바다에 도착한 지 벌써 5시간이 흘러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으나 조금도 배고프지 않았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인가?
들 수 없을 정도로 금을 챙겼을 때 경복이는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가방을 질질 끌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미션은? 미션은 통과했어?”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일찍도 물어본다.”
경복이는 하나 가득 금을 챙겼는데도, 눈은 주변을 살피고 있다.
“배고프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다.”
“너 마약 중독 상태야. 도파민 과다 분비 상태.”
“금을 보면 도파민이 나와?”
“흥분하면 그렇지. 배고프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 그러다가 한방에 가는 거야.”
“마약도 안 먹었는데, 중독으로 훅 가면 안 되지. 아! 미션은?”
나는 자신감 있는 얼굴로 수류석을 보여주며 말했다.
“당연히 성공했지.”
경복이는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수류석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보물이었다.
“오~ 수류석. 대단한 걸? 정말 엄청난 보물이다.”
나는 품속에서 진생 심향환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이것이 진짜 보물이다.”
경복이는 가까이 와서 심향환을 살폈다.
“그게 그 생명을 늘려준다는 그 약인가?”
“우리 할아버지가 이 약을 드시고, 코마 상태에서 삼도천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와 벌떡 일어나셨지.”
“사과 회장에게 1조 정도 받을 만한데?”
나는 은밀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을 퍼틴 앞에서 살살 흔들면 우리가 놓은 미끼를 덥석 물 수 있어. 그럼 완전 코를 꿰는 거지.”
잠깐 생각하던 경복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병자에게 의사가 신이지.”
나는 품속에 진생 심향환을 넣으며 말했다.
“아프면 돈과 권력이 무슨 소용이겠냐?”
경복이는 순간 정색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죽어가는 맹수를 조심해야 해. 죽기 직전이라 칼부터 뽑아 들 수 있어.”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그러니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안전장치도 잘 마련해야 했다.
“그렇지. 빠꾸 없는 독재자만큼 무서운 것도 없겠지.”
헬기 소리가 멀리서 다가왔는데, 한두 대의 것이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어지러운 헬기 소리가 멀리서 들려 오기 시작했고 곧 7대의 중형 헬기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헬기 편대는 가장 넓은 지역에 착륙했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냈다.
모두 러시아 특수부대 복장을 한 군인들이었고, 눈에 보이는 병력만 100명은 넘었다.
군기가 엄정한 병사들이라 그런지 착륙하자마자 오와 열을 맞춰서 한치 흩어짐 없이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그 중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를 노려보았다.
나도 지지 않고 같이 노려보았다. 남자들 간에 쓸데없는 기 싸움.
뭘 꼬나봐? 니들이 와야지 내가 가리?
나는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그쪽 장교가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턱! 턱! 턱! 턱! 턱! 턱!
우리 수행과 사람들이 바위를 부수고 금을 캐는 모습을, 러시아 병사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순금에 가까운 금이 나오자 수행과 직원들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금덩이 하나를 집어 들어 하늘 높이 들었다.
“왕건이다! 대박 나왔어!”
금덩이를 보고, 100명의 러시아 병사들은 순간 술렁술렁했다. 이때 한 러시아 병사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작은 금조각을 집어 들었다.
“금이다···”
자세히 살폈더니 바닥에 금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던 것이었다. 작은 금조각 하나면 한달 월급과 같으니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병사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금조각 하나를 줍자, 나머지 병사들도 정신없이 금을 줍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엄정한 군기는 Gold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때 태경이가 엄청나게 길고 큰 금덩이를 끙끙거리며 끌고 왔다.
“악어. 악어. 내 애완동물이야. 죽이지?”
“오. 괜찮은데? 한 50억 정도?”
태경이는 시원하게 웃었다.
“푸하하하. 바로 내가 서울 건물주다.”
이때 방금 헬기에서 내렸던 분노한 장교가 권총을 꺼내 들어 하늘로 총을 마구 쏘았다.
탕! 탕! 탕! 탕! 탕!
그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병사의 소총을 빼앗더니 병사들의 머리 위로 자동 소총을 마구 쏘았다. 그러자 병사들이 모두 바닥에 엎드리며 숨었다. 그리고 러시아 말로 뭐라고 강하게 말했다.
경복이가 다가와 갑자기 한국말로 엉터리 번역을 했다.
“본 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 니들이 어떻게 내 말을 쌩 까고 손님 앞에서 쪽팔리는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다. 우리 중대의 엄중한 군기를 보이자.”
나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전 세계 중대장은 다 똑같냐?”
“똑같지.”
나의 큰 웃음소리에 기분이 상한 저쪽 대장이 이쪽으로 다가오다가, 우리 쪽 수행과 사람들이 금을 챙겨 놓은 것을 보더니 강하게 말했다.
“헤이- 헤이- 돈 터치!”
나는 순간 인상이 확 쓰며 장교에게 강한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먹을 날렸다.
퍽!!!
장교는 나에게 죽빵을 한 대 맞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쓰러진 장교에게 다가가 손을 밟아서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슬쩍 장교를 보며 영어로 쉬운 단어만 사용해서 말했다.
“Major. I found this goldmine First. Every gold is mine.”
나는 놀란 중년 소령의 얼굴을 보았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눈치다.
“I’m King in this area. Don’t touch me!”
이 정도 이야기 정도는 알아듣는 눈치였다.
이때 고려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쪽으로 달려와 말했다.
“에드워드 선생님? 통역입니다. 편하게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나는 소령에게 강하게 말했다.
“그 총구로 다시 한번 내 부하들을 겨누면, 퍼틴 대통령께 말해서 그 견장을 오늘 밤 안에 확실하게 떼어주지.”
그러자 소령은 이제야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나는 일어난 소령을 내려다보았다.
“좆같으면 러시안룰렛 한 번 할까?”
“아···아닙니다.”
“나에게 인사하고 꺼져.”
소령은 작전 직전에 보았던 에드워드 대령의 사진이 생각났다. 그를 따르고 보호하라고 했던 것이 그가 받은 명령이었다.
“죄송합니다. 에드워드 대령님.”
소령은 부동자세로 경례를 하였고, 나도 부동자세로 그의 경례를 받았다.
그때. 몇몇 러시아 특수부대 병력이 나를 알아보며 떠들었다.
“골든보이. 골든보이···.”
러시아에도 구독자가 있구만.
이때 10여 대의 기동 헬기가 더 날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공터에 장비를 내리고 다른 곳에 착륙했다.
시험 채굴하는 채굴기도 다수 내려졌고, 나무를 뽑는 특수차도 내려졌다.
그리고 임시 기지를 만드는 각종 장비가 계속해서 수송되었다.
헬기로 주변을 돌아서 금 함유량의 입체 지도를 만들어줄까 생각했지만, 나중의 협상을 위해서 남겨 놓기로 했다.
나에게 한 대 맞은 소령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영어로 말했다.
“어디를 채굴할까요? 대령님.”
그는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아무 데나 파도 금이 쏟아진다. 사방이 다 금이야.”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헬기에서 확인한 ‘금맥 넓이’로 따지자면, 호주 금광의 대략 100배에서 150배. 하지만 표층부터 금이 매장량이 엄청난 것으로 보아서 최소 150조~300조 사이의 금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30~40년은 충분히 채굴 가능한 엄청난 곳이었다.
이것이 내가 발견하는 마지막 황금이 될지라도 후회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엘도라도 금광을 개발하기 쉽지 않았다. 문제는 도로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의 금을 위해서라면 8차선 고속도로를 뚫는다고 해도 손해는 아닐 것이었다.
그 뒤로 헬기가 20대는 더 도착했고 인력과 장비를 쏟아냈다.
러시아 병사들은 외각으로 빠졌고 인력들은 시험 채굴을 준비했다. 병사들이나 채굴인력 모두 틈만 나면 금조각을 챙겼는데, 말리던 장교들도 지쳤는지 이제 본인도 챙기고 있었다.
금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금 감사팀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거대한 금광 미션>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금광을 발견했고 미션도 성공하여 아이템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퍼틴이 이곳으로 온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도착하는지 몇 번이나 전화하여 물어보았지만, 여자 비서관은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소령에게 대통령께서 오시는데 경호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퍼틴이 이곳으로 온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경호가 준비되지 않는다? 이것은 퍼틴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뭐야? 왜 안 와? 나랑 통화하였을 때는 분명 오고 싶어 하는 목소리였는데···.
설마 빅터가 막았을까? 아니면 갑자기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까? 다른 이유가 있나? 아무리 상상해 본다 한들 하나도 의미 없다.
유리한 곳에서 협상하려는 나의 계획이 틀어졌다. 그렇다면 별수 있나. 내가 모스크바로 가야지.
남은 시간은, 이제 단 이틀. 이제 정말 결판을 내야 할 때다. 이제는 모스크바로 돌아갈 시간.
예카테린부르크의 골초보 공항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까지 미리 다 예약해 놓았다.
하지만 엉뚱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너무 많은 금.’
경복이, 태경이, 수행과 직원들 그리고 기장까지, 다들 금을 보따리로 챙긴 것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헬기에 금을 1/3 정도만 실었는데, 벌써 중량 초과가 뜨고 있었다.
바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금을 버리느니 자신의 영혼을 버리겠다고 말하는 놈까지 있었다.
누가 금을 놓고 가고 싶겠나? 하지만 안 버리면 헬기가 이륙 못 하잖아.
다들 얼마나 버리고 갈 것인가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때 태경이는 악어 금덩이를 만지며 소리쳤다.
“우리 악어는 절대 못 버려.”
경복이가 말했다.
“헬기 안에 있는 발굴 장비는 놓고 가고. 먹을 것과 식수도 최대한 버리고 가자.”
“그래도 금을 절반도 못 실어.”
“아 씨발. 어떻게 하지?”
다들 심각한 표정인데, 밝은 얼굴을 하는 것은 나 뿐이다.
“식량하고 식수 그리고 의약품을 왜 버려? 아깝게.”
“당연히 금을 챙겨야지, 생수가 지금 중요하냐?”
나는 낮게 웃었다.
“고민하지 마. 금도 장비도 하나도 안 버리고 갈 거야.”
“어떻게?”
나의 자신감 있는 웃음이 터졌다.
“골든보이 매직?”
나는 이곳의 책임자인 소령에게 다가가 철수하겠다고 말하고, 이곳으로 온 가장 큰 대형헬기를 보며 말했다.
“퍼틴 대통령께서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기 가장 큰 대형헬기를 타고 돌아가겠다.”
대통령을 만나러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막을 수 있는 소령이 있을까?
“말씀하신 헬기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러시아 MI-6 대형 수송 헬기. 강력한 힘으로 전투기도 나르고. ICBM도 나르게 설계되어 있다.
나는 소령에게 품속으로 10만 불을 넣어 주었다.
“내 부하 5명이 남아 있을 것이니까 러시아 병사들과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을 부탁한다. 그렇다고 어딘 가에 박아 놓으면 안 돼.”
“알겠습니다.”
“연료를 가득 채워줘.”
“안에 물건을 뺄까요? 아직 하적하지 못했습니다.”
“위험한 물건 아니면 그냥 둬. 시간이 없다.”
“생수, 핫팩, 이불, 의약품 등입니다. 크게 무리가 없을 겁니다.”
“좋아. 이대로 가자.”
나는 가장 무거운 마틴 대위를 위시한 남는 병력을 향해서 말했다.
“5일 뒤에 한국에서 감사가 올 것이니, 그들을 호위해야 한다.”
마틴 대위가 거수경례했다.
“러시아 놈들을 잘 지켜보겠습니다.”
“지켜만 봐. 싸우지 말고.”
“그렇게 하지요.”
마틴 대위를 남겨 놓은 것은 힘을 숭상하는 러시아 놈들에게 이쪽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수행과 직원 중에 골든보이 영상을 찍을 사람과 5일 뒤 엘도라도 금광에 올 감사팀을 지킬 호위를 남겨두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전리품으로 금을 가득 챙겨서 헬기에 올라탔다. 다들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태경이가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어?”
경복이는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큰 헬기를 빌릴 줄 알았으면 몇 개 더 캐는 건데. 아쉽다.”
거인과 같은 크기의 육중한 헬기가 생각보다 가볍게 날아올랐다.
유일하게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모스크바로 가서 ‘인생을 건 쇼부’를 봐야 한다. 이제 모스크바의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떤 협상 전략으로 갈까?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쥐어짰다.
일단 빅터와의 쇼부.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물었다.
“빅터가 주식을 토해내게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태경이가 강하게 말했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어? 돈으로 발라. 우리는 황금바다를 소유한 사람들이야.”
나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나?
“좀 아깝지만 내 엘도라도 금광 지분 10%를 DW 해운 주식으로 바꾸는 거지. 내 금광 지분 10%면, 매년 2,000~3,000억씩 먹는 대박 계약이다.”
태경이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와 씨발. 아깝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미션이니 그 정도라면 감수해야지.”
경복이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빅터는 씨발 새끼라, 더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 완전히 호구 잡았다고 생각하는 거지.”
태경이가 흥분하며 말했다.
“빅터가 그 정도로 개새끼일까?”
“인질범처럼 더 내놓으라고 말할 수 있어. 지분을 다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죽여버려야지!”
태경이가 더 흥분하여 씩씩거리고 있을 때 내가 먼저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엘도라도 지분을 모두 넘길 수 있다. 금은 또 찾으면 된다.”
태경이와 경복이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미친 거 아냐?”
나도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여기서 골든보이 생활 끝낼까?”
경복이의 눈에 들어간 힘이 풀렸다.
“아니지. 하지만 금을 넘기는 것이 아깝지 않냐?”
나는 낮게 웃었다.
“내가 바로, 엄청난 금을 보고도 전혀 흥분하지 않은 ‘금 무성애자’다.”
경복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빅터와 10% 쇼부를 보고, 딜이 안 되면, 퍼틴에게 넘어가 빅터의 주식을 가지고 오면 금광 지분을 주겠다고 협상을 넣어 보는 거다.”
오 그럴 듯한데?
“퍼틴과는 딜이 될까?”
“일년에 마다 3,000억이야. 그 정도면 견우와 직녀도 바로 이혼시킬 수 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면 알카에다를 찬송가 부르며 교회로 새벽 기도 나오게 할 수 있지.”
“10%면 무조건 딜이 될 거다. 그리고 이 정도 금광이면 더 이상 골든보이 생활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
나는 강하게 한마디 했다.
“금 따위와 골든보이의 능력은 절대 바꿀 수 없어. 모든 지분을 다 줄 수 있다.”
“야! 네가 김혜자 선생님이냐? 그렇게 퍼주게?”
그것도 안 되면 퍼틴을 진생 심향환으로 흔들어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이번 모스크바에서 하는 ‘거래’는 과정이 어떻게 흐를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거대한 헬기가 빠른 속력으로 골초보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미션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빅터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빅터와 일단 직다이로 쇼부다. 그것이 괴산식.
혹시 거부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다이다이 떠야지.
3,000억으로 체첸 특공대를 몇 명이나 고용할 수 있을까?
북한 정은이 형에게 3,000억을 주고 북한 특공대를 고용할까? 김정은 친위대로 1개 사단쯤을 빌려보자.
퍼줘도 안 되면 ‘파국’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지.
손에 있는 반탄 반지를 느끼고 있었다.
일터지면 선봉으로는 내가 뛴다.
나의 얼굴에 자신감 있는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