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바이킹 헤드. 중세에 바이킹이 처음 개척한 마을로 알려져 있다.
그 뒤로 모피 로드의 중간 지점으로 발전했다가, 모피 로드가 몰락하면서 사라진 마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스탈린의 부르주아 숙청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이곳에 산간 개척 마을을 만들었지만, 전염병이 돌면서 다시 전멸한 곳.
그렇게 버려진 지 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8가구의 통나무 마을.
우리는 그곳에서 북극 폭풍을 피하고 있었다.
“아- 잘 잤다.”
나는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침낭에서 나왔다.
나만 계속 자고 있었나? 주변을 살폈더니 다들 뭔가를 하고 있었다.
식사 준비하기.
헬기 확인하기.
장작 확보하여 더 넣기.
이때 경복이가 진한 밀크커피를 가지고 와 나에게 내밀었다.
“잘 잤냐?”
나는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웃었다.
“어. 개운하네.”
경복이가 걱정되는 얼굴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에 너, 잠자다가 막 울고, 미친 듯이 팔을 휘둘러, 여기 있는 사람 절반은 깜짝 놀라 일어났다.”
나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내가? 발버둥 쳤다고?”
“그래. 꿈에서 17대1로 싸우는 줄 알았다니까.”
갑자기 어젯밤 꿈에서 바이킹이 휘두른 도끼에 내 목이 날아간 것이 강렬하게 기억났다.
“아 씨발 기억났다···.”
“무슨 꿈인데, 그렇게 지랄 같아?”
조심스럽게 내 목을 만졌는데, 다행히 잘 붙어 있었다.
“꿈에 바이킹에게 약탈당하는 꿈을 꿨다. 목이 잘려서 날아갔지.”
경복이는 커피로 건배를 하며 말했다.
“여기 이름이 바이킹 헤드라서 그런가? 마무리가 깔끔하네.”
!!!!!!!!!!!!!!!
나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가 조금 쏟아졌으나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넋 나간 사람처럼 경복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바이킹 헤드에서 ‘북쪽’, ‘늪지대’. ‘이끼 숲’. ‘붉은 바위’···.”
경복이가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더니 말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주문 외우냐?”
나는 내 기억이 사라질까? 방금 했던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그리고 태블릿 PC를 찾았다.
“위성으로 인터넷 연결된 태블릿 어디 있어?”
내가 큰소리로 부산을 떨자 선 대위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잠에서 깬 태경이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까이 다가왔다.
“뭔데? 뭔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
나는 컴퓨터를 가장 잘 다루는 태경이에게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구글 어스에서 하나만 확인해줘. 이곳 바이킹 헤드에서 북쪽으로, 늪지대나 붉은 바위가 있는지 말이야.”
태경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늪지대, 붉은 바위? 거기에 뭐가 있는데.”
나는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얼굴이 되었다.
“골든보이가 물어보니까 당연히 금이 있지.”
태경이는 잠이 덜 깼으나 표정이 밝아졌다.
“오···그래? 뭔가 감이 왔구만!”
태경이는 물론이고, 나머지 사람들도 최대한 힘을 모아 구글 어스로 지형지물을 살폈으나, 붉은 바위는커녕. 우리가 있는 바이킹 헤드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화면을 아무리 넘겨도 침엽수림만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2번 헬기 기장에게도 보여줬지만, 그들도 바이킹 헤드를 찾지 못하기 마찬가지였다.
붉은 바위는커녕. 바이킹 헤드도 찾지 못하니 큰일이었다.
순간 좋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고 웃음이 나왔다.
“어쩔 수 없지. 지원군을 부르는 수밖에.”
태경이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지원군이 있어? 어디인데?”
나는 러시아 기장이 듣지 못하게 이어폰으로 연결된 위성 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나왔다.
“여보세요? 반즈?”
반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디. 금은 찾았나?
“반즈.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당연히 알겠지?”
CIA라면 나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반즈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알고 있다면?
“좋아. 내 위성 좀 쓸 수 있을까?”
나는 언제든지 미국의 위성을 쓸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골든보이가 북한 핵잠수함을 찾은 이후로, 내가 위성을 쓰는 것을 반대하는 미국 관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 내가 무엇을 지켜보는가를 궁금할 뿐이었다.
-인공위성?
“그래. 인공위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너희 CIA 사람 좀 쓰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알아듣게 설명해봐.
“내가 있는 위치가 ‘정확하게’ 어딘지 알지?”
반즈가 누군가에게 물어 뭔가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바이킹 헤드. 오싹한 곳을 좋아하는군. 흉가 체험인가?
좋아. 역시 CIA이다.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이곳 바이킹 헤드에서, 북쪽으로 이끼 지대나 붉은 바위가 있는 곳을 확인해 줄 수 있나?”
-이끼 지대? 붉은 바위? 거기에 뭐가 있는데?
“골든보이가 찾는 곳이니까. 당연히 금이 있지.”
-아 그렇군. 당연한 것을 물었어.
“확인이 돼?”
-서비스 비용은 따로 신청하면 되나?
“내가 미국을 위해서 일하는데, 그 정도는 도와줘야지.”
반즈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금광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어. 미국을 위해서 일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마.
나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걱정되는 것이 있다. 이번에 너무 큰 금이 나올 것 같다.”
-너무 큰 금?
“호주 금광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해.”
-얼마나 큰 금광이기에 그렇지?
“퍼틴에게 너무 큰 선물을 안기면 곤란하지 않겠나?”
반즈가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에디. 국가적으로 사용되는 단위는 상상 이상이야.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 금광 하나 발견했다고 뭐가 바뀌지 않아.
“내가 분명 경고했다는 것만 기억해.”
-큰 금이 나오면, 큰 덩어리 하나 챙겨서 선물로 보내.
“좋아. 기대하고 있어 봐.”
헬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면서 발견한 금광이 꽤 되었는데, 미션이 클리어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미션에서 말한 ‘거대한 금광’은 사이즈가 엄청나게 크다는 의미.
얼마나 크다는 의미일까?
-자네가 퍼틴에게 큰 선물을 안기면, 발언권이 강해지고 미국의 눈으로 CIA가 보고 싶은 곳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금광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말이야.
나는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연봉 협상을 다시 해야지.”
-그것은 워싱턴이랑 이야기하라고. 나같이 말단 직원하고 할 이야기는 아니야.
“일단 내가 말한 이끼 숲. 붉은 바위산을 찾아줘.”
-좋아. 찾아보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릴 거야.
미국이 직접 찾으니, 뭐라도 찾아내겠지. 지금은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휘위이이이이잉~
헬기가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추운 곳에서 갑자기 헬기가 기동하면 기계에 무리를 주니 미리 예열하는 것이었다. 격렬한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아침 식사로 수행과 직원에게 빵과 초코 우유를 받았는데, 간에 기별도 안 갔다.
나는 식량 짐을 뒤져 신형 전투식량을 찾았다.
“오! 김치 볶음밥.”
“이쪽으로 주십시오. 대표님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선 대위가 능숙하게 전투식량의 내용물을 늘어놓고, 발열팩을 가동하니 놀랍게도 제법 뜨거운 김치볶음밥이 만들어졌다.
오···. 밥을 뜨겁게 만들어 주다니 놀라운 기능이군. 옛날에 이런 거 없었는데.
헬기 기장들은 빵에 잼과 베이컨을 올려 먹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잘 구운 베이컨 몇 조각을 접시에 담아 주었다.
스바시바.
나는 신형 전투식량과 베이컨. 그리고 파운드케이크로 부족한 열량을 꽉 채웠을 때.
하인드 헬기도 날아오를 준비를 끝냈다.
이제 우리는 반즈의 연락만 기다릴 뿐.
띠리리리리리-
곧 그의 전화 연락이 왔는데, 목소리가 어두웠다.
-에디. 우리 쪽 오퍼레이터 20명이 살폈는데 자네가 말한 지형이 보이지 않아.
나는 실망감에 와락 인상을 썼다.
“제대로 본 거 맞아?”
-나도 눈이 빠져라 봤다고. 아무리 살펴도 모르겠어. 그 주변은 끝도 없는 침엽수뿐이야.
“실망인데? 미국 CIA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드라마에서 CIA는 늘 실패한다며? 이제 와 과대평가하는 것인가? 그리고 제대로 준 정보가 맞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해. 골든보이는 금에 관한 말은 절대 틀리지 않아.”
이때 태경이가 나와 반즈의 통화를 듣다가 답답한 듯 말했다.
“금이 북쪽에 있다며? 그럼 그냥 날아가다 보면 보이겠네. 네가 초울트라 황금 탐지기잖아. 위성이나 CIA 같은 것이 뭐가 필요 있어?”
나는 태경이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 그냥 눈으로 살피다 보면 보이겠다. 거대한 금이니까.”
태경이가 자신 있게 말했다.
“골든보이에게 ‘북쪽’. 이 한 단어로 충분해.”
생각해 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었다.
“이 새끼. 똑똑한데?”
“CIA 별거 아니야. 이쪽 방면으로는 네가 왕이니까 너 꼴리는 데로 해.”
“그래 가보자!”
나는 밝게 웃으면서 헬기에 올라탔다.
북쪽으로 루트를 잡아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금을 찾고, 혹시 시간이 더 필요하면, 밤이 되기 전에 다시 이곳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기본 계획.
하인드 헬기가 힘차게 북쪽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어제보다 강하지는 않지만, 아직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기장의 목소리가 헤드폰으로 들어왔다.
-아직 바람이 강합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기체가 바람 때문에 자주 흔들렸으나, 나는 집중하며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기체가 더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 블리자드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1번기 기체 기장이 이쪽을 보며 말했다.
“바람이 점점 강해집니다. 이러다가 다시 블리자드 권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장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기체가 강하게 떨다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러다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기장은 2번기와 뭐라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나에게 머리를 돌렸다.
“2번기도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내가 뒤에 있는 태경이에게 시선을 주자,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가방 안에서 달러 뭉치를 꺼내 나에게 넘겨주었다.
5만 불짜리 4개. 20만 달러.
“지금 눈앞에 20만 달러가 있는데, 더 안으로 들어가면 10만 달러씩 더 주겠습니다.”
기장은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30만 달러면 10년 치 연봉.
나는 헤드폰으로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20만 달러를 주겠습니다. 북쪽으로 올라갑시다.
선 대위의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작전 몇 번만 뛰면 큰 부자가 되겠습니다.
지금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이성은 무리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본능은 밀어붙이라고 했다.
경복이가 헤드폰으로 한마디 했다.
-금이 목숨을 걸 만큼 많냐?
골든보이의 자신에 찬 목소리가 헤드폰으로 들어왔다.
“엘도라도 주식을 가진 사람에게 배당금을 나눠 줄 건데. 이번에 찾는 시베리아 금광이 개발되면···. 서울에 건물 한 채 살 수 있을 거다.”
태경이가 그 말을 듣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건물을 올릴 수 있다고?
“번듯한 서울 건물주가 되는 거지. 바로 하느님 위로 올라가는 거다.”
태경이의 목소리에서 욕심이 느껴졌다.
-이런 미친.
“가서 금을 확인해 보고, 건물을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이때 하인드 헬기가 바람에 휘청거렸다.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었으나,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기장은 품속에 20만 달러를 넣고 이를 악물며 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갔다.
황금신이여~ 도와주세요.
나는 사람들을 다독이기 위해서 헤드폰에 강하게 말했다.
-모두 골든보이와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골든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입니다.”
경복이가 강하게 말했다.
-Golden boy never die!!!
이때 호수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풀이 올라왔다가 얼어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늪지대에 비가 내려 물에 잠겼을 때, 북극 풍이 불어 늪지대가 얼어붙은 것이었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얼음 호수 같은 것으로 보였다.
혹시 이것은 늪인가? 나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가까이에 붉은 산이 있어야 했다.
헤드폰에 강하게 말했다.
“붉은 산을 찾아! 붉은 산!”
이제 모든 사람이 주변을 보며 붉은 산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경복이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저기! 붉은 민둥산!”
태경이도 소리쳤다.
“진짜. 완전 붉은 산이다.”
나는 웃으면서 악을 쓰며 소리쳤다.
“반즈랑 CIA 새끼들. 엎드려 놓고 빠따 한번 쳐야겠다. 이 정도 크기의 민둥산이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기장은 우리가 가리키는 붉은 산으로 이동했다.
와!!!!!!!!!!!!!!!!!!!!!!!!
순간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와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경복이가 나의 눈치를 보고 말했다.
“무슨 일이야? 뭐가 보여?”
나는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강렬한 황금빛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보인다!!!”
내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인상을 쓰자 경복이가 물었다.
“뭐가 보인다는 거야? 그리고 왜 눈을 가려!”
“너무 눈이 부셔.”
경복이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구름 때문에 깜깜한데 뭐가 눈부셔!!!”
억지로 눈을 뜨고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황금의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황금빛의 파도.
경복이가 내 눈동자를 봤는데, 눈동자의 조리개가 극히 작아졌다. 꼭 마약을 먹은 사람 눈동자같이 보였다.
“눈동자가 이상해! 눈동자가 점 같이 변했어.”
나는 시원하게 웃었다.
“눈이 돌아갔어도, 하나도 안 이상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얼굴에 가득 웃음이 피어올랐다.
“바로 여기다! 여기가 우리가 찾던 곳이다!!!”
태경이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여기라고? 그러면 여기에 금이 있는 거야?”
“우리가 찾던 곳이 여기가 확실해. 금이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존나~~~ 많아!!!”
황금빛으로만 따진다면 지금까지 보았던 금을 모두 모아도 이 금광 하나만 못했다. 계속해서 황금빛을 보았더니 조금은 눈이 적응되었다.
랜딩! 랜딩! 랜딩!!
경복이와 태경이가 목을 빼고 주변을 살폈으나, 이놈들의 눈에는 그저 눈 덮인 얼음 땅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땅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다행히 근처에 나무가 없어 헬기가 내릴 곳은 충분했다.
나는 달에 첫발을 내디디는 암스트롱처럼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사방이 황금빛이라 어디를 먼저 확인해야 할지 몰랐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웃고 있지만, 아직 어색한 얼굴이었다. 자신들의 눈에는 그냥 특징 없는 얼음 땅에 내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활짝 웃으면서 욕했다.
“씨발. 내가 금을 찾으면 배당금을 준다고 했나?”
태경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서울에 건물을 올린다고 했지.”
나는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하. 주식 배당금으로 63빌딩 올릴 준비 해라.”
경복이가 나의 말에 웃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어디에 금이 있어? 어디에?”
“아무 데나.”
“추워 죽겠는데.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어디에 금이 있어?”
나는 뾰족한 채굴 망치를 들고 바닥에 있는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끝을 강하게 내려쳐서 한쪽 면을 깼다.
!!!
경복이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돌 안에 1/3 이상이 금으로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배기다. 금이 꽉 찼어.”
나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기 있는 돌 중에 절반은 알배기다. 다 금이야.”
경복이도 자신이 주운 돌을 깼는데 눈에 보일 정도의 작은 금들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진짜 금이다.”
“사방이 다 금이다.”
태경이가 황홀한 얼굴로 깨진 돌 단면의 작은 금 알갱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 엘도라도(황금의 땅)를 발견했구나.”
나는 어느 때 보다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야말로 진정한 엘도라도지.”
나는 수행과 사람들을 향해서 말했다.
“여기에 있는 것이 다 금입니다. 주머니에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겨요. 다 보너스입니다.”
다들 흥분한 얼굴로 헬기에서 망치를 가지고 내리더니 아무 돌이나 잡고 부수기 시작했다. 10개 중 9개는 금이 10% 정도 들어 있었고, 10개 중 1개는 금을 30~40%정도 함유하고 있었다.
평소에 흥분하는 일이 없었던 선 대위도 바위를 깨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긁으면 당첨되는 복권이 사방에 가득 차 있는데, 정신을 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거의 90%짜리 금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선 대위에게 주었다.
“내가 특별하게 골라주는 겁니다.”
선 대위는 금덩이를 보고 잠깐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다가, 머리를 몇 번이나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나는 행복해하는 수행과 직원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웃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70~80%짜리 금덩이를 보면 쪼개서 수행과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바닷가를 걷다가 아이들에게 조개껍데기를 나눠주는 느낌이다.
나는 헬기에 잘 숨겨 둔, 빨간 두꺼비 소주를 땄다. 거칠게 입으로 몇 모금 마셨는데 맛이 달다.
와- 씨발. 깡소주가 달아.
이 황금으로 가득 찬 곳에서, 제정신인 사람은 나 뿐.
전화기를 들어, 여유 있게 퍼틴 직통전화에 연락했다. 곧 그의 비서로 느껴지는 여인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골든보이 에드워드입니다. 퍼틴 대통령님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금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용건을 말씀해 주세요.
“골든보이가 대통령께 엄청난 선물을 준비했다고 전해 주세요.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바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갑자기 털컥- 소리와 함께 퍼틴 대통령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 자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대통령님. 세계 최대 금광을 소유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세계 최대 금광이라고 했나?
“이곳 광산의 이름을 엘도라도로 지었습니다.”
“황금의 땅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곳인가?”
나는 건방진 웃음을 수화기에 때려 넣었다.
“2위 금광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생산량이 몇 배는 더 나올 것 같군요. 이제 금 생산량으로는 러시아가 세계 최대입니다.”
-얼마나 대단한지 눈으로 보고 싶군.
“바닥에 굴러다니는 아무 돌이나 깨도 안에 금이 박혀 있습니다.”
-길거리에 돈이 굴러다니는 곳이겠군.
“제가 드린 선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오세요. 선물 포장은 직접 뜯어야 제맛입니다.”
이때 가슴 안주머니에서 뭔가 느껴진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뭔가 있었고 꺼내 확인했더니 ‘진생 심향환’이 있었다.
고통 없이 수명을 늘려주는 약.
거대한 금광을 찾는 미션에 성공한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금광 외에 다른 선물도 있습니다. 정말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퍼틴 대통령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이 내 생일인가?
“지금까지 받아 보았던 선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보물일 겁니다.
나는 금덩어리 사진 몇 장 찍어서 퍼틴에게 보냈더니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빨리 스케줄을 조종해 봐야겠군.
탐사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해 볼까?
금을 발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진생 심향환은 퍼틴이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는 최고의 미끼. 러시아 대물 낚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