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42화 (142/188)

142화

늑대 굴 안의 연쇄 살인마의 제단을 보고 있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 범죄 현장을 러시아 경찰에 신고했다. 범죄 현장의 동영상과 사진을 같이 보냈더니, 바로 출동.

러시아 경찰이 아무리 게을러도,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기사에 미하실 연쇄 살인마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게다가 러시아 TV 뉴스에는 내가 연쇄 살인마의 제단을 확인하는 영상이 무려 10초나 방영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찍은 동영상을 모아서 한국에 보냈고, 골든보이 채널에 ‘늑대 굴 안의 연쇄 살인마 제단’이라는 콘텐츠가 업데이트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89명을 죽인 ‘두 얼굴의 러시아 연쇄 살인마’ 뉴스가 나오며 금방 1억 조회수가 돌파했다.

나는 미하일에게 황금 씨앗을 주었다는 ‘천사가 무엇인가?’가 궁금했다.

내 손에 황금 씨앗이 없다면 일기장에 내용을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

정말 천사 혹은 시스템이 사람을 죽이라고 시켰을까? 궁금증이 머릿속에 가득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법.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향해 가다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우리는 3번째 목적지인 ‘니즈니타길’로 떠났다.

니즈니타길은 생각보다 큰 중공업 도시. 전체적으로 러시아 특유의 회색 빛 도시였는데, 군수 산업에 발전해 아주 큰 중공업 공장이 많이 보였다.

러시아의 T 시리즈 탱크가 생산되는 곳.

시간이 없으니, 니즈니타길에서 조금만 쉬고, 야간 비행까지 생각하며 떠나려고 했지만 1, 2번 헬기 기장이 모두 강하게 반대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아침까지 기체를 전체적으로 수리해야 한다고 했다. 기체가 며칠 너무도 무리하는 편이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가 그래야 한다면 해야지. 헬기 추락사고 같은 최악의 사태를 스스로 불러올 필요 없었다.

팀원들의 피로가 눈에 보이니 좀 쉬자.

니즈니타길에서 가장 큰 호텔의 스위트 룸을 모두 잡았다.

강제로 2/3의 직원을 쉬게 하고, 우리는 부족한 식량과 물자를 구매하기 위해서 시내로 나왔다.

금발 이쁜이들의 화사한 미소를 보니 기분이 UP.

니즈니타길 시내에는 큰 쇼핑몰도 있었고 시장도 있었다. 놀랍게도 한국 상품이 많았는데 한국 가전제품, 화장품이 많이 보였고, K-POP 음악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일단 식량과 필요해 보이는 물건을 왕창 샀다.

“강변 공원에서 잠깐 쉬었다가 갈까?”

니즈니타길에 강이 흘렀고 근처에 공원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헬기에서 종일 정신을 바짝 세우고 있었더니, 이렇게 정신줄을 놓는 것도 필요하다.

제잘-제잘-제잘. 까르르르

8명의 러시아 아가씨가 공원으로 놀러 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작은 이야기에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 어쩜 저렇게 예쁘지? 20살? 19살? 피부에서 꿀이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초콜릿 한 박스를 집어 그녀들에게 넘겨줬다. 그러자 그녀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고맙다며 초콜릿을 받았다.

애들아 내 것은 받아도 되는데, 다른 사람이 주는 거 함부로 받아먹고 그러면 안된다.

“twenty(20)?”

러시아 미인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까르르 웃다가 한 명이 나에게 손가락으로 1과 3을 표시했다.

설마···. 13살? 중1?

“thirteen(13)”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살폈다.

헉. 판사님 저는 진짜 나이만 물어봤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뭐라고요? 무기징역이요? 하지만 판사님 저 모습이 어떻게 중학생입니까? 선처해 주십시오.

경복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러시아의 악명 높은 돌고래 교도소 가고 싶냐? 그만 봐.”

“스무 살? 이거 한 단어만 물어봤잖아.”

“그 얼굴로 나이를 물어본 것이 극악의 범죄다. 아이들의 감수성에 큰 상처를 줬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내가 잼민이, 급식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

나는 아이들과 눈을 한 번 더 마주치고, 분수에 사탕 한 봉지를 더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강가를 걷다가 이 추운 날씨에 물속으로 들어가는 미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북극곰 수영. 러시아의 전통인가?

여인 몇 명은 이 날씨에 비키니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 세 명은 눈이 마주쳤다.

“때가 왔다.”

“이것은 절대 안 돼!”

그리고 바로 가위바위보.

오 하느님!!! 제발 이번만은!!!

예스! 예스! 예스!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둘은 보자기를 냈고 경복이만 주먹을 냈다.

“푸하하하하하. 남자답게 한방에 가자. 대한민국 네이비실의 위대함을 보여줘.”

경복이가 하늘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아! 씨발!”

경복이는 금방 옷을 벗고 팬티만 입었다. 다행히 새 속옷을 100벌이나 샀기 때문에 노팬티로 다닐 걱정은 없다.

경복이는 자신의 차례에 차가운 얼음물로 쑥 들어갔다가 나왔다.

“으아아아아- 씨발!”

경복이가 개 떨듯 떨고 있자, 젊은 러시아 미인이 다가와 자신의 수건을 덮어주며 그를 꼭 안아 주었다.

이곳 관계자인가?

오 씨발- 이것은 벌칙인가? 보상인가? 경복이의 표정은 천국 그 자체였다.

우리는 그런 꼴은 못 본다. 급하게 달려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주며 말했다.

“벌칙이면 벌칙답게 해야지. 어디서 연애질이야.”

경복이가 어깨에 힘주며 말했다.

“미남은 글로벌하게 먹히는 거다. 역시 러시아는 내 고향이었어.”

태경이가 격하게 한마디 했다.

“동네에서 송장 치울까 봐. 관계자분이 긴급조치 한 거야. 착각하지 마.”

경복이는 낮게 웃음을 보였다.

“너도 잠깐 물속에 들어갔다가, 긴급조치 받아 볼래? 물속에 들어가면 조상님이 잠깐 부르는데, 쌩까고 와야 해. 따라가면 안 된다.”

태경이는 얼음 속을 한번 보고 머리를 저었다.

“아. 나는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

경복이는 나에게 받았던 금조각을 그 러시아 미녀에게 선물로 주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호텔로 들어와 최고급 스테이크를 시켜 먹고, 시내에서 조달한 김치를 마음껏 먹었다. 역시 한국사람은 밥심이다. 없었던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았다.

다음날 감기 기운도 떨어지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헬기 탐사의 마지막 포인트는 아스베스트. 이곳으로 가는 길에 뭔가를 발견하지 못하면 비행기를 타고 넓게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인드 헬기를 확인했더니, 이곳의 기술자들이 날을 새서 수리했다고 했다.

좀 자세히 알아보니, 이 하인드 헬기는 거의 30년 가까이 날고 있는 물건이었다. 소련 아프간 전쟁 때 활약하던 물건이라고 했다.

하인드 헬기 형님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거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오늘만 힘을 내봅시다.

수리가 잘 되었는지 어제보다 엔진소리가 부드럽고, 실내 소음이 확 줄어있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 헬기가 가볍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아스베스트로 가는 길.

침엽수로 가득 찬 산이 연속으로 나왔다. 그야말로 원시림 그 자체. 뭐가 보여도 착륙할 수 있는 곳은 조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했다.

붉은빛. 그렇다면 구리.

가는 길에 구리 광산 하나를 확인했으나, 가장 가까운 도로가 백 킬로 이상 떨어져, 도저히 상업성이 없었다.

하지만 연속으로 구리 광산 2번과 3번을 확인했다. 그리고 연속으로 4,5,6,7번 구리 광산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상업성이 있을까?

좀 더 자세히 확인했는데, 4~7번 구리 광산의 크기가 상당하여, 모든 구리 광산을 합하면 이곳까지 도로를 만들어도 상업성이 있을 것 같았다.

아스베스트 구리 광산 1번 그룹. 지도에 체크. Just. Check!

“좀 쉬어야겠다. 벌서 4시간을 날았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강이 보이고 헬기가 잠시 쉬어 갈 장소가 보였다.

“어? 송어다!”

우리는 강에 착륙했는데 송어가 올라오고 있었다.

물 반 고기 반.

1번기 기장이 총으로 송어 떼를 마구 쏘자, 총을 맞고 죽은 송어 몇 마리가 물살에 떠내려왔다. 우리는 큰 송어 3마리를 챙겼다.

운이 좋군.

송어살 스테이크를 기름에 구워 먹었는데, 생각보다 퍽퍽하다. 원래 이런 맛이었나?

헬기 안 아이스박스에서 연어알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수행과 직원들이 소시지와 각종 채소를 넣어 연어알 볶음밥과 연어알 스파게티를 했다.

“오! 고급스러운 맛.”

생각보다 맛있어서, 한국사람, 러시아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 배불리 든든하게 먹었다.

아까 총을 맞고 죽은 송어가 강가에 많이 떠내려갔는지 그것을 보고 곰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다가 버려 놓은 송어에 관심을 가지는 곰도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헬기를 보고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사람도 쉬고, 헬기의 열도 식히고, 식사도 하고 연료도 보충하고. 대충 할 일은 모두 했다.

“힘내서 다시 가자!”

준비를 끝마치고, 단숨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와 산 높다. 이름이 뭡니까? 기장님.”

눈앞에 있는 산의 이름은 케세부네카이제 산.

우랄산맥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산이었다.

산 위를 날다가 꽤 괜찮은 금광을 발견했다. 매장량이나 밀도는 좋았으나, 도로에서 너무도 멀었고, 높은 산 위에 있어 상업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케세부네카이제 금광 확인, Just Check!

드디어 산 정상을 넘고 있었다.

케세부네카이제 산을 넘었을 때, 놀랍게도 날씨가 180도 확 바뀌었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며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산 아래는 완전히 폭설이 내리는 눈밭이었다.

“눈 폭풍입니다.”

1번 기장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기체가 강한 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 나는 물론이고, 모두 비명이나 신음소리를 냈다.

겨우 기체가 균형을 잡았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이거 괜찮은 겁니까?”

-괜찮습니다. 이놈은 힘이 좋아서 태풍도 뚫고 나갈 수 있습니다.

기장은 말을 그렇게 했지만 긴장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점점 눈발이 굵어지면서, 바람이 더 강해졌다. 앞이 보지 않을 정도.

눈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 때문에 좌우로 날렸고 어떨 때는 하늘 위로 올라갔다.

이것은 겨울 폭풍이라 불리는 ‘블리자드’ 이맘때 가끔씩 북극 풍을 따라서 급속하게 확장할 때가 있었다.

폭풍이 더욱더 강하게 불자 헬기가 바닥으로 뚝 떨어지다가 다시 날아오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곧 항법장치까지 말을 잘 듣지 않고 있었다.

1번 기장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괜찮은 곳이 있으면 무조건 착륙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한 5분쯤 날았을 때, 기장이 뭔가를 보고 말했다.

“마을이 보입니다. 착륙하겠습니다.”

마을?

마을이라는 이야기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번 헬기 기장은 거침없이 어딘가를 향해서 내려갔고 아주 가까이 왔을 때 통나무집 몇 개가 보였다.

와 대단하다. 이것을 봤다고? 조상 중에 몽골 사람이 있나?

1번 헬기가 공터에 겨우 착륙했다.

나도 모르게 긴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 씨발 살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2번 헬기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두두두두두두두-

다행히 곧 2번 헬기도 우리를 확인하고 다른 공터에 착륙했다.

나는 팀원들을 확인했다.

“모두 무사합니까?”

선 대위가 모두 이상 없다고 했다.

“어서 들어갑시다!”

우리는 눈과 바람을 피해 통나무집 안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마을이라서 당연히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버려진 유령마을.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최소 수십 년은 지나 보이는 곳이었다. 통나무집에 있는 나무가 대부분 썩어 있어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깨진 구멍 사이로 눈과 바람이 불어 들어왔으나, 그나마 이 집이 가장 멀쩡했다. 다른 집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경복이가 밖으로 나갔다가 땔감으로 쓸만한 나무를 왕창 주워 가지고 왔다.

“감기 안 걸리려면 주변에서 나무 챙겨 와라.”

헬기 기장이 벽난로에 나무를 넣고 기름을 가볍게 뿌린 후 바로 불을 붙였다. 하지만 나무가 눈에 젖어 있어 쉽게 불이 붙지 않고 연기만 많이 났다.

하지만 기름을 더 넣으니 강한 불길이 만들어졌고 젖은 장작도 안정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수행과 직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가 뭐가 되었든 한 아름씩 안고 들어왔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지도 좌표를 보았더니 ‘바이킹 헤드’라 불리는 마을이었고, 옛날부터 모피 로드의 중간기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틈나면 잠을 자고, 먹어서 에너지를 채워야 했다. 라면에 쌀을 넣고 푹 끓인 라면죽이 만들어졌고, 꽁꽁 언 소시지와 소고기를 불에 구웠다.

이 상황에 밥투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조용히 밥을 먹어서 열량을 보충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위성 전화로 일기예보를 확인했는데, 조금 전까지 맑음을 되어 있다가 밥을 다 먹었을 때, 눈 폭풍으로 바뀌었다. 러시아 기상청도 일렬로 엎드려 줄빠따를 맞아야 한다.

선대위가 수행과 부하들에게 강조했다.

“밤에 불이 꺼지면 안 된다. 불침번은 화롯불을 잘 확인하도록.”

나는 일찍 잠자기로 했다. 나는 낮에 황금빛을 봐야 했으니 불침번 면제. 오늘도 눈이 빠질 정도로 피곤했다. 다른 사람은 정신줄을 놓고 쉴 수 있어도 나는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계속해서 살펴야 했다.

선 대위가 헬기에서 침낭을 가져와 펼쳤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깊은 잠을 잤다. 히말라야급 침낭이라 그런지 금방 따듯하고 편안했다.

얼마나 깊게 잠이 들었을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곧 또렷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아버지! 일어나세요!”

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토굴에 가까운 움집이 눈에 보였다. 원시인이 사는 곳일까 생각했으나 마음이 편한 것이 우리집이 맞았다.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 아들이었다.

“아들아. 무슨 일이냐?”

아들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작은아버지가 외부 사람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찾아왔어요.”

나는 깊은 분노를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동생 그 망나니 놈이 끝내 사고를 친 것이었다.

“외부 사람을? 그 미친놈이 기어이 일을 저질렀구나.”

동생은 3년 전 부족을 떠났다. 숲의 동물들이 갑자기 씨가 말랐으며 농사도 잘 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굶었고 병에 걸려 죽었다.

동생은 내가 금이 나오는 땅을 알고 있으니, 그곳에서 금을 캐 무역을 하여 식량을 확보하자고 했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금은 악마를 부르기 때문이었다.

동생은 나에게 얻은 사금 조각을 가지고 부족을 떠났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외부인과 함께···. 이것은 너무도 심각한 일이었다.

마을 한복판에 큰 씨돼지 3마리와 밀 몇 가마 그리고 독한 술이 쌓였다. 그리고 리넨 천도 그 옆에 가득 쌓였다.

동생은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내가 왔소. 형님.”

나의 눈은 동생보다 그 옆에 있는 사내를 향했다. 검을 차고 있는 사내의 눈빛은 차갑고 피에 젖어 있었다. 머리의 투구 형태를 보니 바이킹. 피도 눈물도 없는 약탈자다.

놈은 살짝 미소를 띠고 있는데 먹이를 바라보는 늑대의 눈빛이었다.

순진한 동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수달피 2장에 이 모든 것을 다 주기로 했소. 형님.”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동생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형님이 잡은 수달피 몇 장이면, 우리 사람들이 굶을 필요가 없단 말이오.”

수달피는 전투마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귀족들이 선호하는 물건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동생은 답답하다는 듯 화를 냈다.

“형님같이 앞뒤 꽉 막힌 멍청한 사람이 부족을 다스리니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겁니다.”

나는 칼을 차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동생에게 말했다.

“외부인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어쩌겠나?”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금이나 모피 거래로 검과 갑옷까지 얻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숲이 갑옷이고 검이다. 이 모자란 놈아.”

부족원들이 시끄러운 고함에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었다. 아이들까지 50명이 사람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동생이 강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부족장을 하겠소. 나는 우리 부족을 배부르게 할 수 있습니다.”

나의 눈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분명 칼을 차고 온 바이킹 사내가 혼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나 언덕 위쪽에 궁수가 슬쩍 보였다. 숲 속에도 활을 들고 숨어 있는 사내들이 보았다.

이때 동생이 다가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금이 나오는 땅을 나에게 말하세요. 그곳만 알면 우리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우리 부족은 너 때문에 다 죽게 되었다. 살아남더라도 금을 캐는 노예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분들은 우리 부족을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내 말을 믿지 못하면서, 외부인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들 모두 귀에 사람의 어금니로 만든 귀걸이를 차고 있었다. 설마 빌터 노예 사냥꾼?

빌터 바이킹이 금과 모피 그리고 노예를 찾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지금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나는 순간 부족민들을 보며 강하게 외쳤다.

“모두~ 도망쳐!!!”

겁먹은 강아지 눈을 하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은 나의 말에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숲을 포위하고 있던 사내들이 몸을 드러내더니 마을 사람들을 화살로 쏘아 죽이고, 도끼로 찍어 죽였다.

“아··· 안돼!!!”

동생이 이를 악물며 칼을 찬 바이킹 사내에게 뭐라고 하려 할 때, 칼이 동생의 심장을 뚫고 나왔다.

“술 몇 잔에 넘어오다니, 네놈처럼 순진한 놈은 이 세상을 살 자격이 없지.”

동생이 마을에서 사금 이야기를 했을 때. 부하 몇 명을 보내 동생에게 시비를 걸었고, 대장이 나서 그들을 물리쳐 주는 척을 했더니 이쪽을 완전히 믿었다.

나는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부하들의 손에 질질 끌려왔다. 아들 때문에 멀리 도망치지 못한 것이었다.

바이킹 노예상인 놈이 이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금이 있는 곳을 안다고? 그것만 이야기해 주면 살려주지.”

이놈들 밑에서 사느니 호랑이와 곰이 있는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 나는 미친 듯이 아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노예 상인의 부하에게 아들이 잡혀 있었다.

“금은 어디 있나?”

나는 이놈들을 믿지 않는다.

“일단 아들을 풀어줘!”

노예 사냥꾼이 단검으로 아들의 팔에 상처를 만들었다.

“어서 말해!”

나는 피 흘리는 아들을 보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기서 북쪽, 늪지대를 지나, 이끼가 덮은 숲. 붉은 바위가 있는 곳.”

바이킹 사내는 몇 번이나 그 말을 혼자 연습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아주 작은 설명까지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 순간 노예상인이 아들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주변의 사내들에게 말했다.

“다 죽여. 비밀 유지를 해야 한다.”

부하들이 마을 사람들을 다 죽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품속에서 단검을 뽑아 들고 바이킹 노예 상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칼에 뒤통수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몇 초간 기절해 있었다.

다시 눈을 떴을 아들의 시체가 보였다. 이를 악물고 짱돌로 노예 상인의 발을 찍었다.

크악!!!

바이킹 노예상인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가 바닥에 떨어트린 칼을 들어 바이킹 노예 상인의 목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죽어라···. 악마야.”

이때 바이킹 부하가 달려와 나의 목을 강하게 날렸다.

머리가 공중으로 날아갔고 나는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순간 모든 것이 까맣게 변했다.

“으악~~~!!!”

나는 잠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불침번을 서던 선 대위가 놀라며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대표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북쪽, 늪지대. 이끼 숲. 붉은 바위···.”

꿈속에 내가 말한 ‘황금이 있는 곳’이었다.

‘거대한 황금의 땅’으로 가는 길이 드디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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