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예르마크가 ‘칭기즈칸의 무덤’이 표시된 금속판 지도를 약탈했고, 수백 년이 흘러 그것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시간을 돌리는 손’으로 어느 정도 깨끗해진 금속판 지도를 보고 있었다. 기하학적 그림과 알 수 없는 글자를 보며,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중요한 물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보물도 진가를 알아본 사람의 품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단 그것을 품속에 조심스럽게 챙겼다.
다른 사람들은 예르마크의 황금 갑옷과 금화에 정신이 팔려서 이 금속판에 신경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혹시 더 있을까?
주변을 더 살폈으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인드 헬기의 긴급 정비와 주유가 마무리되었고, 멧돼지 손질도 대충 끝났다.
“출발합시다.”
우리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원래는 아카잔으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탐사 속도가 빨라서 바로 예체보잔으로 향했다.
예체보잔에 시베리아 미사일 기지가 있었고 그곳에서 헬기를 착륙시켰다.
우리가 사냥한 거대한 멧돼지가 하늘에서 내려오자, 십여 명의 군인들이 그것을 보고 좋아하였다. 러시아군의 보급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정말 고기 못 먹고 사나? 최소 보름은 먹을 수 있는 고깃덩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지에서 급하게 숙소를 제공했는데, 한 10년은 안 쓴 창고를 내줬다. 내부에서 시베리아의 찬 바람이 불었다.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멧돼지를 다시 압수할까 보다.
우리는 막사를 거부하고, 예체보잔의 모텔을 찾아 들어갔다. 광부들이 사는 마을에 모텔이 있다는 것이 기적.
통나무집에 가까운 모텔은 기지 안 창고보다는 ‘선녀’였다.
너무 피곤했다.
지금은 시설이 좋고 나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따듯한 공기가 있는 방 안에 푹신한 침대가 있으니 그것으로 대만족.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고, 머리가 닿자 금방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종일 눈에 힘을 주며 사방을 살피는 것은 엄청난 심력과 에너지가 사용되는 일이었다. 그 누구보다 피곤했기에 금방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
3시간쯤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가,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비몽사몽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나도 모르게 통화버튼을 누르고 한국말로 말했다.
“여보세요.”
핸드폰에서는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입니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10, 9, 8, 7, 6, 5, 4, 3, 2, 1 덜컥.
그리고 3초 뒤에 퍼틴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에드워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발견을 했다고 들었네.
“아. 대통령님.”
나는 조금 정신을 차렸다. 예르마크의 보물을 말하는 것인가? 러시아의 위인이라고 했지.
“운이 좋아, 러시아의 위대한 개척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르마크는 시베리아를 처음 개척한 진정한 모험가이자 군인이다. 러시아에서 손꼽는 영웅이지.”
우리나라로 따지면 4군 6진을 개척한 최윤덕, 김종서의 장군 느낌일까?
내가 보기에는 원주민을 죽인 약탈자의 느낌이 너무 많이 나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국 인디언을 마구 죽인 미국 기병대나. 잉카 원주민을 학살한 피사로 느낌.
그러나 잘 모르면서, 다른 나라의 위인을 비하하면 안 된다.
무난하게 대답하자.
“저도 러시아 국민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은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는 법이다. 그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거대한 러시아가 있을 수 있었지.
“그분이 남긴 유물을 모두 모스크바로 보냈습니다.”
예르마크의 황금 흉갑, 시비르 왕이 차고 있었던 몽골 칸반지, 각종 금화, 은화, 보석 다수를 크렘린 궁으로 보냈다.
그중 뇌제가 내린 황금 흉갑과 몽골 칸반지는 러시아의 국보급 문화재로 손색이 없었다.
퍼틴 대통령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 백마를 타고 달린 것처럼, 직접 예르마크 황금갑옷을 입고 사진 찍지 않겠지.
퍼틴이 갑자기 물었다.
-원하는 보상이 있나?
내 귀가 번쩍 터졌다.
주식! 주식! 주식! 빅터가 가지고 있는, DW 해운 주식!!!
하지만 주식을 원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리 약점을 이야기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주식을 가지고 엉뚱한 조건을 걸 수도 있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여유 있는 말투를 만들었다.
“원정 첫날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을 쌓아서 확실하게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쌓이면 가격이 제법 비쌀 겁니다.”
-하하하. 좋아. 아무리 비싸도 결과만 좋다면 웃으면서 지급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러시아 뉴스에 예르마크 보물 발견 뉴스가 나왔다. 내가 발굴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고 8할은 퍼틴이 보물을 보며 뭔가를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5공 때 전두환을 빨아 재끼던 땡전 뉴스를 보는 느낌. 독재자들이 하는 행동은 하나 같이 비슷하다.
우리도 우리가 찍은 내용을 서울로 보내서, 골든보이 채널 콘텐츠를 만들게 했다. 엘도라도 본사 건물에 대외 PR 부서가 있었고 그곳에 골든보이 콘텐츠 팀이 있었다.
곧 ‘시베리아의 정복자 예르마크의 보물편’이 올라갔다. 방송국 PD까지 고용했기에 콘텐츠가 매우 프로페셔널 했다.
저녁을 대충 먹고, 죽은 듯이 9시간을 푹 자다가 예체보잔 모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있었다.
통호밀, 귀리를 오래 삶은 밍밍한 죽, 빵, 우유와 치즈.
이 정도면 시베리아로 유배 온 죄수들이 먹는 음식 아니냐? 나는 딱 한입 먹고 일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았더니 수행과 사람들이 없었다. 어디 갔어? 아직 자나? 혹시 나 빼고 맛있는 것 먹는 거 아냐?
모텔 뒤 장작불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소고기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간을 맞추고 있었다.
“피곤해 보여서 안 깨웠다.”
“오~ 미역국.”
말린 미역에, 다시다 조금, 소고기 왕창. 20명은 거뜬히 먹을 소고기미역국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센스 있는 나는, 그 사이 계란 후라이 20개를 만들었다. 미역국에 햅반 그리고 계란 후라이로 든든한 아침을 먹었다.
다시 출발할 시간이 되어, 예체보잔 미사일 기지로 갔더니, 병사들이 나를 보고 멋지게 거수경례했다.
퍼틴이 기지 대장에게 최대한 협조하라고 전화를 했고, 아침 뉴스에 내가 나오는 것을 기지 군인 모두가 본 것이었다. 몇 명은 골든보이 구독자로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1번기 2번기 기장과 보조 병사 2명에게 각각 1만 달러씩을 나눠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나를 공군 사령관처럼 대하였다. 역시 팁은 먼저 준다는 것이 진리다.
생각해 보니 달러를 너무 늦게 줬군. 앞으로 가장 고생할 사람인데.
“출발합니다.”
예체보잔 미사일 기지에서 다시 헬기가 날아올랐다.
어제와 같이 연속으로 금광들이 펼쳐질 것이라 확신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완전히 달랐다.
몇 시간 동안 눈에 힘을 주고 주변을 살폈으나, 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끔 보인 것도 거의 사업성이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으니, 더 피곤한 것 같았다.
점심시간쯤 아기란 은광 마을이 보였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시베리아 원주민에게 성스러운 땅이어서 죽은 조상의 시체를 매장하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 은광이 발견되어 러시아 개척민들이 무덤을 모두 파헤쳤다.
그래서 저주를 받았을까? 이곳에 정착했던 개척민은 마을을 이뤘다가 몇 번이나 전염병으로 전멸하였다.
아기란 에스키모의 저주.
원주민들이 잘살고 있는데, 러시아 놈들이 와서 다 죽이고, 고향을 파괴하니 저주에 걸릴 만했다.
아기란 은광 마을은 재수 없으니까. Pass!!!
30분쯤 더 올라가니 강가에 벌목장이 많이 보였다.
벌목장에서는 나무를 잘라 도로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벌목한 나무를 강물에 던지면 떠내려가다가 하류에서 통나무를 받는 방법을 사용했다. 도로를 새로 만들지 않아도 벌목을 할 수 있었다.
이 나무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수입해 쓰고 있는 러시아산 자작나무와 낙엽송이었다.
우리는 벌목장의 공터에 잠시 착륙했다. 아침에 1만 달러를 받은 기장이 점심 특식을 준비했다.
‘사슬릭.’ 그래! 러시아 요리하면 바로 이거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손으로 끼어서 만든 꼬치구이.
기름이 숯불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감탄이 나왔다.
기장이 먼저 시범을 보였는데, 잘 익은 고기를 소금과 후추에 찍어서 먹고 자르지 않은 긴 파를 불에 살짝 구워 입으로 뜯어 먹었다.
와! 남자당-
2번 기장은 고기를 칼로 잘라 입에 넣더니, 양파를 사과 먹듯이 깨물어 먹었다. 아작.
러시아의 마초 문화를 눈으로 보고 있는데, 뭔가 피가 끓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괴산의 마초도 질 수 없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고기를 입에 넣고 씹다가 살짝 구운 파를 입으로 뜯어서 먹었다. 그리고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그놈도 지지 않고 돼지고기를 잡아 뜯었다가 뜨겁다고 뱉었다.
“아흐 뜨거워!!!”
모두 크게 웃었다.
태경이가 비웃으며 소고기를 잘라서 입에 넣어서 씹었다. 그리고 깐 양파를 사과처럼 손에 쥐고 단숨에 와자작 씹었다.
고기를 씹으며 활짝 웃다가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웩하며 뱉었다.
“물. 물. 물!!! 매워!!!
나는 가방에서 양파, 고추냉이, 간장, 후추를 잘 조합하여 고기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에 찍어 먹었더니, 사슬릭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배속으로 들어갔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커피를 마시며 좀 쉬었다.
하지만 눈은 지도를 보고 있었다. 헬기로 돌아보고 있지만, 이틀 동안 겨우 스베르들롭스크주의 10%도 못 봤다.
시베리아 땅이 너무 넓다. 미션을 확인했는데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헬기로 돌고 있지만, 다음은 비행기로 확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중간에 뭔가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냐고? 낙하산을 타는 길밖에 없다. 러시아 공수부대 부사관을 지원받아 더블 낙하를 하면 좀 더 안전하겠지.
다시 헬기가 날아올랐다. 니즈니타길로 가는 루트.
오후 내내 확인했으나 이제 작은 금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스치듯 지나가는 진한 금빛이 있었다. 자연금이 아닌 인공으로 만든 금덩이. 자연금보다 좀 더 빛이 진하게 난다.
“빛이다!!!”
경복이가 반색하며 말했다.
“금? 양이 많아?”
“양은 많지 않은데, 사람이 만든 금이야. 이런 것은 확실하게 체크하고 가야 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은 ‘스탈린의 유산’.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금이 있는 곳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변에 헬기가 착륙할 곳이 보이지 않아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어렵게 헬기를 착륙.
우리는 완전 무장을 하고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타이가 숲으로 들어가자, 햇볕이 들지 않아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해가 지는 저녁이 된 느낌.
숲에 대해서 잘 안다는 러시아 병사가 선두에 섰다.
100m도 들어가지 않아 선두의 병사가 휘파람을 강하게 불고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눈으로 자세히 살피니, 바로 안광이 번뜩이는 늑대였다. 그것도 3마리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늑대가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했는데, 이놈은 조심스럽게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이때 어린 수컷 한 마리가 몸을 낮추고, 왼쪽 바위에서 우리 쪽으로 뛰어들 자세를 잡고 있었다.
경복이가 그것을 보고 M4 라이플을 쏘았다.
탕!!!
어린 수컷 늑대는 총알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숲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늑대들은 멀리 도망치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주변에서 우리 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보통은 총소리에 모두 도망치지만, 이놈들은 뭔가 달랐다.
선두에 섰던 병사가 주변을 살피다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는데 늑대 굴이 보였다.
늑대굴 위에 거대한 우두머리 암컷 늑대가 보이고 그 주변에 100여 마리가 안광을 번뜩이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러시아 병사가 무전기로 한참을 떠들자. 헬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쪽으로 가까이 왔다.
그리고 하늘에서 중기관총이 발사되었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이제서야 늑대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우리도 소총으로 주변에 보이는 늑대를 향해 총을 쏘았다. 백여 발을 쏘았는데 쓰러진 것은 단 2마리.
러시아 병사가 늑대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이놈들은 영토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이 정도 하지 않으면 다시 공격해 올 수 있다고 했다.
경복이가 나에게 다가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금은 어디야?”
나는 손가락으로 늑대의 굴 안을 가리켰다.
“늑대 굴 안에 있어.”
“하필 있어도, 꼭 그런 곳에 들어 있냐.”
스탈린의 유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었지만, 잘 확인해야 했다.
“들어갈까?”
태경이가 와락 인상을 썼다.
“너무 냄새가 나서 들어가기 싫다.”
이때 늑대 동굴 앞에 섰는데 멀리서 늑대들이 합창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인가?
나는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밖에서 기다릴래?”
태경이는 주변을 살폈더니 이쪽을 살펴보는 늑대의 안광이 숲 안에 가득했다.
“나를 보며 입맛 다셨어. 빨리 들어가자.”
굴 안으로 들어갔더니, 겨우 눈을 뜬 늑대 새끼 6마리가 바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태경이는 늑대 새끼 한 마리를 들고 말했다.
“이 강아지들이 늑대 새끼인가? 귀엽다.”
“이래서 늑대들이 도망치지 못했구나.”
“밖에다 내놓으면 알아서 데리고 가지 않을까?”
“그래. 밖에다 내다 놓자.”
우리는 6마리의 늑대 새끼를 잘 보이는 곳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자 리더로 보이는 암컷 늑대가 나타나더니 늑대 새끼의 목덜미를 물고 한 마리씩 어두운 숲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우리는 다시 동굴로 들어와 금빛이 나는 곳을 찾았다.
“좀 깊은 곳에 있다.”
동굴은 자연굴이었는데, 생각보다 깊어 20m 안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칠흑같이 어두워졌고 좀 으스스했다.
랜턴을 켜고 안쪽 끝까지 들어갔을 때, 인공 조형물이 나왔는데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제단. 기둥 9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는 각각 사람의 뼈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제단에는 9개의 해골이 놓여 있었다. 사람의 머리를 잘라 제단에 올려 놓은 것이었다.
“오 씨발. 이게 뭐야?”
제단 앞에는 악마를 나타내는 역 십자가 그림이 있었다. 악마 숭배를 하는 제단인가?
쇠사슬이나 톱, 망치 같은 장비를 봤을 때 20~30년 정도 지난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대의 사람이 벌인 참극.
기둥마다 사람의 사진이 박혀 있었는데, 남자 4명 여자 5명의 사진이 있었다. 40대의 남자도 있었고 10대의 소녀도 있었다.
랜턴으로 주변을 살폈는데, 제단 위에 반짝이는 금조각이 하나 있었다. 놀랍게도 ‘황금 씨앗’이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이 사람들이 입고 있었던 옷과 시계 금반지 등이 어지럽게 던져져 있었다.
경복이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어떤 미친 새끼가 이 따위 짓을 한 거야?”
이때 내 눈에 들어온 오래된 노트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노트를 열었는데, 다행히 영어로 쓰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읽다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러시아의 최악의 연쇄살인범. 미하일 포포스키.
러시아 군인으로 체첸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불타는 탱크에서 전우를 끌고 나오다가 얼굴을 제외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영웅을 이대로 버리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아, 국가는 그가 경찰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미하일은 화상으로 인한 외모적인 콤플렉스가 있음에도 열심히 사는 인물이었다.
경찰관으로서 시민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눈사태가 일어났을 때 몸을 사리지 않고 시민들을 구한 영웅이었다. 러시아 매스컴에서도 화상에 굴하지 않는 의인이라는 방송을 내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화상으로 인한 피부 괴사가 진행되기 시작할 때, 부인을 잃게 되었다.
강도에게 당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바람 피우던 아내를 미하일이 직접 죽인 것이었다. 경찰이었던 그가 증거조작하는 일은 너무도 쉬웠다.
그리고 경찰을 그만두고 ‘목사의 길’로 들어섰다.
미하일은 금방 존경받는 목사가 되었다.
한 독지가의 기부를 받아 마약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시설을 세우고 그들을 치료했다.
사실 이때 미하일은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99명을 죽이면 온몸이 깨끗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전직 경찰답게 신중하게 목표를 선택하고 작업을 했다.
그래서 선호하는 희생자는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중독 치료실에서 타깃을 골라 은밀하게 행동에 옮겼다.
그가 죽인 사람의 숫자가 87명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그의 마각이 발각되게 되었다.
심판의 천사가 온 것이 아니었다. 더 지독한 악마가 찾아왔다.
악과 악의 대결.
마약에 중독된 소녀를 찾아 한 아버지가 찾아왔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딸을 마약에 중독 시키고 강간하던 형편없는 쓰레기.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딸을 찾기 위해서 미친 듯이 추격했고, 그 흔적을 찾아 미하일이 운영하는 치료 시설로 들어왔다.
악은 악을 알아보는 법. 그는 미하일 목사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원봉사자로 몇 달을 지켜보며, 1년 사이에 5명이 수상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의 딸도 미하일의 손에 의해 행방불명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쓰레기 강간범은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아 간 미하일에게 분노했고, 원시의 숲에서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고 총을 뽑아 들었다.
“내 딸은 어디 있나?”
미하일은 차갑게 웃었다.
“개 같은 새끼. 딸에게 마약을 먹이고 강간하다니.”
아버지는 분노를 폭발하며 말했다.
“엄청난 숫자를 죽였더군. 이 살인마 새끼야.”
“네 딸이 죽으면서 했던 마지막 소원이 뭔지 알아? 너를 죽여 달라는 것이었어.”
“웃기지 마. 나타샤는 나를 사랑했어.”
“그런 놈이 딸을 묶고 때려서 온몸에 상처를 냈냐?”
“어서 내 딸 내놔!”
미하일은 도발하 듯 웃었다.
“이미 영혼이 박살 나서 지옥에 떨어졌다.”
“이런 개새끼!!!”
강간범 아버지가 먼저 총을 쏘며 미하일에게 달려들었다.
탕! 탕! 탕!
미하일은 2방의 총을 맞았지만, 몸싸움을 하며 강간범 아버지의 배에 대검을 연속으로 박아 넣었다.
강간범 아버지도 칼을 맞으면서도 미하일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탕! 탕!
둘은 숲속에서 야생동물에게 반쯤 먹힌 시체로 발견되었다. 정신병자가 훌륭한 목사님을 죽인 일이라 생각했지만, 수사하니 경찰서는 완전히 뒤집혔다.
이 사건을 확인하던 경찰은 강간범 아버지가 남긴 일지를 확인하고 목사 미하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기소를 하지 못했는데 어디에도 시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찰은 시끌벅적하게 수사를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욕을 먹었지만 수십 구의 시체를 만들 수 없었다.
그가 남긴 노트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머리가 없는 천사가 내려왔다. 그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제물을 원한다고 했다. 완전한 천사가 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머리 99개를 달라고 했다.
그 천사가 황금 씨앗을 줘서, 자금을 풍족하게 썼다고 되어 있었다.
머리 없는 천사가 혹시 미션을 주는 시스템인가?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제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제단에 있던 황금 씨앗을 바라보았다.
미션창에 무고한 사람을 죽이라는 미션이 뜨면 어떻게 될까?
괴산 사람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금인을 바로 때려치울 것이다.
러시아 연쇄살인범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을 때.
하인드 헬기가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내 눈은 다시 ‘스탈린의 유산’과 ‘거대한 황금 광산’을 찾고 있었다.
나는 눈을 번뜩이며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