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40화 (140/188)

140화

빛이다!!!

눈에 강렬한 황금빛이 들어왔다.

“여기! 이 숲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세요.”

-여기요?

“여기를 아주 천천히 돌아봅시다.”

하인드 헬기가 황금빛을 뿜어내는 지점을 돌고 있었다.

운동장 크기의 지역에 금이 상당히 많이 묻혀 있었다. 하지만 거대하다고 표현하기 '부족'했다. 광산 회사가 마음먹고 개발한다면, 2년이면 개발이 완료될 곳. 개인 차원의 사금업자가 8년 정도 천천히 개발해 나가면 맞을 사이즈.

미션에서 말하는 거대함과는 차이가 있다.

체크만 하고 떠날까 했지만, 그래도 밀도나 매장량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집중해서 보니 심층에도 많은 금이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좋은 생각이 나, 품속에서 황금 씨앗을 하나 꺼내 들었다.

여기에 황금 씨앗을 심으면, 호주 폐광에서 나온 금보다 훨씬 클 것이라 확신했다.

랜딩! impossible(불가능)!!!

나무가 너무 많아 착륙할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 내려! 사람만 내려가자.”

나는 얕은 계곡 아래로 크레인 줄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황금이 가장 많은 곳을 살핀 후, 땅을 파고 강화 황금 씨앗을 심었다.

지난번 호주 폐광에서 ‘고뇌하는 황금인간’이 나왔다.

여기는 그곳과 비교할 수도 없는 많은 황금이 묻혀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는 ‘황금 거인’이 나오지 않을까?

모스크바 한복판에 황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황금인간 상이 서 있는 상상을 했다. 러시아의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조형물.

퍼틴과 협상하기 전에 이 황금 거인상 카드를 내놓는다면 분명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 거대한 금덩이를 앞에 놓으면 대부분 사람은 흥분하고 정신이 혼란해진다. 이때를 노리고 퍼틴과 강하게 협상을 시작하는 전략.

레펠로 내려온 경복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혼자 좋아서 실실 쪼개고 있어? 정신줄 놓지 마.”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너 진격의 거인 봤냐?”

“봤지, 식인종 거인들 나오는 거.”

“거대한 거인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온몸이 황금으로 되어 있다. 머리카락부터 발톱까지 황금이지. 죽이지 않냐?”

“그럼 총으로 쏘아 죽이고 바로 통나무 장사해야지. 황금 간은 얼마고, 황금 콩팥은 얼마야?”

우리는 가볍게 농담하고 GPS 좌표를 찍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케이블을 타고 헬기로 올라갔다. 노트 패드 GPS 정보에 ‘아카잔 황금거인’이라는 마크를 붙여 놓았다.

“갑시다. 기장님!”

헬기가 높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루트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황금빛이 퐁당퐁당.

가는 루트에 크고 작은 황금빛이 자주 발견되었다. 내려가서 확인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금은 심층까지 있었다.

나는 일일이 마크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카진 금광 2

아카진 금광 3

아카진 금광 4

아카진 금광 ···.

아카진 금광 9

금 그룹 중앙에 채굴 기지를 설치한 후, 한 곳씩 개발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나름 채굴량이 상당하고 기본 투자 비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도로인데···.

여기서 가까운 크신체 강철 노천광산까지 길을 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산을 모두 모아 ‘아카잔 금 채굴 광산 지역’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퍼틴이 한마디만 하면 이곳까지 도로가 놓이고 개발을 할 수 있으니, 협상 카드로 충분히 쓸만했다.

황금 카드 get!

다시 헬기가 출발했다.

비행한 지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상당한 크기의 구리광산을 발견했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호주 구리광산의 절반 정도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예체보잔 구리 1. GPS 체크!!! 이 정도 사이즈면 상업적인 메리트가 있었다.

지도를 확인했는데, 이곳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체로니 구리광산&제련이 있었다.

이곳에 구리광산을 1억 달러(1000억)에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면 공동개발로 50%의 구리를 챙기는 방법도 괜찮아 보였다.

하루 만에 황금 광산 그룹과 거대한 구리광산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시베리아는 완전 ‘보물단지’인가?

며칠 확인해서 계속 이러면, 이번 참에 미국에서 러시아로 갈아탈까? 하루 만에 확인한 것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 ㈜엘도라도 리소스 지사를 만드는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름에 한 바퀴 휘돌아 광산을 확인하면, 러시아 지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었다.

“다시 출발합시다.”

헬기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 이세티 지류가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 주변에서 거대한 사슴이 보였고, 멧돼지 300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뛰는 모습도 보였다. 헬기 사냥을 당했던 모양인지 우리를 보더니 미친 듯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있었다.

경복이가 총을 들었는데, 내가 한마디 했다.

“잡아도 못 먹는다. 쏘지 마라. 냄새나고 육질도 질기고 기생충이 있을 수 있어. 예체보잔 고깃집 가서 사 먹자. 엉아가 국산 사줄게.”

“국산이 한우냐?”

“한우겠냐? 러시아산이지.”

“러시아 소고기는 한번도 못 먹어 봤는데?”

“이번 기회에 러시아 꽃등심 한번 먹어 보자.”

이때 2번 기에서 갑자기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

아 깜짝이야!!!

2번기에서 쏘는 기관총 때문에 멧돼지들이 마구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2번 기에 있는 수행과 선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예체보잔에 있는 기지에서 멧돼지를 싣고 오라는 무전이 들어와서 러시아 군인이 기관총을 쏘았습니다. 최근에 개체 수가 너무 많아져 사람들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사냥 명령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나는 머쓱하여 경복이에게 말했다.

“오늘은 소고기 말고, 러시아산 삼겹살 먹어야 하는 날인가보다.”

경복이는 웃으면서 기관총이 아니라 손에 쥐고 있는 M4 라이플을 단발로 놓고, 멧돼지 무리 중에 가장 큰 놈을 타켓으로 총알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멧돼지는 총알을 몇방 맞았으나 조금도 타격이 없는 것처럼 뛰었다.

나도 흥분하여 손가락으로 멧돼지를 가리켰고, 조종사는 자연스럽게 멧돼지를 쫓았다.

“저기! 저기!”

“봤어! 봤어!!”

탕! 탕! 탕! 탕!

드디어 헤드 샷을 했는지 멧돼지가 바닥에 쓰러지더니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중에서 5분 동안 그것을 지켜보다 천천히 고도를 내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공터가 있어 착륙할 수 있었다.

나와 경복이가 흥분하여 앞으로 나가자, 러시아 군인이 우리의 앞을 막으며 멈춰 세웠다. 그리고 우산과 사냥용 샷건을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우산은 왜?

20걸음쯤 떨어진 곳에 왔을 때 멧돼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으아!!! 우리는 기겁하며 놀랐다. 멧돼지의 머리가 깨졌는데 일어날 줄 몰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군인은 사냥에 익숙한 듯, 앞에 검은색 우산을 폈다. 그러자 멧돼지가 움찔. 그 순간에 샷건으로 그놈의 머리를 연속으로 5방 맞췄다.

퍽! 퍽! 퍽! 퍽! 퍽!

피가 터졌으나 우산이 막아주었다.

우산으로 멧돼지의 돌격도 막고, 피가 튀는 것도 막았다.

거대한 멧돼지가 비석이 쓰러지는 것처럼 무너졌다. 병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다시 한번 머리에 확인사살.

이놈은 돼지라기보다는 거대한 ‘황소’ 같았다. 튀어나온 어금니는 마치 코끼리의 상아 같다.

“와- 존나 크다.”

나는 모노노케 히메에서 나오는 거대한 멧돼지가 기억났다.

“일본 만화 원령 공주에서 나오는 멧돼지가 과장 된 것이 아니네.”

“원통 공주? 원통하게 생긴 공주냐?”

“원령! 원령! 나중에 봐라. 명작이다.”

“됐고 사진이나 찍어봐.”

우리는 흥분하여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확인했다. 하지만 멧돼지의 머리가 너무도 끔찍하게 박살 나서 사진이 너무 '호러'였다.

“삼겹살은···. 식당가서 사 먹자. 이건 못 먹겠다.”

우리는 멧돼지를 러시아 병사들에게 줬다. 그러자 병사는 신나는 표정으로 헬기 아래 멧돼지를 묶고 있었다. 이 돼지를 기지로 가지고 가면 최소 500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내장을 제거하고 어느 정도 손질하는데, 대략 1시간은 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그냥 가자고 하려 했는데, 너무 헬기를 오래 타서 팀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기에 쉬기로 했다.

일단 버너에 물을 끓여 커피를 나눠주었다. 그래. 이럴 때 있을수록, 여유가 필요하지.

나는 시베리아 타이가 숲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었다. 물과 공기는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맛.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앞에 흐르고 있는 넓은 이세티 강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타이가 숲을 보며 커피를 마시자, 잠시지만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 수행과 직원들이 크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곰이다!!!”

멧돼지 피 냄새를 맡고 굶주린 곰 하나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너무도 배가 고파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이쪽으로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곰아. 너도 총 맞으면 죽어. 오지마.

하지만 너무 당당하게 걸어와서 총을 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양의 멧돼지 내장을 한입 크게 물더니 질질 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돼지 곱창 도둑을 그냥 멍하니 지켜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맛있게 먹어라. 콜라도 하나 줄까?

곰은 한 300보쯤 떨어지자 멧돼지 내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거의 씹지도 않고 삼킨다는 표현이 맞았다. 간으로 보이는 내장을 두어 번 씹고 그냥 꿀꺽 삼켰다.

머리가 피범벅이 되었을 때, 좀 배가 부른지 이쪽으로 몇 번이나 코를 킁킁거리다가, 이세티 강을 건너 반대편 어두운 숲 안으로 들어갔다.

곰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순간 반짝이는 금빛을 보았다.

그쪽을 집중해서 보니 상당히 진한 금빛이 보였다.

뭐지? 나도 모르게 금빛이 있는 쪽으로 서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태경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어딜까? 곰 밥 주러 가냐? 혼자 움직이지 마!”

나는 태경이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금빛이다···.”

“또 금맥이 있어? 이 동네 괜찮은데?”

“금맥 아니야. 인공으로 만들어진 금이다.”

자연금과 인공으로 제련된 금은 밀도나 색에서 다르다. 이제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수행과 절반 정도는 총을 들고 내 뒤를 따라 왔으며 나머지는 헬기에 실려 있는 여러 채굴 장비를 챙겼다.

황금빛이 나는 곳은 그냥 돌이 쌓여 있는 바위 더미. 사이에 진흙이 가득 차 있었다.

“여기야.”

“왜 여기 인공금이 있어? 누가 숨겨 뒀을 것 같지 않은데?”

“일단 파보자. 깊게 있지 않으니까.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다.”

병사들이 멧돼지를 손질하고, 간단하게 헬기 정비와 연료 보급하는 시간이면 충분히 진흙을 파보고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오리지날 삽질이 시작되었다. 수행과 직원 모두는 군대 짬밥을 오래 먹었던 사람들답게 삽질이 프로페셔널 하다.

거의 30분쯤 파 들어갔을 때 황금빛이 확실해졌고 작은 도구로 조심스럽게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살살 들어갑시다. 살살.”

조심스럽게 들어갔을 때, 곧 뭔가가 발견되었다.

“뭐가 있습니다. 대표님!”

눈에 보인 것은 딱딱하게 굳은 가죽 주머니.

그 안에는 작은 금조각, 아주 오래되고 낡은 금화, 은화, 붉은색 보석 조각 등이 나왔다.

그리고 돌덩이 같은 굳은 가죽 뭉치. 가죽이 이렇게 딱딱하게 굳을 수 있나.

러시아 헬기 기장의 말로는 과거에 이 근처가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모피로드가 있었던 곳으로, 모피 사냥꾼이 활동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것은 담비 가죽 뭉치. 그 당시 담비 가죽 한 장은, 전투용 말이나 암소 2마리와 바꿀 수 있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조금 더 파고들어 갔을 때 드디어 처음부터 눈으로 보고 있었던 금판이 보였다. 완전히 밝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철에 도금한 것으로 보였다. 좀 더 파고 들어가자 금판이 아니라 가슴을 가리는 흉갑으로 확인.

너무도 삭아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으나, '시간을 되돌리는 손'으로 흉갑을 어느 정도 복구하였다. 그리고 흉갑에 은으로 새겨 넣은 이름을 확인했다.

예르마크 티모페예비치.

내가 그 이름을 이야기했더니, 기장의 눈이 커지더니 손까지 떨었다.

“예르마크 님은 시베리아의 영웅입니다.”

우리는 보고 지나쳤으나, 골초보 공항에도 그의 동상이 있었고, 예카테린부르크 시내 중심부에도 엄청나게 큰 동상이 세워진 인물이었다.

러시아의 위대한 인물을 뽑으면 열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위대한 인물인가?

갑옷을 좀 더 확인했는데, 러시아 뇌제 이반에게 하사받은 갑옷이라 쓰여 있었다.

예르마크. 그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러시아의 '마르코폴로' 혹은 '정복자 피사로'라고 소개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그는 코사크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코사크 족은 러시아를 질주하는 코사크 기병대의 조상.

코사크 족은 원래부터 농사와 거리가 먼 민족. 사내가 태어나 어른이 되면 '해적' 아니면 '용병'이 되었다.

예르마크는 욕심 많은 사내답게 '해적'이면서 '마적'이었다. 바다에서 해적질하다가, 돈강을 타고 올라와 육지의 마을을 약탈하는 악당이었다.

영주가 기병대를 보내면 배를 타고 바다로 도망쳤고, 해군이 쫓으면 말을 타고 육지로 도망쳤다.

현상금이 크게 올라갔지만, 그의 기동력을 따를 사람이 없었다.

악당으로서 명성이 너무도 커져, 이제 뇌제 이반이 그를 토벌하기 위해서 직접 대군을 이끌고 온 것이었다.

예르마크는 황제의 군사와 싸운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어디로 튀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황제의 군사를 피하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코사크 전사들과 함께 러시아 동쪽의 버려진 땅(시베리아)으로 도망쳤다.

그 버려진 땅을 지배하고 있던 가문은 '스트로가노프'.

시베리아 부족이나 몽골인의 땅인 시비르 칸의 전사와 싸우며 돌소금과 광물을 캐는 영지였다.

항상 전사가 부족한 곳으로, 예르마크와 코사크 족은 이곳에서 환영받을 수 있었다.

스트로가노프 가문은 640명의 코사크 전사들을 받아들였으나, 도둑이었던 기질이 그대로 남아있어 영지에서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켰다.

그래서 스토로가노프 가문의 영주는 예르마크에게 시베리아 원정을 강권했다.

그렇지 않아도 뇌제 이반의 추격대를 두려워하던 참이어서, 예르마크는 이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잘만 하면 금보다 더 비싼 모피를 노획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원정에 적극적이었다.

예르마크는 코사크 전사들과 시베리아로 들어가 원주민과 싸우며 서서히 세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획득한 밍크나 수달의 털가죽은 엄청난 가격이었기 때문에 무기와 식량을 조금씩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원주민은 총도 없이 화살을 쏘았으니 공격은 일방적이고 잔인했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사냥당하던 원주민들이 드디어 하나로 뭉쳤다. 거대한 타타르 유목민 6개 부족이 합심하여 예르마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밤낮으로 타타르 전사들이 화살을 쏘며 공격해 왔다. 철저한 게릴라 전투. 이쪽에서 반격을 나서면 도망쳤고, 추격하면 매복하여 공격해 왔다.

이대로 가면 전멸은 기정사실. 예르마크는 승부는 내야 했다.

그날 밤. 도망치는 것처럼 통나무를 쇠사슬로 묶어 떠내려 보내며 집으로 가자고 소리쳤다.

그러자 타타르 전사들은 예르마크가 강을 따라 도망치는 줄 알고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에 나무가 쓰러져 있어 추격할 수 없는 곳을 만났다.

“사격 개시!!!”

예르마크의 명령으로 사방에 매복하고 있었던 코사크 전사들이 총으로 타타르 전사들을 쏘아 죽였다.

여기서 타타르 전사들 절반 이상이 전사했다.

예르마크는 타이밍을 놓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끝까지 사냥하여 최대한 전사들을 죽였다. 그리고 비어 있는 마을을 약탈하여 엄청난 가죽과 가축, 노예, 사금 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 물목을 스토로가노프 가문에 팔아 총은 물론 대포까지 소유할 수 있었다.

무장이 단단해진 예르마크가 향한 곳은 몽골족이 다스리는 시비르 칸국.

시비르라는 단어가 '시베리아'의 원어라고 할 수 있다.

시비르 칸국은 징기스칸의 피가 아직 남아있었지만, 총의 시대가 온 것을 모를 정도로 발전이 느린 몽골 왕국.

예르마크는 시비르 칸국의 마을을 약탈하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몽골 왕의 전사들을 불러내는 것이었다.

시비르 칸의 쿠쿰 왕이 드디어 대군을 이끌고 왕도를 떠났다.

예르마크의 군대와 시비르 칸국의 대군이 이르티시강을 놓고 대치했다. 시비르 칸국의 군대 숫자가 훨씬 많았으나, 예르마크는 강력한 화망을 구성하여 그들의 공격을 계속해서 막았다.

3일의 치열한 격전이 있었다.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방어했으나 원정대의 화약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이쪽이 먼저 맨손이 되어 전멸할 수밖에 없었다.

예르마크는 결단했다. 새벽에 병력의 절반을 이끌고 도강하여 기습 공격을 하였다.

그는 쿠쿰 왕을 사살하고 그의 군대를 완벽하게 무너트렸다. 그리고 바로 시비르 칸국의 수도로 들어가 약탈을 하고 나라를 무너트렸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를 한 날.

이제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과거 칭기즈칸이 숨겨둔 귀중품을 약탈하고 다녔는데, 그가 발견한 것은 ‘칭기즈칸 무덤의 지도’였고 죽는 그 순간까지 품속에 지니고 있었다고 했다.

시비르 칸국을 완벽하게 약탈하고, 겨울 숙영지로 돌아왔는데, 이반 황제의 추격대가 도착해 있었다.

예르마크는 즉시 시비르 칸국의 모피와 시비르 칸국 땅을 이반 대제에게 바쳤다.

그러자 이반 대제는 예르마크에게 귀족의 작위를 내리고 모든 죄를 용서했다.

예르마크는 3차 시베리아 원정대를 만들었다. 이반 대제에게 군사 500명까지 받아 출발했다.

하지만 허무한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쿠쿰 왕의 친위대 패잔병들은 약탈하기 위해서 흩어진 예르마크 군대를 지켜보았고 예르마크가 호위 없이 혼자 있을 때 기습했다.

예르마크는 암살자들의 칼과 화살을 맞고 강에 뛰어들었는데 급류에 휩쓸려 내려갔다.

겨우 물속에서 빠져나와 바위 굴 속에서 구조를 기다렸으나 저체온증으로 금방 사망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오늘 우리 손에 발굴된 것이었다.

우리는 계속 발굴했고 동판에 음각된 지도를 발견했다. 태경이가 조심스럽게 붓질을 하여 그것을 나에게 넘겼다.

“이 동판은 뭔지 모르겠다.”

내가 그것을 받는 순간 '시간을 돌리는 손'으로 녹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동판 지도를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몇 개의 그림과 알 수 없는 글자.

‘징기스칸의 무덤 지도’였으나 나를 포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생김새가 심상치 않아 그것을 품속에 조심스럽게 챙겼다. 금이 아니라 그런지 아무도 구리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징기스칸의 무덤의 비밀이, 아무도 모르게 내 품속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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