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나는 숨을 몰아쉬며 검은 액체를 향해 한마디 던졌다.
“나를 이기려면, 네 아비 데리고 와. 플라나리아 새끼야!”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입’이 문제다.
우주에서 온 세포에도 부모가 있었을까? 부모 욕을 했더니 바로 반응이 있었다.
천장이 덜덜덜 떨리며 이쪽으로 뭔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뭐···뭐야?”
반즈도 눈을 크게 뜨고 가루가 떨어지는 천장 위를 살폈다.
“뭐가 또 있는 거야?”
나는 살짝 놀라며 뒤로 두어 발 물러섰다.
“씨발. 진짜 애비가 온 건가?”
!!!
환풍구에서 검은색 젤리가 쭉 늘어나더니, 박살 난 검은색 젤리 조각을 찾았다. 곧 물과 물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처럼, 검은 파편들이 거대한 젤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먹이를 찾는 것처럼 주변을 더듬더듬 만지고 있었다.
나의 손에는 실험실에서 챙긴 모신나강 소총 있었다. 탁자에서 챙긴 총알 클립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배운 것처럼 소총으로 젤리를 겨눴다.
“오지 마!”
하지만 젤리에는 귀가 없었다. 더듬거리며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런 씨발!”
나는 길게 늘어진 부분을 향해서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검은 젤리가 터지듯 잘렸다. 바닥에 떨어진 검은 물체는 마치 총에 맞은 야생동물처럼 퍼덕거리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만 좀 뒤져라!”
나는 바닥을 구르고 있는 검은 물체에 다시 한번 총을 쏘았다.
탕!!!
검은 젤리가 터지며 사방에 검은 액체를 남겼다. 마치 사방에 검은 피가 터진 것 같았다. 내 발끝에도 검은색 물이 뿌려져 다급하게 털어냈다.
이때 반즈가 나의 어깨를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저기··· 또 있다.”
이때 다른 환풍구에서 더 굵은 검은 줄기가 쭉 내려오더니, 터진 검은 피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나를 보고 다가왔다. 눈은 없지만,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젤리 새끼야.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
나는 다시 한번 총을 쏘았다.
탕!!!
총알이 검은 물 한 뭉텅이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떨어진 검은물은 총 맞은 멧돼지처럼 방안의 실험 도구를 마구 부수며 부딪치다가 갑자기 퍽! 하고 터졌다.
그 근처는 검은 페인트가 터진 것처럼 검게 변했다.
!!!
이때 바로 머리 위에서 검은색 젤리가 바로 내려왔다.
“젠장.”
물러서는 나를 향해, 마치 화가 난 여자가 싸대기를 올려 치는 것처럼 검은 손이 움직여 나를 내려쳤다.
텅!!!
나는 검은 팔에 정통으로 맞았다. 하지만 반탄 반지의 힘이 검은 팔을 밀어내어 거꾸로 튕겨 날아갔다. 그리고 실험 도구를 와장창 부수며 쓰러졌다.
역시나 나도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구르며 쓰러졌다.
쓰러져 있으면 경기는 끝이야! 아직 카운트 다운이 끝나지 않았어! 어서 일어나!
나는 도전자에게 어퍼컷을 맞은 복싱 챔피언처럼 정신력으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가슴이 살짝 아팠다. 그래도 억지로 가슴을 펴고 섰다.
“덤벼! 젤리 새끼야.”
나는 모신나강 소총을 강하게 잡았다.
그러자 반즈가 나의 팔을 잡더니 강하게 끌어당겼다.
“뭐하는 거야! 미친놈아! 어서 튀어!”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장을 보니 검은물이 절반을 덮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다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반즈가 뒤를 바라보며 엄청나게 길게 늘어진 검은 물체를 보았다.
“저건 뭐야?”
나는 강하게 대답했다.
“엄마.”
“엄마?”
“내가 애를 때렸더니, 엄마가 나타난 거지.”
달리면서 반즈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 ‘엄마 젤리’는 얼마나 큰 거야?”
“몰라. 하지만 화가 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튀어!!!”
나는 미친 듯이 실험실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끝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반즈가 머리를 숙이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바로 머리 위에도 있다!!!”
벽과 천장 통풍구를 타고 검은 물이 흘러내리다가 인간의 형태를 했는데 우리와 함께 있었던 하버드 요원과 비슷했다.
그리고 비슷한 목소리가 들렸다.
“팀자···님?”
나는 거침없이 소총을 갈렸다.
탕!!!
검은색 물을 펑 터지며 흩어졌고 가는 줄기만 남았다.
나는 소총을 거꾸로 잡고 강하게 휘둘러 남은 검은 줄기마저 터트렸다.
“비켜! 바빠!”
이때 뒤에서 크고 강한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환풍구와 수도를 타고 물이 강하게 흐르는 소리.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는 파이프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곧 몇 개의 나사가 터지며 검은 물이 조금씩 새 나오고 있었다.
이때 천장에서 쾅! 쾅! 쾅! 거대한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반즈 뛰어! 발소리를 들어보니, 엄마 말고 아빠도 왔나 보다!”
반즈도 미친 듯이 뛰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것은 도대체 뭐야?”
“우주 세포라고 했잖아!!!”
“미친 소련 놈들! 왜 이런 것을 길러? 집에서 개나 기를 것이지.”
나도 강하게 한마디 했다.
“세포가 이렇게 성깔 있으면, 이 세포로 만들어진 외계인은 완전 울트라 싸이코 새끼들이다.”
반즈는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네 입에서 나온 말 중에 가장 과학적이다.”
뒤에서 뭔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검은물 큰 덩어리가 쏟아지듯 흘러 들어왔다.
나는 뒤를 돌아서 검은 물을 향해 소총을 겨눴다.
“CIA에서 맨 인 블랙 요원을 모집하면, 나도 지원하지. 대한민국 예비역 자격이면 충분하다. 솜씨를 봐! 반즈.”
나는 멋지게 방아쇠를 당겼다.
털컥. 어라?
총알이 걸렸다.
나는 기겁을 하면서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망할 소련 새끼들. 물건도 똑바로 못 만들어!”
“이걸로 갈겨!”
반즈가 나에게 권총을 던졌고 나는 그것을 번개같이 받아 검은 물을 향해 쏘았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달리면서 권총을 쏘니 개같이 빗맞았다.
“이런 씨발.”
그것을 보고 반즈가 화를 내며 악을 썼다.
“그렇게 큰소리치고, 그따위로 쏠 거야! 넌 맨 인 블랙 탈락이다!!!”
나는 헐떡이며 말했다.
“요즘 미제가 구려진 거 아니냐?”
“역사가 보장하는 베레타다. 브루스 윌리스가 품질을 보증하는 놈이라고!”
다이하드 전편을 다 보았다. 베레타라면 믿을 만하지. 내 손이 쓰레기였군.
이때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이다. 내려가! 내려가!”
우리는 전력을 다해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
이때 머리 위에서 검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계단 위를 보았더니 검은 물이 머리를 길게 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고래의 자유낙하.
갑자기 나를 향해서 뚝 떨어졌다.
퍽!!!
반탄 반지가 가동되었는데, 중간에 방전이 되었는지, 어느 정도 검은 물을 튕겨 냈지만, 절반 정도가 나를 그대로 덮쳤다.
반탄 반지도 중국에서 OEM으로 만들었나? 왜 결정적인 순간에 가동되다가 말아? 배터리가 다 되었나?
나는 완전히 검은물에 먹혔다. 패닉이 일어나야 했지만, 일단 화가 났다.
내 통장에 얼마가 있는데···.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들어올 돈이 얼마인데···.
하드디스크에 있는 야구 동영상도 지워야 하는데···.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 내 돈 다 쓰기 전에는 절대 못 죽어!
나의 눈에 힘이 번쩍 들어갔다. 검은물이 몸을 깨무는지 온몸이 따끔따끔. 더 화가 났다. 팔을 미친 듯이 움직여서 검은 물을 털어냈다.
얼굴이 검은물 밖으로 나왔다.
“난 절대 못 죽어!!!”
돈을 향한 나의 절대적 욕망. 검정 젤리 때문에 무너질 수 없었다.
온몸이 더 따끔따끔했으나, 바닥을 구르며 더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다가 극약 처방으로 계단에서 굴렀다.
그러자 사방으로 검은 물이 튕겨 날아갔다.
그러자 검은 물도 이쪽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에게 독을 쏘았는데, 더욱 펄펄 뛰자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 혼을 불태우는 복싱 챔피언처럼 섰다.
“이 불량식품 새끼야. 드루와. 드루와!”
내가 눈치가 백 단이다. 이쪽에서 몇 발자국 다가가자 검은 물이 조금 물러섰다.
“불량식품 새끼! 쫄았냐?”
혹시 검은물은 황금인을 죽일 수 없는 건가?
나는 헬기에서 가지고 내린 ‘에프킬라’가 생각났다. 그래서 가방에서 살충제를 꺼내 뿌렸다. 당연히 별 타격이 없다.
그리고 꺼내든 라이터.
살충제에 불을 붙이고 쏘았다. 작은 화염방사기가 되었다.
화아아아-
이미 뿌려진 살충제가 있는 부분에 불이 붙었다. 나는 살충제를 계속 뿌렸고 불은 점점 켜졌다.
입도 없는 검은물 어딘가에서 높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 비명이 아주 멀리서 나기 시작했고 가까운 곳에서도 들렸다. 마치 수십 명의 여인이 배의 여러 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이때 배가 떨리더니 물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반즈가 강하게 소리쳤다.
“뭐가 더 온다! 가자! 가!”
나도 천장을 보며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
계단을 타고 검은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수구의 하수가 역류하여 이쪽으로 쏟아지는 것 같았다.
반즈와 나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미친 듯이 지하 3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머릿속 지도에는 지하 3층 계단 끝에 바로 도크가 있었다.
“저기다!”
도크로 내려가는 문이 바로 보였다.
“열어! 열어!”
문을 열자 확 밝아졌고 바다 향기가 바로 맡아졌다. 그리고 엄청난 차가운 기운이 몰아쳤다.
먼저 반즈가 들어가고 내가 들어간 후, 다급하게 문고리를 틀어 잠갔다.
쿵! 대량의 검은 물이 쏟아져 문을 열려고 흔들었으나 강철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문을 열려고 손잡이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외계 세포가 문을 열 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더욱 소름이 돋았다.
“젤리가 나오고 있어!”
검은물이 문틈 사이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오는 양이 점점 많아졌다.
“이 씨발 것을 어떡하지?”
이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도크 중앙, 두 개의 스크루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
그 안에 어망 어선이 있었고 파도에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매우 낡아 보였지만, 지금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즈 가자! 지금 배에 타야 해!”
어망 어선에 이동 사다리를 놓고 둘 다 바로 배에 탔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고정줄을 풀어야 했다.
내가 자동으로 줄을 풀어주는 이젝트 바를 당겼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상 작동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반즈가 나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내가 가서 고정줄을 풀지.”
나는 배 밖으로 나가려는 반즈를 잡았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쉽게 가자.”
그리고 모신나강 소총에 총알 클립을 밀어 넣어 다시 장전했다. 그리고 고정줄을 노려보며 소총을 겨누었다.
“대한민국 퇴역 군인의 사격 실력을 확인해!”
탕!!!
밧줄이 살짝 찢어졌지만, 아직 단단히 묶여 있었다.
탕!! 탕!! 탕!! 탕!!
총을 쏠 때마다, 밧줄이 조금씩 찢어졌다.
이때 검은 물이 다른 통로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물이 나온다! 검은 물을 쏴!”
하지만 나의 매서운 눈은 반쯤 찢어진 밧줄을 향하고 있었다.
“시간은 충분해. 반즈. 골든보이를 믿으라고.”
그리고 서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밧줄이 총알에 맞고 터져나갔다.
촤르르-
밧줄이 끊어지며 어지럽게 줄이 풀렸다. 그리고 어망 어선이 미끄러지며 바다로 나왔다.
어망 어선은 이미 고장 나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흔들릴 뿐.
검은 물이 도크에서 손을 뻗어보지만 우리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부담스럽게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면, 우리도 인사해야지.
나는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을, 이쪽으로 뻗은 검은손을 향해 쐈다.
탕!!
검은 손바닥이 터지며 배 안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반즈는 너무도 진지한 얼굴로 소리 질렀다.
“저 빌어먹을 배를 반드시 소각해야 해!”
이때 반즈가 가지고 있던 위성 전화가 울렸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전화를 받았다.
“위스키! 지금 어디 있어?”
-'골드' 살아 있나? 왜 연락이 안 됐어? 지금 어디 있어?
“지금 어선을 타고 표류하고 있다. 너희들 근처다. 빨리 확인해 봐.”
위스키는 금방 우리를 찾았다.
- 어선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어선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는데 우리가 못 찾은 것인가?
“일단 어뢰를 준비해! 소각해야 한다.”
-무엇을 소각한다는 말인가?
“러시아 과학선이 보이지 않나?”
위스키는 잠망경을 올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레이더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으로 보니 거대한 러시아 과학선이 보였다.
-저···저것은 뭐야?
잠시 형태를 판별하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배의 이름을 뽑아낸다.
‘러시아 과학선 아카데미 블라코프.’
“자동 식별 장치가 이미 확인했을 거 아냐? 왜 물어봐!”
하지만 결과를 보고도 ‘위스키’ 승조원들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행방불명 된 지 이미 20년 가까이 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행방불명 된 지 20년 된 저 배를 타고 있었어?
반즈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러시아 과학선 안에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병균이 번성하고 있다. 어서 소각시켜야 해!”
우주에서 나온 첫 번째 세포를 이야기하면 사건이 복잡해진다. 믿을 수 있고 다급한 상황으로 꾸며 말해야 했다.
“저 배를 향해서 어뢰를 쏴!”
-러시아 배를 폭파하라는 말인가?
“러시아도 모르는 척할 거다. 그리고 저 배를 쏘지 않으면 인류가 위험해!”
나는 반즈의 전화기를 들고 강하게 말했다.
“모든 것은 나 에드워드 대령이 책임진다. 어뢰를 발사해. 잠수함에 있는 모든 어뢰를 연속으로 모두 발사하라는 말이다!”
이때 잠수함에 있던 사람들이 무언가를 보고 신음을 흘렸다.
-오 하나님.
러시아 과학선을 보았는데 거대한 검은 손이 하늘 높이 점점 치솟아 올랐다. 안개 위로 올라가 손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손이 그대로 쓰러지면 우리가 있는 어망 어선까지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쏴! 병균이 우리를 공격한다!”
-저게 뭐야?
“씨발놈아! 그거 물어볼 시간 있으면 빨리 쏴! 잠수함에 있는 어뢰를 모두 발사해!”
검은물은 계속 위로 올라 구름을 뚫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조금씩 흔들리며 이쪽으로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간 과학선이 엄청나게 흔들리며,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었다. 그러자 검은 손이 그대로 무너져 과학선 안으로 떨어졌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어뢰다!”
어뢰는 연속으로 과학선에 빨려 들어가 폭발했다.
쾅! 콰쾅~~~! 쾅! 콰콰쾅~~~!! 쾅! 쿠왕~~~!
7번의 화염이 터졌고 검은 손은 불길에 휩쓸렸다. 그리고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퍽! 하면서 터져, 사방으로 검은 물을 튀겼다.
그래서 우리 배에도 불타고 있는 검은 얼룩을 남겼다. 하지만 파도에 씻겨 나가 사라졌다.
‘위스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저것이 뭔가?
반즈가 매고 있는 가방에 이번 실험에 대한 핵심적인 자료가 들어 있었다.
“저것에 대한 데이터를 챙겨 왔다.”
그리고 나의 가슴에 있는 바디캠.
“동영상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우리는 알래스카 기지로 끌려가 격리당했다가 수십 번의 건강진단을 받고 풀려났다.
한 10년은 건강검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탈탈 털었다. 잠자고 있는 사이에 대장내시경까지 했는지 아직도 똥꼬가 쓰리다.
CIA 본부에 있는 사람은 우리가 준 자료와 바디캠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가 타고 온 어망 어선에 붙은 검은물 조각의 검사를 했는데, 지구상의 DNA 구조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미국의 석학들이 이 놀라운 발견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나, 곧 깨달은 것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뭔가 알아내려면 예산&시간이 필요하겠지.
알래스카 기지에서 수원으로 가는 공군 수송기를 타고 내일 돌아가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늘 친구들과 같이 있다가 혼자 있으니 조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새끼들 살아 있나? 러시아 과학선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믿어주려나?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PX에서 사 온 발렌타인 양주를 마시며 영국 축구를 보고 있었다.
이때 반즈가 노크와 함께 들어왔다.
“한가하지?”
“맨유와 맨시티의 경기야. 빅게임이다.”
“만수르 왕자가 구단주이니, 맨시티 팬인가?”
“한국 사람은 맨유지. 박지성의 팀이다.”
반즈가 갑자기 리모컨을 들었다. 그리고 TV를 끄면서 말했다.
“실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하는 거야?”
반즈가 봉투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네가 찾은 그 사람. 러시아 대통령 퍼틴의 측근 안드레이 빅터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지?”
그리고 정리된 문서를 나에게 내밀었다.
안드레이 빅터. 러시아 가스 그룹 회장. 나이는 57세.
유럽으로 들어가는 천연가스의 지배자.
러시아 내에서 이권을 두고 벌어진 각종 범죄의 배후자. 최근 우라늄 개발회장이 자동차와 함께 폭사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다.
그는 퍼틴의 지원과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선을 쥐고 유럽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는 왕과 같았다.
대통령에 가까운 경호.
군사기지 같은 저택.
유럽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자금.
반즈는 알렉산더 빅터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혼자 건드릴 수 있는 사내가 아니다.”
건드리고 싶지 않지만, 그놈을 쓰러트려야 내가 황금인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직 미션이 살아있다. 빅터가 나에게 빼앗아 간 조선과 해운을 찾지 못하면 미션에 실패하는 상황.
나는 눈을 부릅뜨며 사진을 노려보았다.
“상대가 잘 싸운다고 포기한 적이 없다.”
반즈는 만족스러운 얼굴.
“그 자신감 마음에 들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반즈를 바라보았다.
“왜 도와주려 하는 건가?”
반즈가 사진 한 장을 내려놓았다. 러시아 과학선을 배경으로 여러 과학자가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손가락이 한 사내를 가리켰다.
어?
30년 전 사진이었는데, 그곳에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알렉산더 빅터가 있었다.
“우리 CIA가 빅터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웃었다가 표정을 굳혔다.
“관심이 있다면 CIA가 스토커 짓을 하면 되지 않겠어?”
“그런데 그 빅터가 자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나를? 내가 좀 매력적이 있지.”
반즈는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빅터 그 자식은 양성의 취향이 있다는 첩보도 있다.”
나는 와락 인상을 썼다.
“오 씨발. 갑자기 난도가 올라가는데?”
마틴이 웃으면서 한국 속담을 이야기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라는 한국 속담이 있더군.”
반즈가 나에게 초대장을 넘겼다.
‘러시아 경제인 및 투자자 컴퍼런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초대장을 살피고 말했다.
“누가 보낸 건가?”
“빅터에게 적이 있다. 그들이 도움을 청했다.”
“누군데?”
“러시아 석유 일리야 미할로비치 회장.”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좋겠군.”
반즈는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CIA가 뒤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계획은 완벽해.”
“미국 드라마를 보면, CIA의 작전은 늘 실패하던데···.”
“드라마 그만 봐!”
나는 반즈의 자신감 있는 얼굴을 보고 있었다. 병신 같은 표정을 하는 놈을 함부로 믿는 것은 아니다.
CIA의 앞뒤 따지는 방식은 괴산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빅터를 바로 만나보자. 남자끼리 이야기해보고 안되면 그때 바로 다이다이.
이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
나는 반즈에게 유럽행 비행기 표를 받았다.
하하하.
출세했다. 결혼도 하기 전에 유럽을 가다니...
유럽이다!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 도키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