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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34화 (134/188)

134화

이제 유령선이 된, 러시아 과학선 ‘아카데미 블라코프.’

이 빌어먹을 유령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쌍끌이 어망 어선.

과학선 후미에 있는, 어망 어선을 타고 과학선에서 멀어지면, 가까이에 있는 미 핵잠수함 ‘위스키’와 연락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탈출 루트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동안,

요원은 이 과학선에서 진행했던 ‘퍼스트 셀’이라는 ‘우주에서 온 세포 배양 자료’를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엄청난 값어치를 가지는 이 데이터를 챙길 방법을 모색했다.

일단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챙기려고 했으나, DB가 따로 있는지 콘솔 밑에는 아무런 기록장치가 없었다.

요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도 아쉽군요.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데이터인데요.”

반즈가 인상을 썼다.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지 마. 지금 노벨상이 문제야?”

“그래도, DB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반즈는 도끼 눈을 떴다.

“좋아. 우리만 탈출할 테니, 너는 이곳에서 천천히 D.B를 찾아보고 와. 왜 출근 못 하는지 내가 잘 이야기해 둘게.”

요원은 억울한 표정이 되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무섭게 하십니까?”

나는 우주 세포 따위는 조금도 관심 없다. 이 배에서 나가고 싶을 마음뿐.

집으로 돌아가 내방의 푹신한 침대에서 다음날 점심까지 자고 싶었다.

그래! 빨리하고 집에 가자!

나는 지도를 보면서 쌍끌이 어망 어선으로 가는 길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다.

이때 반즈가 조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망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확실히 ‘위스키’와 연락이 될까?”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내가 확실하다고 말하면 하면 무조건 믿을 건가? 그렇다면 확실하다고 말해주지.”

반즈는 어두운 얼굴로 주변의 미친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망 어선은 이 과학선 보다 훨씬 작고, 동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위험할 거야.”

나는 품속에 지도를 챙겼다. 그리고 반즈가 요원에게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하버드 요원과 이곳을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내가 먼저 나가서, 자네 상관에게 오늘 일을 잘 이야기 해주지.”

반즈는 인상 쓰며 시선을 주었다.

“왜 이렇게 막무가내야? 위험 요인을 미리 고민해 보자는 거 아니야?”

나는 자신감이 있는 눈빛을 보였다.

“정면 돌파. 이것이 괴산식 해결 방법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지.”

“우리는 이곳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러면 더욱 그 방법뿐.”

지금까지 모든 일을 능동적으로 움직였을 때 성공확률이 높았다.

내가 먼저 자신 있게 걷기 시작했고 요원이 뒤를 따랐으며, 반즈도 투덜거리며 쫓아왔다.

지하 1층 식당을 지나, 중앙 계단을 통해 지하 연구동으로 내려가는 루트.

머릿속으로 길이 그려진다.

그러면 중앙 계단과 연결된 실험실로 들어가는 문이 보일 것이었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20개의 실험실이 있고 이곳을 모두 지나면. 지하 3층에 있는 도크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 끝에 도크가 있고,

그 안에 정박해 있는 어망 어선을 타고 탈출하면 끝.

생각보다 간단하다.

20분이면 탈출 가능!

참 쉽죠~

“가자.”

1층 중앙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오니 미세하게 비상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조류발전으로 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인가? 하지만 전기는 매우 미약했다.

일단 지하 1층 식당. 입구부터 섬뜩하다.

식당 입구에 누군가가 쇠막대를 찔러 넣었다. 마치 식당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나는 과감하고 시원하게 쇠막대를 뽑았다. 생명체가 있을 수도 없고, 병균도 없다. 겁내야 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야 지하 3층 도크로 가는 길이 열린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해골이 우르르 쏟아졌다.

나는 깜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식당 입구 앞에, 20여 구의 백골화 된 시체가 보였다. 대부분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이곳의 연구원.

밥을 먹다가 바로 죽은 듯 의자에 앉아 있는 해골도 많았다.

볼리비아 학살 현장 6곳을 확인할 때도 겁먹지 않았는데, 반즈는 덜컥 겁이 났다.

도대체 죽은 원인이 뭘까?

나는 반즈를 보며 물었다.

“카드 치다가 죽은 놈들과 같아. 제대로 대응도 못 해보고 죽었어.”

반즈는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문을 잠근 것으로 보아, 바깥에서 식당 안쪽을 격리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안쪽에 뭔가가 있었던 모양이지.”

나는 백골화 된 시체를 보며 인상을 썼다.

“혹시 병균? 그래서 강제 격리를 하려고 했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요원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1963년 미국 요크 과학선에서 전염성이 엄청난 신형 탄저균이 유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에서 구조 신호를 보냈는데, 대통령의 명령으로 과학선을 폭파한 적이 있습니다.”

씨발. 그 이야기를 왜 지금 해 주는 건데?

나는 혀를 차며 요원을 바라보았다.

“눈치 없다는 이야기 들어보지 않았나?”

“눈치요?”

“과학선이 폭파되었다는 이야기를 지금 할 필요 있나?”

“아··· 죄송합니다. 말하는 타이밍이 좀 그렇네요.”

“우리 서로 밝은 이야기만 하자고.”

식당에는 출입구가 3곳이나 더 있었는데 그곳에도 해골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반즈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먹을 것을 찾고 갈까? 그냥 갈까?”

나는 와락 인상을 썼다.

“30년 된 음식을 먹을 정도로 비위가 좋지 않아.”

이때 누군가 날카롭게 고함을 지르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바람 소리 정말 지랄 맞네.”

반즈가 손가락으로 실험실 입구를 가리켰다.

“여기가 실험실 입구야.”

“맞는 것 같군.”

내 머릿속에 있는 지도에도 실험실 입구가 맞다.

“선두에 서. 반즈. 내려가자고.”

우리는 지하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실험실은 크게 동물/식물 실험실로 나뉘어 있었다.

실험실의 식물들은 이미 모두 말라 죽어,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동물 실험실에는 각종 동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케이지가 있는데 그 안에 뼈만 남아 있었다. 동물들은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자 굶어 죽었을 것이다.

반즈가 혀를 차며 말했다.

“불쌍하게 되었군.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면 우리도 같은 신세가 될 수 있어.”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반즈.”

반즈는 정색한 얼굴로 주변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여기는 정말 이상해.”

“이상한 것이 한두 개야?”

“그중에 정말 이상한 것은 배 안에 쥐나 곤충이 없다는 것이다. 버려진 배에 바퀴벌레가 없었던 적이 없어. 원래라면 이곳은 바퀴벌레 천국이어야 맞아.”

나는 제대로 인상을 쓰며 말했다.

“바퀴벌레 천국? 나를 제대로 찔렀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때 요원이 가방에서 초코바와 생수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배가 든든해야지. 마음이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초코바를 단숨에 씹어 삼키며 말했다.

“그래. 마음이 어두워지기 전에 밖으로 나가자.”

반즈는 조타실에서 발견한 아주 오래된 보드카 병을 따더니 조금 맛을 보았다. 그리고 괜찮은지 몇 모금 마셨다.

“크··· 죽이는군. 배속이 화끈하다.”

나는 반즈가 넘긴 보드카를 거부했다.

“보드카는 나랑 안 맞아.”

“전에 러시아에서 1년쯤 근무를 했지. 그랬더니 보드카 맛을 알아 버렸어.”

“그런데 왜 러시아 말을 하나도 몰라?”

반즈는 쓴웃음을 지었다.

“작전에 실패하고 유배 갔을 때라, 술과 여자만 탐했다. 욕 몇마디 정도는 할 줄 알아.”

“인생의 황금기였군.”

“러시아는 달러만 있으면,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야.”

“골든보이면 ‘황제’가 될 수 있을까?”

“충분하지.”

우리는 주변을 살피며 복도를 뚫고 가다가 중앙 실험실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중앙에 제법 거창한 밀폐실험실이 보였다.

실험실 중앙에 놓인 검은 액체가 들어간 유리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실험 도구들이 검은 액체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반즈가 조심스럽게 검은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 케이스 근처에 갔을 때,

!!!

갑자기 유리 케이스 안에 있는 검은 물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마치 반즈를 덮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반즈는 놀라 엉덩방아를 찌며 넘어졌다.

“제길. 이건 뭐야?”

놀란 반즈가 권총을 쏘려 할 때,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위로 올렸다.

“쏘면 안 돼!!!”

유리 케이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총으로 쏘았다가 케이스가 부서지면, 이 미지의 생명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나는 매서운 눈길로 반즈를 바라보았다.

“저놈은 ‘질병’이나 ‘독’일 수 있어.”

반즈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 조금은 차분해졌다. 유리 케이스 안에서 검은 물체가 나오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실험실 안 케이스가 8개나 되는데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그것 하나뿐. 나머지는 검은 가루가 되어 있었다.

요원은 주변을 살피다가 책상 위에 놓인, 실험 일지를 찾았다.

하지만 러시아말.

아무리 하버드 출신이라도 과학적 어려운 단어가 있는 보고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중간에 사진이 많았는데, 가장 놀란 페이지는 검은 물체가 사람 얼굴을 덮고 있는 사진이 있는 곳이었다.

러시아 과학선에서 인체 실험을 한 증거.

그 사진 하단에 ‘태워야 해!’라는 간단한 러시아 글이 있었다.

요원이 중앙 실험실 콘솔에 전기가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몇 번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동영상을 찾았고, 플레이했다.

검은 젤리 같은 액체가 묶여 있는 사람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피실험체 젊은 여인은 그것을 보고 온몸으로 발버둥 쳤으나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 옆에 있는 피실험체 젊은 사내는 비교적 냉정하게 온몸에 힘을 주며 자신을 묶고 있는 벨트를 힘으로 풀려 했다. 하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검은 젤리가 먼저 선택한 것은 ‘여인’.

그놈은 미끄러지며 여인 쪽으로 다가가더니 천천히 몸을 타고 올라갔다. 여인이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 쳤어도 천천히 올라가 여인의 얼굴을 서서히 덮었다.

여인은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온몸을 떨다가 늘어졌다.

여인 얼굴에서 뭔가를 한참 확인하던 검은 물체는 여인의 귓구멍 속으로 검은 팔을 넣더니 뭔가를 빨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자의 얼굴이 이상하게 찌그러졌고, 검은 물체는 입으로 나와, 갑자기 2개로 분리되었다.

분리된 검은 물체는 옆에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초인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던 사내도 여자가 비참하게 죽자, 패닉을 일으키며 온몸을 비틀었다. 금방이라도 구속 장치가 부서질 것 같았다.

검은 액체가 순간 사내의 입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그것을 뱉으려고 했으나, 이미 늦어 있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죽었고, 곧 눈동자 전체가 새까맣게 변하고 전체적으로 얼굴이 검게 변했다.

나머지 검은 젤리가 유리 벽 밖의 과학자들에게 덤벼들었다.

이때 과학자가 버튼을 누르자 안쪽은 점점 차가워졌고 모든 것은 얼음으로 변했다.

우리 셋은 그것을 보고 너무도 놀라 말을 하지 못하다가, 바로 옆 유리케이스 안에서 아직도 꿈틀거리는 검은 액체를 보았다.

반즈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저 검은 식인종이 우주에서 온 세포인가?”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경악했다.

“이 빌어먹을 것이 사람을 공격했어. 그리고 분열했다.”

“정말 오래된 자료이니···. 유리병 안에 수십 년을 갇혀 있었을 텐데,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지?”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반즈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부터 화성 탐사 반대다. 우주 쇄국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겠어.”

“나도 동감이야. 지구인끼리도 복잡한데, 우주인까지 더해서 어렵게 살 필요 없지.”

“그런데 이 검은 젤리를 어떻게 하지? 반드시 파괴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라이터를 켜서 가까이 가져가자, 검은 물체가 반대편 벽으로 피했다.

“불태워야지.”

요원은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우주 생물학 역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거대한 발견입니다. 외계인이 있는지, 인류의 탄생뿐만 아니라,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나는 요원에게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어쩌자고? 이 빌어먹을 검은 식인종을 챙기자고?”

“지금처럼 밀폐된 용기에 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 죽이는 것을 동영상으로 못 봤어?”

“유리 케이스가 있지 않습니까? 조심히 다루면 가지고 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반즈를 보며 인상을 썼다.

“하버드 놈들의 인성이 이상한 거야? 아니면 CIA 인성이 파탄인 거야? 면접 볼 때 미친놈들을 제대로 골라냈어야지.”

반즈는 요원을 보면서 강하게 말했다.

“위험한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요원은 아쉬운 얼굴이었다.

“제가 하버드에서 생물학 전공한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이것은 인류사에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반즈는 요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명령이다. 이 물질은 절대 밖으로 반출하지 않는다.”

요원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나는 힘을 주며 요원에게 말했다.

“에일리언 못 봤어? 쓸데없는 것을 건드렸다가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반즈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가자. 나가서 ‘위스키’에 화염 어뢰를 쏘아 달라고 하면 되겠지.”

“그래. 큰놈으로, 최대한 많이.”

나는 주변 실험실을 확인하다가 말했다.

“이 빌어먹을 배에서 나가자.”

이때 자동 재생으로 다음 동영상이 틀어졌다.

검은 물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선장의 비명 같은 절규가 들렸다.

‘안돼!!!’

선장은 D 레벨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최후의 장치인 살인 가스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러자 부선장이 다가와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 포기하기는 너무 이릅니다.”

선장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선장을 권총으로 쏘았다. 그리고 말했다.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

그리고 배 전체에 살인 가스 살포하는 버튼을 눌렀다.

“우리의 실패를 이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책임진다.”

사방에서 하얀색 가스가 쏟아지고 있었고 연구원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다가 바닥에 쓰러져 죽고 있었다.

선장도 부들부들 떨다가, 방독면을 벗었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나는 그 동영상을 보고 말했다.

“검은 물의 습격을 받아서, 배를 독으로 소독한 것이군.”

요원은 머리를 끄덕였다.

“러시아 과학선에서 가스나 독에 관한 연구가 많았습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반즈. 재수 없는 곳에 오래 있지 말자. 귀신이 붙을 수 있어.”

“그래. 가자.”

이때 요원이 다시 한번 검은 물이 들어 있는 유리 케이스를 보고 있었다.

“그냥 가! 눈길도 주지 마!”

우리는 아쉬워하는 하버드 요원을 끌고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실험실 중앙 복도로 나갔고, 지하 2층 계단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은 ‘모신나강 소총.’

3번 실험실 중앙에 소총이 고정틀에 달려 있었다.

나의 시선은 소총에 박혀 있었다. 손에 총이 있다면 덜 무섭지 않을까? 군생활 할 때 멧돼지가 초소 가까이 왔는데, K2 소총으로 겨누자 마음이 가라앉는 경험을 했다.

“반즈. 저기 소총이 있다. 챙기자.”

반즈도 그것을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3번 연구실로 갔고 공중에 있는 소총을 손으로 집었을 때 갑자기 총알이 발사되었다.

탕!!!

발아래에 투명 줄이 연결되어 있어 그것을 살짝 밀자 총알이 발사된 것이었다.

총알이 앞으로 발사되었는데, 방 안을 튕기며 돌아다녔다. 순간 바닥에 엎드려 눈먼 총알에 죽는 불상사는 피했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랜턴으로 앞을 살폈다. 분명 공중에 아무것도 없는데 총알을 튕긴 것이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은 공중의 철사에 매달려 있는 작은 반지.

보는 순간 이것이 미션에서 나오는 ‘에픽 보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뭐야? 좀 이상한데?”

반즈가 그것을 보며 다가갔지만, 다가갈 수 없는 물리적 에너지 필드가 느껴졌다.

“여기 뭔가 투명벽이 있다.”

요원도 투명벽을 만지며 놀라고 있었다.

“매우 경이롭군요.”

나도 에너지 필드를 느끼기 위해서 앞으로 다가갔지만, 다른 사람과 다르게 나는 손이 안으로 쑥 들어갔다.

끝내 반지를 손으로 잡았다.

차갑고 손을 간지럽히는 느낌. 미묘한 바람이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청록색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그랬더니 반지가 좀 많이 컸는데, 놀랍게도 자동으로 줄어들더니 내 손가락에 딱 들어갔다.

놀랍군.

분명 총알이 발사되었고, 그것을 튕겨 내는 것을 보았다.

‘반탄 반지’

나는 소총을 들고 나에게 총을 쏴 볼까 생각하며, 살짝 빗나가게 겨냥했는데 반즈가 갑자기 나의 손을 잡으며 눈을 부릅떴다.

“뭐하는 거야? 자살하려고? 설마 환청이 들려? 그것에 넘어가면 안 돼!”

“뭐 환청?”

“왜 소총으로 자살하려고 그래? 귀신에게 홀린 건가?”

나는 반탄 반지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하다가 입을 닫았다.

“아니야. 총구 안을 확인하려고 한 거야.”

반즈는 눈을 부릅뜨고 나의 어깨를 꽉 잡았다.

“마음 단단히 먹어! 여기서 죽으면 이곳의 유령이 되는 거야.”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가자. 반즈. 지하 3층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주변을 살피고 말했다. 불길하게 하버드 요원이 보이지 않았다

“하버드 요원 어디 갔어?”

반즈가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설마?”

이때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원이 검은 물체가 든 유리병을 챙기려고 하다가 깨트린 것이었다.

반즈는 놀라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악! 미친 새끼!”

나는 앞으로 달려가려던 반즈를 잡고 말렸다.

“가지 마!”

검은 물이 흘러나와 요원을 덮쳤고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쭉쭉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요원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입 밖으로 나오더니 서서히 반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씨발 개새끼!!!”

나는 손에 있는 모신나강 소총을 거꾸로 잡았다. 그리고 막 분리되고 있는 놈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존만한 플라나리아 새끼들이!”

나는 개머리판으로 검은색 물을 내리쳤다.

퍽!!

막 분리된 젤리가 터지면 사방으로 검은 물을 뿜었다.

이때 남은 검은 물이 뛰어오르더니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때 반탄 반지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앞에 흐릿한 무언가가 생겼다.

검은 물은 에너지필드에 가로막혀 튕겨 나갔다.

나는 그 모습에 힘을 얻어, 다시 모신나강의 개머리판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뒤져! 뒤져! 뒤져!”

몸을 부들부들 떨던 검은 물은 그대로 멈췄고, 나는 달려가 그것을 발로 밟아 터트렸다.

“씨발 단세포 새끼야. 이게 괴산 스타일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떴다.

“이래서 내가 과학 시간을 싫어했다니까.”

반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 죽은 건가?”

나는 자신 있게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쌍끌이 어선이 가까이에 있다. 실험실만 통과하면 금방.

“오늘 경기 MVP는 나다! 반즈. 골인 지점이 가까이 왔어.”

나는 손에 있는 반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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