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32화 (132/188)

132화

‘극동함대의 고향.’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다.

과거에는 ‘유럽 발트해 함대’가 러시아에서 가장 대우받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태평양 함대로 그 힘이 넘어오고 있었다.

골든보이를 찾아온 알렌스키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 ‘잠수함 사령관’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민했으며 바닷가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해군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항상 운이 좋은 편이어서,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승진하며 왔었다.

이제는 차기 태평양 극동함대 사령관 후보로 항상 알렌스키가 거론되고 있었다.

일주일 전 ‘대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모든 행운은 주코프 SS 신형 핵잠수함이 행방불명 된 것으로 완전히 끝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

그래도 알렌스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정보를 통제하고 핵잠수함을 잃었다는 사실을 숨겼다. 어떻게든 일을 수습하려고 했으나, 이 난관을 뚫고 나갈 뾰족한 길은 보이지 않았다.

핵잠수함이 없어졌는데, 일개 장군이 수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알렌스키는 자신의 운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독한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다. 신형 핵잠수함을 잃었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고, 그것은 잠수함 사령관인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

이때 기적적으로 길이 열렸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알렌스키에게 너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하늘이 도와준 것처럼 ‘신형 잠수함 설계 결함’ 뉴스가 나온 것이다.

알렌스키는 때를 놓치지 않고 당장 ‘신형 핵잠수함의 실종’을 보고 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은 생겨난 것이었다.

모스크바에서 보낸 ‘사건 조사 위원들’이 태평양 사령부에 도착했다. 알렌스키는 부하들 입단속을 하며, 핵잠수함의 실종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문서를 준비했다.

하지만 ‘사건 조사 위원들’은 핵잠수함의 실종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사라진 핵잠수함이 어디 있는지만 집요하게 심문했다.

지금까지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건을 빠르게 덮는 것이 기본적인 일 처리 방식이었다. 하지만 위원들은 실종된 핵잠수함을 찾으라는 압력만 가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분명 비밀이 있었다.

위원 중 하나를 돈과 여자로 구워삶아 그 이유를 알아냈는데, 잠수함 안에, 러시아 최고 독재자 ‘퍼틴’이 숨겨 놓은 ‘보물’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잠수함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렌스키는 어떡하든 침몰한 핵잠수함을 찾고 ‘보물’을 확보하여 살길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침몰한 핵잠수함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교신이 끊긴 곳을 알고 있다고 해도, 넓고 깊은 태평양 바닷속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이 흐르자, 모스크바에서 다가온 검은 손이, 서서히 자기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퍼틴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알렌스키는 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실종된 잠수함을 찾고 있을 때, 미국에서 은밀한 제안을 했다.

‘골든보이를 아시오?’

당연히 골든보이를 잘 알고 있었다.

북한 잠수함이 핵미사일로 서울을 위협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골든보이의 눈에 우리 러시아 잠수함이 발각된 적이 있었다. 절대 잡을 수 없는 위치였는데, 그가 우리 러시아 잠수함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 골든보이가 잠수함을 수색하는데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고양이 손까지 빌리고 싶은 상황이었으니,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미국의 비밀스러운 손뿐만이 아니라 ‘악마의 손’도 잡을 수 있었다. 그 보물을 찾지 못하면 ‘지옥행’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알렌스키는 골든보이가 잠수함의 위치를 찾으면, 미국에 신형 잠수함 음문과 매뉴얼을 넘기기로 했다.

오늘은 ‘골든보이’를 러시아 땅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날.

알렌스키가 찾아간 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조금 떨어진 고급 주택가 지역.

이곳은 일본이나 한국과 수산물 무역을 하여 큰돈을 번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바닷가에 최신형 어선이나 요트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거대한 어선이 있었다. 대형 참치잡이 어선이 있었는데, 매우 커서 소형 헬기가 한 대 올라가 있을 정도였다.

태경이가 말하기를, 대포만 하나 올리면 군함이라 해도 믿을 크기라 했다.

우리는 CIA가 확보한 이 괴물 어선으로 잠수함을 탐사하기로 했다.

그 참치잡이 어선에는 나와 수행과 직원들이 승선해 있었다. 직원 15명은 CIA의 도움을 받아 완전무장.

CIA 반즈와 요원 5명도 참치잡이 어선에 승선해 있었다.

알렌스키가 배에 타자 반즈가 악수를 청하며 가볍게 인사했다.

하지만 알렌스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둘렀다.

“어서 출항합시다. 시간이 없어요.”

알렌스키가 배에 타기 무섭게 바로 출발했고 신형 잠수함이 실종되었다는 구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두운 표정의 알렌스키에게 물었다.

“잠수함 안에 승조원이 살아 있을 확률이 있습니까?”

그는 단호하게 머리를 저었다.

“그 차가운 물 속에서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바다사자도 얼어 죽을 정도입니다.”

“유감이군요.”

알렌스키도 나를 바라보며 강한 눈빛을 보냈다.

“골든보이의 명성대로 잠수함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나의 자신감 있는 표정.

“느낄 수 있는 탐지 거리 ‘안쪽’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알렌스키는 갑자기 표정을 풀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탐지 범위는 얼마나 됩니까?”

“직접 확인하시지요.”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에드워드 대령만 믿겠습니다.”

알렌스키는 조타장치 컴퓨터 앞으로 이동하여, 익숙하게 자동운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리고 좌표를 입력하고 배의 목적지와 루트를 설정했다.

목적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최고 속력으로 달려도 무려 하루 반나절이나 걸리는 거리.

목적지는 오호츠크해와 캄차카반도 그리고 베링해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악마가 노는 바다.

배를 씹어 먹는 땅.

실종된 어부의 피와 살로 게가 살찌는 곳.

신이 버린 바다.

베링해의 파도는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참치잡이 어선은 거대한 배였지만,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는 종이배처럼 크게 흔들렸다.

뱃멀미하지 않는 UDT 출신 경복이가 멀미로 고생할 정도였다.

극한의 직업을 보면 베링해 게잡이가 왜 항상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지 공감.

이런 곳을 배로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번 일에 동참하는 것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뒤졌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군용기의 비행은 러시아 위원들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었다.

고생하더라도 어선을 타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갑자기 배가 속력을 줄였다. 그리고 알렌스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가 신형 잠수함이 신호를 보낸 마지막 지점입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여기에 실종된 핵잠수함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바로 수색이 시작되었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바닷속을 살피기 시작했다.

배는 엄청난 파도를 뚫고 돌아다녔고, 나는 계속해서 바닷속을 보았다. 보이는 것이 많이 있었는데, 딱 봐도 가라앉은 어선들.

사진으로 본 주코프 신형 잠수함은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단숨에 구분되었다.

반나절을 파도와 싸우고 확신했다. 이곳에는 잠수함이 없었다.

“이곳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알렌스키가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없나요?”

나도 인상을 쓰며 주변을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잠시만요.”

이때 멀리 잠수함 형체의 뭔가가 보였다.

“여기서 동남쪽 방향. 300m. 잠수함의 형태가 확실합니다.”

알렌스키는 아까부터 나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바뀌었다. 누구보다 잠수함이 발견되기를 바랐을 텐데 조금도 기뻐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나만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 갑시다.”

알렌스키는 마른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7년 전에 침몰한 636급 잠수함 캄차카입니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차가운 눈길로 물었다.

“설마. 내 능력을 확인한 것입니까?”

“확인하고 넘어갈 일이었습니다.”

나는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멀미 때문에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습니다.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군요.”

알렌스키는 조금은 나를 믿는 얼굴이 되었다.

“유감입니다. 에드워드 씨.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혀를 차며 알렌스키를 노려보았다.

“목숨줄이 위험한 것은, 내가 아니라 장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한 번 더 이따위 짓을 하면 그대로 철수하겠습니다.”

“미국이 가짜를 데리고 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했습니다.”

“마지막 경고를 하지요. 알렌스키 씨.”

배가 다시 출발했고 파도는 더욱 강해졌다. 파도가 배를 단숨에 집어삼킬 정도. 어떤 파도는 쓰나미가 애교로 보일 정도로 거대했다.

이제 목적지까지 대략 30분 정도 남았다.

사실 골든보이가 된 후 몸이 아주 건강해져서 멀미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에 탄 사람 중 절반은 이미 멀미에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있을 때 병문안을 갔다.

태경이는 죽어가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씨발 놈아. 나를 죽여라. 얼마나 남았어?”

한국이랑 호주를 돌면서 사업체를 살피라고 했는데 굳이 따라와서 고생이다.

“왜 왔어? 그냥 한국이랑 호주를 돌지.”

“씨발놈아. 네가 러시아 가면 산지의 싱싱한 킹크랩 왕창 먹을 수 있다고 했잖아.”

“중요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듣고 그런 말만 귀담아들었냐?”

“킹크랩 내놔.”

“가는 길에 게잡이 어선 만나면 도매가로 사즐게.”

경복이도 옆에서 끙끙 앓다가 말했다.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놀다 가자.”

“죽어간다며 노는 것을 생각할 정신이 있냐?”

“러시아는 나의 정신적인 고향이다. 당연히 고향 방문해야지.”

나는 쯔쯔쯔 혀를 차며 말했다.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집안 어른들이냐? 문안드리게?”

“러시아와 문화교류를 하려는 나의 의지다. 우리가 아직 외교관 신분이지 않냐?”

“외교관 여권 만료되었어.”

“마음속으로, 나는 아직 외교관이다.”

“네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상세히 정리해서 오츠에게 메일로 쏴 주지.”

경복이가 눈을 번쩍 크게 떴다.

“붕우유신! 친구 간에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 몰라?”

“벗 ‘붕’!! 믿을 ‘신’!! 그래서 ‘붕신’이다. 이 자식아!”

경복이가 몸을 일으켰다가, 이대로 누웠다.

“멀미만 없었어도, 너를 베링해의 총각 귀신으로 만들었을 거다.”

이때 알렌스키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강하게 들렸다.

“에드워드 씨! 최종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미친 파도가 치는 바다 한복판이었다.

“여긴가요?”

“확실히 이곳입니다.”

나는 살짝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믿습니다. 알렌스키 씨.”

“여기가 마지막 교신을 한 포인트입니다.”

한 시간쯤 주변 바다를 살피며 잠수함을 찾았더니, 이제 나까지 멀미가 오는 것 같았다.

이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헬기였다.

“저기 헬기가 있습니다. 헬기를 타시지요. 배로 탐색하는 것은 너무도 비효율적입니다.”

알렌스키는 잠수함 함장답게, 비행기나 헬기를 극도로 싫어했다.

“저 헬기는 탈 수 없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고장이라도 났나요?”

알렌스키가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얼굴이었다.

“이륙은 가능한데···. 착륙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파도치는 바다에서 착륙할 수 있는 파일럿이 있습니까?”

반즈가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쪽에 헬기 파일럿은 있는데, 이 상황에 착륙 가능한 놈인지 모르겠네.”

나는 강하게 말했다.

“탐색 효율이 너무 안나. 헬기로 한꺼번에 돌아보자.”

“착륙은?”

“힘들면 낙하산이라도 타고 뛰어내리지 뭐.”

“헬기는 일회용으로 버리고, 몸은 저 차가운 미친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가겠다고?”

“미군 수송기에서 이미 바다로 뛰어내려 봤다. 빨리 한 번에 끝내자.”

반즈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네 몸뚱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미국 중요 전략자산 top20 안에 들어간다고 했잖아.”

“그 전략자산이 멀미 때문에 죽겠다고. 돌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다.”

“돌아가는 것은 안 돼.”

반즈가 헬기를 몰 수 있는 요원에게 착륙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사실. 내가 보기에 이 요원도 멀미 때문에 정상이 아니다. 공중으로 뜨면 멀미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끝내 잠수 슈트와 휴대용 산소통, 구명조끼, 탐조등, 적외선 발신기 등등을 착용하고 헬기에 타기로 했다. 정말 바다로 뛰어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입은 장비였다.

알렌스키는 자신도 타고 싶어 했지만, 고소공포증으로 도저히 탈 수 없었다.

“부탁합니다. 에드워드 대령님.”

CIA 요원 파일럿이 겨우 헬기를 이륙시켰다. 파도 때문에 이륙도 못 하고 물속으로 들어갈 뻔했지만 겨우 하늘로 오를 수 있었다.

반즈와 나는 겨우 숨을 돌렸고 파일럿은 자신감 있는 웃음을 보였다.

3시간 동안 바다를 수색했다.

그동안 확인한 것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어선 58척. 정말 많은 어부가 베링해에서 어업에 종사하다가 죽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다를 살펴도 주코프 신형 핵잠수함을 찾지 못했다.

대신 금괴가 있는 어선을 발견했는데 좌표만 찍어 놓았다. 마약 밀수선일까? 위치를 알아도 이 미친 바닷속으로 들어가, 저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깔끔하게 포기.

마지막 예비 연료를 주유하고 파일럿이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마지막 1시간이 남았습니다. 30분 수색하고 배로 돌아가겠습니다.”

반즈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

이때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엄청나게 긴 금속 형태. 그 모양이 기역 자로 꺾여 있었다. 잠수함이 폭발하며 깨진 것일까?

나는 다시 한번 신형 핵잠수함의 사진을 자세히 확인했다.

그랬더니 물속에 있는 구조물의 외형과 거의 비슷했다.

나는 강하게 외쳤다.

“여기야! 여기에 목표물이 있다.”

반즈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여기에 있어?”

“그래. 여기에 핵잠수함이 침몰해 있다. 일단 대충 길이가 맞아. 정말 축구장 크기만 하다. 이렇게 큰 다른 것이 있을 수 없겠지.”

반즈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 눈에는 그저 미친 파도가 치는 바다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헬기를 조종하는 요원에게 말했다.

“방사능 탐지기 내려!”

“탐지기 내립니다!”

조종사가 방사능 탐지기를 내렸고, 방사능 검출 반응이 강하게 나왔다.

그러자 요원이 놀라며 말했다.

“방사능 반응이 검출되었습니다. 이 아래 원자력 잠수함이 좌초된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아래에 보이는 것을 자세히 그렸다. '기역' 자로 꺾여진 잠수함의 동체를 그렸다.

기역 자로 꺾여진 곳 안쪽에 반짝이는 금빛.

이것이 혹시 퍼틴의 ‘보물’일까? 이렇게 강렬한 금빛이라면, 이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CIA 반즈가 위성전화기를 들더니 ‘위스키’에 이곳에 관해서 설명하고, 내가 그려준 그림을 이미지로 보냈다.

‘위스키’는 미국 공격용 잠수함으로 베링해에 들어온 후 우리 참치잡이 어선을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가 준 좌표와 이미지가 위스키를 통해 워싱턴으로 넘어갔고 바로 확인 작업 명령이 내려왔다.

20분 만에 미국 잠수함이, 이곳에 침몰한 러시아 신형 핵잠수함을 확인했다. 워싱턴에서 기뻐하는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미국이 핵잠수함의 위치를 확인했으면 나의 임무는 끝난 것.

이때 헬기 조종사 요원이 우리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연료가 얼마 없습니다.”

반즈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일이 끝났으면 돌아가야지. 참치잡이 배니까 가는 길에 참치를 잡아 술안주로 먹자고.”

얼마 후. 워싱턴에서 연락이 왔는데, 잠수함에서 튕겨 나와 해저 바닥에 있던 ‘퍼틴의 금고’를 원격 잠수정을 이용하여 확보.

미군 잠수함 감압실에서 퍼틴의 금고를 바로 열 수 있었다.

금고 안에는 CIA가 좋아할 만한 ‘은밀한 물건’이 아주 많았다.

첫 번째로는 퍼틴이 투자한 5,000억 상당의 비트코인이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있었다. 거래내용과 비밀번호를 모두 확보하고 다시 금고에 넣어 두었다.

중요한 순간에 개털을 만들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놓았다.

두 번째로는 유럽 여러 나라에 차명으로 투자한 주식 계좌 정보가 있었다. 무려 30억 유로(4조)에 가까운 금액.

때가 되면 주식 계좌를 압류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놓았다.

세 번째는 퍼틴에게 살해당했다는 인기 모델 루빈스키의 사라진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금고 안에 있었다. 목걸이에서 퍼틴의 지문이 나왔고 살해 증거가 될 수 있다.

재판장에 세울 수 있다면 ‘살인범’으로 만들 수 있는 결정적 증거.

네 번째는 퍼틴의 건강에 대한 각종문서로, 최근에 백혈구와 적혈구가 줄어드는 희귀병에 걸린 것이 확인되었다. 수술도 했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워싱턴에서는 희귀 췌장암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CIA는 그의 건강을 이용하여 그에게 정치적 개 목걸이를 채울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안에 금괴가 몇 개 들었다. 나의 눈에 밝게 빛나던 그것이었다. 또한 달러, 유로 그리고 권총도 들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살용 독극물도.

모든 것을 순식간에 다 녹화, 복사 및 샘플링 작업을 하고 다시 금고에 넣어 놓은 후 잠수정을 보내서 처음 있었던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았다.

자신의 비밀이 미국에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결정적인 중요한 순간에 꺼내는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워싱턴에서 이번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라 평하고 있었다.

하지만 CIA 반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반즈. 왜 이렇게 표정이 좋지 않아? 큰 공을 세운 것이 아닌가?”

반즈는 쓴 입맛을 다시다가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3차 세계 대전이 언제 일어날 확률이 높은 줄 아는가?”

“3차 세계 대전? 흠··· 미군이 중국에 상륙했을 때?”

“독재자가 죽을병에 걸렸을 때다. 본인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으면, 아주 과감해질 수 있지.”

2차 한국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을 때는 김정은의 권력이 위험해질 때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독재자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매우 위험했다.

“퍼틴이 혼자 죽기 싫다고, 핵을 쏘며 함께 죽자고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오랫동안 퍼틴을 봐왔어.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성격이 변하고 있어. 미친 짓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물이야.”

나는 활짝 웃으면서 반즈를 보았다. 내 알바는 아니다. 러시아라면 미국과 싸워야지.

“퍼틴 정도라면 지구방위대 미군과 CIA가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대한민국은 항상 멀리서 응원할 거다. 나도 응원하고.”

반즈는 살짝 인상을 썼다.

“남 이야기가 아닐 텐데···.”

“왜 남 이야기가 아니야? 아주 먼 이야기지.”

“퍼틴 측근을 잡는다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내가 언제 그랬어?”

반즈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자네가 나에게 알아보라고 한 러시아 사람이 있지 않았나?”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설마 그 사람이? 퍼틴의 측근인가?”

반즈의 품에서 나온 사진 한 장이 나의 손에 쥐어졌다.

“퍼틴 측근의 이름이 안드레이 빅터야. 러시아 가스 재벌이지.”

“안드레이 빅터···.”

“일단 자세한 것은 태블릿을 보면서 이야기하지.”

이때 헬기를 조종하는 요원이 극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참치잡이 모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즈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 무전은? 무전을 해봐.”

조종하는 요원은 더욱 당황하며, 통신 기계를 만지고 있었다.

“갑자기 무전 기계가 먹통입니다.”

반즈는 강력한 위성 전화를 이용하여 바다 아래 있는 미군 핵잠수함 ‘위스키’와 교신했다.

“여기는 골드, 여기는 골드, ‘마더’를 찾을 수 없다.”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 골드의 위치가··· 어디···. 칙칙칙.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반즈의 표정이 극히 어두워지며 말했다.

“교란을 일으킬 정도면 최소 이지스함 정도인데···. 러시아 놈이 지켜보고 있는 것인가?”

헬기를 운전하는 요원이 말했다.

“이 근처에 어느 나라 군함도 없었습니다. 첩보위성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거야?”

“뭐가 어쨌든 간에 5분 안에 착륙하지 못하면···. 베링해 바닷물 온도를 몸으로 확인해야 할 겁니다.”

반즈입에서는 욕이 강하게 튀어나왔다.

“fuck! fuck! fuck!”

이때 ‘위스키’ 미군 핵잠수함에서 마지막 교신이 날라왔다.

-여기는 위스키. 그쪽으로···. 칙칙칙- 미확인- 치칙칙- 접근 중···.

나와 반즈는 눈이 마주쳤다.

미확인 물체 접근 중? 그럼 UFO? 뭐가 오고 있는 거지?

이때 미션이 떴다.

<<긴급 미션>>

<<황금인은 태초의 비밀을 확인하라.>>

<<러시아 과학선 아카데미 블라코프 함의 비밀을 확인하라.>>

<<'에픽' 보물을 확보하라.>>

<<경고: 배 안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때 헬기를 운전하는 요원이 눈을 번쩍 떴다.

“저기 배가 있습니다.”

멀리 러시아 과학선 ‘아카데미 블라코프’함이 눈앞에 보였다.

크루즈 선같이 거대한 배였으나, 전깃불 하나 들어와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령선. 버려진 지 30년은 족히 되어 모였다.

이런 씨발.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웃음을 지었다.

피할 수 없으면 정면으로 박아야지.

나 괴산 사람이야!!!

헬기는 빠르게 러시아 과학선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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