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31화 (131/188)

131화

‘빌딩을 뚫고 들어온 참치잡이 어선.’

이 정도라면 세계 토픽 뉴스감이었으나, 눈앞에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지금.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지직 우지직.

빌딩에 박혀 있던 참치잡이 어선은 위에서 내려치는 급류를 맞더니 ‘우두둑’ 소리와 함께 건물 일부분을 부수며 어딘가로 휩쓸려 사라졌다.

참치잡이 배가 빠지자 건물이 살짝 흔들렸는데, 뚫린 구멍으로 급류가 휘몰아쳤다.

“계단에 누워있지 말고, 위로 올라가자!”

우리가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던 곳을 검은 악마의 혓바닥이 핥고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그것을 피했다.

다행히 3층 높이부터는 더 이상 검은 물이 올라오지 않았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위로! 위로! 그래도 모르니 일단 한층 더 올라가자.”

우리는 계단을 타고 4층 입구를 열었다. 놀랍게도 이곳은 ‘소니’ 매장. 4층은 컴퓨터가 가득한 곳이었다.

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투명창으로 참치잡이 배가 건물을 뚫고 들어온 것을 다 보았다. 그래서 우리를 마치 영화에서 나온 사람들처럼 바라보았다.

일 년 뒤, 술자리에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뻥 치지 말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태경이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파도가 바로 아래층에 있다. 더 올라가자.”

나도 같이 주변을 살폈는데 아직 불안하다. 3층은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그래. 더 올라가 볼까?”

우리는 5층 매장으로 올라갔다. 오디오, 가스레인지, 청소기 등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가전이 있는 층. 그곳을 관리하는 여직원이 탈진해 있는 사츠코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사츠코! 괜찮아? 여기는 어떻게 왔어?”

사츠코는 친구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친구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사츠코를 안아주고 큰 수건으로 어깨를 덮어줄 뿐이었다.

우리도 사츠코의 친구 덕에 따듯한 커피를 한 잔씩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사츠코의 친구가 나에게 커피를 따라주다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혹시 골든보이님 아니신가요?”

나는 일본말을 모른다.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마시고 한마디 했다.

“아. 따뜻해서 좋군요.”

그리고 여기가 일본인 것을 깨닫고 말을 이었다.

“아리가또. 아리가또.”

이때 헬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나는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일단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나는 사츠코 친구를 보면서 말했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NO 엘리베이터!”

그리고 친구는 계단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 전기가 안 들어오지. 사람이 탈진되면 기본적인 판단력이 흐려진다. 당을 보충하고 정신을 차리자.

사츠코 친구가 타준 진한 설탕 커피를 한잔 더 마셨다. 눈에 조금은 힘이 들어오는 느낌. 나는 억지로 힘을 내며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곳까지 올라갔는데, 그곳은 10층. 이벤트 홀 및 전망대 겸 커피숍이었다. 이곳에서는 궁고항을 360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참상을 눈으로 보고 충격을 받았다.

!!!!

궁고 항구가 거의 바다에 잠겨 3층 높이 이상의 건물만 머리가 보였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에 휩쓸려 있었다.

바다에서는 아직도 해일 밀고 들어오고 있었고 검은 물은 끝도 없는 탐욕을 보이며, 궁고항 뒤로 펼쳐진 대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검은 물은 도망치던 자동차 10대를 집어삼켰고, 사거리 주유소도 먹어 삼켰다.

이때 주유소가 폭발을 일으켰고 물 위에 뜬 기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태경이가 놀란 얼굴로 한곳을 바라보았다.

“저거 항공모함 아니냐?”

이때 눈이 들어온 것은 미군 항공모함.

나중에 확인했더니, 항공모함이 아니라, 상륙함이라 부르는 헬기항모였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눈에는 너무도 거대하여 항공모함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항공모함을 보기 위해 창가로 모여들었다.

“미군 항공모함이 왔다!!”

선 대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령관께 연락해 보시지요. 체면 차리지 말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사령관에게 전화하려고 했으나 통화권 이탈이었다.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일단 살았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다음부터는 비싸더라도 위성 전화를 들고 다녀야겠네요.”

나는 커피숍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안달복달해 봤자 짜증만 난다. 이럴 때는 느긋한 마음을 먹고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에 좋다.

커피숍 종업원이 있었으면 비싸더라도 생과일 주스를 주문하고 싶었다.

이때 나의 눈에 우리를 태워준 러시아 선원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땡큐 Bro~”

우리는 전쟁터에서 만났던 전우처럼 악수했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말로 하지 않는다. 품속에 있던 엘리자베스 금화 하나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1억에 가까운 물건. 나의 마음이 조금은 닿았을까?

“선물. present!”

러시아 선원은 좀 놀랐다가, 금화를 손에 쥐고 활짝 웃었다.

“Thank you. Thank you!”

러시아 선원이 러시아말로 뭐라고 계속 말했는데, 당연히 고맙다는 말이겠지. 나는 악수를 하며 머리를 계속 끄덕여 주었다.

태경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헬기가 온다!”

이때 미군헬기모함에서 연속해서 헬기가 발진했다.

나이 든 직원이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하자,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몰렸다.

하루마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헬기를 타기 위해서 옥상으로 올라간다고 하네요.”

“우리도 따라 올라가자.”

거의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헬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명은 목놓아 울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얼굴.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을까? 힘들겠지만 스스로 이겨 낼 수 있기를 바랐다.

미군 헬기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내가 여기 있는지 모르니, 지나가는 것이 당연.

오늘 안에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더욱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노력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내일 아침이면 쓰나미가 빠지고 걸어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이때 미군 헬기가 크게 돌더니 바로 이쪽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우리의 건물 위에 멈췄다.

미군 하나가 사람들을 쭉 훑어보다가 갑자기 손짓하자 3명의 대원이 레펠을 하며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자 일본 사람들이 놀라 뒤로 물러나며 공간을 만들어줬다.

미군 대위 하나가 사진과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녔다. 그리고 곧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눈을 크게 떴다.

“에드워드 대령님 되십니까?”

“내가 에드워드 대령이오.”

대위는 거수경례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모함으로 모시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소.”

“사령부에서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보고, CIA 반즈의 얼굴이 떠올랐다. 머리를 끄덕이고 내 주변에 몰려 있는 동료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와 함께 온 사람들과 가겠소.”

대위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다른 인원에 대한 명령은 없었습니다.”

나는 강한 눈빛으로 대위를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나중에 가지.”

“대령님. 장군의 명령입니다. 가셔야 합니다.”

“장군님께 다시 전화해서, 직접 내 엉덩이를 걷어차러 오시라 하게.”

대위는 장군과 대령의 사이에 끼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머리 위에 떠 있는 미군 블랙호크를 보았다. 여기는 나, 태경, 하루마, 사츠코, 미나, 선 대위. 총 6명밖에 되지 않는다. 블랙호크 기동 헬기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태우고도 여유가 있다.

나는 강하게 대위에게 말했다.

“자리가 충분한데 왜 안 태우나? 블랙호크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잠깐 고민하던 대위가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와이어를 내려서 미나, 사츠코, 하루마, 태경의 순서로 태우고 마지막으로 나와 선 대위가 헬기에 올라탔다.

“일행은 더 없습니까?”

“6명이 전부요.”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을 뿐, 이쪽으로 다가와 태워 달라고 하지 않았다. 소니 매장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쓰나미가 얼마 후 물러날 것이라는 사실도.

이때 무전 연락을 받은 대위가 군용전화를 나에게 넘겼다.

“아프간 러셀 사령관이십니다.”

나는 헬기가 시끄러워 큰 소리로 말했다.

“에드워드입니다. 사령관님.”

-정말 해일이 있다고 하더군. 어떻게 안거야? 자네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혹시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능력이 있는가?

“저를 믿고, 항공모함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군이 지금 많은 사람을 살리고 있습니다.”

러셀 사령관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네에게 배팅하면서 정치적으로 입지가 더 섰네. 내가 도박에 운이 있는 모양이야.

“골든보이와 함께하면 늘 행운이 있지요.”

-주일 함대 사령관 워커를 한 방 먹였지. 하하하 아주 시원해.

나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았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합니다.”

-워싱턴의 긴 다리가 워커를 구둣발로 찼네. 아마도 주일 미군 함대 전체가 움직이고 있을 거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자연재해입니다.”

-유감이군. 나도 곧 일본으로 넘어가지.

헬기가 날아올랐고 상륙함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헬기의 창문 밖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육지인지 바다인지 구분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중간 중간에 올라와 있는 3층 높이의 건물이 아니었다면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때 ‘금빛’이 눈에 스쳤다.

궁고 항구 외각의 한 학교가 물에 잠긴 것이 보였다. 2층 건물이 거의 물에 잠겨 있었다. 그 건물 안에서 황금빛 몇 개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시체가 물에 떠서 움직이는 끔찍한 상상을 했다.

어떻게 할까? 만에 하나라도 살아 있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앗!!!

자세히 황금빛을 확인하니 물의 방향을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를 쓰고 창문 쪽으로 이동하다가 뒤로 밀린다.

나는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폰으로 강하게 말했다.

“기장! 저기 학교로 이동해 주게. 생존자가 있어!”

기장이 나를 보지 않고 대위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대위가 나를 보며 말했다.

-더 사람을 태울 수 없습니다. 다른 헬기를 보내겠습니다.

“생존자가 있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군의 명령에 따르세요.

나는 화를 버럭 내며 기장을 바라보았다.

-기장! 명령이다! 당장 학교로 이동해! 확인하고 간다.

대위가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대령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사령관님의 명령입니다. 어서 모함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갑자기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대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름표에 칼슨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령관이 나를 찾고 있어. 분명 그분과 이야기하게 될 거야. 그때 칼슨 대위의 이름을 꼭 이야기하지. 자네 인생이 저 학교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막막하게 될 거야.”

대위는 나의 시선을 피했고 나는 더 강하게 말했다.

“명령 불복종으로 해주지. 강등시키거나, 육군 교도소에 갈 거다. 아니면 사령관과 거래하여 불명예 퇴역 처리하겠다. 모든 것이 힘들다고 해도, 최대한 자네 이력에 상처를 낼 거야.”

대위는 나의 강한 눈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대위는 기장에게 몇 가지 상황을 체크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대령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대위.”

대위는 나의 강짜가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명령에 따릅니다. 골든보이 대령님.

사실 대위도 구독자로, 골든보이가 이렇게 정의롭게 나설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헬기가 낮게 날며 학교를 살폈다. 2층이 거의 물에 잠겨 있었고 교실 문이 닫혀서 학생 20여 명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저기 학생들이 있다! 살아 있어!”

헬기가 가까이 오자 학생들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목소리는 너무도 절박하고 눈물이 가득했다.

나는 크레인에 매달려 학교의 지붕으로 내려왔고, 대위도 레펠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지붕에서 2층 학생들에게 가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장비도 없고 구조자까지 위험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때 눈에 창고 같은 것이 보였다.

나는 대위에게 권총을 빌려 옥상 창고를 막고 있는 자물쇠를 쏘았다.

탕! 탕! 탕!

그러자 자물쇠가 날아가며 창고 문이 벌컥 열렸다. 뭐가 있을까 살피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다리’.

“대위 이것을 2층 창문으로 넣어서 학생들이 잡고 창문까지 오게 만들자.”

내 말뜻을 이해한 대위가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나와 대위는 로프로 몸을 고정하고, 옥상에서 2층 창문으로 사다리를 넣었다. 그러자 교실 안에서 물살을 거슬러 창문 쪽으로 걸어 나올 수 있는 훌륭한 손잡이가 만들어졌다.

나는 영어로 외쳤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손잡이를 잡고 창문 밖으로 나와야 해!”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어도 아이들은 눈치껏 사다리를 잡고 하나씩 창문 가까이 다가왔다. 나와 대위가 창문까지 온 학생의 가슴에 안전띠를 감아 위로 올렸다.

넋이 나가 있는 학생에게 강하게 물었다.

“How many people are inside?”

하지만 학생은 아직 멍한 표정이었다. 몇 번이나 다시 물었을 때 겨우 대답했다.

“17 아니. 18.”

분명 여학생이 있었는데 남자만 나와서 강하게 외쳤다.

“레이디 퍼스트!! 레이디 퍼스트!!”

여자는 사다리를 잡아도 물살을 거스르지 못해 창가로 못 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자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창가로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나와 미군이 지켜보고 있자 남학생들은 패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여학생을 도왔다.

녹초가 되었을 무렵 19명의 학생을 모두 구할 수 있었다.

너무 힘들어 바닥에 누웠을 때, 한 남자아이가 나를 알아보고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골든보이 상?”

나는 겨우 미소를 지으며 홀딱 젖은 한 남학생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때 대위가 학교 지붕 구석에 연막탄을 2개를 던지자 파란색 연기가 올라왔다.

20분쯤 기다렸을 때, 헬기가 3대나 왔고 모든 학생을 태워서 임시 대피소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내가 타고 왔던 블랙호크는 이미 모함으로 이동했고 새로운 헬기가 다가왔다. 나는 와이어를 타고 힘겹게 헬기 위로 올라왔다.

이때 구면의 한 얼굴이 웃으며 아는 척을 했다. CIA 반즈.

“골든 샤먼 아닌가? 지진이 일어날 것은 어떻게 알았나?”

나는 지친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

“남의 장사 밑천을 함부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야. 반즈.”

“내가 궁금한 것은 아니야. 일본 정부가 무척 궁금해하고 있어.”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맨입으로는 어림도 없지.”

나는 항공모함 헤리 투르먼호로 이동했다. 전투기가 출격하는 진짜 항공모함이었는데, 전투기는 모두 격납고에 넣은 것인지 전투기는 한 대도 없었고, 헬기 3대만 착륙하여 연료 보급을 받고 있었다.

“내 사람들은 어디 있나?”

“선실에서 쉬고 있을 거야.”

먼저 그들을 찾아갔는데, 선 대위는 야쿠자에게 총에 맞은 곳에 문제가 생겨서 항공모함 안, 병원에서 다시 수술해야 했고. 미나와 사츠코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태경이는 배정받은 방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이때 CIA 반즈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은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자네 사람들은 잘 있나?”

“함선 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어.”

“많이 다쳤나?”

“크게 다친 것은 아니야.”

“큰일이 없다니, 다행이군.”

나는 긴 한숨과 함께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닷물에 잠긴 궁고 항구를 바라보았다. 쓰나미가 올 것을 알았지만,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재앙을 막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다.”

반즈는 어깨를 으쓱할 뿐.

“그래도 많은 사람이 자네가 울린 쓰나미 사이렌을 듣고 높은 산으로 대피했다. 너의 노력으로 최소 5만 명은 살렸을 거다. 그 정도면 궁고항 인구 중 절반은 살린 거다.”

그래. 다 구할 수 없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구한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나는 반즈가 가지고 온 콜라를 따서 단숨에 끝까지 마셨다. 그리고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높은 분을 만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반즈는 조금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좀 스케줄이 딜레이 될 것 같아.”

“무슨 일이야?”

“높은 분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말이야.”

“나도 바빠···.”

“그냥 일이 아니야. 워싱턴 급의 중요한 일이야.”

러셀 사령관에게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나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반즈는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알려 달라는 러시아 사람의 정보가 필요하지 않나?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벌써 상대를 파악했나? 역시 CIA군.”

“내일이면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인데? 무슨 일을 부탁하려고 그래? 미리 알려줘.”

반즈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내일 오후에 이야기하지. 그때쯤이면 모든 것이 확실해질 거야.”

“뭔가···. 수상한데?”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사실만 알아둬.”

반즈가 나가자, 나도 너무도 피곤하여 식사도 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 났을 때. 태경이는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바디캠의 동영상을 모아서 골든보이 쓰나미 편을 제작하고 있었다.

밤새 제작한 편집본은 그야말로 ‘재난영화’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궁고 항구에서 노는 평화로운 모습이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골든보이가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날 것이라 예고했다.

그리고 구청에서 직원들과 싸우는 장면. 골든보이가 겨우 사이렌 버튼을 눌렀다.

얼마 후 해변에서 바닷가를 보고 있었다. 집채만 한 파도가 항구를 덮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2층 부품 창고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관광지 말과 택시가 쓸려 내려가는 장면도 있었다. 나무 집이 무너지면 사람이 죽는 장면 등은 너무도 리얼하게 찍혀 스너프 필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골목을 참치 배가 뚫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우리는 참치 배로 뛰어 올라탔고 겨우 한숨을 돌리나 했는데, 소니 가전제품 판매 빌딩 정면으로 배가 달려가 부딪쳤다.

마지막에 계단에 누워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전 세계의 모든 뉴스에 쓰나미와 함께 골든보이가 쓰나미를 경고하는 장면이 나왔다.

쓰나미 뉴스를 보고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은 골든보이 채널로 몰려들었다. 쓰나미 콘텐츠는 단숨에 10억 뷰가 찍혔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했다. 골든보이는 어떻게 쓰나미가 일어날 것을 알았는가?

하지만 일본 뉴스에 나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일본 학생을 구하고, 사이렌을 울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돋보일수록 일본 정부가 못나 보이기 때문이겠지.

이때 일본 정부 사람의 전화가 왔다.

-우리 내각에서 이번 쓰나미 재앙의 참고인으로 김성열 씨를 부르려고 합니다.

“안 가겠습니다.”

-저희는 김성열 상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참고인? 청문회라도 할 것인가요? 쓰나미가 일어날 것을 어떻게 알았냐 그것을 심문하려고 합니까? 지금까지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내가 쓰나미를 일으켰다고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네요.”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때 반즈가 왔고 전화기를 넘겼다.

“아프간 러셀 사령관님이다.”

“안녕하십니까? 에드워드입니다.”

-영웅이 되었더군. 나에게 신세 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항공모함을 콜택시처럼 불렀으니 그렇겠지요.”

-돌려서 말하지 않겠어. 작전 하나만 해주게

나는 조금 놀란 목소리가 되었다.

“작전이라니요?”

-자세한 것은 반즈가 자세히 설명할 거야.

반즈가 나를 항공모함의 대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안에는 덩치 좋은 털북숭이의 백인이 양복을 입고 서 있었다. 그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에드워드 대령. 나는 러시아 해군 준장 알렌스키라고 합니다.”

“러시아 해군이라고요? 무슨 일입니까?”

알렌스키가 스크린에 잠수함 사진 하나를 띄웠다.

“알렉산더 주코프 SS 신형 핵잠수함입니다.”

러시아의 ‘숨겨진 칼날’이라 이라 불리는 핵잠수함이었다.

잠수함의 길이가 축구장과 같은 크기의 초대형 잠수함이었다.

“사진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군요.”

알렌스키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러시아 신형 잠수함이 실종되었습니다. 그것을 수색하는 작전에 참여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반즈의 얼굴을 보았고 그가 머리를 끄덕였다.

러시아 핵잠수함을 찾는 것이라···.

쉬울 것 같은데?

나는 자신 있게 머리를 끄덕였다.

“잠수함 찾는 것은, 제 전문 분야입니다. 알렌스키 씨.”

잠수함을 찾는 것은 배나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보는 인내심이 필요할 뿐이었다. 이미 동해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찾은 적이 있었다.

알렌스키가 머리를 끄덕였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시지요.”

일단 출장비를 세게 불렀다.

“작전 참가 비용은 상당할 겁니다.”

나의 눈은 빅터를 향했고. 그는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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