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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30화 (130/188)

130화

궁고항 먼바다.

하루마 아버지가 손님들 대접할 큰 게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왔다.

경복이와 오츠는 선상 데이트를 한다며 따라 나왔으나, 예상과 전혀 다른 바다를 보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하지만 집채만한 파도가 어선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오츠의 비명. 놀이기구를 탔을 때 나오는 그 비명이다.

파도를 넘을 때마다, 머리 뒤끝을 울리는 강렬한 느낌.

“선장님! 저기를 보세요!”

경복이의 손끝이 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높이의 파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마 아버지는 30년을 바다에서 보낸 사내. 거대한 파도를 향해 정면으로 배를 몰았다. 도망치다가 옆으로 파도를 맞으면 배가 뒤집히는 것이다.

엄청난 파도였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온몸을 엄습해 온다.

하루마의 아버지가 방향타를 꽉 잡으며 말했다.

“꽉! 잡아!”

어선은 파도를 타고 끝도 없이 올라가다가, 거대한 파도 윗부분을 뚫었다. 그리고 배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으악!!!”

롤러코스터를 타고 떨어지는 느낌 그대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선은 물속으로 쑥 들어갔다가 돌고래처럼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조타실에 있었지만, 온몸이 바닷물에 젖었다.

큰 파도가 지나갔지만, 경복이는 한동안 정신을 차지리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첫 번째 한 일은 나에게 전화를 한 것.

-야! 빌딩 같은 미친 파도가 육지 쪽으로 가고 있다! 어서 도망쳐!

그 뒤로 뭐라고 떠들었는데, 지진으로 전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가 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끊겼다.

나는 바다 쪽으로 시선을 주었는데, 땅이 덜덜덜 떨렸고, 모든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닷물은 끝도 없이 빠져나가, 지평선 멀리 사라져 있었고 그래서 눈앞에 끝도 없는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어딜 가나 얼빠진 놈들은 있었다. 몇 명은 갯벌로 들어가서 조개를 줍고 있었고 그중 하나는 낙지를 손에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데 조개를 줍나? 일본은 이쪽에 민감한 것 아닌가?

아 혹시 중국인 관광객인가? 나는 그들을 향해서 강하게 소리쳤다.

“쓰나미! 쓰나미!”

사이렌이 더 강하게 울려, 나의 목소리가 묻혔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까운 지진 대피소로 이동하세요.

하루마가 경고 방송을 듣고 큰 소리로 말했다.

“쓰나미 경고 방송이 아니라. 지진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명 쓰나미 방송을 틀고 왔는데 왜 바뀌어 있지? 설마 그 멍청한 놈들이 건드렸나?

이때 선 대위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윤 실장님이 저기 있습니다.”

태경이가 E론에서 장을 본 짐을 낑낑 들고 오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달려가, 짐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소리쳤다.

“당장 타!!!”

태경이는 놀라며 말했다.

“야! 장본 거를···.”

“저승에서 잔치할래? 바다를 봐! 쓰나미가 오고 있어.”

솨아아아아아아~~~

하얀색 포말이 멀리서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악을 쓰며 강하게 말했다.

“온다! 어서 가자!”

우리가 차를 막 탔을 때, 갑자기 뒤에서 어떤 소형차가 뒤를 박았다.

어떤 아주머니가 나와서 머리를 숙이며 인사하는데, 우리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쓰나미!! 쓰나미!!”

지금 교통사고 처리할 때가 아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쓰나미” 강하게 외치고, 다급하게 차를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E론은 대형 쇼핑몰이라 이 일대는 차로 막혔다. 앞뒤로 꽉 막혀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

나는 차 위로 올라가서 강하게 외쳤다.

“쓰나미!!! 쓰나미!!!”

이제서야 지진으로 정신없는 사람들이 바다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냥 가!! 제발 그냥 가라고!!”

내가 아무리 소리쳐도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게다가 교차로에서 아직도 사고의 원인을 두고 서로 싸우고 있을 뿐이었다.

빠앙~~~

“비켜!!”

덩치 큰 미국 지프를 몰고 있는 사내가 싸우고 있는 차 2대를 그냥 밀어 버렸다. 그리고 강하게 소리쳤다.

“빠가야로!!”

나는 그 틈을 놓지 않고 그 차를 따라 달리다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을 통해서 막힌 곳에서 벗어났다.

태경이가 조수석에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앞에 조심해! 도로가 이상해!”

지진이 일어나 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도로에서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인도로 가야겠다.”

나는 인도에 차를 올려서 그곳을 통과했다. 하지만 차가 살짝 미끄러지면 자판으로 장사하는 곳을 단숨에 와장창 무너트렸다.

뒤에서 나에게 욕하는 장사꾼에게 10만 엔 돈뭉치를 던졌다.

“쓰나미!!! coming 쓰나미!!”

그제야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안 가게 주인은 도망치듯 안으로 들어갔다.

솨아아아아-

태경이는 뒤에서 쓰나미가 달려오는 것을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달려! 달려! 밟아!!! 밟아!!!”

나는 더욱 강하게 악셀을 밟으며 미친 듯이 운전하고 있었다.

내가 운전을 할수록 하루마와 사츠코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나도 모르게 한국 스타일로 운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본 기준으로는 역주행. 한국과 일본은 도로 방향이 정반대인 것이었다.

태경이가 그것을 겨우 깨닫고 소리쳤다.

“역주행! 역주행이야!”

아! 일본이지. 나는 다시 왼쪽 차선으로 넘어왔다.

“앞에! 도로가 깨졌어.”

이때 바닥이 완전히 깨진 도로가 보였다. 아스팔트가 날카롭게 솟아 있어 통과할 수 없었다.

태경이가 나와 눈을 맞추고 말했다.

“그냥 밟아!!! 씨발”

침을 삼키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와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나는 핸들을 강하게 잡으며 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래. 어차피 빠꾸는 안돼. 꽉 잡아!!”

자동차가 전속력을 튀어나가 깨진 도로 위를 뛰어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도로에 닿았을 때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펑!!

뒷타이어가 터지며 자동차가 돌았으나, 브레이크를 밟아 회전하는 것을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미나가 공포에 빠진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바다를 가리켰다.

“저기를 봐요!”

궁고항 앞바다에 떠 있던,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좌우로 점점 흔들리다가 높게 쌓은 컨테이너가 우르르 넘어졌다.

그러자 중심을 잃은 거대한 컨테이너선은 벼락을 맞은 거인처럼 옆으로 쓰러지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컨테이너 옆에 있던 거대한 외항선도 급하게 항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파도를 옆구리로 맞고 펄쩍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물속에 처박혔다.

급하게 방향을 꺾던 다른 소형 어선들도 흔들흔들하다가 모두 단숨에 침몰했다.

미나가 경악하는 얼굴로 말했다.

“파도가 항구로 들어와요!”

쓰나미가 항구 외곽에 있는 산을 덮치고 엄청난 물폭탄을 만들었다.

쾅!!!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강력한 힘이었다. 산에 있는 나무의 절반을 단숨에 쓰러트리고 콘크리트로 만든 등대의 윗부분을 날려버렸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씨발! 등대가 반으로 짤렸어! 어서 밟아!!”

나는 뒷타이어가 터진 것을 알았지만, 다시 악셀을 밟았다. 타이어 3개만 있어도 운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항구에 시선을 주었을 때, 강력한 파도가 방파제를 모두 무너트리며 단숨에 항구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진격의 거인'에서 나오는 괴물들이 인류 최후의 방벽을 넘은 것 같았다. 그리고 사악한 눈빛으로 항구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내항에 정박하고 있던 작은 배들은 쓰나미에 연속으로 뒤집히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우리가 타고 있던 차에서 '펑'소리가 들리고 자동차가 빙글빙글 돌았다. 왼쪽 앞타이어에 철근이 박히며 휠까지 먹어 들어갔다.

끼이이익-

차를 겨우 멈춰섰는데, 바로 눈앞에 수십 대의 차가 사고가 나서 쌓여 있었다. 그리고 도로가 갈라져 거대한 크랙 안으로 10여 대의 차가 빠져 있었다.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내려!!”

우리가 모두 차에서 내렸을 때, 다시 한번 사고가 났다.

쾅!!

활어차 한 대가 우리가 내린 차를 박은 것이었다. 하지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나는 다시 한번 쓰나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오 신이시여.

엄청난 비극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파도는 항구 위로 단숨에 뛰어올랐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어판장을 눈 깜짝할 사이에 집어삼켰다. 조금 전까지 차가 움직이고 있었던 그곳은 바다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지붕 몇 개만 보일 뿐.

어시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고 봐야 할까?

바닷물이 물회오리를 만들며 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수로를 타고 매섭게 올라왔다. 그리고 금방 제방을 강타하며 시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던 시내 안쪽도 순간 죽음의 땅이 되었다.

사이렌 소리만 더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치 쓰나미와 눈을 마주친 느낌. 이곳까지 몰아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쓰나미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다른 차를 구해야 했다. 그래야 왼쪽 인도 쪽으로 뚫고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게의 문을 열고 용달 트럭 안에서 채소를 꺼내 가게 안에 넣고 있었다.

나는 운전석 안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300만 엔의 뭉칫돈을 안기며 보조석으로 밀었다.

“쓰나미가 옵니다. 어르신!”

하지만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돈과 나를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시동을 걸었지만 오래된 트럭은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그저 힘겨운 시동음을 쏟아낼 뿐이었다.

태경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시동이 안 걸려?”

아무리 키를 돌려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할아버지를 봤더니 그는 내가 도로 돈을 가지고 갈까 봐 돈뭉치를 꼭 안았다.

솨아아아아아-

죽음의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봤더니, 쓰나미의 검은 파도가 거칠게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거리에 있는 자동차와 건물, 사람을 모두 집어삼켰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악을 쓰며 말했다.

“쓰나미가 와요! 어서 내려야 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도로 돈을 가지고 갈까 봐. 더욱 구석으로 도망쳤다. 이제 거친 파도 소리가 아주 가까이 왔다.

“너라도 그냥 와!!!”

태경이가 나의 손을 잡고, 강제로 차에서 끌어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차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이쪽으로 데리고 오려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치매가 있는 할아버지는 끝까지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이때 엄청난 쓰나미가 할아버지가 타고 있는 자동차와 할머니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순간 두 사람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하루마가 계단을 하나 찾더니 강하게 말했다.

“이쪽에 2층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쏟아져 들어오는 검은 쓰레기 물을 피해서 다급히 2층으로 도망쳐 올라갔다.

그러자 악마의 혓바닥 같은 검은 물이 뭐라도 집어삼키기 위해서 건물 안의 사방을 핥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

솨아아아아~~~

검은색 흙탕물이 엄청난 속력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다리와 팔에는 어디서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는 작은 상처가 있지만 아프지도 않았다

2층 창고는 각종 오래된 선박 부품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2층 창문을 열고 골목 쪽을 살폈다.

장마 때 개울물처럼 엄청 빠른 물살이 골목을 휩쓸고 지나가고 있었다. 근처의 모든 집의 1층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골목 사이로 자동차 한 대가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처럼 휩쓸려 사라졌다.

“말...말이다!”

놀랍게도 관광지에서 마차를 끌던 말 한 마리가 마차와 함께 물에 휩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마음은 말을 풀어주고 싶었으나 벌써 시야에서 사라졌다.

곧 택시도 급류를 따라 흘러왔는데, 안에 택시 기사가 있었다. 그가 문을 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였다. 그리고 다시 스치듯 멀어졌다.

이때 맞은 편 2층에 있던 사람이 이쪽을 향해서 소리쳤다.

“괜찮나?”

그러자 하루마가 소리쳤다.

“괜찮습니다.”

“그곳에 계시던 다케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신가?”

“그분은···.”

이때 맞은 편에 있던 나무집이 흔들리더니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자 그 아저씨가 놀라며 좌우를 살폈으나 점점 빠르게 집안이 흔들렸다.

와자자자작-

우리가 보고 있던 나무집이 단숨에 무너지더니 물에 휩쓸리며 사라졌다. 집을 지탱하고 있던 나무기둥이 쓰나미의 강력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었다.

나무는 지진에 강하지만 쓰나미에 약하다.

태경이가 우리 쪽 계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이 차오른다!”

우리가 있던 2층 창고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난간에서 사방을 살피고 말했다.

“이쪽을 통해서 지붕 위로 올라가자!”

내가 먼저 난간을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혁대를 풀어 굴뚝에 고정하고 그것을 잡고 사람들을 하나씩 끌어 올렸다.

모두 지붕 위로 끌어 올리고 겨우 한숨을 돌렸을 때, 골목으로 작은 어선이 뒤집혀 휩쓸려 사라졌다.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만 흔들리는 거냐?”

순간 이 집도 무너진 맞은편 집처럼 조금씩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태경이가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아니야. 이 집도 떨리고 있어. 이것도 무너지는 거 아냐?”

나는 강하게 말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재수가 없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위험하다고!”

나도 집이 떨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무구조로 되어 있는 오래된 집이었다.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나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옮겨갈 곳을 찾았는데 바로 옆집이 나무와 콘크리트로 만든 곳으로 이 집보다는 더 튼튼해 보였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옆집으로 넘어가자!”

그 말을 하고 바로 전력으로 달려가 시멘트 지붕으로 된 집으로 점프를 했다.

쿠당탕탕-

착지가 삐끗하여 몇 바퀴 굴렀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옥상에 있었던 사다리로 지붕과 지붕을 연결했다. 혁대를 전깃줄에 걸치고 사다리를 밟고 건너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태경이가 먼저 혁대로 전깃줄을 한번 감아 양쪽에 잡을 수 있게 만들고 사다리를 밟고 이쪽으로 건너왔다.

“아래 보지 마!”

사츠코와 마나가 겁나서 건너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오래 시간을 끌지 않고 둘 다 이쪽으로 건너왔다.

마지막 선 대위는 사다리를 밟지 않고 나처럼 전력으로 점프하여 넘어왔다.

나는 모두의 얼굴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모두 괜찮아?”

이 이야기를 한순간 우리가 방금 있던 선박 부품 창고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물에 휩쓸려 내려갔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고 한동안 숨도 못 쉬고 있다가 불안한 눈빛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여기는 안전하겠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자동차 한 대가 물에 휩쓸려 내려오더니 우리가 있던 건물 아래쪽을 강하게 박았다. 그리고 콘크리트 기둥이 우찌근 소리와 함께 깨져 나갔다.

미나가 비명과 함께 말했다.

“여기도 건물이 흔들려요!”

“젠장!”

태경이는 다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

옆은 대로라 더는 이동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아무리 살피고 생각해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사츠코가 뭔가를 가리켰다.

“배가 와요!”

골목으로 50명은 탈 수 있는 거대한 참치잡이 어선이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매우 커서 2층 높이까지 선두가 올라왔다.

이제 내 눈에는 참치잡이 어선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배만이 살길이다.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모두 저 배 위로 올라타야 해! 저 배를 못 타면 다 죽어!”

나는 사츠코의 손을 잡고 옥상의 난간 위로 끌어 올렸고 태경이는 마나의 손을 잡고 지붕 끝에 섰다.

참치잡이 어선의 머리 부분은 매우 높아서 우리가 뛰어오를 수 없었는데, 중간 부분이 점점 낮아졌다. 그리고 발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지금이야!!”

우리는 한꺼번에 배 위로 올라타며 바닥을 굴렀다.

나는 몸을 낮게 낮추며 사람들을 살폈는데. 다행히 빠진 사람 없이 모두 배에 탔다.

“다 탔지?”

선 대위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인원 이상 없습니다.”

약간 넓은 도로로 나오면서 더 많은 물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참치잡이 배의 속력이 더 빨라졌다.

“꽉 잡아!”

이때 기관실이 벌컥 열리며 한 백인 사내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소리쳤다.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재빨리 기관실 안으로 들어갔다.

러시아 선원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구명조끼를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쳤고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도 구명조끼를 각자 집어 입었다.

구명조끼를 입었더니,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

나는 러시아 선원에게 나의 가슴을 치며 강하게 말했다.

“땡큐! 땡큐! 부라더.”

러시아 선원은 매우 거친 영어 발음으로 말했다.

“OK. OK. no matter(괜찮다).”

이때 태경이가 몸을 낮추며 주변을 살폈다.

“배가 점점 빨라져···.”

태경이의 말대로, 급류를 타고 배가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배는 좌우로 움직이며 몇 번이고 양쪽 가에 있는 건물과 부딪쳤고 한번은 건물을 무너트렸다.

삼거리가 나오고 정면에 거대한 빌딩의 모습이 보였다. 반짝이는 유리빌딩 가장 꼭대기에는 궁고 항으로 놀러 오라는 거대한 옥외 광고판이 있었다.

우리 배는 그 건물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갔다.

태경이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부딪친다!!!”

충돌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나도 목소리를 높였다.

“꽉 잡아! 머리를 보호해!”

나는 구명조끼를 더 집어서 각자의 머리 위에 올려주었다. 조금이라도 머리에 오는 충격을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명조끼를 잡히는 대로 더 입어!”

구명조끼를 하나 더 입고 머리 위에 구명조끼를 최대한 올렸다.

참치잡이 배는 유리빌딩 건물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부딪친다!!”

참치잡이 배는 유리빌딩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배는 건물의 한층 외벽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안으로 들어가 박혔다. 우리가 머리를 드니 건물 안에 계단이 있는 곳.

내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모두 배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나와 선대위가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부축하여 건물 안으로 다급하게 들어갔다. 모두 나온 것을 확인하고 계단에 쓰러지듯 누웠다.

아- 살았다.

나는 이제야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러셀 사령관과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 씨발. 짜장면도 5분이면 오는데···. 왜 항공모함은 안 오는 거야?

이때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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