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쓰나미가 ‘예고’되었다.
그것도 오늘!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러셀 사령관에게 말했다.
“일본에 있는 미해군을 이쪽 ‘궁고’ 항구로 보내 주세요. 도쿄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면 있습니다.”
아프간 사령관 러셀은 한참 동안 말을 없었고, 긴 한숨 소리만 들렸다.
그의 한숨 소리가 이해되었지만, 지금은 상대를 배려할 때가 아니다.
“지금 망설일 때가 아닙니다. 당장 군함을 보내야 합니다! 아니면 엄청난 사람이 죽을 겁니다!”
러셀 사령관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프간의 승전 장군’의 이미지로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국방부 장관이나 정치인의 길이 열린다.
하지만 골든보이의 말대로 주일 미군 사령부에 이야기하여 함대를 움직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치적으로 대재앙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주일 미군 사령관은 자신과 라이벌 관계라 조심스럽게 부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골든보이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가 보여준 능력은 의심불가.
단 2주 만에 카불 주변의 탈레반 3,000명 정도 사살하여 몰아냈으며, 옛 몽골의 보물 찾았고, 엄청난 양의 구리광산을 찾아냈다.
구리광산으로 아프간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으며 실업률이 떨어졌고 전국은 안정으로 흐르고 있었다.
“제발. 궁고 항구로 배를 보내 주세요!”
이때 갑자기 골든보이가 이야기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사령관은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골든보이를 완전히 믿고 있었다.
배팅을 한다면 역시나 골든보이.
-에드워드. 내가 손을 써서 함대를 보내 보겠네.
장담은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해야지.
나는 전화기에 머리를 숙일 정도로 기뻐했다.
“사령관!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골든보이를 믿네. 최선을 다하지.
내가 미군 사령관이랑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었던, 사츠코와 하루마는 놀라고 있었다.
진짜 미군 사령관인가···?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사츠코와 하루마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방송 한 번 더 하자.”
나는 골든보이 채널 실시간 방송을 하며 골댕이들에게 강하게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골댕이들아! 너희들은 골든보이를 당연히 믿지? 더 이상 골든보이를 믿냐고 물어보지 않을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일본 본토 동부 궁고항에 쓰나미가 올 거야! 바로 오늘이다. 일본 대사관, 일본에서 유투뷰 하는 사람, 방송 관계자들이 있으면 골든보이가 쓰나미 온다고 경고했다고 알려줘! 알았지? 진짜 부탁한다!”
나의 눈빛이 사츠코를 향했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사이렌이 울리는 것 봤어요. 어디 가야지 그것을 틀 수 있나요?”
그녀는 당황하며 머리를 저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경고 시스템은, 보통은 주민센터 같은 곳에 함께 있는 민방위 본부 안에 있다던데요.”
“주민센터가 뭐죠?”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하루마가 말했다.
“일본에는 주민센터가 없어요. 구청이나 시청만 있습니다. 한국 사람에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간단한 업무는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있어요.”
일본에는 동사무소. 즉 주민센터가 없었다. 가장 말단 관청이 구청과 시청이었다.
나는 이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럼 가장 가까운 구청이나 시청은 어디 있어?”
사츠코는 잠깐 검색하다가 말했다.
“궁고 군청 안에 비상 방송실이 있는데, 그곳에 사이렌 울리는 장치가 있다고 하네요.”
“그럼 궁고 군청으로 갑시다!”
나는 자동차에 올라탔다가 당황했다.
이런 젠장···
일본차는 운전석이 보조석 위치에 있었다. 도로도 방향이 반대였고 좌회전 우회전도 반대였다.
나는 하루마와 사츠코에게 시선을 주었는데 둘 다 무면허.
니들은 뭐하고 산 거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국제 면허증이 없으니, 나도 무면허인가?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곳에 있는 수행과 직원 중에도 반대 좌석에서 운전해본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차 2대에 나눠 타고 익숙하지 않은 운전으로 다급하게 궁고 군청으로 향했다. 번화가에 군청이 있었는데, 안은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일을 하는 사람보다 모니터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공무원의 숫자가 더 많았다.
공무원은 전 세계가 같은 것인가?
나는 강하게 말했다
“빨리 방송실을 찾아야해.”
하루마와 사츠코는 잠깐 궁고 앞바다를 봤는데,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바다였다.
정말 쓰나미가 올까? 둘의 마음은 답답했다.
“······”
나는 하루마와 사츠코를 보면서 강하게 말했다.
“무슨 생각하는 줄 알아! 그래도 나를 믿어!”
전직 황금인 하루마는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저는 골든보이를 믿습니다.”
사츠코는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지진이 나죠?”
“지진이 나지 않으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진짜 일어나면 어쩌겠습니까? 궁고 항구는 넓은 바다에서 점점 입구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쓰나미가 강력한 힘으로 도시 깊숙이 들어올 겁니다. 여기 인구가 10만명이고 노인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기다리면 다 죽을 수 있습니다.”
사츠코는 골든보이의 표정이 너무도 절박하여 미심쩍은 기분이 있었지만 끝내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가요.”
사츠코가 먼저 비상 사이렌이 울리는 곳을 물어봤는데, 다들 귀찮은 얼굴로 모른다고만 했다.
민원 사무실에는 공무원이 9명쯤 있었는데 7명은 놀고 있었고 젊은 공무원 2명만 열심히 시민들을 상대하고 있어서 줄을 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강하게 욕을 했다.
“지금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야! 방송실이 어디야?”
다급한 한국말에 사람들이 나를 불량배 보듯 바라보았다.
‘그런 눈길로 봐주면 나도 그렇게 행동해주지.’
나는 안내데스크를 밟고 올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중년 사내의 멱살을 잡고 강하게 물었다.
“Where is the emergency siren? (비상 사이렌은 어디 있나?)”
중년 공무원은 식곤증으로 졸고 있다가 한 사내가 데스크를 뛰어 넘어와 자신의 멱살을 잡아 크게 놀랐다. 게다가 갑자기 영어로 뭔가를 물어봤다.
“Where is the emergency siren when earthquake occurs? (지진이 났을 때 울리는 비상 사이렌은 어디 있어?”
공무원 사내는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상대의 표정도 무서웠지만, 영어가 더 무서웠다.
이때 사츠코가 달려오더니 남자 공무원에게 일본말로 물었다.
“지진이 났을 때 알리는 사이렌 버튼은 어디 있나요?”
중년의 공무원 사내는 겁먹고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이곳 3층 방송실에 있습니다.”
나는 중년 사내를 던지듯 내려놓고 주변을 살피다가 계단을 찾아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자 수행과 직원들이 뒤로 우르르 따라왔다.
“어디가 방송실이야?”
3층 복도에는 문이 20개나 되었다. 방송실이 어딘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우리는 금방 방송실을 찾았다.
“여기다!!”
문에 ‘broadcasting room’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강하게 외쳤다
“부셔!!”
그러자 수행과 직원들이 주변을 살피다가 화분과 소화기로 방송실 문고리를 부쉈다.
쾅!!!
손잡이가 단숨에 부서져 떨어졌다.
“들어가자.”
우리는 다급하게 방송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 순간 까막눈이 된 느낌.
눈에 보이는 버튼만 해도 100개가 넘었다.
방송실에 들어 왔지만 무슨 기계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장 전원을 켜는 것부터 해결 불가.
이때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서 이쪽을 바라보았다. 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복도로 나온 것이었다.
나는 이쪽을 구경하는 군청 공무원들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Do you know how emergency broadcasts work? (비상 방송을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나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영어 교육은 문제가 크다.
사츠코가 빠르게 통역하며 군청 공무원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때 한 젊은 남자가 나를 보며 영어로 말했다.
“골든보이 씨 아닙니까?”
나는 정말 반갑게 바라보았다.
“아! 구독자 되십니까?”
젊은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와 인사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골든보이 씨. 그런데 비상 방송은 왜 찾으십니까?”
나는 절절한 얼굴로 말했다.
“곧 지진이 나고 이곳으로 쓰나미가 몰려올 겁니다.”
젊은 남자는 ‘쓰나미’라는 단어에 기겁했다.
“쓰나미가요?”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방송해야 합니다.”
이때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늙은 사내가 화난 얼굴로 나왔다.
“너희들은 누구인데 군청까지 와서 행패야?”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듣는 척도 안 했다. 저 늙은 꼰대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
그러자 배 나온 늙은이가 더욱 화를 냈다.
“당장 경찰에 전화해!”
나는 젊은 사내의 목을 손으로 감으며 인질로 잡은 척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라도 방송을 해야 합니다.”
젊은 사내는 참으로 복잡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결정했다. 만에 하나 정말 쓰나미가 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궁고 항구의 집에서 자신의 와이프와 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쓰나미가 오지 않아 징계를 먹는 것은 혹시나 일어날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되게 되어 있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다.
“저에게 인질이 된 것처럼 방송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럼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들어가시지요. 골든보이님.”
방송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젊은 사내가 방송실 전원을 켜고 투명한 플라스틱 보호 케이스 안에 있는 붉은색 버튼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버튼입니다.”
나는 당장 보호 케이스를 열고 붉은색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그러자 가까이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곧 항구 곳곳에 있는 모든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
하지만 사람들은 지진일 것으로 생각하고 공터로 나왔을 뿐이지 산 쪽이나 높은 곳으로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쓰나미 방송으로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아요.”
하루마가 창밖을 확인하고 말했다.
젊은 군청 직원은 방송 기계를 살피다가 몇 개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쓰나미가 올 것이니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극히 분노하고 있는 늙은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궁고군 군수.
“너희들 뭐하는 놈이야! 왜 쓸데없이 경고 방송을 켜!”
아무리 욕해도 상관없다. 지진이 오고 쓰나미가 닥칠 것이다. 이제 도망쳐야 했다.
나는 군수에게 다가가 영어로 말하지만, 확실히 알아듣도록 외쳤다.
“today. 쓰나미!!! today 쓰나미!!! Today 쓰나미!!! OK?”
아무리 멍청해도 이 정도는 알아 먹겠지.
나는 밖으로 뛰어나왔고 다시 태경이에게 전화했다.
미친 새끼야 제발 받아라··· 털컥.
태경이의 웃음기가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데이트를 방해하냐! 미나랑 함께 있으니까 전화하지 마!”
나는 더 크게 소리쳤다.
“이 병신 새끼야! 곧 지진 나고 이곳으로 쓰나미가 몰려와.”
-그게 뭔 개소리야?
“예지몽이야. 절대 틀리지 않아.”
-예지몽? 아 씨발.
“너 어디야?”
-‘E론’이라는 부르는 이마트 같은데 왔어
“차 가지고 왔어?”
-아니 택시타고 왔어.
“당장 밖으로 뛰어나와. 우리가 데리러 간다.”
E론이라 부르는 대형 상점은 이곳에서 차로 15분이면 가는 곳이었다.
나는 선 대위에게 호텔에 있는 병력을 그대로 시외로 퇴각시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현재 함께 있는 수행과 중에 절반은 지금 당장 사츠코와 함께 시외로 퇴각하라고 명령했다.
“명령 거부는 없습니다. 지금 진행하세요.”
이때 불청객 하나가 경찰 3명을 이끌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검사 아키라와 지원 나온 경찰들이었다. 그는 건방진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조용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일본 사법부를 뭐로 보는 것이지?”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비켜! 아키라! 지금 시간이 없어!”
하지만 아키라는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유투뷰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우리 일본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것은 큰 죄야.”
나는 강하게 말했다.
“곧 지진이 닥친다. 그리고 쓰나미가 이곳에 오니, 너도 대피해야 해!”
아키라는 나의 말을 비웃으며 여유 있게 웃었다.
“세상이 조용한데 무슨 지진? 왜 우리 국민을 겁주는 것이냐?”
“오늘 안에 반드시 지진이 일어난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러니 너도 이곳 사람들을 대피시킬 책임이 있어.”
“오기 전에 지진 예보 시스템을 확인했다. 아무런 증조가 없다고 하더군. 슈퍼컴퓨터 예보 시스템보다 네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답답한 새끼. 뒤지려면 혼자 죽어! 더 이상 말리지 않겠어.”
이때 검사 아키라는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국가 안전법으로 그대를 체포하겠다. 관청으로 들어가서 나라의 기물을 부수고, 직원을 인질로 삼아 위협했으며, 지진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경고 방송을 하여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대를 적법하게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나는 답답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강하게 외쳤다.
“아키라! 이 병신 같은 새끼야! 이렇게 낭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미군이라도 부를 것인가?”
“비켜!”
“미군도 현행범이면 체포할 수 있다. 그것이 일본 법이야.”
아키라의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가 걸렸다.
“순순히 중앙청으로 가자.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
분위기를 파악하고 수행과 사람들이 아키라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아키라가 권총을 하늘로 들었고 경찰들도 권총 손잡이를 만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멈춰. 나를 위협하면 사격하겠다.”
이때 수행과 하나가 3단봉을 꺼내며 말했다.
“저 말라비틀어진 생선 대가리 같은 놈이 뭐라는 거야? 북어처럼 패야 해?”
이때 아키라 검사가 하늘을 향해서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그러자 이곳의 모든 사람이 움찔했고 이쪽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놀라 머리를 숙였다.
아키라가 웃었다.
“너를 데리고 오라는 윗선이 있어서, 이렇게 강하게 나가는 거야. ‘미친놈’이라 이러는 것이 아니라.”
이때였다.
!!!!!!!!!!!!!!!!!!
진동이었다.
처음은 작은 진동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땅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격렬하게 움직였다.
지진. 그것도 강력한 수직형 지진이었다.
눈앞에 있는 군청이 살짝 기울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도로가 깨졌으며 멀리 건물 하나가 땅속으로 꺼지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먼지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나는 아키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놀란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다.
퍽!!!
“개새끼야. 너 때문에 골든타임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지 알아?”
나는 그놈이 떨어트린 권총을 멀리 던져버렸다.
아키라 검사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꺼져. 씨발놈아!!!”
나와 선 대위만 SUV에 탔다. 나머지는 그대로 퇴각하기로 결정. 쓰나미와 멱살 잡고 싸울 것도 아니니 인원이 많아 봤자 번거롭기만 했다.
미나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츠코가 내 차에 탔다.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
나는 바로 출발했고 사츠코가 내비게이션을 보고 옆에서 안내했다.
“왼쪽으로 꺾어서 골목으로 가세요.”
사츠코가 옆에 탄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지진으로 도로가 막혀 있어도 이 도시를 잘 아는 그녀는 돌아가는 길을 기가 막히게 찾았다.
큰 균열이 보이는 건물은 너무나도 많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한 층이 무너진 건물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저기가 E론이에요!”
썸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인 ‘E론’이 보였고 동시에 바다가 보였다.
“아··· 이런!!!”
나는 이를 악물며 바다를 봐야 했다.
바다가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갯벌이 끝도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물이 빠지고 있어!! 금방 쓰나미가 올 거야!!”
물이 빠지며 사방에서 가스 냄새가 올라왔다. 전형적인 쓰나미 전조 증상.
이제 아주아주 멀리 하얀색 포말이 몽글몽글 보였고 그것이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선 대위가 악을 쓰며 말했다.
“저기 윤 실장님이 있습니다.”
나는 미친 듯이 운전하여 태경이 앞으로 달려가 외쳤다.
“어서 타!!!”
태경이와 미나가 차에 탔을 때 나는 머리를 돌려 바다를 보았다.
하얀색 포말이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겠지···.
나는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았다.
하이퍼 스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