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사츠코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오빠 하루마를 보다가, 가방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오빠!”
그녀는 하루마에게 온몸을 던지듯 달려가 안겼다.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왜 연락 안 했어? 나도 버린 거야?”
하루마는 울고 있는 사츠코의 머리를 안아주었다.
“많이 컸구나···.”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
사츠코는 하루마를 올려다보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에 있는 상처는 뭐야? 어디서 다쳤어?”
하루마는 살짝 당황하며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숨겼다.
“별거 아니야.”
사츠코는 하루마의 얼굴과 목에 있는 상처를 살폈다. 분명 긁히고 맞아 멍든 상처. 서로 보지 못한 사이에 오빠가 험한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너무도 속이 상했다.
그러다가 나를 살짝 노려보았는데, 혹시 내가 이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눈빛.
그러자 하루마가 다급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사츠코. 골든보이 씨가 그런 거 아니야. 그렇게 오해하면 안 돼.”
하루마가 오해를 풀려고 말했지만, 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덩치가 컸고, 야쿠자와 전투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눈빛이 매서웠기에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사츠코는 살짝 겁먹은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설마 골든보이 씨는 한국의 야쿠자였나요?”
이미 한국에서 즐겁게 지냈던 사이.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영삼 대통령 때 ‘범죄와 전쟁’ 이후로 범죄조직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술 먹고 돈 안 내는 동네 양아치뿐.
“그렇게 보였나요?”
“아뇨. 한국에서 친절하셨어요.”
“경험했던 그대로 저는 선량한 시민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고 전직 UDT 군인입니다. 완도에서 견인되었던 차를 찾은 사람이 이분들입니다.”
수행과 직원들은 분위기를 보고,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사츠코도 살짝 겁먹은 얼굴로 같이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다시 하루마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그럼. 누가 우리 오빠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어요?”
이것은 하루마 본인이 이야기해야 하는 일.
“하루마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겠군요.”
사츠코의 시선이 하루마를 향했다.
그러자 하루마는 무슨 말을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넘겨준 엔화 1억 엔(10억)이 들어 있는 군용 가방을 사츠코에서 내밀었다.
“받아.”
사츠코는 하루마가 내미는 대형 가방을 받아 들었다. 무거워서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뭔데?”
사츠코는 가방 안에 들어있는 엄청난 돈을 보더니, 눈이 더욱 커졌다.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 설마 이상한 돈은 아니지?”
“절대. 이상한 돈 아니야.”
“원룸 주인아주머니가 말했어. 야쿠자와 얽힌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했단 말이야.”
내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섰다.
“1억 엔은 제가 준 계약금입니다.”
“그렇게 큰돈을 골든보이 씨가 주셨다고요?”
“하루마 씨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스카우트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오빠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골든보이 채널에서 내가 금 찾는 것을 보셨나요?”
“네. 금 찾는 것을 봤어요.”
“하루마도 나와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금을 보는 능력이지요. 그래서 한국으로 넘어가 우리 엘도라도에서 일하게 될 겁니다.”
사츠코는 깜짝 놀라며 하루마를 보았다.
“오빠가 그런 능력자야?”
하루마는 사츠코의 시선을 받으며 씁쓸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이는 것 같아서 대답은 하지 못했다.
이미 탈락한 황금인이었다.
하루마가 대답하기 곤란해 하자, 내가 대신 입을 열었다.
“연봉은 1억 원 그러니까. 1,000만 엔을 받습니다.”
사츠코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1,000만 엔이요? 그렇게 많이 준다는 말인가요?”
“골든보이의 능력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마는 능력을 잃었지만, 한국말, 영어, 일본어를 하는 인재였다. 곁에 두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사츠코 씨. 손님들을 밖에 세워 놓을 생각이신가요?”
“아··· 아니요. 들어오세요.”
겨우 집 안으로 들어가, 커피 믹스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일본 커피 믹스의 이름은 밀리오레. 우리나라 달달이와 비교하여, 우유 맛이 강렬했다.
흠. 라떼 맛인가?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제야 커피를 마시며 집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는데, 대대적으로 고치든가 아니면 이사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일 정도로 낡아 보였다.
손님 접대에 정신없는 사츠코를 자리에 앉히고, 그녀와 함께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전에 면접 본다고 했는데 결과는 어떤가요?”
물어보고 나서 혹시 떨어졌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혹시 원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오빠랑 같이 한국으로 넘어오세요. 엘도라도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사츠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요?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니, 마음이 편하네요.”
이때 하루마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 마당에 덩치 좋은 사내가 많아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아들 하루마의 얼굴을 보더니 달려와 꼭 안았다.
“하루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우리는 하루마 가족 만남을 드라마 보듯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치있게 태경이가 말했다.
“가족들끼리 보낼 시간이 필요하니, 우리는 일단 물러났다가 내일 옵시다.”
우리는 하루마가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근처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사실 우리도 정말 피곤했다. 야쿠자와 전투에서 소모한 심력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각자의 방에서 몸을 푹 쉬기로 했다.
나는 왕진을 할 수 있는 동네 외과 선생을 불러, 아직 완벽하게 낫지 않은 수행과 직원들을 치료하게 했는데, 의사 선생은 우리가 한국 야쿠자인 줄 알고 덜덜 떨었다.
그래도 수고비를 이야기했던 것 보다 넉넉히 주니, 처음과 다르게 활짝 웃었다.
다음 날도 오전까지 그냥 푹 쉬기로 했다.
하루마 집에는 오후 늦게 가기로 약속.
바다가 보이는 호텔 커피숍 창가. 태평양의 거대한 기운을 느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일본 지방 항구인 궁고 앞바다는 참으로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멍하니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이때 바바리코트를 입은 30대의 한 사내가 이쪽으로 다가와 허락도 없이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명함을 내려놓으며 영어로 거침없이 말했다.
“‘김성열’ 혹은 ‘골든보이’ 아니면 ‘에드워드’라고 불러드릴까요?”
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명함을 확인했다.
일본 중앙 검찰청 형사부, 니시노 아키라 검사.
나는 여유 있게 명함을 앞에 내려놓으며 커피를 마셨다.
“검사님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을까요?”
아키라 검사는 발을 꼬며 말했다.
“관동회 학살사건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위에서는 그냥 넘어가자고 하는데. 80명이나 사망 혹은 실종된 사건입니다. 그냥 넘어가자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나는 앞에 검사가 있지만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품속에는 외교관 여권도 있고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CIA가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수행과 직원들이 인상을 쓰며 검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달려들 것 같은 얼굴.
나는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위에서 건들지 말라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참으로 말을 안 듣는 검사님이네요.”
아키라 검사는 머리를 끄덕였다.
“전쟁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경찰이 말을 안 하더군요.”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이불로 덮어 놓은 것입니다. 일본 속담에 비슷한 내용이 있지 않나요?”
아키라 검사는 혀를 찼다.
“현장에 갔더니 모든 곳에 피가 뿌려져 있었습니다. 사방에 탄피가 보였지요. 그렇게 80명이 실종된 사건입니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키라에게 강하게 말했다.
“쓸데없이 말 돌리지마. 살아남은 야쿠자 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들었을 거 아냐. 화염을 뿜어낸 것은 미군이었다. 범인을 체포하려면 나를 찾아올 것이 아니라 주일미군 사령관에게 갔어야지. 미군에게 덤비기가 좀 무서웠나? 나는 한국 사람이라 좀 만만했고? 일본 새끼들은 역시 약자에게만 강해.”
아카라 검사는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미군은 절차가 복잡해서, 허락이 떨어지면 만나볼 예정이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미군 신분증을 내려놓았다.
“이것을 어쩌지? 나도 미군 대령 신분이네.”
“미군이라고?”
“아키라 검사. 이제 뭘 할 수 있나?”
검사는 나의 신분증 사진을 찍더니, 살짝 눈을 크게 떴다.
“미군 신분을 떠나서 대령이라···. 이것은 완전 놀라운 일이군. 가짜 아닌가?”
“내 손에 탈레반 3천명이 죽었다고 하면 웃겠나?”
아키라 검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현실과 게임 정도는 구분하는 것이 좋겠어.”
“믿을 마음이 없는 것이겠지.”
아키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골든보이 채널을 봤는데, 참으로 수상한 사람이야. 사기꾼 같은데 사람들이 다 믿어.”
“구독은 눌렀나?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부탁하지.”
“······”
“혹시 나와 함께 도쿄에 갈 마음은 없나?”
나는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목적을 말해. 자네에게 쓸 시간 따위는 없어.”
“한국에서 주한 미군 때문에 한국인이 100명쯤 죽거나 다쳤는데도, 검사가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 하나? 이것은 한 나라 주권에 대한 문제야. 벌레 같은 야쿠자라 해도 그것은 변함없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자네도 관동회 장학생인가?”
“나는 야쿠자 돈 따위는 받지 않아.”
나는 몸을 뒤로 늘어트리며 말했다.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 아키라. 너는 나를 건드리지 못해.”
아키라 검사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나의 눈동자를 보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골든보이.”
나는 낮게 웃었다.
“금방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니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야.”
“그럼. 숨만 쉬고 있다가 돌아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검사를 노려보자 10여 명의 수행과 직원들이 같이 노려본다.
“일본인 검사 친구가 생겨서 좋군.”
나의 말에 아키라 검사는 코웃음 치며 밖으로 나갔다.
이미 내일 날짜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를 예매해 놓은 상태.
한국에 돌아갈 때 하루마를 데리고 갈 생각이다.
하루마의 숙소로 내가 사는 30평대 아파트를 추가로 샀다. 하루마 혼자 쓰기는 충분하겠지.
시간이 부족했겠지만, 가족 상봉이 잘 끝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더 긴 시간을 주고 싶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할 일이 많았다.
다시 평화로운 오후가 되었다.
하루마네 집으로 가니, 완도에서 만났던 미나와 오츠가 인사하며 다가왔다. 그러자 경복이와 태경이가 반색하며 인사했다.
둘이 어제부터 왜 미나와 오츠가 없냐며 사츠코를 달달 볶았더니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하루마는?”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어요.”
하루마가 아버지와 함께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나는 하루마 아버지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말했다.
“하루마가 준 돈으로 이사하시지요. 그것을 아들이 원할 겁니다.”
하루마가 자동으로 통역했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그 돈은 하루마 것이네. 내가 쓸 것이 아니야.”
“하루마는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말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길은 따뜻했다.
“식사는 했는가? 어제 잡아 온 문어와 참돔이 있어.”
나는 반색하며 말했다.
“오. 반가운 소식이군요. 페인트 작업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우리는 하루마 아버지가 문어숙회와 참돔 회를 뜨고 있는 동안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다. 수행과 사람들을 총동원하여 칠하니 1시간도 되지 않아 마무리되었다.
담이 무너진 것이 보였고 벽돌을 사다가 쌓기 시작했다. 다들 군인 출신들이라 순식간에 새로운 만리장성을 쌓아버렸다.
벽돌이 남으니 오른쪽에 창고까지 하나 만들었다.
일하는 도중 새참으로 한잔 씩 마신 일본 소주와 사케 그리고 문어숙회와 참돔구이는 아주 일품이었다.
4시간 정도 일하고 피곤하여 하루마의 집에 누웠다. 따뜻한 햇볕 사이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었다.
몸은 노곤하고, 배는 부르고, 살짝 술기운이 도니, 잠이 살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선 대위는 직원 대부분 호텔로 보내고, 튼튼한 몇 명과 함께 하루마 방에서 잠자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
이때 갑자기 귀가 아파왔다. 그리고 예지몽을 꾼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눈을 뜨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보통은 눈을 뜨지 못했지만, 이번은 전과 다르게 눈이 떠졌다.
방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도 없다.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어디 간 거지? 핸드폰을 보았지만 부재중 전화도 없었다
나는 완전히 대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
바다가 사라져 있었다. 수평선이 닿을 정도의 긴 갯벌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금관가야 멸망의 날 보았던 그 바다.
쓰나미였다.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하얀색 물거품이 이쪽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이렇게 느려서 이곳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물거품은 점점 커졌고 속력이 빨라졌다.
드디어 파도가 만들어졌다.
파도는 점점 커지면서 두꺼워지고 있었다. 점점 높아져 10층 빌딩과 같은 크기.
파도는 해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이쪽으로 몰아쳤다.
나는 거대한 파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퍽!!!
움직이지도 못하고 물속으로 휘말렸다. 물속에서 벽에 강하게 부딪혀 머리가 깨지며 기절했다.
헉-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지몽. 귀걸이를 한 귀가 너무도 욱신욱신 아팠다. 나는 다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만조의 바다.
그냥 꿈이라고 치부하게, 너무도 확실한 예지몽.
쓰나미가 닥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꿈에서 부재중 전화를 확인할 때 보았던, 날짜는 바로 오늘.
하지만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면, 어서 서둘러야 한다.
나는 쉬고 있는 선 대위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모든 병력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명령하세요. 당장 이동할 것이니 자동차를 직접 몰고 와야 합니다.”
선 대위가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오라고 하세요. 여권이나 지갑 같은 것만 챙겨오고 나머지 짐은 모두 버리라고 하세요.”
선 대위는 나의 명령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보면 늘 이유가 있다.
“알겠습니다. 짐을 버리고 당장 병력을 집결하겠습니다.”
나는 경복이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바로 전화를 받았는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디야?”
-사츠코 아버님이랑 오츠랑 나랑 배 타고 바다로 나왔다! 광어 2마리에 6자 참돔 3마리나 잡았다. 이 형님이 배부르게 먹여 줄게.
나는 악을 쓰며 외쳤다.
“나 예지몽을 꿨다!”
경복이의 목소리가 바로 심각해졌다.
-예지몽? 뭔데? 내용이 뭐야?
“오늘 여기 항구로 엄청난 해일이 올 거야.”
-이런 씨발! 당장 돌아갈게!
“아니야. 바다 위에서는 쓰나미 파도가 약해! 기름이 있는지 물어보고 더 멀리까지 나가.”
-더 멀리 나가라고?
“그래 당장!!!”
-알았어! 아저씨를 어떻게 설득하지?
“무조건 먼 바다로 나가!!! 그래야 살아!”
-아 씨발! 알았다.
전화가 끊겼다.
사츠코는 집에 있지만, 하루마, 미나, 태경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사츠코에게 없는 세명에게 빨리 연락해 보라고 말했고, 연락되면 나를 바꿔주라고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츠코가 전화를 하는 동안 머릿속에 질문이 생겼다.
우리만 살면 되나? 이곳에 사는 10만 명의 궁고항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죽어야 하나?
나와 관계없는 일본 사람이라 죽어도 된다는 반인류애적인 생각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것은 인간 본질의 문제.
나는 뭐에 홀린 듯이 하루마 방의 PC 앞으로 가서 골든보이 유투뷰 실시간 방송을 켰다.
그리고 일본 동부에 지진과 함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하지만 방송을 듣는 사람은 모두 한국 사람. 일본 동부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뭐야? 일본에 해일이 온다고? 나이스~
-골든보이님 강한 거 한방 부탁드립니다.
-해일 생중계 되나요? 생중계하면 1만원 상납.
-영화 2012를 실제로 보는 건가?
···
나는 심각한 목소리로 실제 일어날 일이라 했으나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이때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고 돌아온 하루마가 내 옆에 붙어서 내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쓰나미가 온다는 말에 너무도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마는 전직 황금인. 나의 말을 100% 신뢰.
내가 한국말로 경고를 하면 하루마가 옆에서 일본어로 똑같이 말하고 있었다.
사츠코는 오빠의 말을 듣더니 영어로 바꾸어 이야기했다.
-형! 쓰나미 왜 안 와? 벌써 20분이나 기다렸잖아.
-골든보이 감이 많이 떨어졌네.
-새로운 관종으로 가는 것인가?
-형 나 알바 가야 해! 어서 보여줘.
···.
골든보이 실시간 방송으로 해일 경고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CIA 반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역시 CIA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방송으로 미친 짓을 하고 있다던데···. 뭐하고 있는 거야?
“반즈! 이곳에 지진이 일어날 거야. 그리고 해일이 덮칠 거다.”
-뭐라고?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지?
“골든보이를 이제 믿지 않기로 했나? 지금 당장 일본 당국에 이야기해 줘.
-어디서 미친놈이 소리 지르는 것 같은데···.
“장난할 시간 없어. CIA의 이야기라면 일본 당국이 들을 수 있다.”
반즈의 길고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야?
“부탁한다. 반즈.”
나는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리고 아프간 러셀 사령관에게 전화하여 말했다.
“사령관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러셀 사령관은 가볍게 말했다.
-이번에는 마피아랑 붙었나?”
“일본에 있는 항공모함을 이쪽으로 보내 주세요.”
-뭐···뭐라고 했나?
나는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항공모함을 이화테 현 궁고항 앞으로 보내 주세요. 수천 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