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24화 (124/188)

124화

<<일본, 남자, 24세, 교토. 아이바 하루마.>>

이 정도의 정보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의 걱정과 다르게 보안과 고 과장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 주실 정보가 있습니까?”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와 비슷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금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나의 말에 고 과장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다시 평온해졌다.

“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씀이지요?”

“아마도···.”

고과장은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풍신도 발굴 현장에서는 배를 수리하고, 새로운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었던 흔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문화재 발굴 지역으로 삼아서 본격적인 발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곳의 발굴 책임자인 윤 교수님은 '신라 후기 평골파와 장보고의 역할'에 대한 논문을 진행하는데 나를 공동 연구자로 등록해 주기로 했다. 윤 교수님과 공동 연구자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으나, 이번 발굴은 내가 시작했고, 나의 돈을 쏟아부었으니 공동 연구자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윤 교수가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가방에 3억 원 정도를 담아서 연구비로 넘겼더니, 논문의 첫 번째 이름으로 내가 올라왔다. 역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다.

총장님과 로펌이 청해진 금괴를 '문화재'가 아닌 '유실물'로 하여 소유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법적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소식도 전해 왔다.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발굴한 문화재의 소유권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어야 문화재 발굴에 대한 동력이 생길 것이었다.

소유권을 내가 가지되, 판매를 국내에 한정한다던가, 모두가 볼 수 있게 전시를 조건으로 하는 좋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서 비서관이 나에게 전화하였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청와대에서 이번 발견의 보상금을 최대한 빨리 챙겨 주겠다고 연락을 했다.

나는 은근슬쩍 이번에 발견한 보물에 대한 소유권 재판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조금도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 행정부가 재판부를 예단할 수 없겠지.

만약에 재판에서 지더라도 법적인 문제이니, 국회의원 몇 명을 설득하여 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라는 조언을 했다.

법 개정이라는 궁극적인 방법이 있으니 국회의원을 만나 보라고 총장님께 말씀드렸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몇 명 키워볼까?

이때 한성은행에서 전화가 왔는데, 지점장이 아닌 '은행장'에게 전화가 왔다. 당연히 주식 판매 대금으로 6,127억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단기라도 자금 운용에 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계 은행이 무섭게 치고 들어오니, 조금이라도 예금을 확보하고 싶은 다급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최근 시중에 돌고 있는 소문처럼 '엘도라도 그룹'이 만들어진다면, 그 주거래 은행이 될 가능성이 있었으니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

은행장은 미리미리 눈도장을 찍어 놓고 싶은 생각에 매우 정중하게 모시고 싶다고 했고 나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밥 산다는데 맛있게 먹어야지.

이렇게 이틀 정도 지났을 때, 고 과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일본에 있는 또 다른 골든보이의 소재 파악이 끝난 것이었다.

오~ 빠르다.

-하루마 씨의 신원을 확보할까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위험하거나 뭔가를 조치해야 할만한 상황입니까?”

고 과장은 알고 있는 정보 그대로 말했다.

-신주쿠의 유흥업소에서 알바를 하고 있지만, 아직 위험한 것까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조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켜만 보세요. 제가 바로 넘어가겠습니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리는 바로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건너가, 고 과장이 준비한 차를 타고 바로 도쿄로 향했다.

고 과장이 가는 길에 그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하며 사진과 보고서를 넘겼다.

이름은 아이바 하루마.

고향은 나고야.

나고야 대학 1학년 중퇴.

나이 23세.

3년 전 황금을 찾는 능력을 SNS에 올림.

전과 1범. 떨어진 금을 주워서 쓰다가 점유물이탈횡령죄.

얼마 후 파산.

사채를 갚느라고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음.

현재는 황금을 보는 능력이 없는 것 같이 보임.

금에 관한 활동이 없음.

나는 하루마의 사진을 보고 입을 딱 벌리며 말했다.

“와- 잘생겼다. 아니 예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고 과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괜찮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쓰레기 같은 여자들을 만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다가오는 여자를 피하고 있습니다.”

나는 혀를 차고 말했다.

“아무리 먹고 설사를 했어도, 밥은 먹어야지.”

고과장은 웃었다.

“게를 먹고 알러지로 죽을 뻔했으면, 게를 못 먹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사기를 치려고 다가온 여자 때문에, 하루마가 큰 빚을 진 것이었다.

“최고의 하드웨어를 가진 컴퓨터지만, 윈도우가 고장 났다는 말이네. 얼굴이 아깝다.”

“제가 보기에 김 대표님의 얼굴도 멋집니다.”

경복이가 바로 뭐라고 했다.

“회사 생활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고 과장이 웃었다.

“저희 가족을 살려주신 분이라, 제 눈에는 번쩍번쩍 빛이 납니다. 하하하”

하루마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다는 신주쿠 가게 도착했다. 보고서에 나와 있는 대로 야쿠자의 돈을 썼다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래도 성실하게 갚아나가고 있다고 했으니 착한 모양이네···.

가게의 이름은 '에펠탑'이었는데 대낮에도 한 떼의 사내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태경이가 좀 망설였다.

“좀 들어가기 그런데?”

내가 앞장서며 말했다.

“우리가 놀러 왔냐?”

서로의 눈을 보다가 우리는 '에펠탑'이라 쓰여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나는 가게로 들어가며 강하게 말했다.

“아는 일본 말도 없지만, 일본말로 하면 무시당한다고 하더라. 무조건 영어로 이야기해. 아니 아무말도 하지마. 그냥 돈으로 다 해결하자.”

골든보이는 압도적인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

나는 하루마의 빚을 갚기 위해서 일단 1억 엔(10억)의 돈을 가지고 있었으나, 일단 품속에 100만엔(천만원) 정도 가지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간사할 정도로 친절한 일본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며 웃었다.

“저희 가게 처음 오셨지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십니까?”

나는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나이 든 종업원의 눈을 강하게 보았다.

“I want meet 아시바 하루마.”

그러자 놀란 종업원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하루마? 하루마요?”

경복이가 으르렁하며 강하게 물었다.

“where is 하루마?”

그러자 종업원은 급하게 입을 닫았다. 말하고 싶지만, 그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뭔가가 있어 보였다.

이때 뒤에 있던 마틴 대위가 불곰을 찢어 버릴 것 같은 기세로 뒤에서 노려보았다. 그러자 나이 든 종업원은 덜덜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때 고 과장님이 유창한 일본말로 말했다.

“우리는 하루마와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가게에서 소란을 일으키거나 누구에게 해를 끼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자 종업원이 고 과장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루마가 야쿠자와 연결된 것을 아십니까? 관동회 사람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야쿠자의 돈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종업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을 뿐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10만 엔을 내밀었다. 하지만 종업원은 눈동자만 떨릴 뿐.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10만엔 4개 더, 50만 엔(500만원)을 쌓았다.

그러자 종업원이 입이 열릴 듯하였으나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50만 엔을 더 쌓았고 100만 엔(1,000만 원)을 만들었다.

그러자 나이 든 종업원의 눈에서 욕심이 폭발하더니 입이 열렸다.

“야쿠자 사람들이 이미 와 있고, 하루마를 만나고 있습니다.”

아까 가게로 들어간 한때의 사내들이 떠올랐다. 모두 4명.

“하루마를 불러 주세요. 하루마가 얼마의 빚을 가지고 있던 우리가 대신 갚을 것이오.”

종업원은 100만 엔의 돈을 가방에 모두 쓸어 담고 말했다.

“이곳에 찾아온 야쿠자는 관동회 회장 외아들 '야마토'입니다.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우연히 그의 눈에 하루마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루마를···.”

고 과장이 가볍게 설명했는데 우리는 순간 분노했다.

영어로 마틴에게 설명했더니 마틴은 순간 괴물이 된 것처럼 분노했다. 사실 마틴이 어렸을 때 남동생이 양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다가 자살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게이나 남색을 즐기는 놈을 보면 분노가 폭발했다.

마틴이 대위로 제대한 것도 새로운 신병을 건드린 중사를 반쯤 죽여버렸기 때문이었다.

마틴이 불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종업원의 멱살을 잡았다.

“where is 하루마?”

그러자 겁을 먹은 종업원이 바로 말했다.

“room 넘버 9”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오랜만에 사고 한번 쳐야겠다.”

경복이가 손으로 가게에 있는 작은 부처님 장식을 강하게 쥐며 말했다.

“왜 사고야? 정의 구현이지. 부처님의 자비를 보여줘야겠다.”

우리는 거침없이 숫자가 쓰여있는 방을 쭉 보다가, 사내 하나가 밖에 나와 서 있는 곳을 보았다. 역시나 그곳이 9번 방.

관동회 개새끼 뭘 하고 있는 거야?

밖에 서 있던 사내가 우리를 보며 인상 쓰며 뭐라고 했는데, 나는 그대로 얼굴을 갈겼다.

퍽!!!

“비켜. 이 개새끼야.”

다른 골든보이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되자, 뭐랄까? 내 동생을 구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9번 방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그러자 알몸이 된 잘생긴 사내가 보였다.

사진에서 본 하루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벌게진 야쿠자 새끼들을 보며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아이 씨발!!! 게이 새끼. 뭐하는 거야?”

야마토는 한국말을 잘 모르지만 '씨발'이 한국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라고 자신을 향해서 말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분노를 폭발했다.

“조센징? 조선 놈이 어떻게 들어왔어? 가게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조센징? 이미 반쯤 죽이려고 마음먹었지만 이제 2/3쯤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방금 나에게 맞아 정신이 없는 야쿠자 놈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열이 받아 한마디 했다.

“야. 문 닫아.”

이미 기세는 우리에게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대낮부터 살짝 취해 있었다.

야쿠자 4명 우리는 5명.

좀 비겁한가? 그럼, 고 과장님은 빠져 있어요. 그럼 1:1. 이럼 만족하지?

“선빵필승이다. 개새끼야!”

나는 달려가 야마토의 턱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그러자 야마토는 혀를 내밀며 고통에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나머지 야쿠자 3명도 우리 애들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다.

이때 쓰러져 있던 야마토가 품속에서 사시미를 꺼내더니 나를 향해서 칼을 날렸다.

마틴이 순간 날아오는 칼날을 손으로 잡더니 나를 보았다.

“보스!!!”

나는 칼을 잡은 손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마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마틴은 야마토의 팔을 잡아서 비틀었는데 팔목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우드득-

그러자 야마토가 비명을 지르며 사시미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구석에서 떨고 있는 하루마를 보고 마틴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옆에 쓰러져 있던 야쿠자 하나가 일본말로 소리쳤다.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는 관동회야! 이 개새끼들!!”

소리친 야쿠자가 품속에서 사시미를 또 꺼내 들었을 때, 나는 의자를 들어 그놈의 머리를 내려쳤다.

퍽!! 바가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야쿠자가 들고 있던 사시미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야마토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우리 관동회가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놈들이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으나, 우리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고 있었다.

나는 고 과장님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는 겁니까?”

“본인들이 관동회랍니다.”

“관동회가 뭔데요?”

“야쿠자의 일파이지 않을까요?”

고 과장님이 이쪽은 야쿠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통역했다.

그러자 관동회 놈들은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요즘 머리 큰 사람을 만나고 다녀와서 관동회인지, 광어회인지 겁나지 않아. 최근에 북한 정은이 형도 만났고, 아프간 사령관도 만났다. 미국 대통령과 통화도 했지. 그런 내가 관동회까지 알아야 해?”

그리고 사시미를 들고 야마토에게 다가가 일단 싸대기를 갈기고 사시미를 눈앞에서 흔들었다.

“고장이 난 거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하던데···. 이번 참에 짤라 버리는 것 어떠냐?”

고과장이 작은 목소리로 해석해서 말해준다.

나는 사시미로 그놈의 바지를 쭉 찢어서 위로 올렸다. 그러자 바로 팬티가 드러났다.

그러자 야마토가 덜덜 떨면서도 큰소리를 쳤다.

“이 씨발놈이!”

그러자 마틴이 바위만 한 주먹으로 야마토의 얼굴을 갈겼다. 그러자 이빨 3개가 튀어나왔다.

야마토는 마틴의 얼굴을 보더니, 눈을 깔았다. 불곰이 바라보고 있으니 무섭지.

다른 야쿠자가 또 품속에서 몰래 사시미를 꺼내려고 했는데 태경이가 그놈과 눈동자를 맞췄다.

“뒤지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그러자 야쿠자가 태경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쫄았다.

태경이가 그놈의 옷을 확인하며 사시미를 꺼냈다.

“일본 여행 다녀왔으면 당연히 기념품을 사야지. 이거 딱이다.”

그리고 야쿠자의 얼굴에 500원짜리 동전을 던졌다.

“중고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다시 야마토의 팬티 위로 사시미를 움직이며 말했다.

“내가 수술 잘해줄게. 거세하면 성격도 좋아지고, 육질도 좋아진다고 하더라.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어.”

나는 야마토의 머리를 사시미 뒷날로 툭툭 치며 말했다.

“이쪽이 고장 났으면, 여기를 잘라야 하나?”

이때 야마토가 순간 품속에서 다른 사시미를 꺼내서 찌르려고 했다.

“조센징!!”

마틴이 다시 한번 야마토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피가 나서 손을 붕대로 감은 주먹으로 야마토의 얼굴을 계속해서 내려쳤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경복이가 마틴을 말리려고 했는데, 어설프게 때리면 한국에 찾아올 놈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공포를 박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눈이 돌아간 마틴은 사시미를 잡더니 야마토의 얼굴을 +자로 길게 그어 버렸다. 그러자 야마토가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크악!!!”

이때 문이 열리고 선대위와 수행과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유혈사태가 벌어진 상황을 보고 놀랐지만 차분했다.

선 과장은 손에서 피가 나고 있는 마틴을 보면서 말했다.

“대표님. 일단 마틴은 병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마틴의 손에서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병원에서 긴급수술만 하고, 혹시 모르니 바로 한국으로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구석에서 떨고 있는 하루마를 보며 말했다.

“하루마? 하루마가 맞나?”

공포에 떨고 있는 하루마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

“하루마. 얼굴 한번 보자.”

하루마는 공포에 떠는 얼굴로 겨우 나를 보더니 크게 놀랐다. 그리고 한국어로 물었다.

“골든보이? 골든보이 선생님이 어떻게 이곳에 오셨습니까?”

나도 놀란 얼굴이 되었다.

“나를 아네. 어쨌든 옷부터 입자.”

나는 제일 작은 야쿠자의 옷을 벗기려고 했는데, 버티자 경복이가 몇 대 더 때렸다.

“씨발놈아. 니들은 하루마 옷을 찢었잖아.”

그러자 순순히 옷을 벗었다.

옷을 대충 입은 하루마가 말했다.

“이놈들은··· 관동회입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전직 군인이고 탱크 몰았어. 내 뒤에 서 있는 놈 중에 전직 군인이 아닌 사람이 없다. 칼 들면 총으로 쏠 거고, 총을 들면 대포를 쏠 거다. 최근에도 전쟁터에 있어서, 겨우 민간인 새끼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선 대위가 테이프를 챙겨 오더니 여기 있는 놈들의 손과 발 입 눈을 둘둘 말고 있었다. 한 사람마다 테이프 하나를 모두 다 쓸 정도로 감았다.

나는 하루마를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는 ‘황금인’인가?”

하루마는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이제 황금인이 아닙니다. 전에 자격을 잃었습니다.”

“어쩌다?”

하루마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미션을 모두 통과하셨습니까?”

“모두 통과했지.”

하루마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대단하시군요. 저는 살인자를 잡는 미션에서 포기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황금인의 자격을 잃었습니다.”

하루마는 내성적이며 친구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황금인의 의미가 뭔지 알고 있어?”

“엄청난 힘을 가지는 존재입니다.”

“엄청난 힘?”

“또 다른 황금인이 나를 찾아와 그랬어요. 그리고 미션 하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며 하루마를 바라보았다.

“황금인이 또 있다고?”

“백인의 외국인 사내였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미국 광물왕 커틀런 씨가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여줬어요. 그러면서 나는 운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 백인 사내가 누구인지 알아?”

하루마는 머리를 흔들었다.

“몇 년을 찾았지만, 못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모은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백인의 사내라···.

미션을 방해한 외국인 매입자가 그놈일까? 그리고 그놈도 황금인이라고?

그래도 미지의 ‘적’이 조금은 선명해진 느낌.

그래서 더욱 하루마가 만들었다는 자료를 보고 싶었었다.

“좋아. 하루마. 작은 단서라도 좋아. 네 자료를 보고 싶다.”

나는 하루마와 다르다. CIA도 알고, 청와대의 비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내 친구들도 있다.

“나중에 몽타주라도 그려보자.”

그렇다면 일단 홈그라운드인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으로 가자. 도와줄게.”

하루마는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일어나. 그리고 같은 황금인끼리 돕고 살아야지. 그게 이웃사촌이지.”

하루마는 머리까지 조아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한국으로 가면 위험할 수 있어. 너랑 만났다던 그 백인 놈이랑 한번 붙을 거거든.”

“여기가 지옥입니다.”

나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우리랑 있으면 뒤질 때 뒤지더라도 재미는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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