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통일 신라의 최후의 거인 ‘장보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랜 ‘친구’이자 ‘주군’인 그에게 물었다.
“자네가 정말 ‘평골파’의 수장인가?”
장보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자네에게는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아. 나는 골품 없는 세상을 꿈꾼다네.”
나는 충격 받은 얼굴로 잠시 대답을 못 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골품 없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장보고는 주먹으로 탁자를 강하게 내려치며 일갈했다.
“골품 있는 놈들을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봤나? 그들은 자격이 없어!”
그의 말이 맞다. 진골들은 스스로 자격 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자격이 없어··· 하지만 골품이 없어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고, 또한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가질지 생각해봤나? 지금 보다 더 혼란해질 거야.”
장보고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 것이야. 당나라는 이미 과거제를 실행하지 않았는가?”
이것은 장보고가 틀린 말이다.
“당나라가 과거제를 실시해서 잘 돌아가고 있던가? 이정기도 과거를 통해 등용되었어. 그리고 우리도 당에서 기회를 잡을 수 없어 신라로 돌아왔지 않은가?”
내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장보고는 할 말이 궁색했다.
“그저···. 할 일을 하기 위해서 고향 땅으로 돌아왔을 뿐이야.”
나는 정말 어렵게, 마음속 깊은 곳에 봉인되었던 질문을 던졌다.
“자네 혹시···. 왕이 되고 싶은가?”
장보고는 나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맞다. 왕이 되고 싶다. 내가 못 할 이유가 없어. 누구보다 위대한 왕이 될 수 있다.”
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장보고의 어렸을 때 아호를 불렀다.
“궁복.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나만이 지금의 혼란을 끝내고, 왕성의 평화를 줄 수 있네. 자네는 내 옆에서 대장군이 될 수 있어. 대접받아 마땅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
나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궁복···.”
장보고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상이 바뀔 것이야. 나의 손을 잡게 오랜 벗이여. 지금처럼 나의 오른쪽 가장 가까운 곳에 서.”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장보고에게 걸어갔다.
“골품이 없는 세상이고, 능력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했나?”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야.”
나는 순간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그의 심장을 단숨에 찔렀다.
장보고의 놀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나는 핏발 선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 능력은 자네보다 뛰어나. 난 그렇게 생각하네. 어떤가? 그래도 이런 세상을 원하나?”
장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자네가······.”
“‘농민’이 ‘왕’이 되려는 세상. 얼마나 많은 혼돈과 얼마나 많은 피가 대지에 흐르겠나···.”
장보고는 피를 흘리며 낮게 웃었다.
“염가··· 이 바보 같은 놈아. 그래서 내가 대장이 된 거다.”
“만파식적은 어디 있나? 왕의 손에 있어야 할 물건이다.”
장보고는 마지막 힘을 짜서 말했다.
“곧 평골파의 세상이 올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흐를 것이다.”
장보고의 눈동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머리가 떨어졌다.
이때 왕도에서 붙여준 무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평골파 놈들이 만파식적과 함께 쾌속선을 타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나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청해진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장군께서 ‘자객’ 놈들에게 쓰러지셨다! 당장 추격하라!”
장보고가 내 발아래 쓰러져 있지만, 장보고의 심복이자 ‘가장 오랜 벗’인 나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객이 쾌속선을 타고 도망치고 있다. 어서 잡아라!”
나의 명령을 거부하는 청해진의 병력은 없었다.
이 명령 한마디로 단숨에 청해진 조직을 장악하고 있었다.
나는 ‘평골파’ 놈들이 타고 도망치는 배를 쫓았다. 놈들의 배가 가벼웠다면 벌써 도망쳤을 텐데, 뭔가를 가득 실었는지 흘수선이 깊게 내려가 있었고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배는 청해진에서 가장 빠른 진승 쾌속선.
두 배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졌고, 평골파 놈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리 만파식적.’
피리를 한번 불면, 폭풍이 치는 바다가 잠잠해지고, 돌림병이 사라졌으며, 적들이 물러난다는 보물.
모든 사람은 만파식적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한 ‘전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파식적은 국가의 운명을 건 대전쟁에서 2번이나 사용된 ‘전략무기’였다.
만파식적이 전략무기라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은 ‘문무대왕’.
고구려를 집어삼킨 당나라가 평양에 ‘안동 도호부’를 설치하고,
이제 백제와 신라까지 집어삼키려 ‘웅진 도독부’와 ‘계림 도독부’를 설치했다.
신라는 이제 당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건 전쟁을 벌여야 했다.
나당전쟁.
신국이 당나라와 싸우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째.
신라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최대로 이용하여 당나라 군대를 한성(서울)까지 밀어냈지만 거의 한계에 온 상태였다.
하지만 당나라도 재정적 파탄이 오며 더 이상의 원정은 무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양국 다 전쟁을 끝낼 때가 왔다는 사실을 알았고, 한판의 도박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내기로 했다.
당나라에서 마지막 지원병이 오며, 매소성 근처에 15만에 당나라 병력이 집결했다.
신라도 모든 병력을 집결하여 8만의 대병력이 진을 만들었다.
드디어 ‘대회전’의 때가 온 것이었다.
사실 대회전은 신라가 극히 불리했다.
당나라 1만 중기병대의 돌파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문무대왕이 비밀무기 ‘만파식적’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만파식적은 ‘몽골’에서 건너왔는데, ‘뼈 피리 소리’가 나면 훈련이 된 얌전한 말들도 날뛰며 주인을 밖으로 던져 버렸다. 몇 번의 실험으로 확실히 확인했고, 아주 철저하게 준비했다.
675년 매소성 앞 평원.
당나라 사령관은 병력의 포진을 보면서 이미 승리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중기병대를 극좌로 배치하자 신라군은 정예병력을 왼쪽에 모두 배치하였다.
너무 좌측을 의식해서 스스로 약점을 드러낸 꼴.
사령관의 눈에 ‘중앙’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중기병대를 막기 위해서 정문을 열여 놓은 실책.
당나라 사령관은 중기병대를 몰아, 신라군 중앙 사령부를 단숨에 뚫어버리는 명령을 내렸다.
신라의 중앙 병진을 향해서 당나라 중기병대 1만기가 달려들었다.
뒤로는 경기병 1만도 따른다. 단숨에 김유신과 신라왕까지 잡겠다는 욕심이 보였다.
중기병과 경기병 2만이 달리자 천지가 흔들리는 느낌.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았다.
경험 많은 담대한 병사들도 도망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으며 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문무대왕.
스스로 미끼를 자청한 사내로 당나라가 확실히 미끼를 문 것을 보고 얼굴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내린 때가 왔다!!!”
이때 문무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만파식적’을 있는 힘껏 불었다.
사람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문무대왕을 향해 달려오던 당나라 중기병 전투마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며 바닥에 쓰러졌고, 기수들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앞에서 달리고 있던 5천 마리 중갑 전투마가 한꺼번에 쓰러지자, 중기병들은 빙판길 연쇄 추돌 사고처럼 서로 뒤엉켜 쓰러졌다.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연쇄 추돌사고.
그것으로 당나라 중갑 기병대의 돌격은 멈춰 섰다.
하지만 뒤에 경기병이 따라오고 있었다.
콰콰콰쾅!!
중기병과 경기병이 엉키며 자신들끼리 부딪쳐 쓰러졌다.
충돌을 피한 경기병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고 있었다.
“화살을 쏴라!!!”
달리지 않고 멈춘 기병대는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화살이 날아와 기병대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문무대왕의 명령 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전군 전진!!!”
신라군은 천천히 걸어가면서 ‘쓰러진’ 혹은 ‘멈춰선’ 기병대를 병든 돼지 사냥하듯 화살을 쏘고 창으로 찔러 죽였다.
그리고 역으로 신라의 기병대가 왼쪽으로 돌아가 당나라 사령관이 있는 중군을 무너트렸다.
당나라군 진형은 단번에 무너졌고, 매소성 앞은 이제 당나라군을 잡는 사냥터가 되었다.
그렇게 나당전쟁이 마무리되었다.
‘만파식적’
이 무기는 전쟁터의 ‘게임 체인저’였으며,
왕에서 왕으로 계승되는 ‘보물 중 보물’이었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왕궁 깊숙한 곳에서 보관되던 이 보물은, 96 각간의 난 와중에 분실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새로운 왕이 아무리 찾았지만, 이 보물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역사 속에 등장한 것은, 장보고의 청해진 군대와 신라 근왕병 10만이 싸움을 한 ‘달구벌 전투’였다.
만파식적이 근왕병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장보고의 손에 있었다.
‘평골회’ 사람이 그에게 바친 것이었다.
신라 왕실 친위대 기병 5천이 장보고가 있는 중군을 공격해 왔을 때, 장보고가 ‘만파식적’을 불었고 왕실 친위 기병대는 파멸했다.
말들이 날뛰며 사방으로 흩어졌던 것이었다.
그것으로 신라 근왕병 10만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제 만파식적을 ‘가진 사람’이 신국을 얻는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신라 최고 보물 ‘만파식적’을 평골회가 가지고 도망치고 있었다.
반드시 회수해야 했다.
평골회의 배가 화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배를 향해서 불화살을 날렸다.
이때 선장이 큰소리로 말했다.
“장군! 놈들이 해무로 들어갑니다.”
분명 불화살이 돛대에 박혔는데, 평골회의 쾌속선은 바다 안개로 들어갔다.
우리도 금방 해무 안으로 들어갔으나 안에서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제길!”
그렇게 만파식적은 영원히 사라졌다.
경주의 왕은 염장이 ‘만파식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하고, 그마저 경주로 불러 암살해 버린다.
으어어어어-
나는 잠에서 깼다. 그리고 식은땀을 닦고 창문 밖을 멀리 바라보았다.
이른 새벽.
천 년 전 그날처럼. 바다에 해무가 진하게 끼어 있었다.
해무 사이로 아주 잠깐 빛이 보였다가 사라진 것 같았다. 정확하게 봤는지 확인할 수 없어, 다시 확인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경복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물었다.
“아 씨발! 그냥 잤다··· 내가 미쳤지. 우리 아가씨들은 뭐 하고 있냐?”
나는 낮게 웃었다.
“자기 방에서 곤하게 자고 있어.”
“어떻게 그 미녀들을 두고 잘 수가 있지? 벌써 기력이 쇠한 건가?”
나는 멀리 안개를 보고 있었다.
“와~ 안개 봐라. 꼭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
경복이는 이제서야 멀리 보이는 엄청난 해무를 보고 있었다.
“와 바다 안개가 무섭다. 갑자기 공포영화 사일런트 힐이 생각난다.”
“안개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거냐?”
“무섭지만 섹시한 간호원 괴물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 정도면, 괴물이라도 감사할 정도였지.”
이때 ‘오츠’가 웃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잘 잤어요? 골든보이님. 안녕하세요. 경복 상.”
경복이가 활짝 웃으면서, 나의 앞을 막고 말했다.
“오츠 씨. 이곳 아침 조식이 맛있다는데. 함께 먹을까요?”
오츠의 미소는 아침부터 상큼하다.
“이왕 신세 진 것, 왕창 쌓아 둘까요?”
“내가 아침을 먹으면 잘 소화가 안 되는데. 오츠 씨랑 먹으면 소화가 잘될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럼 꼭 같이 먹어야겠네요.”
“친구들 깨워서 1시간 뒤에 가죠.”
미나도 아쉬운 얼굴을 하고 나왔다.
“어제 수영을 해야 했는데, 너무 아쉬워요.”
나는 여유 있게 말했다.
“2박 3일 예약했으니까. 묶고 싶으면 더 묵어도 돼요.”
미나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진짜요? 진짜?”
“물론이죠.”
미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와~ 수영이다.”
이때 선 대위가 안으로 들어와 아가씨들의 차를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하여 견인된 것을 찾아왔다.
사츠코는 차 안에서 짐을 찾고 너무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좋지 않은 일이었다.
짐안에서 오늘 밤에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찾은 것이었다.
순간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내일 가는 비행기표를 따로 끊어주겠다고, 더 놀다 가라는 말을 했지만, 사츠코가 내일 점심에 회사 면접이 잡혀 있어 미안하다 했다.
미나와 오츠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아쉬워하면 시간만 가는 것. 시간이 있을 때 놀아야 한다.
아침을 빨리 먹고, 완도 일출공원에서 레일도 타고, 케이블 관광도 하고, 짧게 요트도 탔다.
경복이는 오츠와 손까지 잡고 산책했다.
새끼··· 빠른데?
하지만 시간은 야속했다.
이제 헤어질 시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우리는 시간에 맞춰서 3명을 ‘모범택시’에 태워서 인천공항으로 보냈다.
눈에서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니야···. 흑흑흑.
우리는 서로 번호를 교환했으므로, 한동안 카톡으로 계속해서 연락했다.
나는 사츠코랑 거의 이야기도 못 했는데··· 그래서 더 아쉬웠다.
우리의 마지막 관광지는 바로 ‘완도타워’.
나는 높은 타워에서 완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보았던 빛이 생각나서 그쪽을 유심히 보았다. 그랬더니 아주 미약하게 황금빛이 보였다.
사실 낮에는 밤보다 잘 안 보인다.
황금빛이 나오는 섬의 이름은 ‘풍신도’.
그리고 꿈에 보았던 평골회의 배가 떠올랐다.
나는 미약한 황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태경이가 나에게 다가와 혀를 차며 말했다.
“사츠코가 가더니 완전히 넋이 나갔구만.”
나는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미나가 간다고 했을 때, 너 울려고 했던 거, 내가 다 봤어.”
태경이는 카톡을 보여주며 웃었다.
“카톡으로 도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거든? 사츠코 다시 보고 싶으면 엉아에게 잘 보여라.”
이때 경복이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아! 오츠! 내 이상형인데. 너무 아쉽다.”
“이 새끼는 보는 키 큰 여자마다 다 이상형이래.”
“이번에는 진짜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미나가 그러는데, 오츠 남친 있다고 하던데?”
경복이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나 같이 압도적인 스타일은 곁에 누가 있든지 간에 신경 쓰지 않아.”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얼어 뒤졌냐?”
둘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계속해서 황금빛이 나오는 섬을 바라보았다.
태경이가 나의 표정을 살피다가 물었다.
“이 새끼는 아직도 ‘센치’해?”
경복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 그런 듯.”
나는 경복이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멀리 섬에서 황금빛이 보인다.”
“황금빛? 밝아?”
“이름이 풍신도다. 선 대위님께 준비 좀 해 달라고 전해줘. 낮에 봐도 빛이 보일 정도다.”
나는 꿈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풍신도를 노려보았을 때 눈앞에 ‘미션’이 떠올랐다.
<<진정한 황금인의 권능을 얻어라.>>
<<황금인 권능의 증표를 모아라.>>
<<권능의 증표인 ‘만파식적’을 소유하세요.>>
<<성공시 : 다른 황금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는 미션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만파식적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도 놀랐지만 ‘나 외에 황금인’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다른 ‘황금인’이 있다고?
나 말고?
나는 꼭 다른 황금인을 만나고 싶었다.
이때 선 대위가 나를 찾아왔다.
“배는 이미 준비되었고, 중장비는 수배하고 있습니다. 2시간 안에 원하시는 섬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빛을 확인하고, 망원경으로 한 섬을 보여주었다.
“저기 보이는 섬이 ‘풍신도’입니다. 이쪽으로 사람과 장비를 보내주세요.”
“혹시 유물을 발견하셨습니까?”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황금이 보입니다. 오늘 안에 작업에 들어갑시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서울대 윤 교수님에게 연락했는데,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나는 다시 원유 흡입선에 탔다.
‘작동을 멈춘’ 원유 흡입장치를 확인했는데, 황금 씨앗처럼 시간이 다 되면 능력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검은색의 원유 씨앗은, 이제는 회색에 가까운 돌로 변해 있었다.
능력이 떨어진 돌이었지만 품속에 소중하게 챙겼다.
“출발합시다.”
우리는 배를 타고 빛을 뿜어내는 풍신도로 이동했다.
풍신도는 아주 낮은 언덕만 하나 있을 뿐. 지름 7km의 크지 않은 섬이었다.
‘빛이 강하다.’
가까이에서 보니 황금빛이 강렬했다. 그것은 황금이 많다는 의미.
땅속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태경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황금이 밝게 보이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법 진하다. 설렁탕 ‘특’정도 진국이야.”
덩달아 태경이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우리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이네.”
나는 태경이의 눈빛을 보며 되물었다.
“무슨 말이야? 뭘 보여줘?”
태경이는 핸드폰 거치대를 펴며 말했다.
“미나가 우리가 발굴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고 싶대.”
“보물 찾는 것을 ‘라이브’로?”
태경이가 흥분하며 말했다.
“지난번에 해남에서 일본군 금괴 발견할 때 했던 것 있잖아. 그거랑 비슷하게 해보자.”
라이브라···.
미션에서 나온 만파식적을 소유하려면, 라이브 영상은 증거가 될 수 있어서 안 하는 것이 좋지만 ‘나만’ 만파식적이 ‘어떻게 생긴’ 줄 알고 있었다.
만파식적은 절대 보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형태였다.
그냥 뼈다귀? 음식물 쓰레기로도 받아주지 않게 생겼다.
그렇다면···. 라이브 방송이라.
내가 보물을 찾는 것을 ‘라이브’로 보여주고 싶은 상대는 사츠코가 아니다.
바로, 이번에 얻은 새로 얻은, DW 해운과 DW 조선의 임직원이었다.
새로운 대표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인사하기를 원했다.
“라이브 좋지. 가보자.”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라이브’가 되니 바로 골든보이 채널을 켰다.
나는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채널 골든보이 시청자 여러분. 우리 골댕이들도 안녕~. 해남 일본군 금괴 이후로 처음 방송하는 것 같습니다.”
-골든보이 라이브다.
-오늘은 무슨 일?
-일본군 금괴가 또 있나?
-오 보물 탐사 라이브인가?
-기대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확실한 금덩이를 본 것 같아서, 이렇게 라이브 방송을 켰습니다.”
-확실한 금덩이가 있다고?
-금이 나오면 무슨 주식을 사야 해?
-저번에 막판 서우 건설로 짭짤했다.
-서우 건설 말하지마. 아직도 복구가 안 됐어.
-그래 씨발. 서우 건설 이야기 금지.
“오늘은 완도 청해진 공원에서, 배로 꽤 떨어진 풍신도라는 섬입니다. 이곳에서 보물 발굴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합니다. 골든보이가 오늘 무엇을 발굴할지 함께 확인하세요.”
-또 황금인가? 진짜?
-의심하지 마. 지난번에 의심했다가 개피 봤어.
-이번에는 무조건 믿는다.
-불신론자들은 다 꺼져.
-불신론자 강퇴 시켜.
나는 황금빛을 뿜어내는 장소를 2곳이나 확인했다. 일단 2곳 중 더 강한 빛을 뿜어내는 곳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곳에 금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깊이에 있지만··· 발굴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네요.”
미니 포크레인이 제법 큰 화물선에 실려 이곳에 내려졌다.
나는 이곳으로 온 포크레인을 보며, 페인트로 한곳을 칠했다.
“내가 표시한 곳을 가로세로 깊이 모두 ‘3m’ 정도 파세요.
할아버지 포크레인 기사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수영장이라도 만드나? 아니면 창고?”
나는 그냥 웃었다. 골든보이 따위는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냥 파주세요.”
할아버지 포크레인 기사는 뽕짝 노래를 켜고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실력이 괜찮아 쭉쭉 땅을 파고 내려갔다. 그리고 금방 금빛이 가까워져 왔다.
1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나는 다시 페인트칠했다.
“이 아래는 삽으로 들어갑니다.”
경복이와 수행과 사람들이 들어가 삽질을 했다. 전직 군인들답게 야무지게 삽질을 하자 금빛이 아주 가까워졌다.
“잠깐! 잠깐! 곧 금이 나옵니다. 잠시 멈춰보세요.”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금이 곧 나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보세요.”
-모래사장에서 금이 나온다고?
-이런 무근본 금은 뭐야?
-골든보이가 전에 묻어둔 것은 아니겠지?
-골든보이를 의심하다가 적금 날렸어.
-오늘 떡상할 골든보이 주식 없냐?
나는 천천히 구덩이 위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 명에게 삽을 받아 천천히 삽질했다.
한 5번쯤 삽질을 했을 때, 드디어 깨진 돌상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금자가 보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2개의 금자를 집어 들었는데, 모양이 달랐다.
“모양이 다른 금자가 2종류가 있네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하나는 당나라 금자이고 하나는 왜국에서 만든 금자였다. 왜국에서 만든 금자가 당나라 것보다 2배는 컸다. 하지만 양으로는 당나라 금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쏟아졌다.
나는 화면 댓글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도 내가 묻어 놓았다고 하는 댓글이 있네요.”
그렇다고 꿈에서 봤던 장면을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단순하게 설명했다.
“이 금자의 출처는 청해진이 가까우니까, 장보고가 숨겨 놓은 보물섬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장보고의 보물섬.
-장보고의 금발견.
-최수종에게 연락해라. 비상금 털린다고.
-위에 아재는 누구냐?
-아. 해신 해신.
-그 명작을 몰라?
-삼둥이 아빠 송일국 젊었을 때도 나와.
수행과 사람들과 금자를 확인했는데 무려 1,500개가 넘었다 당나라 금자가 1,420개였고, 왜국 금자 60개, 신라 금자는 20개였다. 참파나 아랍 금자도 있었다.
금값만 해도 350억은 충분히 넘을 금액이었다.
-와 350억
-저 1억만 주세요.
-라면 살 돈이 없어요. 1억만 주세요.
-저는 금자 반개만. 카드값 갚아야 함.
-금이 또 보이나요?
누군가가 금이 또 있냐고 물었고 나는 금빛을 보면 말했다.
“당연히 금이 또 있습니다.”
나의 말에 흥분한 사람들이 있었고, 주식시장이 이쪽을 지켜 보기 시작했다.
골든보이 테마주는 뭐야?
하지만 내 고민은 이곳에 ‘만파식적’이 있느냐 였다.
황금이 아닌 물건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