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20화 (120/188)

120화

‘이것은 국민 여러분이 만든 기적입니다.’

원유 사건이 터진 진도는 물론, 해남, 완도까지, 모든 바다가 완전히 깨끗해졌다.

국민이 다 함께 일어나 ‘기적’을 만들었다고, 방송이 하루 종일 이야기했다.

우리가 인수한 DW 해운의 ‘원죄’가 구원 받은 순간.

뭐가 되었던 간에, 일이 완전히 해결되어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9박 10일, 천리행군 훈련을 끝낸 느낌.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완도항에서 사흘 정도 쉬기로 했다.

원유 흡입선을 탔던 수행과 직원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부족했던 잠을 몰아 자기로 했다.

우리는 숙박 시설과 관광지가 몰려 있는 ‘완도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초대형 동상이 보였는데, 완도의 대표적 위인 ‘장보고’의 모습이었다. 장보고 동상은 손끝으로 먼바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청해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도’라는 섬 위에 관광지의 형태. 물론 장보고의 위대함을 표현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시설이었다.

장보고.

통일신라 시대 ‘후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강진, 완도를 주름잡는 호족의 자손. 진골 같은 ‘다이아몬드 수저’는 아니어도, 전라도에서는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집안의 자손이었다.

장보고는 일찍 ‘골품제의 모순’에 눈을 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무술을 연마해도 진골로 태어난 왕족들의 개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을, 경주에서 유학하며 깨달았다.

경주에서 ‘해도인’이라며 멸시하던 진골 귀족의 눈길을 그는 평생 잊을 수 없었다.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호족의 재산을 지키며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장보고는 야망이 있는 사내였다.

아버지를 설득하여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당나라에서 미친 듯이 공부를 했고 낮은 품계의 무관 벼슬에 오를 수 있었다.

무장으로 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다가왔다.

당나라 ‘등주’ 태수이며, 고구려의 유민 출신 장군 ‘이정기’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 반란으로 당나라는 제국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에 빠졌다.

이정기의 군대는 강했고, 당나라의 방어군은 속수무책으로 격파당했다. 몇 년 만에 이정기의 군대는 제국의 수도인 장안으로 강하게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당나라의 국운이 끝나지 않았는지, 이정기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앞에 두고 큰 병에 걸려 사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정기의 ‘제나라’는 당나라의 본격적인 반격을 받았고 끝내 멸망하게 되었다.

장보고는 이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화살을 잘 쏴. 공성전에서 큰 공을 세웠고, 수리(수학)에 뛰어나 후방지원 임무도 완벽했다. 특히 수군을 잘 지휘하여 제나라 수군을 봉쇄한 큰 공을 세웠다.

장보고는 이 전쟁에서 쌓은 전공으로 무령군 소장이 되었다.

다시 평화의 시대.

그는 소장으로 수군을 이끌며 동아시아 무역 네트워크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100년 전부터, 살아온 재당 신라인의 신망을 하나로 끌어모았다.

무령군 소장을 5년쯤 했을 때, 새로운 ‘길’을 모색했고. 다시 한번 인생을 건 도박을 하게 되었다.

당나라에서 쌓은 모든 기반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결단을 한 것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신라인’ 장보고가 당나라의 고위 관리로 승차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당나라의 생활에 조금도 미련이 없었다.

신라로 돌아가는 길.

혼자 낙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장보고는 자신을 따르는 수군 병사들과 5척의 함대를 이끌고 고향 완도로 돌아왔다.

다들 당나라에서 쫓겨난 것이라 이야기했으나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계산된 것.

‘동아시아 바다 네트워크’를 자기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장보고는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집 안을 정리했다. 자신과 함께 돌아온 군대를 이용하여 고향 집안을 단숨에 장악했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 모든 집안사람은 장보고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집안의 주인인 아버지까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완도에 청해진이라는 수군 기지를 만들었고 완도 주변부터 천천히 ‘안전한 바다’를 넓혀 나갔다.

그러자 서서히 민심이 장보고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힘을 쌓은 장보고는 이제 해적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3년 만에 해적들이 박멸되었고 노예무역도 사라졌다.

완도를 중심으로 남해는 진정한 ‘청정해역’이 되었다.

그러자 무역선들은 안전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중간 기점’으로 청해진을 이용했다.

그에 따라 청해진은 당나라와 신라, 왜국의 물목을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는 ‘중계 무역 기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청해진은 안전하며, 세금도 거의 없고, 편의 시설이 완벽한 곳.

지금과 비교하자면 ‘자유 무역항’으로 변모했다.

대당 신라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당나라 관리들에게도 충분히 기름을 발라서 당-신라-일본을 잇는 무역로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완도로 돌아온 지 단 10년 만에 장보고는 동북아시아 ‘바다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청해진에는 이제 아랍 상인도 찾아왔으며, 일본에서 당나라로 가는 사신들까지 장보고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였다.

일본 막부는 신라 국왕보다 장보고에게 더 많은 편지를 쓰고 선물을 보낼 정도였다.

당나라 등주 – 청해진 – 신라 울산대항 – 왜국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평온했고 장보고가 꿈꿨던 해상 네트워크는 점점 완벽해졌다.

바다의 제국은 평화로웠으나···.

새로운 불길이 육지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경주에서 시작된 불씨가 청해진까지 날아온 날.

왕위 다툼에서 밀려온 진골 ‘김우징’이 청해진으로 찾아왔다.

장보고는 김우징을 죽여서 새로운 왕에게 손을 내밀까. 아니면 김우징을 왕을 만드는 대업에 참여할까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장보고는 확실한 계산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

하지만 경주에서 진골 간의 다툼으로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대망의 꿈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바둑판에 포석을 깔았다.

일단 전라도의 내륙 나주까지 세력권에 넣었다. 하지만 경주는 이쪽의 움직임에 대해서 조금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인들의 정보는 시시각각 계속해서 들어왔고 서라벌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진골 김명이 희강왕을 죽이고 새로운 왕이 된 것이었다.

청해진의 병력은 이제 3만의 정예.

수군 선단을 가지고 있으니 보급은 완벽.

장보고는 계산이 끝났고, 번개같이 병력을 휘몰아 경주로 향했다. 단숨에 남원성까지 점령하여 전라도를 완전히 손에 넣고 경상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838년 달구벌에서 김흔, 대흔이 지휘하는 신라 정부군 10만을 격파하고, 수군으로 경주를 공격해 도망친 민애왕을 죽이고, 김우징을 왕으로 세웠다.

그러나 김우징이 1년 만에 죽고. 그의 아들이 왕위에 올랐다.

김우징의 아들은 장보고의 딸과 혼인을 약속했지만, 진골들의 반대로 혼인은 좌절되었다. 골품의 벽은 아직 아득히 높은 것이었다.

진골들은 장보고를 눈엣가시처럼 미워하였으나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끝내 자객 ‘염장’을 보내 장보고를 암살한다. 하루아침에 청해진은 머리를 잃고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찬란했던 청해진은 이제 청해진 공원이 되어 있었다.

태경이가 청해진 공원을 보면서 말했다.

“청해진이 별로 안 큰데?”

“신라시대 때 청해진 섬에는 관청, 군대, 군함, 선착장만 있고 내륙 쪽으로 엄청난 마을이 있었다고 하더라. 전성기 때는 전라도에서 가장 큰 고을인 나주보다 인구가 많았다고 나와 있다.”

경복이가 가볍게 물었다.

“아까 청해진 공원 안에 금이 보였는데 작다고?”

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금빛이 보기는 하는데, 금반지 수준으로 작네.”

“확인할 거야?”

나는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나중에 하자.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새끼. 굿 초이스다. 어서 드러눕고 싶다.”

완도항에 배를 기항하고, 완도에서 가장 큰 식당으로 가서 푸짐하게 식사했다.

수행과 식구들이 너무도 고생했기에 1인 1 랍스타를 기본으로, 가게 있는 대게와 킹크랩으로 배가 부를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모든 수행과 직원들에게 약속한 대로 2천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기 때문이었다.

AIE 보험사에서 받은 보상금이 2천억 단위로 남았기에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거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뱃속에 뭐를 넣으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법.

배 속을 시원하게 비우고 상쾌하게 밖으로 나왔을 때, 난감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식사했는데, 지갑이 없어졌는지 당황해하고 있는 ‘일본인’ 여자 여행객이 있었다.

오지랖 넓게 나서고 싶지 않았는데, 당황한 표정의 여인이 너무도 미인이었다.

경복이가 어느새 내 뒤에 서서 말했다.

“평소에 일본 거(?)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으니, 이번에 좀 갚아라.”

“지는?”

“나는 곤란한 미국, 프랑스, 독일 사람이 나타나면 도와주지.”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지갑이 터질 거 같아, 외국인 손님 하나 구해주는 것은 조금도 부담이지 않다.

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했다.

“계산할게요.”

“아. 아까 랍스터 30개 들어간 곳 맞지요?”

나는 일본인 여자와 살짝 눈인사하고 말했다.

“거기에, 여기 계신 난감한 여자분 것까지 같이 계산해 주세요.”

주인아주머니의 표정도 이제 밝아졌다.

“지갑을 잃어버리신 것 같은데. 다행히 아가씨가 운이 좋네.”

이때 친구로 보이는 2명이 다시 가계 안으로 들어왔다.

“자동차가 안 보여. 누가 훔쳐 갔나 봐.”

나중에 알아보니, 이상한 곳에 주차하여, 견인을 당했는데, 자동차를 훔쳐 간 것으로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 안에 짐이랑 지갑이 다 들어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당황해하는 청순한 미인의 이름은 사츠코.

그녀는 주인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 나에게 몇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

이때 사츠코의 친구인 귀엽게 생긴 여인이 나를 보며 깜짝 놀랐다.

“아! 골든보이 상! 골든보이! 진짜 골든보이?”

그녀의 이름은 미나.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골든보이 구독자가 ‘일본’에도 계신가요?”

“구독자? 구독자가 뭐죠?”

“아. 팔로워.”

“네 팔로워 맞아요.”

태경이가 좋아하는 귀여운 스타일의 미나를 보더니 강하게 끼어들었다.

“한국에 오신 손님인데, 이렇게 낭패스러운 일이 있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미나는 너무도 다급했는지. 나를 보더니 대뜸 도와 달라고 했다.

“골든보이 상. 도와주세요. 매우 힘듭니다.”

이때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하는 오츠라는 여인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자동차를 도난당했어요. 그곳에 모든 짐이 있는데···. 염치없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경복이가 키 크고 늘씬한 오츠를 보며, 어깨에 힘을 주고 달려왔다.

“당연히 도와 드려야지요. 우리 구독자분이신데.”

이것들이. 지들 마음대로···. 나이스.

그 장면을 보고 선 대위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직원들 보고 나오지 말라고 했고, 초고속으로 렌터카를 빌려서 가게 앞에 대기 시켰다.

벤츠 8인승 차량. 나는 선 대위에게 ‘윙크’를 했다. 그러자 선대위가 머리를 깊게 숙였다.

태경이가 되지도 않는 농담을 했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 봄바람이 불었다.

우리는 바닷가의 분위기 좋은 ‘와인바’로 갔다. 어두워진 바다는 매우 아름다웠다.

하지만 셋은 어떻게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지 걱정하고 있기에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이럴 때 처방은 ‘금융치료’. 나는 백만 원짜리 봉투 3개를 만들어 여인들에게 나눠줬다.

“골든보이가 돈 많은 거 알죠? 호주에서 아주 큰 금이 나와서 선물로 주는 거예요.”

미안해했지만 사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여인들은 꼭 갚겠다고 하며 나의 계좌 번호를 가져갔다.

처음 보았던 ‘사츠코’는 청순한 스타일.

‘미나’는 밝고 해맑은 귀여운 스타일.

한국말이 완벽한 ‘오츠’는 키 크고 화려한 OL 스타일.

우리가 보고 있는 여인은 각자 달랐다.

오늘 합은 아주 훌륭하다.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 왔으니, 와인을 시켜야 하는데 아는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비싼 것으로 일단 시켜 봤다.

350만원 짜리 포도주.

주문받아가는 종업원이 흠칫 놀라는 얼굴이었다. ‘이것을 진짜 시키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표정.

와인과 각종 치즈, 다양한 빵, 전복빵 같은 특산물까지 깔리고, 사장이 직접 와서 큰 와인잔에 포도주를 놓고 돌리는 디캔팅까지 했다.

디캔팅을 하면 더 맛있다고 하는데··· 그럼 더 달아지는 것인가?

나는 우아한 척. 포도주를 살짝 마셨다.

윽- 완전 떨떠름.

드라이한 맛의 ‘끝판왕’이었다. 나는 순간 친구들의 표정을 봤는데, 다들 똥 십은 얼굴을 겨우 숨기고 있었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그중 오츠가 포도주를 먹더니 감탄하며 말했다.

“이렇게 완벽한 포도주는 처음이네요. 비싼 것 아닌가요?”

경복이가 냉큼 앞으로 나섰다.

“오츠 씨에게 더 좋은 것을 대접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네요.”

경복이가 웃으면서 개수작을 떨고 있었다.

우리의 입맛은 아니었으나 여인들은 평소 와인을 즐겼는지, 엄청나게 드라이한 포도주도 맛있게 마셨다. 마시면 마실수록 당기는 맛이라나?

다시 한번 마셨지만, 난 모르겠다.

태경이가 낮은 목소리로 나의 귀에 말했다.

“야. 왜 세제물을 시켰어.”

“우리 아가씨들은 맛있다고 하잖아. 그냥 먹어. 350만원 짜리야.”

“350만원? 와 미쳤다.”

이때 태경이를 향해서 미나가 말했다.

“포도주를 고르는 기준이 남다르시네요.”

그러자 태경이가 얼굴을 확 바꾸고 말했다.

“외국을 많이 나가다 보니, 포도주는 외로움을 적셔 주는 친구지요.”

하지만 미나는 태경이의 말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외국. 포도주. 친구. 아~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이때 선 대위가 카톡으로 보낸 사진이 있었다. 일박에 120만 원짜리 고급 팬션. 수영장도 있고 방도 6개나 되었다.

선 대위 센스가 정말 최고였다. 답장으로 엄지손가락 이모티콘 10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츠코에게 카톡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머물 곳에 없으면, 이곳에서 하루 묵어도 좋습니다. 방이 6개나 되니 넉넉하게 쉴 수 있을 겁니다.”

오츠는 다른 사람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했다.

“좋아요. 우리가 부탁하고 싶어요.”

“도와드릴 수 있으니, 우리가 영광이지요.”

그레이스 인터내셔널 리조트.

완공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곳으로 완도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특히 야외 프라이빗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는 청순 미녀 사츠코에서 카드를 주면서 말했다.

“잠옷이랑 각종 물건이 하나도 없으니까, 아래층에 있는 마트 한번 다녀와요.”

사츠코가 나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자, 오츠가 나의 카드를 받고 머리를 숙였다.

“너무 수영이 하고 싶어요. 수영복 사도 되죠? 골든보이님.”

“하하하 물론입니다.”

사츠코는 영어로 감사함을 표했다. 영어가 되나? 나는 영어로 물었다.

“일본 갈 때까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다 사요.”

사츠코는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했다.

“더 이상 신세를 지기 너무도 미안합니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대접받고 있어서 황송합니다.”

나는 경찰서에 연락하여 잃어버린 차를 신고했다.

“아. 그리고 사람을 보내서 차를 찾아보라고 했으니, 곧 소식을 전해 줄 겁니다.”

사츠코는 여러 번 머리를 숙였다.

오츠는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수영장 풀 파티를 할 것이니까. 수영복 입고 계세요. 우리 야한 수영복 살 수 있어요.”

헉. 맨트가 아름답다.

아름다운 3명의 여인은 웃으면서 사라졌다.

경복이가 그것을 듣고 바카스를 내밀었다.

“오늘 전투는 반드시 승리한다.”

하지만 여인들이 사라지기 무섭게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오늘 너무 피곤한데? 쓰러질 것 같아.”

태경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따위 정신으로 뭘 하겠다고. 정신일도 하사 불성 몰라! 수영장에 거꾸로 박아줄까?”

경복이도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들이 수영복 고르려면 한 1시간은 필요해. 원래 여자들 쇼핑가면 오래 걸려. 그러니까 한 30분쯤 잠을 자두자.”

“30분? 딱 좋은데?”

“경복이가 먼저 샤워해. 그리고 끝나면 나 깨우고.”

우리는 눈을 감자마다 잠이 들었다. 술기운도 돌고, 너무도 피로했기 때문이었다.

샤워하고 나온 경복이가 우리를 깨웠으나, 일어나지 않았고 자신도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딥 슬립-

잠을 자다가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을 때는 새벽 2시. 무려 4시간이나 잠을 잔 것이었다. 태경이와 경복이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일본인 친구들이 어쩌나 궁금하여 거실로 나왔다. 셋 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었다. 나는 놀라며 말했다.

“사츠코. 왜 거실에서 자고 있어요? 방도 있는데.”

사츠코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

“허락이 없어서요···.”

손님을 모셔 두고 잠들다니. 너무 미안했다.

“아 미안해요.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어요. 어제까지 일이 너무도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셋은 가든 풀 파티를 준비해서 왔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자신들을 놓고 도망쳤다고 상상했다 말했다. 하지만 문을 열어보니 세상모르고 자고 있어서 안심하고 웃었다고 했다.

나는 셋에게 방을 분배했다.

“사츠코 같은 미인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닌데, 너무 아쉽네요.”

사츠코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탈리아 남자처럼 말하는군요.”

“하하하 그런가요? 이탈리아에 가본 적이 없어서.”

“우리 회사에 있어요. 바람둥이 이탈리아 씨.”

“나는 마음에서 느끼는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사츠코도 피곤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골든보이. 상.”

청순한 미녀와 나누는 밤인사는 너무도 아쉬웠다. 그녀의 미소를 머릿속에 넣고 빈방으로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바로 꿈속으로 들어갔다.

신라 최대 무역항 울산대항.

장보고의 심복인 나는 울산대항 최고 상단인 청해 상단의 단주였다. 또한 경주의 모든 정보를 모아서 청해진으로 보내주는 역할도 하였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청금서당 당주이자 왕의 친위대장인 김편 장군입니다.”

나는 인상 쓰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부관에게 물었다.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부관도 머리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알았다. 모셔라.”

왕의 친위대장인 김편이 방 안으로 들어와 신변잡기를 가볍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정색하며 본론을 말했다.

“이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성골의 피가 끊기며 서로 왕좌를 차지하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기 때문입니다. 골품이 무너지면 우리 신국이 무너집니다.”

나의 표정은 너무도 차가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서론이 거창한 것입니까? 장군.”

김편은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에 지방 및 젊은 귀족들 사이에서 ‘평골회’라는 조직이 활동하고 있소. 골품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요.”

나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골품이 없는 세상이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친위대장 김편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골품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라 전체가 왕도와 같은 혼란에 빠질 것이오. 농민마저 왕이 되겠다고 외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저는 평골회라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군요.”

“평골회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염 대방.”

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김편을 보았다.

“친위대장쯤 되시는 분이라면, 평골회를 스스로 잡아 드리면 되지, 왜 저에게 와서 말씀하십니까?”

김편은 심각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평골회’의 수장이 바로 ‘장 대사’요.”

나는 벌떡 일어나 화를 버럭 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김편은 품속에 있던 평골회의 자료와 평골회가 장보고에게 자금을 받고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정리된 내용을 쏟아 냈다.

“장 대사가 마음을 먹으면 경주를 안팎에서 무너트릴 수 있소.”

김편은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만이 역적을 처단 할 수 있소. 염장 장군.”

내 이름은 장보고를 죽인 암살자 ‘염장’이었다.

내가 장보고를 죽이는 것인가?

안 죽여! 못 죽여!

!!!!!!!!!!!!!!!!!!!

하지만 이미 내 손은 피에 물들어 있었고 눈앞 장보고의 심장에는 나의 단검이 박혀 있었다

이때 부하 하나가 달려와 말했다.

“평골파 놈들이 대사의 ‘보물’을 가지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대사의 보물? 그게 뭔가?”

“대사의 보물이라면 당연히 ‘만파식적’ 아닙니까?”

평골회 놈들이 만파식적이 가지고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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