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19화 (119/188)

119화

삼별초가 왕을 제주로 보내려 했던 탈출로.

그곳에서 낭만 고려 왕자 온이 전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금빛’이 있었다.

그 황금빛을 향해서 포크레인이 조심스럽게 흙을 퍼내기 시작했다. 원래 깊게 묻혀 있지 않아서 금빛이 가깝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만! 그만!!! STOP!”

포크레인을 멈추고, 내가 먼저 달려가 삽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나를 따라 삽질을 하며 흙벽을 까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제 비가 와서 흙이 부드러웠다.

대학원생 중 하나가 나의 삽을 빼앗아 들었다.

“김 대표님은 지휘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윤 교수도 나를 보며 말했다.

“김 대표는 나와서 지켜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언제 멈출 것인지. 자네만 알고 있잖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끄덕이고 뒤로 한 발 빠졌다.

삽질을 시작한 지 30분.

흙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끝나고, 바위가 나오면서 삽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명확하게 빛이 나오는 곳을 페인트로 다시 뿌렸다.

다시 삽질이 시작되었고 곧 덩치 큰 사학과 학생이 소리쳤다.

“굴이다! 굴이 있습니다!”

흙이 무너지면서 굴 하나가 나온 것이었다.

나와 교수님이 다급하게 굴을 향해 다가갔다.

작은 곰이 들어가면 딱 맞을 크기. 학생이 탐조등으로 안으로 비췄다.

“뭐가 있습니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금장식이 붙어 있는 도자기.

힘 좋은 남학생이 안으로 들어가, 도자기를 조심스럽게 상자에 넣어 밖으로 가져 나왔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고려자기의 결정체인 ‘금입사 고려청자’였다.

‘화려하다.’, ‘생각보다 크다.’, ‘금장식이 강렬하다.’라는 느낌.

그것을 보고 윤 교수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금입사 때문에 자네가 확인할 수 있었던 모양이군.”

금입사는 금의 양이 별로 안 되어서, 그렇게까지 진하게 보일 것 같지 않았지만, 일단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금입사 고려청자를 자세히 확인했다.

청자에는 전설의 거북이인 ‘현무’가 바닷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금입사해 놓았다. 거북이 꼬리에 붙어 있는 바다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것을 보며 윤 교수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금입사 고려청자는 본 적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 확인해 봐도 이 정도 크기의 금입사 청자는 없을 거야. 정말 대단하군.”

굴 안에 들어간 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도자기가 나갑니다!”

다른 도자기가 굴에서 나왔다. 같은 스타일이었으나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오르는 ‘용’을 금입사해 놓았다.

나는 도자기를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이번에는 ‘용’이군요.”

윤 교수는 심각하게 생각하며 두 도자기를 살폈다.

“‘현무’와 ‘용’이라···.”

나도 뭔가를 생각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주작’과 ‘백호’겠군요.”

나의 말대로 다음 도자기는 ‘주작’ 금입사 고려청자였다. 하지만 2조각으로 깨져 나왔다.

나는 안타까운 탄식을 했다.

“깨져 있습니다.”

하지만 윤 교수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복원할 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말게.”

하지만 다음 ‘백호’ 도자기는 8조각으로 부서져 나왔다. 심하게 부서진 것 같아도 요즘 기술로 복원하면 감쪽같이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갑자기 ‘고려사’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왕실의 안정을 위해서 ‘대각국사 의천’이 왕궁 안에 ‘백진사’라는 절을 지었는데, 그 안에 토지신을 지키는 ‘사방진신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사방진신자’요?”

“의천은 왕실불교를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사방신까지 가져와 왕실을 지키는 영물로 만들었지. 천태종으로 왕실불교와 지방불교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였다네.”

나는 금입사 고려청자를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이 작품들은 왕실이 만든 보물이군요.”

“이 정도의 퀄리티라면 ‘왕실’ 빼고 만들 사람이 없겠지. 그것도 의천 같은 왕자가 지원해야 만들 수 있는 보물이야.”

이때 안쪽으로 들어갔던 학생이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상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윤 교수가 놀라며 말했다.

“상자가 있어?”

“묵직합니다.”

이때 덩치 좋은 학생이 상자 하나를 조심스럽게 살짝 입구까지 끌었다.

내가 강하게 말했다.

“안에 금이 들어 있습니다. 안의 물건이 상할 수 있으니 끌지 말고 그곳에 두세요.”

학생은 놀라며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윤 교수님은 이제 본인이 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와 한번 눈을 맞추고 뚜껑을 열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다량의 ‘금자’와 몇 개의 ‘두루마리’였다.

본능적으로 우리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금자’.

금자 중앙에는 ‘대원大元’이라는 한자가 보였다. 원나라 왕실이 만든 금자라는 의미였다. 상자 안에는 금자가 대략 50개 정도 들어 있었다.

아마도 내가 본 강렬한 황금빛은 이것이었다.

윤 교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정도의 금자를 한꺼번에 보다니. 1개에 1억 원은 족히 넘겠어.”

50억 정도인가?

하지만 나는 금도 익숙하고 돈도 많았다. 금자는 금방 흥미가 떨어졌다.

이제 두루마리가 궁금했다.

그래서 가죽 두루마리를 집어 조심스럽게 펼쳤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복잡한 도장과 각종 한자가 쓰여있는 종이였다. 도대체 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이건 뭡니까?”

윤 교수가 두루마리를 자세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교초’인 모양이군.”

“교초요?”

“원나라 제국이 쓰던 어음이라고 표현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야. 지금 들고 있는 교초 하나가 우리가 보고 있는 금자 100개의 값어치라고 할 수 있지.”

옛날에 어음이 있었다고? 그것도 고려시대의 무식한 몽골 놈들이?

“옛날에 어음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군요.”

“멀리까지 많은 양의 재물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원나라는 ‘교초’ 시스템이 꼭 필요했어. 원나라가 멸망하게 된 원인 중, 늘 손에 꼽는 것이 바로 ‘교초의 남발’이지. 조선 중, 후기쯤에는 우리도 정식 어음을 쓰기 시작한다.”

드라마 한 장면이 번쩍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드라마 ‘상도’에서 어음을 쓰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고려시대에 믿는 상인들끼리 편지로 물건을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

상자 안에는, 이제 종잇조각에 불과한 교초가 7장이나 들어 있었다.

왜 이런 산기슭 작은 굴에, 고려 왕실 도자기와 금자 그리고 고액의 교초가 있을까?

순간 오늘 새벽의 꿈에, 삼별초의 왕자 ‘온’이 탈출하지 못하고 몽골 병사들에게 죽었다는 보고가 떠올랐다.

왕자 온을, 왕실 보물 그리고 금자와 함께 제주도로 피신 시키려 했는데, 몽골군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왕자와 함께 움직였던 별초군은, 이 굴속에 보물을 넣고 도망쳤다가 다시 찾을 생각이었지만 몽골군의 포위망에 걸려 죽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수백 년이 지나 우리의 손에 발굴된 것이었다.

갑자기 젊은 왕자 온의 얼굴이 떠올랐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표정이었다.

몽골과 싸우겠다며, 먼저 별초에 접근한 왕자. ‘몽상가’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그가 왕궁의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려줘 별초군은 강화도를 떠나면서 많은 왕실 보물과 재물을 챙길 수 있었다.

점심이 되기 전에 모든 발굴이 마무리되었다.

살리타이의 장군검과 황금투구.

고려시대 왕실 부적.

청룡, 백호, 현무, 주작 금입사 고려청자 4점.

원나라 금자 다수.

원나라 교초 다수.

살리타이 검과 황금투구 그리고 금입사 고려청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수의 기자들이 이곳으로 찾아왔다.

윤 교수님이 1시간에 걸쳐 보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끝냈다.

나는 기자들에게 진도의 해변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전에는 참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원유로 뒤덮여 있었으나 원유 흡입선이 최대한 원유를 많이 빨아들여 바다에는 기름띠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닷가 곳곳에 검은 원유 기름 덩이가 떨어져 있었다.

“저기 자원봉사자를 찍어 주세요.”

멀리 진도 해변에서 묵묵히 검은 원유를 기름 흡착포로 일일이 닦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 발견한 유물만이 보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저분들이 바로 ‘보물’입니다. 저는 오늘 발견한 유물로 보상금을 받게 되는데, 그 보상금을 이곳에서 일하시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서 모두 사용하겠습니다.”

나는 DW 해운사의 소유주였다.

일단 회사 자금을 동원하여 진도, 해남, 완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호복, 고글, 강화 고무장갑, 방독면, 방진 마스크를 보냈고. 의사와 병원차를 보냈다.

그리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했으며, 청소년, 노약자는 현장에서 밖으로 내보냈다. 원유의 독성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진도는 이제 원유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남은 곳은 ‘해남’과 ‘완도’.

‘석유 띠’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원유 흡입선’을 몰고 해남 수역으로 들어왔다.

해남 땅끝마을도 원유 기름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름다운 땅끝마을은 완전히 원유에 뒤덮여 있었다.

미역과 전복 양식장은 검은색 원유에 덮여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며칠 동안 연속으로 작업을 했더니 ‘원유 흡입선’의 기관이 고장을 일으켜 긴급 수리를 해야 했다. 밤새 긴급 수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동안 배를 교대로 몰았던, 피곤한 수행과 직원들이 하룻밤 푹 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땅끝마을에 있는 작은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아무리 UDT 출신이지만, 며칠째 배를 교대로 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럴 때는 고마움을 표시해야 했다. 아무리 멋진 말로 이야기해 봤자 금방 잊는다.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수행과 여러분. 방금 각자 통장에 1,00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해남과 완도 제주도까지 퍼진 원유를 모두 제거하고 추가로 2,000만 원을 넣어 드리겠습니다.”

수행과 직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돈이 최고다.

직원들을 모두 잘 먹이고, 일찍 푹 쉬려고 할 때,

해남 호텔로 해외 거대 보험사 A.I.E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방콕 스피리트’의 주간 보험사 조사원들이었다.

‘알렉산드르’라는 프랑스 이사는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이 대재앙을 처리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영국에서 온 것이다.

‘5일간’의 해양오염 조사를 끝내고, DW 해운의 ‘새로운 주인’인 나를 찾아 해남 호텔로 찾아온 것이었다.

호텔 라운지 커피숍에서 만난 알렉산드르 이사는 이쪽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대재앙에 가까운 환경 사고가 터졌는데, 해당 해운사를 매입했다는 것은, 분명 투기 세력인 ‘헤지펀드’의 자금이 들어온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르는 부드러운 표정을 하고 있으나, 눈에서 분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험료를 받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이곳의 사는 사람들에게 쥐똥만큼의 보상금을 줄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앞에 앉아 있는 나도, 그와 같은 부류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골든보이’ 동영상을 봤는데, 조잡스러운 속임수로 가득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것을 믿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우리 주관사는, DW 해운의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는 바입니다.”

나는 이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가 어렵군요.”

“DW 해운은 우리가 지급한 보상금을 제대로 집행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 우리를 보상금만 먹고 튀는 양아치 같은 놈들로 본 것인가?

며칠 동안 원유를 치운 나는 순간 ‘빡’돌았지만 꾹 참았다. 나를 보험금 받아먹는 ‘바지사장’ 정도로 보았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정말 그렇게 행동해 줘야지.

나는 알렉산드르 이사에게 차갑게 말했다.

“보험사는 피보험 사의 사고에 대해, 약관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쓰냐는 이쪽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알렉산드르는 여유 있게 말했다.

“솔직하게 가시지요. 보상금은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일단 크게 불렀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일단 드러눕고 입원을 하는 이유다.

“20억 달러. (2조 4천억). 대한민국의 자연은 그 정도 값어치가 있습니다. 약관에 최대로 줄 수 있는 것이 그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 회장님이 알려준 사실이다.

알렉산드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회사는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약관 최대치로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인상 쓰는 척하며 말했다.

“그럼. 이곳에는 그냥 인사하러 오신 건가요?”

알렉산드르는 정면승부를 하는 무사처럼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2억 달러에 계약한다면 바로 지급할 용의가 있습니다. 아니라면 저희도 최대한 보상금 지급을 뒤로 미루겠습니다.”

“그렇게 나오면 다른 회원사들이 A.I.E 보험의 신용을 매우 낮게 볼 겁니다. 사고가 터져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로 알려지게 되겠지요.”

알렉산드르는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에드워드 씨의 자금은 헤지펀드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헤지펀드요?”

“왜 모르는 척하세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돈이지요. 눈도, 귀도 없고 ‘양심’도 없습니다.”

나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오해해 준다면 고맙지.

‘파토’ 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땡겨보자.

“알렉산드르 씨의 눈을 속일 수 없군요. 이곳의 생리를 확실히 읽는 것 같습니다.”

“유감입니다. 자주 보는 일입니다.”

“우리도 시간이 없으니, 4억 달러로 하시지요.”

알렉산드르는 구두쇠처럼 굴었다.

“3억 달러 이상은 안 됩니다.”

깊은 생각을 하는 척하는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계약서를 가지고 오셨나요?”

“물론입니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계속해서 협상하였다. 우리 법무팀의 총장님이 도착하기를 기다린 것도 있고, 너무 쉽게 계약하면 속임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소 10억 달러 이상 줘야 하는 보상을 3억 달러로 줄인 알렉산드르는 살짝 흥분하여 피곤한 줄도 몰랐다. 거대한 승리를 하고 있다 생각하였다.

영국 본사는 끝내 3억5천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3억 5천만 달러는 한국 돈으로 4,100억.

우리가 원유 흡입선으로 원유를 치우지 않았다면, 손해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하기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진도를 깨끗하게 클리어한 상태.

보상팀은 처음에 진도를 갔기 때문에, 진도의 상황이 아주 좋아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 상황을 눈으로 보고 금방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뉴스가 나올까 조마조마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떴다.

해남 앞바다는 원유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보상팀은 그것을 보고 인상을 쓰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려운 숙제를 마무리한 느낌일 것이었다.

그들이 남긴 한마다 ‘갓 블레스 유’

땡큐 베리 머치다~ 새끼들아.

어차피 보름 안에 모든 원유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혹시나 다른 말이 나올까. AIE 보험도, 그날 바로 3억 5천만 달러를 입금했다.

4천100억

2,000억은 진도, 해남, 완도의 해산물 보상금으로 남겨 뒀으며,

2,100억은 바닷가에 남은 원유 찌꺼기를 사람의 손으로 치우는데 들어가는 자금으로 남겼다.

-4~5시간 동안 석유 찌꺼기를 치우면 20만 원을 준다는 공익광고에 200억 정도를 뿌렸다.

-광고로 방송사를 움직여, 자원봉사자들이 해변을 얼마나 깨끗하게 치웠는지 뉴스에 자주 나올 수 있도록 했다.

-행정력을 동원하여 진도부터 해산물 보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광고하자, 전국에서 해남, 완도 땅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왔다.

봉사를 완료하면 이곳에 봉사했다는 파란색 물방울 배지를 받고 SNS에 올렸다. 가방에 달고 다닐 정도의 유행이 되었는데, 봉사하지도 않고 배지를 사서 차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원유 흡입선’이 해남에서 활동하자 기름이 빠르게 없어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멀리서 기름을 흡입했고, 밤에는 바닷가 가까이에서 원유를 흡입하였다. 겨우 3일 만에 해남의 기름이 거의 사라졌었다.

이제 해남 자원봉사자들은 원유 찌꺼기를 찾아 바닷가를 돌아다녀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완벽하게 기름을 치우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골든보이 채널 광고.

지금까지 모아 놓은 필름을 모두 스튜디오에 맡겨서 골든보이 채널 콘텐츠를 편집했다.

첫 번째 ‘두바이 전설의 카와심 해적.’

붉은 눈 카와심에 대한 역사적 내용과 그가 가지고 있었던 보물들을 소개했다.

두 번째 ‘두바이 신비의 지하수.’

두바이 땅속에서 찾은 지하수와 ‘씨티 오브 만수르’의 미래를 설명.

세 번째 ‘아부다비 신바드의 모험.’

신바드의 유물과 그 당시의 세계 상황을 그래픽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그리고 신바드와 ‘처용’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처용 이야기 때문에 한국 구독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네 번째 ‘아부다비의 ‘이차돈’ 강.’

아부다비 사막에서 보여준 ‘이차돈 뮤지컬’을 보여주었다. 아직도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지하수로 알고 있었다.

다섯 번째 ‘몽골군과 아프간 현재와 미래.’

몽골군의 유물과 과거에 어떤 전투가 있었는지 흥미진진하게 그래픽으로 설명했고 새롭게 발견한 구리 광산에 관해 소개도 했다. 아프간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국제 전문가가 간략하게 설명했다.

모든 콘텐츠 끝에는 남해안의 기름을 함께 청소하자는 캠페인을 넣었다.

그랬더니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원유 흡입선’이 작업할수록 바다가 깨끗한 것이 눈에 확 보이니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들었다.

해남 완도 서쪽에 기름 대부분이 있었는데, 이곳도 3일 밤낮으로 돌아다니자 거의 모든 원유 찌꺼기가 사라졌다.

자원봉사자 모집 광고에서는 원유가 뒤덮여 있는 해변을 구하자고 나오는데, 막상 와보니 석유가 대부분 사라져 깨끗했다.

해남, 완도의 자원봉사자들은 이제 ‘보물찾기’하는 것처럼 석유 찌꺼기를 찾아야 했다.

제주도로 가던 기름띠는 서쪽으로 가는 해류를 통해서 중국 남동해로 다 사라져버렸다.

바다는 그 많던 기름을 몸으로 품어 깨끗하게 정화했다.

뉴스에서 찾아와 그 많은 기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확인했지만, 누구도 그 이유를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었다.

DW 해운사의 주가가 천천히 회복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최악은 벗어났다는 것이 증권사의 평이었다.

살짝만 올라도 이게 얼마야?

‘원유 흡입선’이 오래된 기름까지 없애서 완도는 평소보다 물이 더 깨끗해졌다.

뉴스는 원유가 사라진 이유를 국민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기적’으로 소개했다. 국가적 환경오염을 전 국민이 합심하여 해결한 사건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어차피. 나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DW 해운의 주인으로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그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원유 흡입선을 타고 진도부터 해남 그리고 완도까지 돌았다. 아직 남아 있을 석유가 있을 수 있었다.

사실 검은 원유석도 이제 그 힘을 다해가는지 빨아들이는 힘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황금 씨앗처럼 3일에서 1주일 정도 있으면 그 힘이 없어지는 것이 비슷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상황은 정리되었고, 검은 원유석은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다 했다.

우리 배는 완도 남쪽을 돌아 동쪽 면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멀리 황금빛이 보였다.

그곳에는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