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DW 유조선 기름 유출 해상 사고는 완벽한 인재人災였다.
하인리히의 사고 법칙.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300번의 미미한 사고와 29번의 눈에 띄는 사고가 일어난다는 내용.
유조선 방콕스피리트 호가 두바이에서 한국까지 오는 길에 사소한 기관 고장이 백번이나 일어났는데,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며 본부는 운행을 강요했다.
사고가 일어난 날.
선장은 선홍열에 걸려 의료실에 입원했다, 부선장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는데, 낮 근무를 끝내고 와인을 3병이나 마시고 완전히 뻗어버렸다. 완벽한 직무태만.
밤에 근무를 이어받은 사람은 경험이 얼마 되지 않은 여성 이등 항해사.
갑작스럽게 폭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높았으며, 기관 고장으로 동력이 멈췄다. 게다가 순간 전기까지 나가며 시스템의 절반이 멈췄다.
그때가 새벽 3시 반.
이등 항해사는 당황하여 ‘머릿속 사고가 마비’되었다.
모든 사람을 깨우고 바로 도움을 요청했으면,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있었지만,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고 시간을 다 보내고 있었다.
파도에 밀려 유조선이 육지 쪽으로 떠내려갔고, 끝내 사자도 인근의 암초에 처박혔다.
그리고 배의 아랫부분이 길게 찢어지며 엄청난 양의 원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환경 대재앙’이 일어나고야 말했다.
‘방콕스피리트 유조선 석유 유출 사건.’
그때야 뭔가 일이 터졌음을 느끼고 다른 고급 선원들이 나왔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 있었다.
유조선에서 3만 킬로리터의 엄청난 기름이 쏟아졌다. 기름은 폭풍을 타고 진도, 완도, 전라도 남부 지방을 휩쓸었다.
기름은 계속해서 퍼져나가 제주도까지 향하고 있었다.
DW 해운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으나, 인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상황에 받은 미션은, DW의 해상과 조선을 인수하는 것···.
이런데 DW 해운을 진짜 인수하라고?
미션에 성공하면, 붉은 강화 황금 씨앗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준다고 했다.
나는 이 미션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짧은 한숨과 함께 먼저 입을 열었다.
“DW 해운이 초대형 사고를 쳤는데, 해운을 사는 것이 맞냐?”
미션의 내용을 들은 태경이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무조건 사야지. 미션이잖아. 북한 미션보다 난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엘도라도 파산 날 수 있어.”
경복이는 턱에 자란 짧은 턱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뭐 어떻게 되겠지. 그렇다고 미션 안 할 수는 없잖아.”
나는 좀 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냐?”
“우리가 아무것도 모를 때 받았던 ‘연쇄살인범을 잡아라.’보다 더 괜찮은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도 시스템에서 알려주겠지.”
이 새끼들 너무도 시스템을 믿고 있었다.
나도 어느 정도 믿고 있지만, 이놈들처럼 맹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라는 마음도 들었다. 지금처럼 DW가 엄청난 사고를 쳤을 때를 빼고 해상과 조선 같은 거대 회사를 인수 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괴산 스타일은 빠꾸 없는 직진.
좋아! 가자!
이준석 교수님에게 ㈜엘도라도 리소스가 DW 조선과 해상을 인수할 것이라 이야기했더니, 기겁하였다.
미쳤어? 그렇게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형 사고를 친 DW를 인수하는 것도 미친 짓이었지만, 엘도라도 리소스처럼 작은 회사가 DW의 조선과 해상을 삼킨다고 하는 것은 멸치가 고래를 삼키는 것과 같았다.
멸치는 좀 그러니, 꽁치로 하자.
하지만 나도 눈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이미 정했습니다.
이준석 교수님께 현재 땡길 수 있는 자금이 1조원 정도 있다고 하자. 신음만 흘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돈이 있었는지 몰랐던 것이었다.
우리는 허영재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 DW 본사로 향했다. 차가 도착하니 DW 비서실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나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김성열 대표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허영재 회장님 집무실로 들어갔다.
거의 20년 넘게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는 사람의 방답게 무게감이 있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허 회장님.”
허영재 회장도 웃으면서 나를 맞았다.
“어서 와. 김 대표.”
나는 쓸데없는 인사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두바이에서 겨우 한숨을 돌렸는데, 진도에서 일이 터진 것을 뉴스로 봤습니다.”
허 회장은 살짝 입을 벌렸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늘 ‘하면 된다’라는 기업 마인드를 강조해 왔는데, 진도를 다녀오고 나서 그 말이 안 나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어두운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 화면을 봤는데, 암담하더군요.”
허 회장은 소파에 자기 몸을 깊게 묻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제 온종일 전략 회의를 해 봤어도 답이 없었다. 화재보험을 들어 놓았지만, 최대로 받는다고 해도 기름을 치우고 피해 주민에게 보상하기 역부족이었다.
회사 직원 100여 명이 바닷가의 기름을 치우는 퍼포먼스를 했으나, 직원들은 원유의 냄새를 맡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 사진만 찍고 모두 철수했다.
원유는 사람이 손으로 치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허영재 회장이 나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두바이에서 말한 ‘외상값’을 받으러 온 것일 텐데. 나에게 뭔가를 가져가기 좋지 않은 시기야.”
나는 일부러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오늘 꼭 그 ‘값’을 받으러 왔습니다.”
허 회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면목 없지만, 나중에 받으러 오면 아니 되겠나? 정말 여유가 없어.”
나는 허 회장님의 표정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DW 해운을 살펴봤습니다. 불황으로 물류량이 줄면서 3년째 적자가 나고 있더군요. 총 적자가 4,600억입니다. 그 상황에 이번 사고가 터졌고 복구 비용만 3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허 회장은 자기 머리를 만졌다.
“해운 이야기는 나중에 이야기하지. 머리가 아파.”
“해운은 이제··· 구조조정과 파산 이야기가 나오고 있더군요.”
허 회장님은 최대한 참았지만, 살짝 기분 나쁜 얼굴이 되었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야. 그래서 어쩌자는 말인가?”
나는 정색한 얼굴로 허 회장을 바라보았다.
“DW 해운을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외상값을 그것으로 하지요.”
허 회장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해운을 인수하겠다고 이야기했나?”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고의 뒤처리와 보상금 문제까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DW 해운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허 회장에게 떨어진 폭탄을 골든보이가 받아 내겠다는 말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
“대신 DW 해운의 인수 가격을 1,000억으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허 회장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게 넘길 수 없어. 2조가 넘는 회사야.”
전성기에 2조였지 지금은 1조가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계속되는 적자와 이번 해양오염 사건으로 회사의 생존이 위태로웠다.
“옛날에 2조 원이었지요. 아주 오래전에. 지금은 1조 아래입니다.”
허 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1,000억 원이라니? 두바이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 있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야.”
“해운을 판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골칫덩이를 제가 떠안는다고 봐야 합니다.”
잠깐 생각하던 허 회장은 나의 속셈을 읽으려는 듯,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골든보이라도 원유 유출 사고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그렇다는 말은 DW가 법적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야.”
아무리 회사를 팔아도 사고를 낸 ‘책임’은 DW에 있었다.
허 회장은 내가 회사만 쏙 먹고,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제 진정한 카드를 던질 때가 되었다.
“그렇다면, DW 해운에 요즘 부실 논란이 있는 DW 조선까지 인수하는 것으로 하고 7,000억을 드리지요.”
허 회장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7,000억이라고 했나?”
“해운과 조선 인수 가격으로 넉넉하게 7,000억을 잡았습니다. DW 조선의 도크도 거의 놀고 있더군요. 만들어진 배를 인수하지 않아 자금 사정도 매우 좋지 않고요. 이곳 또한 부채가 어마어마합니다.”
허 회장의 머릿속은 엄청나게 복잡했으나, 듣는 순간 이미 90% 넘어와 있었다.
7,000억. 그 자금이 너무도 필요했다.
DW의 해운과 조선은 핵심 계열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돈만 먹는 골칫덩이였다.
나는 웃으면서 허 회장님에게 말했다.
“하늘이 DW에 준 기회입니다. 자동차, 건설, 플랜트, 금속&비철금속, 금융을 지키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특히 동유럽 자동차 공장을 확보하려면 이 자금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허 회장은 당장 머리를 끄덕이고 싶었으나 간신히 참고 있었다.
나는 허 회장을 살짝 긁었다.
“외국의 석유 회사나 광물 회사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쪽이 더 맞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하고 있지요. 결정하는데 1주일 드리지요.”
회사로 돌아왔는데, 허 회장이 회사를 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도 석유 유출 사건은, 이제 ‘나의 사건’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진도로 가보기로 했다.
진도 앞바다 사고 현장.
이럴 수가···.
우리는 각오를 하고 갔는데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TV 화면으로 본 것은 ‘실제’의 천분의 1도, 제대로 전달한 것이 아니었다.
눈 앞에 펼쳐진 참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진도항에서는 엄청난 석유 냄새가 진동했고, 선착장과 해변은 검은색 기름이 두껍게 덮여 있었다.
검은 바다가 파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종말론에서 말하는 ‘죽음의 바다’가 떠올랐다.
전복양식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은 넋이 나가 있었고, 아내는 계속해서 울었다.
멀리 좌초된 유조선 옆으로 다른 유조선이 붙어 최대한 남은 석유를 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경복이가 이 참상을 보고 한마디 했다.
“우리가 DW 해운을 사자고 했냐?”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강하게 사자고 말했지. 시스템을 믿으라고.”
“지금이라도 도저히 못 사겠다고 할까? 이건 아니다. 아무래도 시스템이 미친 것 같아.”
나는 다시 미션을 확인했다.
<<황금인의 운명을 준비하라>>
<<황금인이 소유해야 할 조직을 완성해라.>>
나는 ‘황금인’이다.
그 운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DW 해운과 조선을 소유해야 했다.
나는 태경이에게 말했다.
“황금신교 교주님. 어찌할까요?”
태경이는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감았다. 그리고 끝내 말했다.
“가자. 황금신을 의심하는 것은 ‘불신자’가 하는 것이다.”
“그렇지요? 교주님.”
“이것은 황금신께서 우리를 시험하는 것이다. 절대 흔들려서는 안 돼.”
“믿습니다. 교주님.”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황금인’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나는 아주 조금 망설이다가, DW 대표 계좌에 7,000억을 보냈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만든 자금이다.
곧 허 회장님의 전화가 왔다.
-쓸데없는 회의를 하고 있었군. 우리 이사진은 엘도라도가 다른 거래를 위해 ‘연막’치고 있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는데, 완전히 헛짚었어.
나는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골든보이를 무조건 믿으셔야 합니다.”
-계약서는 어떻게 하겠나?
“이준석 상무와 법무팀을 지금 보내겠습니다. 오늘 안에 해결하지요.”
허 회장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자네가 진다고 계약서에 쓸 것이야. 그것이 그 가격에 회사를 넘기는 조건이네.
“이미 진도에 와 있습니다.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허 회장은 살짝 기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골든보이가 보니 뭔가 ‘길’이 보이나?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허 회장이 마지막으로 다시 물었다.
-진도에서 그 참상을 눈으로 보고도 해운을 산다는 말이지?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좋아. 조금은 미안하지만, 해운을 자네에게 넘기지.
나는 뭔가 놓친 것이 있지 않나? 라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한번 미션창을 확인했다.
어? 미션에 성공했다.
7,000억을 입금하면서 해운과 조선을 소유한 것이었다.
‘붉은 강화 황금 씨앗 설명서’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붉은 강화 황금 씨앗 설명서>>
<<붉은 강화 황금 씨앗은 황금 외의 자원을 모을 때 사용됩니다.>>
<<자연 상태의 ‘원물질’과 ‘5분’간 함께 두면 해당 ‘원물질의 씨앗’으로 변경됩니다.>>
허 회장이 전화기로 물었다.
-정말 마지막으로 묻지. 후회하지 않겠나?
나는 붉은 황금 씨앗 설명서를 보며 웃었다.
“아뇨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자네 할아버지가 뭐라고 해도, 나는 무를 생각이 없어.
“여기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회장님.”
나는 전화를 바로 끊고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미션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붉은 강화 황금 씨앗의 설명서를 읽어줬다.
태경이가 바로 물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랑 함께 두면 다이아몬드 씨앗이 된다는 말이잖아.”
‘다이아몬드 씨앗’이라··· 명쾌한 설명이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이해했다.”
경복이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돈과 함께 두면, 돈 씨앗이 되어 돈을 빨아들이는 것인가? 당장 5만원 짜리 하나 줘봐라.”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자연 상태의 ‘원물질’이라고 말했잖아.”
“아- 자연상태.”
“그래. 가공하지 않은 원상태.”
경복이는 갑자기 뉴스 하나를 검색해서 보여줬다.
“오늘 뉴스 봤더니,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니켈, 코발트값이 겁나 비싸다고 하더라. 매장량만 많으면 그것을 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태경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그래도 다이아몬드가 짱이야. 사람 머리통만 한 다이아몬드가 나온다고 생각해봐. 얼마겠어?”
흠 다이아몬드 씨앗은 정말 땡기는데?
이것은 꼭 해봐야겠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어디에서 ‘성인 머리통만 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이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인가?
나는 품속에서 붉은 강화 황금 씨앗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떴다.
유레카!!!
나는 떨어져 있는 종이컵으로 해변으로 밀려온 원유를 조심스럽게 펐다. 그리고 종이컵에 ‘붉은 씨앗’을 넣었다.
그러자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를 질렀다.
“미친 새끼야. 왜 원유에 붉은 씨앗을 집어넣어?”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원유 씨앗’을 만들 거다.”
“원유가 얼마나 한다고 원유 씨앗을 만들어? ‘다이아몬드’랑 비교가 되냐?”
원유 속에 있던 붉은색 씨앗은 어느새 검정 씨앗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검정 원유 씨앗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닷속에 넣었다. 그러자 나의 손으로 바닷속에 있던 원유가 모여들었다.
동그랗게 내 손을 감싸는 동그란 원유 방울이 만들어졌다.
나는 물 밖으로 주먹을 빼고 원유 씨앗을 플라스틱 통에 넣었다. 그리고 애들을 보았다.
“어때?”
태경이가 놀라며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경복이가 나의 의도를 파악하고 눈을 크게 떴다.
“이 미친 새끼. 완전 천재인데?”
“그렇지? 내가 좀 천재지.”
경복이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말했다.
“‘원유 씨앗’이 바닷속에 있는 석유를 빨아들였어. 그렇다면 진도 앞바다에 있는 이 석유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맞지?”
나는 낮게 웃었다.
“배상금만 몇조 원이라고 했는데. 이것으로 대부분 없앨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저녁 DW 해운과 조선을 엘도라도라는 회사가 인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자 DW가 이번 사건의 해결을 포기했다면서, 사람들이 마구 욕을 했다.
청와대에서 나에게 전화했다.
-김 대표님. 서진택입니다.
서 비서관은 내가 DW 해운과 조선을 인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축하해 주려고 전화하신 것입니까?”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원유 오염사건을 책임질 위치로 들어간 것입니다. 청와대는 이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는 낮게 웃었다.
“언제나 처럼, 골든보이를 믿고 그냥 지켜보세요.”
-현장을 확인해 보셨습니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미 현장이 와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도 웃을 수 있다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서 비서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세요. 최대한 힘을 써보겠습니다.
“골든보이를 믿어보세요. 기적은 가까이 있습니다.”
이미 해결 방법은 나왔다.
나는 중형 유류 운반선을 급하게 임차하여, 물속에 잠기는 부분에 케이지를 고정했다. 그리고 그 안에 원유 씨앗을 넣었다.
자 원유 흡입선을 시험 가동해 볼까?
거북선 이후로 가장 ‘위대한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도 앞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원유가 원유 흡입선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방 케이지 주변에 진한 검은색 구체가 형성되었다.
마치 우리 배 주변만 진한 검은 바다가 되었다.
내가 강하게 명령했다.
“빨아들여!”
촤아아아아아아-
원유가 검게 모여 있는 곳에 흡입 펌프를 넣어서 석유를 계속해서 빨아들였다. 3분마다 큰 드럼통이 가득 찰 정도였다.
그래서 중형 유류선의 저장고도 금방 가득 찼다.
“드럼통을 육지로 보내고, 빈 통을 빨리 보내라고 해.”
경복이가 한마디 했다.
“다른 유류선을 구해서, 우리 배의 석유를 빼내는 것도 괜찮겠다.”
“오. 좋은데?”
작은 수송선이 계속해서 오가며 원유가 가득 찬 기름통을 육지로 보냈고, 다른 유류선을 불러 가득 찬 원유 옮겨 넣을 수 있었다.
우리는 밤낮 없이 3교대로 진도를 돌아다녔다.
조금의 기름띠도 용납하지 않고 원유를 빨아들였고,
어떻게 해류가 흐를지를 확인하여 원유가 먼바다로 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바다에서 원유를 빨아올리는 작업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아! 정말 힘들다.
밤새 진도를 돌아다녔고 엄청난 양의 석유를 육지의 유조차에 실어 보냈다.
사흘째가 되는 날 밤새 작업을 하고, 아침에 진도 앞바다를 돌았는데, 이제는 진도에는 석유 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고 나기 전보다 더 바다가 깨끗해진 것 같았다.
그 많던 원유가 어디 갔지?
사람들은 해류가 흘러 석유가 사라졌거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제는 바닷가의 바위에서나 원유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대충 진도는 마무리 한 것인가?”
“구석구석 확인해야지. 완도와 제주도 쪽도 남았다.”
나는 멀리 진도를 바라보다가 약한 황금빛을 확인했다.
응? 황금빛?
나는 손가락으로 황금빛이 나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에는 뭐가 있습니까?”
유류 운반선 선장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확신하며 말했다.
“용장산성 방향이군요.”
용장산성은 강화도에서 퇴각한 삼별초가 왕자 ‘온’을 추대하여 새로운 ‘고려 정부’를 만든 곳이었다.
당장 용장산성으로 가보고 싶었으나 바다에서 원유를 청소하는 일이 더 중요하여 갈 수가 없었다.
경복이에게 금빛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강하게 말했다.
“용장 산성에 가봐. 나 혼자 있어도 충분해. 나 해군 출신인 거 알지?”
“정말 그래도 되냐?”
“골든보이가 있다고 석유가 더 잘 빨리냐? 선 과장님이랑 일을 나눠 잘해볼게.”
진도는 98% 정도 청소가 완료되었다. 마무리 정도만 하면 되었다.
“그래. 그럼 맡기고 간다.”
“오전만 해변을 돌며 최대한 마무리하고, 배를 정비해야 한다. 너무 3일 내내 배를 굴렸어.”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나와 태경이는 용장산성으로 향했고, 서울대 발굴팀을 불렀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발굴작업이 진행되었다.
삼별초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