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10화 (110/188)

110화

몽골군 반지로 아프간 군인들에게 용기를.

러시아 트레일러의 보물 컬렉션으로 아프간 국민에게 자부심을.

구리광산으로 아프간 경제의 안정화를.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오바바 대통령에게 말했다.

“위 3개를 동시에 이루는데 겨우 7억 달러밖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리광산의 값어치는 300억(40조) 달러 이상입니다. 완전히 남는 장사가 아닙니까?”

“구리광산의 값어치가 300억 달러라고 했습니까?”

나는 질문을 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었다.

“또한, 구리광산 지분의 10%를 원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프간에서 미국 말고는 이 광산을 개발할 수 있는 주체가 없으니 완전 '헐값'에 넘기는 것입니다.”

원래 구리광산을 아프간 정부가 소유하는 것이 맞지만.

아프간 정부는 그냥 병신, 사기꾼만 가득한 곳.

국민의 생활에는 전혀 관심 없고 뇌물 챙기는 데만 여념이 없다.

광산을 넘기면 뇌물을 잔뜩 받고, 100% 중국에 넘길 놈들이다.

그러니, 미국이 관리하는 것이 아프간 국민을 위해서 천 배는 낫다.

오바바 대통령은 이미 나의 '이력'을 전체적으로 살폈다. 구리광산 개발도 포트폴리오에 있다. 백악관의 검증 시스템은 그렇게 허술한 것이 아니니 구리광맥을 보는 능력도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아프간 사령관은 나를 두고 '아프간 전쟁을 종식할 무기'라 했다. 남을 칭찬하는 일이 없었던 그가 그런 말을 하니, 골든보이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대통령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계산을 했으나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실제로 확인해 보면 된다.

“에드워드 씨. 구리광산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계약부터 하고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법률 대리인을 대한민국 정부로 하겠습니다. 5%의 지분을 대한민국에 넘기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법률 대리인을 대한민국 정부로 하기로 했다. 개인과 나라의 협상은 너무도 불리했기 때문이었다. 협상에 문제가 생기면 대한민국을 방패로 삼을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이틀 만에 외교부 차관과 서진택 비서관님이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의도대로 계약이 진행되었다.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계약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삽 한번 뜨지 않은 구리광산의 이름은 ‘스테이블’

아프간을 안정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담고 있는 이름.

아프간 스테이블 구리광산 지분은 다음과 같다.

미국 70%

아프간 15%

(주)엘도라도 10%

대한민국 5%

지분은 미국의 허락이 있어야 팔 수 있었다. 돈이 궁한 아프간 정부가 또 중국에 지분을 팔 수 있기 때문.

이제 계약서의 효력이 발효되려면 '구리광맥'을 보여줘야 했다.

나는 미군 공병대와 함께 구리를 본 지역으로 갔다.

좌표를 보며 이동했는데, 멀리서 봐도 내 눈에 확연한 붉은 빛이 들어왔다. 이미 보았지만, 다시 봐도 너무나 엄청나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헬기로 돌아다녀도 붉은 바다가 끝나지 않을 정도로 매장량이 풍부했다.

랜딩! 랜딩!

나는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는 바위, 아니 산을 만지고 있었다.

“이 산 전체가 구리광산입니다. 15m만 들어가면 구리가 쏟아집니다.”

공병대장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이 산이 구리라면 제가 보물산을 보고 있는 것이군요.”

“아프간 모든 장병이 보너스를 받을 정도로 구리가 쏟아질 겁니다.”

“기대됩니다.”

“시험 채굴을 시작하세요.”

공병대장의 명령으로 6대의 굴착기가 시험 채굴을 시작했다. 8시간 만에 기술자들은 아주 커다란 환호성을 질렀다. 모든 채굴장소에서 질 좋은 구리가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기술자들은 자신 있게 공병대장에게 말했다.

“20m에서 120m까지 순도 높은 구리가 있습니다. 아마도 더 깊은 곳까지 구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달 안에 본격적인 구리 채굴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프간 러셀 사령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대통령께 보고할 것이다. 좀 더 철저하게 시험 채굴하도록.”

3일 동안, 35곳을 시험 채굴해 보고, 완벽하게 확신이 선 사령관은 기쁜 마음으로 대통령께 보고했다.

대통령은 보고에 아주 만족하며 '아프간 미군 10만 증파'에 힘을 실었다. 구리광산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주둔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미국-아프간-대한민국 ‘스테이블’ 구리광산 계약이 바로 유효하게 되었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베이커 중대와 간단하게 승전 파티를 한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아프간 사령관의 배려로, 한국으로 가는 한국군 20명과 함께 미군 수송기를 타고 바로 수원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신경 쓰이는 단어.

미션의 <<돌발>>

운전할 때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유 비서가 커피를 가지고 들어올 때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 모든 불안함을 잠재우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이 씨발.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해.

망각, 자포자기, 나의 기억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단 3일 만에 '돌발'이라는 단어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어차피 벌어질 일은 언젠가 벌어진다. 미리 고민하지 마라.

현재 고민해야 할 일은.

새로운 본사 사무실.

서초동 사무실을 화재로 잃은 후, 아직도 임시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서 상무님을 따라 몇 개의 건물을 봤으나 썩 마음에 드는 건물이 없었다.

지난번 인화 자원개발처럼 임대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빌딩을 사서 들어가려고 하니 눈에 들어오는 빌딩을 찾을 수 없었다.

눈에 좀 들어오는 빌딩은 모두 천억 이상.

이때 서초동 은행 지점에서 지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직접 전화를 했다.

-회장님.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언제부터 회장님이 되었을까요? 회장님의 호칭은 저희 아버지만 사용하고 계십니다.”

-아 죄송합니다. 대표님. 실례했습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는데, 목소리가 떨리십니까?”

지점장의 목소리가 확연하게 떨리고 있었다.

-충분히 떨릴 만한 일입니다.

“좋은 일이면 좋겠군요.”

-8억 달러(1조원)가 미국 정부로부터 입금되었습니다.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몽골 전사의 반지, 8,000만 달러.

러시아 트레일러에 있던 아프간 보물 1억2,000만 달러.

구리광산 발굴비용 5억 달러.

올해 미군 작전 참가 비용 1억 달러.

개인 메일로 온 내역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앞으로 매년 아프간 작전에 참여하여 1억 달러를 받을 것이었으며, 아프간 스테이블 구리광산 배당으로 대략 1억 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웃으면서 여유 있게 은행장에게 말했다.

“이미 이야기가 된 자금입니다.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지점장은 전화기에 머리 숙여 인사했다.

-회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장 아니라니까.

“네 지점장님. 자금은 한동안 은행에 예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식사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네. 그러시지요.”

8억 달러. 거의 1조원의 실탄이 갑자기 추가되었다.

자금이 아주 충분히 들어왔기에, 본사 건물을 좀 더 공격적으로 매수하기로 했다.

백억 대 건물 방문 예약은 모두 취소.

이제 기업형 부동산 리츠 회사를 통해서, 혹은 경매 회사를 통해서 천억대 건물을 보기 시작했다.

종로구 30층 빌딩 1,200억 - 땅도 넓고 좋은데 좀 연식이 되었다.

광화문 25층 빌딩 1,100억 - 큰불이 났고, 리모델링 한 건물이었다. 기분이 좀 찝찝했다.

서초구 20층 빌딩 1,900억 – 새 건물인데, 개성 없이 너무 정형화되어있어 매력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본 건물은 코엑스 근처의 35층 신축 건물이었다.

일제 외제차 종합 매장으로 쓰려다가, 시국이 좋지 않아 포기한 곳으로 새로운 임대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세가 너무도 비싸 임대인이 쉽게 구해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 건물을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다. 건물 벽에 유선형 흐름이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금속으로 마감되어 있어 마치 설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건물의 가격은 3,800억.

35층 빌딩치고는 비쌌으나, 부동산 리츠 상무가 10년 안에 2배로 오를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장담과 관계없이 내가 마음에 들었고, 나의 통장은 터질 것 같았다.

건물은 완공되어 있었고, 돈도 있으니 바로 매매계약을 완료했다.

새로운 사무실로 입주가 바로 시작되었다.

가장 높은 35층에는 회장님 방 그리고 대표이사 룸 그리고 비서실, 수행과, 보안과 사무실이 있었다.

인화 자원개발은 31, 32, 33, 34층을 사용했다.

10, 11, 12층에 엘도라도 본사 사무실도 만들었다.

호주 지사와 아프간 지사, 두바이 지사, 아부다비 지사를 가진 큰 사무실이었다.

이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이미 조직 전문가가 있었다.

호주 지사를 만든, 이준석 교수님을 엘도라도 본사 상무 이사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집안이 경영자 집안이라 그런지 그의 능력도 출중했다.

호주 지사장은 시드니 은행장 출신인 닉슨 재무 이사가 맡기로 했다.

이준석 교수님은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다시 고생시킨다고 뭐라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싫지 않은 목소리였다. 한국이 그리웠을 것이었다.

연봉도 10억.

㈜엘도라도 정도라면 다른 형제들이 경영하는 업체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금의환향이다.

나머지 건물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임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인화 자원개발 & ㈜엘도라도 본사 건물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유선형의 완벽한 예술품 같았다.

와 이게 내 건물이라고···?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

하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뭔가 2% 부족했다.

화룡점정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건물에서 골든보이의, ‘아이덴티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용의 눈알을 그려야겠다.”

경복이가 되물었다.

“용의 눈? 건물에 그림이라도 그리려고? 난 반대다.”

“로비가 허전하지 않냐?”

건물은 자동차 전시장으로 쓰려고 해서 그런지 로비가 아주 높고 넓었다.

태경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로비가 좀 썰렁하기는 하다.”

나는 순간 골든보이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좋은 생각이 났다.

호주 폐광에서 아직 캐지 않은 황금 씨앗을 캐라고 했다. 역시나 거대한 황금 덩이를 캐낼 수 있었다.

그것을 통째로 비행기로 싣고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

청와대 서 비서관님께 부탁하여 조형예술 하는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골든보이 빌딩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삼성동 본사 로비 중앙 천장에 반지의 제왕 ‘사우론의 눈’처럼 호주의 거대한 황금 덩이를 공중에 띄워 회전시켰다.

거대한 황금 덩이가 머리 위에서 돌고 있으면, 입이 벌어지면서 각종 행복한 상상을 한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곳. 그것이 골든보이의 ‘아이덴티티’였다.

이곳에는 무장 경비원이 지켜보고 있었고, 철저하게 신원이 검증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 인테리어는 건물 밖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거대한 황금 덩어리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주변 사람들이 다들 좋은 회사에 다닌다며 부러워했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 온 인화 자원개발의 직원들은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지난번 서초동 사무실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훌륭한 곳이었다.

새로운 사장실로 들어가니 유 비서가 반갑게 나를 맞았다. 그녀는 새로운 사무실이 너무도 마음에 드는 듯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 아버지 회장님께 ‘패스’.

아버지. 효자 아들은 먼저 퇴근합니다.

아프간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생각 난 것은 이상하게 ‘매운 불닭발’.

신사동에서 가장 맛있다는 ‘상식이네 불닭발’로 갔다.

소주를 한잔했더니, 강하게 끓어오르는 자신감.

옆 테이블에서 3명의 무용과 학생들이 맛있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약간 술이 되어 있는 얼굴.

흐흐흐. 술기운이 도니 우리가 좀 못생겨도 관대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말없이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역시나 내가 걸렸다.

씨발!

그래. 저 못생긴 경복이나 태경이가 하는 것보다, 내가 백배는 낫지.

가서 한마디만 하려고 했는데, 가장 못생긴 애가 철벽.

“절로 가요!”

절로. 나 스님 아닌데?

경복이와 태경이가 대폭소를 터트리며 웃었다.

“역시 까이는 것에는 챔피언이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품속에서 작은 금조각을 꺼내서 바로 금목걸이 줄에 감았다. 그러며 개수작을 시작했다.

“골든보이와 함께하는 황금 목걸이 이벤트. 참여하시겠습니까?”

일단 시작하자마자. 3명의 여인에게 금조각 하나씩을 줬다.

“골든보이를 아시나요?”

가장 예쁜 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몰라요.”

하하하. 모르면 어때? 지금처럼 웃어주며 말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가운데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골든보이 유투뷰 채널을 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어? 골든보이. 그 호주에 금광 가지고 있는 사람!”

그제야 ‘예쁜이’가 관심을 가지고 말했다.

“와. 호주에 금광을 가지고 있어?”

“방송 보니까 금을 막 잘라서, 불쌍한 사람을 주던데? 보물도 찾고.”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예쁜이를 보면서 말했다.

“지금도 서울에서 보물을 찾은 느낌입니다.”

예쁜이는 입을 막으며 활짝 웃었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저보고 하는 말씀인가요?”

“지금까지 봤던 보물 중에 가장 아름답네요. 혹시 보물에 보물을 더해도 될까요?”

“어떻게요?”

나는 금원석 목걸이를 예쁜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이때 아주 덩치 좋은 야구선수 복장의 사내가 들어왔다. 그리고 목걸이를 걸어주고 있는 나를 보며 강하게 말했다.

“넌 씨발 또 뭐야?”

예쁜이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오빠?”

야구선수가 배트를 들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새끼는 누구야?”

이때 경복이와 태경이가 내 옆에 섰다.

“그 빠따 딱 내려놔. 일 크게 버리지 말고.”

“니들은 뭐야?”

옆 테이블에서 치킨을 5마리나 먹고 있던 바위 같은 마틴 대위가 일어났다. 일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먹을 것을 빼지 않는다.

거대한 곰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물었다.

“boss. Do you have a problem?”

나는 야구선수를 한번 야리고 말했다.

“No problem···”

밖에 있던 선대위와 수행팀 사람들 5명이 이쪽 테이블로 다가왔다.

“대표님. 일이 있습니까?”

나는 놀란 예쁜이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애인?”

“아니요. 스토커. 싫다는데 계속 따라다녀요.”

소동을 만들기 싫었고, 이미 술 먹는 분위기는 끝나 있었다.

내가 마틴에게 가서 짧게 이야기하자. 마틴이 야구선수에게 가서 영어로 뭔가를 심각하게 말했다. 야구선수는 마틴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지만, 여자를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을 것 같았다. 마틴이 강하게 ‘OK?’ 하면 자동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마틴은 머리를 끄덕이지 않으면 주먹을 한 대 날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작은 소동이 일어났기에, 나는 15테이블 정도 되는 손님들에게 90도로 인사하고 ‘골든벨’을 울렸다.

손님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겨야 했기에 선 과장님에게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곳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우리는 수행팀이 잘 아는 호텔 바로 갔다. 선 과장의 부하가 새로 오픈한 곳을 갔는데, 분위기가 죽인다고 했다.

그곳은 프라이빗 바 같은 모습이었다.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야외 수영장이 앞에 있었고, 멀리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다. 손님들도 매우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태경이가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말했다.

“여기 분위기가 죽이는데? 진짜 고급스럽다.”

경복이는 메뉴판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가격도 너무 고급스러워서 놀랄 거다.”

나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말했다. 이미 돈은 충분히 있다.

“리처드 회장의 집무실에서 마셨던 매캘란이 생각난다. 마시자.”

“매캘란 18살, 300만원이야. 시켜?”

“회사 로비에 인테리어로 300억짜리 금덩이도 매달아 놓았는데, 300만원에 쫄지 말자.”

“개새끼. 멋있어.”

경복이는 바텐더에게 주문하고 말했다.

“나는 지금이 꿈이 아닌가 싶다.”

아프간의 깜깜한 하늘을 보다 서울 야경을 보니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때 군계일학으로 아름다운 바텐더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골든보이님. 이렇게 뵈어서 영광입니다. 근무시간에 뵈니 더 좋네요.”

나도 반갑게 인사했다.

“우리 ‘구독자’신가요?”

“마지막은 아프간에 있다는 뉴스까지 본 것 같네요.”

젊은 여자 바텐더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골든보이가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알고 있어서,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웠다.

경복이와 태경이도 주변을 살피다가 2명이 놀러 온 젊은 여인에게 샴페인을 통째로 보내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울의 아름다운 밤을 보며, 아프간의 어둠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역시 전 세계에서 ‘밤’은 서울이 최고다.

나와 바텐더는 이야기가 끝날 것 같으면, 서로 다른 질문을 했고 끝도 없이 웃음이 터졌다.

“내가 주는 술 한잔 안 할려?”

“근무 중에는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죄송해요.”

나는 품속에서 500만원 짜리 자연산 금을 술잔에 넣었다. 그리고 술을 따라 넘겼다.

“룰은 언제나 부서지라고 있는 것이지.”

바텐더는 바로 욕심이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다.

“너무 달콤한 말이군요.”

바텐더는 앞에 있는 잔에 술을 단숨에 마시고 황금을 손으로 만졌다.

“이것도 호주에서 찾은 것인가요?”

“아니. 미국 서부 인뇨 근처에서?”

“인뇨? 그런 데도 있어요?”

“LA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쯤? 황금 십자가를 캘 때 발견한 금이지.

“아. 뉴욕 교회에 있는 그 거대한 십자가요? 직접 보고 싶어요.”

“뉴욕의 화려함만 찾다가 좀 지겨워지면, 찾아갈 곳이야. 신을 믿지 않아도 하느님의 품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

“신을 믿지 않아도 받아주나요?”

“패니 목사님은 오는 사람을 막는 스타일은 아니지.”

미녀 바텐더는 위스키를 따라 단숨에 마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골든보이님은 갑자기 오는 사람을 막는 스타일인가요?”

양주를 단숨에 마신 바텐더의 눈빛이 바뀌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린 라이트.

그것도 강렬한 ‘그린 라이트’다.

“대화가 필요하다면, 둘 사이에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녀는 시계를 보는 척했다.

“퇴근할 시간이네요.”

“뭐가 하고 싶은데?”

“왕비.”

“왕비? 어떻게 왕비가 되는 거야?”

“이 호텔의 800만 원짜리 스위트 룸에서 자고 싶어요. 그러면 하루라도 왕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야쓰! 야쓰! 야쓰! 오 야쓰~

그동안 하도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내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은 골든보이가 왕비 만들기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군.”

“왕이 되고 싶나요?”

“허락해 준다면.”

술도 들어가고 주머니에 돈도 많고, 바로 스위트 룸을 잡고 올라갔다.

서울 여인들. 너무도 화끈한데? 마음에 들어.

설마 이것은 미션에서 말한 <<돌발>>인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미션으로 그렇게 고생시켰으면 이렇게 쉬었다 가는 것도 필요하지.

사랑해요. 관리자님.

그동안 제가 오해했어요.

비싼 양주도 추가로 주문했고, 맛있는 최고급 스테이크도 계산했다.

나는 샤워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지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거사(?)를 치르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쓰러질 것 같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리고 있었다.

이때 미션이 떴다.

헉!!!

미션 띄운 새끼 당장 나와!

관리자 그 개새끼 어디 있어? 내가 죽인다.

하지만 미션 내용을 읽고 온몸이 차가워졌다.

<<황금인은 나라의 대재앙을 막아라.>>

<<서울의 비참한 최후를 막으세요.>>

<<서울에 북한에서 쏜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세요.>>

<<남은 시간 : 5시간 55분 45초>>

<<미션 성공 시 : 원소 분리석을 드립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났다. 그리고 미션을 보고 또 봤다. ‘서울’ ‘핵폭탄’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나는 스위트 룸에서 당장 뛰어나가려고 하다가 잠깐 멈춰서 쪽지 하나를 남겼다.

‘왕비가 너무 아름다워, 나는 왕이 되지 못할 것 같네.’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밖으로 나왔다.

뛰어서 밖으로 나가며 서 비서관에게 전화했다. 12시가 넘었기에 피곤했는지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

“김 대표님. 밤늦게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설명할 시간도 없고 미션을 증명할 증거도 당장 없다.

서 비서관의 목소리는 이제야 차분해졌다.

“저는 김 대표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믿습니다.”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갑자기 ‘핵폭탄’이라 좀 황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멍청하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최대한 심각하게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지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리고 있습니까?”

서 비서관은 나의 입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약자가 나오자 놀라며 말했다.

“NSC요? 왜 갑자기 그것을 물어보십니까?”

“믿을 만한 정보망을 통해서, 현재 북한의 ‘핵폭탄’이 움직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 비서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뭐라고요? 핵이요?”

“지금 당장 국정원에 연락하고, 국방부에 전화해 보세요.”

그는 한 번에 잠이 깬 목소리였다.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북한 ‘핵폭탄’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 이야기는 핵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내 목소리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서울에 사용될 것입니다.”

“······”

“죄송하지만, 제 말이 거짓말이라도 해도 당장 움직이세요. 내가 천하의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만에 하나가 있으니 일단 움직이세요. 발사 시간까지 6시간 남았습니다.”

서 비서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6시간이요?”

“그렇습니다.”

“정보 소스 출처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일단 거짓말을 했다.

“김정은의 핵심 관계자에게서 나온 정보입니다. 서 비서관님은 골든보이를 절대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서 비서관은 길게 한숨을 쉬고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장 대통령께 보고하고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 비서관님.”

서 비서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제 정치적인 생명을 걸고 골든보이님을 믿는 것입니다.”

나는 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정치적인 생명 따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서관님의 생물학적 생명이 불타 죽을 수 있습니다.”

서 비서관의 목소리에 조금은 힘이 실렸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저는 해외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나는 CIA 반즈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반즈?”

“골든보이? 서울은 늦은 밤인데,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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