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08화 (108/188)

108화

꿈속.

장자가 말했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여기가 꿈인가. 거기가 꿈인가?

나는 몽골 사령관 복장으로 산책하듯 길을 걷고 있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스친 후, 역청(원유)의 역겨운 냄새가 흘러 지나갔다.

휘이이잉~

바람을 가르는 투석기 소리가 나고 성벽 쪽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났다.

투석기를 다루는 중국인 포로 병사들이 나를 보더니 놀라며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계속 쏴라.”

내가 지켜보고 있자, 투석이 더욱 빨리 준비되고, 거대한 바윗덩이가 날아가 성벽에 박혔다. 성벽이 어느 정도 무너지자 중국인 병사들이 손을 들면서 좋아했다.

화살받이든, 공성 무기를 다루는 병사든, 3번 이상 전투에 참여하여 살아남으면 몽골군 정규군으로 인정해줬다.

그러면 포로들은 매우 충성스러운 병사로 다시 태어났고 몽골제국의 정규군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아군의 도착을 알리는, 길고 긴 고혼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더니, 1,000여 기의 정예 몽골 기병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깃발이 없었다. 나는 그것이 특별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온 기병대는 무장이 충실했고 전사 한명한명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나온 경험 많은 병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사들과 똑같은 복장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한 장수가 눈에 들어왔다. 키도 크지 않고 덩치도 작았지만, 상대를 집어삼킬 듯한 눈빛.

위대한 왕. 칭기즈칸. '테무친'이었다.

나는 기병대 앞으로 달려가 몸을 던지듯, 군례를 올렸다.

“위대한 몽골의 첫 번째 전사이자, 천하의 지배자인 칸이시여.”

사령관이 무릎을 꿇자 '칸'이 호통을 쳤다.

“나를 적의 눈에 띄게 할 것이냐?”

전쟁터에서는 '칸'을 보아도 예를 보이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지만 '칸'은 대륙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황제였다.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머리까지 깊게 숙였다. 그러자 칸이 혀를 몇 번 차고 말했다.

“밥 먹자.”

칸과 같은 자리에서 식사한다는 것은 '왕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양고기와 말고기를 날카로운 사냥칼로 쓸어 먹었다. 이러니 식사 도중 칼부림이 나 서로 죽인 이야기가 셀 수 없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기에 함께 식사한다는 말은 서로를 '크게' 믿는다는 말이었다.

특히 지방관이나 장군이 ‘칸과 하는 식사’는 신임장을 받는 것과 같았다.

덜 익은 양, 말고기, 약간의 밥, 그리고 과일 몇 알.

전 세계의 절반을 다스리고 있는 '칸'의 밥상으로 너무나 소박했으나 위대한 왕은 너무도 맛있게,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왜 왔는지 알 수가 없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칸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왜 밥을 먹지 않나? 만인장이 제대로 먹지 않으면, 병사들이 약해진다.”

나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칸. 사흘 전부터 영 입맛이 없고, 도통 밥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칸께서 말씀하시니 먹겠습니다.”

나는 향신료에 찐 쌀을 손으로 집어서 먹으려고 하는 순간.

칸이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 아들 '붉은늑대발'이 이곳으로 오던 중에 호라즘 기병대에게 기습당했다. 네 아들은 끝까지 나를 보호하다가 독화살을 12발이나 맞고 죽었다.

칸은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주었다. 그 안에는 머리카락이 있었다.

분명 내 아들의 빨간 머리카락.

깊숙한 곳에서 뭔가 올라와 찐쌀이 목에 걸렸다. 그래서 컥컥거렸다.

그러자 칸이 마유주를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단숨에 마셨다.

쌀은 내려갔으나 목구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올라왔고, 나는 순간 입을 막으며 눈물을 참았다.

몽골군 장수는 가족의 죽음에 절대 슬퍼하지 않는 법.

위대한 칸이 나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붉은늑대발의 몸은 내가 직접 위대한 하늘에 맡겼다.”

나는 엎드려 큰절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광영입니다. 칸.”

“조장鳥葬을 했으니, 너의 아들은 독수리가 되어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정말 독수리가 하늘을 돌고 있었다.

보고 있는가? 나의 '유일한' 아들아.

뱃속에 모든 내장이 사라져, 몸속에 아무것도 없는 느낌. 지금까지 중요했던 모든 것이 갑자기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때 적군 성주가 보낸 사신이 도착했다. 그를 보는 순간 뻥 뚫려 있는 곳에 분노가 화염처럼 휘몰아쳤다.

“직접 만나겠다.”

분노한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가 사령관의 의자에 앉았다.

사신이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왔다. 이미 두들겨 맞은 듯 입술이 터져 있었고,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단검을 꺼내 팔과 다리에 작은 상처를 내는 병사도 있었다.

그만큼 몽골군은 성안의 모든 생명체를 증오하고 있었다.

내 앞에 썩은 호박처럼 던져진, 늙은 사신은 아직 눈빛이 살아 있었다.

“항복하겠소. 만인장. 성주는 성안에 있는 백성들의 목숨을 살리려고 합니다. 퇴각할 기회를 주시오.”

나는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병사의 피를 보고, 백성의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가?”

“4년 전 파르완에서 죽은 몽골 병사의 인장들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몽골군의 처절한 패배.

몽골군은 그날의 기록을 모두 지웠다. 그들에게 패배는 없는 것이었다.

“나를 모욕하려는 것이냐? 우리에게 패배의 기억이 없다.”

“선량한 백성들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만인장.”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칸 군대의 피를 보고, 또한 내 아들의 피를 보고 살고 싶다고 말했는가?”

사신은 피를 흘리면서도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 병사들의 피를 아끼시오. 쓸데없이 더 이상 피를 흘릴 필요 없소. 대신 내 피를 주겠소.”

“네놈의 피가 얼마나 좋기에 그런 말을 하는지 냄새나 맡아 볼까?”

나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달려와 사신의 팔을 잡았다. 전에 사신의 배를 갈라 자기 내장을 목에 걸게 한 적도 있었다.

몽골 병사는 기대에 찬 얼굴로 웃고 있었다.

사신은 나의 눈동자를 보면서 말했다.

“피와 땀을 아끼라는 조상이 주는 지혜를 따르시오.”

나는 살짝 풀린 눈빛으로 광기에 휩싸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단검으로 허벅지의 살을 한 움큼 잘라냈다.

그러자 사신은 고통에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벌레처럼 바닥을 기면서 고통에 떨고 있는 사신을 보았다.

“불주를 가져와라. 사신이 왔으면 대접을 해야지.”

나는 불주를 받아서 벌컥벌컥 마시고 사신의 허벅지 상처에 뿌렸다. 그러자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더욱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방안의 장수 중 일부는 '사신'을 고문하는 정도를 벗어나는 일에 인상을 쓰고 있었으나, 대부분 기뻐하고 있었다.

내가 밖으로 나가자, 부하 병사가 쓰러져 있는 사신을 질질 끌고 나왔다.

멀리 타워에서 산성의 성주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거의 점으로 보였지만, 그의 극도로 어두운 얼굴이 보였다.

“사신을 성으로 돌려보내겠다!”

나는 투석기를 다루는 중국 병사에게 말했다.

“이놈을 투석기에 매달아라.”

그러자 중국 병사는 잔인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이고 사신을 투석기 바위에 밧줄로 둘둘 감았다.

사신은 마지막 힘을 짜내 말했다.

“장군! 백성의 피를 아껴주시오!”

주변을 둘러보다가 역청(원유)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사신의 몸에 잔뜩 발랐다. 그러자 그는 완전히 검게 변해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나는 불주를 조금 더 마시고 사신의 머리에 부었다.

“사신은 하늘의 별이 되는 영광을 얻었구나. 기뻐하라.”

그러자 중국군 투석기 병사가 웃으며 말했다.

“장군! 발사 준비되었습니다!”

나는 횃불을 들고 사신에게 다가가 눈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포로는 없다. 노예도 남기지 않는다. 여자도 죽이고 아이도 죽인다. 막 태어난 씨앗도 죽일 것이다. 어미 배 속에 있는 아이도 꺼내 죽인다.”

그리고 사신의 머리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알코올에 가까운 불주를 타고 불이 확 번졌고 끝내 역청에도 불이 붙었다.

그리고 사신은 완전히 불덩어리가 되었다.

“으으으으으아아아악.”

나는 중국인 투석기 병사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발사!”

불덩이가 된 사신을 품은 거대한 돌덩이가 성안으로 날아가 민가를 부수고 떨어졌다.

그러자 모든 몽골 병사들이 칼을 뽑아 들고 기뻐했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칸'은 내가 하는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쳤지만, 평소와 다르게 무섭지 않았다. 그냥 웃음만 나왔다.

그러다가 반쯤 부서진 충차가 눈에 보였다. 어제 수리하여 간신히 바퀴가 돌아가는 수준이었다.

나는 사자같이 포효했다.

“성문을 부순다!”

나는 마지막 남은 충차 쪽으로 달려가 밀었다. 그러자 호위병이 나의 주변에 붙었고 함께 충차를 밀기 시작했다.

'만인장'이 선두에 서는 것은 절대 금지 사항이지만, '칸'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곧 칸의 친위 호위병 중 거대한 덩치의 몽골 최고 전사들 100여 명이 달라붙어 충차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벼운 마차를 미는 것처럼 충차가 전속력으로 앞으로 나갔다.

쾅!! 와자자작-

성문이 단숨에 크게 깨졌다.

그러자 이제서야 수비병들이 달려왔다.

“충차를 물려라!”

충차가 스스로 물러서고 있었다. 충차와 연결된 긴 밧줄 열 개가 있었고 그것을 수백 명의 노예가 잡아끌고 있었던 것이다.

뒤로 물러섰던 충차를 다시 밀기 시작했다.

“가자!!!”

'만인장'이 직접 충차를 밀고 있으니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밀었다. 다시 충차는 나는 듯 달려 강하게 성문을 부쉈다.

성문 전체가 흔들렸고 성문의 중앙이 길게 깨졌다.

이제서야 이쪽으로 화살이 날아왔고. 병사들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칸의 친위대가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날아가는 새도 맞추는 특급 전사들이었다.

그들이 화살을 쏘자 성문 위 궁수들의 숫자가 금방 1/3이 되었다. 궁수는 이쪽이 훨씬 더 많았다. 압도적인 숫자로 화살을 쏘았다.

“다시!!!”

노예가 충차를 뒤로 뺐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온 힘을 다해 충차를 밀었다.

쾅!!!

성안이 확실하게 보일 정도로, 성문이 부서졌다.

이때 머리 위로 기름이 쏟아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횃불을 던져 충차에 불을 붙였다.

불덩어리가 된 몽골 병사는 땅을 구르다가 죽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노예를 향해서 명령했다.

“충차를 물려라!”

기름을 먹은 가죽 방패가 눈에 거슬려 잘라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머리에 물을 뿌린 후 다시 온 힘을 다해 충차를 밀었다

쾅!!!

우지끈.

성문에 큰 구멍이 났다. 그리고 서서히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성문이 열렸다!”

“만인장님께서 직접 문을 열었다!”

“형제의 복수를 하자!”

힘들고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며, 모든 몽골 병사들이 성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개새끼들 다 죽여 버려!”

“포로를 남기지 말고 죽여라!”

“여자도 죽이고! 아이도 죽여라! 풀 한 포기 남기지 마라!”

몽골군은 피의 광기에 빠져 성문 안으로 밀려 들어왔고, 눈앞에 모든 것을 죽였다. 흔하게 있던 강간이나 약탈도 없었다.

백성들을 자신의 성주가 있는 산성의 탑 쪽으로 몰려왔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만인장'이 선봉에 서서 타워로 달리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해일이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의 몸에는 이미 3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조금 거치적거릴 뿐.

나의 눈동자는 오로지 성주를 향해 있었다. 미친 듯이 산성의 탑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앞을 막은 병사들을 단칼에 베어 버리며 금방 성주 앞에 섰다.

성주는 키는 컸지만, 살점이 하나 없을 정도로 마른 사내였다. 그는 알라를 찾는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 왔군. 성주.”

나는 검을 성주의 배에 깊숙이 박았다.

하지만 성주는 텅 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했다.

“나도 그대를 기다렸다.”

성주는 나를 바라보다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가공할만한 힘을 사용하여 성벽으로 끌고 갔다.

“신이시여. 당신의 품으로 가나이다.”

몸을 비틀었으나, 성주는 놀라운 힘으로 성벽 끝으로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배에 박힌, 칼 손잡이를 돌렸으나, 성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미친···.”

“심판이 날이다. 함께 가자. 만인장.”

끝내 두 명의 장군은 절벽 위에 만들어 놓은 탑 위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눈을 떴을 때, '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의 전투는 나의 눈으로 모두 보았다. 자랑스럽다. 죽음을 두려워 마라. 이곳의 모든 생명을 죽여, 저승길의 노예로 주겠다.”

“칸···.”

“아들과 함께 전사의 땅에서 나를 기다려라.”

대답하려고 했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며 시아가 좁아지고 있었다.

나는 놀라 잠에서 깼다.

이동 숙소의 침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아침 일찍 이동 숙소에서 나왔다. 그랬더니 미군이 나를 보며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대령님.”

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고 주변을 살폈다.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성인데, 오늘은 완전 다르게 보였다.

몽골군과 이곳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피를 흘리며 싸웠던 곳이었다.

성 유적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작은 금빛들이 제법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금을 보고 파 내려갔지만,

금이 아닌, 엄청난 유골이 쏟아졌다.

미군들은 보물을 발굴한다고 해서 흥분하였다가, 해골이 쏟아지자 당황하고 있었다.

해골은 만지면 바스러질 정도로 삭아 있었다.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아이와 아기 유골까지 쏟아졌다. 진흙 속에 파묻혀 있던 인간의 뼈 중 가장 강한 두개골이나 허벅지 뼈가 가장 많이 발굴되었다.

하지만 가끔씩 아주 오래된 금목걸이와 금반지도 나왔다.

뼈를 미군이 처리할 수 없어, 몽골군을 닮은 하자라족 사람들을 고용했다. 이제 그들이 뼈를 수습하고 있었다.

호라즘 제국을 멸망시킨 몽골의 대군은 인도로 진격하지 않았고, 이곳에서 현지인과 혼인하여 하자라족이 탄생한 것이었다.

몽골군의 후손이 몽골군에게 죽은 사람들의 뼈를 안치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하자라족의 방식대로 제사 지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즈가 금반지와 목걸이 30개 정도를 보며 말했다.

“기대가 커서 그런가, 대단해 보이지 않는군.”

나는 이제 확실한 금빛이 나오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을 페인트로 표시했다.

그러자 나의 명령을 받은 미군 공병이 포크레인으로 그곳을 파기 시작했다. 사람 키의 2배 정도를 팠을 때 빛이 확실해졌고 나와 경복이 태경이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태경이가 인상 쓰면서 말했다.

“불안하다. 또 킬링필드 나오는 거 아니냐? 해골은 그만 봤으면 한다. 꿈자리 뒤숭숭하다.”

나는 인상을 쓰며 삽질을 했다.

“내가 어제 무슨 꿈을 꿨는지 알아? 꿈자리 같은 말랑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라.”

“어제 무슨 꿈을 꿨는데?”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내 아들이 죽는 꿈.”

태경이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코웃음 쳤다.

“개꿈을 아주 이상하게 꾼다. 시간의 흐름상 결혼을 하고, 아들 꿈을 꿔야 하는 거 아니냐?”

“몽골군 아들이었어. 그것도 칭기즈칸을 따라다니는.”

이때 경복이가 아주 오래되어 바스러진 상자를 발견했다. 우리는 카메라로 현장을 찍으며 조심스럽게 발굴을 계속했다.

바스러진 상자를 완전하게 발굴해냈다.

상자 사이로 엄청난 양의 금반지가 보였다.

모양이 투박하고 혹은 화려하고, 동물 모양이나, 기하학적인 모양, 아니면 아무런 무늬가 없는 각종 금반지가 가득 차 있었다.

“몽골군의 반지다···.”

나의 말에 경복이가 물었다.

“몽골군의 반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 몽골군 부하들이 차고 있었던 반지였다. 전투 중에는 목걸이처럼 목에 걸었다.

“어젯밤 꿈에 내 부하들이 차고 있었다.”

“미쳤냐?”

태경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아들이 칭기즈칸이었데···.”

내가 언제? 친위대라고 했지?

경복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몽골 사람 앞에서 그런 말 하면 맞아 죽는다. 외국인이 이순신 장군님을 보며 내 아들이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때 하자라족이 자기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것은 몽골군 조상이 차고 다니던 반지였다고.

정말 똑같이 생겼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경복이와 태경이를 바라보았고. 두 놈은 여전히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미테이션이야.”

몽골군의 황금 반지가 가득 들어 있는 상자 하나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무려 23상자나 나왔다.

두툼한 몽골 전사의 금반지가, 무려 6,748개.

파르완에서 몽골군을 포위 공격하여 죽인 아프간의 영웅 '잘랄웃딘' 장군이 획득한 몽골군 인장이었다.

산처럼 쌓아 놓은 금반지를 보며, 미군들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떤 상자에서 잘랄웃딘의 검도 나왔는데, 몽골군 쿠드크 사령관의 검을 노획하여 자신의 이름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검에는 '동쪽 악마의 피를 위대한 알라께 바친다.'라고 쓰여 있었다.

일단 이곳에 있는 모든 미군에게 몽골군의 반지를 선물했다. 모두 크게 기뻐하며 '골든보이'를 외쳤다.

미군이 공인한 내 것이니까 줘도 괜찮다.

하루 정도 조심스럽게 보물을 정리하고 있을 때 아프간 사령관에게 전화가 왔다.

-보물을 발견했다고 들었네.

나는 낮게 웃었다.

“제가 보물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있는 겁니다.”

-나도 골든보이 구독자일세. 자네 말을 믿었어.

“무슨 일로 사령관께서 직접 전화하셨습니까?”

사령관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보물을··· 우리가 사고 싶네.”

나는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몽골군의 반지를요? 결혼반지로 사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우리가 영원히 아프간에 주둔할 수 없지. 그러니 아프간 정규군을 길러야 하는데, 그들은 사기가 낮다. 낮아도 너무 낮지. 그래서 우리 오바바 대통령께서는 아프간 수도에 방문할 때, 아프간 대통령 친위대 병사들에게 몽골군의 반지를 선물하고 싶어 한다. 몽골군을 물리친 영웅의 힘을 주고 싶다고 하는군.”

이 말을 들었을 때 갑자기 미션이 떴다.

!!!!!

나는 더욱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금반지값은 어떻게 해 주시겠습니까?”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이번 작전의 영웅이니 최대한 맞춰보지.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인공위성을 가지고 싶습니다. 한반도를 지켜보는 것으로 주세요.”

사령관은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인공위성을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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