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골든 산타클로스’
이것이 내 새로운 별명.
특히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이 나를 사랑했다.
적의 위치를 찍어주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 파일럿에게 전공을 모두 몰아 주었다.
1번기 아파치 파일럿이 직접 나를 찾아와 다음에도 자신의 헬기를 타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베이커 중대는 엄청난 전공을 세우고,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바그람 공군기지로 돌아왔다.
책임자인 진 대위가 진심으로 나와 악수하며 말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중령님.”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CIA 반즈는 나를 옆에서 관찰하고, 파일럿의 증언과 실제 전투의 흐름을 다 확인하고 아프간 연합군 사령부에 보고서를 올렸다.
아프간 연합군 사령관 러셀은 그의 보고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가, 웃었다.
“조금도 믿을 수 없는 보고서인데···.”
러셀 사령관은 옆에 붙어 있는 각종 시체 사진을 확인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증거와 증언이 너무도 확실하니, 보고서를 집어 던질 수 없군. 적군 70명 사살에, 아군 피해 0명이라. 정말 믿어도 되는 건가?”
CIA 반즈는 건방진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적의 위치를 멀리서도 파악할 수 있으니, 접근전을 할 필요가 없었고 대부분 원거리 투사 무기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러셀 사령관은 다시 한번 보고서를 확인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얼굴이 되었다.
“적이 게릴라 전술로 나오는데 적의 위치만 파악할 수 있다면, 탈레반의 전술을 무력화된다.”
반즈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께서는 아프간 철군 압력이 더 강해지기 전에 확실한 승전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10만 명 증파 이야기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나?”
“지금 상태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메리카대륙을 열광하게 만들 뉴스를 제작해 내야 합니다.”
러셀 사령관은 긴 한숨과 함께 자기 얼굴을 쓸어내렸다.
“열광할 수 있을 정도의 승리를 어떻게 만들라는 말인가?”
반즈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에게 쓸만한 황금 카드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황금 카드라니? 그것이 무슨 말인가?”
반즈는 비행기 사진 하나를 꺼내 들었다.
비행기에 배면으로 대포를 설치해 놓은 AC-130 건십. 하늘에서 대포를 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대형 비행기였다.
“이것을 쓰는 것이지요.”
사령관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매일 출격하는데. 들어가는 돈에 비해서 전과가 화려한 편은 아니야.”
반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 골든보이를 태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령관은 눈이 번쩍 커졌다.
“오···.”
“땡기시지요?”
“흠···. 골든보이가 정말 그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전투가 흘러갈지 눈에 그려지는군.”
반즈는 자신감 있는 얼굴로 말했다.
“아주 싼값에 대승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과일은 골든보이가 따고, 우리는 청소만 하겠단 말인가?”
“대통령께서 기다리는 ‘좋은 소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러셀 사령관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골든보이만 있으면 되니, 예산도 더 필요 없군. 국회 놈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서 좋다.”
“현시점에서 최고의 카드라 할 수 있습니다.”
작전 기안서의 첫 줄에 반즈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만약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바로 국장급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사령관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혹시 골든보이가 원하는 것이 있나?”
“돈도 들지 않은 승진이나 해 주시지요. ‘대령’이 좋겠습니다.”
사령관은 인상을 썼다.
“우리의 계급은 그렇게 가볍지 않아.”
“그럼 돈을 주시겠습니까?”
‘돈’이야기에 사령관은 더욱 인상 썼다.
“돈은 CIA에서 줘야지?”
“승전은 사령관께서 가져가는데. 제가 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사령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 ‘대령’ 계급을 주지.”
“손해 나는 장사가 아닙니다.”
“나도 워싱턴으로 돌아갈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확실한 이벤트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승리한 사령관이 되어 돌아가야. 워싱턴에서 나를 쓰려고 할 거야.”
반즈는 자신 있는 얼굴로 웃었다.
“골든보이가 워싱턴에 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 겁니다. 기대하세요.”
사령관은 위스키가 조금 들어간 홍차를 단숨에 마셨다.
“골든보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 내가 최대한 지원하지.”
“아프간 북부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예수님의 성배가 나와도 준다고 하게. 당장 그놈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
사령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할 것이라면, 오랜만에 대규모 작전을 세워야겠군.”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세요. 골든보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초고속 승진.
사령관이 직접 수여하는 대령 계급장.
나는 임시 계급이 아니라. 진짜 대령 계급을 가진 ‘에드워드 대령’이 되었다.
아프간 러셀 사령관이 직접 나의 어깨에 대령 견장을 달아주며 말했다.
“단 한 번의 ‘화끈한’ 승리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 어떻겠나. 에드워드 대령.”
‘끝낸다’라는 말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사령관님의 전략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바입니다.”
“자네에게 가장 적합한 무기를 준비했네.”
“아파치보다 더 좋은 것이 있습니까?”
“물론이지. 더 화끈하고, 더 안전한 것.”
사령관이 나에게 자신 있게 소개한 것은 바로 하늘을 나는 공중 포대. AC-130 ‘건십’이었다.
거대한 비행기에 대구경 야포와 기관포를 달아 하늘에서 직격으로 적을 포격하는 지상 지원기였다.
아프간 하늘에 이 죽음의 천사가 뜨면 탈레반은 모든 싸움을 중지하고 바위틈으로 들어가 숨었다.
위치가 발각되면 강력한 운동에너지를 가진 포탄이 날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건십은 아프간 미군이 가장 사랑하는 비행기로 ‘고스트 라이더’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사령관이 나에게 설명한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내가 AC-130 건십을 타고 수도 카불과 붙어 있는 4개 주를 수색하기로 했다.
바르다크 주.
로가르 주.
낭그르하르 주.
라그만 주.
1차로. 내가 적들을 탐색, 건십에서 포탄을 발사하여 적을 최대한 잡고, 본거지에서 튀어나오게 만든다.
2차로. 아파치와 무장형 헬기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놈들을 공격한다.
3차로. 지상군을 투입할 곳이 보이면 레인저 부대로 공중 강습하고 적을 포위 매복하여 사살하는 계획이었다.
이미 아파치를 타고 진행해보았던 작전이기에 어려운 것이 없었다. 아니 이 작전의 ‘창시자’ 바로 나였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AC-130을 탄다면, 적의 무기 사정거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주 안전하게 작전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허락하면 상대가 이쪽을 쉽게 본다.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을 일단 약속받아야 했다.
나는 사령관에게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골든보이 채널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사령관은 머리를 끄덕였다.
“몇 개의 콘텐츠를 보았지. 그 콘텐츠를 보고, 지난번의 전과를 확인하니, 좀 더 모든 것이 명쾌해지더군.”
“제가 보물을 발견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몇 개 확인했네. 매우 흥미진진했어.”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아프간 북부에도 보물이 있습니다. 그것을 내 소유로 하고 싶습니다.”
보물의 소유권은 아프간 정부에 있으나, 정부군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군은 금조각 몇 개를 충분히 나에게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미군 사령관의 명예를 걸고 그 보물을 발굴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네.”
나는 부드럽게 머리를 끄덕이며 사령관과 악수했다.
3일에 걸친 이 대규모 작전의 이름은 ‘공중 두더지 잡기’
미군을 주축으로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의 모든 동맹군 병력이 투입되었다. 한국도 헬기 2대와 특전사 2개 분대를 보냈다.
이번 작전에는 공격 헬기 30대와 기동헬기 450대 그리고 전투 병력 7,000명이 동원되었다. 아프간 전투 역사상 가장 큰 작전이었다.
전투의 가장 큰 핵심은 ‘골든보이가 땅속의 탈레반을 본다’라는 것이었다.
이 작전을 장군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어차피 아프간에 있는 90%의 병력은 미군이다. 사령관 명령 하나로 90%의 병력이 움직였다. 다른 동맹군은 미군의 작전을 보조할 뿐이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오바바가 승인한 작전으로 자신의 명령을 따라 달라고 부탁했다.
‘D-day’는 미국의 날씨 위성이 한 달 전부터 확신했던 맑은 날이었다.
D-Day.
나를 태운 AC-130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날씨는 예고한 대로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곧 기장이 기내로 방송을 했다.
“골든보이 대령님을 모셨으니, 오늘이 팀 최고 스코어를 올리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마이크를 잡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동안 이 건십이 얼마의 전공을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안에 다 뛰어넘을 겁니다. 그저 내 말을 믿고 따르면 됩니다.”
태경이가 어떻게 구한 것인가 바카스를 드르륵 따며 나에게 줬다
“망하면 어찌하려고 이렇게 멘트를 강하게 치냐? 설레발은 아니지?”
나는 한 번에 바카스를 쭉 마시고 말했다.
“이 작전에서 333텔레반 미션 끝내고 바로 보물 찾으러 가자.”
경복이는 포탑과 연동된 헬멧을 쓰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서울대 보내준다는 족집게 도사처럼 딱딱 찍어줘라.”
나는 낮게 웃었다.
“답안지 보면서 시험 치니까, 도사도 필요 없다.”
“오늘은 황금빛이 잘 보여?”
‘초인급 황금을 보는 가장 깊은 눈’을 얻은 후 집중하고 있으면 비행기에 타고 있어도 황금빛이 보였다.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탈레반 똥꼬 털까지 다 보인다.”
“그럼 먹고 설사하게 관장약을 박아 줘야지.”
평화 방패 기지에서 박격포에 죽을 뻔했고, 저번에 파파나트 기지에서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을 뻔했던 일이 생각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괴산 스타일.
카불의 서쪽. 첫 번째 작전지역인 ‘바르다크 주’로 들어왔다
탈레반이 있다는 지역을 비행하고 있었다.
좌우를 살피다가, 금방 나의 눈에 금빛 3개가 보였다.
“미확인 3P 이상. 확인 요망”
나는 바로 붉은 점을 찍었다.
그러자 건십에서 2명의 탐색자가 망원경으로 살폈다. 뒤를 따르는 다른 기체에서도 망원경으로 그곳을 살폈다.
사령부의 글로벌 호크도 같이 확인하고 있었다.
양치기들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이 끝날 위험에 빠져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춤추며 놀고 있었다.
-섹션 그린. 양치기로 보인다.
-여기는 사령부. 작전대로 진로를 유지하라.
더 고지대로 올라갔다.
이곳은 미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헬기도 상승하기 버거워하는 지역.
산 중턱에 100개 정도의 황금빛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놈들은 우리가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 민가가 있습니까?”
여자 오퍼레이터는 머리를 저었다.
-지도에는 전혀 없습니다. 무인 지역으로 확인됩니다.
나는 금빛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
“금빛이 2명씩 정 위치로 가는 것으로 보니 군인이 분명합니다. 여기서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금빛 70개가 뭉쳐 있는 곳에 붉은 점을 찍었다.
“타깃 확인 바람.”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의 붉은 점 옆에 X자 마크가 겨눠지고 있었다. 대포가 조준하는 것이었다.
“70개 이상의 빛이 자리 잡고 있다. 사격 요망.”
-육안으로 확인되는 것 없음. 하지만 사격을 개시하겠습니다.
건십에서 연속적으로 포격이 이뤄졌다. 강화 텅스텐 탄을 쏴서 매우 깊숙이 파고들어 포탄이 폭발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7발의 포탄이 빛이 몰려 있는 곳을 두드리자 절반은 움직임을 멈췄고 절반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마이크에 대고 강하게 말했다.
“나옵니다. 확인 요망.”
나의 말대로 탈레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와 쓰러졌다. 동굴에 있었는데 엄청난 폭발과 함께 동굴이 통째로 무너진 것이었다.
동굴 입구에서 엄청난 먼지가 하늘 위로 뿜어져 올라왔다.
그들은 겨우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리려 했는데, 멀리서 죽음의 ‘화염’이 날아왔다.
쾅!!!
헬파이어 미사일이 폭발하며 공격이 시작되었다.
공격헬기가 사방에서 포위하고 살아남은 탈레반에게 로켓포와 기관포를 쏘았다. 마치 누가 더 많은 쥐를 잡는지 내기하는 것 같았다.
나는 3명씩 모여 있는 곳은 무조건 붉은 점을 찍었고 그곳에 강화 텅스텐 포탄이 떨어졌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 대부분 그것으로 끝이었으나 살아서 움직이는 금빛이 있었다.
그들은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아파치의 기관포가 쏟아져 시체마저도 지워버렸다.
‘바르다크 주’에서만 3곳의 기지를 찾았고 카메라에서 죽음을 확인한 탈레반만 150명이었다.
건십 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골든보이의 말대로 지금까지의 스코어를 아득히 넘어섰다.
내가 비행기에서 내릴 때, 파일럿까지 나와 경례했다.
바그람 기지로 잠시 돌아와 푹 쉬고 야간 작전 준비를 했다.
사령관의 명령으로 최고급 스테이크, 랍스타, 회까지 준비했고. 한국기지에서 가져온 김치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푹 잠들었다.
새벽 2시에 야간 작전이 시작되었다.
위치는 카불 서남쪽의 ‘로가르주’.
주간 작전을 한 모든 병력이 바뀌었으나 바뀌지 않은 것은 우리뿐이었다.
건십은 좀 더 낮게 날았고 황금빛은 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로가르주는 많은 병력이 모여 있는 곳이 없었다. 많아 봐야 10개의 빛이 가장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
보이는 족족, 50개의 붉은 점을 찍었고, 그곳에 텅스텐 포탄이 날아갔다. 포탄이 떨어지면 황금빛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겨우 살아서 밖으로 나온 탈레반은 아파치 적외선 카메라에 들어와 기관포를 맞고 죽었다.
새벽까지 사냥하여 수백의 탈레반을 잡았다.
아침이 되었고 기동헬기 100대가 날아가 살아남은 탈레반을 찾았다.
헬기에서 내린 레인저가 포탄이 떨어진 곳을 확인했는데. 대부분에서 시체나 부서진 살점으로 발견되었다. 이제 무기 같은 것은 노획품으로 줍지도 않고 모아서 파쇄했다.
확인된 탈레반 시체만 220명이 넘었다.
두 번째 날은 미군 군의관에게 진료받고 수액을 맞으며 푹 잠이 들었다.
내가 눈을 뜨고 멍하니 있자, 군의관이 다시 나를 살폈다.
이봐 군의관 선생. 고장 난 것은 내 옆에 널브러진 놈들이라고.
군의관은 정중하게 나에게 말했다.
“에드워드 대령님. 오늘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매우 좋습니다.”
“비행시간이 길면 과식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권장해 드립니다.”
군의관이 그 말을 했더니, 한국기지에서 요리사를 빼 와 닭죽과 삼계탕을 만들어 내 방으로 가져왔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날아올랐다.
오늘 오후에 확인할 곳은, 카불 남동쪽의 낭그르하르 주.
어떻게 연락이 퍼진지 모르겠지만 황금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가 금을 본다는 사실을 탈레반이 알았을까? 오후 3시간을 돌았으나 겨우 20명 정도를 잡았을 뿐이었다.
약속된 지역을 돌고, 기지로 돌아가 쉬다가 야간 작전을 준비했다.
카불 동쪽의 마지막 작전지역 라그만주. 가장 탈레반의 활동이 많은 곳이었다.
나는 군의관의 진찰을 받은 후, 다시 한번 야간 출격을 시행했다.
낭그르하르 주에 있던 탈레반이 이곳 라그만주로 모두 모인 것인지.
인지하라 산에 1,500개가 넘는 황금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엄청난 숫자의 놈들이 이 산에 있습니다.”
-대략 얼마나 됩니까?
“1,500명 이상. 산 깊숙이 있습니다.”
-대령님. 좌표를 찍어주십시오.
“적이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위력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황금빛이 매우 깊은 곳에서 움직이고 있어, 텅스텐 탄이 안으로 파고 들어갈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자 기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미군은 최선을 다해서 배달해 줍니다. 깊숙이에 있어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좌표를 설정했습니다.”
-공군 F-15가 벙커 버스터를 가지고 떴습니다.
300개의 황금빛이 모여 있는 곳에 붉은 점을 찍자 공군이 날아와 벙커 버스터를 떨어트렸다. 동굴 깊숙이 들어간 폭탄은 대폭발을 일으켰다.
엄청난 화염이 동굴 안을 돌아다니며 탈레반을 태웠다. 그리고 산소도 태워, 겨우 살아남은 탈레반을 질식시켜 죽였다.
황금빛들이 98%가 사라지거나 움직임을 멈췄다.
“다음 타깃 확인.”
나는 먼저 50명쯤 모여 있는 지점 8곳에 붉은 점을 찍었다. 그러자 건십에서 포탄을 날렸다. 대기하고 있는 다른 건십이 있었으므로 아끼지 않고 포탄을 쏟았다.
포탄이 떨어지면 겨우 살아남은 탈레반이 튀어나왔고, 무장헬기의 먹잇감이 되었다.
“열 명 정도 포인트.”
이제 10명 정도만 되면 붉은 점을 찍었고 아파치와 무장헬기도 로켓 공격을 했다.
새벽까지 계속해서 공격하자 모든 탈레반이 개미 떼처럼 흩어져 도망쳤으나 연합군 7,000명이 산 전체를 포위하고 있었다.
도망치던 적들은 미군 저격수의 공격을 받아 피를 뿜으며 죽었다.
사령관은 웃으면서 말했다.
“추수 감사절이다. 알아서 칠면조를 잡도록.”
이번 작전으로 3,800명에 가까운 탈레반을 사살하였고 1,500명이 항복했다.
항복한 사람 중에는 탈레반의 유명한 장군들이 있었다.
무하마드 샴라니.
알하지지 아와라.
또한, 카불의 여자 학교를 폭파한 유명한 테러리스트 마르단 오마르를 사살했다.
게다가 시체 확인 중에 탈레반 사령관 물라 오마르도 발견되었다.
미군이 아프간 원정을 한 이래 최대의 성과를 낸 작전이었다.
처음에는 작전 이름이 ‘공중 두더지 잡기’였다가, 너무도 성과가 좋으니 작전 이름 ‘아프간 화염 정화 작전’으로 변경하였다.
개인적으로 ‘공중 두더지 잡기’가 더 마음에 드는데···.
이제 카불 주변의 탈레반 세력이 괴멸하면서 아프간 동쪽은 완벽하게 미군이 장악했다.
사령관은 ‘골든보이’만 있으면 이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미국에서 이번 작전이 대서특필 되었고 ‘위대한 승리’라는 제목이 붙었다. 오바바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고 ‘아프간 10만명 증파 전략’에 힘이 실렸다.
사령관은 골든보이의 진한 맛을 보더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계속 도와 달라고 요청했으나 더 이상 협력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실 한국 사람이 아프간 전쟁에 매달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원정대부터 만들어 달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원정대가 이틀 만에 만들어졌다. 기동헬기 7대에 치누크까지 붙여 떠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날 밤 나는 미션을 확인했다.
천명 단위로 탈레반을 잡았으니 당연히 성공.
<<성공 시 보상으로 ‘황금 자동차 번호’를 드립니다.>>
최소 나는 황금으로 만든 번호판으로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받은 것은. ‘황금 코팅 명함’
나는 안주머니에서 황금 명함 하나를 발견했고, 그것에는 ‘자동차 번호’ 하나만 찍혀 있었다.
‘270타 6692’
친구들과 함께 고민해 봐도 정확한 것은 한국에 가서 해당 번호판의 차를 찾는 길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고 과장님에게 해당 번호판을 찾아 달라고 했다.
고 과장은 언제나 같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우리는 미군이 제공한 기동헬기에 올라타 황금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기동헬기 7대는 서북쪽으로 계속 올라가서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닿는 쿤두즈 국경 지역까지 올라갔다.
“도착까지 앞으로 3!!”
여기는 탈레반도 없는 오지였다. 지금은 거의 잊힌 실크로드 길만 있을 뿐, 사람의 모습을 보려면 최소 50km는 가야 했다.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STOP! 랜딩!!”
헬기들이 착륙한 곳은 오래된 옛 실크로드가 있었고 그 언덕 뒤에 거의 무너진 성채가 있었다.
이곳에 대해서 잘 아는 미군이 말하기를 호라즘 제국의 성채가 있었던 곳이라고 했다.
호라즘 제국은 실크로드 길을 보호하며 중개무역으로 번영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몽골 대군이 공격해 오자, 나라 전체가 큰 위험에 빠졌다.
하지만 호라즘 제국의 백성들은 철저한 수성전을 하여 몽골군의 힘을 뺐다가 왕과 모든 기병이 단숨에 기습 반격하여 몽골군에게 대승을 거두었다.
이 석성도 몽골군의 공격을 버티던 역사를 품고 있었다.
석성 안뜰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발굴 작업을 시작하기는 너무 늦어 있었다.
뭐 내일 시작하자. 급할 필요가 없지.
미군은 도착하자마자 임시 기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며칠 있지 않을 것인데도 매뉴얼대로 철저하게 만들었다.
하루를 자도 숙영지를 제대로 만든다는 로마제국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우리 3명은 며칠 연속으로 주야간 작전을 했더니 너무도 피곤했다. 그래서 가져온 양주를 가볍게(?) 나눠 마시고, 깊은 잠자리에 들었다.
오랜만에 귀걸이를 한 곳이 아파왔다.
꿈이라는 것을 알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너무도 생생했다.
나는 몽골군 사령관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타고 있는 성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 좀 익었는데 미군과 함께 확인했던 그 오래된 호라즘 성채였다.
몽골군은 주변 마을에서 잡아 온 사람들을 목을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투석기에 넣은 후 성안으로 발사했다.
너무도 잔인해서 바라볼 수가 없었으나 몽골군은 좋다고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살아있는 아이를 몇 명을 투석기에 실어서 성안으로 날리고 크게 웃었다.
몽골 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이때 천인장이 다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와 보고 했다.
“‘칸’께서 오십니다.”
칸의 이름은 테무친. 바로 칭기즈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