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길 한가운데 묻혀 있는 복잡한 구리선의 덩어리.
‘지뢰’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의 표정이 너무도 단호했다.
“전방 지뢰! 정지!”
나의 표정을 본 진 대위는 머리를 끄덕이고, 전 차량에 현재 상황을 전파했다.
“전방 진입로에 지뢰 매설 추정! 철저하게 사주경계하고, 10호 차부터 천천히 후진한다.”
나의 말에 1호차 사람들의 표정은 ‘반신반의’.
진짜 있는 거 맞아? 그 표정이었다.
하지만 골든보이가 보여준 ‘전공’과 어깨에 있는 ‘중령 계급장’ 있으니, 나의 말에는 이미 무게가 실려 있었다.
만에 하나 진짜 지뢰가 있을 수 있으니, ‘다 거짓말이야.’ 하면서 그냥 지뢰를 밟아 보자는 미친놈은 없었다.
베이커 중대는 대략 200m를 물러난 후 유탄발사기로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는 부분을 정확하게 맞췄다.
콰쾅!!!
분명 유탄의 폭발이 아니었다. 대전차 지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형폭발이었다. 장갑차 위로 돌과 먼지가 비 오듯 떨어졌다.
나는 옆 좌석에 놀란 표정으로 앉아 있는 CIA 반즈를 보며 말했다.
“목숨을 하나 빚졌어. 반즈.”
반즈가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지뢰를 봤다고?”
“못 봤으면 국립묘지에 묻혔을 거다. 지금은 미군이니까 알링턴 국립묘지로 가려나?”
진 대위도 식은땀을 흘리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골든보이가 제 목숨을 구했군요.”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노력해야지요.”
반즈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제부터 나는 에디가 졸고 있는지 살펴야겠어.”
진 대위가 마른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기지가 멀지 않습니다.”
파파나트 지역의 앤더슨 기지. 고지대에 있는 중형 기지였다.
치누크 한 대가 보급품을 내려놓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앤더슨 기지 안으로 들어가, 인원 파악을 하기 위해서 모여 있을 때 진 대위가 말했다.
“지뢰를 발견하신, 에드워드 중령님께 경례한다. 전체~ 차렷! 중령님에 대하여 경례!”
모두 나에게 진심으로 경례하였다. 실전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장교는 존경받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허리를 펴고, 차렷 자세를 하고 경례를 받았다.
쉬는 시간.
미군은 아주 편하게 흩어졌다.
병사 중 몇 명이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나와 악수하면 행운이 있어서 절대 죽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로야구 선수 중에 사인을 잘 해주지 않아서 욕먹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 주며 행운을 빌어줬다.
베어커 중대와 좀 더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
이때 계곡을 울리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총알이 내 근처의 바닥에 박혔다.
나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저격이다!!!”
아주 멀리서 저격용 총을 발사하여 ‘나’를 공격한 것이었다. 병사들이 나에게 경례하는 것을 보고 지휘관을 노린 것.
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쉬고 있던 병사들이 기지에서 튀어나왔다. 팬티에 방탄복 하나만 걸치고 뛰어나와 벙커에 들어간 사람도 있었다.
경복이가 나를 끌고 모래 벽에 붙였다.
태경이도 급하게 내 뒤로 붙으며 투덜거렸다.
“마음이 편해야 똥이 나오는데, 한동안 똥 싸기 글렀다.”
경복이가 밖을 바라보며 인상 썼다.
“이 상황에 네 똥이 잘 나오는지, 안부까지 알아야겠냐?”
“다음에 방탄차 안에서 쌀까?”
“씨발놈아. 그건 안돼!”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아주 멀리서 황금빛을 발견했다. 빛은 어디론가 다급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전형적인 히트엔 런 전술.
저격해서 맞추면 좋고, 못 맞춰도 미군에게 스트레스와 피로함을 남길 수 있다.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방향 9시. 거리 1.5km~2km
미국 병사들이라 km도 말하니 못 알아먹었다.
1마일은 1.6km. 나는 다시 악을 쓰며 소리쳤다.
“서쪽 방향! 거리 1마일 안쪽!”
이제서야 병사들의 총구가 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망치고 있는 적을 찾았다.
몇 명의 아군 저격수가 탈레반을 보았는지 총을 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방 동굴 안으로 숨은 탈레반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작은 금빛이 확실하게 보였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방탄 차량에 ‘다연발 유탄발사기’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진 대위님 이것은 어떻게 쏘는 겁니까?”
진 대위가 간단하게 설명했고 나는 아주 흐릿한 금빛이 나오고 있는 곳을 겨눴다.
“이곳을 일단 한 방 쏴 주세요.”
진 대위는 내가 겨누어 놓은 위치를 확인하고 물었다.
“여기에 뭐가 있습니까?”
“아까 그놈이 있습니다.”
“여기에 탈레반 저격수가 숨어 있습니까?”
나는 정색하고 확신하며 말했다.
“100%”
진 대위는 머리를 끄덕이고, 내가 겨눈 곳에 유탄을 쏘았다. 하지만 살짝 왼쪽에 맞았다.
“30걸음 오른쪽으로 옮겨 사격하세요.”
다시 유탄이 황금빛이 있는 타깃을 정확하게 맞췄다.
쾅!
나는 그것을 보고 강하게 외쳤다.
“그곳입니다. 거기에 연속으로 집중적으로 사격해 주세요.”
아무도 없는 돌바위에 쏘는 느낌이지만, 골든보이의 확신에 찬 표정을 보고 명령에 따랐다.
진 대위가 발사한 유탄 30발이 그 근처를 초토화했다.
쾅! 쾅!쾅!! 콰쾅! 쾅!쾅! 쾅!
병사들은 진 대위가 위협 사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속으로 폭발이 있던 곳은 연기로 가득 찼는데, 곧 바람이 불어 먼지가 사라졌고 금빛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진 대위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한참을 살펴보던 나는 확신하고 말했다.
“적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죽은 것 같습니다.”
“다른 놈들은 없습니까?”
다시 한번 주변을 다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다른 놈들은 안 보입니다.”
진 대위는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다가 말했다.
“놈의 시체를 확인해야겠습니다.”
진 대위와 앤더슨 기지의 대장이 잠깐 이야기한 후, 완전히 박살 낸 바위 언덕을, 병사 20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5분 만에, 바위 깔려 죽은 시체 한 구를 발견하여 바디백에 담아 가지고 왔다.
기지 대장과 병사들이 유탄을 발사한 진 대위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했고 진 대위는 자신이 공을 모두 차지했다고 나에게 미안해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탈레반 333명 사살하라>>
<<탈레반 사살 1/333>>
<<성공 시 보상으로 ‘황금 자동차 번호’를 드립니다.>>
방금 숫자 1이 올라가 갔다. 직접 피를 보지 않아도 된다면 일이 수월하다.
나는 진 대위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에게 군공 따위는 필요 없으니, 저놈은 진 대위님이 잡은 것으로 합시다. 하하하.”
빨리 미션을 해결하고 아프간을 떠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었다.
군공 따위는 필요 없다.
“감사합니다. 에드워드 중령님. 너그러우십니다.”
적을 사살하고 무기를 노획한 것은 군공으로 올라가 승진에 큰 힘이 된다.
우리는 앤더슨 기지에서 숙소를 배정받고, 식당에서 주는 식사를 했으나, 역시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기름&치즈가 가득한 음식을 먹으니, 설사병에 걸릴 것 같았다.
이러니까 미국 사람들이 성인병에 걸리지.
나는 경복이와 태경이에게 말했다.
“여기도 마트 있다고 하더라. 거기 한번 가보자.”
“마트가 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바그람 기지 안의 1/10만 되어도 만족한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햅반에 라면만 있었으면 좋겠다.”
물어물어 찾아간 앤더슨 기지 마트는 바그람의 1/100도 되지 않았다. 썸플러스와 골목 슈퍼의 차이.
사실 이곳은 마트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마트에 먼저 온 손님이 하나 있었다. CIA 반즈.
그가 담배를 사서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을 때, 나는 급하게 달려가 ‘발렌타인 12년’을 계산대에 놓았다.
나는 애들을 보고 한마디 했다.
“물주 잡았다. 어서 올려.”
그랬더니 태경이는 ‘글렌피딕 18년’, 경복이는 ‘와일드터키 101’이라고 쓰여 있는 50도짜리 독주를 골라서 올려 두었다.
나는 뻔뻔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생명의 은인이니까 술 한잔 정도 얻어먹을 수 있겠지?”
반스는 살짝 웃었다.
“한잔이 아닌데?”
“한국 사람은 원래 병 단위로 마셔.”
“위스키 한 병을 다 마시면 사람이 죽어.”
나는 더욱 뻔뻔하게 웃었다.
“지뢰가 터졌으면, 네 친구들이 마시고 있었을 술이야.”
“부자라고 들었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나초 하나를 집어서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골든보이니까 당연히 많지.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않고 쌓아야 부자가 된다.”
나는 마트 병사에게 물었다.
“제일 비싼 술이 뭡니까?”
“글렌피딕 21년입니다. 중령님.”
나는 그것도 올리며 말했다.
“아까워 하지마. 나에게 술을 먹여서 속 깊은 비밀을 알 수 있는 ‘심문’ 도구에 대한 행정비용이라 생각해.”
“자네가 거짓을 말하면 어떻게 하지?”
“거짓말을 잘하는 것은 ‘CIA’이지.”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질문할 뿐이지.
“일방적인 질문을 받아주지.”
“그렇다면 투자를 아낄 필요 없겠군.”
나는 다급하게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말했다.
“야! 먹고 싶은 거, 챙기고 싶은 거 있으면 다 가져와. CIA 법인카드 열린다.”
경복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총알 사도 되냐?”
“총알? 그냥 주잖아.”
“옛날에 탄피 잃어버려서 한달을 고생했더니, 총알만 보면 사고 싶다. 그것 때문에 일 년 늦게 승진할 뻔했어.”
이때 헬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중앙 기지에서 사람들이 마구 뛰어나왔다.
그리고 헬기가 착륙하자 피를 흘리는 부상자 5명이 쏟아졌다. 군의관과 의무병으로 보이는 사람이 병사들을 기지 안 병원으로 급하게 데리고 들어갔다.
의사가 하나뿐인데 부상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저녁을 먹고 잠깐 여유로웠던 기지는 완전한 긴장 상태로 돌변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짧은 기도뿐.
숙소로 들어갔지만, 가지고 온 술을 보지도 않았다. 뭐가 일이 터질 것 같은 생각이 몰려오며, TV를 보고 있었지만, 귀는 ‘밖’을 향하고 있었다.
얼마 후 진 대위가 안으로 들어와, 나에게 절도 있는 경례를 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부탁을 하러 온 것이 눈빛에서 느껴졌다.
“무슨 일입니까? 진 대위.”
잠시 망설이던 진 대위가 나에게 입을 열었다.
“복귀하던 레인저 팀이 매복공격을 받아서 포위된 상태입니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까? 지금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봐요.”
“돌아온 레인저 부상병의 보고로는 7명의 레인저 분대가 탈레반 중대에 포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쪽 구조팀이 갔는데 역으로 공격받아 부상자가 생겼습니다.”
“구조팀이 당하다니 난감하군요.”
“탈레반은 부상병을 일부러 잡지 않고, 그대로 두고 구조팀을 공격할 계획입니다.”
탈레반 중대라면 최소 50명 이상.
지상으로 구조하는 것은 매복 공격을 당할 수 있으니 위험하다.
그렇다면 팔이 긴 아파치를 불러야 한다.
나는 놈들의 위치를 찍어주고, 아파치는 멀리서 지옥불을 던지는 것이다.
“아파치를 불러 주세요. 레인저에게 가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25분 후 아파치가 도착했고, 나는 보조 조종석에 타, 헬멧으로 내가 보는 것과 개틀링을 연결했다.
그랬더니 내가 보는 쪽으로 개틀링 기관총이 자동으로 향했다.
아파치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금방 작전지역이 도착했다.
나는 높은 공중에서 탈레반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게 다 몇 명이야···.
생각보다 놈들의 숫자는 상당히 많았다. 무려 89명이 바위틈에 매복하고 있었다. 매복의 배치가 매우 섬세한 것으로 보아 경험이 많은 병력이었다.
“내 눈에 놈들이 모두 보입니다. 적들의 숫자는 89명.”
조종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89명이요?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오퍼레이터는 처음 봤습니다. 중령님.
“조종사님은 지금 골든보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를 절대적으로 믿어야 합니다.”
-저도 채널 구독자입니다. 골든보이님을 태우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늘은 피는 흘리지 않고, 화끈하게 놀아 봅시다.”
아파치 파일럿은 낮게 웃었다.
-파티는 항상 즐겁지요.
“아군의 위치를 찍어주세요.”
화면의 한곳에 파란색 불이 들어왔다. 피아식별 장치로 아군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나는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개틀링 기관총의 시점으로 한 지점을 화면에 찍었다. 대략 10명 정도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최소 10명쯤 있습니다. 강한 것으로 시작합시다.”
조종사는 그곳을 한참을 노려보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자기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골든보이님의 명령이니 따르겠습니다. 첫발은 따듯한 핫케익으로 보냅니다.
아파치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60t의 전차도 깡통으로 만드는 엄청난 파괴력의 미사일이었다.
콰쾅!!!
내가 찍은 곳에 엄청난 지옥불이 하늘 높게 치솟았다.
몇 명이 불지옥에서 살아남았는지, 흩어지고 있었다.
-중령님! 쥐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아파치의 개틀링 기관총이 적의 뒤통수를 향해서 쏟아졌다. 탱크도 뚫는 거대한 총탄을 맞은 적들은 시체도 없이 사라졌다.
“또 있습니까?”
나는 다른 위치에 있는 황금빛 5개를 보았다. 그래서 그곳에 붉은 점을 찍었다.
“여기 최소 5명.”
조종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놈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확인했습니다. 중령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켓탄이 3발이 날아갔다.
쾅! 쾅! 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그곳에서도 황금빛이 움직였다. 적외선 화면으로 탈레반을 확인한 조종사가 말했다.
-쥐 발견!
개틀링 기관총이 총알을 뿌렸고, 도망치던 탈레반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다시 7명이 숨어 있는 곳에 붉은색 점을 찍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2번기와 3번기에서 한마디 했다.
-우리도 사냥감을 나눠 달라. 1번기.
-확인. 중령님이 찍은 붉은 점에 불을 붙이고 쥐를 잡아라.
2, 3번기에서 헬파이어가 날아가고 탈레반들이 튀어나왔다.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기관포가 쏟아졌고 그들은 가루가 되어 사방에 뿌려졌다.
이제는 2명씩 혹은 혼자, 숨어 있는 황금빛을 확인했다.
보이는 모든 곳에 붉은 점을 찍었다.
“자유롭게 사냥하라.”
보이는 모든 점에 헬파이어와 로켓탄이 떨어졌고 튀어나온 탈레반은 모두 핏덩이가 되어 사라졌다.
이때 여기서 2km 떨어진 곳에 황금빛 30개쯤이 모여 있었다. 이쪽을 관측하기 딱 맞는 자리였다.
“여기 최소 30명쯤이 있습니다. 맨패드 지대공 미사일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멀리서 핫케이크 배달을 하겠습니다.
내가 찍어준 곳으로 아파치 3대가 각자 헬파이어를 아주 멀리서 날렸다.
쾅!! 쾅!!! 콰쾅!!!
엄청난 지옥불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그곳에 있던 탈레반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1번기의 파일럿이 강하게 말했다.
-쥐들이 나온다. 숫자가 많으니 놓치지 마라. 2/3번
마지막 화려한 사냥이 시작되었고 밤하늘에 기관포의 밝은 궤적이 하늘에 가득 찼다.
적외선 투시경으로 보면 움직이는 탈레반은 너무도 확실하게 보였다. 도망치는 적을 향해 기관포가 쏟아졌다.
살 가능성이 있는 것은 끝까지 바위 속 숨어 죽은 척하는 것이었으나 공포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그래서 살아남은 탈레반은 도망쳤고 끝내 잔혹하게 망가진 시체가 되었다.
-1번기 적이 더 있나?
그러자 1번기 조종사가 나에게 물었다.
-적의 움직임이 더 있습니까? 중령님?
“확인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천천히 돌아주세요.”
아파치를 타고 주변을 확인했으나 움직이는 황금빛은 없었다.
이때 금빛 하나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아주 가까웠다. 나는 순간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체프!!! 체프!!!”
혹시 모르니 일단 큰소리를 질렀다.
적외선 유도용 체프와 화염 유도용 화염 줄기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긴급 이탈!
그리고 바로 아래를 붉은색 지점으로 찍었다.
그랬더니 2/3번기가 로켓탄 6발을 쏟아부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거기에 있던 놈은 아마도 온전한 시체를 남기기 어려울 것이었다.
엄청 높게 올라왔는데도, 금빛이 확실히 보였다.
“고도를 높이고 주변을 살핍니다.”
20분 이상 주변을 살핀 후 확신하며 말했다.
“더 이상 적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자 우리의 무전을 전부 듣고, 글로벌 호크로 내려다보고 있던 사령부가 명령했다.
-사냥이 종료되었다. 구조팀을 투입하라.
헤드셋에서 구조팀 블랙호크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확인했다. 기병대를 투입한다.
블랙호크에 타고 있던 베이커 중대가 레펠로 내려와, 레인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레인저! 레인저! 여기는 베이커 중대! 대답하시오!
그러자 레인저들은 랜턴을 흔들며 말했다
“여기에 부상자가 있습니다. 어서 후송해야 합니다.”
베이커 중대원들은 부상자들을 먼저 블랙호크에 실어 보냈고. 나머지 레인저는 다른 블랙호크로 퇴각했다.
이때 움직이는 황금빛이 있었다.
죽어가는 탈레반이 RPG를 들고 블랙호크를 겨누고 있었다.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적 발견!! RPG 확인!”
그리고 바로 포인트를 찍었다.
그러자 3기의 아파치가 개틀링 기관총을 돌렸다. RPG로 저격하려고 했던 탈레반은 그야말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아 씨발. 놀래라!”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을 찍을 뻔한 것이었다.
1번 아파치 조종사가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골든보이 중령님.”
다음 날 시체 찾는 작업과 무기를 수거했는데 무려 50구의 사체가 쏟아졌다. 다만 너무도 시체가 처참하여 병사들이 너무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고용한 아프간 인력들이 많이 투입되었다.
최소 110명의 적을 사살한 것으로 추정.
시체는 50개.
태경이는 구리 왕관에 50개의 해골을 붙인 후, 나의 방탄모에 올리는 대관식을 했다.
“너야말로 진정한 탈레반 도살자다.”
나의 활약상에 앤더슨 기지 사람들은 나를 보면 진심을 담아 거수경례했다.
진짜 미군 중령이 된 것 같은 기분.
나도 부동자세로 경례를 받았다.
아프간 연합군 사령부가 글로벌 호크의 눈으로 골든보이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