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부대 사령관 송태준 장군의 방에는 큰 태극기가 걸려 있을 뿐, 소파와 책상만 있었다.
송 장군은 보통은 중앙통제실에 일과를 진행하는데,
오늘은 미군에서 손님이 찾아와, 자신의 방에서 대접하고 있었다.
특별한 것은 없고, 당번병이 달달이 커피 한잔을 타서 손님에게 넘겼을 뿐, 본인은 생수만 마셨다.
미군 손님은, 특별 장교 반즈.
자신을 ‘미군’이라고 소개했지만, 말투나 행동에서 군인의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는 부대로 찾아와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골든보이를 한국군 '옵서버'로 아프간 사령부 작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 장군은 당황하고 있었다. 미군이 뭔가를 요청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청와대 소속의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요청이었다.
송태준 장군은 한국군 신분으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인물이었다. 유창한 영어가 쏟아졌다.
“김 특별 보좌관님은 청와대 소속입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허락을 맡아야 합니까?”
“청와대 사람이니, 대통령님의 허락을 얻어야 합니다. 물론. 본인의 동의도 있어야겠지요.”
반즈는 잠시 생각하더니, 바그람 미군 연합 사령관에게 전화하여 뭔가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미군 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전화하여 골든보이의 미군 옵서버 참가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얼마 후 서 비서관이 인상을 쓰며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송 장군은 가볍게 거수경례했고, 양복을 입고 있는 특별 장교 반즈는 동양인처럼 머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분명 한국이나 일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분위기다.
서 비서관은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딱 봐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눈에 보였다.
“아주 '특별한' 인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알겠는데, 우리가 협조하지 않으면, 미군도 우리 쪽에 협조하기 힘들다고 말하니 참으로 당황스럽습니다.”
반즈가 웃었다.
“사령관께서 좀 심한 이야기를 했군요.”
당장 내일 미군 헬기를 요청하여 바그람 공군기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난감한 일이었다.
서 비서관은 강하게 따졌다.
“대통령께 할 말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반즈의 표정은 아직도 가벼웠다.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완벽하게 퇴각 작전을 할 것이라, 제가 약속드리겠습니다.”
진짜로 협조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말만이라도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었다.
반즈는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미군은 한미동맹의 깃발 아래서 '방패산 전투' '넷물교회 구출 작전' 등에 '무제한'적인 협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한국에 단 한 명의 기술진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난감해하니 우리 미군은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서 비서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성열 특별 보좌관은 민간인입니다. 대통령님의 부탁으로, 잠시 국가의 일을 돕고 있는 사람이지요. 민간인 사업가라 미군쪽으로 움직이라 명령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반즈는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도 사업적 이익을 충분히 드릴 수 있습니다.”
서 비서관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말투가 아무래도 군인은 아닌 모양이군요.”
반즈는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같습니다. 미스터 서.”
나는 지금 상황을 대충 설명 듣고, 내 입으로 확실히 거절하기 위해서 사령관실로 들어왔다.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다 드러내며 말했다.
“초청 방법이 상당히 거북하고 예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오면 보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지요.”
반즈는 나의 짜증 난 표정을 보았지만, 더욱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미스터 김. 지난번 전투에서 보여 준 능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나는 짧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골든보이의 능력을 나라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참으로 보람 되었습니다.”
반즈는 갑자기 정색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대대로 혈맹이었습니다. 동맹을 위해서 그 능력을 사용해 주세요.”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미세하게 웃었다.
“도와드리고 싶지만, 사업적으로 예약된 일정이 너무도 많아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때 경복이가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들어와,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눈빛을 읽고 경복이와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그놈이 갑자기 흥분하며 말했다.
“야. 나침반에 불 들어왔다!”
“뭐라고?”
경복이가 빛나고 있는 황금 나침반을 내밀었다.
“북북서. 875! 이렇게 떴다.”
아프간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터져서 나침반을 확인하지 못하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짐을 싸다가, 이제 황금 나침반을 확인한 것이었다.
나의 표정은 심하게 찌그러졌다.
“아 씨발. 어쩌지? 이제 집에 가야 하는데.”
경복이가 나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혹시 미션도 있는 거 아냐?”
“미션? 이틀 전에 확인해 봤는데?”
“혹시 모르니까, 그것도 확인해봐.”
나는 낮게 미션을 불렀더니, 미션창이 선명하게 보였다
<<황금인의 용맹을 전 세계에 보여라>>
<<미군의 위대한 전사로 인정받아라>>
<<탈레반 333명 사살하라>>
<<보상으로 '황금 자동차 번호'를 드립니다.>>
나는 경복이에게 미션에 관해서 설명하고 '황금 자동차 번호'에 의견을 물었다.
“황금 자동차 번호가 뭘까?”
“과속에 안 걸리는 번호판인가?”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야 장난해?”
경복이는 손을 '탁' 치며 대답했다.
“그래!! 전에 보물이 있었던 도요다 캠리 같은 차를 알려준다는 말인가?”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상상하는 것을 말했다.
“황금 자동차 번호판이면···. 도요다 정도가 아니라, 미국 은행강도가 은행을 털고 숨겨둔,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트레일러다.”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작은 소형차 안에 USB가 있는데, 거기에 15년 전에 사 놓은 비투 코인 1만 개가 들어 있다.”
“와 대박. 1만 개면 얼마야?”
우리 둘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씨발. 찾자.”
경복이가 사령관실 안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어쨌든 나침반이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해야 하니까. 아프간에 남아 있겠다고 해.”
나는 미군 특별 장교 반즈에게 잠시 시선을 주며 웃었다.
“마침.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잘 되었다.”
“그래? 그럼 몸값도 올려보고.”
일단 '탈레반을 잡는 미션'을 진행하여 미군의 마음을 얻고, 그러다 기회를 봐서 보물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사령관실로 돌아와, 정색한 얼굴로 반즈를 바라보았다.
“탈레반 333명 정도 잡는 것을 조건으로 협력하지요.”
미션에서 원한 그대로의 조건을 말했으나, 다른 사람이 듣기에 조금 이상했다.
“333명이요? 너무 구체적인 숫자라서 좀 당황스럽군요.”
“한국에서는 '3'자를 행운의 숫자로 생각하지요. 그래서 333을 선택한 것이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즈의 표정은 놀라고 있었다.
“정말 그 정도의 전공을 자신한다는 말입니까?”
반즈의 관심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제 곁에서 모두 지켜보실 것 아닙니까? 저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던데요.”
“하하하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FBI는 아니고. 해외니까 CIA인가요?”
반즈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이렇게 쉽게 대답해 주리라 생각하지 못했군요.”
“서로 비밀을 까야, 믿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반즈는 웃으면서 돈을 세는 손동작을 했다.
“이익이 있어야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 저희에게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오! 좋은 질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살피다가, 아프간 북부 지역을 손으로 찍었다.
“아프간에 탐사하고 싶은 지역이 있습니다. 탈레반 전사 333명을 잡으면, 이 지역을 탐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모든 물건을 내 소유로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골든보이 채널을 확인한, 반즈는 놀라는 얼굴로 물었다.
“오! 보물인가요?”
“제 골든보이 채널을 이미 보셨을 테니,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잠깐 생각하던 반즈는 머리를 끄덕였다.
“흠 좋습니다. 그 정도 조건이라면, 사령관께 허락받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부탁하겠습니다.”
반즈는 잠깐 생각하다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탈레반 333명을 잡는 동안 곁에 있으면, 1계급 특진은 이미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군요.”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훈장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의 표정을 보고 반즈는 반쯤은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웃었다.
이때 서 비서관이 말했다.
“김 대표님은 청와대 특별 보좌관으로, 대한민국 중령 계급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군에서도 같은 계급을 주세요. 그 정도 계급이어야 골든보이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중령 계급을 준다고?
그럼 우리 애들 것도 챙겨야지.
나는 반즈를 보면서 말했다.
“내 보좌관들도 영관급 계급을 주세요.”
“에드워드 씨 말고, 스티브, 클라크 씨도 계급을 주라는 말입니까?”
“이번에 방패산 전투에서 ‘군공’을 세운 사람들입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지요. 스티브는 박격포로 탈레반 8명을 잡고 클라크는 저격용 총으로 적을 사살했습니다.”
반즈는 잠깐 생각하다가 어렵지 않게 머리를 끄덕였다. 임시로 주는 계급이었으니, 어려운 것이 없어 보였다.
“이사할 준비를 하세요. 이곳으로 헬기를 보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팔자에 없었던 ‘미군’이 되어야 했다.
대통령께 간단하게 인사를 드리고,
그날 저녁. 바그람 공군기지의 외진, 장교 숙소를 얻어 미군 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ID 카드 만들기.
식당 위치 파악.
마트 위치 파악.
순환 버스 시간 파악. (시간을 놓치면 밥을 못 먹는다.)
개인용 피복 지급 수령. 전투복에서 속옷까지 모든 것을 받았다.
각종 장비 수령. (배낭, 탄띠, 단검 등등)
개인용 무기 M4와 군권총을 보급받았다. 관물대에 무기를 걸어 놓으니 매우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총알은 주지 않았다.
작전 나갈 때 주나?
미군 수퍼에서는 총알도 판다고 하던데···. 마트에서 사야 하나?
오늘은 일요일.
부대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한가했다.
매일 오가는 아파치도 자동차처럼 착륙해 놓고 세차를 하고 있었다. 고압 살수로 물을 뿌리자 고원의 황토색 먼지가 시원하게 벗겨지고 있었다.
나는 경복이에게 말했다.
“총알 사러, 마트에 가자.”
경복이가 놀라며 말했다.
“진짜 총알을 사러 가려고?”
나는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있으면 수류탄하고 클레이모어도 하나 사려고.”
태경이도 한마디 했다.
“탱크도 한 대 계약할까? 미제가 연비가 안 좋아서 그렇지. 힘은 좋다고 하더라. 고속도로에서 깝죽거리는 놈 있으면 포탄으로 날려 버리고.”
나는 웃으면서 한마디 보탰다.
“야 탱크 사느니, 조금만 더 보태서 아파치 사.”
태경이도 지지 않고 한마디 더 했다.
“아파치 사느니 조금 더 보태서 F-16 전투기 살까? 보급형으로 싸게 나온다고 하더라.”
이때 딱 봐도 신병으로 보이는 병사들은 나에게 ‘Sir’ 하며 절도있게 경례했다.
나는 중령 계급장을, 경복이와 태경이는 소령 계급장을 차고 있었기에 병사들이 경례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같이 경례했는데, 지금은 말년 병장처럼 가볍게 인사를 받고 지나쳤다.
단 3일 만에 완벽한 빠진(?) 미군 중령이 되어 있었다. 숙소 앞에 바비큐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이 해 먹는 통바비큐 구이를 먹기로 했다. 숯불에 회전시키며 고기를 익히고 있었다.
우리가 맥주 한잔에 고기를 먹고 있을 때 한 흑인 대위가 경례하고 물었다.
“sir. 혹시 골든보이 중령님?”
나는 웃으면서 악수했다.
“우리 구독자님이신가?”
“어떻게 골든보이님이 바그람 기지에 있습니까?”
태경이가 장난처럼 한마디 했다.
“TOP Secret.”
흑인 대위는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사진 한 장 함께 찍을 수 있습니까? SNS에 올리고 싶습니다.”
잠깐 망설였지만, 못 찍을 이유는 없겠지. 한동안 있을 분위기인데, 아는 이웃 몇 명이 있으면 좋잖아.
흑인 대위가 나와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폭발적인 조회수가 나왔다.
뉴스에 골든보이가 아프간에서 '박격포를 발사하며 싸운' 장면이 나오고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그람 기지 숙소 생활 사진 몇 개를 업데이트했더니 참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했고, 감사 메시지를 남겼다.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줘서’
'선교사들의 목숨을 구해줘서.'
'성전을 승리로 이끌어줘서.'
'군필의 명예를 드높여 줘서'
'대한민국 성기사를 위하여.'
하하하. 얼라이언스를 위하여~
SNS의 사진을 보고, 골든보이를 보기 위해서 내 숙소 근처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
그렇게 조금씩 아는 사람이 늘어났고. 저녁이면 미군 대 한국군으로 족구를 하면서 놀 수 있었다.
미국 애들이 피지컬은 좋지만, 노련미가 떨어졌다. 족구로 미군 애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드디어 나와 작전할 중대가 결정되었다.
이름은 베이커 중대.
그 베이커 중대에도 나의 구독자들이 있었다.
뒷골목에서 놀았던 것으로 보이는, 하사가 야바위 도구를 가져와서 컵 3개에 금반지 하나를 넣고 마구 돌리고 나에게 금이 있는 곳을 골라 보라고 했다.
하지만 금반지의 위치는 소매 아래.
크크크. 완벽하다고 생각한 기술이겠지만. 내 앞에서는 애들 장난.
“얼마까지 걸어도 되나? 한 1만 달러 베팅해도 되나?”
야바위 하사가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중령님. 좀 무모한 것 같군요.”
“우리 고향 동네 분위기 좀 그렇지. 할렘이거든.”
나는 순간 손을 뻗어 소매에 숨겨져 있던 금반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하사를 보며 말했다.
“1만 달러 준비해줘. 하사.”
하사는 놀라며 말했다.
“오 씨발. 어떻게 알았지?”
지난번 미션 보상으로 '초인급 황금을 보는 가장 깊은 눈'을 얻고 이제 아주 멀리서도 금빛을 볼 수 있었고 집중을 하면 땅속에 묻지 않은 금도 볼 수 있었다.
베이커 중대와도 조금씩 친해졌고, 미군 생활(?)도 생각보다 즐거웠다.
하지만 이렇게 놀고먹는 것도 이제 끝.
드디어 내일로 작전 날짜가 잡혔다.
가장 위험 지역인 '파파나트' 위력순찰'이 예정되었다.
브래들리 장갑차 한 대에 전투 차량 10대가 파파나트 지역을 순찰할 예정이었다.
첫 번째 방탄차에 타려고 할 때, 부상에서 돌아온 한 병장이 갑자기 독기를 뿜어냈다.
“실전 경험도 없는 놈이 선두 차에 타는 것은 말도 안 돼!”
원래 선두 차에 가장 경험 많은 장교가 타고 병력을 인도하는 것이 맞았다.
뭐라고 이야기해줘야 하지?
그는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노랭이. 네놈이 실전을 치러 봤어? 사람을 죽여 봤어? 유투버를 선탑차에 태우는 미친 짓을 하는 미친 윗대가리는 도대체 누구야?”
그러자 대위 하나가 다가와 강하게 말했다.
“중령님께 뭐 하는 것인가? 또 영창을 가고 싶나?”
“대위님. 우리 목숨을 달린 문제라고요.”
이때 경복이가 단검으로 이를 쑤시며 영어로 유창하게 말했다. 그리고 헬멧에 파 놓은 킬 마크를 보여줬다. 1km 밖에서 맞췄다는 마크였다.
“넌 사람 죽여 봤냐? 우리는 이번에 방패산에서 피 맛을 좀 봤다. 넌 어때? 탈레반 얼굴이나 봤냐?”
그러자 그 병장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한국군이 무슨 실전이야?”
경복이는 동영상으로 담아 놓은 뉴스를 보여줬다. 나와 경복이가 한 조를 이뤄서 저격용 총을 쏘는 장면이었다. 이것을 연속 반복으로 계속 보여줬다.
“어이 병장. 자네는 사람 좀 죽여 봤나?”
병장은 변명하며 말했다.
“나도 킬러 마크를 가질 수 있었어. 시체를 확인할 수 없었을 뿐이야.”
이때 태경이가 어디선가 방탄모에 구리를 이용하여 왕관을 만들어 꼈다.
“누가 '짐' 앞에서 '킬 마크' 이야기를 하였는가?”
태경이의 방탄모에 '킬 마크'가 무려 8개나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병장을 노려보았다.
“그대가 '킬 마크'를 이야기했는가?”
병장은 태경이 방탄모에 있는 킬마크를 보이며 말했다.
“8명? 가짜지?”
태경이도 전투 동영상을 보여 주며 말했다. 병장에게 다가가 그의 계급을 살폈다.
“작대기가 하나, 둘, 셋, 넷. 4학년인가? 시체 좀 봤는가? 4학년이나 되었으면 탈레반 목을 몇 개 잘라서 내무반에 걸어 놓았겠지?”
경복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워칩. 동맹 병사 중에, 좀 지능이 떨어지는 전사가 있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나는 적의 목을 베지 못한 사내를 전사로 인정할 수 없다.”
“모든 전사가 미숙한 초짜일 때가 있습니다.”
태경이는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짐’이 겨우 어린아이를 보는 역할을 해야 하는가?”
“미국 부족은 우리의 오랜 동맹이니, 은총을 내려 주세요.”
병장이 태경이를 미친놈 바라보는 눈빛으로 보았다.
“어떻게 8명을 죽였나?”
나는 미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우리 워칩께서는 M60을 뽑아 들고 탈레반을 쏘아 죽이시다가 재미없다고 단검으로 죽이고, 마지막에는 피 맛을 제대로 보고 싶다며 돌로 찍어 잡았지. 방패산에 피로 만들어진 강이 흘렀다.”
태경이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집어서 병장에게 줬다.
“탈레반 도살자 ‘워칩'을 만난 기념품이다. 병장은 영원히 간직해라.”
나도 한마디 했다.
“우리 워칩이, 한국 휴전선을 순찰한다는 소문이 돌면 북한군은 그날 문을 꽁꽁 잠갔지. 순찰할 때마다 철책을 넘어서 북한 놈들의 목을 따왔다. 우리 워칩께서는 북한군 해골로 만든 탑을 만드셨지.”
태경이가 한마디 했다.
“내가 밤에 병장의 방으로 찾아갈까?”
그러자 병장은 조금 겁먹고 뭐라고 더듬거리다가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진 대위가 갑자기 한국말로 한마디 했다.
“안녕하세요.”
나도 놀라면서 한마디 했다.
“안녕하세요. 대위님.”
진 대위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북한군 해골 탑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주한미군 생활을 10년쯤 했고 제 부인이 한국 사람입니다.”
그러며 핸드폰에 있는 행복한 표정의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최소 이번 작전에서는 아무도 다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군요.”
선두 차량의 조수석에 타니 이미 CIA 반즈가 앉아 있었다. 그냥 동네 아저씨 복장으로 말투도 가벼워졌다.
“골든보이가 탈레반을 잡는다고 하니, 덕 좀 보려고 함께 탔지.”
나는 살짝 긴장되지만 웃으면서 가볍게 말했다.
“편하게 지낼까? ‘에디’라고 불러.”
“좋은 생각이다. 에디.”
“탈레반이 우리를 마중 나올까? 빨리 보고 싶은데?”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비밀스러운 친구들이지.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번 파티는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파티는 늘 화끈하게 하는 놈들이다.”
“내가 눈치가 빨라서 ‘서프라이즈’는 힘들 거다.”
내 말에 CIA 반즈가 크게 웃었다.
“우리가 역으로 놀라게 해주자.”
베이커 중대 위력 순찰팀이 기지를 출발하였다. 그리고 거의 만 하루를 달려 파파나트 지역 입구쯤에 도착했다.
세프티 존에 거의 다 왔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을 풀 때였다.
도로 땅속에 뭔가 있었다.
내가 헤드폰으로 강하게 외쳤다.
“STOP!!!”
브래들리가 멈춰 서며 모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진 소령이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나는 다시 한번 땅속을 유심히 바라보고 말했다.
“탈레반 친구들이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서 선물을 숨겨 놓은 것 같습니다.”
도로 한복판에 붉은빛 상자와 전선이 보였다.
“선물이요?”
“지뢰입니다. 상당이 크군요.”
10초만 늦게 발견했으면, 인생이 끝날 뻔했다.
탈레반 이 개새끼들···. 진짜 국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