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최인성 대령은 기지 북쪽의 방패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원 전투 배치요? 그냥 유목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는 정색하고 최 대령을 바라보았다.
“이 시간에 전투기지 쪽으로 다가오는 유목민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목숨을 걸고 험한 산을 넘어서 다가오는?”
그러자 임시 사령관 최 대령은 할 말이 없었다.
경복이가 야간 망원경으로 계속 살피다가 다급하게 말했다.
“저기 뭐 만들고 있어. 와서 봐봐. 뭔가 심상치 않아.”
나도 야간 망원경으로 확인했는데, 그들은 뭔가를 조립하고 있었다. 금속배관 여러 개를 어딘가에 끼워 넣으며 쌓고 있었다.
“금속 배관을 왜 쌓는 거지?”
‘금속 배관’이라는 말에 중사가 망원경을 받아 확인하더니, 눈을 번쩍 뜨며 큰 소리로 말했다.
“다연장 로켓입니다.”
“로켓이요?”
“팔레스타인 민병대가 이스라엘로 쏘는 다연장 로켓과 비슷합니다. 조악하지만 폭발력은 상당한 물건입니다.”
대통령 경호실장은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TRS를 눌러서 심각한 현재 상황을 전파했다.
“실장이다. 당장 VIP를 세프티 룸으로 대피시켜! 미상의 적과 교전 가능성이 있다. 다시 한번 전파한다. 적과 교전 가능성이 있다. VIP를 세프티 룸으로 모셔라. 내가 바로 가겠다.”
경호실장과 경호원들은 빠르게 대통령을 향해서 뛰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기지 대장을 향했다. 그러자 최 대령은 당황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중사가 최 대령에게 강하게 말했다.
“중앙통제실을 통해 전투 배치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최 대령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적을 파악해야 해. 경거망동할 수 없어.”
“대통령은 이미 세프티 룸으로 가고 있습니다.”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로켓탄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우리 병사들이 자다가 폭탄에 맞아 죽을 수 있단 말입니다.”
최 대령은 은근히 고집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좀 더 정확한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번 일의 결정은 우리 군이···.”
이때 밤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폭음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펑!펑!펑!펑!펑!펑펑펑펑!!
강한 폭발음과 함께 적막한 밤하늘을 뚫고 수십 개의 화염이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쪽을 향해서 날아왔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소리쳤다.
“로켓의 공격이다!!!”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쾅 쾅!쾅쾅쾅! 쾅! 쾅쾅!
다행인 것은 사제 로켓의 명중률이 극악이라 2발 정도만 기지에 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최악의 상황으로 로켓탄이 병사들의 숙소에 직격 했다면 엄청난 사상자가 나올 뻔했다.
운 좋게 하나는 연병장에 떨어졌고 하나는 주차해 놓은 트럭을 반파시켰다.
웨에에에에에앵~~~~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고 잠자고 있던 병사들이 군복을 입으며 뛰어나왔다. 모두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잠자다가 실전이 벌어질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훈련받은 대로 자신이 맡은 위치로 뛰어가 몸을 숨겼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망원경을 보고 있던 경복이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놈들이 박격포를 쏜다!!”
하늘을 찢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로켓보다 훨씬 정확해 5번의 폭발이 다 기지 내에서 일어났다.
창고와 자동차 하나가 폭발로 불타고 있었다.
기지 대장 최인성 대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포격에 공황이 와서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대령!!!”
경복이가 그를 살피고 머리를 흔들었다.
“패닉 왔어. 그냥 둬.”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지휘한다.”
“뭐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 쪽으로 달려가려 하는 나를 태경이가 잡았다.
“어쩌려고?”
“누군가는 지휘해야지. 이러다가 다 죽어!”
태경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씨발 네가 짱 먹어야겠다!”
내가 중앙기지를 향해 뛰자 경복이와 태경이도 뒤를 따라왔다. 3명은 미친 듯이 달려 3층에 있는 중앙통제실 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통제실에 있는 병사에게 방송을 틀어 달라고 부탁했다.
마이크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단호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곧 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기지를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최강 정예 육군입니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훈련받은 대로 한다는 생각만 가지면 됩니다. 지금도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습니다.”
나는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더욱 냉정한 목소리로 꾸몄다.
오퍼레이터가 차분한 이야기로 해야, 일반 병사들이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2시부터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병력이 방패산 4km에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원은 대략 35명에서 40명 정도로 우리보다 숫자가 적습니다. 근거리에 적이 있는 것이 아니니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이제서야 방패산 방향을 바라보며 본격적인 전투 준비를 했다.
“다연발 로켓을 날렸으나 다 빗나갔고 2발만 안쪽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로켓포탄 공격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박격포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나는 잠시 방송을 끄고 말했다.
“미군에게 현 상황을 알렸습니까?”
병사가 강하게 말했다.
“미군과 교신이 완료되었습니다. 아파치가 비상 출격했다고 합니다.”
나는 다시 방송을 켜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 연락하여 미군 아파치 헬기가 이쪽으로 오는 중입니다. 당황하지 말고 자신이 맞은 구역을 수비하면 됩니다.”
다시 박격포탄이 기지 내에 떨어졌다. 점점 정확도가 오르고 있었다.
나는 방송을 끄고 강하게 소리쳤다.
“우리 쪽에서 대포병 사격할 수 있는 무기는 없습니까?”
행정반 병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81mm 박격포가 연병장 중앙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박격포 사수들이 원정 나가 있습니다.”
나는 번쩍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너! 81mm”
태경이는 완전히 당황하며 말했다.
“씨발놈아! 지금 그걸 나보고 쏘라고?”
“그러면 여기 누가 또 있어?”
“저 새끼들 박격포 쏘고 있잖아.”
“이대로 계속 맞고 있다 보면 다 죽어! 누군가는 반격해야 해!”
태경이는 눈을 부릅뜨고 욕을 했다.
“아 씨발! 이런 개 같은!!”
나는 태경이 손을 있는 힘껏 쥐었다.
“행정반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젠장.”
“괴산의 가오가 있지! 앉아서 뒤지지 말자!”
태경이는 할 말이 많았지만, 욕을 뱉으며, 나와 함께 연병장 중앙에 박격포가 방열 되어 있는 곳으로 달렸다.
태경이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포탄이 없다! 포탄이 없다고!”
그 말을 했을 때 행정반에 있던 중사가 무기고에서 양주 크기의 나무 박스 4개를 안고 왔다. 그 안에는 고폭탄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나는 레이저 포인터를 잡고 적의 박격포가 있는 지점으로 쏘았다. 밤하늘에 붉은색 줄이 길게 이어졌다.
“여기에서 포탄이 날아오고 있어!”
“그대로 비추고 있어!”
태경이는 조금 어리바리했지만, 박격포를 만지면 만질수록 속력이 빨라졌다. 옛 기억이 조금씩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돌림쇠를 열심히 돌려 각도와 거리를 조절하였다.
태경이가 나를 보며 강하게 말했다.
“머리 숙여!”
태경이가 고폭탄을 81mm 구멍에 넣자.
펑! 소리와 함께 고폭탄이 발사되었다.
머리를 숙였던 나는 바로 탄착지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찍은 곳보다 500m 짧은 곳에서 폭발했다.
“방향은 그대로, 거리는 더하기 500!!”
“확인!!”
태경이는 돌림쇠를 돌리고 말했다.
“더하기 500!! 사격 준비 완료!”
나는 눈치껏 고폭탄을 줬다. 그러자 태경이가 바로 포탄을 발사했다.
펑!!!
포탄이 날아가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정확한 곳에 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쾅!쾅!쾅!
놈들에게 제대로 맞았는지, 유폭이 일어나고 있었다.
“효력사! 초탄 명중! 계속 사격!!”
경복이와 행정반 중사가 탄약고에서 고폭탄을 8개씩 안고 와서 박스를 깠다. 안에서 고폭탄이 쏟아졌다.
나는 그 고폭탄을 태경이에게 넘겨줬고 폭탄은 계속해서 날아갔다.
쾅!!!쾅!!! 콰쾅!!! 쾅!
나는 고폭탄 하나를 안으며 말했다.
“이것은 색이 다른데?”
고폭탄 중 색깔이 다른 고폭탄이 있었는데 태경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명탄이다.”
“조명탄?”
“일단 쏘자!”
조명탄이 발사되었다.
조명탄은 엄청난 빛을 뿜어내며, 천천히 떨어졌다. 그러자 사방은 대낮처럼 밝아졌다.
병사들의 눈에도 멀리 탈레반 병사들이 보였기 때문에 감시탑에 있는 M60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아주 멀었기 때문에 명중시키기 거의 불가능했지만 그놈들은 이쪽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고폭탄을 모두 쓰고 마지막 조명탄이 떴을 때 나와 경복이는 경비타워로 올라갔다.
그리고 대통령 경호실에서 주고 간 M24 저격용을 들었다.
나는 황금빛을 눈으로 보며 레이저 포인터를 쐈고 경복이는 야간 저격용 망원경으로 살폈다.
“가까이에도 몇 명 있다!”
2km 안쪽으로 그림자 몇 개가 보였다.
“잡아!”
경복이는 쌀알 반쪽보다 작게 보이는 탈레반을 저격했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저격용 총으로도 잘 맞지 않았다.
20발을 쏘았을 때 겨우 한 명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잡았다!! 잡았다고!!”
경복이가 흥분하여 나와 강하게 하이파이브했다.
더 멀리 탈레반의 황금빛이 보였지만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박격포를 잃고 도망치고 있는 것이었다.
경복이는 멀어지는 적을 향해서 계속해서 총을 쐈지만, 너무 멀어서 더 이상 쓰러트리지 못했다.
“아 씨발. 존나 안 맞네.”
나는 웃으면서 경복이의 등을 두드렸다.
“하나 잡았으면 되었다. 넌 14박 15일 포상 휴가다.”
“좆까! 일 계급 특진이야!”
더 이상 탈레반의 움직임이 없었으나 계속해서 전투대기를 했고
40분 후 아파치가 나타나 기지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동 헬기에서 미군들이 기지 안으로 쏟아졌다.
이제 모두 마음이 편해졌다.
아파치 만세! 미군 만세!
길고 길었던 밤이 지나갔고 아침 해가 떴다.
아프간 방패산 전투.
한국 뉴스에 대서특필 되었다. TV를 틀면 모든 곳에서 이 뉴스가 나올 정도였다.
대통령이 있는, 아프간 평화 방패 기지를 탈레반이 로켓과 박격포로 공격했는데, 대한민국 육군이 반격하여 격퇴했다는 내용.
기지 내 CCTV를 편집한 영상을 보도실로 보냈다.
기지 내에서 폭발이 일어난 장면.
기지 내 자동차가 폭발하는 장면.
대통령이 부하들과 회의하는 장면.
나와 태경이가 박격포로 반격하는 장면.
방패산에 고폭탄 화염이 터지는 장면.
하늘에서 조명탄이 천천히 내려오는 장면.
경복이가 M24 저격용 총으로 사격하는 장면.
병사가 M60을 예광탄을 쏴서 하늘에 수백 개의 빛줄기를 만드는 장면.
미군의 아파치가 도착하는 장면.
모두 전쟁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사람들은 넋을 잃고 뉴스를 바라보았다.
국군은 다행히 부상자 하나 없었고.
탈레반 세력은 8구의 시체를 두고 도망쳤다.
대부분 시체는 태경이가 쏜 박격포탄이 탈레반의 포탄 더미에 떨어져 유폭이 되었을 때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 1명만 경복이가 쏜 저격용 총알에 맞고 죽었다.
둘 다 어깨에 힘을 주며 마구 자랑할 줄 알았으나, 말을 잘 하지 않았고 멍한 표정이었다.
전투 후 정신적 충격상태.
군의관이 우리에게 진정제와 수면제를 처방하여, 극도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적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사령관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군과 한국군이 넷물교회 인질을 구출할 것이라는 정보가 탈레반에게 알려져, 인질을 데리고 퇴각한 것이었다.
다행히 미군과 한국군이 그들의 공격하여 다수의 인질을 구해 냈으나 양쪽 다 부상자가 많았고, 포로로 끌려간 넷물교회 관계자가 3명이나 되었다.
상쾌한 아침.
하루를 푹 자고 일어난 우리는 다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8명 잡았으니까. 내 훈장이 이 새끼보다 8배는 커야 하지 않냐?”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박격포는 반칙이지. 대충 쏴도 맞는 거잖아. 성열이가 위치를 다 말해주고.”
“실전이 중요한 거야 존만이들아! 어떤 씨발놈들이 나보고 공익이래?”
태경이가 어깨에 힘을 주었는데, 뭐라 할 말이 없네. 공익이라 놀리는 것은 이제 끝났다.
평화 방패 부대 본진 250명이 돌아왔다.
구출 작전에 많은 병력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본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게다가 주력이 없는 동안 기지가 습격까지 당했다.
송 장군은 대통령에게 전화하여, 인질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50명의 특전사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대통령께 부탁하여 특전사가 있는 곳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어젯밤 <<대한민국 대통령의 생명을 구하세요.>> 미션을 통과하여 ‘초인급 황금을 보는 가장 깊은 눈’을 얻은 것이었다.
새로운 능력을 얻었을 때, 눈에서 너무도 강렬한 빛이 흘러나와, 경복이와 태경이가 무서워할 정도였다.
숨어 있는 탈레반을 찾는 것이 임무.
어제 공격한 탈레반을 보았으니, 도망치는 탈레반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인질’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는 척하는 것은 '괴산인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미군 헬기를 빌려 미군과 한국군이 임시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미군, 한국군 가릴 것 없이 모두 사기가 떨어진, 답답한 표정이었다.
탈레반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
이때 평화 방패 기지 사령관 송태준 장군이 나에게 다가와 강하게 악수했다.
“김성열 특별 보좌관님. 어서 오세요.”
“송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송 장군이 웃으면서 말했다.
“전공을 제대로 세웠다고 보고 들었습니다.”
나는 살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주인이 없는데, 너무 손님들이 설쳤습니다.”
“제가 크게 낭패 볼 뻔한 것을, 막아 주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대통령께서 특별 보좌관님이 인질 수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성과가 좀 있습니까?”
송 장군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쪽은 난감할 따름입니다. 적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하릴없이 대기하고 있지요.”
“그렇군요.”
“미군에 모든 정보를 의존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나는 초인급 황금의 눈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제가 힘을 써, 수색할 생각입니다.”
송 장군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적을 찾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쉽게 믿기가 어렵군요. 하지만 미군도 협조하겠다고 하여 아파치 헬기를 대기 시켰습니다.”
나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오~ 아파치.
기동 헬기로 올라갔다가, 맨패드 한 방 맞으면 죽기 때문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괴물 같은 아파치라면 안심이었다.
“아파치라면 마음이 편하겠군요.”
“미군이 먼저 아파치를 내주고 쓰라 하니, 참으로 의아했습니다.”
“탈레반 다수를 사살한 것이 큰 자극을 준 모양입니다.”
송태준 장군은 정색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습니다. 정말 인질을 찾을 방법이 있습니까?”
나는 잠시 생각하며 지도의 범위를 살피다가 말했다.
“재수가 좋다면 오늘 안에 결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송 장군은 깜짝 놀랐다.
“오늘 안이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기동팀은 준비되었습니까?”
“모두 특전사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최정예 팀입니다. 적만 앞에 있으면 됩니다.”
“수색은 야간에 시작하겠습니다.”
“야간이요?’
“밤에 더 잘 보입니다.”
송 장군은 나의 말이 잘 이해 가지 않았으나 머리를 끄덕였다.
“준비하겠습니다.”
밤이 되어 아파치가 날아올랐다.
나는 미군의 아파치를 타고 적의 예상 이동 루트를 확인했다.
역시나 초인급 황금의 눈은 땅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금을 정확하게 봤다.
60km 반경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은 3팀.
이것을 미군과 한국군에게 전파했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낮에 이동하고 있는 2팀을 확인하고 더욱 놀랐다.
한 팀은 나귀로 상거래를 하는 이동 상인이었고, 한 팀은 양을 팔고 돌아오는 양치기들이었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것은 한 팀.
그들은 너무 수상하게도 낮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동굴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밤에 움직인다면 분명 이놈들이 인질을 잡고 있는 ‘탈레반’이다.
미군과 한국군이 모인 작전 회의에 나는 거침없이 의견을 이야기했다.
“낮에 동굴을 공격하는 것은 인질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밤이 되어 적들이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미리 다수의 저격수를 배치하여 매복 공격을 하면 인질이 다치는 일 없이 작전을 종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군도 한국군도 나의 의견에 동조했다. 인질 작전의 정석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적을 발견하는 일이, 모든 일의 90%였다.
양복을 입고 있는, 특별 작전 장교가 물었다.
“적들의 위치를 어떻게 그렇게 알 수 있습니까?”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골든보이니까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하하하. 골든보이 채널을 구독하세요.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나의 말대로 동굴 입구에는 50여 명 저격수가 배치되었고 500명의 병력이 외각을 포위했으며 아파치 헬기 5대가 멀리서 대기하고 있었다.
탈레반은 '사면초가', '완전 포위', '당장 항복 요망'인 상태였지만 본인들은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만 아는 산길로 야밤에 다니고 있으니, 아무도 모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동굴 안에는 3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여인이었다.
이름은 오미희. 27살의 젊은 아가씨였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깊은 우울증이 왔고 2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 하지만 정말 신이 지켜보고 있던 것인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때 만난 것이 넷물교회였다.
어머니가 울면서 교회에서 하는 체조 프로그램을 나가라고 해서 억지로 움직였다. 그랬더니 몸이 아주 조금씩 좋아졌고 우울증도 같이 사라졌다.
이것은 분명 기적이었다.
목사님의 설교에 따라 자신이 왜 태어났고, 젊었을 때 왜 그렇게 고통을 받았는지 듣게 되었다.
바로 ‘신을 위한 복음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오미희는 자신의 마음과 육체를 해외 선교사업에 투신했다.
아프리카의 각종 오지에서도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인질이 될 것이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질로 잡히자, 몸이 급격히 쇠약해졌고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왔다. 탈레반 전사가 자신을 죽이기 전에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동굴 밖으로 나가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자살’하리라 마음먹었다.
밤이 깊어지고 다시 길고 긴 행군이 시작되었다.
오미희는 다리를 질질 끌며 갑자기 절벽 끝에 섰다. 단번에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느님 죄송합니다. 더 이상 못할 것 같아요.’
탈레반 대장이 순간 당황하며 뭐라고 말하고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라는 표시였다. 그러면서 이쪽으로 아주 조금씩 다가왔다.
그녀는 자살하려 했는데 막상 뛰어내리려고 하니 너무도 무서워서 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느님에게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세요.”
오미희는 다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한발을 공중으로 띄웠다. 몸의 중심만 내리면 되었다.
이 순간.
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 퍽!퍽!퍽!
소음기를 통해서 뱉어진 총알이 쏟아지듯 날아왔다. 하지만 한발도 빗나가는 것 없이 탈레반의 머리와 몸통을 뚫었다.
사방으로 피가 뿌려졌다.
그 순간 그녀는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봐요. 정신 차리세요.”
오미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예수님이 현신하여 나에게 온 것이었다.
“하나님···”
나는 쓴웃음을 지었을 때 경복이가 한마디 했다.
“‘천사님’에서 ‘하느님’으로 승진한 한 건가? 축하한다. 한턱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