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보통 아침을 먹지 않는 대통령은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고 있었다.
방패 기지 병사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일정.
식사가 끝나고 마지막 연설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예정이다.
이때 서 비서관이 다급하게 와서 눈치를 보았다.
내가 있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살짝 눈치를 보며 말했다.
“밥을 다 먹었습니다. 제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대통령은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서 비서관을 바라보았다.
“그냥 말해. 어차피 금방 알게 되는 일이야.”
서 비서관은 머리를 끄덕이고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성동 재개발 리베이트 문제로 큰 아드님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졌습니다.”
“뭐라고?”
“죄송합니다.”
대통령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지역구 민중당 의원놈들도같이 먹어서,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 아닌가?”
“요즘 대통령님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야당에서 견제가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힘이 없을 때는 민중당에서 대통령을 견제하지 않다가, 최근 여러 가지 업적을 쌓자 뒤통수를 치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침통한 얼굴이었다.
“내 인척 문제이니, 아무래도 즉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
“검찰 쪽으로 손을 써 보겠습니다.”
“이미 늦었어. 손을 쓰면 더 모양새가 이상해져.”
“그래도 아드님 문제지 않습니까?”
“나이 50에도 정신을 못 차리니, 이번 기회에 쓴맛을 봐야 해.”
대통령은 속 썩이는 50대 큰아들 때문에 화가 났다.
앞에 있는 20대 골든보이는 국가사업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데, 50대의 내 아들은 사고만 치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제3 부속실 놈들은 도대체 그놈 하나 제대로 감시 못 하고 뭐 하는 거야?”
서 비서관은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인사 조처하겠습니다.”
이때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기지 대장인 송태준 장군이 빠르게 달려왔다.
“대통령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갑자기 속이 쓰리며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벌어지는 현상.
딱딱하게 굳어 있는 송 장군의 얼굴을 보고, 좋지 않은 뉴스임을 직감했다.
“무슨 일입니까?”
“넷물교회 선교인들이 탈레반에 인질로 잡혔습니다. 지금 몸값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
“3년 전부터 아프간을 여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아프간까지 육로로 넘어가는 방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이맛살을 와락 찌푸렸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기지 사령관인 송태준 장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탈레반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아프간 정부군과의 전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이지만, 이동 중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서둘러 귀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 쪽에 다시 연락해 두겠습니다.”
대통령 경호실장도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
“미군 헬기로 왔기 때문에 경호원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저도 철수를 권고드립니다.”
청와대에 있는 비서실장도, 정부청사에서 연락해온 국무총리도 대통령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대통령은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군요.”
이때 대통령의 시선이, 강렬한 빛을 뿜고 있는 나를 향했다.
“김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사실 화가 나 있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해도 되겠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
나는 불을 뿜어내듯 말했다.
“대한민국은 약한 나라가 아닙니다. 정예군인이 50만 명이나 되는 군사 강국입니다. 그런데 겨우 탈레반 몇백 명이 준동한다고, 대통령이 도망치면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전 세계 연합군이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대통령은 나의 말에 낮은 신음을 냈다.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야. 400명밖에 움직일 수 없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 총사령관입니다. 한마디 명령으로 50만 대군을 움직일 수 있지요. 국방부 장관과 특전사 사령관을 공군 수송기로 부르세요. 그리고 넷물교회 인질 구출 작전을 지시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인질이 다칠 수 있어.”
그래도 나의 표정은 단호했다.
“여행금지 적색 경고 지역으로 들어간 사람들입니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들어간 사람들이지요. 죽고 사는 문제는 하나님이 책임져야 할 겁니다.”
대통령은 살짝 인상을 썼다.
“무모하군.”
“미군은 미국 국민이 인질로 잡혀도 협상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더 폭격하고 특수 부대를 보내 뿌리를 뽑지요. 그래서 미국의 적들은 미국 사람들을 인질로 잡을 때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을 인질로 잡으면 항상 몸값을 주니, 해적이나 반군들은 한국 사람들을 보면 길거리에서 돈을 주운 것처럼 달려와 공격합니다.”
“인질이 죽으면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거야.”
나는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야당이 ‘잡혀 있는 국민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대통령’. 그렇게 비난하면 더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겁니다.”
그러자 청와대 참모 중 절반은 머리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통령의 눈을 강하게 바라보았다.
“구출 명령을 내리세요. 이 난관을 타결하는 길은 정공법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신음을 흘렸다.
“흠. 도박이군···.”
“대통령님은 잃을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해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나의 말을 듣고 곱씹다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갑작스럽게 행운의 금화 몇 개를 손에 쥐었다고, 배가 불렀던 모양이야. 조금 있으면 집 잃은 사람이 될 것인데 말이야.”
대통령은 송태준 장군을 바라보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나?”
송 장군은 몇 장의 문서를 내밀었다.
“미군이 확보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이쪽에 흘러오고 있습니다. 미군 애들 관할이라 그쪽 병력이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머리를 끄덕이고 단호한 목소리로 주변 참모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대통령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도 미군과 함께 구출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내가 지겠으니 최선을 다해주세요.”
송태준 장군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하였다.
“반드시 구출하겠습니다. 대통령님.”
“시간이 제일 중요하니 내일 바로 출병하고, 작전 계획은 미군과 상의하세요.”
“아프간 미군 사령부에 연락하겠습니다.”
대통령은 기지에 있는 전투 병력 400명 중 300명을 구출 작전에 투입했다.
구출 작전을 진행하려 마음먹었다면, 우리가 주력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합동 작전이지만,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는 아프간 미군 러셀 사령관에 전화하여 구출 작전의 최종 결정을 한국군이 가지질 수 있도록 했다.
50명인 미군에 비해서, 300명인 한국군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작전의 결정권은 한국에 있는 것이 맞다. 게다가 인질로 한국 국민 아닌가?
대통령도 작전에 참여하고 싶어 했지만 모든 사람이 만류하여 막았다.
왕은 왕궁에 있는 것이 맞다. 장기에서도 왕은 왕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게다가 사령관이 있는 곳에 대통령이 있으면 명령체계가 이원화되어 작전에 큰 방해가 된다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었다.
나는 이번 작전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잠시 고민했으나, 송태준 장군이 딱 잘라 민간인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지금 미션이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니, 그의 주변을 떠날 수 없었다.
작전이 개시되었다.
미군 치누크 헬기 10대가 우리 병력과 무기를 모두 싣고 작전지로 이동했다.
평화 방패 기지는 폐쇄되었고, 그동안 진행하던 교육 및 재건 건축 사업은 한동안 정지되었다.
이제 대통령과 우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1주일 동안 기지에 머무르기로 했다.
서 비서관의 권유로 대통령은 수염도 깎지 않고 넥타이도 하지 않은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도록 했다. 고뇌하는 총사령관의 모습이 잘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진과 동영상이 빛날지 쓰레기가 될지는 작전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엠바고를 뚫고 한 유투버가 이번 구출 작전에 관해서 방송한 것이었다. 유투버의 친구가 평화 방패 부대 군인이었다.
그래서 탈레반은 ‘한국군이 대규모 구출 작전을 수행한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통령은 크게 노하여, 당장 그 유투버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라 명령했다. 술을 자제했던 대통령이 위스키를 찾아 마실 정도였다.
병신 관종은 어디에나 있는 법.
송태준 사령관이 기지를 떠나 작전에 투입되었고.
기지의 새로운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은 최인성 대령이었다.
최 대령은 기술 장교로 보급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지금의 자리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였다.
그는 보급 및 교육에 특화된 사람인 것이다.
대통령이 최인성 대령에게 물었다.
“특별한 첩보나 보고가 있습니까?”
“아··· 곧 취합해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최 대령은 아직 일이 완전하게 파악되지 않았는지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최인성 대령은 경계 시스템에 더 많은 병력을 넣고 싶었으나 부대에 남은 병력 100명 중 60명만 전투병이고 나머지는 40명은 기술병과 의료병이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경계가 늘어나기는커녕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경호원 30명이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대통령을 지켜야 했다.
평화 방패 기지는 대민 활동을 많이 하여, 파르완주에서 한국인은 ‘친구’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니 어떤 세력이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비상이었다.
인천공항으로 돌아갈 줄 알고 필요 없는 짐을 대부분 버렸고 필수 짐가방도 아부다비 공항 어디에선가 잃어버려서 속옷부터 양말까지 새로 사야 할 것이 많았다.
다행히 기지 안에 화랑 마트가 있어서 기본적인 것을 살 수 있었다.
우리가 마트에 갔는데, 여군 두 명이 장을 보고 있었다.
한 명이 아주 미인이었기에 태경이가 개수작을 걸었다.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까?”
그러자 어처구니가 없는지, 여군이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나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그리고 빠르게 사라졌다.
태경이는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어때? 그린 라이트냐?”
나는 길게 한숨 쉬며 말했다.
“저분의 대답은 ‘못생긴 새끼가 어디서 개수작이야. 말 걸지 말고 꺼져’라는 뜻이다.”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낙타같이 생긴 것이 어디서 깝치냐? 사료나 먹어라. 그 의미지.”
“생각해 보니. ‘총으로 쏴 버리기 전에 꺼져.’라는 경고 방송이었다.”
“품속에서 단검을 꺼낸 것 봤냐? 한마디만 더 했으면, 바로 투척할 분위기였다.”
태경이는 아직도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너희 같은 현지인 스타일은 말도 못 붙여. 병신아.”
경복이가 발끈하며 말했다.
“뭐 현지인 스타일? 지는 3일 굶은 낙타같이 생겼으면서.”
나는 좀 표현이 부족한 듯하여 몇마디 더했다.
“3일 굶고, 밤새 비 맞고, 주인에게 욕먹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낙타같이 생겼으면서.”
태경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못생긴 것들이 질투만 많아서··· 니들이 그래서 발전이 없는 거야.”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너같이 심각하게 못생긴 새끼가 여성분께 말 걸면 ‘성범죄’다.”
태경이가 억울한 듯 말했다.
“여자가 먼저 나에게 윙크했다니까!!!”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건 99%로 너의 대뇌 망상이다. 사막에 오래 있었더니, 뇌가 좀 골았나 보다. 내일 의사 선생님께 가서, 필요 없는 머리통을 통째로 떼어 달라고 하자.”
그린 라이트 사건으로 하루가 시끄럽게 마무리되었다.
평화 방패 기지는 9시가 되면 완전히 소등했다. 적들에게 기지의 위치를 들키지 않으려는 시스템적인 노력이었다.
잠잘 준비를 하다가 또 ‘그린 라이트’ 이야기가 나왔고 잠깐 시끌시끌했다. 잠이 막 오려고 했는데 떠들었더니 잠이 깼다.
창문을 열었더니 오늘은 초승달이라, 사방이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웠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이 눈을 번뜩이며 사주 경계를 하고 있었다.
흐흐흐. 경계 근무도 없고, 불침번도 없으니 우리는 참 행복하다.
!!!!
이때 아주 멀리 미약한 황금빛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강하게 말했다.
“금빛이 있다!”
경복이가 빠르게 달려와 같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금빛? 그러면 이곳에 금이 있다는 말이야?”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기념품이라도 하나 챙겨갈 분위기인가요?”
하지만 놀랍게도 금빛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어? 금이 움직였다.”
“금이 움직였다고? 어디?”
“네 눈으로 그게 보이겠냐?”
나는 심각한 얼굴로 금빛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금이 또 움직였다.”
“잘못 봤겠지. 금이 어떻게 움직이냐?”
하지만 다시 금빛이 다시 움직였다.
“아니야. 확실하게 움직였어. 속력으로 보아서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경이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다가왔다.
“과거에 금빛이 움직인 상황을 생각해 보면, 강화도 무장 공비 사건이 있다.”
경복이가 정색하고 말했다.
“야. 그 ‘사건’을 왜 여기에 이어 붙여? 재수 없게.”
나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장담할 수 없지만, 오리지날 ‘알라후 아크바르’ 애들이 있을 수 있다.”
“탈레반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말이야?”
나는 강하게 말했다.
“일단··· 당직 사관에게 알리자.”
혹시 모르니, 임시 기지 대장 최인성 대령을 찾아갔다.
그는 우리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경비 초소에 전화하여 뭐가 보이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초소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음 차례는 바로 축객령. 최 대령은 대통령께 보고할 보고서를 멋있게 수정하느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서 비서관을 찾아갔는데, 그도 국내 정치 문제로 정신없이 통화하고 있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멈출 수 없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흐린 금빛이 보였다.
우리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나는 금빛의 움직임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경비 타워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청와대 특별 보좌관 김성열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병사 중 하나가 나를 알아보고 말했다.
“앗! 골든보이다.”
나는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우리 구독자분이 있으셨네요.”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선임이 나를 향해 물었다.
“혹시 전방에 뭔가 움직임이 있냐고 대장님이 물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멀리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골든보이는 아주 멀리 있는 것을 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하사 계급자의 후임이 중사에게 강하게 뭐라고 하자 중사는 머리를 끄덕였다.
“일단 올라오세요.”
나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야간 투시경이 있습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중사가 장비함에서 야간 투시경을 꺼내 주었다.
나는 맨눈으로 보다가, 다시 야간 투시경으로 보는 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눈으로 보이면 금빛이 보이지만 야간 투시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내 눈에는 보이는데···. 야간 투시경으로 확인하기에는 너무 멀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요.”
구독자인 하사가 물었다.
“뭐가 보인다는 말씀입니까? 골든보이님.”
“살아있는 사람이 금반지나 목걸이를 차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금빛들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어요.”
선임인 중사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프간 사람들은 유목민의 기질이 있어서 재산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금을 좋아했다. 그래서 돈이 있으면 작은 금반지라도 하나씩 하고 다녔다.
돈이 많은 족장이 엄청나게 큰 금반지를 가지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그 금장식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소름이 돋았다.
중사는 사령실에 전화했고 무기고에 있는 K-14 저격용 총에 야간 망원경까지 보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본대가 저격용 총을 모두 가지고 출동했다고 했다.
나는 대통령 경호실에 전화하여 저격용 총과 야간 망원경을 보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경호원이 직접 와서 나의 신분을 확인했고 경호 실장님이 이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원거리 전방에 움직임을 보았습니다. 저격용 총은 필요 없어도 저격용 야간 망원경이라도 보내 주세요.”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경호실장은 나의 말을 듣고, 미군이 쓰는 M24 저격용 총과 고배율 야간 망원경을 가지고 왔다.
내가 먼저 저격용 고배율 야간 망원경으로 금빛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
드디어 뭔가 움직이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뭔가 움직였습니다.”
경호실장은 내가 고정해 놓은 곳을 저격용 망원경으로 한참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봤습니다. 분명 사람이 있어요.”
경호실장이 기지 임시 대장 최 대령에게 전화했다.
“오늘 첩보 중 탈레반에 대한 특별한 것이 있습니까?”
365일 내내 탈레반이 움직였다는 첩보가 있었지만, 평소와 같아서 특별히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매일 같은 첩보가 올라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미군 쪽 리포트를 봤는데, 탈레반 사령부에서 미군의 동맹군에게 떠나라는 성명문을 낸 것이 있었다.
나의 눈에 다시 금빛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제 기지 대장 최 대령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총원 전투 배치를 건의드립니다.”
그러자 최 대령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뭐라고요? 총원 전투 배치요?”
“뭔가가 확실히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