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대한민국 대통령과 아부다비 국왕의 정상회담.
그 결과 대한민국과 아랍 에미리트 사이에 굵직한 계약이 많이 이뤄졌다.
가장 첫 번째로 T-50 훈련기 60대를 아랍 에미리트가 구매하기로 하였다. 대한민국이 만든 전투기를 처음으로 수출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대신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아크 부대에 특전사 30명 정도를 증파하기로 했다.
두 번째로는 50조 원 규모의 칼리파 내륙 도시 사업을 DW 그룹이 수주하게 되었다.
DW가 공사를 수주했다는 소식에 놀란 허영재 회장은 심장에 무리가 와 잠깐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올 정도였다.
세 번째로는 칼리파 지하수(?) 유지 계약이 있었다.
‘반달강 지역’ 우사 언덕에서 쏟아지는 물값으로, 아랍 에미리트는 매년에 원유 4,000만 배럴을 ‘대한민국’에 지급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총 석유 사용량이 연간 8억 배럴이니,
총소비량의 5% 정도를 주는 엄청난 계약. 돈으로 따지면 3조 원의 규모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고의 자원 수출이라는 평이었다.
한강은 ‘대한민국의 것’이니, 그 값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그 원유의 일부는 춥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기로 했고, 겨울에 경로당과 보육원의 난방을 책임지기로 했다.
이 원유는 세금 없는 기름으로 공급하여 휘발유 값을 980원까지 떨어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강 임시 취수장에 있는 수류석 조리개 오픈 비율은 50%.
2배는 더 많이 물을 보낼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한국의 겨울에는 강물이 줄어드니 보내는 물의 양을 줄이고, 여름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을 줄 수 있도록 계약했다.
장마로 한강물이 넘치거나 태풍으로 물이 넘치면 조리개를 최대로 열어서 엄청난 물을 보낼 수 있었다.
한강물 치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UAE에서 받은 계약금 1조 원을 한국으로 보냈더니 대통령의 지지도가 다시 30%를 돌파하였다. 그러자 대통령의 입에서 미소가 떠날 줄 모르고 있었다.
이번 계약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우사폴’이라 불리는 ‘우사 폭포’로 몰렸고, 물의 이동에 대한 비밀을 풀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우사 폭포 안에 보석을 잃어버리면 물이 사라진다고 하자, 아부다비 왕은 우사폴 경비기지를 세웠다.
1,000명의 왕실 친위대가 철통같은 경계를 했다. 친위대 중에서도 엄선된 사람만이 우사폴 기지에 접근할 수 있었다.
기지 안에는 대공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발사 장치, 대공 발칸까지 배치했다.
만에 하나 수류석의 물이 끊길 수 있다는 가정하에 두바이의 지하수를 끌고 오는 대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나도 수류석에 어떠한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는지 궁금했다. 비밀을 풀면 내가 황금을 보는 원리를 과학적, 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취수장에 긴급으로 병력을 배치해서 한국의 수류석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랍 에미리트 대통령이 보낸 경비 인력이 추가로 도착하여 한국에 있는 수류석을 함께 살폈다.
또한 한강 수질 개선 사업도 진행하였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받는 3조원 중에 1조원으로 아랍 에미리트로 가는 물을 1급수로 만들기 위한 초대형 취수 정수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강 하수 종말 처리 시설을 3개나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강은 아랍 에미리트의 돈으로 좀 더 깨끗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손쉽게 수류석을 한강 상류로 옮기면 맑은 물을 보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물은 한국 사람이 쓰는 것이 맞았다.
아부다비 왕은 나에게 왕족의 지위와 함께 하루 1만 배럴의 유전을 주었다. 조건은 칼리파 시티에서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는 동안 준다는 계약.
골든보이를 물공급 안전장치로 만든 것이었다.
아부다비 10000 배럴
두바이 2000 배럴
나는 하루 총 12,000배럴을 생산하는 유전을 소유했다.
12,000배럴을 8만원에 판매하면 하루 9억6천만 원
9억 X 365일은 대략 3,200억.
이것저것 수수료와 운송요금 및 세금을 빼면 1년에 최소 2,500억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었다.
매달 내 통장으로 200억의 돈이 들어온다고 보면 되었다.
나 혼자 계열사가 된 것인가?
좀 호탕하게 웃자. 하하하.
아부다비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 ‘부르즈 칼리파’.
그곳에서 ‘아랍 에미리트 & 대한민국 우호 증진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에는 한국에서 준비한 한국 요리가 많았다. 평소 같으면 미친 듯이 먹었겠지만, 지금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한 달에 200억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그냥 웃음만 나온다.
이렇게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이차돈 뮤지컬팀’이 보였다. 내가 그들에게 보너스를 준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모두 기대하고 있었다.
골든보이가 손이 크다는 소문이 돌아서 머릿속으로 대략 1만 달러쯤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걸어가다 눈에 딱 들어오는 여인을 발견했다.
!!!
이름은 서은숙. 한때 괴산 여신이었고 내 ‘첫사랑’이었다.
순간 둘 다 아주 당황했다.
하지만 이럴 때는 남자가 먼저 아는 척을 해야 하고 둘의 관계를 창피해하지 말아야 했다.
나는 바로 은숙이에게 ‘스트레이트’로 다가갔다.
“와. 은숙아. 여전히 여신이다.”
은숙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말을 시작했다.
나를 보고 뮤지컬 단장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아이고 김 대표님. 좋은 일이 있는 것 축하드립니다.”
“단장님이 멋진 공연을 보여 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저희 모두는 서 비서관님의 지시에 잘 따랐을 뿐입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은숙이를 소개했다.
“여기 은숙이가 제 첫사랑이었습니다. 아직도 아름답네요.”
단장도 나의 말에 놀라며 대답했다.
“이런 놀라운 우연이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인연입니다.”
“멀리서 봐도 춤선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은숙이였군요.”
사실 누가 누구인지 잘 안 보였는데,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다.
태경이가 은숙이를 보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와- 은숙이 대박. 여전히 예쁘다.”
대통령 전용기로 함께 온 경복이도 인사했다.
“안녕. 서은숙. 잘살고 있었어?”
은숙이는 겨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그냥··· 열심히 살고 있어.”
괴산 여신이었을 때의 활기찬 모습은 없었다. 어른이 된 것인가? 우리랑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이차돈 뮤지컬팀을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골든보이가 돈 많은 것 아시죠?”
“네!!”
“이번에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여, 결과가 좋았기에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원래는 1만 달러를 생각했었는데. 첫사랑 은숙이를 만났기 때문에 3만 달러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3만 달러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숙이의 기를 살려주려고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팀은 자리에서 뛰며 너무도 좋아했다.
그래도 은숙이의 얼굴이 편하지 않았고,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내가 너무 오바 했나?
그날 저녁 고 과장님이 내 방으로 찾아왔다.
“확인해 보았습니다. 서은숙 양의 집안 사정이 상당히 어렵더군요. 아버지가 사기를 맞아서 괴산을 떠났다고 합니다.”
경복이가 살짝 인상을 썼다.
“독한 년 우리 앞에서 한 번도 내색을 안 했는데.”
태경이도 한마디 했다.
“원래 자존심이 전부인 년이었다.”
“우리를 만난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거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고 과장님. 그 아이 빚만 몰래 처리하고 싶습니다.”
“가족 빛을 모두 합하면 채무가 9억 정도 됩니다.”
나는 간단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하루 석유값도 되지 않는 돈으로 첫사랑의 추억을 지킬 수 있다면 큰돈은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도 지우지 않은 은숙이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꿈을 위해 춤추고 있어서 멋있다.’
은숙이는 아마도 길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답신’를 보냈다.
‘너도.’
그 문자를 받고 웃었다. 아직 자존심이 남아 있군. 이 정도면 무너지지 않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TV를 틀었더니, 아부다비 국왕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만족스럽게 웃는 모습으로 뉴스에 나왔다.
미션이 <<아부다비 왕과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만족시켜라.>> 였다.
나는 황금나침반을 담고 있는 검은색 주머니를 품속에서 다급하게 꺼냈다. 주머니 안쪽에서는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침반에 불 들어왔다!”
태경이가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방향이랑 거리는 어떻게 돼?”
나침반이 미친 듯이 회전하고 있었고 거리는 999였다. 보물의 위치가 너무 멀다는 의미.
“이 근처는 아닌가 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인연이 닿을 것이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DW 허영재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예 허 회장님. 김성열입니다.”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나?
나는 낮게 웃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당하게 일하고도, 본인의 몫을 달라고 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런 모양입니다. 일했으니 돈 달라고 해야 하는데 말하기 좀 민망하군요.”
허 회장도 낮게 웃었다.
-그 정도 ‘언변’이면 전화로 추심 담당을 해도 되겠어.
“회장님께서는 평생 ‘신상필벌’이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네는 내 부하가 아니니 신상필벌이 아니지. 거래했다고 볼 수 있네.
“‘거래에도 신의가 있다’라는 자서전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하. 괜한 것을 썼군그래. 나에게 ‘컨설팅 비용’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급하지 않으면 좀 천천히 받고 싶습니다.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지혜를 구한 후 말씀 올리겠습니다.”
허 회장이 쓴 입맛을 다셨다.
-김산 형님이라면 기둥뿌리를 뽑으려고 할 텐데 큰일이군.
“집안이 무너질 뻔했습니다. 기둥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지요.”
-그래. 곧 식사 자리를 마련하지. 죽는소리 정도는 해도 되겠지?
“아무리 죽는소리를 해도, 식대가 많이 나올 겁니다. 각오하고 오셔야 합니다.”
허 회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밥값을 내지 않으면 수돗물이 끊길 수 있으니 지갑을 두둑이 하고 가지.
“저도 원치 않게 수돗물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허 회장은 조금은 걱정되는 얼굴이 되었다.
-물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 공사장이 인질로 잡힐 거야.
“이야기 결말이 비극적인 인질극으로 흐르면 안 되겠지요.”
-그러니까 자네가 잘해야 하네.
“저도 왕에게 관리비를 받고 있어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대통령님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남는 자리가 있어서 함께 돌아갑니다.”
허 회장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이번 일을 잘 해줘서 정말 고맙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DW의 역사와 전통이 이번 수주의 일등 공신입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군.
다음날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우리는 아부다비 공항에서 청와대 사람을 만났는데 일정이 살짝 바뀌어서 아프간 대한민국 기지에 들러 위문을 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적기를 타고 돌아가는 방법이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아프간에 갈 이유가 없었다.
이때 미션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황금인의 조력자를 구하라.>>
<<대한민국 대통령의 생명을 구하세요.>>
<<성공 시 황금을 보는 초인급 가장 깊은 눈을 드립니다.>>
대통령의 생명을 구하라고?
현재 위험 상황인가?
대통령 경호실 사람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대통령 전용기를 ‘하이 재킹’ 하는 미친놈들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대한민국 대통령 경호원들은 기본적으로 ‘웨폰마스터’에 ‘5단 이상의 유단자’였다.
나는 서 비서관에게 다가갔다.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서 비서관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대통령께서 아프간 파르완주에 있는 평화 방패 부대를 방문 하신다고 합니다.”
나는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서 말했다.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서 비서관은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 시점에, 대통령 형님의 비리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해외 순방 귀국 시점을 늦추려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급한 일이 있으면, 다른 국적기를 타고 서울에 가셔도 무방합니다.”
대통령의 생명을 지키라는 미션을 받고 있었다. 곁을 떠날 수 없다.
“아닙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이런 것은 의리를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골든보이 하면 ‘의리’ 아닙니까?”
대통령이 가는 곳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 바로 옆, 파르완주에 있는 평화 방패 부대였다.
부대는 파르완주 지방재건사업팀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통령 전용기는 아부다비 국제 공황을 출발하여 아프간에 있는 미군 바그람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나는 경호원처럼 VIP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극도로 피곤했다.
게다가 난기류가 흔들릴 때마다 혹시라도 폭탄이 터진 것 아닐까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그랬더니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반즈가 비행기에서 잘 자는 사람이 최고라는 말을 몸소 깨달았다.
바그람 기지에서 바로 평화 방패 부대로 이동하기로 했다.
미군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호위할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우리는 준비된 치누크 헬기 2대에 바로 나눠 탔다.
앞뒤로 아파치 헬기가 4대가 붙어 있어서 경호는 철통같았다.
하지만 20분 만에 선두에 있던 아파치 헬기가 기관 고장으로 바그람 기지로 회항.
나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에 눈을 부릅떴으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입고 있는 방탄조끼의 이음새를 확인할 뿐.
며칠 전에 본 영화가 ‘블랙호크 다운’이었는데 보지 말걸··· 씨발.
나는 헬멧을 제대로 고쳐 다시 쓰고, 답답하다고 벗어 놓은 태경이와 경복이의 헬멧을 강제로 씌웠다.
“헬멧 쓰고 자.”
경복이와 태경이는 짜증 내며 말했다.
“다들 벗고 있잖아. 왜 너 혼자 유난이야.”
아파치 한대에 문제가 생긴 것이 좀 불안했다. 사건의 복선처럼 느껴졌다.
“미션이 떠서 헬멧을 쓰라고 하는 거야.”
경복이가 눈을 크게 떴다.
“미션?”
“그러니까 어서 헬멧을 써.”
이제서야 경복이가 자기 헬멧을 잡았다.
“미션이 간단한데? 헬멧 쓰는 미션인가?”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의 생명을 보호하는 미션이다.”
“뭐? 대통령을? 우리가? 대통령이 우리를 보호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일단 너희들은 내가 보호해야겠다. 어서 헬멧 써라.”
“뭐 그런 좆같은 미션이 나왔어?”
태경이도 인상을 썼다.
“영화에서 나오는 보디가드처럼 대신 총 맞는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겠지?”
나는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대신 총은 못 맞지.”
“대신 욕도 먹기 싫은데, 총은 완전히 아니다. 혹시 대통령을 무너트리려는 육감적인 여비서의 육탄 공격은 내가 장렬히 막아 줄 수 있지.”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방금 선두에 있던 아파치 헬기가 기관 고장으로 바그람 기지로 돌아갔다. 기분이 이상해.”
태경이가 눈을 크게 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불안하게 말하지 마. 기관 고장일 수 있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태경이와 경복이 모두 헬멧과 방탄조끼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는 헬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높은 거대한 산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공항에서 검색한 바로는 힌두쿠시산맥이었다.
역사적으로 칭기즈칸 대군을 격퇴한 산맥이었으며, 아프간을 점령한 영국군을 게릴라전으로 끝까지 괴롭힌 지역이기도 했다.
별명은 ‘제국의 무덤’.
경복이는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일이야 없겠지?”
“없어야지.”
태경이가 아래의 엄청난 산맥을 바라보며 헬멧 끈을 줄였다.
“여기서는 아니겠지? 여기서 일 터지면 그냥 뒤진다.”
이때 갑자기 헬기가 방향을 바꿨다. 그러더니 대통령 경호원이 다급하게 뛰어나와 말했다.
“앞쪽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간의 전투가 있어서 이동 루트를 변경합니다.”
우리는 그 이야기에 불안해하며 안전띠를 더욱 꽉 고정했다.
태경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신에게 기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경복이가 눈을 감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주님 품에 안겨라.”
“그럴까?”
내가 눈을 부릅떴다.
“황금신교 교주가 지금 흔들리는 거냐?”
태경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아! 내가 황금신교 교주구나! 내 신앙이 흔들릴 뻔했다.”
태경이가 경복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사탄의 꾐에 빠져서 황금신을 버릴 뻔했구나. 마구니야 물러가라!”
경복이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말했다.
“‘이단’ 축에 끼지도 못하는 것은 저쪽으로 찌그러져 있어.”
“사탄아, 물러나라!!”
경복이는 버럭 화를 냈다.
“야! 누가 사탄이야! 우리 쪽이 진짜야!”
우리가 때아닌 이단 논쟁을 하는 동안 미군 헬기는 평화 방패 부대의 착륙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대한민국 정예 병사 400명이 주둔하고 있는 평화 방패 부대는 대통령을 절도있게 환영했다.
나는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정예 육군이 지키는 곳에서 대통령이 위험할 리가 없었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기지에 머물기로 되어 있어 쉬면서 천천히 일정을 소화했다.
대통령이 배식대에서 병사들에게 직접 밥을 나눠주는 행사를 했다. 삼계탕에 랍스타.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상당히 맛있었다.
평화 방패 기지 안의 ‘한국 병원’에서는 수술이 필요한 아프간 어린이의 무료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은 이곳의 군의관과 의료 종사자들을 치하했다. 그리고 몸이 완쾌된 아프간 어린이들과도 제법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직업 훈련원’에서는 젊은 아프간 사내들에게 건축과 전기 기술을 가르쳐 8회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과 함께 파르완 지방재건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아프간의 한달 월급은 9만원인데, 부대에서는 월급을 30만원쯤 줬다. 그래서 아프간 젊은이는 훈련원에 들어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다.
‘세종 농업 연구원’에서는 물을 적게 먹는 쌀을 개발하여 보급했지만 물 자체가 귀하여 사업이 쉽게 진행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벼농사보다는 몰래 양귀비를 길러서 마약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기에 성과가 더딘 것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결과가 없어도 대한민국의 진심이 통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시간은 금방 흘러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바그람 미군 공군기지까지 돌아가는 길은, 아프간 미군 러셀 사령관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장병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기지 사령관 송태준 장군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이곳에서 이틀거리에 ‘넷물교회’ 선교회 사람들이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 있습니다.”
대통령은 눈을 크게 떴다.
“인질이요? 아프간은 여행금지 구역이 아닙니까?”
“선교회 사람들이 몰래 입국한 것 같습니다.”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불국사 앞에서 교회 믿으라고 떠들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군요. 지능과 준법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한숨을 쉬었다.
“대통령은 그들마저도 책임져야 하는 자리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