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이 아래 사막 도시가 있습니다.”
골든보이의 한마디에 ‘고대 사막도시 유적 발굴’ 사업이 시작되었다.
아랍 에미리트 역사상 최대의 인원인 1,500명의 사람이 ‘반달강 마을’ 유적을 발굴하고 있었다.
왕이 원하는 것은 ‘신바드의 여행기’가 음각된 점토판.
‘팔만대장경’을 땅속에서 찾는 느낌이었다.
나는 ‘반달강 발굴 상임 감사’로 왕이 보낸 대형 초호화 캠핑카를 쓰고 있었다. 왕의 신임이 눈에 보였으니, 군인이나 관리는 나와 만나면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벌써 15개의 건물을 발굴했는데. 꿈에서 본 것은 300여 가구의 마을.
신바드 여행기가 있든 없든, 고대 오아시스 마을은 관광지로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고, 칼리파 내륙 도시 사업을 진행하면, 도시 안의 관광지로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보였다.
대한민국이 만들 내륙 도시의 ‘장점’이 하나 추가요~
두두두두두두-
이때 DW 허영재 회장이 헬기를 타고 이쪽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나를 찾아와 활짝 웃었다.
“신바드의 보물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이렇게 빨리 결과를 만들어 내다니 정말 놀랍군.”
나도 악수를 하며 크게 웃었다.
“목표만 주어지면 달리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 아닙니까?”
허영재 회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100중 99명은 절벽으로 떨어지지만 살아남은 한 명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지.”
“절벽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불굴의 의지를 다지고 다시 일어납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저력입니다.”
허영재 회장이 정색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칼리파 내륙 도시 프로젝트를 몇 번이나 포기할 뻔했지만, 손을 놓을 수 없었지. DW가 살아남는 길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법뿐이야.”
문어발식 확장하던 DW 그룹에 3년 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유동성 위기까지 오고 있었다.
“DW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허영재 회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DW의 3대 주력 사업 중 하나가 건설이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건설에서 적자가 나고 있어. 사실 건설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모두에서 적자가 나고 있지. 총체적인 난국이야. 이번에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빠질 거야.”
나는 프로젝트 수주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었고 이 자신감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만들 도시를 마음의 눈으로 담아보겠습니까?”
나는 헬기에 허 회장 일행을 태우고 ‘오아시스 마을’에서 ‘반달강 구역’으로 들어왔다.
헬기가 착륙했고 우리는 걸어서 폭포가 쏟아질 언덕 위로 올라왔다. 나는 확신에 찬 얼굴로 허영재 회장을 바라보았다.
“회장님. 여기서 폭포수가 이 아래로 쏟아져 넓은 웅덩이를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폭포수는 저기 보이는 반달 모양의 물자국을 타고 흐르지요. 강이 만들어질 정도로 수량이 풍부한데, 양옆에 빌딩들이 연이어 서 있고, 그 강물에는 5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허영재 회장은 쓴 입맛을 다셨다.
사막에 폭포와 강이라니···.
나는 허 회장의 어두운 표정을 보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 설명했다.
“반달강 아래쪽은 단단한 흙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다 방수 시멘트 공사를 해야 할 겁니다. 최대한 초반 누수율을 줄여야 하니까요.”
허영재는 이제야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DW는 이미 도시 수로 공사를 해본 경험이 있지.”
나는 손가락으로 멀리 있는 깊은 구덩이를 가리켰다.
“그 강물이 흘러서 저기 보이는 구덩이로 들어갑니다. 도시 내에 제법 큰 자연 호수가 생기고 그 근처에 공원과 숲이 만들어지지요.”
허 회장은 낮게 웃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오아시스가 아니라 호수가 만들어지겠군.”
나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런 것으로 놀라면 안 됩니다.”
“또 있나?”
“이 물을 아부다비로 끌고 가기 위한 대수로 공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칼리파 시티에서 아부다비까지 고속도로 공사도 함께 진행될 것입니다. 아마도 대수로와 고속도로가 함께 있을 겁니다.”
허영재 회장의 눈빛이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반짝였다.
“고속도로와 대수로라. DW가 아주 완벽히 잘할 수 있는 토목공사다. 이쪽으로는 경험이 풍부해.”
나는 은근한 얼굴로 허 회장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칼리파 시티와 아부다비 중간에 물류기지 역할을 하는 작은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도 노려야 합니다.”
이것은 두바이의 마크툼 씨티에서 나온 도시 계획으로, 아마도 칼리파 시티에도 적용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허 회장은 욕심나는 얼굴로 말했다.
“건설이 20년은 먹고살 수 있는 ‘먹거리’군.”
“DW가 수주할 수 있는지 없는지. 사흘 후 결정됩니다.”
허 회장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것은 무슨 소리야?”
나는 심각한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
“어제 국왕 폐하를 만났습니다. 신바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지요.”
허 회장은 긴장하는 얼굴로 물었다.
“칼리파 시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나?”
나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분께 공연을 보여 드리기로 했습니다. 국왕 폐하께서 그 ‘공연’을 보기 위해서 여기 이곳으로 찾아오실 것입니다.”
“공연? 공연이라 했나? 여기서?”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이차돈 뮤지컬팀’을 불렀습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
나는 허 회장을 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공연하는 날, 제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강이 흐를 것입니다. 그렇게 이번 싸움의 승패가 확정될 겁니다.”
허 회장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지. 정말 물이 흐르나?”
나는 허 회장님을 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DW가 이번 공사를 수주할 방법은 도시 한복판으로 강물이 흐르는 길뿐입니다.”
“그렇지 그 방법밖에 없겠지.”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허 회장은 입을 꾹 닫고 있다가 결연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골든보이를 믿어. 믿어야지.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3일 동안 폭포 아래서부터 마른 강줄기를 따라 준설 작업을 하세요. 특히 물줄기가 웅덩이로 모여 호수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밤낮을 가리지 말고 일을 진행하지.”
나는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반달강 지역을 내려다보았다.
다음 날, 청와대 서진택 비서관과 함께 이차돈 뮤지컬팀 30명이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모두 흥분된 모습이었다.
나는 서 비서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서 비서관도 웃으면서 말했다.
“춤 연습을 충분히 했습니다. 하지만 무대가 더 중요하니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무대는 이미 다 마련해 두었습니다. 혹시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구해 보겠습니다.”
서 비서관은 마음이 급해 보였다.
“호텔에서 하루 쉬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바로 사막으로 가지요. 그곳에도 숙소가 있겠죠?”
“물론입니다.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우리는 공항에서 항공 친위대의 치누크 헬기를 타고 단번에 ‘반달강 지역’으로 이동했다.
폭포가 쏟아질 절벽을 ‘우사雨士의 폭포’라 이름 붙였다.
단군의 함께 내려온 신 중에 물을 다스리는 신하가 바로 우사였다. 그 우사 언덕 꼭대기에서 뭔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DW의 중공업에서 차출되어 특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고 과장이 다가와 말했다.
“특수 조리개 작업이 끝났습니다. 노트북이랑 연결되었습니다.”
이 작업이 끝났다면 90%의 작업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큰 고비는 넘겼네요.”
나는 경복이에게 전화했다.
“bro~ 준비 다 되었어?”
경복이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수중 고정 케이스는 완료되었다. 텅스텐 케이스에 수중 콘크리트 작업까지 다 확인했다.”
“수류석은?”
“화장실 갈 때도 품에 안고 간다.”
“한강 긴급 취수장 공사는 어때?”
“밤낮으로 공사하고 있어. 일단 침전물을 가라앉힌 수준이고 2급~3급에 가까운 수질이 나와.”
서울 시민들이 쓰는 마지막 취수장이 영등포 아리 정수 센터다. 한강과 안양천이 닿는 곳이고 그 근처에 긴급 취수장을 만들고 있었다.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쓰고 남은 한강물을 보내는 것이 맞다.
“물 보내봐.”
수류석을 쥐고 있는 손에 한강물이 떨어졌고, 그것을 확인했는데 2급수에 가까운 물이 떨어졌다.
“좋아. 수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2급수의 물을 최종적으로 이곳 칼리파 시티에 건설할 정수센터에서 정수하여 이곳 사람들에게 제공하면 되었다.
사실 이곳 사람들에게는 3급수의 물도 하늘의 내린 모지신의 ‘젖’이자 ‘피’다.
나는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D-Day가 얼마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도록.”
경복이의 목소리도 힘찼다.
“예스! 캡틴.”
공연 당일이 밝았다.
낮부터 아부다비 친위대 병사들이 주변에 깔리기 시작했다. 무려 2천 명의 친위대가 주변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었다.
곧 국왕이 도착하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었고 해가 졌을 때 왕실 전용 대형 헬기를 타고 아부다비 국왕이 도착했다.
“에드워드.”
국왕은 밝게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다가왔고 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다.
“어서 오세요. 국왕 폐하. 찾아 주셔서 영광입니다.”
“공연 준비는 다 되었나?”
“만족스러운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국왕이 앉을 공연석에는 방탄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안쪽은 아주 편안하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쿠션으로 꾸며 놓았다.
밤이 되었다.
서 비서관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는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레디 액션!!!
드디어 공연의 시작.
어디선가 아라비아풍의 음악이 들렸다.
서 비서관은 특히 빛과 음악 그리고 빔프로젝터를 잘 썼는데,
초대형 프로젝터를 쏘자, 모래 언덕에 마법의 빛이 아름답게 뿌려졌다.
!!!!
모래 언덕이 영화의 스크린이 되어,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이슬람 왕국이 눈앞에 보였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한 젊은 이슬람 성직자로 꾸민 연기자가 움직이는 양탄자 모형에 올라탔다.
그러자 프로젝터의 화면이 빠르게 움직였고 젊은 성직자가 양탄자를 타고 나르는 것 같은 효과가 났다.
산을 넘자,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손을 뻗으면 밀알이 가득 찼고, 나무를 스쳐 지나가자 과일이 가득 열렸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고 젊은 성직자는 웃으면서 같이 인사했다.
카펫은 더욱 빨리 날아 바다로 나왔다. 바다 위에는 수십 척의 배가 바다로 나가고 있었고 돌고래들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실제’ 멀리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펑! 펑! 펑! 펑!!퍼퍼퍼펑!!
가상과 현실이 만나자 세상 전체가 화면이 되었고 무대가 되었다.
왕궁에 도착한 젊은 성직자는 왕궁 발코니에 있던 공주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둘은 첫눈에 반했고 대사 없이 ‘허밍’과 ‘춤’으로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계모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왕에게 고자질했고, 젊은 성직자는 병사들에게 끌려가 모질게 매를 맞다가 왕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젊은 성직자가 왕국에서 쫓겨나자 메뚜기들이 식량들을 먹어 치웠고, 수만 마리의 개구리와 벌레가 오아시스에서 나왔으며, 물이 썩어서 사람들이 마실 수 없었다.
게다가 비가 오지 않아 오아시스가 마르며 왕국이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악마들이 춤을 췄다. 북소리와 효과음으로 지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갑자기 강한 라이트 한 줄기.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낮은 콧노래 소리와 함께, 젊은 성직자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고통받는 공주와 백성들을 보면서 신께 빌었다. 이 모두를 용서해 달라고.
그랬더니 신은 성직자의 ‘목숨’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칼 한 자루가 날아와 박혔다.
공주가 그것을 보고 절대 안 된다고 했으나 젊은 성직자는 슬픈 눈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당신을 위해, 또한 모두를 위해 죽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신을 향한 마지막 눈빛.
젊은 성직자는 자신의 목을 쳤다.
그 순간 숨겨 둔 물탱크에서 물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붉은 라이트를 쓰자 마치 붉은 피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이차돈’의 이야기를 최대한 아랍풍으로 펼쳐낸 것이었다.
서 비서관의 마법이 들어가니, 뮤지컬 이차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것 같았다.
나는 경복이에게 전화하여 말했다.
“Bro~ 쇼타임.”
경복이가 한국 공군의 군용헬기에서 악을 쓰며 소리쳤다.
-작전 개시! 투하! 투하! 투하!
한강 긴급 취수장에 1번 수류석이 들어간 수중 고정 케이스를 투하했다.
풍덩~~~
엄청난 소리와 함께 수류석이 취수장 안의 한강물을 미친 듯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경복이가 악을 쓰며 물었다.
-투하 완료!! 작전 성공인가?
그 순간 운사 언덕의 절벽에서 물이 점점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기쁜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물이 나온다! 물이 나와!!”
철원에서 산사태를 일으켰을 때와 같이 물이 솟구쳐 올랐다.
물을 향해서 엄청난 강한 붉은 색 라이트를 켜니 엄청난 양의 피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신비하면서 무서웠고 또한 아름다웠다.
어떤 일에도 큰 자극을 받지 않았던 아부다비 왕은 입을 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왕이 나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한 것인가?”
나는 여유 있게 웃으면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나는 노트북으로 우사 언덕에 있는 조리개를 조절하여 위로 치솟는 부분을 막았다. 그러자 물이 바로 아래로 흘러서 폭포가 되었다.
폭포를 비추는 라이트가 들어오자 쏟아지는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막 한복판에서 쏟아지는 폭포는 장엄함을 넘어서는 ‘충격’이었다.
그 밑에서는 20명 정도의 댄서가 ‘승무’를 추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았다.
그동안 물이 수로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화면에는 물이 흐르자 다시 곡식이 익고, 말라 죽었던 나무가 다시 살아나 잎이 열리고, 사막이었던 땅에 풀이 다시 자랐다.
라이트가 한둘씩 수로를 향해서 켜졌다. 그러자 사막 한가운데 분명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 강이다!!”
“강이 흐른다!”
“물이다!”
아부다비 관계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적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물이 흘러서 프랑스 센강의 절반 정도 넓이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깊이는 낮으니, 한강에 비하면 1/20 정도의 수량.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흐르고 있는 강을 향해서 다가갔다. 물살이 상당히 거세서 위험해 보였지만 자기 손으로 물을 만졌다.
“물이다. 정말 물이야.”
그리고 손으로 물맛을 보았다. 2급수에 가까웠으니 살짝 비린 정도였다. 그래도 민물이다.
“민물이야. 민물이라고!!”
왕은 활짝 웃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나를 찾았다.
“엄청나군. 엄청나!!”
나는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대한민국이 이곳에 만들 도시는 폭포가 있고, 도시 중앙에 강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호수도 있지요. 호주 주변에는 넓은 숲과 백성들이 쉬는 공원이 있습니다.”
깊은 구덩이 쪽에 라이트가 들어왔는데 강물이 모여 호수가 되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던 물은 금방 호수를 가득 채웠고 북쪽으로 새로운 강줄기를 만들며 멀어졌다.
더 멀리 내가 발견한 ‘반달강 부족’ 유적지가 보였다.
아부다비 왕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신의 사자인가?”
나는 노트북을 방수 케이스에 넣으며 말했다.
“이 도시에는 아주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뭔가?”
“낭만이지요.”
“낭만?”
“사막에서 내리는 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노트북을 조정해서 조리개의 뚜껑을 모두 오픈했다. 그러자 분사기처럼 사방으로 뿌려졌다. 그러자 반경 1km에 비가 쏟아졌다.
“비다!!! 비가 내린다!!”
친위대가 왕을 방탄유리 쪽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왕은 그대로 비를 맞았다. 그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나는 우산을 펴고 섰다. 아무리 그래도 한강물을 맞을 필요는 없잖아?
왕이 큰소리로 외쳤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신은 위대하다) 알라후 아크바르!!”
그러자 수천 명의 친위대가 같이 외쳤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절도 있는 목소리가 밤하늘을 울렸다.
다음날.
왕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땅속에 물탱크를 숨겨 놓았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폭포는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 냈다.
물탱크 있다고 한 놈 나와! 빠따 한 대 맞자.
나와 태경이는 축하주를 밤새워 마시고 싶었으나 여기는 아랍 에미리트. 금주의 나라. 술을 구하기 힘들었다.
DW 허 회장과 조 이사도 이 나라의 높으신 분들 눈치를 보느라고 술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둘은 이미 술에 취한 것처럼 크게 흥분해 있었다. 수십 명의 신하가 찾아와 허 회장에게 앞으로의 도시 개발 일정을 물어봤기 때문이었다.
오늘 같은 날 축하주가 없다니 너무도 아쉽네.
그래서 일찍 잤고 일찍 일어났다. 전용 트레일러에서 샤워까지 하고 나왔더니 너무도 상쾌했다. 이차 나도 하나 살까?
그리고 옷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왕과 점심이 약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문이 열리며 국왕의 친위대장이 들어오고 바로 국왕이 들어왔다.
국왕은 너무도 궁금한 얼굴로 다가와 인사도 없이 질문했다.
“이 물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나는 솔직히 말했다.
“한국에서 오고 있습니다.”
“흠··· 그 말을 믿으라는 말인가?”
나는 더욱 정색하며 말했다.
“저는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다만 어떻게 오는지 원리는 알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학적 원리를 알고 싶어 대통령에게 연구를 부탁했다.
한국의 수많은 과학자가 수류석을 연구하고 있었다.
왕이 나의 눈동자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
“물이 끊길 위험이 없겠나?”
한국의 수중 고정 케이스에는 문을 닫거나 줄이는 장치가 있어서 물을 끊을 수 있었다.
“물이 한국에서 오니, 한국 사람들의 의지로 물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물을 확보하려면 대한민국과 우호 관계를 잘 맺어야 할 것입니다.”
국왕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 왕국은 한국과는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잘 쌓았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잘 이야기해서 물이 넘어오는 시스템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하세요. 그럼 마음에 편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이곳으로 다시 초청해야 하겠군.”
“대통령께서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도 한국으로 넘어가야겠어.”
“한국은 늘 폐하를 환영합니다.”
나는 그날 저녁 서진택 비서관을 통해서 대통령과 통화 할 수 있었다.
“아부다비로 오실 때 어깨에 힘주고 오세요. 팔 것도 왕창 가지고 오시고요.”
대통령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