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00화 (100/188)

100화

향긋한 금 냄새~

골든보이가 냄새를 맡고, 금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황금빛을 보면 힘이 나고 삽질이 신난다.

사막에서 삽질하는 것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나를 따라 땅을 파기 시작했다.

탐사대 대부분은 유투뷰 골든보이 채널의 구독자였다.

보물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농담 삼아 물어보았고. 보물을 발견하면 금 조각 하나라도 얻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내 품속에는 늘 사금 조각이 있었다. 그리고 잠깐 생각해보니 나중에 줄 필요가 없었다.

팁은 언제 주라고 했지?

그래. 서비스받기 전. 그래야 최선을 다한다.

바로 모든 탐사대원에게 사금 조각 하나씩을 나눠 주었다.

금조각을 받은 탐사대원들은 전보다 훨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조 이사가 다가와 강하게 말했다.

“저기! 사막 순찰대가 옵니다.”

이때 멀리서 군용 자동차 10대 정도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사람들은 살짝 긴장했는데, 금방 풀었다. 이곳을 소개해준 아라다 군사기지 대장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50여 명의 부하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지 대장에게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기지 대장은 은은한 눈빛으로 말했다.

“뭔가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도와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나는 놀라고 또한 수상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뭔가를 발견한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기지 대장도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마부쿠트 소령이 연락해 왔습니다. 모르셨나요?”

마부쿠트? 누구지?

이때 헬기 편대 대장인 40대의 사내가 이쪽으로 다가와 거수경례를 했다.

“아부다비 왕실 항공 친위대 소령 마부쿠트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제가 연락했습니다.”

관광 헬기 조종사인 줄 알았는데, 공군소속 헬기 기장이었다. 그렇다면 왕의 입김이 닿아 있는 것인가?

“국왕 폐하의 손이 매우 길군요.”

마부쿠트 소령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따듯하고 은혜로운 손이지요. 골든보이님이 필요한 것을 하사합니다.”

기지 대장이 가져온 트럭에는 '소형 포크레인'이 보였다.

나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확실히 폐하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지는군요.”

포크레인이면 성은이 망극하지.

“이것은 선발대에 불과합니다. 곧 본대가 올 것입니다. 그때가 본격적인 발굴이 될 겁니다.”

“아직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것 아닙니까?”

마부쿠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골든보이 열혈 구독자입니다. 각 동영상을 100번쯤 보았지요. 그랬더니 골든보이님의 얼굴만 보아도 얼마나 큰 황금이 있는지 알게 되더군요. 방금 표정으로는 제법 큰 금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보물을 발견하면 제 표정이 어떻게 바뀝니까?”

마부쿠트는 낮게 웃었다.

“금을 발견하면 일단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크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기묘한 미소를 짓습니다. 미소는 작은 것, 활짝 웃으면 중간 것, 놀라면 아주 큰 것입니다. 방금은 활짝 웃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낡고 작은 포크레인이 힘겹게 시동을 걸었다. 너무 볼품이 없어서 땅을 제대로 팔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단 5분 만에 우리가 죽도록 고생해서 판 깊이를 금방 넘어섰다.

“역시 기계가 있어야 하는군요.”

마부쿠트 소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의 성은이 느껴지십니까?”

나도 마부쿠트 소령을 보며 웃었다.

“국왕 폐하 만세.”

소형 포크레인은 볼품없는 것과 다르게, 거침없이 땅을 파나갔다. 너무 빨리 파서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황금 외의 다른 유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크레인을 몰고 있는 병사에게 다가가 속력을 늦추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다가갔을 때, 갑자기 포크레인 기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가가 있습니다!!”

아직 황금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하얀 돌로 만들어진 벽이 나왔다. 꿈에서 보았던 반달 마을의 하류에 있던 신전으로 보였다.

나는 마부쿠트 소령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전입니다.”

“신전이요?”

“오아시스 마을 근처의 크지 않은 신전입니다.”

그는 놀라며 말했다.

“여기에 신전이 있는지 어떻게 아십니까?”

꿈에서 봤다고 말할 수 없었고 설명하기도 귀찮다.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마부쿠트 대령은 살짝 놀랐다가 말했다.

“아···. 믿습니다. 저는 절대적으로 믿습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신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멀지 않은 곳에 ‘반달’ 마을 유적도 있습니다.”

“골든보이님은 정말···. 놀랍다는 말로 부족합니다.”

아라다 기지 대장이 데리고 온 50명의 병사가 달라붙어 진흙을 조심스럽게 털어내니, 정말 점점 신전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금방 외부를 모두 확인하고 진흙이 가득 찬 내부 발굴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돌로 만든 탁자가 보였고 아주 오래된 뼈들이 보였다.

병사들이 뼈들을 확인하였는데, 사람 뼈와 양 뼈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아마 신께 양을 바쳤을 때 홍수가 닥친 것으로 보였다.

발굴할수록 건물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나는 황금빛에 집중하기로 했다.

“본대가 오면 신전을 발굴하기로 하고, 일단 황금에 집중합시다.”

황금빛이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이제 포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삽질을 하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 30분쯤 파고 들어갔을 때 한 병사가 손을 들었다.

“여기 뭔가가 있습니다.”

가서 확인하니 목재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려가 자세하게 살폈다. 목재와 목재가 짜여 있는 것을 보고 노인이 만들었던 방주가 생각났다.

“이것은 배입니다.”

마부쿠트 대령이 머리를 끄덕였다.

“흠. 골든보이님이 이야기하시니 정말 그렇게 보이는군요.”

나는 강조하며 말했다.

“이제 정말 조심해서 발굴 작업을 합니다. 지금 앞에 있는 배도 진정한 보물입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발굴 작업이 진행되었고 점점 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때 헬기 소리가 아주 시끄럽게 울렸다.

치누크 헬기 4대가 동시에 이쪽으로 날아와 거침없이 착륙하고 있었다.

곧 왕실 친위대 150여 명 하차했고. 아부다비 대학 고고학 교수와 학생들도 함께 내렸다. 그들은 잠시 현장을 살피다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아. 에드워드 님. 반갑습니다. 골든보이를 실제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아부다비 왕립 대학 고고학 교수 램튼입니다.”

“반갑습니다. 램튼 교수님. 에드워드입니다.”

램튼 교수의 시선이 신전과 나무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골든보이 채널 구독자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당장 눈앞에 놀라운 것이 있군요.”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발굴 지휘권을 넘겼다. 진짜 전문가의 손이 필요했다.

“발굴을 지휘해 주세요. 저는 중간에 조언하겠습니다.”

램튼 교수는 나에게 각종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군인들에 의해서 이동 숙소와 간이 식당 등이 금방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니 물탱크는 물론이고 샤워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금방 하나의 마을이 생길 정도였다.

램튼 교수는 발굴 경험이 풍부한 영국사람이었다. 그래서 매우 섬세하게 발굴을 진행했다.

반나절 만에 배의 형태가 완벽하게 드러났다. 대략 70~80명은 들어갈 수 있는 제법 큰 배였다.

꿈에서 본 것과 같이 아래는 딱딱한 목재로 되어 있었지만, 위쪽은 돛대가 없었고 기름을 먹인 나무로 배의 상단을 덮는 천장을 만들어 놓았다.

경험 많은 램튼 교수도 방주 형태의 배를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교수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바다를 돌아다닐 배는 아니군요.”

나는 꿈에서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재난을 피하려고 만든 배입니다.”

“재난이요?”

“한 노인이 사막에서 만든 배입니다. 천년 만에 한 번씩 온다는 대홍수를 대비하기 위해서 만든 배입니다.”

“노아의 방주라는 말입니까?”

꿈을 꾸고 궁금하여 검색한 내용을 말했다.

“고대의 많은 설화에 대홍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아마도 원형이 되는 사실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긴 시간이 지나, 자연이 다시 한번 홍수를 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가설이군요.”

나는 다시 황금빛을 확인하고 말했다.

“더 확인해 보시지요. 곧 황금이 나올 겁니다.”

램튼 교수도 골든보이 채널을 몇 번이나 보았다. 골든보이가 황금이 나올 것이라 확신하면 반드시 금이 나왔다.

“골든보이랑 일하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발굴팀은 배의 안쪽을 조심스럽게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배를 다치지 않게 하다 보니 속력이 너무 늦고 불편했다.

그래서 나와 교수가 논의하여 배를 한 조각씩 뜯어내기로 했다. 다 분리한 후 다시 조립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배의 조각마다 번호를 매기고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다. 다시 조립할 때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자 발굴이 편해졌고 속력이 올라갔다.

나는 황금빛을 보며 말했다.

“황금빛이 확실하게 보입니다. 가까이 왔으니 금방 뭔가가 보일 겁니다.”

그러자 영국인 램튼 교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보기 전처럼 흥분되는군요.”

“지금까지 받은 어떤 선물보다 만족할 겁니다.”

나는 램튼 교수 옆으로 가서 황금빛이 나는 곳을 조심스럽게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수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다가왔다.

“그쪽입니까?”

“여기에 '금'이 있습니다.”

황금빛이 강렬하게 빛났고 황금의 실체를 확인할 때가 되었다.

이쪽을 지켜보고 있던 아라다 기지 대장이 소리쳤다.

“금화다!! 금화가 나왔어!”

드디어 보물이 쏟아졌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금화였다. 특이한 것은 한 나라의 금화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고대 이집트 금화, 인도 금화, 당나라 금화, 로마 금화, 크고 작은 금편들이 보였다. 게다가 각종 금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도 쏟아졌다.”

모두 쏟아지는 금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몰랐다.

램튼 교수마저 너무도 흥분해 하늘에 고함을 지를 정도였다.

흥분하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골든보이가 있다며 있는 거다. 나는 이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보고 정신을 차린 램튼 교수가 각종 금화를 쭉 확인하며 말했다.

“이 사람은 상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군요.”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젊었을 때 세계를 돌아다닌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상인 겸 탐험가로 말할 수 있겠지요.”

교수는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는 분처럼 이야기하니 당황스럽지만, 골든보이님이 말하니 믿지 않을 수 없군요.”

나는 로마와 당나라 금화를 한 손에 놓고 보면서 말했다.

“이 사람은 아부다비의 영웅입니다. 로마부터 당나라까지 전 세계를 활동한 탐험가이지요. 이슬람 민족의 탐험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램튼 교수는 마음을 다해 머리를 끄덕였다.

“어떤 역사적 인물인지 알았으면 좋겠군요. 최소 이름이라도 말입니다.”

나는 집중하여 주변을 살폈다. 아직 금빛이 남아 있었다.

“이름은 장담할 수 없지만, 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다른 금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제 페인트를 쓰지 않고 레이저 포인터를 꺼내서 정확한 위치를 찍었다.

“이쪽으로 조심해서 파보세요.”

교수와 학생들이 전문가의 손길로 조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금이 바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사람 뼈와 동물 뼈가 뒤엉켜 쏟아졌다.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경에서 나온 방주처럼 가족은 물론 조랑말과 염소, 양 한 쌍을 태웠습니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미래를 준비한 것입니다.”

내 말대로 어른뼈 아이뼈. 말뼈. 양뼈 등이 뒤섞여 쏟아졌다. 함께 따라온 군의관이 그 조각을 맞춰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탔는지 확인했다.

군의관 말로 어른은 3명 이상이고. 아이는 7명 이상 탔으며, 말, 염소, 양 뼈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나의 말대로 뼈가 나오자 교수는 더욱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골든보이님은 놀랍다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하군요.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쯤 깨진 도자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교수의 손놀림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한조각 한조각 모아서 넘버링을 하였다. 조각조각을 모아 확인하니 도자기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였다.

중국 도자기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한 영국인 램튼 교수는 확신하며 말했다.

“당나라 도자기의 특징입니다. 녹색 바탕에 꽃과 잎으로 정형화된 패턴을 만듭니다. 어찌 보면 익지 않은 수박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요. 당나라 후기로 갈수록 자유분방해지는데 두 가지 특징이 잘 섞여 있는 도자기입니다.”

더 안으로 들어갔더니 전형적인 녹색 배경에 나비를 그려 넣은 도자기가 나왔다.

“상당히 아름답군요. 지금까지 발견한 그 어떤 도자기보다 미술적인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진정한 보물입니다. 게다가 왕실 용 그림과 '태진'이라는 당나라 후기 연호도 보입니다.”

나는 그 노인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 노인은 당나라 후기를 경험하고 온 것이군요.”

“상인으로 직접 당나라에서 구매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땅속에서 강하게 올라오는 금빛을 보며 말했다.

“아직 보물이 남아 있으니, 그것까지 확인하고 말씀하시지요.”

이때 배의 중앙 아래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던 소리가 들리더니 교수님을 찾는 소리가 강하게 들려 왔다.

“무슨 일인가?”

“교수님 점토판이 나왔습니다.”

찾아낸 것은 고대 이슬람 문자가 조각된 5개의 점토판이었다.

“이쪽으로 줘보게.”

램튼 교수는 각각의 점토판을 보더니 자신 있는 표정이 되었다가, 내용을 바로 해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점토판은 어떤 긴 여행기의 첫 부분 목차로 보였다.

이슬람 제국 수도에서 동로마 제국으로. 그곳에서 멸망한 로마로 갔다가 동, 서 프랑크 왕국을 통해서 돌아오는 첫 번째 원정에 대한 간단한 서술이 되어 있었다.

두 번째 점토에는 벌써 3번째 원정이라 쓰여 있었다. 인도 북부와 남부, 대참파, 다도해 지역, 당나라. 그리고 신라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신라'라는 이름을 듣고 매우 흥미로워 눈이 커졌다.

3번째 점토판은 안녹산이 난을 일으켜 황제가 황도를 버렸고 자신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4번째 점토판에는 당나라 사신과 함께 신라 왕도 경주에 도착하여 대식국 왕자로 인정받고 그곳에 머문 이야기가 있었다.

'나이가 많아 탐험이 점점 힘들어졌다. 하지만 석굴암과 다보탑을 만들 때 함께 힘쓴 재주를 높이 사 대왕께서 나를 정성으로 보살펴 주셨다. 가까이서 몸을 보살피라며, 한 여인을 내주어 첫 번째 혼인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 나이가 너무 많아 아내가 다른 사내와 정을 통했고 나는 아내와 사내를 죽였다. 왕은 나를 추방하였고 나는 신라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애타게 찾던 영웅의 이름이 있었다. '알라의 미천한 종 신바드, 신라인 처용'

한국인인 나는 신바드보다 ‘처용’이라는 글자가 더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처용가를 검색했다.

'서라벌 밝은 달 아래에서'

'밤새워 노닐다가'

'들어가 자려 보니'

'다리가 4개여라.'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누구의 것인가?'

'본대 내 것이거늘'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잇고'

아내의 일탈에 초월한 처용가와 다르게 신바드는 '아내'를 죽이고 추방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신바드란 인물이 불국사 다보탑과 석굴암을 세울 때 무슨 공을 세웠을까? 그 당시 과학이 가장 발전한 이슬람 제국이라면 새로운 문물을 전파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이것은 한국과 아랍 에미리트가 공동으로 연구할 '주제'로 보였다.

신바드의 점토 기록을 모두 찾는다면 엄청난 발견이 될 것이라 확신했고 본격적인 대규모 발견을 예고했다. 나머지 점토 기록이 땅속 반달강 마을 어딘가에 있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었다.

점토로 기록된 신바드의 탐험기.

아부다비의 ‘팔만대장경’이 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나의 눈은 마지막 보물 향해 있었다. 깊은 곳에서 금빛 하나가 계속해서 빛나고 있었다.

나는 흥분하고 있는 램튼 교수를 다독이며 마지막 금빛을 가리켰다.

“이쪽에 마지막 물건이 있습니다.”

교수님과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발견을 해서인지 교수는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찾. 찾았습니다.”

2시간 뒤에 힘겹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납작한 형태의 나무로 만들어진 지구본이었다.

지구본을 금으로 만든 컵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이슬람 제국을 중심으로 로마, 인도, 당나라는 물론 신라도 표시되어 있었다. 일본도 표시되어 있었는데 안 가본 듯 작은 섬으로 표시되었다.

놀라운 것은 대참파(베트남) 아래 다도해 지역(인도네시아)이 있었고 호주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당시 호주를 알고 있는 지도는 거의 없었다.

또한 남극/북극에 얼음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당시 항해 기술로 남북극을 알 수 있을까? 이것도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남북 아메리카가 섬 형태로 표시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세계를 구현한 고지도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것으로 전 세계를 여행한 이슬람의 영웅 '신바드'가 탄생했다.

이 보고가 바로 올라갔고 왕의 명령으로 아부다비에 신바드 박물관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발굴한 방주가 통째로 들어가는 대형 박물관이었다.

최소 두바이 자연/역사박물관보다 크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왕실 친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왕궁으로 들어가 아부다비 국왕을 만났다.

나는 머리를 숙여 예를 보이고 웃으면서 말했다.

“약속드린 대로 아부다비 최고의 영웅과 보물을 드렸습니다.”

왕의 탁자 위에는 '이슬람 대지구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보물이 놓여 있었다.

아부다비 왕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그대의 공을 치하하는 바이다.”

“감사합니다. 폐하. 몇 달 안에 반달강 마을에서 점토로 된 신바드의 탐험기도 나올 겁니다. 아랍인의 진정한 영웅이 실제로 탄생하는 것이지요. 아랍 에미리트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인물이 될 겁니다.”

“그것이 내가 진정 원한 것이다.”

“한국인은 늘 최선을 다합니다.”

“두바이 왕에게 석유를 받았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폐하”

“내가 그 두 배를 주겠다. 자네가 죽는 그 날까지.”

나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두바이의 2배라면 대략 매년 2,000억. 내 기준으로 진정한 석유 재벌이라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부다비 왕에게는 산에서 모래 한 줌 덜어낸 것이겠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보상합니다.”

“짐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아부다비 왕은 의외라는 얼굴로 말했다.

“공연?”

골든보이는 활짝 웃었다.

“유물이 발굴된 사막 한가운데서 비가 내리는 공연이지요.”

아부다비 왕도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사막에서 비가 내린다고? 하하하. 오랜만에 가슴 뛰는 공연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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