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96화 (96/188)

96화

두바이 총영사관.

헬기장에 내린 헬기는 우리를 태우고, 엄청난 바람을 뿜어내며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간 두바이 총영사관의 파티는 엉망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타는 마린원 같은 대형 헬기였기 때문에, 가든파티에 세워 놓았던 꽃장식과 음식 테이블 몇 개가 뒤집혔다.

왜 남의 잔칫상을 뒤엎고 그래요? 헬기 운전에 매너가 없네.

우리를 태운 덩치 큰 헬기가 두바이 하늘 위로 힘있게 솟아올랐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전에 보았던 두바이 왕실 헬기가 아니었다. 만수르 왕자님이 보낸 헬기를 몇 번 탔는데,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이 헬기는 과도하게 화려했다. 중동 특유의 금장식이 헬기 내부에도 많이 보였다.

왕자님이 아니라, 두바이 왕이 보낸 헬기라서 그런가?

게다가 사람도 좀 달랐다. 보통 근위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모두 어두운 양복을 입고 있었다.

역시 두바이 왕이 경호원들을 보낸 것일까?

어쨌든 코앞이 왕궁인데, 헬기를 보낸 것은 진짜 오바다.

게다가, 총영사관님이 매우 놀란 것으로 보아 헬기가 오는 것을 몰랐던 눈치였다.

남의 총영사관에 허락도 없이 헬기를 착륙시키는 것은 외교적인 ‘결례’라 할 수 있었다. 컴플레인을 넣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응?

헬기 창문 밖으로 두바이 왕궁이 보였는데··· 내 눈이 이상한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분명 왕궁으로 가자고 했는데, 왕궁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때 느긋한 표정의 태경이가 물었다.

“왕궁까지 멀지도 않은데 왜 헬기를 보냈어? 3보 이상은 헬기인가? 대접이 장난 아닌데?”

“이 멍청아. 밖을 봐.”

“왜? 뭐가 있어?”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두바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잖아.”

태경이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더니 두바이가 완전히 멀어지고 있었고, 바닷가 위를 날고 있었다.

경복이도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 어디가? 왕궁 간다며? 다른 곳에서 약속 잡았어?”

“약속이 있는 줄 알았다면, 내가 우엉 많이 넣은 김밥을 그대로 두고 왔겠냐?”

“그럼 어디 가는 거야?”

나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억을 했다.

“분명 헬기 표면에 아랍 에미리트 깃발이 그려져 있었어. 세로로 빨간색 그리고 녹, 백, 흑색···.”

“두바이 왕이 다른 곳에 있나?”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설마 납치? 영화에서만 보던 하이잭킹 hijacking

태경이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능력을 노리고 어떤 세력이 우리를 납치했다.”

“역시 하이잭킹. 맞지?”

태경이가 총으로 무장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기 총 든 사람 보이지.”

“어. 보여.”

“네가 저 새끼의 총을 빼앗고, 조종사를 위협해서 두바이로 돌아가자.”

나는 당황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그걸 나보고 하라고?”

“영화에서 보면 다 하던데?”

“무슨 영화 봤는데?”

“테이큰.”

딸이 납치되고 아빠가 쫓아가서 깡그리 죽이는 영화.

“미친 새끼···.”

“괴산 일짱이라며? 왜 이렇게 약해졌어?”

“오늘부터 네가 일짱이다. 축하한다.”

태경이의 눈빛이 경복이를 향했다.

“그럼 네가 해.”

“나도 안돼.”

“UDT가 그것도 못 해?”

경복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딸만 있었으면 하겠는데, 딸이 없어서 못 하겠다.”

“내가 딸이라고 생각해.”

경복이가 눈을 크게 떴다.

“씨발년아. 당장 호적 파러 가자.”

나도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

“UDT의 가오가 있지! 무적이라며?”

경복이는 양어깨를 으쓱했다. 외국물 좀 먹더니 제스처가 양놈 것 그대로다.

“여기는 하늘을 이잖아. 그래서 Air force가 필요하다고. 나는 navy 해군. OK? 여기 해결하려면 Air force 불러야 해.”

이때 거대한 백인 양복쟁이 사내가 다가왔다.

“에드워드 씨!”

백인 양복쟁이가 악수를 청했다.

나는 쫄았지만, 겁 안 먹은 척, 허리를 펴고 악수를 했다.

“제가 에드워드입니다.”

악수? 납치하는 거 아냐?

“저는 아랍 에미리트의 대통령이자 아부다비의 국왕이신 셰이크 칼리파님의 제2 보좌관 알수와디입니다. 저희는 에드워드 씨를 환영합니다.”

“대통령이요?”

“저희는 아부다비 궁에서 나왔습니다.”

나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아부다비 국왕 폐하께서 에드워드 씨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아랍 에미리트는 7개의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중 ‘아부다비’가 국토의 80%를 차지. 그리고 석유생산량의 81%가 그곳에서 생산된다. (두바이가 15%)

아부다비는 두바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더 돈이 많은’ 토후국이다.

펀드만 봐도 그렇다.

아부다비 국부 펀드 8,750억 달러.

두바이 국부 펀드 2,200억 달러.

더 쉽게 설명하자면 아랍 에미리트의 국력 대부분이 아부다비에서 나온다고 보면 되었다.

두바이는 예부터 해외 무역과 외국 자본으로 성장한 곳이라면.

아부다비는 오로지 엄~청난 양의 원유로 발전한 곳이었다.

‘Show me the money’ 치트키로 국가를 경영한다고 할까?

두바이가 아무리 대단해도 아부다비 왕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인 자본 중 절반 정도는 아부다비에서 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정치적으로도 격차가 확실하여. 아부다비 나흐얀 가문에서는 항상 아랍 에미리트 대통령이 나왔고 두바이 마크툼 가문에서는 총리나 부통령을 배출했다.

아랍 에미리트의 수도는 두바이가 아니라 ‘아부다비’였고 그래서 그곳에 대한민국의 ‘대사관’이 있다.

간단한 상식을 짚고 넘어가자면. 대사관이 > 총영사관보다 격이 높다.

대한민국으로 비교해 보자면 ‘아부다비는 서울’ ‘두바이는 부산’이라고 볼 수 있다.

헬기는 40분 만에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아부다비도 바닷가의 거대한 섬에 만들어진 도시.

두바이와 느낌은 비슷했지만, 덜 화려하고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대형 헬기는 바로 아부다비 대통령 궁으로 갔다.

와~ 엄청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디즈니 영화 ‘알라딘’에서 나오는 아랍풍의 궁전을 ‘현대적 디자인’하여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백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대통령 궁은 멀리서 보아도 웅장하고 엄청났다.

왕궁은 나의 마음을 위축시켰고 이럴 때 뒷배가 필요했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저 후견을 해주고 계신 만수르 왕자님께 연락하고 싶습니다.”

제2 보좌관 알수와디는 웃으면서 말했다.

“에드워드 씨는 만수르 왕자님께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두바이에서 아직 공식적인 어떠한 직위도 받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문서에 서명한 것이 아니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뭐, 그렇기는 하지만···.”

“에드워드 씨는 아랍 에미리트의 손님이고 우리 아부다비 궁은 손님을 정중히 대접하려고 합니다.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갑자기 큰 헬기에 납치당해서 엄청나게 큰 궁전으로 왔는데 안 무섭겠냐? 게다가 왜 만나는지 이유도 모르잖아.

갑자기 ‘네 이놈! 네 죄를 알렸다!!’ ‘저 역적에게 사약을 내려라!!’ 이러면 어떡해?

두바이 쪽으로 잠깐 시선을 주었다.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있는 여인들과 한국 음식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좀 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 ‘김수르’ 놀이를 하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다시 생각해도 아부다비 왕궁으로 오는 것은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정색하며 제2 보좌관 알수와디에게 말했다.

“그냥 두바이로 돌아갈 수 없습니까?”

보좌관은 더욱 정색하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늘에서 내린 ‘복’을 차는 미친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부다비 사람들의 소원은 폐하의 존안을 직접 뵙는 것입니다.”

“제가 폐하를 왜 알현합니까? 이유라도 알아야지요.”

“폐하께서 그렇게 하길 원하십니다.”

이 양반이 장난하나? 무슨 이유로 나를 만나려 하냐고?

“좀 운이라도 띄워주세요. 손님에 대한 ‘아부다비의 친절’이 필요합니다.”

“요즘 폐하께서는 아부다비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현사’들을 만나고 계십니다.”

아부다비의 미래를? 나랑? 얼마전까지 아부다비라는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만수르 왕자에게 원유도 받았고, 차도 받았는데, 아부다비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니까. 왠지 만수르 왕자를 배신 때리는 기분이네.”

태경이는 아부다비에 대해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더니 눈을 크게 떴다.

“개소리 하지마. 아부다비 국왕은 삼송회장을 이단 날아 차기로 날릴 수 있는 사람이야. 보자마자 바로 그랜절부터 해.”

“배신자 새끼.”

태경이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부다비 왕이 간첩질을 시켰냐? 아니면 만수르를 죽이라고 암살 명령을 내렸냐? 일단 왜 불렀는지 이야기부터 듣고 다음을 고민해. 아부다비고 두바이고 ‘같은’ 아랍 에미리트 국민이잖아. 너의 공을 치하해서 국왕이 상을 내리려고 불렀을 수도 있다.”

“너무 행복회로를 돌리는 것 아니냐?”

태경이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우리 황금신께서 황금빛 미래를 보여주셨다. 미련한 중생은 교주님 진언을 믿어라.”

“그래. 씨발 부딪쳐 보자.”

태경이 말이 맞다. 왜 불렀는지 이야기부터 듣고 다음을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국왕의 보좌관은 나의 셰이크 복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인상을 쓰며 겨우 입을 열었다.

“옷이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우리 왕궁에서는 중요한 손님에게 새로운 옷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내 옷이 어때서 인상을 써? 좀 웃기게 입었나?

앗!! 왼쪽 허리와 다리에 고추장 국물이 튀어 있었다.

아 윤태경! 아까 허겁지겁 떡볶이 먹을 때, 국물 튀었어! 이게 얼마짜린데!

기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랜딩!!”

우리 3명 다.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왕궁의 어느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하얀색 셰이크 복장만 한 1,000벌쯤 있는 방.

“폐하를 알현하니, 단정하고 고급스럽게 옷을 입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곳에는 남자 시종들이 6명이 있었는데, 우리 3명에게 각각 2명씩 붙어서 이곳의 하얀 셰이크 복장으로 갈아입혔다.

이것이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내 눈에는 그냥 똑같아 보이는데?

이때 국왕의 시종장이 들어오더니 말했다.

“에드워드 씨만 국왕 폐하를 뵈러 갈 것입니다. 폐하께 악수를 청하시면 안 됩니다. 머리 숙여 인사를 해야 합니다.”

동양권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악수를 청하지 않는다고요. 그 정도는 기본입니다.

저는 아부다비 왕에게 큰절도 할 수 있습니다.

태경이 한마디 했다.

“살아서 와라.”

나는 진지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랜절 하고 금괴로 세뱃돈 받아온다.”

경복이가 어깨를 잡으며 웃었다.

“친구도 2명 있다고 해.”

“씨발놈들아. 나 다녀온다.”

나는 살짝 떨리는 얼굴로 시종장을 따라 왕궁의 가장 높고 큰 건물로 들어갔다.

와! 엄청난 개방감.

이곳의 천장은 끝도 없이 높고, 각 천장 타일에는 아름다운 무늬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중앙의 계단으로 올라가니, 공식 행사를 하는 곳으로 보이는 거대한 방이 나왔다.

그곳에는 경호원과 근위대 병사가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상하게 경호원들은 다 동양인이네. 한국 사람인가?

문이 벌컥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배운 대로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국왕 폐하를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제 이름은 에드워드라 합니다.”

국왕은 근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드워드 공. 어서 오시오.”

에드워드 공이라 듣기 좋군. 왕족이 되어서 그런가?

이때 한국에서 보았던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한국 대통령 정동일이 왕과 함께 있었다.

“어서 와. 김 대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되니 상당히 반갑군.”

“대통령님?”

이 순간 눈앞에서 미션이 떴다.

<<황금인의 황금인맥을 확장하라.>>

<<아부다비 왕과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만족시켜라>>

<<골든보이가 양국의 정상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라>>

<<성공 시 : 황금 나침반을 충전합니다>>

왕과 대통령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뭐지?

뭐를 해야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씨발 그것이 뭐든지 간에 반드시 만족하게 해 주리라.

황금 나침반의 힘으로 두바이 사막을 흐르는 지하수를 찾아내면서 나는 왕족의 지위에 올랐다.

‘황금 나침반 충전’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아부다비 왕이 나를 바라보았다.

“에드워드 공.”

“네. 폐하.”

“두바이에서 보여준 능력을 잘 보았네. 뭔가 보고를 받고 매우 놀란 것은 오랜만이었어.”

나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저를 믿어준 ‘두바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 사람은 친구를 위해서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요.”

“친구라··· 아부다비도 그대의 친구가 될 수 있겠나?”

“초대가 조금 과격한 면이 있었지만, 남자끼리는 그렇게 만나기도 하지요.”

좀 멋지게 초대하면 안 되나요? 납치당한 줄 알았잖아요.

“초대가 거칠었던 것은 내가 자네를 빨리 보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기회요?”

“짐을 위해 일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

오호라. 일종의 스카우트 같은 것인가?

아부다비 왕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나는 두바이의 왕을 한 번도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붉은 눈 카와심의 보물을 보고 물욕이 생겼지. 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

뭘 가지고 싶은 것이 10년 만이라는 말인가? 무슨 삶을 살아야 가지고 싶은 것이 10년 만에 하나 생길까? 나는 10초마다 하나씩 생길 것 같은데.

“카와심 컬렉션을 발견한 것은 하늘의 도움이었습니다.”

“나는 하늘이 도움을 받는 골든보이를 곁에 두고 싶다.”

“제가 국왕 폐하를 위해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아부다비 왕실이 진정한 이 나라의 주인이다. 주인에 어울리는, 왕실의 보물을 찾아 주겠나?”

아 여기도 뭔가 ‘내셔널리즘’ 하면서 ‘정통성’이 넘치는 물건을 원하시는군요. 하지만 땅을 파면 무조건 나오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약속할 수 있겠나.

조금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미션에는 왕의 신임을 얻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럼 일단 강하게 지르고 보자.

“폐하를 위해서, 보물을 진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부다비 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끄덕이며 말했다.

“두바이에서 어떠한 대접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더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이 대사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짐은 관대하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 레오니다스 왕은 페르시아 황제의 관대한(?) 제안을 거부했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괜찮은 제안이면 바로 머리를 끄덕일 준비가 되어 있다.

“석유를 원한다고 들었다. 나는 그 이상을 줄 수 있지. 또한 투자상임 위원으로 초빙받았다고 했다. 나는 그 10배의 돈을 만질 수 있게 해주겠다. 나의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능가한다.”

라이벌끼리 붙여 놓으니 뭔가 ‘쭉쭉’ 나오는 기분이다.

“관대한 제안 감사드립니다.”

아부다비 왕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사막의 지하에서 물을 찾았다고?”

나는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늘의 계시를 받아 지하에 흐르는 수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부다비 왕은 두바이의 일에 ‘하늘’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싫어했다.

“이것은 하늘의 도움이 아니야. 자네의 능력이다.”

아부다비 왕이 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부다비 땅이 아랍 에미리트의 80%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두바이와 같이 200만이 안 되지. 이는 내륙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부다비, 두바이 모두 항구 도시로 모든 것이 수도에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부다비 내륙을 개발하기 위해서 ‘칼리파 시티 프로젝트’를 10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물 문제로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자네가 지하수를 찾으면서 두바이는 마크툼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하더군. 놀라운 일이야.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도 참으로 놀라운 일이고.”

두바이를 칭찬하고 싶은 멘트가 목구멍에서 간질간질했으나 아부다비 왕 앞에서 라이벌 쪽을 칭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기에 꾹 참았다.

아부다비를 칭찬해야 한다.

“아부다비는 힘이 축적된 나라입니다. 폐하께서 방향만 잡으면 질주하는 말처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부다비 왕은 은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지하수가 없겠나?”

우리 국왕 폐하께서 물을 원하신다고?

하하하. 얼마나 드릴까? 대신 우리 물은 좀 비싸.

내 품속에 있는 수류석 한 세트.

물 문제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여유로워지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골든보이는 항상 결과를 만들어 내지요. 아부다비 내륙에서도 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시원하게 대답할지 몰랐는지 왕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정말인가?”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정색했다.

“왕 앞에서 어찌 허언하겠습니까? 대한민국 대통령님도 함께 있는 자리지 않습니까?”

이미 수류석 테스트는 완료.

이곳의 석유도 한국으로 옮기고 있는데, 한국의 물을 이곳 아랍 에미리트로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 한강물을 팔자.

이름하여 ‘한강 봉이 김선달’ 프로젝트.

사막 한복판에서 한강물이 뿜어져 나오는 기적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멋지게.

나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골든보이가 폐하를 위해서 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부다비 왕은 웃었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저 새끼 어떻게 책임지려고 이렇게 큰소리치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통령님. 골든보이를 믿으세요.

당신도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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