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비.
아니. ‘비’라고 표현하기에는 엄청난 양이었다.
하늘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신을 찾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알라 후 아크바르!!!
소령을 포함한 모든 병사가 채굴 펌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석유가 나왔어도 이렇게 기뻐했을까?
두바이 사람들은 ‘물’에 대한 원초적 갈증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산유국’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처럼.
그 원초적 갈증이, 비를 맞아 흘러내리며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물의 양이 엄청났기 때문에 이제 냇물을 이루며 어디론가 흐르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를 흐르는 냇물은 신비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했다.
나는 귀를 땅에 붙였다.
지하에서 흐르는 엄청난 물소리.
분명 도도한 강물과 같이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반쯤 넋이 나가 있는 만수르 왕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래로 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입니다.”
왕자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을 입으로 마셨다. 다시 마셔도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
“사막에서 이렇게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니. 단 한 번도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네.”
“먼저 백성들이 목마르지 않아야 합니다.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만든 생수 가격의 1/10로 생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물로 식량 기지를 만들어 지금까지 수입했던 식량을 최대한 자급자족하고, 가격을 내려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수르 왕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물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야.”
두바이에서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오면 대부분 60~70년대 시골 마을이었다.
“이곳에 새로운 녹색 도시를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륙의 사막화를 막으며, 두바이 집중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이 있으면 제조업도 가능하다.”
“왕자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곳은 무엇이든 가능한 곳입니다.”
나는 만수르 왕자를 위한 최후의 한마디를 더했다.
“저는 이 도시의 이름을 ‘씨티 오브 만수르’로 지을 것입니다. 왕자님의 의지로 만들어질 도시지요.”
‘시티 오브 만수르.’
최근 내 입에서 나온 ‘립서비스’중에 단연 최고였다.
왕자님 마음에 드십니까?
이때 채굴 장치를 움직여 조금 더 깊숙이 파이프를 안쪽으로 넣자 물이 더 높게 뿜어져 올랐다.
이제 100m 밖까지 물방울이 날아갔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감정이 저 멀리 씻겨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왕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대도 나와 함께 할 것인가?”
나는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왕자님의 뜻이 그렇다면···.”
내가 뭐 달라고 한지 다 기억하시죠? 저 물줄기만큼 제 몸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추가 병력과 연구원들이 도착했고 탐사와 연구는 계속되었다. 이 아래쪽으로 40km가 넘는 지하수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지하수의 수원이 어딘지 연구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사하라 수원水原’처럼 어딘가에 엄청난 양의 물이 모여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1주일째 물은 쉬지도 않고 쏟아졌다. 그러자 주변에 푸른 새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만수르 왕자가 두바이의 석학들을 모아 새롭게 만들 ‘씨티 오브 만수르’를 기획했다.
스마트 팜 : 규격화된 농장에서 자동화 기계로 곡물을 생산.
팩토리 팜 : 30단 공장형 화분에서, 채소 및 과일 생산.
언택트 목장 : 최소의 사람으로 소, 양, 염소를 키움.
국민 생수 공장 : 현재의 1/10 가격으로 생수를 공급.
이것이 기본 계획.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씨티 오브 만수르의 컨셉은 ‘미래 도시’.
도로에 운전자가 한 명도 없는 자율주행 도로 시스템.
난방, 보안, 요리, 설거지, 청소, 통신을 AI가 해주는 첨단 주거 시스템.
태양열 에너지 자급자족 발전 시스템.
원격 진료 및 치료 시스템.
안구 인식 사회 서비스 시스템.
등등 앞으로 다가올 미래 세상을 만수르 시티에 실제 적용해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구상 하나만으로 수많은 IT 기업들이 만수르 시티에 연구소를 설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은 두바이가 지금보다 한 발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
“에드워드 님.”
막사에서 쉬고 있을 때 소령과 병사들이 들어왔다. 마치 왕족을 본 것처럼 경례하며 예를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왕자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여기로 지금? 추리닝 입고 있는데? 그래도 밖에 세워둘 수는 없다.
“아. 어서 모시세요.”
곧 만수르 왕자가 들어와 웃으면서 말했다.
“모든 친위대에게 그대를 보면 예의를 지키라 명령했네. 이제 자네는 두바이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이야.”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0만 명이 쓸 수 있는 물이 흐르고 있어. 백성들의 갈증을 해결한 위인에게, 두바이의 미래를 보여준 선지자에게 어찌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있겠나.”
“이것이 다, 왕자님이 저를 믿어준 덕분입니다.”
만수르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나 만수르는 골든보이를 믿는다.”
‘아부’는 기회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만수르 시티 기획서를 봤는데, 아주 대단하더군요. ‘선지자’라는 말은 왕자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수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씨티 오브 만수르가 아니라. 우리 가문의 이름을 따서 ‘씨티 오브 마크툼’이라고 지었네.”
생각해보면, 왕도 살아 있는데 왕자의 이름으로 도시를 만들 수 없었다.
“마크툼이라 이름이 멋지군요.”
만수르가 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왕께서 그대를 나라의 스승으로 삼고 왕족의 지위를 주기로 했네.”
“왕족이요?”
쓸데없는 감투는 필요 없는데.
“왕족의 특권은 천천히 알아가기로 하고, 일단 ‘두바이 펀드 상임 위원’으로 위촉하고 연봉은 ‘3,000만 달러’로 하겠네.”
3,000만 달러. 이제 LA 다저스 커쇼보다 연봉이 2배쯤 높다.
“엄청난 금액이군요.”
“이것으로 놀라기 일러. 폐하께서 자네의 뜻대로, 아바크D 유전에 있는 석유 채굴기 3대를 하사하셨네. 대략 하루 3,000배럴 정도 생산하는 것이야. 원유를 준다는 것은 폐하께서 자네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나라의 인재로 보고 있다는 것일세.”
하루에 3,000배럴 X 365일 X 1배럴 8만원은··· 876억
올해만 받는 것이 아니다. 영원히 내가 죽을 때까지 원유를 받는 것이었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바로 한국의 석유부자 ‘김수르’다.
두바이 오일 회사에서 10%의 관리비용을 제외하고 배당을 매월 받을 수 있다.
3,000배럴 X 365일 = 1,095,000(대략 백만 배럴)
유조선을 끌고 와서 100만 배럴의 원유를 현물로 가져가도 되었다. 100만 배럴이면 스에즈막스 급 유조선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분량이었다.
결과가 좋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잊으면 안 된다.
지금 해야 할 것은 바로 ‘만수르 프로젝트’의 마무리.
나는 ‘왕족’으로서 아바크D에 있는 석유 채굴기 3대를 눈으로 확인한다고 통보했다. 내가 내 것 보러 간다고 하니 이상한 것이 없었다.
이미 연락이 갔기 때문에 내가 헬기를 타고 아바크D 원유 채굴 기지에 도착하자, 기지 책임자가 나와 나를 환영했다. 하지만 동양인이 내리자 매우 놀라고 있었다.
그래도 만수르 왕자의 ‘스승’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예의를 다해 나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에드워드 님.”
읔- 냄새-
나와 경복이, 태경이 모두 숨을 못 쉬고 있었다. 원유 냄새가 너무도 강렬하여 바로 멀미가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독면. 방독면···.
나는 억지로 참으며, 책임자와 악수하고 바로 나의 채굴기 앞으로 갔다.
이곳에서 캠핑하다가 눈치를 봐서 넣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한 시간만 있으면 숨을 쉬지 못해서 죽을 것 같았다. 이제 눈도 아프고 목도 따끔거렸다.
당장 죽을 것 같으니, 머리가 미친 듯이 회전했다.
나는 거침없이 바로 수류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기지 책임자에게 수류석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을 영석靈石, 쏘울 스톤이라고 부릅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감정과 기운을 모아 놓은 것이지요. 이것을 가장 어두운 땅속 원유 안에 넣고 싶습니다.”
책임자는 수류석을 확인했으나, 그냥 돌멩이로 보였다.
게다가 본인에게 할당된 채굴기 아닌가? 돌멩이 하나 집어넣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악령을 땅속에 봉인하는 것인가요?”
“한국의 전통문화입니다. 새해면 덕담과 함께 서로에게 ‘엑소시즘’을 해주는 미풍양속이 있지요···”
갑자기 악령을 땅속에 봉인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문화가 되었다.
기지 책임자는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에 머리를 끄덕이며, 나에게 수류석을 돌려주고, 채굴기 앞으로 다가갔다.
장치 옆에는 석유의 점도와 함유량을 확인하는 구멍이 있는데, 그것을 기지 책임자가 열더니 말했다.
“이곳에 쏘울 스톤을 넣으세요. 영원히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나?
나는 수류석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땅속으로 깊게 박힌 파이프 안으로 집어넣었다. 안으로 한참을 들어가던 수류석이 원유에 닿았는지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위위위윙~
뭔가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기지 책임자는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 억지로 무표정한 얼굴로 만들었다. 그리고 애들에게 말했다.
“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해. 아니 가볍게 웃어.”
경복이와 태경이도 살짝 놀란 얼굴이었다가 억지로 웃는 얼굴로 바꿨다.
쿠아와와와와와와- 땅속에서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경복이가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러다가 터지는 것 아니야?”
“내 심장이 먼저 터질 것 같아.”
“쫄려서 내 방광도 터지려고 한다.”
다행히 수류석이 완전히 가라앉는지 이제 조용해졌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 마음속에 가득했던 악령이 좀 강렬했던 모양입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기지 대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저런 놈을 떨어트렸다니 ···다행입니다.”
나는 10만 달러를 손으로 쥐고 흔들었다. 그러자 개처럼 기지 대장이 다시 다가왔다.
나는 달러를 넘기면서 말했다.
“여기서 무슨 소리를 들었나요?”
기지 대장은 눈치가 빠른 사내였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내가 자주 올 수 없으니, 내 채굴기를 잘 관리해 주세요.”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원유가 고갈될까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원유가 풍부하게 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100년에서 200년 정도 채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나의 위성 전화가 울렸다.
바로 서 상무님의 전화였다.
-대표님!! 정말! 원유가 터졌습니다!!!
나는 서 상무의 흥분된 목소리에 활짝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하하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힘을 모아 석유를 줄 때가 있습니다.”
-채굴 장치가 움직이지도 않는데, 원유가 쏟아지고 있어서, 호주 기술자들이 너무 놀라고 있습니다.
“채굴 장치에서 나온 원유가 저장고로 들어가고 있나요?”
-조금 새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원유 저장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새는 부분도 지금 수리 중입니다.
“최대한 저장해 보세요. 기지의 최대 용량을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석유 판매에 관한 부분을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조직도 만들어 보고요.”
서 상무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늦어도 3개월 안에 마무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혹시, 원유가 넘쳐서 다른 곳으로 넘겨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두바이유 가격으로 IH 석유화학에 납품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룹 내 거래를 하겠습니다.
나는 아바크D 기지 타워에서 나의 채굴기를 한나절이나 지켜보았으나, 문제가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좋아. 이것으로 만수르 프로젝트도 마무리다.
나는 헬기를 타고 두바이 왕궁을 돌아왔다. 전과 다르게 관리인이나 병사들이 예의를 갖추고 인사를 했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라의 스승’이자 ‘왕족’으로 등록되어서 그럴까?
별궁으로 들어가다가 폰 아이리시 상임 위원을 만났는데, 그녀도 우아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에드워드 씨가 왕족이 될 것이라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저를 놀라게 만드는군요.”
나는 친근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는 만수르 왕자의 애인일 가능성이 크니 언행을 조심해야 했다.
“하하하 그냥 에드워드입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거대한 지하수를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씨티 오브 마크툼’이라는 두바이 왕가 이름이 붙여진 도시가 개발된다고 하더군요. 두바이의 미래가 그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만수르 왕자님이 만드는 두바이의 미래를 함께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리시가 웃으면서 말했다.
“두바이 펀드 상임 위원이 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왕자님께 가장 큰 신임을 얻고 있었는데. 이제 두렵군요.”
“저는 주식, 채권, 부동산 같은 것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이리시 위원님은 100년 뒤까지 신임을 얻고 있을 겁니다.”
“글쎄요. 금을 찾는 능력만 갖추고 있는 줄 알았는데, 국보급 보물을 발견하고, 사막에서 물을 찾고, 또한 두바이의 미래를 왕자님과 공유하니, 저는 에드워드 씨와 경쟁할 자신이 없네요.”
나는 가볍게 웃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물리적으로 경쟁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아이리시도 웃었다.
“다행이라고 말하면 안 되겠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리시. 상임 위원님.”
아이리시가 웃으면서 자기 반지를 뺐다.
“다음에 오실 때 깜짝 선물로 또 금을 숨길까요?”
나는 손목에 있는 롤렉스 시계를 보여주며 말했다.
“선물은 늘 환영하겠습니다.”
이때 만수르 왕자가 크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폐하께서 이렇게 좋아하시는 것은 처음 보았네. 에드워드.”
이제 아부가 자동으로 나온다.
“왕자님이 꿈꾸는 ‘두바이의 미래’를 폐하께서 만족하신 것 같습니다.”
“자산 버블이 조금씩 꺼지면서, 두바이가 가야 할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었어.”
나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새로운 꿈을 꾼다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지요.”
“나라의 스승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아쉬운 얼굴을 꾸미며 말했다.
“제가 두바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중요하지 않겠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좀 부담스러운 말이네요.”
“골든보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네라면 할 수 있다’. 이 말에 취해 나대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이 많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만수르 왕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하고 싶군.”
“만수르 님의 개인적인 선물이라···.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 중 한대를 선물로 주지.”
“슈퍼카 중 하나를 말입니까?”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최대한 대우하고 살아왔네. 에드워드 자네 같은 사람은 더욱 중요해.”
만수르 왕자는 세상의 모든 고급차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차를 받을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태경이가 버럭 화를 내며,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추천했다.
“뭘 골라. 바로 이거야! 이거 끌고 나가면, 막혀 있던 강남 시내가 홍해처럼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을걸?”
태블릿에 있는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와- 쎄끈하다.”
“네 면상으로도 ‘3초’면 여자를 태울 수 있다.”
“진짜?”
경복이가 태블릿을 빼앗으며 다른 차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가 고른 것은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
고급스러움과 최신 스타일을 잘 조화시킨 슈퍼카.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너의 품격이 1,000% 살아난다. 반바지에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내년도 SS 빈티지 패션으로 보일 수 있어.”
나는 동영상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멋지다. 미래 느낌이 좀 나는데?”
경복이도 넋 나간 얼굴로 말했다.
“그래. 이거 그냥 골라. 어차피 내가 운전할 거잖아.”
생각해보니, 석유부자 ‘김수르’의 차로 람보르기니보다는 롤스로이스가 뭔가 더 어울렸다.
만수르 전용기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내렸을 때, 대기해 있는 자동차로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가 더 어울렸다.
그리고 운전하는 사람이 원하는 차를 받아야겠지.
경복이의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생각난 김에 최고급 셰이크 복장을 맞췄다. 머리에 올리는 검은색 고무줄 같은 것도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고 비쌌다.
하지만 나는 ‘석유왕 김수르’다. 각자 최고급으로 2벌씩 맞췄다.
다음날 두바이에 있는 총영사관에서 ‘한국의 날’이라며 나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시티 오브 마크툼’ 프로젝트 회의 때문에 정신없어서 초청을 거부하려고 했는데. 한마디에 무너졌다.
‘김치 갈비찜’.
하나하나가 매력적인데. 두개를 합해 놓으니 거부할 수 없었다.
경복이가 한마디 했다.
“김치 갈비찜 거부하면, 내가 너를 죽이겠다.”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김치 갈비찜은 반칙이지.”
태경이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잡채, 동치미, 고추장 불고기도 있다.”
“와~ 동치미 먹은 지 백 년은 된 것 같아.”
“가자. 무조건 가자.”
내가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번에 산 셰이크 복장으로 가볼까?”
“샀으면 개시해야지. 총영사관 정도면 그 정도 복장이라도 적당하다.”
우리는 저녁이 되어 총영사관으로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를 몰고 갔다. 총영사관 총영사가 나와서 맞을 정도로 대접이 좋았다.
한국 사람이 두바이 왕의 스승이며, 왕족이 되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게다가 유전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 주인공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목을 쭉 빼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시티 오브 마크툼 선임 책임자’라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건설회사가 나와 연락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도 두바이 & 한국 여인들이 우리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경복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인들의 눈길을 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나는 낮게 웃었다.
“대화하면 싸겠는데?”
“이미 조금 지렸다.”
“미친 새끼.”
나는 음식을 보며 침을 삼켰다.
“나는 된장찌개부터···”
하지만 하얀색 셰이크 복장은 한식을 먹기 너무도 불편했다.
“아 괜히 이 옷 입자고 해서 귀찮네. 국물이 튀면 어쩌지?”
“국물 튄 옷으로 여자 꼬실 자신 있으면, 김치찌개까지 먹어라.”
“아 씨발. 당장 벗자.”
이때 멀리서 거대한 헬기가 날아왔다.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대사관에 거대한 헬기가 내렸다. 아랍 에미리트 대통령이라는 영어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왕실 친위대 병사들이 내렸다.
“에드워드 님. 왕궁으로 모시겠습니다.”
장교로 보이는 사내가 정중하게 물었다.
“방금 왕궁에서 왔는데요?”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거의 납치 당하듯 헬기에 올라탔다. 경복이와 태경이도 세트로 같이 헬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멀어지는 총영사관을 보면서 태경이가 외쳤다.
“아! 씨발 내 떡볶이~~”
“냉이 된장국!!!”
“김장 김치 보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