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94화 (94/188)

94화

치누크 헬기가 엄청난 모래를 뿜어내며 착륙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미세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헬기가 엔진을 끄고 프로펠러의 출력이 약해졌다.

“램프 개방!”

헬기의 뒷문이 열리고 우리는 천천히 내렸다.

사람이 먼저 내리고, 장비들이 한둘씩 지상에 내려지고 있었다.

나는 대지에 다리를 박고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수평선 너머까지 쭉 바라보았다.

아 뒷모습이 늠름하다.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경복이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사방에 황금이 가득하냐? 황금밭 퍼레이드야?”

하지만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 씨발, 좆됐다. 아무것도 안 보여.”

경복이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

“뭐라고? 안 보여? 그럼 금 말고 청동은? 구리는?”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해도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았다.

“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깨끗해. 아니 깜깜해.”

당황하여 마음이 크게 흔들리려고 할 때, 태경이가 해맑은 얼굴로 다가왔다.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왜 이렇게 표정이 좋아? 나는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태경이는 우리 말을 다 들었다.

“호주에서 생존 벙커를 빛으로 찾지 않았다. 우연히 커피를 쏟아서 찾았지. 그러니까 여기도 그런 식으로 발견하게 되어 있다.”

뭐. 그렇기야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태경이의 말에 논리적인 개연성이 없었다.

그래도 그놈의 말을 믿고 싶은 절실한 마음.

“그··· 그렇겠지? 잘 되겠지?”

“여기 무조건 있어! 걱정하지 마.”

황금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이제 찬란했던 황금빛은 사라졌고 다시 평범한 나침반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침반 황금빛이 꺼졌다. 여기 있는 것이 확실하다.”

태경이는 더욱 확신하며 말했다.

“황금 나침반은 강남 노점상의 귀걸이 하나까지 찾은 물건이야. 무조건 여기 있어. 황금신을 의심하지 말지어다.”

너의 자신감은 좋은데···.

답답한 나는 거꾸로 태경이에게 물었다.

“그래서 보물이 어디 있는데?”

“여기에.”

“그러니까 여기 어디에 있냐고.”

“그건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씨발. 때릴까?

경복이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야! 야! 다들 우리 본다. 당황한 표정 하지마. 다 ‘골든보이’ 네 얼굴만 보고 있어. 뭔가 아는 척해.”

“진짜?”

나는 여유 있는 얼굴로 꾸미며 뭔가를 바라보는 척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면서 말했으나, 눈 모양은 어두웠다.

“아- 씨발 답답하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하지?”

경복이가 소령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

“야. 소령 온다. 뭐라고 말할래?”

“이 산이 아닌 게 벼?”

“···뒤질래?”

이때 소령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무엇을 먼저 할까요? 에드워드 님.”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며, 입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깃발을 올리시오. 소령. 우리가 왔다는 것을 이곳의 혼령들에게 알려야겠소.”

뭐라고 하는 거야? 혼령에게 고해? 우리가 ‘고스트버스터즈’냐?

소령은 나에게 거수경례했다.

“알겠습니다. 깃발을 올리고, 베이스캠프부터 만들겠습니다.”

병사들이 가장 먼저 아랍 에미리트 깃발과 두바이 왕가 깃발을 올렸다.

경복이가 잠깐 망설이다가, 가방에 있던 태극기를 소령에게 넘겼다. 그래서 사막 한가운데에 아랍 에미리트 국기, 두바이 왕가 깃발, 태극기가 차례대로 펄럭이고 있었다.

한국에서 봤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사막 한가운데서 태극기를 보니 어깨가 무거워지며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자 파이팅! 샅샅이 뒤져보자.

병사들이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있는 동안.

호주처럼 벙커 같은 것을 발견할 것이라는 기대하며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바닥을 보며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커피를 흘렸던 것 같이 자주 바닥에 생수를 뿌리고 발로 바닥을 비볐다.

누가 보면 떨어트린 지갑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사람들 같았다.

2시간 가까이 주변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도 없어도 되는 건가? 중간 중간에 이상한 곳이 있으면 삽으로 땅을 파보았지만 먼지만 나올 뿐이었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있는 것 맞아?”

태경이가 소령과 함께 군용 지프를 몰고 이쪽으로 왔다.

“아무래도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야 할 것 같다.”

“경복이는 병사들하고 주변을 계속 찾기로 했어.”

“좋아. 찢어지자.”

경복이는 남아서 병사들과 함께 기지 주변을 확인하기로 했고. 나와 태경이 소령은 자동차를 타고 주변을 살폈다.

이때 나의 눈에 언덕 위 미세한 황금빛이 보였다.

“저기!! 저기 황금빛이야.”

태경이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있다고 했잖아.”

나는 소령에게 방향을 가리키고 낮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 올라가, 바위 깨는 장비로 금을 캤다. 그리고 30분을 고생하여 황금빛을 확인했다.

대실망.

그저 자연금이 있었다. 35%짜리 금조각.

나는 금돌을 소령의 손에 올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기념품으로 가지세요.”

소령은 미세한 금조각들이 박혀 있는 주먹만 한 돌을 보며 아주 좋아했다. 그렇게 좋아할 정도로 비싼 것은 아닌데···.

소령의 어머니가 인도사람이라고 했는데 그 피를 받아서 그럴까? 너무도 좋아했다.

인도사람이 세상에서 금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유목민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금으로 바꿔서 몸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퍼졌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금목걸이하고 다니면 ‘일수쟁이냐?’ ‘아재 냄새나.’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우리는 한동안 주변을 돌며 확인하다가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베이스캠프에서는 금속 탐지기 9대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살짝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경복이가 머리를 흔들었다.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

경복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머리 숙이지 마! 거만한 얼굴. 다 아는 얼굴. 세상의 삼라만상을 다 깨달은 얼굴을 해!”

순간 나는 어깨를 펴며 눈을 크게 떴으나, 금방 힘이 빠졌다.

“야. 좀 쉬자.”

나는 우리 몫으로 주어진 신형텐트에 들어왔다. 10명은 충분히 자고도 남을 정도의 텐트에는 간단한 냉방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메이커를 확인했더니 USA. 미군의 신형텐트였다. 역시 군용은 미제.

몸을 던지듯 침대에 누워서 고민에 잠겼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존나 큰소리 쳐 놨는데···.

이때 태경이가 어디선가 하얀색 천을 두른 아랍 복장을 하고 근엄한 얼굴로 나타났다. 만수르가 입었던 옷과 비슷하다.

“황금신교의 황금신이 너희를 내려 보고 있나니···. 어린 중생이 고뇌에 빠져 있구나.”

나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뭐야? 그 옷은 어디서 났어?”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며 화를 냈다.

“황금신교의 교주다. 교주님이라 불러라. 이 어리석은 중생아.”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 예~ 교주님. 귀찮게 하지 마시고 저쪽으로 꺼지세요.”

태경이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 교주님께 무엇이든 물어봐라. 뭐든지 대답해 주겠다.

나는 피식 웃었다.

“아무거나 물어봐도 됩니까?”

태경이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다음 주 로또 번호 빼고 다 물어봐. 그런데··· 신도의 군기가 빠져서, 교주 앞에서 누워있고 말이야. 안 일어나?”

“아. 예~”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금신교 교주님. 제가 이곳에서 하늘의 뜻을 받겠습니까?”

태경이는 정색하고 말했다.

“황금신께서는 너에게 모든 것을 주셨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작은 힌트라도 주면 안 됩니까”

“황금신께서는 네가 깨달아야 할 때,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지어다.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나는 인상까지 쓰며 말했다.

“교주님. 한국 사람은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점점 답답해지고 있습니다.”

태경이는 양팔을 벌리고 관대한 표정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금을 탐하는 자에게, 황금이 보이지 않으니, 눈을 감고 아무것도 없었던 태초의 자연을 생각해라. 감았던 눈이 떠지고, 내가 너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보일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세상을 봐라.”

뭐라는 거야?

“교주님 무슨 말씀인지,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나의 질문에 태경이의 뇌가 과부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황금신을 온전히 믿으라는 말이다.”

“작은 단서라도 하나만 알려주세요.”

태경이는 표정을 지우더니 로봇처럼 말했다.

“황금신의 무료 전언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 이상은 들으시려면, 10초당 5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합니다. 듣기 싫으면 1번. 더 듣고 싶으면 팔만대장경의 마지막 줄을 말씀하세요.”

나는 화를 버럭 냈다.

“야이 씨발놈아!!!”

태경이가 살짝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아쉽다. 팔만대장경 마지막 줄만 말했으면,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이때 경복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다.

“없어. 없어. 동전도. 콜라 뚜껑도 없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야. 시간 많아. 식량이랑 술이랑 1주일 치 이상 가지고 왔다.”

나는 답답한 듯 경복이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세속의 때가 묻어서 그래. 황금신을 위에 금식 기도를 할까?”

“황금신이면 세속의 끝판왕 아니냐? 그런데 금식 기도를 좋아해?”

태경이가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생각하다가 웃었다.

“세속의 끝판왕이면, ‘폭식 기도’를 해야 하나? 아니면 술 마시면서 담배 피우고 도박하면서 여자랑 놀까? 이곳에서 여자 빼고 다 가능하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술 한잔 적셔야지.”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럽다. 이럴 때는 강력한 진정제가 필요했다.

경복이가 숨겨둔 조니워커를 꺼내 들며 말했다.

“오늘은 술 한잔하고 푹 자자. 맑은 정신으로 내일 아침 일어나면 뭔가 보일 수도 있어.”

우리 짐으로 할당된 박스에는 조니워커 그린이 20병이나 있었다.

“병사들에게 좀 나눠줄까?”

경복이가 인상 쓰며 말했다.

“우리야 외국인이니까 먹지. 이슬람은 금주하는 곳이야.”

두바이는 술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군인은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생각해보니. 작전 나왔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군인도 아니고, ‘약’으로 먹는 것이니 좀 마시자.

우리 딱 한 병만 언더락으로 나눠 마셨다.

저녁때 매운 라면에 김치와 소시지 그리고 통조림 콩을 넣은 찌개를 완성했다.

김치찌개와 부대찌개의 중간쯤 가는 맛.

술기운이 도는데, 배까지 부르고, 사방이 깜깜하니 잠이 쏟아졌다.

딥슬립. 순간 6시간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잠시 망설이다가 애들 코 고는 소리를 뒤로하며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왔더니 우리 텐트에 두꺼운 천막이 올려져 있었다. 밤에는 춥고 낮에는 엄청 더우므로 병사들이 설치해준 것이었다.

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가득했다. 몇 시지? 확인하니, 새벽 3시.

아직 아침이 올 때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마을에서 산 양들은 구석에 모여서 잠을 자고 있었다.

소령이 병사들을 확인하고 순찰을 하다가 나와 만났다.

“에드워드 님. 양은 내일 잡아서 병사들 저녁상에 올려놓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어디 가십니까? 원하시면 차량과 병력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병사들을 쉬게 하세요.”

밤에는 멀리 있는 빛까지 볼 수 있었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주변을 걸었더니 다시 피곤해졌다.

신형텐트로 돌아와서 생수로 가볍게 몸을 닦고 간의 침대에 누웠다. 조금은 기대하고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기에 가슴이 조금 답답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잘 수 있을까?

하지만 꼭 잠을 못 잘 것처럼 고민하다가, 나도 모르게 금방 잠이 들었다.

이때 귀걸이를 한 귀가 아파왔다. 얕은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뭔가 악몽을 꿀 것이라 느끼고 있었다.

꿈속으로 들어갔다.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엄청난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수백 마리의 긴 털 매머드가 풀을 뜯고 있었다. 강의 수량은 풍부했고 풀은 무성하였으며, 주변의 높은 나무 위에는 열매까지 보였다.

태어난 지 2달쯤 된 새끼 매머드가 물장난치면서 물가에서 놀고 있었다.

이 어린 매머드를 노려보고 있는 매서운 눈이 있었다. 그리고 낮게 으르렁거리다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송곳니의 샤벨타이거가 새끼 매머드의 목덜미를 물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새끼 매머드는 숨을 쉬지 못해서 버둥거리다가 엄청난 피를 뿜어내며 죽어갔다.

샤벨타이거는 승리의 포효를 뿜어냈고 매머드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새끼 매머드에서 나오는 핏물이 강물에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때 이곳의 우두머리인 거대한 어미 매머드가 나타났다. 모성애가 강한 매머드는 눈이 뒤집혀서 샤벨타이거에게 달려들었다.

샤벨타이거는 보통 맘모스가 공격하면 도망쳤지만, 3일을 굶었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덤볐다.

둘은 새끼 매머드 사체를 두고 미친 듯이 싸웠다.

!!!!

이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홍수였다.

엄청난 물이 상류에서 통나무와 바위를 휘몰아 이쪽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바위와 통나무가 어미 매머드의 머리를 강타했다.

퍽!!!

어미 매머드도 기절하며 피를 흘렸고, 엄청난 홍수에 휩쓸려 하류로 쓸려 내려갔다. 거대한 매머드도 홍수 앞에서는 조약돌과 같았다.

매머드와 달리 몸이 날쌘 샤벨타이거는 달랐다.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가 바위로 뛰어 내려 홍수에 휩쓸리는 것은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샤벨타이거는 홍수를 피해 계속해서 산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피. 피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목에서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매머드의 상아가 목을 깊숙이 찔렸기 때문이었다.

샤벨타이거는 이곳의 주인답게, 언덕 위로 올라가 왕국을 내려다보았다. 사방이 물속에 잠겼다. 하지만 피가 빠지며 눈빛이 흐려지고 숨을 몰아쉬었다. 눈이 떠지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은 더 빨리 다가왔다. 산 위의 토사가 흘러와 샤벨타이거를 덮쳤다.

사방에서 홍수의 엄청난 물소리만 가득했다. 그리고 숨이 끊겼다.

나는 잠에서 화들짝 깨서 일어났다. 꿈의 영상이 너무도 생생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매머드의 상아에 목을 찔린 느낌. 하지만 상처는 없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텐트 밖으로 나왔을 때. 함유량이 낮은 금조각이 나왔던 언덕이 눈에 딱 들어왔다.

그 언덕은 샤벨타이거가 피를 흘리며 올라갔던 그 길과 같았다.

천천히 언덕 위로 올라갔고, 샤벨타이거가 죽은 그곳까지 왔다. 수풀이 가득했던 그곳은 이제 모래 먼지가 휘날리는 바위 언덕이 되어 있었다.

나의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등에 담아온 망치와 정 그리고 삽과 날카로운 곡괭이를 가지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무념무상으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곧 굳은 진흙층이 나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망치와 정으로 조금씩 굳은 진흙을 깨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화석을 발견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샤벨타이거 엄청난 어금니였다.

“혼자서 뭐 하고 있어?”

나의 망치 소리를 듣고 경복이와 태경이 그리고 소령과 병사들이 이쪽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내가 발견한 샤벨타이거의 화석을 확인했다.

샤벨타이거는 진흙 속에서 공기가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어 일부의 뼈와 털까지도 남아 있었다.

소령은 이 사실을 듣자마자 왕자에게 보고하여 화석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고고학 발굴팀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만수르 왕자는 이런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아니니. 이제 두바이를 상징하는 동물은 샤벨타이거가 될 것이다.

실제로 3년 후에 두바이 박물관에 3m의 샤벨타이거의 화석을 전시했다. ‘킹샤벨’이라 부르는 놈이다.

또한 엄청난 크기의 매머드도 배치되었다. 사람들은 ‘자이언트 매머드’라 불렀는데, 발굴된 장소 근처에서 크고 작은 매머드 화석이 다수 발견되었다.

만수르의 미술관은 자연사 박물관과 역사 전시장까지 같이 있는 아랍 에미리트 최대 종합 전시장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발견에 넋이 나가 있을 때, 나는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은 분명 숲이었고 수량이 풍부했던 강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강을 향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강이 있었던 곳에 우뚝 섰다.

태경이가 따라와 물었다.

“왜 그래? 여기도 화석이 있어? 이제 화석도 보여?”

나는 귀걸이를 한 귀가 살짝 아팠다. 뭔가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기 강이 있었어.”

바닥에 엎드려 귀를 땅에 댔다. 당연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태경이도 같이 엎드려 땅에 귀를 댔지만 역시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왜? 무슨 소리가 들려?”

나는 손가락을 입에 붙였다.

“쉿!”

나는 눈을 감고 귀걸이가 있는 귀에 집중했다. 그러자 아주 작지만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집중할수록 물소리는 점점 커졌다.

누가 일부러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막족 꼬마가 오아시스를 찾는 모프레 나뭇가지가 땅에 박혀 서 있었다.

사실 경복이가 그냥 어젯밤에 세워 놓은 것이었으나 나의 눈에는 나뭇가지가 물 향해서 거꾸로 선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소령에게 무전으로 명령했다.

“소령!!! 전 병력을 제가 있는 곳으로 모으세요.”

소령의 나의 급박한 목소리에 급하게 내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여기에 당장 석유 채굴기를 설치합니다.”

소령은 놀라며 되물었다.

“여기에 원유가 있습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붉은 페인트로 땅에 X를 표시했다. 그러자 소령은 치누크 헬기에서 대형 관정기를 꺼내 표시된 부분에 세웠다.

그리고 최신형 다이아몬드 드릴을 장착했다. 모터를 돌려서 전기를 공급하자, 드릴은 빠르게 돌며 거침없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진흙으로 되어 있어서 바로바로 파이프를 새로 끼워 넣을 만큼 쑥쑥 들어갔다.

이때 갑자기 암석 지대가 나왔는지,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하던 소령은 치누크 헬기의 모터와 직접 연결했다.

너무 강력한 전기라 모터가 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프로펠러가 빠르게 회전하고, 헬기가 주는 전기의 힘으로 대형 관정기 모터가 굉음을 내며 힘차게 돌아갔다.

와작와작- 바위를 부수는 소리가 났다.

순간.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드릴을 타고 땅속에서 뭔가 솟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경이와 경복이는 몸을 낮추며 불안한 눈빛을 사방에 뿌렸다.

“뭐야? 뭐야? 지진이야?”

푸화홧!!! 엄청난 물이 뿜어져 올라왔다.

물줄기가 하늘 높게 뿜어져 올라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물이다!!!”

병사들은 물을 맞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싱잉 인 더 레인~ 싱잉 인 더 레인~’ 다음 가사는··· 천천히 알아보자.

소령이 부릅뜬 눈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에드워드 님. 물입니다! 물!!!”

이때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만수르는 샤벨타이거의 화석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출발했는데,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물이! 물이 하늘 높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맑은 물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묶여 있던 양들이 물을 다급하게 마시고 있었다.

만수르 왕자도 물을 맞으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입 사이로 물이 들어왔으나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에드워드!!!”

사막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왕자가 나에게 달려왔다. 나의 손을 잡았지만,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 잘하는 양반이 말이 막힐 때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마디를 던졌다.

알라 후 아크바르!!! (알라는 위대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아! 아랍 테러리스트가 외치던 말이었다. 저 말을 외친 후 꼭 폭탄을 터트렸다.

알라 후 아크바르!!!

알라 후 아크바르!!!

왕자가 외치자 병사들도 다들 손과 총을 하늘로 높게 들며 같이 알라는 위대하다 외쳤다.

왜 알라가 위대해?

내가 위대하지.

나는 왕자에게 걸어가 한마디 던졌다.

“이것이 제가 말씀드린 두바이의 과거와 미래입니다.”

지하수가 터지자 나름 잘 어울리는 말이 되었다.

“두바이의 미래는 이곳에서 시작될 겁니다.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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