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92화 (92/188)

92화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잡을 수 없었던 것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이 ‘인생’이다.

칼림E 지구로 가는 길.

골든보이가 갑작스럽게 ‘보물’을 발견했다.

이번에 발굴된 ‘보물’들은 개국 역사가 짧은 아랍 에미리트의 제일 국보라 평가해도 과함이 없었다.

카와심의 보물이 나왔다는 보고를 듣고 만수르 왕자는 무장헬기까지 현장으로 보낼 정도였다.

붉은 눈 카와심의 유해가 조심스럽게 수습되었고, 그의 루비 눈알은 소령이 보물처럼 따로 챙겼다.

황금 코끼리, 영국 금화, 인도 금화 등등도 조심스럽게 상자 안에 넣어 챙겼다.

2시간쯤 지났을 때. 비행기 기관포를 맞은 지프와 소련제 모신나강 소총, 그리고 카와심 동료의 유해까지 완벽하게 수습되었다.

소령은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라는 명령을 따르기 위해 포크레인까지 버리고 출발했다.

영웅의 유해를 모신 치누크 헬기 앞뒤를 아파치 헬기가 호위했다.

“왕궁 착륙장까지 앞으로 5분!”

전속력으로 달렸기에 겨우 30분 만에 치누크 헬기가 왕궁 헬기 착륙장에 내렸다.

왕실 친위대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헬기 안에 있는 자동차와 각종 보물을 챙겨서 만수르 왕자가 있다는 왕궁 로비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우우우우왕왕~

왕자는 외부에 있다가, 부가티 시론을 전력으로 몰고 왕궁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자동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눈을 크게 뜨고 나에게 물었다.

“붉은 눈 카와심의 유해를 찾았다고?”

나는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예. 왕자님. 그분의 마지막을 확인했습니다.”

왕실 친위대가 이번에 찾은 유물을 바닥에 쫙 배열했다.

첫 번째로 붉은눈 카와심 해골이 놓였다. 그리고 카와심의 루비 눈알이 왕자의 손에 올라갔다.

“이것은 카와심의 붉은 눈인가?”

나도 카와심의 루비 눈알을 보면서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가족을 잃은 아픔, 동지의 배신, 독립의 의지, 복수의 광기, 이 모든 것을 가진 눈입니다.”

만수르 왕자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두바이의 슬픈 역사를 품은 영웅이지.”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불굴의 의지만은 높게 칭송할 수 있는 분입니다.”

“두바이의 뜨거운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에 강제 병합을 당한 적이 있고 끝없는 독립투쟁을 한 역사가 있어서 공감 가는 영웅입니다. 한국에도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열사같이 온몸을 불사른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카와심의 유해를 보았을 때 마음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카와심보다 우리 선열 독립운동가들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 것은,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수르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졌다.

“민간인 여객선 폭파 사건 같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영웅이 필요해.”

“세상에 완벽한 영웅은 없지요.”

만수르는 붉은눈 카와심의 루비 눈알을 손으로 만지며 살폈다.

“외국인인 자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 정도면 이것은 ‘진정한 보물’이겠지?”

“그렇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왕자님께서 말씀하신 ‘내셔널리즘’을 뿜어내는 보물입니다. 나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국보’이지요.”

만수르 왕자는 나의 말에 순순히 동의했다.

“내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어.”

나는 소련제 모신나강을 들었다.

“루비 눈알과 이 소련제 소총이 아랍 에미리트 독립의 아이콘입니다. 카와심의 동상에 루비 눈알을 박아 크게 세우고, 그가 썼던 소련제 모나신강 소총을 독립투쟁의 상징으로 전시하세요.”

만수르는 자기 생각을 더했다.

“그에 대한 전기와 영화도 만들어야겠군. 지금까지 없었던 생가를 복원하는 것도 좋겠다.”

나는 부서진 자동차를 만지며 말했다.

“영국 전투기의 총탄을 맞아 부서진 자동차도 전시하여 영국의 압제에 대해서 눈으로 보여주고, 영국 금화도 전시하여 카와심이 로빈후드 같은 이미지로 보이게 하세요. 할리우드 스타일은 일반 백성들의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영국 금화를 훔쳐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고 말인가?”

나는 살짝 웃었다.

“사막 부족에게 사례했을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자네의 상상력은 참으로 놀랍군.”

“게다가 소품도 좋은 것이 많습니다. 영국군 군함을 폭파하고 영국군 장군을 죽여서 그의 칼을 노획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악바르 대제 황금 코끼리와 인도 금화를 챙겼다면 두바이판 로빈후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투자할 가치가 있겠어.”

“영국군에 대항하는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로빈후드 같은 영국 영웅의 이야기를 가져다 쓰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합니다만 필요하면 써야지요.”

만수르 왕자가 영국군 맥 피셔 장군의 예식용 검을 집어 들었다.

“이것은 영국 정부가 돌려 달라고 할 수 있겠군.”

나는 확신을 하며 말했다.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대영제국 박물관의 모든 물건을 각 나라로 돌려보내 줘야 할 테니까요.”

만수르 왕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영국만큼 약탈을 많이 한 나라가 없지.”

“‘신사의 나라’라고 말하는 것이 웃길 정도지요.”

만수르는 만족스럽게 머리를 끄덕이고 유물을 쭉 둘러보았다.

“이 미술관에 미술품을 채우고 또 채워도 허전함이 가시지 않았는데, 카와심의 유물로 부족한 어딘가가 채워지는 느낌이야. 미술관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 정말 고맙군. 에드워드. 이 공은 잊지 않겠어.”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왕자님은 공을 세운 사람에게 누구보다 넉넉한 보상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만수르는 시원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나의 어깨를 잡았다.

“왕자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기대해도 좋다.”

“감사합니다. 왕자님.”

만수르 왕자가 머리를 살짝 숙여 보였다.

“아랍 에미리트와 두바이의 이름으로 나 왕자 만수르가 에드워드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나도 머리를 깊게 숙였다.

“만수르 왕자님과 국민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이 미술관, 이제 역사관이라고 해야겠지. 두바이 최고의 장소로 만들겠다.”

“최선을 다해서 왕자님을 돕겠습니다.”

만수르 왕자는 갑자기 입맛을 다시며 나를 욕심 나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아직 아무런 계약을 하지 않았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수르 왕자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지난번 천만 달러를 잊어주게. 내 생각이 짧았어. 하지만 지금은 몸값을 어디까지 올려야 할지 고민될 정도야.”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LA 다저스의 커쇼만큼 받을까요?”

만수르가 정색하고 말했다.

“그 정도면 되겠나? 당장 계약할까?”

“하하하. 농담입니다. 저의 능력과 가능성 그리고 오늘의 공을 종합적으로 생각하여 주십시오. 저와 같은 인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습니다.”

두바이의 왕이 만수르를 찾았다.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보물 때문인가?”

“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알았네. 지금 가지.”

왕실 친위대가 보물을 정리하여 왕의 방으로 이동했다.

두바이 왕 또한 크게 기뻐했다.

나는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왕과 왕자의 제안으로 ‘왕족 대우 별궁 초대’를 받았다. 왕실 손님으로 왕궁에서 머물게 된 것이었다. 잘 몰랐으나 나에게 붙여준 만수르의 시종이 말했다.

“최근 5년간 왕족을 제외하고 별궁 초대를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참으로 영광된 일입니다.”

손님 방은 참으로 화려하긴 화려했다. 금속은 다 금으로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와 경복이, 태경이는 시종을 따라 왕궁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곳의 정원은 뜨거운 두바이답지 않게, 싱그럽고 상쾌했다.

이때 폰 아이리시가 상큼한 미소와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오. 에드워드 씨. 여기서 뵙는군요.”

이 여인도 별궁 초대를 받은 것인가? 아니면 정말 만수르 왕자의 애인인가?

“아이리시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에드워드 씨. 엄청난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왕자님께서 그렇게 흥분하는 것은 처음 보았어요.”

너무도 완벽한 미인이었지만, 나의 속을 보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하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골든보이 채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는데. 이미 발굴한 보물이 많더군요. 처음에는 ‘트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많은 금과 보물을 트릭으로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당신의 능력이 믿어지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두바이의 영웅을 찾은 것을 보고 당신을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꿀 바른 혀를 놀리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니 나도 일단 상대의 얼굴에 금칠하기 시작했다. 돈도 들지 않으니 넉넉하게 하자.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아이리시 상임 위원님의 자본 증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주식과 선물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였고 위원회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리시도 가볍게 웃더니 나의 말투를 따라 했다.

“호호호. 운이 좋았습니다.”

갑자기 아이리시가 나에게 가까이 확 다가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적을 많이 죽인 사람 보다, 전리품을 많이 받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왕자께서 어떤 상을 주신다고 하시나요?”

나에게 알고 싶은 것이 이것이구나. 나는 웃으면서 아이리시를 바라보았다.

“왕자님이 알아보라 하시나요?”

아이리시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왕자님이 골든보이를 곁에 두고 싶어 하니,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아 두는 것도 큰 공이 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왕자님께 내가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기회다.

“한국 사람들에게 돈 많은 사람을 상징하는 인물은 ‘만수르’ 왕자입니다. 석유를 가진 부국의 왕족이지요. 저도 석유가 가지고 싶습니다. 엄청난 양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 주려고 하는 연봉만큼의 원유를 받고 싶습니다.”

아이리시는 나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현물로 받고 싶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매우 번거로울 텐데요.”

그 순간 아이리시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석유값의 폭등을 예상합니까?”

“네?”

“원유 값이 오를 특별한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골든보이의 예언인가요?”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제가 석유값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냥 유전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부자 타이틀을 가지고 싶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폰 아이리시는 이해가 안 가는 얼굴이었지만 머리를 끄덕였다. 사람마다 꿈꾸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부자가 농장이나 목장을 소유하듯, 유전을 소유한다는 말이군요.”

“만수르 왕자님께 유전을 받은 젊은 사업가라고 하면 한국에서 크게 인지도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왕자님께 전해드리지요.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어려울까요?”

“외국인 개인에게 유전 소유권을 넘긴 일이 없습니다. 미국 정부 정도 되어야 지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유전을 소유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오전에 간단하게 왕궁 투어를 끝내고 점심을 먹었다.

오리지날 아랍 에미리트식 궁중 식사는··· 노코멘트 하겠다.

뭐든 잘 먹는 경복이가 ‘한 달 전에 먹다 남긴 짬뽕 국물이 생각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뭐랄까? 외국인 손님에게 전라도 정식을 대접한다며 산낙지와 삭힌 홍어를 내놓은 것 같았다. 거의 먹지도 않았지만, 아랍 특유의 강렬한 향신료가 아직도 입에서 맴돌고 있었다.

호텔에 있으면 마트를 가거나 음식점이라도 갈 수 있는데, 왕궁은 나가려면 허락이 있어야 했다. 마치 아름답고 호화로운 아라비아풍 감옥에 있는 느낌?

하지만 돈이면, 다 통하는 법.

만수르가 붙인 시종에게 1,000달러를 주고 한국 음식점에 가서 ‘김치와 라면’ 및 기타 한국 음식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시종은 흔쾌하게 끄덕였고 바로 물건을 사서 왔다.

젠장. 라면은 딱 3개.

김치는 일본 기무치. 한국 기준으로 심심하다.

고추장 한 박스. 된장 한 박스. 씨발 이것을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빵에다 발라 먹으라고?

말도 안 되는 한글을 붙여 놓은 중국과 베트남 과자.

겉에 ‘딴과자 맛이쫘요’라고 쓰여 있었다.

만수르의 시종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너 졸업장 가지고 와봐. 수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고추장, 된장 한 박스 너무 하지 않냐? 면도 없는데, 스파게티 소스만 박스째 사 왔다고 생각해 봐라.

하지만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

가스버너를 어떻게 구해서, 매운 라면 3봉지를 넣고 끓였다.

그리고 그곳에 길쭉한 베트남 안남미를 넣었다. 물은 많이 부었기 때문에 된장과 고추장을 좀 넣었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었다.

‘된장 라면 죽’은 두바이에 와서 먹은 음식 중 최고로 맛.

태경이가 한마디 했다.

“자존심 상한다. 왕궁에서 베트남 쌀을 넣은 라면 죽에 이렇게 감동하다니.”

경복이가 수저로 그릇에 왕창 담으며 말했다.

“먹기 싫으면 먹지마.”

“야! 그만 가져가. 다 가지고 가냐?”

“너도 기무치 2개나 먹었잖아.”

백김치 샐러드에 가까운 기무치도 맛이 있었다. 기아 상태에서 먹으면, 유사품도 다 맛있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포식을 했고 웃으면서 침대에 누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잠을 자려고 누웠으나, 온종일 놀고 낮잠을 잤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원래 남자(?) 셋이 모이면 그릇이 깨지는 법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호주에서 황금 나침반을 써서 생존 벙커를 찾았던 이야기가 나왔다.

그 순간, 나는 이미 충전된 황금 나침반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방향침이 계속 돌았고, 거리도 999였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은 가죽 주머니를 열어 황금 나침반을 꺼냈다.

!!!!

숫자는 381, 거리는 남남동. 나는 숫자를 보고 깜짝 놀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황금 나침반에 거리 찍혔다.”

경복이도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그게 여기서 작동한다고?”

“방향은 남남동. 거리는 381!! 생각보다 가깝다.”

“381? 얼마나 가야 하지?”

“헬기로 1~2시간 사이. 내륙 쪽으로 들어가는 방향이야.”

태경이가 기대되는 얼굴로 물었다.

“뭘까? 황금 나침반이면 보통 보물이 아닐 텐데.”

나는 지난번 황금 나침반 보물을 떠올렸다.

“그렇지. 전에 피카소 그림이었나? 모네 그림이었나? 최소 그 정도 급의 보물이 나오겠지?”

“아. 너무 궁금한데?”

경복이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인디아나 존스 레이더스 보면, 모래사막 어딘가에 ‘예수님의 성배’가 있는 신전이 있다.”

오. 옛날에 재미있게 본 영화다.

“오~ 성배!! 좋아 계속해봐.”

“성배는 사막 한가운데 있어도 새벽에 물이 조금씩 차. 그래서 한 달이 되면 물이 가득 모이지.”

“디테일 좋아. 그 물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데?”

“착한 사람이 먹으면 젊어지고. 나쁜 사람이 먹으면 녹아 사라지는 거야.”

나는 와락 인상을 쓰며 말했다.

“컷컷컷. 잘 가다가 왜 삐딱선을 타. 착한 것과 나쁜 것은 기준이 너무 모호하잖아.”

경복이는 눈을 크게 떴다가 말했다.

“그래? 그럼 아프지만 착한 돈 많은 회장님을 찾아가서 성배의 물을 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거지.”

“오~ 좋아. 그래서 보상을 받는 건가?”

“수억 달러의 보상을 받는 거지. 그랬더니 다른 회장님이 전화해서 살려 달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비싼 척하는 거다. ‘돈 좀 있으세요?’”

나는 활짝 웃었다.

“돈 밝히는 허준이 되는 것인가? 그 스토리도 마음에 들어.”

태경이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성배에 들어 있는 물은 한잔인데, 아픈 회장님이 2명인 거야.”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럼 성수를 누구 주지?”

“일단 한 명은 살고···.”

“다른 회장님은?”

“죽어가는 회장님은 눈에 뵈는 것이 없었지. 그래서 엄청난 자금력으로 용병 천명을 사서 우리를 공격하여 죽이고 성배를 강탈했다. 곧 죽는데 뭐가 무섭겠어?”

나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오. 씨발!!! 어쩌지?”

경복이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크크크. 성배가 진짜 나올 리가 있겠냐?”

나는 머쓱하여 말했다.

“그렇지?”

“내 이야기가 그렇게 흡인력이 있었나?”

나도 가볍게 상상하며 말했다.

“보물을 싣고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던 실크로드 대상인이 모래 폭풍에 휘말려서 모래 속에 파묻혔고, 그것을 발견하는 정도가 딱 맞다.”

경복이가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보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팩트인데···. 어떻게 몰래 먹지? 만수르 시종이 맨날 따라다니던데.”

나의 표정도 순간 심각해졌다.

“흠. 그런 문제가 있었군.”

“보물을 몰래 확보한다고 해도 어떻게 가지고 서울로 돌아가?”

“아··· 문제네.”

우리끼리 한참을 생각했는데. 보물을 온전히 차지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콜라를 따서 단숨에 마셨을 때,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거래로 한 방에 끝내자.”

태경이가 물었다.

“거래?”

“카와심의 보물을 찾아줬으니 만수르 왕자가 상을 준다고 했잖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지.”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강하게 말했다.

“우리가 내일 만수르 왕자를 찾아가서 카와심의 보물보다 더 좋은 것을 주겠다고 말하는 거야.”

태경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금 나침반에서 뭐가 나올 줄 알고?”

황금 나침반에서 나온 것 치고 보물이 아닌 것이 없었다.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좋은 거다.”

태경이는 그래도 걱정되는 얼굴이었다.

“우리끼리 가서 뭔가 확인하고 만수르 왕자에게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헬기와 사람을 구하고 다니면 만수르 왕자도 뭔가 의심할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먼저 까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경복이도 인상을 쓰며 말했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황금 나침반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 좀 걱정된다. 네가 가지고 있는 ‘예지몽 귀걸이’ 같은 것이 나와봐.”

“뭐 그것도 좋지 않나?”

“골든보이만 효과가 있어서 귀걸이를 찼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으면 어떻게?”

나는 입을 벌렸다가 입맛만 다셨다.

“그럼 난감하지.”

우리를 한동안 생각을 했는데, 정답이 없었다.

하지만 기다릴수록 황금 나침반에 대한 나의 믿음이 커졌다.

“황금 나침반에서 나오는 보물은 엄청난 거야. 난 그렇게 믿는다.”

태경이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골든보이가 믿으면 우리도 믿어야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가 되었든 이번에 발견하는 것을, 유전이랑 바꿔 먹자. 이것으로 우리 프로젝트를 끝낸다.”

다음 날. 우리는 시종에게 말해 만수르 왕자와 면담을 잡았다.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약속이었다.

이때 안에서 나오는 폰 아이리시와 만났다.

“상임 위원장님.”

“에드워드 씨. 왕자님을 만나러 오셨나요?”

“제안 드릴 것이 있어서요.”

“···미안한 말이지만 전에 말한 원유는 힘들 것 같습니다. 왕실 회의에서 왕족이 아닌 사람이 유전을 가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기업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나 그곳과 나를 비교하지 않았다.

“좋지 않은 결과지만 ···알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감입니다.”

나는 만수르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황금 나침반을 만져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만수르 왕자의 눈동자를 보고 말했다.

“제가 보물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것이지요.”

일단 강하게 부르고 시작했다.

만수르 왕자는 나와 악수하려다가 한 대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뭐라고 했나?”

“엄청난 보물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발굴할 수 있도록 원정대를 구성해 주십시오.”

“새로운 보물이 있다는 것인가?”

“여기서 남쪽으로 1~2시간 사이입니다.”

만수르 왕자는 참았던 숨을 길게 쉬었다.

“골든보이가 나를 또 놀라게 하는군.”

“보상으로 유전을 받고 싶습니다. 엄청난 양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야.”

“원유보다 훨씬 더 엄청난 보물입니다.”

“골든보이가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더 떨리는군.”

“유전은 약속하시겠습니까?”

만수르 왕자의 표정이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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